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47화 (547/634)

Dark Match 33.

신은 강렬한 고통에 휩싸였다.

“끄응…….”

러닝 파워 슬램.

달려가며, 동시에 자신의 무게를 더해 피폭자를 그대로 바닥에 내치는 바디 슬램의 강화형과도 같은 기술.

그걸 스트로먼 같은 거인에게 맞자 충격이 배는 심했다. 순간적으로 제대로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신은 팔을 들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목소리가 힘을 주었다.

그 기대에 응하는 기분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링 위의 그는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나이와도 같았다.

‘그게 프로레슬링이지.’

신은 숨을 몰아쉬었다.

핀 폴이 깨진 뒤, 들려온 엄청난 환호에 스트로먼은 꽤 놀란 눈치였다.

“뭘 멍하니 있냐.”

“예, 예?”

“믿고 따라와.”

그건 이상한 이야기였다.

분명 당하는 건 신이었다.

4경기째, 리드는 경기 내용을 호흡하는 부분까지 머릿속에 모조리 때려 박은 그론 스트로먼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걸 주도하는 건 신이다.

그게 말이나 되는가?

말이 됐다.

신이 이 반응을 주도하고 스트로먼을 자유롭게 놓아주었기 때문에 경기의 흐름이 성사되는 것이었다.

프로레슬링 경기는, 마치 한계까지 고무줄을 늘이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여기에서 고무줄은 관객의 반응이었다. 그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선을 최대한 건드려야 좋은 경기가 나왔다.

그렇다고 너무 늘리면 끊어진다.

그게 역반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늘이지 않으면 그저 그런 경기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신은 한계가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트럭으로 갖다 박아도 일어날 것 같았다. 그런데도 역반응은 없다는 점이 그의 무서운 부분이었다.

스트로먼은 신을 다시 들었다.

근육질의 사내를 번쩍 어깨 위에 들쳐 메는 그의 모습이 시선을 끌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두 번째 러닝 파워 슬램.

투-콰앙-!!

[Uooooooooooooooooooooohhh!]

총 두 번의 피니시 무브.

이건 좀 강력했다.

신도 완전히 바닥에 뻗었고, 스트로먼은 숨을 몰아쉬며 핀 폴을 시도했다.

[1……!]

[2……!]

신은 다리를 들었다.

[Yeeeeeeeeeeeeeeeeaaahhh!!]

“로프 브레이크!”

심판의 선언이 이루어졌다.

아무리 그래도 연속해서 피니시 무브를 맞고도 킥 아웃으로 벗어나는 건 스트로먼의 위상에 나쁘다.

그렇기에 신은 로프 브레이크를 선택했고 스트로먼은 숨을 씩씩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번이 아니면 세 번.

“우어어어어어-!!”

[Waaaaaaaaaaaaaggghhh!]

다시금 신을 어깨 위로 번쩍 들쳐멘 스트로먼은 한 번 더 러닝 파워 슬램을 준비했다.

하지만.

세 번까지는 당해줄 수 없었다.

[Yeeeeeeeeeeeeeeaaahhhh!]

신이 스트로먼의 어깨 뒤로 빠져나온 순간, 경기장 내의 팬들이 어마어마한 환호를 보냈다.

신은 스트로먼을 힘껏 밀어냈다.

반대편으로 밀려나 로프 반동을 한 스트로먼이 다시 돌아왔고, 신은 몸을 비틀며 그 다리를 걸었다.

드랍 토 홀드.

쿵-!

스트로먼이 쓰러졌고 신은 그 틈을 노려 곧바로 기술을 시전했다.

바로 샤프 슈터였다.

원래는 빅 E 랙스턴과의 경기에서 사용하기로 했던 기술. 그것을 스트로먼과의 경기에서 사용했다.

자이언트는 무릎이 약했다.

더군다나 신이 계속 무릎에 충격을 주는 방식으로 공격했기 때문에 분명한 설득력이 존재했다.

우드드드득-!

힘차게 꺾이는 무릎과 다리.

“끄허어어어어어어어억!!”

스트로먼이 비명을 내질렀다.

[W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섰다.

신이 위기의 순간에 몰린 순간.

서브미션을 통해서 단숨에 분위기를 가져왔다. 팬들이 순간 집중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했다.

“크아아아악-!!”

신은 최대한 버텨냈다.

스트로먼의 거구는 평범보다 약간 더 큰 자신이 버텨내기에는 버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그래도.

지금 이렇게 찾아온 절호의 기회를 놓쳐버리고 싶지는 않았다.

뿌드드드득-!!

비명을 지르던 스트로먼이 바닥을 쾅쾅 두들겨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이내, 힘이 느껴졌다.

[Uooooooooooooooooohhh?!]

놀라는 관객들.

스트로먼은 그렇게 신을 자신의 다리에 매단 채로 질질 끌고 갔다.

그렇다 지쳤는지 멈추고.

다시 움직이고.

쫄깃하게 긴장감이 오르락내리락하면서 좋은 스팟이 만들어졌다.

지금 신에게는 절호의 기회였다.

4경기째라 체력도 떨어지고 힘겨운 상황에서 상대의 다리를 계속 공격했던 성과를 얻게 되었으니.

반대로 스트로먼으로서는 이것만 벗어나면 다시 자신이 원하는 파워 배틀로 갈 수 있는 찬스였다.

탭을 칠 것이냐.

아니면 벗어날 것이냐.

관객들이 숨을 죽이며 지켜보았고, 이내 스트로먼이 다시 바닥에 팔을 대고 기어가기 시작했다.

바로 그 순간.

신이 자세를 바꿨다.

[Uooooooohhh……?!]

샤프 슈터를 기존의 더블 암 홀드가 아닌  싱글 암 홀드로 바꾸고는 남은 손을 힘차게 휘둘렀다.

퍼억-!

그는 버티려고 하는 스트로먼의 무릎을 마구 후려치기 시작했다.

바로 그게 임계점을 넘어섰다.

“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과 함께 더는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마구 탭을 치는 스트로먼.

[Yeeeeeeeeeeeeeeeeaaahhh!]

그것으로 경기는 막을 내렸다.

신은 팬들의 환호를 들으며 그대로 샤프 슈터를 풀고 쓰러졌다.

쿵-!

그 역시 어려웠던 싸움이었다.

MXT 선수들은 생각보다 잘 해주었다. 다들 개성과 실력을 갖췄고,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승자는 신이었다.

네 명과 연속으로 싸운 그는 바닥에 뻗은 채로 숨을 몰아쉬었다.

팬들은 그에게 경외감을 가졌다.

각본 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어느 하나 빠짐없는 경기였다.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드문 현상이었다.

마치 하나의 공연이 끝난 것처럼 팬들은 환호와 박수를 동시에 보냈고, 신은 바닥에 코를 처박은 채로 저도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트리플H.

링 아래로 굴러 내려온 그론 스트로먼의 상태를 체크한 그가 양복을 여미며 링 위로 올라왔다.

[Uoooooooooooooohhh……!]

순간 링 안에 긴장이 감돌았다.

하지만 트리플H는 딱히 이렇다 할 행동은 하지 않았고, 대신 벨트를 가져오는 심판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대신 벨트를 받아.

“신.”

신에게 건네주었다.

[Yeeeeeeeeeeeeeeeeeaaahhh!]

쏟아지는 환호.

약간 멍한 채 벨트를 받아든 신은 트리플H의 부축을 받고 일어나 벨트를 머리 위로 번쩍 들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환호를 쏟아내는 가운데, 호흡을 정돈한 신은 벨트를 내려놓고 트리플H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악수를 청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잠깐 의아해하던 헌터가 악수를 받은 순간.

신은 그 팔을 당겼다.

[Uooooooooooooooooohhh?!]

뭔가 훈훈하게 끝나나 싶어 안도하던 팬들은 로프 반동 후 이어지는 안티 크라이스트를 보았다.

수직으로 헌터의 몸을 뽑아든 신은 그대로 몸을 돌리고 떨어졌다.

투-콰앙-!!

경기 내내 나오지 않았던 기술.

그게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의도 하에.

신은 일부러 트리플H가 마지막에 활약(?)하는 샷을 제안했고.

노블리스 오블리주(?)처럼 헌터는 바닥에 대자로 뻗고 말았다.

안티 크라이스트를 왜 썼는가.

간단한 이유였다.

“이게 다 당신 때문이잖아.”

곧바로 벌떡 일어난 신은 바닥에 뻗은 트리플H를 놔두고 승자의 세리모니를 펼치기 시작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런 그에게 쏟아지는 환호는 지금이 어떤 시대인지를 말해주었다.

그렇게 8월의 WWF 최대 이벤트인 섬머 수플렉스가 막을 내렸다.

* * *

메인이벤트는 환상적이었다.

길었던 경기였지만 관객들은 끝까지 잘 집중해주었고, 나는 WWF 월드 챔피언 벨트를 다시 지켰다.

그렇게 링에서 세리모니를 마치고 백스테이지로 돌아오자 기다리고 있던 동료들이 인사를 해왔다.

일상적인 일이었다.

거기에 적당히 대답을 해준 나는 그대로 복도를 지나쳐 다른 선수들이 기다리는 라커룸으로 향했다.

‘일부러 모여 있으라고 했는데.’

오늘 경기를 가졌던 네 사람.

거기에 더해 트리플H까지.

다들 격한 운동을 끝마친 사람처럼 푹 퍼져 있다가 내가 나타나자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선배님!”

“신!”

“감사합니다!”

“오늘 죽여줬습니다.”

세스, 빅 E, 케빈, 스트로먼까지.

네 명이 나를 에워싸는데, 솔직히 땀 냄새가 심해 죽을 맛이었다.

하지만 나는 미소를 지었다.

“너희도 고생 많았다.”

네 사람은 오늘 경기를 통해 뭔가 심리적인 변화를 겪은 듯했다.

실제로 큰 경기가 그랬다.

한 사람의 인생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바꾸기도 하지.

“일단은 돌아가서 푹 자라. 그리고 다음 날 일어나면, 전 세계에서 우리 이야기를 떠들고 있을 거야.”

그전까지 꿈과 같았던 무대에 나는 이 녀석들을 데리고 올라왔다.

빅 죠의 부상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한 일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잘 풀렸으니 마음에 들었다.

특히나.

“한참 멀었군.”

나는 그렇게 농담을 건넸다.

케빈은 링 위에서 헛짓거리를 하다가 말도 안 되는 부상을 당했다.

“팔은 좀 괜찮냐?”

“아, 예. 이따 병원을 가볼 생각이긴 한데 그냥 좀 놀랐을 뿐이라 아마 별문제 없을 거 같습니다.”

케빈은 얼굴이 빨개져 대답했다.

그것을 보고 웃는 세 사람.

나는 놈들에게도 지적했다.

“세스, 너는 완전히 쫄아서 처음에 숨도 제대로 못 쉬지 않았나?”

“……그, 그랬었죠.”

“그리고 빅 E 너는 쓸데없이 허리를 돌리다 안 얻어도 될 역반응을 팬들로부터 받았지.”

“다, 다음에는 조심할게요.”

“그리고 스트로먼.”

“……옙.”

“잘했다.”

나는 스트로먼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죠가 자랑스러워하겠는데.”

“…….”

말없이 뺨이 붉어지는 스트로먼.

나는 거기에도 핀잔을 줬다.

“물론, 각본을 다 짜둬서 가능했던 거고. 앞으로 MXT에서도 그렇게 하지는 못하겠지만 말이야.”

나보다 훨씬 큰, 수염을 그득그득 기른 남자가 그러자 순간적으로 좀 안 어울리는 생각이 들었다.

나머지도 마찬가지였다.

다 수염을 기른데다가 인상들도 강해서 나보다 다 나이가 많아 보인다는 착각마저 들 정도였다.

물론 아니었다.

섬머 수플렉스가 끝난 뒤의 이놈들은 이제 막 커튼을 걷고 업계에 나타난 신인일 따름이었다.

그리고.

“뭐. 그런 걸 다 따져봤을 때, 솔직히 너희는 내 원래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어. 정말로 고맙다.”

나는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그러자니 빅 E가 손을 들었다.

“그럼 상을 주십쇼.”

“……어, 그럴까? 칭찬 스티커라도 이마에 붙여주면 되려나.”

그거 붙이고 돌아가라.

또 뭘 주문할까 싶어 좀 기대하며 보자니 빅 E는 이렇게 말했다.

“대시 앳 더 비치의 가장 앞자리 표를 주세요.”

“아, 저도.”

“저도 부탁드립니다.”

“저도 보고 싶어요.”

모두가 거기에 동의했다.

그 이유를 굳이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이놈들은 기대하고 있는 거겠지.

지금 이 시대의 주인공인 나와.

그 영원한 라이벌.

러셀 오메가의 승부를.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