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49화 (549/634)

대시 앳 더 비치 2012.

신과 러셀 오메가의 대결을 보기 위해 그야말로 전 세계의 사람들이 엄청난 티켓 경쟁을 뚫고서 모여들었다.

MXT 선수들이 받은 자리는 경기장 4층에 있는 200달러짜리 좌석이었다.

사실 좀 놀랐다.

아무리 표를 구하는 게 어려워서 자리를 마련해주기 힘들었다고 한들.

신이 자신들을 가장 싼 구역으로 보내다니 솔직히 좀 고개를 갸우뚱했다.

하지만 MXT 선수들은 분명 거기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신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다.

그리고 그 생각이 맞았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Waaaaaaaaaaaaaaaaagggghhhh!]

경기장 전체가 훤히 보였다.

그런 가운데, 팬들의 반응을 잘 살필 수 있는 바로 이곳이 업계인으로서는 확실히 가장 좋은 좌석이었다.

그렇게 첫 번째 경기가 시작되었다.

* * *

ACW 역시 슬슬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자리를 잡아간다는 느낌이었다.

새로 데뷔한 선수들이 자리를 잡아가며 미드 카더 대진까지 차지한 가운데, 팬들은 거기에 큰 호응을 보냈다.

정말 좋은 일이었다.

새로운 선수가 데뷔해 얼굴을 알리고 조금씩 위상을 올려가며 자리를 잡고 자신들의 드라마를 만들어간다.

그게 바로 업계가 추구해나가야 할 방향이었고 러셀 오메가와 ACW 선수들이 계속해서 노력해온 결과였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저렇게 해서 성장한 누군가가 챔피언에 도전하고, 벨트의 주인이 바뀐다.

그게 바로 프로레슬링.

그리고 이번에는 러셀의 차례였다.

녀석은 그동안 나에게 다시 도전하기 위해 ACW에서 수많은 경기를 치르면서 팬들의 인정을 받았다.

그 자격은 충분했다.

내가 1년 반이 넘게 가지고 있던 타이틀을 가져갈 수 있는 남자는, 지금 이 순간 오직 러셀 오메가뿐이었다.

‘솔직히 좀 부담되기도 하고.’

요즘처럼 일주일에 한 번씩 쇼가 있는 시대에 1년 넘게 타이틀을 유지하고 있다는 건 기적과도 같았다.

아무리 나라고 해도 이 이상 지키고 있으면 역반응이 나올 테니 빨리 줘버리고 싶다는 마음이 좀 강했다.

결국 타이틀이란 누군가 오래 독식하기보다는 위상을 유지하는 선에서 최대한 많이 도는 게 더 나았다.

그래야 프로레슬링이라고 하는 이야기가 신선함을 유지하니까 말이다.

거기다.

그 상대가 러셀이니까.

‘부족함은 없지.’

나는 싱긋 웃으며 대시 앳 더 비치의 메인이벤트가 오기를 기다렸다.

시간은 금방 흘러갔다.

“신 선수!”

“좋아, 가자!”

오랜만에 전력을 다할 수 있는 상대를 마주한 나는 약간의 고양감을 느끼며 고릴라 포지션으로 향했다.

“오, 신!”

“잘 부탁합니다!”

“메인이벤트에요!”

다들 날 환영해주었다.

그런 가운데, 나는 커튼 앞에 있던 러셀과 가볍게 눈인사를 나누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입장이 이어졌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이제 녀석도, 나도.

선과 악은 의미가 없었다.

이 업계에 헌신하고, 계속해서 꿈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는 팬들의 리스펙트를 받는 존재로 성장했다.

마치 과거 선배들이 그랬듯이.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터져 오르는 폭죽.

러셀이 주먹을 번쩍 들어 올리자 환호는 더 강해졌다. 나는 녀석의 얼굴이 흥분으로 달아오른 걸 발견했다.

나도 마찬가지였다.

‘후우.’

사실.

우리라고 해서 긴장이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아무리 링에 서도 긴장이라는 것은 어찌할 수가 없는 문제였다.

그러므로 그걸 받아들이는 자세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상대를 믿고.

나를 믿고.

우리 모두를 믿고.

그렇게.

“신!!”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나는 링으로 나아갔다.

푸슈우우우우우욱-!

분사되는 연기.

피어오르는 불꽃.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연기를 살짝 입에 머금고.

그걸 헤치고 앞으로 나아가며 뱉어줬다. 그러자 팬들의 환호가 내 심장을 그대로 후려치는 게 느껴졌다.

[Waaaaaaaaaaaaaaaaaggghhh!]

나는 벨트를 손에 들었다.

오늘 내세울 것은 ACW 챔피언십.

거대한 황금 플레이트가 달린 벨트를 머리 위로 번쩍 치켜들자 경기장의 팬들이 이어서 내 이름을 외쳐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나는 링으로 올라갔다.

그리고 러셀을 향해 다가섰다.

보통 이런 상황에서 입장할 때 챔피언의 행동은 둘로 나뉘기 마련이었다.

미들 로프를 밟고 위로 올라가 팬들 앞에서 챔피언 벨트를 번쩍 치켜들면서 자신의 위엄을 과시하거나.

아니면 지금 나처럼 상대와 얼굴을 마주하면서 감정을 드러내거나.

둘 중 내가 러셀과 직접 얼굴을 마주하기를 선택한 이유는 간단했다.

이 개자식은 내게 그런 상대였다.

[Uoooooooooooooooooohhh!!]

초장부터 기 싸움이 벌어졌고.

심판이 러셀과 나를 떼어내었고 각각의 소개가 이어진 뒤, 드디어 고대하던 경기가 시작되었다.

땡땡땡-!

러셀과 나는 곧바로 맞붙었다.

쿵-!

락 업.

이어지는 체인 레슬링.

러셀과 나는 합이 딱딱 맞았다.

팔을 꺾고 비틀며 그러다가 달려들어 내가 허리를 붙잡자 러셀은 바닥에 바싹 달라붙으며 방어에 들어갔다.

그대로 넘어가 헤드락을 걸자 직전에 빠져나온 러셀이 내 다리를 붙잡고 일어나 오메가 슈터를 쓰고자 했다.

[Uoooooooohhh?!]

순간 놀라는 관객들.

하지만 나는 다리를 모았다 차내 기술을 빠져나왔다. 러셀이 뒤로 물러나 자세를 잡았고 대치가 이루어졌다.

관객들이 참았던 숨을 토해냈다.

이상하게도.

최근 들어서 경기장의 관객들이 내 경기를 보고 어떤 식으로 생각하는지가 그대로 느껴지는 듯했다.

그동안 배워온 바에 따르면 그랬다.

반응을 생각해보자면 그랬다.

나는 러셀과 나는 다시 맞붙었다.

보다 본격적으로.

서로 주먹질이 오갔다.

빠악-!

그러다 러셀이 내 팔을 힘껏 잡아당겨 반대편으로 내던졌고, 로프 반동을 하고 돌아온 나는 기다리고 있던 러셀을 뛰어넘으며 앞으로 굴렀다.

롤 업으로 연결.

다리 사이로 손을 넣고 잡아당기자 러셀의 몸이 넘어왔고 나는 녀석의 어깨를 순간 땅에 닿게 만들었다.

[1……!]

빠져 나오는 러셀.

뒤를 이어 내가 달려들자 러셀은 암 드래그를 사용해 반대편으로 넘겼다.

나는 낙법을 쳤다.

콰앙-!

그리고 바닥을 한 바퀴 구르며 다시 일어서자 어느새 다가온 건지 등 뒤에 서 있던 러셀이 내 허리를 잡았다.

몸이 그대로 뽑혔다.

저먼 수플렉스.

투콰앙-!!

등줄기를 가로지르는 듯한 충격으로 나는 다시 한 번 바닥을 굴렀다.

그로 인해 경기의 첫 주도권을 순간 러셀에게 넘길 뻔했던 순간이었다.

다시 이어지려는 저먼을 억지로 풀어낸 나는 러셀의 복부를 걷어찼다.

롤링 소베트.

퍼억!

“큭?!”

몸을 회전시키며 이어진 킥에 러셀이 순간 중심을 잃었고, 나는 바로 해머링을 날리며 공격을 이어나갔다.

퍼억-!

해머링으로 인해 안쪽으로 굽어진 팔을 펼치며 곧바로 찹을 사용했다.

쫘악-!

다시 해머링.

퍼억-!

찹.

쫘악-!

해머링 앤 찹 러시.

연속 공격으로 러셀을 코너까지 몰아붙인 나는 순간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러셀을 두고 뒤로 돌아섰다.

반대편 코너까지 물러나.

달려들어 드롭킥을 날렸다.

콰앙-!

러셀의 등이 코너와 충돌했다.

[Yeeeeeeeeeeeeeaaaahhh!]

환호를 보내는 팬들.

러셀과 내 경기 스타일이 어떻게 다른지를 드러내는 좋은 장면이었다.

레슬링으로 시작하는 러셀과, 타격으로 시작하는 신.

그중 경기 초반 주도권을 잡은 것은 바로 나였다.

그래,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겠지.

우리는 그것을 노렸다.

드롭킥을 차고 자리에서 일어선 나는 바닥에 엎어진 러셀을 놔두고 확신하듯 팬들의 반응을 끌어냈다.

“뭐야, 고작 이거밖에 안 돼?!”

[Waaaaaaaaaaaaaaaaaggghhh!!]

“이걸 어쩌냐 러셀! 네가 이 벨트를 가져가려면 10년은 걸릴 거 같은데!”

나는 여유롭게 도발했다.

뒤를 이어 러셀의 머리채를 잡고 자리에서 일어서게 만든 순간이었다.

“……!”

러셀의 눈빛이 살아있었다.

순간 놀라 반격을 하려자니 그보다 한발 앞서 러셀이 내 뒤를 잡았다.

[Uooooooooooooooooohhhh?!]

다시 이어지는 저먼.

아니.

어떻게든 우겨넣는 저먼이었다.

투-콰앙-!!

순간 정신이 아찔해졌다.

나를 지면에 꽂아 넣은 러셀은 그대로 홀드를 굳히며 핀 폴까지 이었다.

[1……!]

[2……!]

허리를 튕겨 빠져나왔다.

그리고 나는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충격을 느끼고 바닥에 드러누웠다.

러셀 오메가를 상대할 때 가장 성가신 게, 바로 이 저먼 수플렉스였다.

어깨와 목, 등을 주로 노리는 저먼 수플렉스는 러셀의 기본기였지만 절대로 무시할 수 없는 기술이었다.

몇 방만 맞아도 정신이 아찔했다.

그리고 방금 저먼은 달랐다.

러시에 찹까지 허용하고도 꿋꿋하게 저먼을 꽂아 넣는 러셀의 모습은.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그가 지금, 어떤 의지로 나와의 경기에 임하고 있는가를 보여주었다.

나는 등줄기의 통증을 느끼며.

저도 모르게 웃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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