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36.
경기는 초반부터 엄청났다.
솔직히 말하자면 내용 자체는 평범했다. 하지만 신과 러셀, 두 사람이 가진 기술력이 경기를 끌어올렸다.
케빈 오윈스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속도 자체가 달라.’
그뿐만이 아니었다.
두 사람의 합이 완벽했다.
말하자면 패스를 주고받는데 서로의 힘 조절이 완벽하다는 말과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경기는 더욱 더 치열하게 보였고, 두 사람이 만들어온 드라마와 각본까지 합쳐지면서.
[Waaaaaaaaaaaaaaaaaggghhhh!]
팬들은 이전까지의 다른 경기들과는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얻으며 싸우고 있었다.
프로레슬링은 쇼였다.
그리고 이건 쇼였기에 보여줄 수 있는 스타일의 정점에 이른 경기였다.
처음 주도권을 손에 쥔 러셀은 계속해서 자신의 주특기인 레슬링 분야로 신을 몰고 가며 진을 빼놓았다.
하지만.
거기에서 빛나는 건 신이었다.
결국 프로레슬링은 합의 예술.
그 합을 얼마나 잘 맞춰주고 반응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질이 결정되었다.
투콰앙-!!
매트에 마이크를 설치해두어서 크게 울려 퍼지는 소리. 신의 찡그린 얼굴과 뒤트는 몸에서 전달되는 감정이.
러셀이 이어가고 있는 멋들어진 레슬링 기술을 더 빛나게 만들어주었다.
‘이거 참.’
케빈 오윈스는 씁쓸하게 웃었다.
만약 자신이 이 분야에서 일하는 게 아니라 단순한 팬이었다면 마음 놓고 완전히 몰입해서 볼 수 있었을 텐데.
하지만 그러기에는 너무 멋진 경기였다. 그 하나하나를 배우고 싶었다.
그렇게 계속해서 당해주던 신은 러셀이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가자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움직였다.
[Uoooooooooooooooooohhh?!]
로프를 밟고 올라간 신은 평소와 달리 슈퍼 프랑켄슈타이너가 아니라 수퍼 플렉스를 사용하려고 했다.
순간 목을 붙잡힌 러셀도 저항했고 탑 턴버클 위에서 주먹질이 오가며 팬들의 시선이 순간 집중되었다.
과연 어떻게 될까.
신은 수퍼 플렉스를 성공할까.
아니면 러셀이 받아칠까.
승자는 바로 러셀이었다.
탑 턴버클까지 올라가기도 전에 러셀은 신을 그대로 밀어 떨어뜨렸다.
콰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러셀의 크레센트가 이어진다.
그것을 기대한 팬들이 순간 환호를 보냈고, 러셀은 탑 턴버클에서 자세를 잡고 다시 뛸 준비를 했다.
하지만.
러셀이 처음에 그랬듯이.
신도 끈질기게 붙들고 늘어졌다.
다시 한 번.
[Uooooooooooooooooooohhh?!]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 신이 깜짝 놀란 팬들의 비명 속에 로프를 연속해서 밟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뛰었다.
슈퍼 프랑켄슈타이너.
신의 다리가 러셀의 목을 휘감고 그대로 떨어지며 반대편으로 내던졌다.
하지만 러셀도 그걸 기다렸다.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크레센트를 날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서 방심해도 좋을 타이밍이었지만 그는 끝까지 신이 올 거라고 믿었다.
그렇기에 그는 ‘지난번’처럼 공중에서 한 바퀴를 돌아 링 위에 착지했다.
도전자 신 VS 챔피언 러셀 오메가.
그때 그 경기에서도 두 사람은 이렇게 합을 맞추며 지켜보는 팬들이 평생 기억에 남을 멋진 순간을 만들었다.
그것을 한 번 더.
[Yeeeeeeeeeeeeeeeeeeaaahhh!]
슈퍼 프랑켄슈타이너를 맞고도 꿋꿋이 서있는 러셀의 모습을 본 팬들이 미친 듯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리고 러셀이 돌아본 순간.
쩌억-!
신의 슈퍼 킥이 이어졌다.
[Uoooooooooooooohhh?!]
어쩌면 그게 더 놀라운 순간이었다.
러셀은 신을 믿었고 그 러셀을 신이 다시 믿었다. 어떻게 보면 유치한 모먼트였지만 팬들은 깊이 몰입했다.
지금의 두 사람이라면 적어도 이 정도 레벨의 공방은 나와 줘야만 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슈퍼 킥에 맞고 쓰러진 러셀.
신 역시도 힘이 빠져서 쓰러졌다.
쓰러진 두 사람을 앞에 두고 팬들이 미친 듯이 챈트를 보내며 응원했고.
심판의 텐 카운트가 이어졌다.
[1……!]
‘딱 쉬어가는 타이밍이군.’
체력적으로 슬슬 힘에 부칠 터였다.
거기다 완급을 조절하기 위해서라도 슬슬 쉬어줘야만 하는 타이밍이었다.
실제로.
‘이제야 숨 좀 돌리겠군.’
러셀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한순간 주어진 꿀 같은 휴식을 즐겼다.
신은 정말 대단한 놈이었다.
이처럼 모든 면에서 훌륭한, 육각형 스타일 레슬러가 또 있을 수 있을까.
그 라이벌을 자처하고 있으면서도, 솔직히 때로는 욕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그 뒤를 계속 따라왔기 때문에 러셀 오메가는 자신 역시도 그에 못지않은 훌륭한 레슬러라고 생각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실제로 팬들의 챈트는 갈렸다.
러셀 오메가 역시 챔피언 벨트를 따내더라도 이상할 게 없는 선수였다.
[7……!]
약속했던 카운트에 맞춰 일어난다.
신은 복귀한 락콜드도 이 정도까지의 큰 반응은 얻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아니, 정확히 표현하자면.
러셀이 ‘이기길 바라는 반응’이, 락콜드 때보다 훨씬 높았다는 말이었다.
그게 기뻤다.
자신이 얼마나 앞서 나가든 간에 뒤따라오는 선수들이 있으니까.
“푸후우.”
신은 깊게 심호흡을 했다.
러셀도 가볍게 몸을 풀었고.
[Waaaaaaaaaaaaaaaaggghhh!]
두 사람은 팬들의 어마어마한 환호성 속에서 다시 경기를 이어나갔다.
먼저 달려든 것은 신이었다.
슈퍼 킥의 충격에서 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러셀을 몰아붙인 그는 수플렉스로 주도권을 완전히 가져왔다.
콰앙-!
허리를 비틀어대며 고통스러워하는 러셀. 반대로 신은 폴짝 뛰어서 다시 일어나 팬들의 환호를 받아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계속해서 이어지는 공격.
펀치와 헤드벗. 그리고 찹.
그렇게 한 대씩 후려갈기며 러셀을 일으켜 세운 신은 그대로 팔을 잡아당겨 로프 반동을 하게 만들었다.
이어서 드롭킥.
퍼억-!
이건 위험하다.
러셀 오메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흐름을 가져갔을 때의 신은 그 누구보다도 강렬한 모습을 자주 보여줬다.
그러므로 그는 드롭킥에 맞아 나가떨어진 뒤, 바닥을 데굴데굴 굴러 그대로 링 바깥으로 빠져나갔다.
“그헉…….”
바리게이트에 기댄 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그러자 그 뒤편의 관객들이 환호하며 러셀에게 소리쳤다.
“러셀! 정신 차려!”
“야야! 신! 봐라! 신!”
그 말에 고개를 들자.
링 위의 신이 팔을 휘저으며 팬들에게 자신이 쌩쌩하다는 걸 보여주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도 그를 믿었다.
저게 바로 챔피언이었다.
그것도 ‘더블 월드 챔피언’.
러셀은 힘이 빠져 웃었다.
‘참 귀찮은 놈과 같은 시대에 태어났어.’
그리고 신이 기술을 준비했다.
[Uoooooooooooooooooohhh?!]
약속된 포지션.
팬들이 기대하며 자리에서 일어섰고 신은 곧바로 코너를 향해 내달렸다.
그리고 로프를 밟고 뛰어 올라가 링 밖의 러셀을 노리고 문설트를 날렸다.
러셀은 느꼈다.
순간 큰 게 덮쳐오는 공포.
하지만 이미 준비는 다 해두었다.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온 그는 미처 피하지 못하고 이어지는 신의 문설트를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Yeeeeeeeeeeeeeeeeaaaahhh!!]
충돌하며 바닥을 구르는 두 사람.
완벽한 기술 구사에 팬들이 환호했고, 두 사람은 링 밖에 쓰러져서 숨을 몰아쉴 뿐 제대로 움직이지 못했다.
“신! 신!!”
다가오는 심판.
“러셀!!”
그는 선수 두 사람의 상태를 확인하며 이 상황을 더 치열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실제로.
더럽게 아프기는 했지만 신과 러셀은 누워서 잘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픈 건 괜찮았다.
일상적이었으니까.
두 사람은 숨을 몰아쉬었다.
심판의 연기는 계속 이어졌다.
그가 팔을 마구 휘젓자 의료진이 달려 나왔고 팬들도 이내 웅성거리며 상황이 심각한 건가 걱정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크, 하……!”
신과 러셀 오메가가 자리에서 일어서자 경기장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로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두 사람이 주먹질을 시작했다.
“어, 어어?!”
“자, 잠깐! 신!”
옆에 있던 의료진과 심판을 밀어내며 위험천만하게 싸우는 두 사람.
오직 서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경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조금이라도 상대보다 더 오랫동안 서 있는 것뿐이었다.
그렇기에 경기는 재개되었다.
자연스럽게 링 위로 올라가 이어지는 공방. 서로가 느릿하지만 확실하게 한 방씩 주고받던 도중이었다.
쩌억-!!
[Uooooooooooooooooohhhh?!]
신의 헤드벗이 강력하게 들어갔다.
비틀거리며 무너지려는 러셀.
그리고 다음 순간.
순식간에 신의 뒤쪽으로 파고든 러셀이 팔을 엮어 풀 넬슨으로 붙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술은.
드래곤 수플렉스.
콰앙-!
저먼과 똑같은 자세.
하지만 풀 넬슨으로 잡힌 신은 제대로 낙법도 치지 못하고 떨어져 내렸다.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러셀은 신을 내던진 뒤 곧바로 앞으로 달려가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이어지는 크레센트.
관객들이 경악한 순간 도약한 러셀의 몸이 초승달과 같은 모양을 그리며 공중에서 회전했다.
그리고 지면의 신을 덮쳤다.
투콰앙-!!
[Waa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하는 팬들.
그와 함께 이어지는 핀 폴.
[1……!]
[2……!]
어깨를 들어 벗어나는 신.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하지만 러셀은 당황하지 않고 다시 자신의 페이스대로 공격을 이어갔다.
빠악-!!
계속되는 공격.
거기에 당하던 신은 러셀을 향해 쏟아지는 환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팬들도 러셀이 이기는 걸 원했다.
아니, 그와 함께.
신이 타이틀을 지키는 것도 멋진 그림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렇게 되면 러셀을 이긴 다음이 문제였으므로.
여기서 러셀 오메가에게 벨트를 내주는 것이 분명히 맞는 그림이었다.
쉽게 져줄 생각은 절대로 없었지만.
러셀의 공격에 계속 당하던 신은 반격의 순간을 캐치하고 팔을 뻗었다.
[Uoooooooooooooooooohhh?!]
그 테크닉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러셀이 펀치를 날리던 그때, 삽시간에 허리를 숙인 신이 다리를 붙잡고는 힘껏 당겨 바닥에 넘어뜨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기술은.
하트 패밀리의 성명절기.
샤프 슈터였다.
“크아아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러셀.
상대의 다리를 단단히 잡은 신은 힘껏 몸에 힘을 주고 버텨내며 계속해서 허리와 무릎에 충격을 선사했다.
“러셀! 항복하겠나?!”
“끄으으으윽……!”
이를 악물고 버텨내는 러셀.
팬들이 긴장하며 링 위의 상황을 지켜보는 가운데, 러셀이 움직였다.
“……!”
[Uoooooooooooooooooohhhh!!]
그는 신을 매단 채 끌고 갔다.
로프 브레이크.
닿느냐, 마느냐.
앞으로 뻗은 러셀의 손이 아슬아슬하게 로프를 붙잡으려 한 순간이었다.
신이 러셀을 질질 끌고 갔다.
로프가 멀어졌다.
이를 악문 러셀은 허리를 굽혔다.
안쪽으로 파고들어 구르며, 동시에 신의 다리를 붙잡아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신도 함께 굴렀다.
다리는 계속해서 엮인 채로, 러셀은 신의 발을 붙잡지 못하고 함께 굴렀고 다시 샤프슈터 포지션이 만들어졌다.
이건 안 된다.
러셀은 탭을 치려고 손을 들었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주먹을 불끈 쥔 러셀은 바닥을 쥐어짜내듯 꽉 잡고 다시 전진해나갔다.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힘 싸움.
러셀이 통증을 견뎌내는 걸 보며 팬들은 점점 거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언더도그마 현상.
밑에 깔린 개가 이기기를 원하는 심리 현상. 팬들은 조금씩 러셀이 기술에서 빠져나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큰 결심을 한 듯 심호흡을 한 러셀이 다시 구르면서 빠져나오려고 했다.
지금 업계에서 오직, 샤프 슈터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러셀 오메가만이 취할 수 있는 반격이었다.
이번에는 신이 조금 늦었다.
발을 붙잡혀 당겨진 그는 그대로 넘어졌다. 팬들 모두가 러셀이 샤프 슈터를 벗어난 줄 알고 환호했다.
[Waaaaaaaaaaaaaaaaggghhh!!]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신은 그대로 러셀의 다리를 꽉 틀어쥔 채 놔주지 않고 계속 힘을 주었다.
하지만 상황이 하나 달라졌다.
이제는 러셀 역시도 신에게 서브미션을 걸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졌다.
“끄그윽……!”
억지로 허리를 비튼 러셀은 신의 양 발을 엮어 자신의 허리에 붙인 상태에서 꽉 쥐고, 그대로 몸을 틀었다.
[Uoooooooooooooooooooohhh?!]
신의 머리가 땅에 박혔다.
러셀은 힘이 빠진 신의 손을 떨쳐내며 그대로 중심을 잡고 일어났다.
오메가 슈터.
[Yeeeeeeeeeeeeeeeeeeaaaa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그대로 러셀은 신의 머리를 짓누르고 힘껏 꺾었다.
포지션이 완전히 반대가 되었다.
“끄하아아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신의 손이 덧없이 허공에서 춤을 추었다.
실로, 모두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순간이 다시 찾아왔다.
신이 탭을 칠 것이냐. 말 것이냐.
그 손이 번쩍 위로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