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43.
사모아 고.
그는 분명 훌륭한 레슬러였다.
누구와도 달랐다.
하지만 자신만의 카리스마로 마니아 팬들부터 시작해 라이트 팬들에게까지 환호를 받는 이질적인 선수였다.
내가 이질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그가 절대 일반적인 성공 공식을 따르는 선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툼한 몸집에 항상 거만한 캐릭터를 유지하는 그였지만 인기는 좋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고는 자신이 말한 것 이상으로 업계에 헌신했고, 언제나 환상적인 경기를 보여주었다.
팬들이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WWF 타이틀을 내려놓는 상대는 고가 되었으면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이번 더 스쿼드의 데뷔 겸 단체 간 페이퍼뷰가 치러진 이후.
2013 레슬 임페리움에서였다.
그러므로.
라이트 오브 챔피언스의 경기는 싸움에 대한 기대감을 한껏 심어주는 것을 목적으로 한 채 진행되었다.
중요한 기술은 모두 다 빗나갔다.
내가 로프 바깥으로 달려가 장외 문설트를 사용하자 고는 그대로 피했다.
고의 머슬 버스터도 나는 몸을 튕겨내며 그대로 손쉽게 빠져나왔다.
치열하게 이어지는 경기.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팬들이 환호하고, 나와 고는 계속해서 공방을 펼치며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계속해서 싸움을 이어갔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꽤 빡세고.
즐거웠다.
투콰앙-!!
코너에 등을 대고 서 있는 내게 달려들어 어깨를 부딪친 고가 그대로 몸을 회전시키며 날아차기를 날렸다.
그게 내 연수를 베고 지나갔다.
CCS 엔지그리.
쩌억-!
[Uooooooooooooooooooohhh!]
플라잉 포크찹.
그런 별명에 걸맞은 킥이었다.
[1……!]
[2……!]
핀 폴에서 빠져나온 나는 순간 정신이 아찔한 걸 느끼며 로프를 잡았다.
직후, 고가 내 허리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저먼 수플렉스.
투콰앙-!
이러다 죽겠다 싶을 정도의 파워.
하지만 몸은 안전했다.
통증은 강렬했지만 수없이 많은 경기를 펼쳐온 나는 이게 절대 부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스마트하군.’
야수 같은 모습을 보였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철저하게 계산된 연기였다.
그렇기에 고가 챔피언이 된다면 그건 그거 나름대로 즐거운 시대가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챔피언의 역할은 다양했지만, 일단은 자신에게 도전해주는 선수들을 이끌어줄 수 있어야 했으니까.
이야기적으로든.
경기력으로든.
그리고 나를 상대로 경기를 계속 리드하고 있다는 점에서, 고는 확실하게 검증된 선수라고 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그에 뒤지지 않았다.
쩌억-!
헤드벗으로 반격.
이어지는 찹 앤 해머링 러시.
[Waaaaaaaaaaaaaaaaaaaggghhh!]
하지만 고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엘보를 날렸고 그렇게 계속 난타전이 이어지던 중, 나는 순간 옆으로 빠지며 슈퍼 킥을 날렸다.
쫘악-!!
결국 고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Uooooooooooooooooooohhh!!]
팬들이 놀라 소리쳤다.
하지만 내 상태도 심각했다.
엘보우로 후려치는 고 해머의 위력이 상상 이상으로 강력했다.
“후우, 후우…….”
숨을 몰아쉬며 비틀거리던 나는 이내 중심을 잃고 바닥에 쓰러졌다.
그렇게 경기가 과열되어갔다.
15분이 넘게 이어진 사투는 팬들의 기대감을 마지막까지 끌어올렸고 심판의 텐 카운트가 세어졌다.
나와 고는 타이밍에 맞춰 일어났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계속해서 이어지는 챈트.
팬들 모두가 경기의 결말을 위해 가속하는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았다.
바로 그때였다.
고와 마주보고 서있던 나는 순간 세 개의 검은 인영이 바리게이트를 넘어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더 스쿼드의 세 사람이었다.
[Uooooooooooooooohhh?!]
딘 앰브루스.
세스 롤링스.
로만 레긴스.
링 에이프런 위로 올라온 로만이 로프 바깥에서 고의 목을 당겨 붙잡았다.
그리고 세스 롤링스와 딘 앰브루스가 옆에서 마구 주먹질을 해댔다.
땡땡땡-!
고의 반칙 승으로 끝난 경기.
반칙으로 결과가 정해진 만큼 챔피언 벨트의 변동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순간 이걸 사고인지 각본인지 받아들이지 못하던 팬들이 미친 듯이 야유를 보내기 시작했다.
[Booooooooooooooooooooooo-!]
더 스쿼드.
화려한 데뷔였다.
* * *
가장 먼저 놀란 건 해설자들이었다.
[Wh- Wh- Wh- What?!]
[이게 대체 무슨 일이죠?!]
[세 명의 남자들이……! 아?!]
땡땡땡-!
[사모아 고의 반칙 승입니다!]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죠?!]
[갑자기 누군가가 링에 난입해서 고를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 명이 아닙니다! 무려 셋! 신도 어안이 벙벙한 얼굴이군요!]
[아, 저건 세스 롤린스로군요!]
[저 남자는 PWA의 딘 앰브루스! 한 명은 GCW의 로만 레긴스입니다!]
심판들은 링에 난입한 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보고는 깜짝 놀라 외쳤다.
보통 산하단체 때의 선수 설정은 곧잘 무시당하기 마련이었지만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시대가 많이 변했다.
더군다나 세스는 얼마 전 신과 경기를 펼치기까지 했으므로 못 알아보는 것이 사실 더 이상한 상황이었다.
세 난입자는 고가 무너져 내리자 그대로 발로 짓밟으며 마구 린치했다.
[Booooooooooooooooooooooo-!]
야유가 쏟아졌다.
심판도 어찌할 줄을 몰라 바깥을 빙글빙글 돌 뿐이었고 그런 상황에서 팬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움직였다.
바로 신.
하지만.
[신! 움직이지 않습니다!]
[고의 공격이 문제였던 걸까요?]
로프에 팔을 걸치고 선 신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기만 할 뿐 눈앞의 상황을 앞에 두고도 움직이지 못했다.
사실 고 해머로 인한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했을 뿐이었지만,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장면이었다.
세 난입자가 움직이지 못하는 고를 밀어내 링 바깥으로 굴러나가게 했다.
갑작스러운 난입.
그들의 목적은 무엇인가?
누구의 사주를 받았는가?
아니면 단독으로 저지른 일인가?
그건 지금 이 경기의 결말을 망쳤다는 사실로 인해 뒷전으로 밀려났다.
세 사람은 링 밖에 설치된 아나운서 테이블로 고를 데리고 갔다.
[Boooooooooooooooooooooo-!]
야유 속에서 카메라가 그 모습을 빠짐없이 촬영했다. 세 사람 모두, 분명 기억에 남을 만한 멋진 외모였다.
그들이 팀 피니시 무브를 준비했다.
딘과 세스가 고를 양옆에서 잡고 번쩍 위로 들어 올렸고, 그 앞에 서있던 로만이 어깨 위로 고를 받아들었다.
더 스쿼드의 팀 피니시 무브.
트리플 파워 밤이었다.
딘과 세스가 고를 각각 옆에서 붙잡고, 거기에 들고 있던 로만이 고를 아나운서 테이블 위로 내던졌다.
투콰앙-!!
울려 퍼지는 폭음.
그와 함께 붕괴하는 테이블.
[Uoooooooooooooooooohhh……!]
놀라 일어서는 팬들.
그리고 신이 한발 늦게 나타났다.
숨을 몰아쉬며 세스에게 달려든 그가 공격을 시작했고 난입자들은 반격을 가하며 링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아무리 신이라고 하더라도 고와 한창 싸우던 도중에 세 명의 난입자들을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에는 신마저도 그들에게 당했고 딘과 세스, 로만은 다시 바리게이트를 넘어가 관객석 쪽으로 달아났다.
뒤늦게 구급 요원들이 나와 쓰러져 있는 신과 고의 모습을 체크하면서 페이퍼뷰는 혼란 속에 마무리되었다.
[Boooooooooooooooooooooo-!]
쏟아지는 야유만이 오늘 데뷔한 신인들에 대한 반응을 증명해주었다.
* * *
일이 끝난 뒤.
보안요원들의 호위를 받아 백스테이지로 돌아온 딘과 세스, 로만은 곧바로 티파니 맥센의 칭찬을 들었다.
“다들 잘했어요.”
“감사합니다! 회장님!”
“내일도 늦지 말도록 해요.”
‘내일’이라.
그 말이 세 사람을 자극했다.
만약 오늘 실패했다면 티파니는 절대 내일이라는 말을 안 썼을 터였다.
하지만 팬들의 반응이 무척 좋았다.
세 사람은 얼굴도 잘 알려지지 않은 신인으로서 멋진 야유를 끌어냈다.
메인이벤트를 망친다.
분명 독이 될 수도 있는 각본이었지만 지금은 그게 잘 먹혔다. 팬들은 분명 내일 버닝콩을 시청하리라.
물론.
그와 별개로 티켓을 구매해 이곳까지 온 팬들은 상당히 화가 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좀 달래줘야만 했다.
페이퍼뷰 방송은 끝이 났지만.
분위기가 좋지 않자 신이 마이크를 손에 쥐고 링 위로 올라가 운을 뗐다.
스쿼드의 세 사람이 성취감을 느끼던 것도 아주 잠시, 이내 신의 마이크워크를 집중하면서 들었다.
[열 받는 결말이군. 안 그래?]
[Boooooooooooooooooooooo-!]
[젠장, 나도 같아. 세스 롤링스? 저 자식 이중인격이야? MXT에 있던 놈이 왜 갑자기 저딴 복장으로 나타나?]
디테일하게 설명을 덧붙이는 신.
거기에 팬들이 빠져들었다.
결국 프로레슬러는 현실에 존재했고 그렇기 때문에 그 현실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게 중요했다.
[어쨌든, 고.]
링 아래를 돌아보는 신.
트리플 파워 밤을 맞은 고는 아직까지 영 정신을 못 차리는 중이었다.
[나중에 다시 붙자고.]
[Yeeeeeeeeeeeeeeeeeaaahhh!]
그제야 좀 환호가 나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마음이 풀린 팬들이 그 이름을 연호하는 가운데, 티파니 맥센은 영상팀장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물론.
모두 촬영 중이었다.
이것도 각본으로 쓰면 좋을 듯했다.
* * *
이어진 다음 날.
버닝콩의 오프닝을 장식한 것은 어젯밤 메인이벤트를 치렀던 신이었다.
월드 챔피언으로서 그는 현재 WWF의 거의 매번 쇼에 출연할 때마다 오프닝에 나오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리고 스토리를 흥미롭게 정리해서 팬들에게 알려주며 뒤이을 위클리 쇼를 재밌게 볼 수 있도록 돕는 것.
그게 챔피언의 역할이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은 환호를 보냈지만 정작 링에 오른 신의 표정은 딱히 좋지 못했다.
마이크를 쥔 그는 어제 라이트 오브 챔피언스에서 있었던 불미스러운 상황을 최대한 간단하게 설명했다.
단 한마디면 충분했다.
“내 경기를 도둑맞았군.”
[Yeeeeeeeeeeeeeeeeeaaahhh!!]
“사모아 고는 방심할 수 없는 상대였어. 솔직히 말하지. 내가 질 수도 있었을 거야. 하지만 난 치욕스러운 방식으로 이 벨트를 지키게 됐어.”
신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건 그가 내거는 시대와도 맞지 않는 방식이었다. 그렇기에 완전히 열이 받은 그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재경기를 가지겠어! 오늘 밤! 바로 이곳 플로리다 탬파에서 말이야!!”
[Yeeeeeeeeeeeeeeeeeeeaaahhh!]
“사모아 고! 링으로 나와! 오늘 어떤 식으로 붙을지 한번 정해보자고!”
그 말에 고가 링으로 나왔다.
그는 처음 등장했을 때의 신처럼 무척 화가 난 얼굴이었고 그것을 본 팬들은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다.
그리고 링으로 올라온 고는 마이크를 쥐자마자 다짜고짜 신에게 물었다.
“너냐?”
“……뭐?”
“네가 한 거냐고 물었다.”
[Uooooooooooooooooooohhh!]
신을 의심하고 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팬들이 놀랐고 그것은 신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뭘?”
“그놈들을 사주한 거.”
“내가 무슨 이유로 그런다는 거지?”
“넌 날 두려워하니까.”
고의 말은 간단했다.
하지만 그 파급은 컸다.
신도 더 이상 웃고 넘길 수가 없게 되었다. 표정이 굳어진 그는 고의 앞으로 다가서며 말을 이었다.
“근거는 고작 그것뿐이냐?”
“그랬다면 안 나왔겠지.”
고가 입장로 위의 초대형 스크린을 돌아보았다. 그러자 어제 촬영한 라이트 오브 챔피언스의 화면이 나왔다.
[열 받는 결말이군. 안 그래?]
신이 멀쩡하게 일어서서 관객을 진정시키는 모습이 나왔다. 그것이 바로 고가 제시한 근거였다.
“넌 내가 공격을 당할 때도 멍하니 서있지를 않나. 놈들에게 린치를 당한 이후에도 나보다 먼저 일어섰지.”
확실히 고로서는 신을 가장 먼저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팬들 중 몇몇도, 혹시 모른다는 생각을 하며 링을 바라보았다.
침묵을 지키던 신은 이내 상대할 가치가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지만.
곧 자신의 분노를 이기지 못하고 고에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난 그런 놈들 몰라!”
“그건 알 수 없지.”
“빌어먹을! 사모아 고! 내가 사람을 잘못 봤군! 감히 날 의심해? 내가 이 업계에 쌓아온 길을 모두 봐놓고도?!”
“그렇기에.”
“……?”
“인간은 그렇기에 추악해질 수 있는 거다. 신. 가진 게 많을수록 말이야.”
그 말을 들은 신은 곧바로 고의 안면에 펀치를 날려 대답을 해주었다.
사람이 해서 될 말이 있고 안 될 말이 있다. 방금 사모아 고의 말은 신의 분노를 완전히 자극했다.
[Uoooooooooooooooooooohhh!]
고도 지지 않고 반격했고 두 사람은 링 위에서 한동안 주먹질을 해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초대형 스크린에 영상 하나가 재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