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45.
수요일 밤의 PWA.
위클리 쇼가 시작됨과 동시에 한 남자가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바리게이트를 넘어 링에 들어왔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모두가 그 모습을 단박에 알아봤다.
거대한 몸집.
주먹에는 테이핑을 해서 착실하게 싸울 준비를 해왔다.
그는 바로 사모아 고였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이어지는 팬들의 챈트.
고향으로 돌아온 슈퍼 스타.
사모아 고는 흡족한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그것은 연기가 아니었다.
자신이 ‘메이저’ 프로레슬링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큰 발판이 되어준 것이 바로 PWA였다.
2,000명 규모의 작은 경기장.
그럼에도 고는 이곳의 팬들이 세상 누구보다도 값진 존재임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말했다.
“다들 지금 내가 여기 왜 나왔는지 이유도 모르고 환호를 보내는 게 지금 PWA의 수준을 보여주는군.”
[Yeeeeeeeeeeeeeeeeaaahhh!]
[Boooooooooooooooooooo-!]
환호와 야유가 뒤섞였다.
당당하게 말하는 고의 모습 자체에 카리스마를 느끼는 이도 있었고, 반대로 야유하는 이도 물론 존재했다.
고는 잘 넘겼다.
그 ‘웃음’이 각본과는 어울리지 않았지만, 그는 오히려 그것을 애드리브로 승화해서 멋지게 받아넘겼다.
그게 바로 프로레슬링의 연기.
사모아 고는 훌륭한 선수였다.
“안타깝지만 오늘 수요일 밤의 PWA는 열리지 않을 예정이야. 왜냐고? 내가 이 링을 장악할 생각이거든.”
[Uoooooooooooooooooohhhh!]
고는 링 아래로 내려갔다.
경기를 중계하던 캐스터와 해설자가 순간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아무래도 사모아 고가 미친 것 같습니다.”
“더 스쿼드와 관련되어서 아직도 신을 의심하고 있는 것 같군요.”
“하지만 과연 가능할까요? PWA 선수들이 얼마나 많은데 혼자서 링을 점거한다는 말이…….”
그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자신이 넘어온 바리게이트로 돌아간 고가 그 너머에서 뭔가를 꺼냈다.
바로 가방이었다.
안에서 흉흉한 물건이 삐져나온.
[Uooooooooooooooohhhh……!]
각목과 야구 배트가 가득 담긴 가방을 본 캐스터진도 순간 침묵했다.
고는 그걸 가지고 링으로 올라오며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물론, 물리적으로 나 혼자 이곳을 점거하는 건 불가능하지. 그래서 말하는데, 누구든 날 제압하려는 놈 셋은 확실히 골로 가게 될 거야.”
[Waaaaaaaaaaaaaaaaaaggghhh!!]
“너희에게 그럴 만한 Ball이 있을까 모르겠군. PWA 개자식들아.”
링 중앙에 털썩 주저앉는 고.
가부좌를 튼 그가 각목을 어깨에 걸쳤고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흘렀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계속해서 이어지는 챈트.
사모아 고는 그저 입장로를 가만히 노려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군가 움직였다.
PWA의 반응이었다.
바리게이트를 몰래 넘어온 보안요원들이 사모아 고의 뒤를 잡았다.
[Boooooooooooooooooooooo-!]
쏟아지는 야유.
팬들이 원하는 것은 제대로 된 선수가 나와서 고와 맞서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대신 PWA는 보안요원들을 먼저 내보내, 고를 잡으려 했다.
욕을 먹더라도 당연한 상황.
하지만 고는 속지 않았다.
보안요원들이 동시에 링에 올라왔고, 진동으로 알아차린 고가 돌아서며 각목을 힘껏 휘둘렀다.
“윽?!”
“크윽……!”
놀라 물러서는 보안요원들.
그리고 그들은 깨달았다. ‘뒤를 잡았다’고 하는 그들의 이점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고가 움직였다.
뻐억-!
[Y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의 환호 속에서 각목과 주먹에 얻어맞은 보안요원들이 나가떨어졌고 고는 다시 자리에 털썩 앉았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카리스마 넘치는 모습이었다.
그 모습을 고릴라 포지션에서 지켜보고 있던 신은 씨익 미소를 지었다.
‘생각대로군.’
사모아 고는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각본을 완벽하게 소화하고 있었다.
팬들은 그걸 의심하지 않았다.
고는 충분히 그럴 만한 선수였다.
그리고.
“신!”
챔피언의 차례가 돌아왔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Yeeeeeeeeeeeeeeeeeeaaahhh!]
시작되는 음악.
이어지는 환호.
신은 어깨에 WWF 월드 챔피언 벨트를 걸친 채 커튼을 걷고 나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챈트를 보내기 시작했다.
그런 가운데.
사모아 고는 입술을 질겅질겅 씹으며 링으로 다가오는 신의 모습을 가만히 노려보았다.
신도 고를 노려보았다.
그리고 점차 신이 가까이 다가오자 각목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하지만 신도 열이 받은 상태였다.
PWA에 멋대로 돌아온 고가 어째서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지, 그는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였다.
“지금 장난하자는 거냐?”
신은 마이크를 손에 쥐고 링 위로 천천히 올라가면서 말을 꺼냈다.
“아직도 내가 그 스쿼드 놈들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하지만 번지수를 잘못 짚었어! 고!”
“그래, 나도 알아.”
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의외로 순순했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네가 주모자겠지.”
[Uooooooooooooooohhhh!]
그는 아직도 의심하고 있었다.
“지난 월요일의 나이트로는 봤나?”
ACW 나이트로.
거기에서 스쿼드가 다시 나타났다.
“너와 내가 그 개자식들이 보낸 비디오 메시지를 보던 시점이었지.”
대니얼 라이언과 러셀 오메가의 경기에 스쿼드 멤버들이 난입했다.
“왜 그런 짓을 사주한 거지, 신?”
“……말이 안 통하는군.”
신이 링 안으로 들어섰다.
고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두 사람 사이에 또 긴장감이 흐르기 시작했다.
Face To Face.
[Uooooooooooooooooohhh……!]
비명을 지르는 팬들.
언제, 누가 먼저 펀치를 날리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Sierra! Quebec! Uniform! Alfa! Delta! The Squad……!]
스쿼드의 테마가 나왔다.
그와 함께 이어지는 등장.
이번에도 관객석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그들.
상황이 순간 치열해졌다.
[Uooooooooooooooooooohhh?!]
야유는 나오지 않았다.
최근 데뷔한 신인들 사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멋진 비주얼의 스테이블.
그들이 링을 포위했다.
하지만 쉽게 안으로 들어오지는 못했다. 신 역시도 고의 가방에서 야구 배트를 꺼내 쥐었기 때문이었다.
대치 상황이 이어졌다.
고는 신을 더 경계했고 그런 가운데 딘 앰브루스가 한숨을 내쉬며 링 아래로 내려가 마이크를 들고 왔다.
그리고 말을 시작했다.
“신, 우리가 이럴 필요는 없잖아?”
“…….”
“굳이 당신까지 말려들게 하고 싶지는 않아. 그럴 대상이 아니니까.”
“제기랄.”
신이 한숨을 내쉬었다.
“뭔 개소리를 하는 거야?”
[Yeeeeeeeeeeeeeeeeeeaaahhh!]
“너희 셋이, 대체 뭐가 뛰어나서 이렇게까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지. 나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신은 세 사람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한 가지는 확실하군. 너희는 사람을 열 받게 만드는 재주가 있어.”
[Waaaaaaaaaaaaaaaaaaggghhh!]
“너도 말이야! 고! 아! 제기랄! 이제 못 참겠다! 정말로!”
신으로서는 억울한 상황이었다.
자신은 아무 관련도 없는 스쿼드와 엮였다는 이야기를 계속 듣지를 않나.
마이크를 내던진 그는 눈앞에서 자신을 경계하던 고부터 공격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었다.
[Uoooooooooooooooooohhh?!]
순간 신이 정말로 스쿼드의 리더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신이 나서 안으로 들어온 세스 롤링스를 향해 달려든 신은 그대로 스팅거를 날리며 포지션을 확실히 했다.
쩌억-!
그는 지금 눈에 뵈는 게 없었다.
안으로 들어온 딘 앰브루스가 그 허리를 붙잡고 제압하고자 했다.
그러면 로만 레긴스와 세스 롤링스가 앞에서 공격을 하는 게 바로 스쿼드의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세스 롤링스는 스팅거에 맞고 바로 나자빠진 상황이었다.
신은 달려드는 로만의 다리 사이를 힘껏 걷어찼다.
퍼억-!
[Uooooooooooooooohhh?!]
통쾌한 로-블로.
로만 레긴스가 나자빠졌고 신은 곧바로 허리를 비틀어 딘 앰브루스의 손을 떨쳐냈다.
그리고 헤드벗을 날렸다.
뻐억-!!
[Yeeeeeeeeeeeeeeeeeaaaahhh!]
나자빠지는 딘.
뒤이어 고가 일어섰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각목을 내던지고는 신을 향해서 달려들었다.
남자의 싸움에 결국 남는 건 주먹뿐이다. 그걸 보여주는 듯한 행동.
서로 분노한 두 사람이 뒤엉켰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이 환호했고.
얼마 후, 충격으로부터 회복한 세스와 로만, 딘 순으로 가세하면서 링 안은 완전히 난장판이 되어갔다.
그리고 점차 기세를 잡아나가는 것은 스쿼드의 세 멤버들이었다.
그들은 무기까지도 썼다.
뻐억-!
부러지는 각목.
“크, 윽?!”
등을 얻어맞은 신이 큰 충격에 휩싸여 무릎을 꿇었다. 세스와 로만이 뒤에서 사모아 고를 마구 밟아댔다.
[Boooooooooooooooooooo-!]
야유하는 관객들.
잔뜩 흥분한 딘은 자신이 바닥에 미끄러져가면서까지 신을 더 밟아댔다.
그리고 로만과 세스가 합류했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신을 들어 올려 세 사람이 팀 피니시 무브인 트리플 파워 밤을 사용하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울려 퍼지는 음악.
[Uooooooooooooooooooohhh?!]
깜짝 놀란 팬들이 일어섰고 무대 뒤에서 누군가 링으로 달려 나왔다.
ACW 월드 챔피언.
러셀 오메가였다.
단숨에 링 위로 올라간 그는 사모아 고와 신을 돕기 위해 스쿼드와 맞섰다.
물론 쉽지는 않았다.
이미 신을 내버려두고 대비하던 스쿼드 세 사람은 러셀이 링 위로 올라오자마자 마구 밟아댔다.
그리고 러셀은 세스만 보았다.
퍼억-!
러셀은 세스에게 태클을 걸어 쓰러뜨리고 마구 주먹을 휘둘러댔다.
물론 로만과 딘도 옆에서 그걸 떼어내려고 했지만 러셀은 버텨냈다.
그리고 그 틈.
그 짧은 순간에 억지로 일어선 신과 고가 합류해 3대3의 구도가 되었다.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멋진 상황에 박수를 보내는 관객들.
신이 딘을.
고가 로만을.
러셀이 세스를.
각각의 선수들이 뒤엉켜 싸워댔다.
딘과 주먹을 주고받던 신은 머리를 힘껏 젖혔다 그대로 헤드벗을 날렸다.
꽈앙-!
둔탁한 소리가 울렸다.
충격을 못 버티고 비틀거리며 뒤로 물러난 딘이 로프에 몸을 걸친 뒤 크게 반동을 주고 다시 달려들었다.
리바운드 래리어트.
쩌억-!
[Uoooooooooooooohhh?!]
살이 찢겨져 나가는 듯한 소리.
하지만 신은 버텨냈다.
팬들은 거기에서 더 놀랐다.
심호흡을 하며 딘을 노려보는 신.
딘은 이렇게 될 줄 몰랐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링 아래로 도망쳤다.
재치 있는 행동이었다.
신이 더 빨랐지만.
도망치는 딘을 보고 코너로 내달린 신이 그대로 로프를 밟고 올라갔다.
그 상태에서 이어지는 문설트.
[Yeeeeeeeeeeeeeeeeeeaaahhh!]
아름다운 반원을 그리며 떨어진 신의 몸이 링 아래에 있던 딘을 덮쳤다.
나머지 두 사람도 제각각 스쿼드의 멤버를 어렵지 않게 제압해나갔다.
마지막에 구원투수로 등장한 러셀은 아예 세스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실컷 두들겨 패서 내쫓았으며.
고는 로만과 공격을 계속 주고받다가 CCS 엔지기리를 사용했다.
쩌억-!!
거대한 육체가 날아올라 순간 반응하지 못한 로만의 연수를 깔끔하게 후려쳤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링 밖으로 나가떨어지는 로만.
그렇게 스쿼드 세 사람이 링 바깥으로 나갔고, 팬들은 클린해진 상황을 보면서 계속해서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링 위로 올라간 신이 곧바로 몸을 추스르던 사모아 고에게 달려들었다.
머리를 부딪치며 금방이라도 충돌할 것처럼 서로 씩씩거리는 두 사람.
그걸 러셀이 말렸다.
“적당히 좀 해!”
그 힘에 못 이기는 척 물러선 신과 고는 계속해서 서로를 노려보았다.
상황은 굉장히 복잡했다.
신과 고는 아직도 대립 중이었고, 스쿼드가 왜 나타났는지, 러셀은 왜 이곳에 와서 신과 고를 도왔는지.
그 이야기를 정리하기 위해.
러셀이 마이크를 들었다.
그는 관객석을 통해 도망치고 있던 스쿼드의 세 사람에게 소리쳤다.
“이봐! 얘기 좀 듣고 가지.”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다들 놀랐을 거야. 너희도 그렇고. 여기 관객들도. 내가 왜 여기에 나왔는지. 어떤 입장인지 궁금하겠지.”
러셀은 그렇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는 중재자의 입장이었다.
동시에.
싸우기 위해 이곳에 왔다.
“너희는 레슬러냐? 아니면 그냥 조끼 입은 애새끼들이냐. 어디 한번 오늘 붙어보자고. 3대3으로 말이야.”
[Yeeeeeeeeeeeeeeeeeeaaahhh!!]
환호하는 팬들.
그 말에 딘 앰브루스가 열이 잔뜩 받아 다시 링으로 달려가려고 했지만 세스 롤링스가 어깨를 잡고 말렸다.
로만 레긴스는 침묵했다.
진중한 표정으로 러셀을 노려보고 있는 그 모습을 본 팬들은 감탄했다.
신&사모아 고&러셀 오메가.
VS.
더 스쿼드.
그렇게 경기가 성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