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60화 (560/634)

Dark Match 46.

첫 번째 일을 마치고 락커룸에서 좀 쉬고 있자니, 얼마 지나지 않아 빙 돌아온 스쿼드 멤버들이 돌아왔다.

나는 손을 들며 인사했다.

“어, 고생 많았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잔뜩 들떠 보이는 녀석들.

나는 그 기분을 이해했다.

원래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서 저러고 있으면 즐거운 법이었다.

원래는 좀 툭탁거렸던 세스와 딘도 이제는 완전히 서로 사이가 좋아진 것 같았으니, 앞으로도 잘 지내겠지.

그 말처럼.

“아까 관객 반응들 봤냐?”

“야, 아까 누가 내 몸 만지던데.”

“그건 원래 다 그래.”

세 사람은 내 뒤쪽에 앉아서 신나게 아까 링에서 있었던 일을 떠들었다.

“…….”

난 그걸 묵묵히 듣고 있었다.

왠지 이러니까.

내가 늙은 거 같았다.

나는 가볍게 얼음찜질을 하면서 통증을 가라앉히고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러자니 말을 걸어오는 딘.

“신!”

슬쩍 돌아보자.

“저도 얼음 좀 주세요.”

그 말에 나는 옆에 있던 수건을 하나 집어들고 얼음을 담아 휙 던졌다.

“Thanks.”

웃으며 대답하는 딘.

하지만 그 옆은 경악했다.

세스와 로만.

“뭐야. 무슨 일인데?”

“아니, 너 이런 거 해도 되냐?”

“안 될 게 뭐 있어.”

세스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 딘은 그대로 아까 내게 맞은 이마에 얼음을 올려놓고 쉬었다.

나는 어쩐지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로만과 세스를 보고는 피식 웃었다.

“너희들도 해라.”

“하, 하지만. 신.”

“여기서는 그래도 돼.”

나는 얼음을 싸서 건네줬다.

잠시 얼이 빠져 있던 두 사람이 얼음주머니를 받아서 찜질을 시작했다.

프로레슬링 업계의 대표적인 똥군기 중 하나.

얼음찜질은 짬이 찬 선배들만 한다.

적어도 락커룸 안에서는.

그래서 나도 예전에 테이커와 있을 때만 눈치 살살 봐가면서 했었다.

하지만 일을 두 번 하는 날에는 락커룸에서 찜질을 해줘야만 했다.

조명의 열기와 팬들의 열기.

그리고 직접 주먹질을 해대는데 당연히 몸을 좀 식혀줘야지 않겠는가.

그럼에도 업계에는 오랫동안 얼음찜질은 선배들만 한다는 룰이 존재했다.

‘슬슬 사라져가는 추세지만.’

고민하던 나는 이내 물었다.

“그러고 보니. 너희는 둘 다 산하단체 소속인데 거기서도 얼음찜질 못 하냐?”

“아뇨, 그건 아닌데.”

세스 롤링스가 대답했다.

“아무래도 조심하라고 헌터가 말을 해줘서 그냥 가만히 있었죠.”

“눈치껏 해. 눈치껏.”

나는 피식 웃으며 이야기했다.

“로만. 너는 어떤데.”

“저희도 딱히 터치는 없습니다.”

“그런데 왜 눈치를 봐?”

“저도 그렇게 배워서요.”

머쓱한 듯 머리를 긁는 로만.

꼽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다들 조심한다는 묘한 결론이 나왔다.

“여기서는 그럴 필요 없어.”

내가 굳이 ‘어디서도’라는 말을 쓰지 않은 이유는 간단했다.

나는 PWA에서는 완벽하게 내가 원하는 대로 팀을 이끌어나갔지만.

WWF나 ACW는 아니었다.

그렇기에 그곳에 소속된 두 사람이 행여나 내 말을 듣고 섣불리 행동했다가 욕을 먹기라도 하면.

그리고 혹시나 내 이름을 대면.

‘끔찍하겠지.’

하지만 다른 단체에 그런 식의 똥군기가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딱히 문제가 될 만한 일은 아니라고 느꼈다.

왜냐면.

“이봐, 신.”

“여기 있으면 있다고 해야지.”

바로 그때, 고와 러셀이 락커룸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역시나.

예상대로 두 사람은 로만과 세스가 얼음찜질을 하건 말건 신경 쓰지 않고 다가와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아, 맞다.”

“맞다는 무슨.”

“덕분에 한참 돌아다녔어.”

똑같이 얼음찜질을 시작하는 둘.

그 옆에서 나도 똑같이 얼음찜질을 하면서 우리는 잠시 휴식을 취했다.

모니터링TV로는 현재 방영 중인 우리 방송이 나왔고 나는 한동안 그것을 보면서 다른 선수들을 확인했다.

그러자니 농담을 건네오는 고.

고가 농담이라니.

그것만으로도 희귀했지만.

내용이 재밌어서 더 웃겼다.

“얼마 전에 랜스 오튼이 저기다 게임기를 연결해 놀다가 핀레이에게 걸려서 된통 얻어터졌지.”

“푸하하하!”

“진짜다.”

“……정말?”

농담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핀레이가 들어오니까 그게 마치 지금 방영되는 쇼처럼 흉내 내보려던 모습이 일품이었지.”

하지만 랜스 오튼이 자기를 고르고.

CPU로 나를 골라서 헬 인 어 셀 천장 위에서 떨어뜨리는 짓을 반복해 핀레이는 전혀 속지 않았다는 듯했다.

‘이 자식이.’

나중에 엉덩이를 걷어차 줘야지.

그렇게 생각하자니 옆에 있던 러셀이 얼음이 다 녹은 수건을 내려놓고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경기는 어떻게 할 거냐?”

이래서 우리는 한곳에 모였다.

서로 경기에 관해 충분히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 기껏해야 세그먼트를 어떻게 할지 조절하는 게 전부였지.

메인이벤트까지 약 한 시간 반.

딘이 손을 들었다.

“하드코어해도 됩니까.”

“안 돼.”

모두가 입을 모아 말하자 딘은 시무룩해졌고, 다음으로 세스가 손을 들었다.

“제가 당하겠습니다.”

“……그건 당연하잖아.”

딘과 경쟁심을 느낀 탓에 불쑥 던진 모양인데. 워낙 당연한 말이라서 내가 직접 핀잔을 줄 수밖에 없었다.

똑같이 시무룩해지는 세스.

로만은 아예 침묵했고.

나는 쓰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뭐, 너희들도 다 생각이 있어서 그렇게 한 말이겠지만. 좀 흥분했어.”

차근차근 설명을 해나갔다.

좋은 프로레슬링 경기란 무엇인가.

종합격투기라는 실전과 비교했을 때, 액션 영화 같은 스크린과 비교했을 때 우리만의 장점은 무엇인가.

그 중간을 택할 수 있다는 거였다.

일단 스토리를 보자.

“감정이 치열하게 충돌했지.”

“그렇죠. 저희 셋도 러셀이 레슬러냐고 물으니까 싸움에 응할 수밖에 없었단 말이에요. 그렇지?”

“……레슬러.”

로만이 미소를 지었다.

레슬러라 싸우기를 응했다.

그건 분명히 스쿼드가 가진 다각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이제 갓 데뷔한 너희가, 두 챔피언과 고가 포함된 팀과 붙어서 대등하게 싸우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겠지?”

“그야 물론이죠.”

“그랬다가는 욕은 욕대로 먹을 거고 팬들 반응도 완전 개판이 날 걸요.”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

고와 러셀은 조용히 내 말을 경청하고 있는 가운데, 우리는 그런 식으로 지금의 상황을 정리해나갔다.

프로레슬링은 드라마였다.

하지만 동시에 현실의 일이었다.

그래서 사실 스쿼드의 세 사람이 우리와 엇비슷한 실력이라고 부킹해도 전혀 말이 안 되는 일은 아닐 터였다.

‘현실’이란 게 그랬다.

언제 기존의 선수를 잡아먹는 강자가 등장해도 이상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프로레슬링에서 현실은 재료 중 하나일 뿐. 드라마라는 부분이 거기 섞이면서 조심스럽게 접근해야만 했다.

갑자기 아무런 설정도 없이 드라마의 등장인물보다 더 강한 이가 나타난다면 누가 그것을 받아들이겠는가?

더욱이 WWF, ACW, PWA는 각각이 업계의 최전선을 표방하고 있었다.

그러므로 그 안에 들어온 선수는 대부분이 한 수 아래에서 시작했다.

그렇게 성장하고 관객들로부터 인정을 받으면서 자리를 잡아나갔다.

따라서 스쿼드 세 사람은 우리보다 한 수 아래로 둬야 맞는 법이었다.

우리가 그동안 이뤄온 역사가 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경기는 치열해야 하는 법이지.”

나는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일부러 방금 세그먼트를 그렇게 짰다.

오늘 경기는 분명 재미있을 터였다.

* * *

확실히 훌륭한 아이디어였다.

‘교묘하단 말이야.’

그렇게 생각하는 러셀을 포함해, 선수들 모두가 납득한 상태에서 3대3 경기가 시작되었다.

땡땡땡-!

[Waaaaaaaaaaaaaaaaaaggghhh!]

먼저 나선 것은 러셀과 세스.

일부러 비슷한 선수들끼리 엮었다.

두 사람은 시작부터 서로 체인 레슬링으로 맞붙으면서 실력을 보여줬다.

기세는 러셀이 잡았다.

그것도 힘으로.

쿵-!

헤드록으로 세스를 잡은 러셀은 그대로 허리를 걸어 반대편으로 넘겼다.

넘어진 세스.

러셀은 물고 늘어졌다.

거기에 한동안 옴짝달싹도 못 하던 세스는 그대로 다리를 들어 러셀의 머리를 휘감아 조이려고 들었다.

러셀은 기술을 풀고 빠져나왔다.

다시 맞붙는 두 사람.

팬들은 거기에 빠져들었다.

현 시대 최고의 테크니션으로 유명한 러셀 오메가. 거기에 맞선 세스 역시도 꽤 잘 버텨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한 수 아래였다.

다시 이어지는 체인 레슬링.

세스가 러셀의 팔을 꺾으며 공격을 계속 이어가려고 했지만 러셀은 다음 순간 핸드스프링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이어서 펀치.

퍼억-!

[Yeeeeeeeeeeeeeeaaa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물러서는 세스.

그 등짝에 대고 쫘악! 태그를 한 딘 앰브루스가 특유의 껄렁껄렁 대는 행동거지를 유지한 채 링으로 나왔다.

가만히 서 있던 러셀은 이내 뒤로 물러서서 손을 뻗은 신과 태그했다.

쫘악!

“태그!”

[Yeeeeeeeeeeeeeeeeeaaahhh!!]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로프를 잡고 뛰어넘어 호쾌하게 링으로 들어온 신은 그대로 크게 한 바퀴를 돌며 딘과 신경전을 벌였다.

그리고 이내 맞붙었다.

브롤러 간의 싸움.

초장부터 호쾌하게 주먹질이 오갔고 상황은 이전과 별로 다르지 않았다.

신의 해머링에 맞서 해머링을 돌려주며 버텨내던 딘은 이내 헤드벗을 맞고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졌다.

쩌억-!

날카로운 소리.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누워있어, 인마.”

“끙…….”

그대로 일방적인 구타가 이어졌다.

스톰핑으로 구석에 몰린 딘을 짓밟은 신은 그대로 상대가 빠져나가지 못하게 단단히 잡고 들어올렸다.

스냅 수플렉스.

콰앙-!

허리의 반동으로 넘겨 딘을 꽂아버린 신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나 공격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재빠르게 상대를 짓밟는 탑 독 운영. 딘은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흠씬 두들겨 맞으며 계속해서 끌려 다녔다.

신은 상당히 열이 받은 상태였다.

그럴 법도 했다.

그의 스타일과는 달랐다.

신은 업계에서 존중을 배웠다.

그렇기에 고와의 경기를 망친 스쿼드와, 그로 인해 의심 받는 지금의 상황 자체를 좋게 여길 리가 없었다.

거의 폭행에 가까웠다.

주먹, 주먹.

그리고 주먹.

딘의 얼굴을 거의 짓이기겠다 싶을 정도로 힘껏 공격하던 신은 이내 숨을 몰아쉬며 상대를 일으켜 세웠다.

로프 반동.

이어지는 드롭킥.

퍼억-!

깔끔하게 안면을 걷어찬 신이 전방 낙법을 치며 떨어졌다. 딘은 고통스러운 표정과 함께 바닥을 굴렀다.

[Yeeeeeeeeeeeeeeeeeaaaahhh!]

환호하는 팬들.

적어도 이곳 팬들은 자신이 스쿼드와 관련 없다는 신의 주장을 믿었다.

그 정도로 감정이 느껴졌다.

그렇기에 팬들은 그를 응원했다.

“이봐! 딘!”

“일어서! 이렇게 당할 거냐고!”

쓰러진 딘을 보며 스쿼드 멤버들이 일어서라는 듯 마구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 가운데.

다시 자리에서 일어선 신은 가볍게 로프 반동을 하고 쓰러진 딘을 향해서 달려들려고 했다.

그 순간 이어지는 태그.

쫘악-!

“태그!”

[Uooooooooooooooooohhhh?!]

신이 황당하다는 듯 뒤를 돌아보았고 그 등을 후려쳐 태그를 한 사모아 고가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왔다.

그리고 신에게 나가라고 손짓했다.

“당장 링에서 꺼져.”

“뭐?”

“네 그 같잖은 연기를 보고 있으면 속이 뒤틀리는군. 신. 내가 진짜를 보여줄 테니 당장 꺼지라는 말이다.”

“이 새끼가 아직도……!”

“무슨 짓이야!”

로프 밖의 러셀이 놀라 소리쳤지만 이미 늦은 상태였다.

[Uoooooooooooooooohhh?!]

깜짝 놀라는 관객들.

분명 같은 편이어야 할 신과 고가 협력하지 못하고 서로를 몰아붙였다.

이마를 맞대고 가슴을 밀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던 러셀이 안으로 들어와서 고와 신을 떼어놓으려고 했다.

그렇게 베테랑 팀에서 순간 분열이 일어난 것을, 스쿼드는 놓치지 않았다.

딘과 로만 레긴스가 태그를 했다.

쫘악!

“태그!”

선언과 함께 순간 놀란 베테랑들이 돌아보았다. 그리고 고는 신과 러셀을 링 밖으로 밀어내고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로만 레긴스를 돌아보았다.

힘껏 뛰어오르는 로만.

이어지는 수퍼맨 펀치.

원래대로라면 고가 어퍼컷으로 손쉽게 반격을 가할 수도 있었을 테지만.

그러려는 순간 문제가 발생했다.

누군가 고의 발을 붙잡았다.

바로 세스 롤링스였다.

태그가 이뤄지는 시점, 자신의 코너에서 내려온 그가 단숨에 링을 돌아와서 그렇게 순간 기회를 만들었다.

그리고.

빠악-!!

로만의 펀치가 그대로 사모아 고의 안면을 강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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