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47.
경기 시작 전.
사모아 고는 로만 레긴스를 따로 불러 확실히 알아들을 수 있도록 말했다.
[진짜로 때려라.]
[예?]
[봐줄 필요 없어. 대신, 턱은 치지 마.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까.]
고는 자신의 뺨을 툭툭 쳤다.
[여기야. 여기를 때려라.]
두 사람은 같은 사모아인이었다.
프로레슬링 업계의 3대 가문 중 하나인 아너아이 패밀리 출신의 로만.
반대로 사모아 고는 그곳과 관련 없는 그냥 사모아인 출신 레슬러였다.
그럼에도 이 레슬링 업계에서 같은 핏줄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서로 끌어줄 이유는 충분했다.
수퍼맨 펀치는 보다 만화적인 성향이 짙은 기술이었다. 따라서 고는 로만에게 제대로 때리라고 주문했다.
프로레슬링에서는 그게 가능했다.
하지만 그걸 현실처럼 보이게 하려면 제대로 액션을 취해줘야 했다.
그렇기에.
빠악-!!
힘껏 뛰어오른 로만의 주먹이 그대로 고의 안면을 강타하고 지나갔다.
바로 그 순간 세스가 잡고 있던 고의 발을 놓았고 그 몸이 기울었다.
[Uooooooooooooooooohhh?!]
중심을 잃고 쓰러지는 고.
바로 거기에서 흐름이 넘어갔다.
링 안은 혼란에 빠졌다.
로만이 고를 짓밟기 시작했고, 뒤이어 정신을 차린 신과 러셀이 다시 로프를 잡고 위로 올라왔다.
[Uooooooooooooooooohhh!]
당황하는 관객들.
신은 고를 짓밟아대고 있는 로만의 모습을 보고는 황당한 듯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다.
하지만 심판이 그걸 말렸다.
“신! 반칙이야!”
“아니……!”
“나가! 빨리!”
[Booooooooooooooooooooo-!]
야유가 쏟아졌다.
프로레슬링에서 심판의 역할은 이만큼 중요했다. 그들은 때때로 이런 식으로 각본을 함께 수행하고는 했다.
지금도 신이 막아달라고 먼저 말했기 때문에 이루어지는 답답함이었다.
동시에 스쿼드에게는 기회였다.
로만은 고를 자신의 코너로 끌고 가 기다리고 있던 세스와 태그했다.
그리고 계속 이어지는 공격.
고는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팬들은 답답함을 느꼈다.
스쿼드는 자신들에게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고 계속해서 고를 괴롭히며 흐름을 가져갔다.
그게 바로 포인트였다.
신과 고는 전혀 협력하지 못하는 상태. 반대로 스쿼드 멤버인 셋은 훨씬 더 나은 팀 케미를 보여주었다.
기묘하게 밸런스가 맞아 들어갔다.
세그먼트를 통해 만들어진 드라마와 각자의 관계가 어쩌면 쉽게 끝났을 수도 있는 경기를 치열하게 만들었다.
팬들은 베테랑 팀을 응원하면서 어떻게든 경기의 흐름을 가져오기를 원했고, 스쿼드는 거기에 잘 맞섰다.
딘과 세스, 로만이 태그를 통해 번갈아가며 고를 계속해서 공격했다.
딘의 브롤링.
세스의 하이플라잉.
로만의 슬램 무브까지.
그럼에도 고는 꿋꿋이 버텨내면서 결코 쓰리 카운트를 내어주진 않았다.
버틸 수밖에 없었다.
저 빌어먹을 신의 뜻대로 이 경기가 흘러가게 둘 수는 없었다.
고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결국.
무언가를 통해 가장 처음 이득을 보는 녀석이 범인일 수밖에 없으니까.
그런 식으로 계속 이어지던 경기는 신이 나서며 삽시간에 뒤바뀌었다.
고의 계속된 의심.
답답하게 흘러가는 양상.
스쿼드 멤버들의 도발.
그런 상황이 모두 겹치며 폭발한 신은 곧바로 링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달렸다.
[Uoooooooooooooooohhhh?!]
관객들이 삽시간에 바뀔 흐름을 기대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그리고 어느새 반대편 진영까지 도달한 신은 로만과 딘의 다리를 붙잡고 링 아래로 힘껏 당겼다.
퍼억!
떨어지며 링과 충돌하는 두 사람.
심판이 순간 놀라 바라보았지만 제지하기 전 세스가 고를 핀 폴했다.
거기서는 러셀이 나섰다.
로프를 타고 나온 러셀이 세스의 등을 걷어차 고의 핀 폴을 해제했다.
“2!”
심판의 선언.
경기는 점점 혼란스러워졌다.
더 스쿼드 진영에서는 신이 로만과 딘을 공격하며 분위기를 잡아갔다.
물론 스쿼드도 두 사람이 있는 만큼 쉽사리 거기에 당해주지는 않았다.
이번에는 로만이 신의 다리를 잡고 늘어졌고 그사이 딘이 달려들어서 신의 안면에 클로스라인을 날렸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하지만 나오는 것은 환호.
예상과는 다른 반응에 고개를 갸웃거린 딘이 일어섰고, 다음 순간 로만이 깜짝 놀라 손을 뻗었다.
“조심해!”
뭔가 싶어 돌아보자.
러셀 오메가가 로프 위를 내달렸다.
그와 함께 이어지는 다이브.
센톤.
“크억?!”
러셀의 몸을 받아낸 딘은 그대로 충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함께 바닥을 나뒹굴었다.
“딘…….”
순간 당황한 로만.
바로 그때였다.
“네 신경이나 쓰지?”
신이 슈퍼 킥을 날렸다.
쫘악-!
무릎을 꿇는 로만.
그리고 이어지는 러닝 니.
쩌억-!!
“다들 뭐 하는 거야?!”
그런 상황에서 고와 맞서고 있던 세스는 로프 밖으로 몸을 내밀며 갑작스러운 사태에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사이 고가 회복했다.
[Uooooooooooooooooohhh?!]
야수처럼 일어나는 고.
순간 팬들의 반응이 의아해 고개를 든 세스는 아무 상황도 인지하지 못하고 그대로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고 해머.
쩌억-!!
엄청난 소리가 났다.
세스도 순간 팔을 들어서 막아냈지만 충격은 뇌에 고스란히 전해졌다.
‘끄윽?!’
세스는 버티지 못하고 무너졌다.
고의 시간이 찾아왔다.
고대의 야만전사와 같은 분위기.
잔뜩 열이 받은 고는 곧바로 세스를 들어 올려 탑 턴 버클 위에 앉히고 머슬 버스터를 준비했다.
세스와 정면으로 보고.
상반신을 숙이게 해 자신의 어깨에 걸친 상태에서 다리를 잡고 들었다.
[W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와 함께 돌아서는 고.
바로 그때였다.
링 위로 올라온 신이 느닷없이 사모아 고의 안면에 스팅거를 날렸다.
쩌억!!
[Uooooooooooooooooohhh?!]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심판도 같은 편이 같은 편을 공격한 상황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했다.
신은 세스를 놔주고 쓰러진 고를 앞에 두고 마구잡이로 소리를 질렀다.
“내가 이 새끼들하고 한패라고 생각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나는 그 누구의 편도 아니지만 그걸 해명할 이유도 없으니까 말이야!!”
그리고 이어진 행동은 놀라웠다.
링 밖으로 나간 신은 자신의 WWF 월드 챔피언 벨트를 들고 퇴장했다.
팬들이 놀라 바라보자니 세스가 그대로 고의 위를 덮고 핀 폴을 했다.
[1……!]
[2……!]
[3……!!]
땡땡땡-!
울려 퍼지는 링 벨.
스쿼드의 테마가 나왔다.
[Uo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이 경악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충격적인 결말이었다. 그런 가운데, 신은 중지를 들어 사모아 고를 모욕했다.
혼란 속에서 스쿼드 멤버들이 관객석을 통해 퇴장했고 뒤늦게 회복한 고가 고개를 들어 신을 노려봤다.
그렇게 아무도 예상치 못한 결말을 맞이하며 위클리 쇼가 종료되었다.
신과 사모아 고.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한 감정의 골은 점점 깊어갔다.
그리고 동시에.
몇몇 팬들은 정말로 신이 스쿼드와 관계가 있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게 바로 각본의 포인트였다.
이제부터 스쿼드의 존재로 인해 기존에 있던 선수들 간의 분열이 점점 일어날 예정이었다.
* * *
WWF와 ACW, 그리고 PWA.
세 단체가 또 다시 협업을 해나가려고 준비하는 동안, 더 스쿼드의 세 사람은 언제나 똑같은 생각을 했다.
너무나도 과분하다고.
이번 각본은 신인들에게 주어지기에는 너무나도 컸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신은 그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받아먹어라. 너희는 할 수 있어.]
그 기대에 보답하기 위해.
세 사람은 잠까지 줄여가면서 연습에 매진했고, 자신들의 실력을 링 위에서 제대로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더 스쿼드’ 각본은 두 쇼의 시간대가 겹치는 월요일에 주로 진행됐다.
그래야만 스쿼드가 양 단체 모두에서 움직인다는 인상을 줄 수 있었다.
월요일 밤의 버닝콩.
그 오프닝.
링에 나온 것은 러셀 오메가였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하는 팬들.
갑작스러운 등장.
ACW 월드 챔피언이 등장했다.
“지난 수요일, 신의 갑작스러운 행동으로 인해 경기를 망쳤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으니 좀 나오라고. 신.”
그 말에 신이 링으로 나왔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서로를 마주 보는 두 챔피언.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물론 이곳은 WWF인 만큼 신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훨씬 더 거대했다.
하지만 러셀은 개의치 않고 신의 돌발 행동을 과감하게 지적했다.
“나는 네가 스쿼드 멤버들과 관계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어. 그 경기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말이야.”
[Uoooooooooooooohhh!]
“그때 너는 사모아 고의 안면에 스팅거를 먹이면서 경기에서 지게 만들었지. 의도적인 행동이었을 수도 있다는 게 지금의 내 생각이야.”
“이런, 진짜 돌아버리겠네.”
신은 짜증부터 냈다.
“그럼 그렇게 생각하시던가! 러셀! 내가 뭘 어쩌면 좋겠어?! 눈물이라도 흘릴까? 울어서 내 순수를 증명해야 네 속이 풀리겠냐. 그거야!”
[Waaaaaaaaaaaaaaaaggghhh!!]
“엿이나 먹어! 이건 내 스타일이 아니야! 그래! 나는 스쿼드하고 같은 편이야! 음모론이 모두 진짜라고! 펜타곤은 외계인의 존재를 숨기고 있어!”
팬들이 순간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신은 심각했다.
자신이 의심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에 그는 큰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버닝콩의 GM 역을 맡고 있는 숀 시나가 자신의 테마와 함께 등장했다.
[Uooooooooooooooooooohhh!!]
트로이카.
세 사람을 부르는 별명이었다.
숀 시나가 올해 선수 은퇴를 하면서 빛이 바랜 별명이었지만 세 사람은 각 단체의 리더 격인 인물이었다.
지금 당장은 신이 가장 우위에 있지만 언제 변할지 모르는 세 사람.
시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얘들아, 의심은 나쁜 짓이야.”
[Booooooooooooooo-!]
[Yeeeeeeeeeeeaaahhh!!]
여전히 의심받는 아이콘, 숀 시나.
하지만 조금은 변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확실히 신, 네 행동은 좀 섣불렀어.”
“뭐?”
“그 세 사람이 어디서 어떤 음모를 꾸미고 있는지 또 알 수 없어졌잖아.”
“제기랄, 이건 네 일이 아니야! 시나! 적당히 하고 빠지란 말이다!”
“아니, 이건 우리 모두의 문제야.”
시나가 상황을 정리했다.
“더 스쿼드. 좋은 이름이지. 하지만 그거 알아? 군대에서 일컫는 ‘분대’는 보통 네 명으로 구성된다는 거?”
“…….”
“…….”
“누군가 더 있을지도 모른다는 거지. 아마 그놈이 주동자겠고.”
러셀이 약간 놀란 얼굴로 슬그머니 신을 가리켰다.
신은 그 손을 후려쳐 내리게 했다.
약간의 유머 포인트.
“누구 짓인지는 몰라도, 그 자식들은 이 초대형 스크린에 자기들 영상을 나오게 하지 않나, 아주 웃기는 짓거리를 해대고 있단 말이야.”
그들이 누군지 밝혀내야만 했다.
그 뒤에 누가 있는지.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팬들의 시선이 몰린 순간.
다시 초대형 스크린에 더 스쿼드의 백스테이지 세그먼트가 흘러나왔다.
[Uooooooooooooooooohhh!]
[아주 멋진 밤이었지.]
딘 앰브루스가 이야기했다.
[우리는 두 챔피언을 상대로 승리했어. 그리고 WWF에서 가장 흉포한 남자를 이 세스 롤링스가 제압했지.]
세스 롤링스가 어깨를 폈다.
[러셀 오메가. 네 말은 일리가 있었어. 확실히 우리 목적을 위해서는 솜씨를 보여줘야 할 이유가 있겠지.]
손을 뻗는 딘 앰브루스.
거기에 로만과 세스가 각각 주먹을 대면서 스쿼드의 포즈가 완성되었다.
[우리는 ACW로 간다.]
순간 당황하는 러셀.
그렇게 스쿼드의 백스테이지 세그먼트가 끝났고 숀 시나가 마이크를 손에 쥐고 상황을 정리했다.
“내 말이 바로 이거야.”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스쿼드를 운용하는가.
“물론 권력을 가진 놈이겠지.”
러셀이 손을 들었다.
신은 거기에서는 참지 못했다.
“이 벨트가 권력이라고?!”
러셀을 향해 다가가는 신.
“말도 안 되는 소리하지 마! 러셀! 나에게 있어 이 벨트는 책임이야! 나는 그걸 긍지로 생각하는 남자라고!”
“알아. 알아. 신.”
러셀이 신을 진정시켰다.
그것이 현재 두 사람의 관계를 보여줬다. 그 사이에 선 시나가 쓰게 웃으며 무언가 말하려고 했지만.
러셀이 먼저 나섰다.
“하지만 그렇다면, 정말 네 말이 맞다면, 넌 그걸 증명해야 한다고.”
“내가 왜?”
“실제로 그걸로 널 의심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싫으면 어쩔 수 없지만.”
그래도.
응당 챔피언은 그래야만 했다.
“Fine!”
신이 버럭 소리쳤다.
그리고 시나와 러셀을 번갈아 돌아보며 자신의 상황을 이야기했다.
“사모아 고를 불러와! 다시 붙어보자고 그 개자식한테 전하라고!!”
“신, 고는 지금 너무 흥분한 상태라 내가 집에서 대기하게 해뒀어.”
“스쿼드가 ACW에 있으면 여기에 방해할 놈이 아무도 없다는 말인데 대체 왜 그렇게 한 거야!”
“그조차 알 수 없으니까.”
시나의 그 이야기는 흥미로웠다.
“지난주에도 버닝콩에 있는 척하면서 ACW를 습격했던 놈들이라고.”
WWF, ACW, 그리고 PWA.
세 단체를 아우르며 영향력을 끼칠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한 힘의 소유자.
그건 과연 누구인가.
팬들은 깊은 호기심을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