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63화 (563/634)

Dark Match 49.

11월 말의 합동 페이퍼뷰까지 이어질 거대한 스토리가 헬 인 어 셀을 통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려고 했다.

업계 전체를 들썩이게 만들었던 더 스쿼드의 마지막 멤버, 아니, 그들의 클라이언트가 드디어 밝혀진 것이다.

바로 업계의 혁명가.

폴 헤이건이었다.

그는 스쿼드를 이용해 경기가 끝난 뒤 사모아 고를 완전히 박살 냈고, 신을 구하며 자신의 속내를 드러냈다.

그런 상황에서 신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지만 딱히 반항하지는 않으면서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WWF 버닝콩이 개최되었다.

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콰쾅-!

[Waaaaaaaaaaaaaaaaaaggghhh!]

터져 오르는 폭죽.

그와 함께 이어지는 환호.

[Welcome~! To Monday Night!]

[Buuuuuurrrrrning Konnggggggg!!]

해설자들의 외침과 함께 곧바로 숀 시나의 테마 음악이 시작되었다.

현재 버닝콩의 제너럴 매니저.

[Waaaaaaaaaaaaaaaagggghhh!!]

[Boooooooooooo……!]

야유가 많이 줄었다.

그동안 선수가 아닌 보조역으로 계속 출연했던 시나는 결국 푸시란 푸시는 다 받아먹는다는 논란과 역반응으로부터는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하지만 그만큼 환호도 줄었다.

그런 상태에서 선수가 아닌 GM으로서 제 역할을 다해주며 악역과 선역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있는 시나.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링에 오른 그는 마이크를 잡고 보다 더 자유롭게 이야기를 정리해나갔다.

“다들 어젯밤 페이퍼뷰에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봤을 테지. 헤이건이 돌아왔어. 또 다시. 질리지도 않고.”

[Boooooooooooooooooooooo-!]

헤이건에 대해서 쏟아지는 야유.

“지금 내가 궁금한 건 하나. 폴 헤이건과 관련된 일을 과연 WWF 월드 챔피언이 알고 있었는지 뿐이야.”

입장로를 돌아보는 시나.

그리고 신의 테마가 흘러나왔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Waaaaaaaaaaaaaaaaaaaggghhh!]

당연하다는 듯 나오는 환호.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벨트를 들고 링으로 나온 신은 눈앞의 시나와 아주 잠깐 눈을 마주보고는 그대로 손을 내밀어 악수했다.

그 표정이 사뭇 진지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마이크워크.

“시나. 나는 결백해.”

“그걸 확인해보고 싶었어.”

“정말이야. 만약 내가 스쿼드 놈들의 통제자였고 헤이건과 함께 그 빌어먹을 짓에 동참할 생각이었으면 왜 내가 사모아 고를 정당하게 이긴 시점에서 그런 식으로 사실을 밝혔겠어?”

그 말은 타당했다.

신은 정말로 억울하다는 얼굴이었고 지금 이 상황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이 벨트를 들어올렸다.

[Yeeeeeeeeeeeeaaahhh……!]

거기에 쏟아지는 환호.

바로 그때였다.

[Sierra! Quebec! Uniform! Alfa! Delta! The Squad……!]

스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카메라가 링 전경을 찍기 시작했고 관객석을 통해 그 모습을 드러낸 스쿼드 멤버들이 천천히 링을 에워쌌다.

신과 숀 시나는 그 모습을 경계하며 바라보았다.

그리고 뒤를 이어.

스쿼드 멤버들이 각각의 링 에이프런 위로 올라와 그들을 포위했다.

[Uooooooooooooooohhh……!]

일촉즉발의 상황.

팬들의 비명과 함께 한 남자의 목소리가 링을 순간 관통했다.

“Ladies And Gentlemen!”

바로 폴 헤이건이었다.

“My Name! Is! Paul Heygun!”

[Boooooooooooooooooo-!]

쏟아지는 야유.

하지만 그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팬들도 헤이건이 링에 올라와 대체 무슨 말을 할지를 기대하고 있었다.

“저는 지금 링 위의 두 아이콘이 설명하는 ‘어제의 그 일’에 대해서 할 말이 있어 여기에 나왔습니다.”

링으로 올라오는 헤이건.

그는 이렇게 설명을 정정했다.

“아, 한 명은 ‘과거’의 아이콘이죠.”

[Uoooooooooooooooohhhh!]

시나의 표정이 순간 굳어졌다.

신도 딱히 헤이건이 건넨 농담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거기에서 대충 지금의 상황이 정해졌다.

헤이건은 미소를 지었다.

악마의 책사.

그는 설득을 시작했다.

“신, 신. 잠깐. 5분이면 돼. 혹시 내가 하는 말을 들어줄 마음이 있나?”

“내가 왜 그래야 하지?”

“자네에게도 득이 될 이야기니까.”

헤이건은 확신에 차 말했다.

“날 믿어. 이건 자네가 어떤 레슬러인지에 대한 얘기야. 앞으로 어떤 레슬러가 될지를 정할 수도 있겠지.”

“심리 상담인가.”

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는 그대로 헤이건에게 한번 지껄여보라는 듯이 제스처를 보냈다.

“자네가 누구인가?”

헤이건은 곧바로 말을 시작했다.

“이 업계 역사상 가장 위대한 레슬러야. 신. 자네는 캐스켓-테이커를 레슬 임페리움에서 쓰러뜨린 유일한 남자라고! 아니, 그 위대한 업적조차 자네의 그 완벽한 커리어에 비하면 미세한 먼지 조각에 불과하지!”

헤이건은 감정을 담아 말했다.

과장된 제스처와 동작.

거기에 팬들이 빠져들었다.

“자네는 숀 시나를 레슬 임페리움에서 꺾고 두 단체의 월드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건 최초의 남자가 되었지!”

헤이건은 시나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 남자가 자네가 두려워서 은퇴를 선택하게 만들었어! 놀랍지 않나?! 그 불굴의 Never Give Up을!”

[Uoooooooooooooooooohhhh!]

확실한 도발.

시나가 순간 화를 참지 못한 채 주먹을 쥐었고 헤이건은 신의 뒤로 숨으면서 계속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신은 반응하지 않았다.

계속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거 아나?”

“…….”

“정점에 이르면 남는 게 무엇일까?”

남는 건 추락뿐이었다.

“하지만 그거 아나? 이 폴 헤이건은 지금까지 수많은 레슬러 나부랭이들을 봐왔어. 또한 그들의 재능을 감히 평가하고 내 욕심을 채우려 들었지.”

그 욕심이란 무엇인가.

헤이건은 이렇게 말했다.

“최고의 레슬러를 내 손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나는 단지 그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지.”

그리고.

현재로서 그 최고의 레슬러라는 직함이 가장 어울리는 것이 신이었다.

“하지만 자네는 스스로 한계를 두면서 그 자리를 망치려 하고 있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야?”

“내게는 보여, 신. 자네가 스스로의 한계를 정해두려는 모습이 말이야.”

궤변이었다.

하지만 현실을 빗댄 궤변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법이었다.

헤이건은 미소를 지었다.

신은 챔피언 벨트를 잃었다.

ACW 월드 챔피언 벨트.

하지만 바로 그게 그 순간 러셀 오메가가 신을 넘어섰다는 말일까?

헤이건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좀 더 영리하게 굴자고. 신. 넌 숀 시나가 아니야. 러셀 오메가도 아니지. The Only! The Mighty! 신이라고!”

그런 남자가 자신을 보기 위해서 값을 치르는 팬들을 위해 매일 몸이 부서져라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그러니 러셀 오메가 같은 머저리에게 당할 수밖에 없지! 안 그런가?!”

좀 더 영리해져라.

헤이건은 그걸 요구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그동안 신을 괴롭혀온 더 스쿼드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내가 자네를 위한 전사들을 조직해왔지. 이들은, 자네의 뒤를 이어서 이 업계를 이끌어나갈 재목들이야.”

헤이건이 스쿼드 멤버들을 각각 지목하면서 다시 한 번 팬들과 프로레슬링 유니버스 앞에서 소개했다.

“딘 앰브루스!”

카메라가 머리를 올백으로 넘긴 딘 앰브루스의 얼굴을 잠시 비췄다.

“로만 레긴스!”

긴 머리의 사모안, 로만 레긴스가 무표정한 얼굴로 머리를 넘겼다.

“세스 롤링스!”

브릿지를 넣은 세스 롤링스까지.

세 스쿼드 멤버는 제일 작은 세스가 185센티미터로 분명히 세 사람이 함께 있을 때는 엄청난 포스를 보였다.

이제 여기에 중심을 잡아줄 신이 함께라면, 헤이건은 두려울 게 없었다.

“자네가 지금 내밀어진 내 손을 잡기만 하면 우리는 이 업계를 지배할 거야. 과거의 n.W.o처럼 말이지.”

“…….”

그것은 강렬한 유혹이었다.

폴 헤이건이 그리는 그림은 컸다.

“나는 이들과 자네를 포함해 이 업계에 다시 한 번 경종을 울릴 거야.”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고.

‘맥센’과 ‘터너’의 대표되는 프로레슬링 업계는 사라져야만 한다. 그것이 바로 헤이건이 주장하는 바였다.

“지금 당장 정하라는 말은 아니야. 신. 자네가 이들의 솜씨를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직접 보여주지.”

헤이건은 시나를 돌아봤다.

“어떤가. 제너럴 매니저. 이들의 제물이 될 선수들을 내어줄 수 있나?”

“폴 헤이건…….”

“두렵다면 하지 않아도 좋아. 그렇다면 우리는 ACW나 PWA 같은 ‘진짜 전사’들의 단체로 넘어가야겠군.”

“아니, 좋다.”

시나가 헤이건을 위협하듯 다가섰고 거기에 스쿼드 멤버들이 링 안으로 들어와서 자신들의 떡대를 과시했다.

시나는 그들을 돌아보며 말했다.

“너희에게 정말 그럴 용기가 있다면 내가 이 업계에서 최고들을 소개해주지. 어디 한번 그들과 싸워봐라!”

그런 와중에도 신은 무표정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 * *

쇼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폴 헤이건이 말한 ‘혁명’이 다시 업계에 어떤 식으로 불씨를 일으킬까.

모두 그것을 기대하는 가운데 이어진 쇼. 중반쯤이 되어서 딘 앰브루스의 싱글 매치가 시작되었다.

그 상대는 롤프 지글러.

스피릿 스쿼트라는 남자 치어리더 콘셉트로 WWF에 데뷔해 조금씩 성장한 입지전적인 스타일의 레슬러였다.

미들급 타이틀도 몇 번인가 차지해보았지만 지금은 약간 하향세였다.

그 상대인 딘 앰브루스.

188에 달하는 큰 키.

다소 근육이 빠진 슬림한 체격이었지만, 그 디테일한 행동에서는 형언하기 힘든 ‘똘기’가 있는 선수였다.

서로 평등한 관계인 스쿼드 내에서도 마이크워크를 자주 해서 팬들 사이에서는 인지도가 가장 높았다.

그렇기에 솔로로 나섰다.

땡땡땡-!

시작되는 경기.

브롤러 스타일의 딘은 초장부터 롤프를 몰아붙였고 반격을 당하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승기를 잡아나갔다.

그리고 결국 경기를 따냈다.

최후반.

서로 지친 상황에서 지글러가 비틀거리며 일어섰고 그 앞으로 다가간 딘이 ‘더티 디즈’를 선사했다.

더블 암 DDT.

상대의 머리를 겨드랑이 밑에 끼우고, 양팔을 고정해 붙잡은 상태에서 곧바로 지면에 등부터 떨어지는 딘.

투콰앙-!

이어지는 핀 폴.

쓰리 카운트가 이어졌고, 경기에서 승리한 딘은 그대로 특유의 흐느적거리는 동작으로 세리모니를 펼쳤다.

팔을 마구 휘저으며 쓰러진 롤프를 걷어차고 모욕하며 링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조금씩.

반응이 올라왔다.

[Boooooooooooooooooo……!]

스쿼드 멤버 중 하나에 불과한 딘에게조차 큰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프로레슬링 업계 전체가 고대하면서 밀어주었던 보람이 있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제 역할을 해낸 딘이 롤프와 함께 락커룸으로 돌아오자, 선수들이 나서서 칭찬을 해주었다.

“좋아, 좋아.”

“고생 많았다! 롤프!”

“딘도 잘했어.”

“헤헤, 고맙슴다.”

특유의 너스레를 떨며 대답한 딘은 동료들이 기다리는 락커룸으로 돌아가 그들과 일단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아직까지 다른 단체의 메이저 쇼가 영 어색한 딘은 자연히 스쿼드 멤버들과 더 친밀하게 지냈다.

이 외에는 이 일에 가장 큰 도움을 주고 있는 신이나 헤이건 정도?

어쨌든 신이 밀어준다고 공언했기에 다른 선수들도 그다지 큰 불만은 갖지 않고 있는 상황이었다.

결국 신이 회사의 아이콘으로 성장하면서 받는 돈은 더 많아졌으니까.

그리고 더 많아질 테니까.

더 많은 스타가 탄생하면.

그게 싫다면 자신이 부킹에 관여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면 그만이었다.

확실히 그들이 보기에도 스쿼드 삼인방은 각자 개성 넘치고 분명한 재능이 엿보이는 선수들이었다.

이어진 메인이벤트.

폴 헤이건이 직접 매니저로 참가해서 로만 레긴스와 세스 롤링스의 태그 팀 매치를 링 아래에서 지켜보았다.

그 상대는 현 WWF 태그 팀 챔피언인 론 트루스&코피 퀸스턴 팀이었다.

두 사람 다 롤프와 비슷한 위상의 선수들. 하지만 챔피언 벨트를 두르고 있는 만큼 더 강한 설득력을 가졌다.

하지만 스쿼드는 그들에게 맞서 밀리지 않고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테크니션이자 하이 플라이어인 세스 롤링스와 파워 하우스 계통의 로만 레긴스가 합이 꽤 잘 맞는 편이었다.

개중에서도 로만 레긴스는, 폴 헤이건과 PWA 산하의 트레이너들에게 몇 가지 기술을 더 전수받은 상태였다.

그렇기에 자신이 100% 힘을 발휘할 수 없는 파워 하우스에 머무르지 않고 훨씬 더 나은 모습을 보여줬다.

그걸 백스테이지에서 모니터링TV로 지켜보고 있던 신은 생각했다.

로만 레긴스.

WWF의 마지막 아이콘.

그의 시대 이후로 WWF는 저물어가는 해가 되었고 끝내 살아나지 못했다.

누군가는 로만이 재능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지만, 신은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보다 큰 자율성.

캐릭터의 일관성.

여러 부분에서 전생과 비교했을 때 지금이 더 나아질 수 있는 선수였다.

전생에서 그가 실패한 이유는 로만 레긴스에게 맞지도 않는 숀 시나의 옷을 입히려고 했기 때문이었다.

‘다 바트의 작품이었지.’

신은 쓰게 웃으며 생각했다.

그런 바트도, 이제는 없었다.

먼 곳으로 가버렸다.

증오도 분노도 없는 그곳에서 부디 바트 맥센이 마음의 평화를 찾고 레슬링을 지켜봐주기를.

‘그곳에서는 편안하시죠?’

신은 그리운 바트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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