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64화 (564/634)

Dark Match 50.

더 스쿼드는 이제 매주 월수금, 혹은 월수목을 TV에 출연할 예정이었다.

1주차는 WWF, PWA, ACW.

2주차는 ACW, PWA, WWF.

이런 식으로 말이다.

거기다 주말 중 하루는 하우스 쇼까지 출연하게 되면서 당분간은 꽤 하드코어한 스케줄이 예정된 상태였다.

적어도 11월 말의 레슬링 월드 시리즈까지는 그렇게 갈 생각이었다.

그 모두가 요새 들어 더 턱이 두툼해진 남자, 폴 헤이건의 아이디어였다.

“일단 계속 쇼에 노출시켜야 해.”

그는 스쿼드에 관해 그렇게 말했다.

맞는 말이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서는 일단 출연 시간을 늘려야만 했고, 팬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걸 계속 보여줘야만 했다.

개개인의 이야기.

팀의 이야기.

다른 개인과의 이야기.

다른 팀과의 이야기.

외부와의 이야기.

모든 이야기가 확장성을 지녔다.

스쿼드는 개성 있는 팀이었다.

선수들부터가 이미 자신들이 할 일을 잘 알았기 때문에 딱히 신이나 헤이건이 손을 쓸 필요도 없었다.

조금 가벼운 성격에다 똘끼까지 보여주는 팀의 리더, 딘 앰브루스.

그 반대편에서 ‘아키텍트’라는 자신의 별명처럼 비교적 신중한 모습을 드러내는 세스 롤링스.

마지막으로.

잘생기고 남자다운 외모만으로 입을 다물고 있기만 해도 두터운 방벽 느낌이 나는 로만 레긴스까지.

멋진 트리오였다.

거기다가 폴 헤이건이 무게를 적당히 더해주면서 세 사람은 명실상부 최근 가장 핫한 신인이 되었다.

그리고.

“매 경기를 다 이겨야 해.”

방법은 필요 없다.

무슨 수를 써도 이겨야만 한다.

그렇기에 더 스쿼드는 매 쇼에서 다양한 선수들과 경기를 치르며 팬들에게 자신들의 존재를 깊이 각인시켰다.

빅 죠처럼 다소 버거운 상대를 만날 때면 세 명이 반칙도 불사하며 협력해서 쓰러뜨렸고.

그렇게 야유를 받고.

때때로 환호를 받기도 하며.

그들은 계속 얼굴을 드러냈다.

그로써 조금씩 스쿼드의 상품 판매량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예상된 바였다.

“워낙 소재가 매력적이니까.”

화상으로 이어지는 각본 회의.

신 없이, 폴 헤이건의 주도 아래 각 회사의 각본팀장들이 모여서 향후의 각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로고가 들어간 티셔츠가 가장 많이 팔리고 있고요. 군번줄도 많이 팔리네요. 이 친구들 애초부터 콘셉트가 확실해서 안 팔릴 수가 없어요.]

그 말이 맞았다.

군인 콘셉트.

없던 건 아니었다.

캡틴 슬로터가 그 원조기는 했다.

그럼에도 스쿼드는 그 슬로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다국적 용병 부대 같은 느낌.

그마저도 완벽하게 용병을 표방하지는 않았고 프로레슬러로서의 아이덴티티라는 느낌이 확실하게 전해졌다.

바로 그 점이 중요했다.

그들이 실제 용병은 아니었다.

프로레슬러였다.

그렇기에 딱 적당히 선을 걸쳐두어서 오히려 현실적으로 분명히 있을 법한 캐릭터를 창조해낸 것이었다.

“마치 PWA가 진짜 해적은 아니 듯이 말이죠. 상대에게 위압감과 확실한 상품성을 위한 캐릭터 조성. 딱 그 정도 선이라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예, 문제는…….]

각본진의 생각보다 훨씬 더 빨리 스쿼드의 인기가 높아졌다는 점이었다.

[이거 정말 어떻게 하죠?]

그들은 행복한 고민을 했다.

선수가 이렇게 겟-오버를 하게 된다면 각본도 확실히 편하기는 했다.

보다 부담 없이 자유롭게 상상해 이후 이야기를 짤 수 있게 되니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작가로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지금 팬들이 가장 보고 싶어 하는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 것이 각본.

그런 의미에서 봤을 때.

“신과 스쿼드를 붙여버리자고요.”

지금 그들의 고민은 그거였다.

[예, 아무래도…….]

원래 각본 방향성과는 달랐지만.

그러는 편이 압도적으로 좋은 그림이 나오겠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신은 내년 레슬 임페리움에서 타이틀을 내어주기로 되었으니까. 다소 힐에 가까운 포지션을 잡는 것이 오히려 좋은 그림이 될 듯한데요.]

“흠.”

헤이건은 고민에 빠졌다.

토론이 오가는 가운데 그는 침착하게 신의 타이틀 집권기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타이틀은 크게 세 가지의 원인으로 변동되고는 했다.

하나는 그 선수에 대해 챔피언으로서 반응이 미적지근할 때였다.

그때 보통은 악역에게 타이틀이 넘어가기 마련이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스타를 키워내려고 하는 것이다.

하나는 그 선수의 챔피언으로서 스토리가 멋지게 완결이 났을 때였다.

그러면 이제 회사에서 짠 새로운 스토리에 따라 타이틀이 변동되었다.

마지막으로는.

그 선수가 부상이나 기타 이유로 타이틀을 더 이상 보유하지 못할 때.

그런 사실들을 근거로 신의 타이틀 집권기에 대해서 생각해보자면…….

‘굉장했지.’

ACW 타이틀 1년 반.

WWF 타이틀 1년 예정.

두 타이틀을 함께 가지고 있으면서도 역반응이 거의 안 나온 선수였다.

매 경기, 매 페이퍼뷰마다 최선을 다하는 신에게 모두가 매료되었다.

또한 스스로도 흥미로운 캐릭터였고 끝없이 좋은 퓨드를 상대와 맺었다.

신도 그렇고.

주변 선수들도 좋았다.

특히나 다들 간과하는 점이었지만.

헤이건은 중간 다리에서 그와 하드코어한 퓨드를 맺어준 랜스 오튼의 역할을 높게 쳐주고 싶었다.

‘비록 본인은 질색했지만.’

신이 하자고 하자 구시렁대면서도 따라온 오튼은 멋진 범프를 다수 수행해 그의 위상을 더욱 높여주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체력도 좋단 말이야.’

강철 같은 몸이었다.

그나마도 더블 타이틀 집권기 후반에는 좀 어려워하는 게 보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몸이 두 개가 아니라서 발생하는 문제에 불과했다.

신은 오히려 그걸 자신의 드라마로 삼아서 락콜드와의 경기를 아주 멋지게 풀어나간 전적마저 존재했다.

정리하면 신은 세 가지 부분 모두에서 완벽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니 회사에서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러셀과의 2차전에서도 멋진 패배를 보여주며 타이틀을 잘 줬으니.

챔피언 집권기간이 길다.

그건 다시 말해 그 챔피언이 앞서서 언급한 세 요소를 계속해서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런 신을.

‘턴 힐 시킨다고.’

정확히 말하자면 턴 힐이 아니라 보다 더 세련된 용어가 필요하겠지만.

그 이유는 간단했다.

턴 힐을 한다고 하더라도 신은 계속해서 압도적인 환호를 받을 터였다.

이제는 그런 시대였다.

레슬러는 역할로 평가받지 않았다.

그 행동과 모습으로 평가받았다.

신&더 스쿼드&폴 헤이건.

거기에 각 단체에서 그들과 동조하는 선수들까지 합쳐진다면…… 분명히 꽤나 멋진 그림이 나올 터였다.

“좋아. 신에게는 제가 말해보죠.”

헤이건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시죠.]

“그럼 하나만 더. 이건 다음 회의의 안건으로 상정하고 이야기해보죠.”

헤이건이 손가락을 들었다.

“만약 링 서바이벌에서 신과 그 혁명군이 나선다면, 반대편에는 러셀 오메가와 연합군이 맞서게 되겠죠?”

[그렇겠죠.]

[동의합니다.]

“그러면 매치 업은 어떻게 할까요. 다들 신이 메인이벤트를 맡는다는 점은 동의하시리라고 믿습니다.”

그것도 일대일로.

혁명군과 연합군의 최종전.

신의 일대일 상대는 누가 될까.

바로 그게.

지금 가장 중요한 안건이었다.

* * *

헤이건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그리고 각본진이 회의 끝에 정한 아이디어를 전해 들은 나는, 그것이 꽤 괜찮은 생각임을 부정하지 않았다.

확실히.

‘내가 가도 괜찮겠는데.’

원래 계획은.

내가 헤이건의 제안을 거절하고 연합군 측에 붙으면서 시나를 껴서 스쿼드와 3대3으로 싸울 예정이었지만.

더욱 확실하게 시나의 복귀를 연출하고 무게감을 잡으려면 내가 혁명군 쪽에 붙는 그림이 더 낫겠지 싶었다.

‘사실 이렇게 되면 스쿼드를 확실하게 띄워주겠다는 그림이 어긋나지만.’

시나도 중요하고.

어쨌든 지금 시점에서 봤을 때 혁명군 진영이 우리의 예상보다 좀 빈약하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니까.

‘어디 보자.’

나는 리스트를 정리했다.

그렇게 되면 혁명군은.

나.

오튼.

스쿼드.

PWA 선수들 다수.

웨이드 개럿.

크리스 젠코.

C.M. 펑크.

영 덕스.

주로 팬들에게 ‘반골’이라는 느낌을 주는 선수들이 구성되었다.

반대 진영은 다음과 같았다.

러셀.

시나.

셰무스.

드류 맥킨마이어.

쟈니 에이스.

코디 로스.

루차 브로스.

와이엇 패밀리.

대부분이 선역이었다.

‘와이엇 패밀리는 좀 이질적이지만.’

요새 이들의 인기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그래도 그 카리스마나 위상은 공고하니 이들을 스쿼드와 붙이면 되려나.

‘확실히 이게 그림이 더 그려져.’

원래 계획과는 달랐지만, 그래도 그것이 더 낫다면 그 방향으로 진행하는 것이 분명 옳을 터였다.

물론, 여기에서 하나 더.

나는 헤이건에게 바로 연락했다.

아직까지 나는 선역이었다.

적어도 내가 느끼기에는 팬들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그렇기 때문에 디테일을 하나 추가해야 할 터였다.

‘너무 악당 같이 가지는 말자.’

그게 지금 내 생각이었다.

* * *

각본은 계속해서 전개되었다.

스쿼드는 각 단체를 오가며 경기를 펼쳤고, 그 덕에 팬들은 그들의 존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그렇게 11월 2주차가 끝났고.

2012년 11월 12일. 월요일.

나는 ACW의 링에 올랐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오프닝부터 시작된 음악.

헤이건의 제안을 듣고 잠깐 쇼에 출연하지 않았던 나였기에 당연히 쏟아지는 관심은 엄청났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나는 태연한 척 링에 올랐다.

물론, 속은 좀 긴장이 됐다.

아무리 그래도 ‘턴 힐’ 비슷한 어떤 짓을 할 예정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내가 예상한 대로 상황이 흘러만 가준다면 분명 이야기는 재미있을 거다.

나는 마이크를 손에 쥐었다.

그리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다들 내가 여기에 왜 왔는지 궁금할 거야. 사실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앞서서 뭔가 정리를 해야만 했거든.”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리고 나온 결론은 간단해. 난 내게서 얼마 전 벨트를 빼앗아간 그 빌어먹을 자식을 원해. 러셀 오메가를.”

[Uooooooooooooooooohhhh!!]

화끈한 상황이었다.

ACW의 쇼에 WWF 월드 챔피언이 다짜고짜 링에 나와서는 ACW 월드 챔피언을 불러내다니.

다들 기대감에 차 환호했다.

이어서 러셀이 나왔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빨리 빨리 가보자고.’

나는 씨익 웃었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았다.

러셀과 나는 서로를 마주보면서 웃었고 심지어 악수까지도 나누었다.

그리고 서로 마이크를 들자 러셀 오메가가 내게 먼저 질문을 던졌다.

“쇼를 착각한 건 아니지?”

“그야 물론이지! 러셀. 나는 똑같이 황금빛 어쩌고를 허리에 두른 남자끼리 할 말이 있어서 나온 거야.”

“폴 헤이건의 가당찮은 제안에 흥미라도 느끼고 있는 건가?”

“그건 아니야.”

나는 딱 잘라 말했다.

“패턴대로라면 지금 WWF에 출연할 때거든. 그래서 일부러 여기로 왔지.”

“……단체와의 계약을 너무 쉽게 생각하는 거 아니야? 네가 이러면 WWF는 어쩌라고?”

“시청률 전쟁에서 ACW가 이기는 거지 뭐. 나라는 롤-모델로 인해서.”

[Yeeeeeeeeeeeeeeeeaaaahhhh!]

평범한 잡담.

그렇게 느껴지는 대화에 팬들도 기분 좋게 계속 환호를 보내주었다.

“내가 너에게 물어보고 싶은 건 이거야. 정말 내가 헤이건의 말처럼 연약해진 편이라고 생각하나?”

“글쎄. 그걸 왜 나한테?”

“어, 사모아 고와는 좀 직장 내 다툼 문제가 있고. 너는 내 친구이자 날 운 좋게 이긴 한 명 중 하나니까.”

“운이 아니었지. 신.”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그건 네가 하는 짓이고.”

[Uooooooooooooohhh……!]

“아니, 됐다.”

내가 한발 물러섰다.

“뭐?”

“이야, 확실히 지금 반응을 보니 50대50이야. 러셀 양반. ACW에서 대체 얼마나 포교 활동을 벌이신 거야?”

“…….”

눈썹을 치켜뜨는 러셀.

그렇게 나는.

아주 조금씩.

지금 분위기가 좀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팬들에게 보여주었다.

바로 그때였다.

[Sierra! Quebec! Uniform! Alfa! Delta! The Squad……!]

분명 패턴대로라면 버닝콩에 나갔어야 했을 스쿼드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이 관객석을 통해 내려와 평소처럼 링을 포위했고, 러셀과 나는 황당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

“버닝콩에 나갈 거라며?”

“나한테 묻지 마.”

링 에이프런 위로 올라오는 그들.

로프를 붙잡고, 안으로 들어오지는 않고 위협적으로 서 있는 그들을 돌아본 러셀이 전투태세를 취했다.

일촉즉발의 상황.

[Uooooooooooooooohhh……!]

하지만 나는.

“러셀.”

여유로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순간 의아해한 러셀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예정했던 대로 스텝을 밟으며 힘껏 킥을 날렸다.

쫘악-!

슈퍼 킥.

그와 동시에 느꼈다.

경기장 전체에 감도는 침묵.

모두가 경악했다.

이건.

대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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