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67화 (567/634)

Dark Match 53.

각각의 선수들이 단체를 떠나 자신이 원하는 편에 붙어서 경기를 펼친다.

그게 이번 페이퍼뷰의 콘셉트.

각 단체의 선수들이 경기장에 들어온 순간부터 오늘 벌어질 혼란은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였다.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Yes!]

미친 듯이 환호하는 관객들.

입장로 위에 붙은 초대형 스크린에서 다른 단체의 선수들이 쳐들어오고 있는 모습이 그대로 중계되었다.

일단 ACW부터.

주차장에서 경기장으로 통하는 문.

그 앞에 모습을 드러낸 쟈니 에이스를 비롯한 몇몇 PWA 선수들이 스크럼을 짜고 길을 가로막았다.

가장 먼저 달려든 건 바로 노장.

크리스 젠코였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그가 쟈니 에이스와 맞붙음과 동시에 ACW 선수들이 길을 뚫으려 했다.

하지만 숫자가 너무도 부족했다.

금방 몇몇 선수들이 입구를 뚫고 복도 안으로 들어섰고, 그 앞에 서있던 보안요원들을 손쉽게 때려눕혔다.

하지만 시간이 끌렸다.

정말 말 그대로.

서로 팔을 엮은 보안요원들이 필사적으로 막아냈고 그런 상황에서 ACW 선수들도 쉽사리 돌파하진 못했다.

그렇게 해서 어떻게든 버텨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PWA. 하지만 문제는 다른 곳에서도 벌어지고 있었다.

화면이 넘어가면서 락커룸을 습격한 WWF 선수들의 모습을 보여주었다.

링으로 곧장 진격하려는 ACW 선수들과 달리 그들은 앞열부터 차례차례 PWA의 방어선을 무너뜨려 나갔다.

[이 새끼들이……!]

물론 PWA 선수들도 그에 맞섰지만, 애초에 전선이 두 개로 분리된 상황에서 분명한 한계가 존재했다.

조금씩 밀리기 시작했다.

흰색으로 로고가 박힌 티셔츠를 입은 WWF 선수들이 조금씩 락커룸 안을 점령해나가기 시작했다.

구분은 그렇게 이루어졌다.

적어도 다섯 명 이상의 선수들이 화면에 나오고 있는 만큼, 확실하게 편을 알아볼 수 있도록 해야만 했다.

그렇기에 습격을 당한 PWA는 일반 링 기어를 입었고, WWF는 흰색 티셔츠를, ACW는 검은색 티셔츠를 입음으로써 확실하게 편을 구분해두었다.

팬들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화면 안에 한가득 모인 WWF 선수들이 링으로 진격하기 시작했다.

[Uooooooooooooooooooohhh!!]

놀라 비명을 내지르는 관객들.

하지만 신은 침착했다.

그러던 중, 복도 중간에서 WWF 선수들과 ACW 선수들이 마주쳤다.

러셀 오메가와 숀 시나가 서로를 마주보았고 리더인 두 사람 사이의 기류는 나쁘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모든 선수들이 그런 건 아니었다.

[네놈들이 여긴 무슨 일이냐!]

ACW 무리에서 이야기가 나왔고.

WWF에서도 지지 않고 받아쳤다.

[너희야말로 뭐야!]

[당장 여기에서 꺼져! 신은 우리 손으로 조질 테니까!]

[꼬우면 덤비시던가!]

순간 그런 선수들의 행동에 당황한 시나와 러셀이 어떻게든 상황을 통제해보려고 했지만 불가능했다.

[넌 선수도 아니면서 여긴 대체 뭣하러 온 거냐! 시나! 네가 우리를 이끌 수 있는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

C.M. 펑크가 나섰다.

상황은 점점 흥미진진해져갔다.

그걸 ACW 선수들이 비웃었고.

화약은 거기에서 점화되었다.

WWF의 셰무스가 러셀 오메가의 안면에 펀치를 꽂아 넣었고, 그로 인해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ACW 선수들 측에서 튀어나온 대니얼 라이언이 숀 시나에게 달려들어 순간 러닝 니를 꽂아 넣었다.

신의 스팅거와는 달리 상반신을 완전히 젖힌 상태에서 꽂아 넣는 킥.

쩌억-!

거기에 맞으며 쓰러진 시나로 인해 WWF 선수들의 대열이 순간 무너졌다.

그리고 시작되는 싸움.

ACW의 루차 브로스가 나서서 WWF 선수들에게 크로스바디를 날렸다.

[Uooooooooooooooooooohhhh!!]

충격의 연속이었다.

링 위의 신은 그런 상황을 다 예상했다는 듯이 크게 웃었고, 두 단체의 싸움은 입장로 위까지 이어졌다.

모두가 싸워댔다.

엄청난 장면이었다.

몇 명씩 모여 큰 범프를 보여주면서 자동으로 ‘탈락’했고 그렇기에 입장로에는 주요 선수들만이 남았다.

웨이드 개럿, C.M. 펑크를 중심으로 한 WWF 측의 선수들 열 명.

러셀 오메가와 코디 로스가 이끌어가고 있는 ACW 선수들 열 명.

그들이 잠깐 소강상태에 접어든 건 신이 돌연 링 아래로 내려오면서였다.

그 뒤를 거물이 따랐다.

랜스 오튼.

이어서 폴 헤이건.

마지막으로 더 스쿼드.

삼파전.

그 세 팀이 대치한 순간.

철컹-!

경기장의 조명이 꺼졌다.

[Uooooooooooooooooooohhh?!]

깜짝 놀라는 관객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경기장에 조명이 다시 들어왔을 때 그들의 비명소리가 경기장 전체를 물들였다.

와이엇 패밀리.

“크하하하하핫!”

이제야 호적수를 만났다는 듯 웃는 브로큰 와이엇.

분열과 재결합을 반복하던 팀은 언제부턴가 링 위에 그다지 많이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었지만.

신의 뒤를 따르고 있던 더 스쿼드의 앞을 가로막은 그들이 먼저 나서서 스쿼드에게 싸움을 걸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 무리를 슬쩍 돌아본 신은 이윽고 피식 웃으며 입장로 위로 올라섰다.

신을 경계하며 서있는 선수들.

그 옆의 랜스 오튼.

누구도 다음으로 이어질 상황을 감히 예상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신이 씨익 웃으며 손을 들었다.

C.M. 펑크를 향한 인사.

ACW 측에 가장 적대적이었던 그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모두가 순간 거기에 집중했다.

펑크가 흔들리고 있다.

해설자들도 목 놓아 그걸 외치며 지금의 상황을 더 긴박하게 보여줬다.

그리고 잠시 후.

펑크는 자신이 입고 있던 WWF 티셔츠를 벗으며 신 쪽으로 움직였다.

[Yeeeeeeeeeeeeeeeeeeeaaahhh!]

쏟아지는 환호.

바로 그게 기점이었다.

시나가 나왔고, 러셀이 그 옆에 붙으며 셋이었던 팀이 둘로 줄어들었다.

WWF와 ACW의 연합군이냐.

아니면 헤이건이 만든 혁명군이냐.

선택의 기로에 서있는 선수들.

대부분 예상대로 움직였다.

비교적 온건한 선역 스타일의 선수들은 연합군 쪽에 붙었고, 반대로 악역들은 혁명군 쪽에 붙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싸움이 시작되었다.

공세는 팽팽했다.

하지만 그건 아주 잠시였다.

시나의 안면에 스팅거를 꽂아 넣으며 입장로 안쪽으로 몰아낸 신이 다른 선수들을 가볍게 정리해나갔다.

위상 면에서 그의 상대가 될 수 있는 선수는 오직 러셀 오메가뿐이었다.

하지만 그 러셀의 앞에 선 것은 바로 PWA 측에 붙은 랜스 오튼이었다.

그러므로 점점 혁명군 측에서 승기를 잡으며 연합군 선수들을 몰아냈다.

방송은 다시 백스테이지로 돌아갔고 신과 혁명군 무리에 회복한 PWA 선수들이 가세하며 승기를 잡아나갔다.

바로 거기에서.

이 남자.

드류 맥킨마이어는 자기 순서가 왔음을 알아차리고는 깊게 심호흡했다.

복잡한 세그먼트였다.

거의 50명 가까운 선수들이 실시간으로 참가하는 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물론 거기에서도 초반에 대충 싸움을 해주다 빠지는 역할의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드류는 그렇지 않았다.

그가 이 세그먼트의 마지막을 장식하면서 완전히 혁명군과 연합군의 분리가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

그는 이번 레슬링 월드 시리즈를 통해서 메인 이벤터의 위치로 올라가기로 예정된 선수 중 하나였다.

철저하게 카메라 뒤쪽에 있던 PD가 들어갈 타이밍을 그에게 전해줬다.

등을 툭 떠밀려 카메라 앞으로 나선 드류는 PWA 숀 시나를 무지막지하게 두들겨 패고 있는 PWA 선수들 앞으로 나서서 상황을 말리려고 들었다.

“적당히 해!”

시나를 무자비하게 두들겨 패고 있던 핀 발로가 순간 당황해 물러섰다.

“상대는 이미 저항할 의지를 잃었다! 이제 그만하고 다른 쪽으로 가!”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야, 이 새끼가 누군지 잊었냐?”

“바로 숀 시나라고! 숀 시나!”

“이런 놈은 확실히 조져놔야지.”

혁명군 측에 합류한 크리스 젠코가 야구 방망이를 들었고 그것을 보다 못한 드류가 먼저 머리를 날렸다.

글래스고 키스.

쩌억-!

거기에 순간 당황해 물러서는 선수들. 핀 발로가 싸울 생각이 없다는 듯 양 손바닥을 들고 이야기했다.

“이봐, 드류. 그쪽으로 붙을 거야?”

“이건, 너무 심해.”

드류는 바닥에 쓰러진 숀 시나를 일으켜 세우고 그대로 자신의 한쪽 어깨에 들쳐 멨다.

“…….”

핀은 딱히 그걸 막지 않았다.

락커룸 밖으로 나가는 드류와 그것을 복잡한 감정으로 돌아보는 핀.

PWA에서 수없이 붙었던 두 사람의 드라마를 보여주던 카메라가 돌았다.

숀 시나를 등에 업은 채 복도를 뚫고 지나가는 드류의 모습이 나타났다.

“저리 비켜!”

한 명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상태에서 킥만으로 길을 뚫는 드류.

거기에 선수들이 추풍낙엽처럼 쓸려나갔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주차장 쪽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했다.

싸움은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랜스 오튼이 앞으로 나서며 러셀 오메가를 힘껏 걷어찼고, 그로 인해 대립하는 두 팀이 완전히 분리되었다.

“허억, 허억…….”

“후우.”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

땀과 타박상으로 범벅이 된 그들은 쉽사리 서로에게 달려들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드류는 숀 시나를 등에 업은 채 연합군 쪽으로 움직였다.

카메라가 마지막으로 각자 나뉜 팀의 선수들을 한 차례씩 훑어주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선수들은 모두 대립에서 중심이 될 이들이었다.

[Uooooooooooooohhh……!]

그 위상도 엄청났다.

랜스 오튼과 신처럼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팀 업도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확실히 작년과는 다른 스타일의 대립을 보여주며, 레슬링 월드 시리즈는 다시 엄청난 기대감을 불러 모았다.

* * *

레슬링 월드 시리즈가 점점 가까워져 오면서 쇼의 대립도 그것을 기준으로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었다.

PWA에 ACW와 WWF 선수들이 쳐들어온 날의 세그먼트는 총 한 시간.

실시간임을 강조하기 위해서 중간의 광고 타임도 다 없애버린 세그먼트.

반응은 엄청났다.

순간 시청률이 평소 PWA의 2.5배 가까이 치솟았다.

그리고 이어진 쇼에서도 우리는 상황을 정리하며 연합군 측에 맞서겠다는  의지를 확실히 표명했다.

자신의 의지건.

아니면 단순히 연합군 측이 내거는 가치가 더 마음에 들지 않아서건.

팀은 확실하게 나뉘었다.

물론 그 안에서도 분쟁이 발생했고.

그걸 경기로 풀라고 이야기하며 프로레슬링 쇼로서의 매력도 보여줬다.

‘아주 죽여주는군.’

연합군 측도 확실히 몸을 추슬렀다.

숀 시나가 ACW로 찾아가면서 확실하게 우리와 맞서 싸울 걸 결심했다.

나는 티파니와 함께 호텔에서 그것을 지켜보며, 엄청난 세그먼트를 보여주고 있는 놈들의 모습에 감탄했다.

특히.

시나와 러셀은 우리가 믿고 맡긴 드류를 특히 더 잘 활용하고 있었다.

드류 맥킨마이어.

모든 PWA 선수들이 그렇지만, 놈은 특히나 이 작은 단체에서만 있기에는 너무나도 아까운 녀석이었다.

2미터에 달하는 큰 키.

수염과 긴 머리, 잘생긴 얼굴.

스코틀랜드의 전사 같은 모습.

그런 놈은.

이전까지의 그 어떤 선수도 보여주지 못했던 매력을 발산하고 있었다.

숀 시나를 구해주면서였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시나와 러셀 사이에, 시나의 부름을 받고서 등장한 녀석이 자신의 입장을 정리했다.

[난 단지 지금 신의 행동이 광기로 변질되지 않을까가 우려될 뿐이야.]

[Uooooooooooooooooohhh!]

[그놈은 언제나 그랬어. 그게 혁명이라고 하지만, 다른 시선으로 보자면 광기에 가깝지. 나는 이번에 거기 동참할 생각이 없다는 거야.]

[Yeeeeeeeeeeeeeeeeeaaahhhh!]

[러셀 오메가! 당신은 내가 언젠가 반드시 쓰러뜨려야 할 존재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당신의 뒤를 든든하게 지켜주겠어.]

충직, 신의.

숀 시나와 다르면서도 비슷한 부분이 있는 드류의 캐릭터에 적합했다.

실제로도 드류는 인성 면에서 좋다는 말 이외에는 나오지 않을 정도라서 저런 캐릭터가 정말 잘 어울렸다.

그 악수를 받아들이는 러셀.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이 환호했고.

연합군 측도 좋은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전쟁 준비를 시작했다.

[그전에 확인할 게 있어. 드류. 네가 과연 내 등을 맡길 만한 수준의 남자인가를 봐야겠지?]

[얼마든지.]

그렇게 경기가 성사되었다.

러셀 오메가 VS 드류 맥킨마이어.

이전까지 볼 수 없었던 멋진 조합.

팬들이 미친 듯이 환호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새로운 조합뿐만이 아니라.

프로레슬링 업계는 반년 가까이 은퇴 상태였던 남자를 이번 대립을 통해서 복귀시킬 예정이었다.

바로 숀 시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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