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55.
혁명군이 조금 우위에 섰다.
대략 60대40 정도?
월요일 밤에 펼쳐진 두 개의 위클리 쇼에서 승패를 기록해보면 그러했다.
물론 그들이 레슬링 월드 시리즈에서 다시 맞붙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한 번 쓴 대진은 떡밥이 쉬기 마련이었다. 그렇기에 업계에서는 항상 예정된 경기를 미리 열지는 않았다.
와이엇 패밀리와 더 스쿼드 간의 대결도 브로큰 와이엇 VS 딘 앰브루스의 싱글 매치와 그 이후의 태그 팀 매치로 나뉘어서 진행이 되었다.
그렇게 해서 페이퍼뷰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동시에 이야기를 전개할 때의 도구로도 사용하는 것이었다.
지금의 6대4 상황이 그랬다.
연합군이 밀리고 반대편의 혁명군이 우위에 선 상황에서 수요일 밤의 PWA는 조금 특별한 각본이 전개되었다.
바로 연합군과 혁명군의 각 수장들이 PWA에서 만나 레슬링 월드 시리즈에서 대결할 팀을 가리는 것이었다.
형식은 백스테이지 세그먼트.
미리 촬영된 분량을 내보냈다.
대충 이런 식이었다.
[드류 맥킨마이어.]
숀 시나의 제시.
[Uoooooooooooooooooohhh!]
놀라는 팬들.
거기에 신이 피식 웃었다.
[드류가 너희 쪽에 붙을 줄은 몰랐는데. 엄청난 카드를 손에 넣었군.]
[그래, 좋은 친구더군.]
[뭐, 그렇다면 우리로서는 이 친구를 내보낼 수밖에 없지.]
신이 실제로 카드를 내밀었다.
보다 이해하기 쉽고 멋진 연출을 위해 이미 상품으로서 판매가 되고 있는 프로레슬링 트레이딩 카드를 썼다.
광고 효과도 있으리라 기대하고.
[핀 발로.]
신이 핀 발로의 모습이 새겨진 카드를 내밀자 관객들이 열광했다.
드류 맥킨마이어.
핀 발로.
두 선수는 체격이 달랐음에도 서로 싸우고 협력하며 예전의 다른 선수들과 같은 라이벌리를 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데몬 폼으로 가자고.]
황금색으로 빛나는 카드.
핀 발로의 데몬 폼 카드.
한정판으로 발매 후 불티나게 팔렸던 카드였다.
[Uooooooooooooooooooohhh!!]
순간 입을 다무는 연합군 측.
하지만 카드를 무를 수는 없었다.
서로 한 번씩.
먼저 카드를 제시하고 그걸 상대방이 받는 형식으로 이어지는 세그먼트.
뒤이어 핀 발로가 링에 등장해 연합군 측의 코피 퀸스턴을 상대로 경기에서 승리하며 실력을 뽐냈다.
다시 돌아온 순서.
[더 스쿼드.]
[와이엇 패밀리.]
그렇게 한 경기.
[C.M. 펑크.]
[코디 로스.]
한 경기.
[레이 미스테리우스.]
[쟈니 에이스.]
흥미로운 대진이 완성되어갔다.
여기에서 페이퍼뷰의 흥미를 더하기 위해 한 가지 시스템이 추가되었다.
바로 미스테리 챌린저였다.
각각 두 장씩.
[자.]
물음표가 새겨진 동전을 내미는 신.
먼저 카드를 제시하자 연합군 측에서는 잠시 침묵했다.
지금까지는 각각 상대가 카드를 던지면 분명 이길 수 있을 법한 상대를 제시하기는 했지만.
이건 상황이 달랐다.
결국.
[셰무스.]
WWF에서는 무난한 카드를 냈다.
그리고 마지막.
메인이벤트.
메인이벤트의 종류를 정하는 알림판이 돌아가며 매치 하나가 나왔다.
태그 매치.
[Uoooooooooooooooohhh!!]
그것만으로도 팬들은 열광했다.
자연히 어떤 선수들이 메인으로 나올지 예상했기 때문이었다.
[신&랜스 오튼.]
혁명군이 그렇게 나오자.
연합군 측에서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다음과 같은 카드를 내밀었다.
[러셀 오메가.]
그리고.
미스테리 챌린저.
[야, 이렇게 나오기야?]
[Uooooooooooooooooohhhh!]
[마지막 경기가 미스테리 파트너라. 뻔하잖아. 이 경기는 버리고, 나머지 경기를 챙겨가겠다는 속셈이지?]
[그럴 거였으면 애초부터 이런 구성을 취하려고 하지 않았겠지.]
러셀 오메가가 반박했다.
그리고 숀 시나가 대답했다.
[걱정 마. 우리는 이 메인이벤트를 반드시 가져갈 생각이니 말이야.]
[그래서 누군데?]
[월드 챔피언십을 다회 차지하고 너희 모두가 존경하는 사나이지.]
피식 웃으며 대답하는 러셀.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팬들이 환호했다.
이미 모두 다 알고 있었다.
그 점이 중요했다.
모두가 원하고.
좋아하는 멋진 그림을 만든다.
그렇기에 지금 이 미스테리 파트너 시스템은 정말 뻔했지만 꽤 멋졌다.
그로서 모든 경기가 정해졌다.
이제 남은 건 페이퍼뷰 하나뿐.
수요일 밤의 PWA가 끝난 뒤.
오랜만에 네 명이 뭉쳤다.
라스베이거스 외각의 저택.
그동안의 회포도 풀고 시나의 복귀도 축하할 겸, 일부러 신은 코리안 바비큐를 잔뜩 구워서 대접했다.
양념은 하지 않은 생고기.
음료는 탄산수와 제로 콜라로.
“아, 역시 이 맛이지.”
꽤 오래전 순두부찌개를 통해 한식에 입문한 오튼은 그 후로도 종종 한식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왔다.
지금도 다른 두 사람이 질색하며 피하는 ‘Sliced Galic’을 마구 먹어댔다.
신은 그걸 황당해 바라보았다.
사실.
구색 맞추기 용으로 가져왔을 뿐 본인도 그다지 마늘을 즐기지는 않았다.
요리에 들어간 건 먹는데, 생으로 먹기에는 좀 역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야, 마늘 싱싱하네.”
“…….”
“고기 좀 더 구워라.”
“그래, 많이 먹으렴.”
어쨌거나.
전생에는 Korea와 연 인연이 없었던 오튼이 이런 식으로 한국 음식을 즐기는 마니아가 되어버리다니.
이게 회귀자로서 자신의 업보구나 싶어 신은 열심히 고기를 구웠다.
그러면서 간간히 주말에 있을 경기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얘기도 나눴다.
“거기서 내가 치고 들어가면 오튼이 좀 호구처럼 보이지 않을까?”
“호구 맞으니까 괜찮아.”
“…….”
“어쨌든, 시나를 돋보이게 하기 위한 경기니까 굳이 우리가 나서서 화려한 제스처를 보여줄 필요는.”
“있지?”
“시나가 그걸 못 하잖아.”
“어쨌든 마무리만 시나를 중심으로 잡아주면 돼. 바뀐 캐릭터가 어떤지만 확실히 보여주면 그만이잖아.”
“그럼 그런 식으로.”
그렇게 식사를 마친 뒤 새벽 비행기로 오튼과 러셀이 ACW 목요일 밤의 썬더를 촬영하기 위해서 떠났다.
빡센 스케줄이었지만 그만큼 확실히 시청률이 높아졌고 관심도 예리했다.
금요일 밤의 랙다운에 나갈 예정이었던 신과 시나는 늦은 밤까지 경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가지처럼 뻗어나간 이야기는 이윽고 더 스쿼드에 관한 대화로 이어졌다.
시나도 그들을 이런 식으로 주목 받게 부킹한 것에 대해서는 동의했다.
“재능 있는 친구들 같아.”
“그렇지?”
“헌터가 너 데뷔하는 거 봤을 때 대충 이런 기분이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리고 10년은 더 해드셨지.”
“그, 런가?”
“참 욕심도 많은 양반이야. 그만큼 자기 관리도 철저하니까 그 자리를 계속 유지할 수 있었던 거겠지만.”
동시에 정치질도 심하게 하고.
신은 쓰게 웃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헌터가 업계에 전설적인 족적을 남긴 선수라는 사실은 그다지 변하지 않았다.
시나가 눈을 감았다.
“우리가 그런 시기인가.”
“그렇지. 이제 뭐, 우리가 데뷔하던 시기의 헌터나 테이커……쯤 됐나?”
“몇 년 더 지나야 할 텐데. 우리가 이제 10년 차가 되어가는데 그쪽은 처음 봤을 때 한 15년 차쯤 됐나?”
“아직 많이 남았네.”
“그래, 우리는 한참이지.”
신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아직, 싸울 일이 많이 남았어.”
“……그러게.”
시나도 따라서 웃었다.
말은 않았음에도 그는 신이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 확실히 이해했다.
* * *
그렇게 찾아온 일요일.
수많은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던 레슬링 월드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이 페이퍼뷰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는 물론 메인이벤트와 세미 메인이벤트로 치러질 경기들이었다.
숀 시나의 복귀전.
그리고.
더 스쿼드의 데뷔전.
하지만 그 외에도 알찬 구성으로 짜여진 페이퍼뷰는 선수들 저마다의 이유를 가진 채로 시작되었다.
오프닝 매치.
드류 맥킨마이어 VS 핀 발로.
카드를 먼저 내민 쪽이 연합군이었기에 드류 맥킨마이어가 보다 먼저 링 안으로 들어섰다.
스코틀랜드 백파이프.
그와 함께 시작되는 웅장한 메탈.
[Waaaaaaaaaaaaaaaaaaggghhh!]
지난 싸움에서는 신을 따랐었던 그였지만 이제는 정반대의 상황이었다.
친구이자 라이벌과는 달리.
바로 핀 발로.
스산한 드라이아이스가 무대를 가득 채웠고 이내 검은 페인팅으로 악마의 형상을 한 핀 발로가 등장했다.
‘데몬 킹’.
[Uooooooooooooooooohhhh!!]
현장에서의 그 카리스마는 대단했다.
키가 180에 아슬아슬하게 못 미치는 신장이었지만, 신이 그렇게 말했듯 사람은 각자의 무기가 있는 법.
그는 자신의 단점을 커버할 수 있는 개성을 드러내면서 경기를 시작했다.
보통 두 사람의 경기는 드류가 주도권을 쥐고 핀이 반격을 노리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데몬 킹 모드의 핀 발로는 전투력이 평범한 때에 비하면 몇 배는 상승했다.
물론 ‘설정’이 그렇다는 말이었다.
그래도 거기에 현실의 옷을 입혔다.
데몬 폼은 말하자면 워 페인팅.
핀 발로라는 남자가 거대한 싸움을 하기에 앞서서 치르는 의식과 같았다.
그러므로 평소의 핀 발로와는 다른 괴력을 낼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야압-!”
드류를 향해 힘껏 달려간 핀이 그대로 몸을 던지면서 드롭킥을 날렸다.
콰앙-!
반대편 코너까지 날아간 드류가 그대로 비틀거리며 다시 앞으로 나왔다.
그걸 기다렸던 핀은 살짝 굽혀진 드류의 무릎을 밟고 그 옆으로 뛰었다.
슬링 블레이드.
일본의 아이콘, 타나하시 히로가 만들어낸 기술. 핀 발로는 일본 시절 이 기술을 배워 미국에 가지고 왔다.
상대의 옆으로 돌며 그대로 목을 잡고 바닥에 떨어지게 만드는 기술.
투콰앙-!
상대가 2미터에 가까운 덩치의 드류인 만큼 핀은 무릎을 밟고 뛴다는 편법으로 자신의 한계를 극복했다.
물론 드류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글래스고 키스.
쩌억-!
거구의 드류는 그대로 핀의 안면에 헤드벗을 날리며 순간 끌려갈 뻔했던 경기를 원래대로 돌려놓았다.
무너지는 핀.
하지만 아니었다.
쩌억-!
드류의 무릎 뒤쪽을 냅다 발로 까버리면서, 핀은 거인을 공략해나갔다.
“크하악!!”
비명을 지르는 드류.
연잇는 핀의 킥.
[FInn! FInn! FInn! FInn! FInn! FInn! FInn! FInn! FInn! FInn! FInn!]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그런 핀의 카리스마에 심취해 큰 응원을 보냈다.
드류는 느꼈다.
확실히 핀 발로는 데몬 킹이라는 완벽한 기믹을 가진 이상, 분명 업계에서 큰 족적을 남길 만한 선수였다.
그 카리스마는 대단했고 상품성 역시도 절묘했다. 누군가는 신에서 퇴폐미를 더한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드류는 알고 있었다.
그런 핀이 얼마나.
180에 못 미치는 왜소한 키로 이곳에 올라오기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지.
그렇기에 그는 생각했다.
존경하는 마음뿐이었다.
그리고 자신은 어떤가.
‘더.’
아직 부족했다.
핀 ‘데몬 킹’ 발로에게 맞서서 팬들의 마음을 얻기에는 많이 모자랐다.
그렇기 때문에.
드류 맥킨마이어는 움직였다.
그는 핀의 목을 양손으로 잡고 그대로 반대편으로 힘껏 던져버렸다.
경기의 중반부.
계속해서 당하기만 하던 드류가 결국 그렇게 반격해내자 팬들은 순간적으로 큰 관심을 보내주었다.
[Uooooooooooooooooohhh!!]
내동댕이쳐지는 핀.
그리고.
드류는 무릎을 꿇었다.
“끙……!”
무릎의 대미지가 심하다는 셀링.
관객들이 순간 웅성거렸다.
드류의 연기는 무척 좋았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무릎을 쥐고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하는 모습을 본 팬들은 순간 깊은 전율을 느꼈다.
핀 발로가 거기에 맞춰주었다.
바닥에 누워있던 그는 캐스켓-테이커가 그렇게 한 것처럼 일어났다.
상반신만 일으켜 세우는.
싯-업.
[Uoooooooooooooooooohhh!!]
검은 악마가 고개를 옆으로 꺾은 채 앉아 드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
두 사람은 정말 죽이 잘 맞았다.
그렇기에 이 경기에서, 상대방과 합을 맞추면서 멋진 이야기를 만들었다.
지금 이 모먼트를 통해서 두 사람이 전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단 하나.
평소 경기와는 달리.
탑 독은 핀 발로.
반대로 언더 독이 드류 맥킨마이어라는 사실이었다.
팬들이 그렇게 이해하고.
“우어어어어어!!”
드류가 돌연 고함을 내질렀다.
자신의 무릎을 주먹으로 힘껏 내리친 그는 이내 숨을 씩씩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나 핀을 노려보았다.
“Come On-!!”
덤벼라.
난 아직 싸울 수 있다.
언더 독의 천명.
거기에 탑 독이 일어섰다.
[Yeeeeeeeeeeeeeeeeeeaaahhh!]
환호와 함께.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드류 맥킨마이어에 대한 팬들의 응원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오프닝 매치.
10년 전.
마치 신과 러셀 하트라고 하는 신인 두 사람이 오프닝 매치를 맡아서 분위기를 띄워준 상황과 비슷했다.
그때 내로라하는 전설들이 두 사람을 보면서 훌륭한 재능을 느꼈듯이.
지금 락커룸에 있는 신도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