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57.
[이어지는 경기는 오늘의 메인이벤트! 태그 팀 매치입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길었던 광고가 끝나고 링 아나운서가 외친 순간, 이 순간을 손꼽아 기다리던 팬들이 엄청난 환호를 보냈다.
시네이션들이 모두 모였다.
CENA라고 적힌 피켓을 경기장 곳곳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Let’s Go! Cena!]
[Cena S-cks!]
경기가 시작되기 전이었건만 시나를 긍정하는 이와 부정하는 이들 간에 챈트 대결이 펼쳐질 정도였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잊혀졌다.
[I Hear Voices In My Head-!]
[Waaaaaaaaaaaaaaaagggghhh!!]
주홍빛으로 물드는 경기장.
일렁거리는 노을처럼 빛을 내는 초대형 스크린 아래로 그가 나왔다.
[In My VEINS.]
Apex Predator.
The Viper.
어슬렁어슬렁 걸어 나온 그가 특유의 거만한 포즈를 취했고 팬들은 숨을 삼키며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문신으로 뒤덮인 팔.
잘생긴 얼굴과 큰 키.
랜스 오튼.
어디 서부극에서나 나올 법한 껄렁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악당 카우보이.
그가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음악.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빠밤-! 빠밤-! 빠밤-! 빠밤-!
빠밤-! 빠밤-! 빠밤-! 빠밤-!
[Waaaaaaaaaaaaaaaaaaaggghhh!]
그 환호는 대지를 울리게 했다.
경기장 전체가 떨렸다.
웅장한 메탈과 연기, 피어오르는 불꽃 속에서 사내는 최강의 상징인 황금의 벨트와 함께 천천히 걸어나왔다.
SIN.
그가 벨트를 번쩍 든 순간.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우렁찬 외침이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마치 그리스 신이 천상에서 내려온 듯한 멋진 광경이었다.
‘좋아.’
신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나은 반응에 미소를 지으며 옆에 서있던 오튼과 가볍게 팔뚝을 부딪혔다.
그리고 우렁차게 외쳤다.
“다 죽여 버려!!”
“후우.”
나란히 서서 링으로 들어가는 두 사람. 확실히 그건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볼 수 없을 법한 광경이었다.
신과 랜스 오튼.
랜스 오튼과 신.
두 남자가 뭉쳤다.
그렇게 링에 올라간 두 남자는 코너 위로 올라가 각자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며 팬들의 환호를 끌어냈다.
그렇게 혁명군의 입장이 끝났다.
남은 건 연합군의 차례.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러셀 오메가의 테마가 시작되었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이번에도 똑같이 팬들은 어마어마한 환호로 등장하는 러셀을 맞이해줬다.
입장로 커튼을 걷고 모습을 드러낸 러셀은 자신의 ACW 월드 챔피언 벨트를 양손으로 잡고 번쩍 들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음악.
[Woooooooo~!]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교향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Uoooooooooooooooooohhh?!]
그 테마 음악이 나오자 팬들은 순간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섰다.
설마 러셀의 태그 팀 파트너인 그 전설적인 선수가 닉 플레어인가?
그 말처럼 닉 플레어가 양복 차림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자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하고 비명을 질러댔다.
빗자루와도 레슬링을 할 수 있다는, 프로레슬링 역사상 최강의 악역.
그는 일찌감치 ‘포 라이더스’라는 팀을 가지고 이 업계에 악역 스테이블의 매력을 널리 알린 바가 있었다.
러셀과 악수를 나누는 플레어.
그가 양손을 번쩍 머리 위로 치켜들고는 그대로 뒤쪽을 가리켰다.
그리고.
진짜 선수가 나왔다.
빰~~~. 빰~~~. 빰~~~. 빰~~~.
[Waaaaaaaaaaaaaaaagggghhhh!]
쩌렁쩌렁 울리는 경기장.
지금 이 순간만큼은 모두가 환호했다. 시네이션과 안티 팬을 가리지 않고 마음을 모아서 환호했다.
[Apple Dough-!!]
그 남자가 등장했다.
숀 시나.
흥에 겨워 음악에 맞춰 등장한 그는 잠시 러셀과 플레어를 뒤로한 채 서서 그대로 경기장을 둘러보았다.
그 눈동자가 젖어들었다.
이곳을 정말 그리워했다.
선수로 돌아오고 싶었다.
심호흡을 한 시나는 뒤를 돌아보면서 플레어와 가볍게 포옹을 나누었다.
그리고 옆에 있던 러셀을 돌아보고는 자신의 투지를 드러내듯 질주했다.
[Your Time Is Up-!
My Time Is Now-!
You Can’t See Me!
My Time Is Now!!]
러셀과 시나가 달렸다.
좁은 입장로 주변으로 가득 늘어선 관객들의 사이를 달려가는 그 모습을 카메라가 뒤에서 달려가며 찍었다.
이어지는 링 인.
[Waaaaaaaaaaaaaaaaaggghhh!!]
신과 오튼은 그 기세에 밀려 링 아래로 내려갔고 러셀과 시나가 링을 장악하고 팬들의 환호를 유도했다.
그렇게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그들은 오늘 쇼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환호를 뽑아내고 있었다.
숀 시나가 돌아왔다.
신, 그리고 오튼과 대적하기 위해.
그 이외에는 없었다.
지금 이 시대에서 러셀과 힘을 합쳐 신, 오튼 팀과 싸울 만한 선수는 오직 숀 시나 이외에는 생각할 수 없었다.
그리고 두 팀이 링에서 만났다.
마주본 신과 시나.
마주본 러셀과 오튼.
[Uoooooooooooooooooooohhh!]
모두가 기대감에 차 비명을 내지르는 가운데 심판이 룰을 설명하고는 각자 선수들을 자신의 코너로 보냈다.
신은 오튼에게 주먹을 내밀었다.
“오늘 경기, 잘 해보자.”
“……후우.”
“아까부터 왜 한숨이야.”
“고생할 게 뻔히 보이거든.”
오튼이 반대편을 가리켰다.
러셀과 시나는 의욕으로 불탔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누가 누구를 상대할지 의논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흠.”
확실히 시나의 복귀전인 만큼 최대한 빡세게 경기를 준비해오기는 했지.
미소를 지은 신은 손을 들었다.
오튼과 가위바위보.
일부러 비기면서 팬들이 충분히 자신들의 행동을 알 수 있도록 보여주고는 오튼이 이겨 먼저 링으로 나섰다.
그 상대는 숀 시나였다.
[Uoooooooooooooooooohhhh!!]
초장부터 시나가 나왔다.
보통 복귀전에서 태그 팀 매치가 되면 복귀한 선수가 핫 태그로 등장하는 시추에이션이 많이 나오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달랐다.
굳이 그렇게 해야 하나?
이미 팬들은 충분히 기다렸는데.
시나가 자신의 가슴을 퍽퍽 치며 오튼에게 덤비라는 듯 크게 도발했다.
거기에 한숨을 내쉰 오튼이 자세를 바로 잡았고 심판이 시작을 선언했다.
땡땡땡-!!
먼저 달려드는 시나.
그걸 피해서 링 아래로 내려간 오튼은 순간 이어진 우리 모두의 황당하다는 듯한 시선을 가볍게 무시했다.
하지만 그건 작전이었다.
시나가 뒤를 따라 링 아래로 내려오자 오튼은 그 옆구리를 걷어차며 순간적으로 자기 페이스로 끌고왔다.
퍼억-!
[Uooooooooooooooooohhh!!]
놀라는 팬들.
시나가 무너졌고 오튼은 그 머리통을 움켜쥐고 바리게이트로 내던졌다.
콰앙-!!
등부터 부딪혀 넘어지는 시나.
초장부터 링 아래에서 펼쳐지는 싸움에 순간 관객들의 시선이 집중됐다.
하지만 그게 다 작전이었다.
[Let’s Go! Cena!]
시나를 응원하는 팬들.
오늘은 특히 그 복귀를 바라던 시네이션이 앞자리를 차지했고, 그 모습을 카메라가 확실하게 담아냈다.
바리게이트에 팔을 걸치고 선 시나에게 다가간 오튼이 어퍼컷을 날렸다.
쩌억-!
순간 무너지는 시나.
하지만 직후.
시나는 눈을 번쩍 뜨고는 그대로 오튼의 뒷목을 잡고 포지션을 바꿨다.
바리게이트에 등을 기댄 채 이어지는 시나의 해머링을 받아내는 오튼.
[Yeeeeeeeeeeeeeeeaaaahhhh!!]
팬들이 환호했다.
그런 식으로 경기는 초반에 잠깐 기세를 내줄 뻔했던 시나가 해머링을 날리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여기에서 시나의 캐릭터 변화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탑 독 운영.
지금까지 시나가 반감을 산 이유는, 항상 이기면서 언제나 도전자의 입장에 서 있다고 말했기 때문이었다.
그걸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이들에게 있어서 시나는 언제나 극적인 승리를 보여주는 챔피언이었다.
하지만 안티들에게는 언제나 이기는 놈이 자신을 그런 식으로 칭하니 재수 없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그걸 벗어났다.
이제 시나는 베테랑 중에서도 현 시대를 이끌어가는 메인 이벤터였다.
후배들의 도전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입장이었고 경기 운영 능력 역시도 이전에 비해 훨씬 나아진 상태였다.
그렇기에 경기를 리드했다.
오튼이 도망치듯 링 위로 올라왔고 그걸 따라온 시나는 락 업을 걸었다.
쿵-!
두 사람이 발을 구르며 충돌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를 받으며 시나는 오튼을 단숨에 반대편으로 몰아붙였다.
그리고 이내 반대편 로프로 밀어내고 오튼이 반동을 한 뒤 돌아오자 암 드래그를 걸어서 넘겨버렸다.
콰앙-!
시원시원하게 이어지는 경기.
신은 그 모습이 더 낫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팬들의 반응 역시도 좋았다.
역반응은 거의 없었다.
복귀 버프도 있겠지만 시나의 바뀐 스타일은 확실히 큰 호응을 얻었다.
러셀과 태그.
짝!
손바닥이 큰 소리를 내며 부딪혔고 오튼은 정신없이 두 사람에게 당했다.
신은 기분이 좋았지만.
그와 별개로 바닥을 발로 쾅쾅 밟아대며 답답하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실제로 혁명군에게 있어서는 이제야 막 복귀한 시나에게 당한다는 사실은 어찌 보자면 엄청난 굴욕이었으니까.
하지만 곧 기회가 찾아왔다.
퍼억-!
[Uooooooooooooooohhh?!]
러셀이 주먹을 날린 순간.
오튼이 몸을 비틀어 피했고 거기 맞은 심판이 중심을 잃고는 쓰러졌다.
순간 당황해 하는 러셀.
바로 그때였다.
무릎을 꿇고 있던 오튼이 힘껏 로-블로를 날리며 위기로부터 벗어났다.
쓰러지는 두 사람.
순간 링이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신과 시나가 각자의 코너에서 소리를 지르며 태그를 요구했다.
“야야! 오튼! 빨리 기어와!”
“러셀……!”
각자의 코너로 기어가는 두 사람.
거의 동시에 태그가 이루어졌다.
신과 시나가 링으로 나왔다.
과거, 아이콘 VS 아이콘이라는 의제를 내걸고 맞붙은 적이 있던 두 사람.
[Waaaaaaaaaaaaaaaaaggghhh!!]
쏟아지는 환호성은 상상 이상이었고 신은 미소를 지으며 시나와 마주했다.
그리고는 기본으로 돌아가 두 사람은 체인 레슬링으로 서로를 시험했다.
락 업으로 붙고.
몸을 비틀어 튕겨내며 이어지는 체인 레슬링. 여기에서는 오늘 처음으로 경기에 참가한 신이 우위를 잡았다.
몸을 비틀고 허리를 당겨서 덤블링을 돌아 역으로 시나의 팔을 꺾은 신은 팬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거기에 순간 절절 매는 시나.
바로 그때였다.
시나의 로-블로가 작렬했다.
퍼억-!
[Uooooooooooooooooo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정작 로-블로를 맞은 신조차도 지금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무릎을 꿇었다.
그리고 시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건 분명 충격적인 광경이었다.
숀 시나.
그는 제대로 WWF의 탑 페이스로서 푸시를 받은 뒤로 단 한 번도 반칙을 사용하지 않은 선수 중 하나였다.
그가 내거는 가치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 그 정신이 비겁한 짓을 통한 승리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정말 충격적인 상황.
무릎을 꿇은 신의 앞에서 그 머리에 팔을 건 시나가 피셔맨 수플렉스로 뽑아 들어 반대편으로 넘겨버렸다.
투콰앙-!
호쾌한 한방.
그리고 일어서는 시나.
“덤벼! 신!”
호기롭게 외치는 그 모습은 예전의 시나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신은 고통 속에서 생각했다.
‘저 자식이…….’
그리고 이어지는 환호.
[Waaaaaaaaaaaaaaaaaaaggghhh!]
오히려 더 컸다.
그간 안티 팬들은 과거, 시나의 악동 같던 모습에 환호하던 이들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돌아온 시나의 모습에서 그때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예전과 같이 환호를 보낸 것이었다.
경기 전, 시나는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나를 보고 꿈을 키워온 아이들도 사춘기에 접어들 시점이고. 좀 더 힘을 빼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
그리고 다른 선수들을 근거로 들었다.
‘러셀과 너도 그들의 롤-모델이 되어줄 수 있으니까. 나도 좀 더 다양한 팬층을 공략한 레슬링을 시도할래.’
그게 신이 바라던 거였다.
전생의 숀 시나는 그 자신이 너무나도 압도적이고 완벽한 레슬러였기 때문에 거기에서 내려올 수가 없었다.
당장 혼자 힘으로 시청률을 캐리하는 그는 WWF라는 단체가 내세울 수 있었던 정말 최후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ACW의 러셀 오메가.
WWF의 트위너, 랜스 오튼.
그리고 PWA의 신까지.
주인공은 차고 넘쳤다.
그렇기에 시나는 더 이상 전생처럼 무적의 영웅으로 남지 않아도 됐다.
오히려.
다른 모습을 보여주면서 자신이 내거는 정신을 더 알리려 하고 있었다.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우렁찬 아저씨(?)들의 목소리.
링 위의 악동, 숀 시나가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