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72화 (572/634)

Dark Match 58.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순간 경기장을 뒤덮는 시나 콜.

그 본인이 순간 진짜로 놀라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거대한 외침이었다.

숀 시나는 사실, 커리어 초창기 때만 하더라도 마니아 팬들에게 굉장히 좋은 평가를 받던 레슬러였다.

이후 락콜드 같은 악동 레슬러로서 대성하리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었다.

부족한 경기 능력을 체인 목걸이를 사용한 반칙으로 커버했던 시나는 분명히 보는 재미도 확실한 선수였다.

하지만 브룩 레스너가 회사를 나가고 회사의 차기 ‘디 가이’로 낙점 받은 시나는 자신의 강점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그는 체인 갱도, 랩을 하며 상대를 조롱하는 세그먼트도 하지 못했으며 팬들의 지지를 점차 잃었다.

그러는 동시에 프로레슬링이라는 콘텐츠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가족과 여성 팬층을 업계로 끌어들였지만.

그리고 그로 인해 업계 역사상 누구보다 위대한 업적을 세우긴 했지만.

자신의 장점을 잃게 된 시나는 분명 단체의 탑 아이콘답지 않게 커리어 내내 엄청난 역반응을 감내해야만 했다.

WWF도 그걸 모르지는 않았다.

그럼에 시나를 계속해서 밀어주었던 이유는 그가 역반응을 감내해도 될 만큼 엄청난 상품성을 보유해서였다.

시나는 누군가에게는 주인공이었다.

그 수가 적지도 않았다.

nWo가 득세하던 시절, 숀 시나라는 남자가 혼자만의 힘으로 버텨내 그들이 자멸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

즉.

숀 시나는 완전무결한 영웅이며.

그렇게 있어야만 했다.

신의 시대가 오기 전까지.

‘좋아.’

숀 시나는 미소를 지었다.

생각하던 대로의 반응이었다.

시네이션은 할 말을 잃었고, 반대로 그를 증오하던 마니아 팬들은 잔뜩 신이 나 이름을 외쳐대고 있었다.

로-블로에 맞은 신이 무릎을 꿇고 고통스러워하는 사이, 시나는 로프에 몸을 기대고 팬들의 반응을 끌어냈다.

그리고 아예 링 밖으로 나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던 어린 소년에게 리스트 밴드를 벗어서 채워주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거기서 터져 나오는 환호.

숀 시나는 생각했다.

‘바로 이걸 원했어.’

좀 더 어깨에 힘을 뺀 숀 시나.

때로 상대에게 반칙도 쓰며.

그 완전무결함에 흠집이 났을지언정 계속해서 자신의 길을 걸어가는 남자.

그걸 보여주고 싶었다.

시대는 변하고 시간은 지난다.

그리고 숀 시나 역시도 변화했다.

다시 링 위로 올라간 그는 이제 겨우 회복해 자리에서 일어서고 있는 신과 얼굴을 마주 보았다.

“진짜, 전혀 예상 못했군.”

“오튼이 한 짓을 되갚아준 거야.”

“그럼 그놈한테 하던가.”

일어서서도 한참동안 다리를 꼰 채 끙끙 앓아대던 신은 이내 시나가 팔을 내밀어오자 거기에 응해 맞섰다.

체인 레슬링.

시나가 주도권을 잡았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강한 환호가 나왔다.

오늘은 그 복귀전이었으니까.

거기다 탑독 스타일로 변화한 시나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그 상대가 신인 편이 여러 모로 좋았다.

신은 시나와 정반대로 그 누가 상대라고 하더라도 탑독 운영을 고수해왔으니까 가장 적절한 상대였다.

그리고 거기에 로-블로라는 개연성을 넣으며, 시나는 자신만의 스타일로 신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흥미로운 그림이었다.

또한 신선했다.

신이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시나는 계속해서 신의 다리를 붙잡고 늘어지다가, 이내 뒤로 물러났다.

일어서는 신.

그리고 이어지는 시나의 러닝 불독.

콰앙-!

지면에 안면을 처박으며 쓰러진 신은 바닥을 데굴데굴 구르며 고통스러워했고 시나의 공격이 이어졌다.

피셔맨 수플렉스.

투콰앙!

연이은 강력한 무브.

신은 완전히 바닥에 뻗었고 시나는 팬들의 환호를 등에 업은 채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가 자세를 잡았다.

그리고 이어지려는.

탑 로프 다이빙 레그 드롭.

[Uoooooooooooooooohhh……!]

관객들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큰 기술이 나오려는 순간.

바닥에 손을 짚고 엉거주춤 일어서는 신의 후두부를 노리고 시나가 그대로 탑 턴버클 위에서 뛰어올랐다.

하지만 신은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

시나가 다리를 쭉 뻗으며 도약한 순간, 상반신을 번쩍 들어 올린 신이 상대를 자신의 어깨로 받아냈다.

[Uooooooooooooooohhh?!]

턱-!

받쳐내고.

순간 그 무게를 버텨내지 못하고 휘청거렸던 신은 이내 허리에 힘을 주며 시나를 번쩍 뽑아들었다.

이어지는 파워 밤.

투콰앙!!

[Yeeeeeeeeeeeeeeeeeeaaahhh!!]

거센 반격에 환호하는 팬들.

두 사람이 링 위를 나뒹굴었다.

마지막 힘을 쥐어짜내 파워 밤을 날린 신과, 카운터를 맞고 뻗은 시나.

바로 그때 두 사람이 돌아왔다.

랜스 오튼.

그리고 러셀 오메가.

다시 돌아온 핫 태그의 시간.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Cena!]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응원을 보내고 각각의 선수들이 자기 코너에서 태그를 독촉하는 가운데, 두 사람이 움직였다.

거의 동시에 이루어지는 태그.

러셀과 오튼이 다시 맞붙기 시작한 가운데, 자신의 코너에 무너지듯 주저앉은 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었다.

‘미친 자식.’

만약 자신이 같은 상황에서 로-블로를 날렸더라면 백 퍼센트 팬들이 턴 힐했다고 생각했을 터였다.

하지만 시나는 아니었다.

로-블로를 갈기고도 소년에게 리스트 밴드를 넘겨줄 수 있는, 절대 변함이 없는 저 캐릭터가 놀라웠다.

오튼도, 러셀도.

그리고 심지어는 신 스스로도.

절대 그렇게는 할 수 없을 테지.

하지만 시나는 그걸 해냈다.

그 모든 게 팬들의 절대적인 믿음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경기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오튼과 신, 그리고 러셀은 시나를 돋보이게 만든다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그야말로 최선을 다했다.

위기의 순간 다시 등장한 시나.

신이 거기에 대적하고.

위기감을 조성했다.

하지만 시나는 순간 정신을 차리고 반격해 피니시 무브인 AA를 날렸다.

투콰앙-!!

무너지는 신.

[Yeeeeeeeeeeeeeeeeeeaaahhh!]

극적인 순간이었다.

하지만 신은 어깨를 들어서 벗어났고 거기에서 지금의 이 싸움이 절대로 쉽지 않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

아무렴 이 시대를 대표하는 선수 네 명이 모두 참가한 경기였으니 말이다.

경기의 분위기가 달아오르면서 나오는 기술들도 점점 격해지기 시작했다.

오튼이 페이스 버스터로 러셀을 지면에 처박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신과 태그.

신은 로프를 넘어오는 대신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가 주저앉았다.

이어서 오튼이 쓰러진 러셀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우며 그 앞에 섰다.

“1!”

링 위에 태그를 한 선수가 있을 수 없다는 룰에 따라 심판이 카운트를 시작했다.

5 카운트 이내.

“2!”

신이 뛰었다.

쩌억-!!

목과 등 사이를 노린 스팅거.

[Uoooooooooooooooohhh?!]

하지만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러셀이 앞으로 쓰러짐과 동시에 뛰어오른 오튼이 R.K.O까지 선사했다.

투콰앙-!!

완벽한 합동 피니시 무브.

“3-!!”

오튼이 링 밖으로 나가면서 카운트가 끊어졌고 신이 핀 폴을 시도했다.

오튼이 자연스럽게 시나를 커버하면서 팬들이 순간 링 위를 바라보았다.

이대로 쓰리 카운트를 내어주더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1!”

“2!”

러셀이 어깨를 들어 벗어났다.

정말로 아슬아슬한 탈출.

하지만 경기의 주도권은 이미 신&오튼 팀에게 넘어가버린 뒤였다.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팬들의 응원이 이어졌다.

묘한 상황이었다.

팬들은 이들 모두를 응원했다.

보통은 반응이란 이야기를 통해 어느 쪽으로 쏠리기 마련인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경기에서 당하는 쪽으로 계속 반응이 옮겨갔다.

팬들은 이 경기가 마치 계속해서 이어지기를 바라는 듯이 소리쳤다.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그만큼 네 명의 선수들 모두가 팬-페이보릿이라는 뜻이었다.

락커룸의 모든 선수들은 경기를 계속 지켜보며 한 가지를 떠올렸다.

저게 아이콘 급의 경기.

‘미쳤군.’

딘 앰브루스는 쓰게 웃었다.

그리고 동시에 꿈을 느꼈다.

만약 자신이 먼 훗날, 레슬 임페리움 메인이벤트에서 저들처럼 경기를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상대가 세스 롤링스와 로만 레긴스라면 정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순간일 듯했다.

[신이 샤프 슈터를 시도합니다!]

[러셀이 힘으로 버티는데요!]

[돌아가느냐! 마느냐!]

[아! 튕겨냅니다!]

해설도 흥분한 모습이었다.

저 네 사람은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레슬러들의 레슬러’라는 말을 들을 정도라서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진심으로 흥분해 깊은 생각 없이 경기 내용을 되짚는 정도의 해설.

하지만 그게 오히려 좋았다.

그 정도로 충분했다.

극도로 집중한 상태에서 경기를 보고 있는 팬들에게는 그 이상의 정보를 받아들일 수 있는 능력이 없었다.

경기 속도도 유례가 없을 정도로 빠른 상황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모두가 그 결말을 기대하고 있었다.

결말을 향해 나아가는 경기.

오튼이 순간 이어진 러셀의 반격을 보고는 놀라 링 안으로 난입했다.

하지만 시나도 함께 들어왔고 그대로 오튼에게 클로스라인을 써서 링 바깥으로 넘겨버렸다.

그리고 뒤로 돌아서서.

“시나! 반칙이야!”

“저쪽에서 먼저 했다고.”

심판이 자신을 막아서자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이 코너로 돌아갔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운영.

하지만 뒤이어 비틀거리며 먼저 일어선 러셀이 신을 데리고 왔다.

짜악!

이어지는 태그.

하지만 러셀이 로프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그 대신 그는 신의 다리를 엮어 그대로 ‘그 기술’을 사용했다.

오메가 슈터.

“끄하아아악-!!”

“러셀!”

순간 그 행동을 말리려던 심판은 안으로 들어온 시나가 신의 머리를 자신의 두터운 팔로 조이기 시작했다.

STF.

“1!!”

심판이 카운트를 시작했다.

5초 이내에 나가지 않으면 실격.

하지만 두 기술은 모두 시나와 러셀의 서브미션 피니시 무브였다.

STF.

오메가 슈터.

“2!!”

“3!!”

1초만 더 버티면 된다.

모두 그런 생각을 하며 보았다.

하지만 전신을 꺾이고 있는 상황에서 그 사실은 신에게 들리지 않았고.

쾅쾅쾅쾅쾅쾅쾅-!!

그는 요란하게 바닥을 내리치며 자신의 패배를 선언했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땡땡땡-!

쏟아지는 환호.

심판이 경기 종료를 선언하며 연합군의 승리를 선언했고, 숀 시나의 테마가 경기장 내에 울려퍼졌다.

길고 길었던 페이퍼뷰가 끝났다.

연합군의 승리로.

링 아래로 굴러서 빠져나온 신은 아픈 관절을 매만지며 숨을 내쉬었다.

때마침 옆에 있던 오튼이 그의 모습을 보고는 가볍게 한마디 했다.

“고생했다.”

“너야말로.”

두 사람은 패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승리였다.

숀 시나가 이 경기를 통해 업계에서 가장 사랑 받는 선수 중 하나로 드디어 돌아왔으니 말이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더 스쿼드 역시 훌륭한 데뷔전을 치렀고, 업계는 다시금 역사에 남을 순간을 갱신해가며 앞으로 나아갔다.

‘좋군.’

터져 오르는 폭죽.

환호하는 팬들.

자리에 누운 채 힘겹게 숨을 몰아쉬면서도 신은 왠지 모르게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는 것을 느꼈다.

항상 그렇듯.

멋진 밤이었다.

* * *

그렇게 경기가 끝난 뒤.

백스테이지로 돌아온 일행은 선수들의 환대를 받으며 맥주를 깠다.

평소에는 잘 마시지 못하는 술인 만큼 경기장의 열기로 몸이 덥혀진 상황에서 쭉쭉 들어갔다.

“크하아!”

얼굴이 벌게져 한 캔을 다 비운 신은 왁자지껄하고 냄새나는 락커룸 안에서 씨익 웃어보였다.

“신!”

누가 불러 돌아보니 로만 레긴스가 아이스박스 안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신에게 훌쩍 던졌다.

하지만 그게 안타깝게도 랜스 오튼의 머리에 정통으로 맞아버렸고.

“푸하하하하!!”

모두가 웃음을 터뜨렸고 오튼은 미안하다며 비는 로만 레긴스에게 버럭 소리를 질러댔다.

그런 식으로 훈훈한 분위기.

“아, 좋구먼.”

“그러게 말이야.”

시나가 옆으로 왔다.

“오늘 져줘서 고마워. 신.”

“별말씀을.”

의례적인 인사를 주고받았다.

러셀 오메가와 숀 시나.

두 사람 모두 신이 아이콘이 되는데 일조해주었던 만큼 반대로 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줄곧 하고 있었다.

가볍게 짠.

이후 맥주를 시원하게 삼키던 신은 옆에 선 러셀이 자신의 옆구리를 툭툭 치자 의아해 바라보았다.

러셀이 어딘가를 가리켰고.

그쪽을 바라본 신은 미소를 지었다.

사모아 고.

각본상 부상을 당했던 남자가 이쪽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고.

“Boo-Ya.”

신은 옆에서 맥주 캔 하나를 받아다 그를 향해서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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