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75화 (575/634)

Dark Match 61.

드류의 가슴에 피멍이 들었다.

[Uooooooooooooooooohhh……!]

머리가 산발인 채 숨을 몰아쉬는 그를 보고 경악을 금치 못하는 관객들.

반대편의 고도 상태는 심각했다.

얼굴의 페이스 페인팅은 거의 벗겨졌고 이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다.

‘티파니가 힘들어하겠군.’

신은 쓰게 웃으며 생각했다.

분명 스폰서들이 들고 일어날 거다.

그들은 ‘스포츠 엔터테인먼트’가 필요 이상으로 잔혹해지는 걸 원하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팬들은 좋아했다.

그들은 이 이야기에 깊이 몰입했다.

경기의 최후반부.

말 그대로 혈전이었다.

누가 이기더라도 이상할 게 없었다.

서로 주먹이 오갔고 체력이 진작 바닥난 상황에서 두 사람은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휘청거렸다.

그리고 고가 기세를 잡았다.

쩌억-!!

날카로운 파열음.

마지막이라는 듯 이어진 고 해머.

거기에 드류가 코너까지 밀려났다.

거칠게 숨을 몰아쉰 고는 그 앞으로 다가가서 머슬 버스터를 준비했다.

[Uooooooooooooooooooohhh!!]

“머슬 버스터! 머슬 버스터!!”

해설자가 흥분해 소리쳤다.

모두가 거기에 정신을 빼앗겼다.

머슬 버스터.

그 한 방으로 쓰리 카운트를 빼앗을 수도 있는 사모아 고의 피니시 무브.

고가 드류를 들어서 탑 턴버클 위에 앉혔고 뒤이어 머슬 버스터를 시전하려고 한 바로 그 순간이었다.

[Uooooooooooooooohhhh!]

드류가 발로 고를 밀어냈다.

“윽?!”

뒤로 밀려난 고가 순간 고개를 들었고, 드류는 탑 턴버클 위에서 몸을 던지며 그대로 발을 내질렀다.

클레이모어.

고의 안면이 순간 크게 꺾였다.

쩌억-!!

[Waaaaaaaaaaaaaaaaaaaggghhh!]

“클레이모어! 클레이모어!!”

고의 거체가 넘어갔다.

이어지는 핀 폴.

[1……!]

[2……!!]

[3……!!]

땡땡땡-!!

[Yeeeeeeeeeeeeeeeeeeaaahhh!!]

경기는 드류의 승리로 끝났다.

그 테마 음악이 웅장하게 이어지는 가운데, 신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서는 링 위로 올라갔다.

사모아 고는 링 아래로 굴러 내려갔고, 신은 쓰러진 드류의 앞에 서서 뭐라고 이야기했다.

분명 겉으로 보기에는 도발처럼 느껴졌지만 그 실상은 무척 달랐다.

“잘했어.”

“……감사, 합니다.”

숨을 몰아쉬며 일어서는 드류.

표정이 잔뜩 굳어진 그는 신의 앞에 서서 그대로 앞머리를 넘겼다.

투지를 드러내는 드류.

벨트를 들어 올리는 신.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카메라는 링 아래로 굴러 떨어진 고의 모습도 함께 담아냈다.

사모아 고는 이대로 무너질 것인가.

그리고.

신과 드류 맥킨마이어의 킹스 럼블에서의 대진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사실을 시사하며 그렇게 세미 메인이벤트가 막을 내렸다.

* * *

이어진 숀 시나 VS C.M. 펑크의 메인이벤트를 끝으로 2012년의 마지막 페이퍼뷰가 막을 내렸다.

한 해의 끝.

하지만 프로레슬링 업계에 있어서는 사실상 한 해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는 셈이었다.

2013년의 레슬 임페리움.

그걸 끝으로 한 해의 성과가 결정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셈이었다.

신이 탑에 올라선 2012년은 프로레슬링 업계에 있어서 축복이었다.

그 존재 하나로 인해 다양한 시너지가 발생했으며 업계 역시도 어마어마한 성장을 거두게 되었다.

그런 가운데, 신은 그 뒤를 따라온 스타들에게 바통을 넘기기로 정했다.

그게 바로 사모아 고.

그걸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사실 사모아 고 본인의 상품성이 엄청나게 높다거나 하지는 않았‘었’다.

하지만 그는 탑 가이로 올라서며 자신의 상품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고 그것을 이번 복귀로 보여주었다.

바로 얼굴의 폴리네시안 타투.

실제 페이스 프린팅 제품이나 티셔츠의 문양으로 사모아 고의 터프한 개성이 드러났고 팬들은 열광했다.

그 거대한 덩치는 이제 단순한 살집이 아니라 근육의 집합체에 가까웠다.

그리고 나머지 능력치는 거의 완전체에 가까운 고였으니 당연히 믿고 밀어줄 수밖에 없었다.

……라고 보기에는 사실 파이널 아마겟돈에서의 패배가 조금 컸다.

기껏 복귀해 스쿼드를 박살 내고 힘을 보여줬는데, 드류에게 패배하며 모멘텀이 박살나버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건.

일종의 거대한 시련이었다.

패배에 또 패배.

그럼에도 남의 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서 일어나는 남자, 사모아 고가 누구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시련.

그렇게 한 해가 지나가고 2013년.

신과 드류 맥킨마이어가 킹스 럼블에서의 대결을 위한 퓨드를 쌓아나가는 동안 고는 다시 모습을 감췄다.

모두들 그에 대해서는 잊었다.

패배자는 기억하지 않는 세계.

[신, 나는 당신에게 배웠지. 하지만 이 업계의 섭리가 그래. 모든 제자는 언젠가 스승을 뛰어넘어야만 해.]

[그렇지. 나 역시 내가 배웠던 테이커를 뛰어넘었고, 이 업계는 그런 식으로 계속해서 이루어져왔어.]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그리고 이 소리가 들리겠지. 드류. 난 아직 10년은 더 해처먹을 수 있는 개자식이라는 말이야.]

신의 카리스마는 정말 대단했다.

그 위압감은 테이커를 앞에 둔 것과 같았다. 종류는 달랐지만 그에게는 승리를 향한 강한 집념이 느껴졌다.

그 누구도 무너뜨릴 수 없는 집념.

고는 그걸 이겨내야만 했다.

‘정말로 강한 시련이군.’

플로리다에 위치한 저택에서 방송을 지켜보며 고는 냉정하게 생각했다.

저 친구를 상대로 팬들의 반응을 가져오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일 터였다.

아니, 지금 상황 자체가 그랬다.

한 달만의 복귀에서 드류 맥킨마이어에게 패배한 고는 지금 모멘텀이 수직으로 하강하고 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그렇기에 이것을 이겨낼 수만 있다면 신과 다시 맞설 때 팬들을 설득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즉, 이러했다.

‘럼블 매치가 분기점이군.’

사모아 고는 1번으로 나가서 우승한다는 푸시가 예정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킹스 럼블까지 위클리 쇼가 전개되는 동안, 고는 저택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체력관리를 했다.

럼블 매치에서 1번으로 나가 우승까지 한다는 말은, 단순 계산으로 한 시간 이상을 버텨야 한다는 말이었다.

물론 중간 중간마다 바닥에 누워 쉬는 시간이 있을 테지만 그와는 별개로 무척이나 힘든 일임이 자명했다.

하지만 고는 그걸 해내야만 했다.

반드시 해낼 생각이었다.

왜냐면 그렇게 해야 업계와 팬들에게 인정을 받을 수 있을 테니까.

그런 각오를 한 채 개최된 2013년의 첫 번째 페이퍼뷰, 킹스 럼블.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폭죽과 함께 15만을 수용할 수 있는 경기장에 손님이 꽉꽉 들어찼다.

그런 가운데, 숀 시나의 주도로 선수들이 의기투합했고 개중에는 PWA에 소속된 선수들도 많이 존재했다.

사모아 고는 락커룸에 앉아 평상복 차림으로 쇼를 지켜보기 시작했다.

럼블 매치는 그날의 메인이벤트.

즉, 앞으로 두 시간은 대기였다.

이어지는 경기를 지켜보면서 사모아 고는 천천히 감정을 조절해나갔다.

오늘 일반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을 보면서 자신이 저것보다 훨씬 멋진 모습을 보여줄 거라고 다짐했다.

태그 팀 타이틀 매치에서 더 스쿼드의 로만 레긴스와 세스 롤링스가 승리해 타이틀을 따오고.

딘 앰브루스는 U.S. 챔피언인 롤프 지글러에게 도전했지만 아쉽게 졌다.

멋지게 데뷔한 놈들이 두각을 드러내며 팬들의 이목을 끄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뭔가 마음이 더 진정됐다.

그리고 찾아온 세미 메인이벤트.

“이봐, 고.”

경기에 나가기 전, 신이 고를 찾아와서 가볍게 인사를 건네고 갔다.

“내 뒤니까 빡세게 해야 할 거야.”

“행운을 빈다. 형제여.”

고는 그 장난에 넘어가는 대신 진지하게 대답했고, 신은 피식 웃으며 링으로 나아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반응은 엄청났다.

하지만 링 위의 드류는 긴장하는 대신 신에게만 집중했고 이어지는 경기에서도 무척 좋은 모습을 보여줬다.

초장부터 치고받으며 월드 챔피언십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싸우는 둘.

[Waaaaaaaaaaaaaaaaaaaggghhh!]

경기에서 주목할 건 바로 드류였다.

이전 같았으면 신과 맞서 대등한 경기는 펼치지 못했을 드류였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드류는 경기의 주도권을 잡았다.

팬들도 그걸 납득했다.

‘드디어 올라왔군.’

고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 이 경기를 통해서 드디어 드류는 메인 이벤터의 자리에 올라왔다.

신을 일대일로 상대해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며 밀릴 때조차 끝까지 물고 늘어지며 승리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신에게는 ‘그 기술’이 존재했다.

안티 크라이스트.

20분 간 이어진 혈투.

투-콰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 속에 드류를 번쩍 들어올린 신이 그대로 지면에 꽂아버렸다.

이어지는 핀 폴.

[1……!]

[2……!]

[3……!!]

땡땡땡-!!

결국 드류도 그 벽은 넘지 못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승리를 쟁취한 신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 벨트를 손에 쥐고 포효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Waaaaaaaaaaaaaaaaaggghhh!!]

더 거대한 환호가 나왔다.

온몸을 순간 저릿하게 만들 정도였고, 고는 충분히 몸이 덥혀진 것을 확인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는 이미 경기복 차림이었다.

어깨에 타올을 두르고.

광고가 나가는 동안 고릴라 포지션으로 향한 고는 백스테이지로 돌아오는 드류와 먼저 인사를 나눴다.

“고.”

“수고했다.”

“예, 이게 그거군요.”

“음?”

“멋진 밤입니다.”

“……아직이다.”

고는 피식 웃었다.

그래, 메인이벤트가 남았다.

고는 세리모니를 마친 뒤 들어오는 신과도 인사를 나누고 잠시 기다렸다.

마지막 광고가 끝난 뒤.

[다음으로 펼쳐진 경기는 오늘의 메인이벤트! 30인 럼블 매치입니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아나운서가 규칙을 소개했다.

그리고.

사모아 고의 음악이 이어졌다.

워-어-! 워-어-! 워-어-! 워-어-!

[Uoooooooooohhhh!]

한 달 만의 재복귀.

하지만 팬들은 기대하지 않았다.

단지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당연했다.

고는 패배했으니까.

팬들도 그가 오늘 우승할 것이라고는 크게 기대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덤덤하게 링에 오른 고는 다음으로 나오는 셰무스를 맞이했다.

땡땡땡-!

시작되는 럼블 매치.

두 사람은 초장부터 락 업으로 붙어 서로를 링 밖으로 몰아내려고 했다.

하지만 셰무스도 나름대로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선수 중 하나.

두 사람이 맞붙는 사이 3번으로 타이러스 클레이가 나와 두 사람 사이에 끼어들었다.

셰무스와 클레이는 두 사람 다 각각 2미터에 가깝거나 2미터를 넘는 거대한 체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부츠를 신어야 겨우 190에 달하는 고였지만, 사모안 특유의 두터운 체형이 그걸 커버했다.

그리고 그는 빨랐다.

셰무스와 주먹을 주고받던 클레이가 킥을 허용하고는 로프까지 밀려났다.

그러자니 뒤를 이어 고가 주먹을 불끈 쥐며 달려들어 클로스라인으로 클레이를 로프 바깥으로 넘겨버렸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터져 나오는 환호.

깔끔한 탈락.

고 스스로도 좀 놀란 눈치였고 백스테이지에 있던 신은 미소를 지었다.

‘금방 돌아오는군.’

그 카리스마적인 아우라 때문일까.

사모아 고는 스스로 챔피언의 자질을 지녔다는 사실을 증명하듯이 언제나 팬들의 반응을 잘 이끌어냈다.

방금 그 행동도 단순했지만 그 거대한 덩치에 걸맞지 않은 재빠른 모습이 순간 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저게 사모안이지.’

살집이 있는 두터운 체형.

하지만 그 안은 근육으로 가득 차있는, 그야말로 고대의 전사와도 같았다.

선수들이 계속해서 등장했다.

점진적으로 위상이 높은 선수들이 나오면서 링 안이 가득 차게 되었다.

2번으로 나온 셰무스도 탈락하고 초반에 나온 강한 선수들이 체력적인 문제로 안타깝게 탈락하는 가운데.

사모아 고는 AK 스타일스와 대니얼 라이언의 협공을 버텨내고 있었다.

그리고 대니얼이 AK를 배신해 탈락시키며 럼블 매치의 묘미를 보여줬다.

하지만 직후, 쓰러져 있던 고가 달려들어 대니얼을 링 밖으로 넘겼다.

[Uooooooooooooooooohhhh!!]

반응이 점점 올라왔다.

팬들은 사모아 고라는 남자를 다시금 응원하기 시작했다.

진흙탕 속을 굴러다니던 남자가 패배를 통해서 배우고 다시 올라와 자기 자신을 결국 증명해내고야 만다.

누구든 좋아하는 스토리였다.

이 두 명이 등장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고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I Hear Voices In My Head-!!]

14번, The Viper 랜스 오튼.

[Your Time Is Up, My Time Is Now-!!]

21번, The Champ 숀 시나.

그들이 등장만으로도 엄청난 반응을 끌어 모으자, 사모아 고의 표정이 순간 진짜로 굳어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그가 오늘 럼블 매치에서 승리해 신에게 도달하기 위해서는 일단 이 두 사람을 먼저 넘어서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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