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77화 (577/634)

Dark Match 63.

럼블 매치의 우승자가 결정된 순간.

[Waaaaaaaaaaaaaaaagggghhh!!]

팬들의 환호가 빗발쳤다.

경기장이 떨릴 정도였다.

조명의 열기.

선수들이 흘린 땀.

그 가운데에서 최종적으로 살아남은 선수가 된 것은, 1번으로 럼블 매치에 참가한 사모아 고였다.

모두가 그 근성에 박수를 보냈다.

한 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링 위에서 버티고 버텨 결국은 마지막 순간까지 살아남아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눈부신 반전 드라마였다.

고는 작년 12월, 드류 맥킨마이어와 파이널 아마겟돈에서 붙어 패배해 위상이 깎일 대로 깎인 상태였다.

일반적인 선수라면 그대로 묻히더라도 전혀 이상할 게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고는 다시 도전했고, 결국 자신의 프로레슬링 커리어에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을 만들어냈다.

이번 럼블 매치의 우승자.

사모아 고.

심판의 도움을 받아 겨우 몸을 일으켜 세운 그가 지금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우워어어어어어!!”

[Waaaaaaaaaaaaaaaaaaggghhh!!]

포효하는 고에게 쏟아지는 환호.

이어서 고는 미들 로프를 밟고 위로 올라가 경기장 높은 곳에 설치된 레슬 임페리움 로고를 가리키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이어지는 챔피언의 테마.

[Uooooooooooooooooooohhhh!]

팬들이 비명을 내질렀다.

사모아 고가 아직 럼블 매치의 세리모니를 하기 전이었다.

하지만 신은 경기복 팬츠 하나만 달랑 걸친 채 그 모습을 드러냈다.

기나긴 입장로 위.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이 그 이름을 외쳐댔다.

그렇게 링 위로 올라간 신은 사모아 고와 얼굴을 마주보고 섰다.

딱히 대화는 없었다.

이어지는 팬들의 챈트만이 지금 결정된 레슬 임페리움 메인이벤트가 얼마나 거대한지를 상기시켜줄 뿐.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신과 고.

두 선수가 서로를 마주보았다.

조금 즐거운 듯 웃기까지 하는 그들을 보고 팬들은 미친 듯이 환호했다.

뒤이어.

신이 천천히 자신의 머리 위로 영광스러운 월드 챔피언십 벨트를 들었다.

그러자니 쓰게 웃은 고가 뒤이어 뒤쪽 높은 곳에 내걸린 레슬 임페리움 로고를 가리켰다.

그렇게.

2013 레슬 임페리움.

메인이벤트.

WWF 월드 챔피언십 매치.

One On One.

SIN VS Samoa GOE.

대진이 완성되었다.

* * *

레슬 임페리움의 메인이벤트.

그것은 프로레슬러라면 누구든 꿈꾸는 일종의 최종 목표와도 같았다.

레슬 임페리움이라는 무대가 원래도 그랬지만 메인이벤트는 특히나 그 의미가 컸다.

지금 고등학교 체육관에서 시합하고 있을 스무 살의 누군가도.

막상 선수로서 정점에 서있는 남자도 계속 꿈꾸는 순간.

하지만 그 영광을 누릴 수 있는 이는 지극히 소수였다 .

업계의 0.0000001% 정도?

0을 대충 갖다 붙인 거지만, 어쨌거나 더럽게 빡세다는 뜻이다.

나는 운이 좋게도 그런 무대를 여러 번 서봤고, 그런 와중에도 마지막 스포트라이트를 여러 번 장식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내가 받은 영광스러운 유산을 다른 이와 나눌 때였다.

행복은 나누면 배가 된다.

나는 그 말을 믿지는 않았지만, 우리 식으로 해석해서 인용하고는 했다.

‘스타가 늘어나면 돈이 된다.’

사모아 고는 완벽한 선수였다.

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으로 인해 업계에서 중용 받지 못했다.

그의 ‘외모’ 때문이었다.

프로레슬러는 상품이었다.

그렇기에 시대가 원하는 대로 외모를 가꾸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내가 커리어 초창기부터 미친 듯이 근육을 가꾼 이유가 그것 때문이었다.

하지만 고는 사모안이었다.

사모안은 일반적인 미국인의 경향보다 훨씬 거대한 체격을 선호하는 종족이었고 그래서 고도 꽤 몸집이 컸다.

그로 인해 조금 작은 키를 커버했지만, 시대의 주인공이라고 보기에는 어딘가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고는 변화했다.

근육을 키우고 지방을 커트하며 원래 있던 카리스마를 더 진화시켰다.

보다 대중적인 팬들도 그걸 느낄 수 있도록, 얼굴에 페인팅까지 했다.

그리하여 결국 자격을 얻었다.

그가 챔피언으로서 잘 해나갈 수 있을지는 결국 타이틀을 따낸 뒤에야 밝혀질 일이 되겠지만.

잘 할 거라고 믿었다.

다른 누구도 아닌.

사모아 고니까.

하지만.

‘참 감개무량하단 말이야.’

나는 쓰게 웃었다.

전생의 고는 캐나다의 TMA에서 오랫동안 활동했고, 그 전성기가 끝나서야 WWF에 입성했다.

그렇기에 그 매력을 다 보여주기도 전에, 이전까지 입었던 등 부상이 악화되면서 선수 생활을 접었다.

월드 챔피언은 단 한 번도 얻지 못했다. 체격 문제로 그는 언제나 실력에 비해 푸시를 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나는 그가 분명히 대성할 만한 인재라 느꼈다.

기회를 주고 싶었다.

정상에 서는 기회.

그리고 그런 내 생각대로 고는 기회를 잡자마자 곧바로 팬들의 마음을 확 사로잡아버리고 말았다.

2013년 2월 4일.

월요일 밤의 버닝콩.

그 오프닝.

[워-어-! 워-어-! 워-어-!]

파괴적인 자신의 테마곡과 함께 입장로로 그 모습을 드러낸 사모아 고는 팬들의 엄청난 성원을 받았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수컷의 향기가 진하게 느껴지는 입장.

링에 오른 고는 마이크를 손에 쥐고 가장 먼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고난과 시련, 그리고 역경.]

하지만 그 말은 이어지지 못했다.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럼블 매치의 우승자인 고에게 쏟아지는 팬들의 챈트 때문이었다.

너에게는 그 자격이 있다.

그 한마디에 고는 미소를 지으면서 관객석을 돌아보았다.

챈트가 더 커졌다.

이어서 고는 즉석에서 마이크워크를 수정하는 패기를 보여주었다.

원래 대사는 ‘고난과 시련, 그리고 역경이 나를 여기 오게 했다.’였다.

하지만 고는.

[그 열매는 참으로 달콤하군.]

[Waaaaaaaaaaaaaaaaaaggghhh!]

나는 어이가 없어 웃었다.

‘멋진데?’

훨씬 나았다.

[이게 바로 인정이지. 인간이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대가. 이 업계를 살아가는 이만이 받을 수 있는 영광.]

고는 무덤덤하게 말했다.

럼블 매치에서의 그 우승이 자신에게 당연히 거쳐야만 할 일처럼 이야기하며, 이내 결론을 내렸다.

[나는 신에게 도전한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누군가는 질린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 하지만 내가 이렇게 결과를 낸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겠군.]

확실히 그랬다.

고에게는 많은 기회가 주어졌었다.

하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는 못했다.

그는 분명 매력적인 선수였지만 회사의 선택을 받지는 못했고, 반대편에 있는 나로 인해 계속 실패했다.

그리고 종국에는 밑에서 올라온 드류 맥킨마이어에게도 패배해 커리어의 밑바닥을 찍어버리고 말았다.

[그 누가 상상했겠나?!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을 찍은 이 사모아 고가 돌아와 럼블 매치에서 우승할 줄이야!]

[Waaaaaaaaaaaaaaaaaaggghhh!!]

[인생의 교훈을 남겼군. 가장 엿 같고 더러운 시기가 어쩌면 가장 반등할 만한 기회일지도 모른다고 말이야.]

고는 그걸 해냈다.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더 나아가려고 했다.

[이제 남은 건 하나군. 레슬 임페리움의 그 메인이벤트라는 무대까지 나를 계속해서 증명하는 거야.]

고는 입장로를 돌아보았다.

[나는 이제부터 매주 내가 가진 도전권을 걸겠다.]

[Uoooooooooooooooooooohhh!]

충격적인 제안이었다.

고의 아이디어로, 그는 다시 챔피언십에 도전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각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매주 이어지는 치열한 싸움.

그 첫 번째 도전자는.

[I’m Just One Man~!]

[Boooooooooooooooo-!]

2010년대 WWF의 대표적인 자버라고 할 수 있는 히스 슬라우터였다.

팬들 모두가 순간 김이 빠지는 테마곡에 야유하는 와중, 심판과 함께 링으로 나온 히스가 에어 기타를 치면서 자신의 역할에 맡는 행동을 했다.

자버.

상대를 띄워주기 위해 처절하게 구르는 패배 전문 선수들을 뜻했다.

그리고 전생의 나이기도 했다.

땡땡땡-!!

경기가 시작되었고.

[Yeeeeaaahhh! Babe~~!!]

히스가 온갖 쇼를 다 하다 이내 고를 향해 달려들었고.

쩌억-!!

고 해머를 맞고 무너졌다.

[Uooooooooooooooooohhh!!]

비명과 함께 이어지는 핀 폴.

[1! 2! 3!]

땡땡땡-!

허무하게 결착이 나는 경기.

하지만 고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고 히스를 들어 탑 턴버클 위에 앉힌 뒤 머슬 버스터까지 먹여버렸다.

투콰앙!!

[One More Time!]

그리고 팬들의 챈트가 이어지자 예정에는 없던 3연속 머슬 버스터로 히스를 완전히 끝장내버렸다.

[후우.]

숨을 몰아쉬며 일어서는 고.

그렇게 그 도전이 시작되었고.

반대되는 위치에서 나 역시도 고에게 맞선 각본을 개시할 생각이었다.

그래.

우리 두 사람의 대립은 각자가 서로의 자리에서 ‘자격을 계속 증명’해나가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죽여주겠군.’

나는 수요일 밤의 PWA를 촬영할 생각으로 벌써 들뜨는 것을 느꼈다.

* * *

그리고 찾아온 수요일 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 속에 링으로 올라간 나는 그대로 손에 마이크를 쥔 채로 링 위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이내 입을 열었다.

“사모아, 뭐더라? 아무튼 그 친구가 뭔가 헛짓거리를 하는 모양이더군.”

[Yeeeeeeeeeeeeeeeaaahhh!!]

나는 초장부터 고를 ‘듣보잡’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롱했다.

“럼블 매치의 도전권을 걸고서 오픈 챌린지를 하겠다고? 실물이 없는데 그게 어떻게 성립이 되는 거지?”

일부러 좀 더 껄렁하게.

“제기랄, 뭐 어쨌든. 혼자서 힘 빼주시겠다는데 나야 좋지. 그러다 다른 친구가 나올 수도 있는 거고.”

예를 들자면.

“히스 슬라우터라던가. 그 친구 다들 무시하는데. 저력이 있는 친구야.”

[Waaaaaaaaaaaaaaaaaaggghhh!]

“기왕 이렇게 됐으니 우리 PWA 예쁜이들이 다 같이 그 친구를 응원해주자고. Heath 콜로 말이야.”

[Heath! Heath! Heath! Heath! Heath! Heath! Heath! Heath!]

멋진 챈트가 나왔다.

피식 웃은 나는 계속해서 사모아 고를 조롱해나갔다.

“아니, 애초부터. 왜 그런 비효율적인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는데. 어차피 누가 이기든 간에 레슬 임페리움의 승자는 내가 될 테니 말이야.”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챈트가 금방 변했다.

나는 벨트를 번쩍 들어올렸다.

“다들 잘 보라고! 이게 바로 챔피언의 상징이야! 그 누구도 나에게서 이 벨트를 빼앗아갈 수는 없다고!!”

[Yeeeeeeeeeeeeeeaaahhh!!]

“고! 지금 내가 하려는 짓은 어디까지나 네가 하는 짓을 의식해서는 아니야! ……그걸 등신처럼 보이게 만들고 싶은 의도는 있지만 말이야!!”

웃음을 터뜨리는 팬들.

여기에서 조금 유식한 친구들은 대충 방송을 보면서 눈치를 챘을 터였다.

내 캐릭터는 변화했다.

레슬링 월드 시리즈를 기점으로, 조금 더 악역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현대의 프로레슬링은 그런 요소를 최대한 덜어내는 만큼 나에게는 계속해서 환호가 쏟아졌지만.

“나는 이제부터 PWA에서 매주 월드 챔피언십 매치를 갖겠어!”

[Uooooooooooooooooooohhhh!!]

“이 모든 건 고, 네가 자처한 거야.”

나는 그렇게 자신을 변호했다.

매주 월드 챔피언십 매치.

분명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회사로서는 월드 챔피언 타이틀이 걸린 경기가 그런 식으로 자주 부킹되는 건 좋지 못한 일이었다.

그렇게 하면 레슬 임페리움에서 맞붙는 월드 챔피언십 매치의 격상이 떨어져 버리니까 말이다.

그리고 여기에서 하나 더.

“그 상대는…….”

나는 씨익 웃었다.

“빗자루로 하지.”

그렇게.

할리 레이시로부터 시작해 WWF의 관계자들과 반대 단체의 러셀 오메가마저도 ‘너 미친놈 아니냐?’라는 반응을 보였던 경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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