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66.
레슬 임페리움.
이 업계에서 가장 성대한 무대.
경기장을 찾는 관객의 수는 20만을 훨씬 웃돌았으며, 단 하루의 쇼를 통해서 나는 수익은 상상을 초월했다.
그전부터 약 한 달간 레슬 임페리움이 개최되는 도시는 천문학적인 수익을 올렸다.
전 세계에서 모인 프로레슬링 팬들이 돈을 물 쓰듯이 썼고 그것을 노린 각종 인디단체에서 소규모 쇼를 개최하는 시기이기도 했다.
말하자면 대략 3월부터 4월까지 도시 전체가 프로레슬링의 열기에 휩싸이는 셈이었다.
이 모든 게 레슬 임페리움 덕.
그리고 그 정점에 존재하는 것이 바로 레슬 임페리움 메인이벤트였다.
신 VS 사모아 고.
시작도 전부터 온갖 도박 배팅 사이트에서 화제를 끌어 모은 싸움이었다.
하지만 그 밖의 다른 경기들도 메인이벤트 못지않게 훌륭한 수준이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하늘을 향해 피어오르는 폭죽.
오늘 페이퍼뷰에는 헬기 촬영까지도 동원되었고 거대한 돔 경기장으로부터 솟아오르는 불꽃이 화면에 담겼다.
[Welcome To~~~~~!!]
[Wreslte Imperium!!]
[해설을 맡은 마이스 콜!]
[마일로 러날로입니다!]
[레슬 임페리움 2013!! 오늘도 프로레슬링 팬 여러분을 위한 쇼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정말로 엄청난 경기 대진이 완성되었습니다! 오늘 경기장을 찾아주신 관객은 무려 21,532명! 기록 갱신!]
[우리 시대가 전설을 새로 써나갑니다! 프로레슬링이! 그 순간과 함께 하고 있다는 사실이 자랑스럽습니다!]
카메라가 경기장 전역을 비췄다.
시설 인력이 총동원되어 한 달간의 공사 끝에 만들어낸 거대한 입장로.
레슬 임페리움 2013의 캐치 프레이즈는 바로 Star들 간의 전쟁이었다.
그렇기에 입장로도 거대한 별을 형상화한 형태였다. 물론 다소 촌스러운 기색을 지워내려고 그 형태를 뭉갰다.
웅장하고 멋진 세트장.
하지만 첫 번째로 입장하는 선수들은 애석하게도 그곳을 쓰지 않았다.
바로 더 스쿼드였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은 환호했다.
악역으로서의 정체성이 강한 팀이었지만 스쿼드는 그 특유의 카리스마로 인해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었다.
관객들 사이를 헤치고 나오는 그들.
거대한 덩치를 가진 세 사람은 제각각 캐릭터에 맞는 액션을 취하며 자연히 팬들에게 자신을 알렸다.
팬들은 열광했다.
첫 경기부터 올해의 신인 소리가 나올 정도로 멋진 선수들의 경기였으므로 분위기가 나쁠 수가 없었다.
락커룸에 앉아 경기를 지켜보던 신은 자신의 예상대로 이루어져 가는 반응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이게 바로 레슬 임페리움.
한 해의 결산.
그리고 자신은 작년 한 해 동안 과분할 정도로 많은 푸시를 받았었다.
이제는 그걸 돌려줄 때였다.
다음 선수를 띄우기 위해.
“후우.”
심호흡을 한 신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눈을 감고 기다렸다.
시간이 흐르기를.
메인이벤트가 어서 오기를.
* * *
4시간에 걸친 환상적인 스릴라이드.
레슬 임페리움은 주로 그런 말로 표현되고는 했다.
각각의 선수들이 나와 펼친 경기는 오늘 페이퍼뷰를 보기 위해 이곳을 찾은 팬들에게 큰 기쁨을 주었다.
모두 원하는 결말을 맞이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향후 전개를 기대할 수 있도록 최대한 팬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선에서 경기가 끝이 났다.
그렇게 숀 시나 VS C.M. 펑크의 세미 메인이벤트 경기가 끝이 났고.
메인이벤트 전, 마지막 광고가 나가는 동안 입장 준비가 이루어졌다.
오늘 입장은 좀 특별했다.
[Uoooooooooooooooohhh!!]
입장로 위에 선수들이 나왔다.
길고 긴 링까지의 여정.
그 앞에 방금 경기를 마친 숀 시나를 포함해 WWF에 소속된, 또한 PWA에서 온 선수들까지 모조리.
그 모습을 드러냈다.
마치 1년 전 숀 시나의 입장 같았다. 하지만 그 의미는 사뭇 달랐다.
그리고.
신의 테마가 시작되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Waaaaaaaaaaaaaaaaaaaggghhh!]
한 시대의 제왕.
Man On Fire.
The Breaker.
The Alpha.
평소의 가죽 재킷에서 좀 더 진화해 어깨에 해적 선장 같은 느낌의 코트를 걸친 그는 연기를 헤치고 나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챈트가 이어졌다.
작년 레슬 임페리움의 변형 입장.
그때의 그 입장이 지나온 과거라면 지금은 챔피언으로서 도전을 받는 자신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었다.
피어오르는 불꽃.
그리고 폭죽.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그 가운데에서 좁고 긴 입장로를 지나는 신의 모습을, 다른 선수들은 각자 다양한 감정을 담아 바라보았다.
정점에 오른 선수.
그 경기는 각본을 떠나 모두가 기대하고 있는 바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링에 가장 가까운 곳에 서있는 시나를 돌아본 신은 그대로 링으로 들어서서 벨트를 번쩍 들어올렸다.
[Waaaaaaaaaaaaaaaaaggghhh!!]
쏟아지는 환호.
자리에서 일어선 팬들.
그렇게 챔피언의 입장이 끝났다.
원래 챔피언십 매치는 챔피언이 뒤에 등장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어떤 특별한 연출 때문에 신은 흔쾌하게 고의 입장을 뒤로 미뤄주었다.
그리고 그를 맞이하러 나갔다.
가죽 코트를 벗고 벨트를 어깨에 걸친 신은 그대로 링 아래로 내려가 선수들 틈에 서서 고를 기다렸다.
그리고 이어지는 음악.
그 대신.
[Waaaaaaaaaaaaaaaaaggghhh!]
나온 것은 ‘전사’들이었다.
고대의 생활을 아직 깊이 간직하고 있는 폴리네시아의 전사 부족, 사모아.
‘Fa'avae i le Atua Samoa.’
‘사모아는 신이 창조하였다.’
그들은 전사의 춤을 가지고 있다.
마오리 하카와 함께 유명한.
Siva Tau.
실제로 미국 내에 거주하고 있는 사모아 고의 친척들이 모두 참가했다.
그 남자들이 허리에 천을 두르는 사모아의 전통 복장을 입은 채로 전투에 앞서 자신들의 대장을 기다렸다.
Tribal Chief.
Samoa Goe.
그가 링으로 나왔다.
[Uooooooooooooooooooohhhh!!]
비명을 지르는 팬들.
개중에서 가장 화려한 옷을 입은 그는 화살표 모양의 페이스 페인팅을 한 채 전사들의 중심에 섰다.
그리고 신을 바라보며 외쳤다.
“Samoooooooooooaaa-!!”
사모안이여.
“Sauni e tau le taua!”
전쟁을 준비하라.
고요했다.
모두가 그 의식을 존중했다.
현대 사회까지 이어진 전사들의 의식을 입을 다문 채로 지켜보았다.
사모아 고가 전사들의 사이를 어슬렁거리며 계속 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마이크 하나 차고 있지 않았지만 그 목소리는 경기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Tau e matua tau!”
사나운 싸움을 준비하라.
“Fai ia mafai!”
승리를 쟁취하라.
“Le Manu-!”
전사들이여.
그와 함께 자세를 취하는 전사들.
옆으로 돌아서서 다리를 넓게 벌리고 허벅지 위에 손을 올리는 그들.
[Sau ia!]
가자.
의식이 시작되었다.
Le Manu Samoa e ua malo ona fai o le faiva-!
Le Manu Samoa e ua malo ona fai o le faiva-!
Le Manu Samoa lenei ua ou sau!
Le Manu Samoa lenei ua ou sau!
노래하며 춤을 추는 전사들.
박자에 맞춰 허벅지를 두드리고 팔을 들어 덩치를 과시하며 그들은 사모아의 승리를 기원했다.
Le Manu!
전사여.
사모아의 족장이여.
[Woooooooooooo-Ahhhhhhhh!!]
혀를 빼서 내밀고 팔을 들어 올리며 마지막까지 그 의식을 마친 전사들.
그리고.
고의 테마가 시작되었다.
[워-어! 워-어! 워-어!]
[Waaaaaaaaaaaaaaaaaaggghhh!!]
이어지는 환호.
폭력적이며 파괴적인 음악 속에 사모아 고가 천천히 앞으로 나왔고 전사들이 뒤로 물러섰다.
저 남자를 상대할 수 있는 전사는 오직 자신뿐이다.
그것을 말하듯.
허리에 찬 버클을 풀어 사모안의 전통 복장을 집어 던진 사모아 고는 전사가 아닌 더 강한 존재가 되었다.
바로 프로레슬러였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음악에 맞춰 울려 퍼지는 챈트.
그리고 마주본 두 사람.
선수들 사이에서 얼굴을 마주하고 잠시 서있던 두 사람은 감정의 격류를 견디지 못하고 이내 움직였다.
원래대로라면 영광스러운 WWF 월드 챔피언 벨트를 들어 올리며 소개가 이어져야 할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이 두 남자에게는 그런 것을 기다릴 여유가 없었다. 두 사람은 입장로 중앙에서 곧바로 충돌했다.
[Waaaaaaaaaaaaaaaaaggghhh!!]
그런 식으로 시작되는.
아니, 시작조차 되지 못한 경기.
심판이 당황해 링 밑으로 내려왔고 신과 사모아 고는 상대를 향해 무자비한 펀치를 날리며 싸우기 시작했다.
선수들은 그걸 지켜보았다.
모두가 이 싸움을 지켜보았다.
몸싸움에서 주도권을 쥔 것은 물론 힘이 강한 사모아 고였다.
그가 신을 들고 입장로 쪽으로 내달려가며 미친 듯이 괴성을 내질렀다.
“우어어어어어-!!”
바리게이트와 충돌하는 두 사람.
투콰앙-!!
고통스러워하는 신.
사모아 고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신을 곧바로 링 쪽으로 내던졌다.
바닥을 굴러간 신은 복부를 움켜쥔 채로 고통스러워했고, 이내 링 쪽으로 물러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신!”
챔피언 벨트를 챙겨든 심판이 가까이 다가와 링 위로 가라고 지시했다.
프로레슬링 경기는 이런 식으로 선수 둘이 링 아래에서부터 맞붙다가 경기가 노-콘테스트로 종료되는 경우도 전혀 없지는 않았다.
그러고 싶지 않았던 신은 곧바로 링으로 달려가 그 위로 올라갔다.
고도 뒤를 따라왔다.
땡땡땡-!
울려 퍼지는 링 벨.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두 사람이 본격적으로 맞붙으려는 시점이었다.
달려든 신의 무릎이 그대로 링 위로 올라온 사모아 고의 안면에 직격했다.
쩌억-!!
[Uooooooooooooooooohhhh?!]
깜짝 놀라는 팬들.
첫 타격이 스팅거라니.
분명 경악할 만한 일이었다.
그대로 무너진 고는 정신을 잃은 듯이 추욱 늘어졌고, 신이 핀 폴 했다.
팬들은 순간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설마 이대로 경기가 끝나나?
기습 스팅거로?
그렇게 생각한 순간이었다.
심판이 어깨 위쪽으로 돌아가 카운트를 세려는 바로 그 순간, 신의 몸이 갑자기 지면에서 번쩍 들렸다.
고가 신을 잡고 일어섰다.
엄청난 괴력이었다.
[Uooooooooooooooooohhh?!]
신이 당황해 발버둥 쳤지만 고는 그걸 무시하고 꽉 잡아서 들어 올린 신의 옆구리를 무릎에 찍어버렸다.
콰앙-!!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다시 들어 올려, 아예 공중으로 던져버린 뒤 사모안 드롭으로 연결했다.
공중에 떠올랐던 신은 그대로 고의 양어깨 위에 단단히 잡힌 채 지면에 옆으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투콰앙-!!
사모아 고는 이렇게 말했었다.
[물론 그 친구가 나와 관계가 있는 건 아니지만 말이야.]
유마가.
WWF의 전 프로레슬러.
젊은 나이에 심장 마비로 사망했다.
사모안 드롭을 잘 쓰기로 유명했으며 사모아 고는 젊은 나이에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동료를 기리고 싶다고 이야기했었다.
그렇기에 쓴 플랩잭 사모안 드롭.
유마가 못지않은 강력하고 호쾌한 기술 시전에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그 사이에 고가 의도했던 대로 유마가의 이름 역시도 섞였다.
[Umaga! Umaga! Umaga!]
미소를 지은 사모아 고는 그대로 바닥에 쓰러진 신을 덮고 핀 폴 했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계속해서 이어지는 챈트.
심판이 신의 어깨 쪽으로 돌아 들어와 엎드린 상태에서 손을 번쩍 들었다.
하지만 그 동작은 카운트로 이어지지 못했다.
팬들도 챈트를 멈추었다.
[……………….]
경기장 내에 흐르는 긴 침묵.
신이 일어섰다.
사모아 고를 옆으로 든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