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67.
‘저 미친놈.’
모두 경악을 금치 못했다.
[신-!! 시이이이이인!!]
[사모아 고를 번쩍 들어올립니다!]
[130kg의 사내가 마치 아이처럼 매달려 있습니다! 가공할 괴력입니다!!]
해설자들도 흥분해 소리쳤다.
힘은 체중과 비례하기 마련이었다.
근육 양이 많아도 체중이 받쳐주지 않으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신의 체중은 110kg 남짓.
190에 달하는 키를 생각해보면 프로레슬러로서 딱 평균에 가까웠다.
힘보다 날렵함에 치중한 느낌.
그런 그가 사모아 고를 방금처럼 번쩍 들어 올렸다는 사실, 두 가지 이유로 인해 무척 놀라웠다.
하나는 현실의 이유.
130kg에 달하는 사내를, 그저 가만히 누워있는 상태에서 힘을 줘서 들어 올린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근육량과 대비해서 봤을 때 신의 힘이 무척이나 강하다는 뜻이었다.
이제 30세를 넘어 육체적 전성기가 저물어 가는 시기임에도 그는 130kg의 사내를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건.
‘소화’하기 어려운 각본이었다.
신은 숀 시나 같은 파워 하우스 게열이 아니었고, 따라서 그다지 힘을 부각시키는 각본을 받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는 자신의 카리스마와 위상만으로 팬들에게 그걸 납득시킨 것이었다.
[Uooooooooooooooooo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신은 그대로 고를 집어던졌다.
어깨 위로 힘껏 들어 이어진 스로잉은 고를 링 반대편으로 내동댕이쳤다.
콰앙-!
바닥을 몇 번이고 구르며 이어서 미끄러지며 자세를 바로 잡은 고는 분노한 표정으로 신을 노려보았다.
두 사람이 서로를 다시 바라보았다.
가볍게 한 방씩 주고받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팬들이 숨을 내뱉었다.
그전까지 사람을 깜짝 놀라게 만드는 스팟의 연속이라 제대로 호흡을 할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링 위의 신과 고는 길게 대치했다.
팬들이 환호할 때까지.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챈트가 이어졌다.
두 사람이 충돌했다.
콰앙-!!
순간 충격파가 일어났다 싶을 정도로 엄청난 부딪힘이었다.
힘을 겨루는 두 사람.
락 업.
고가 밀어붙였고 코너 쪽으로 밀려나던 신은 이내 그 팔을 떨쳐내고 빠져나와 뒤를 잡았다.
돌아보는 고에게 암 드래그.
팔을 엮은 상태에서 당겨 메치자 바닥을 나뒹군 고가 곧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체인 레슬링.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순간 경기장의 팬들을 집중하게 만드는 공방이었다.
누가 리드를 잡을 것인가.
서로의 팔을 쳐내고.
공격에 성공해 반대편으로 메치고.
일어서서 반격을 가하고.
그렇게 이어지던 공방은 돌연 해머가 날아들면서 그 균형이 깨졌다.
쩌억-!
관자놀이를 노린 엘보.
고 해머.
현 PWA의 링 프로듀서이자 업계의 전설, 베이다로부터 전수 받은 기술.
거기에 순간 크게 휘청거리며 밀려났던 신은 허리를 푹 숙이고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힘겨워 했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려는 고 해머.
바로 그 순간이었다.
[Uoooooooooooooohhhh?!]
신이 아래쪽으로부터 몸을 세우면서 그대로 고의 턱을 머리로 들이받았다.
레슬링 경기라기보다는 싸움.
“신!”
심판이 다가와 경고를 날렸지만 신은 그걸 무시하고 공격을 이어나갔다.
해머링 앤 찹 러시.
퍼억-!
쫘악!!
연달아 이어지는 소리.
팔을 바깥에서 안쪽으로 당기며 해머링. 그걸 다시 뻗어서 찹으로 연결.
[Waaaaaaaaaaaaaaaaaaggghhh!]
러시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밀리는 고. 호쾌한 타격에 신을 향한 팬들의 환호가 순간 경기장을 진동시켰다.
그렇게 로프까지 밀어 붙여.
“간다……!”
고의 팔을 힘껏 잡아당긴 신은 반대편 로프 쪽으로 내던졌다.
로프 반동 후 돌아오는 고에게 깔끔하게 드롭킥으로 마무리.
퍼억-!
중심을 잃고 쓰러진 고가 링 바깥으로 굴러 나갔고 신은 가볍게 착지했다.
그러자니 자리에서 일어서는 팬들.
[Waaaaaaaaaaaaaaaggghhh!!]
환호와 함께 신의 다음 공격을 기대하는 팬들.
그 가운데에서 신은 관객석을 돌아보며 더 큰 환호가 자신에게 쏟아지도록 유도했다.
고가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서자 반대편 코너로 물러선 신이 내달렸다.
코너에서 대각선 방향의 코너로.
이어서 로프를 밟고 위로 올라가.
[Uoooooooooooooooooooohhh!]
놀라는 팬들의 앞에서 자세를 잡은 그는 단숨에 몸을 회전시키며 링 바깥으로 자신의 몸을 던졌다.
장외 문설트.
링 바깥에 있는 상대를 덮치는 신의 가장 화려하고도 위험천만한 무브.
하지만 그게 깨졌다.
[Uoooooooooooooooo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팬들.
고가 공중에 떠올라 회전하며 떨어지는 신을 붙잡아 어깨에 들쳐 멨다.
그리고 바리게이트에 던져버렸다.
투콰앙-!!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무너지는 신.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파괴적인 챈트 속에서 고는 코를 잡고 안에 있던 피를 가볍게 털어냈다.
그사이 일어서는 신.
“3……!”
심판의 텐 카운트가 이어졌고 고는 바리게이트 앞의 신을 향해 돌진했다.
그대로 이어지는 태클.
바리게이트가 붕괴했다.
투콰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미리 보안요원들이 팬들을 주변에서 대피시킨 상황이었기에 붕괴한 바리게이트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쓰러진 두 사람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며 지금 이 싸움의 치열함을 더해주었다.
쓰러진 고와 신은 움직이지 못했고 그 상태에서 텐 카운트가 이어졌다.
그리고 이내 일어선 고.
그가 신의 머리채를 붙잡아 일으켜세운 뒤 함께 링 안으로 들어섰다.
카운트가 9에서 멈췄다.
아슬아슬한 상황 속에서 신은 심호흡을 했고 이내 고에게 주도권을 내준 채 계속해서 공격을 받아냈다.
수플렉스.
수플렉스.
그리고 해머.
연속된 공격과 핀 폴.
[1……!]
어깨를 비틀며 벗어난 신은 그대로 바닥에 코를 처박은 채 자신의 폐 안으로 있는 힘껏 공기를 받아들였다.
매트의 땀 냄새.
하지만 옆으로 돌 만한 힘이 없었고, 신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버티지 못한 채 곧바로 내뱉어버렸다.
들썩이며 움직이는 근육질의 몸.
분명 올림픽 애슬리트 급은 아니었지만 링 위에서 수십 분 이상을 버텨야만 하는 레슬러의 몸은 경이로웠다.
신이 숨을 들이쉴 때마다 폐의 존재감이 느껴질 정도로 가슴이 크게 부풀었고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리고 일어선 고.
신보다 옆으로 두 배는 너끈히 거대한 몸은 그대로 상대를 바이스처럼 붙잡고서 서브미션에 들어갔다.
코키나 클러치.
상대를 백마운트 포지션으로 잡고서 초크를 거는 사모아 고의 강력한 서브미션 피니시 무브였다.
“크헉……!”
신을 위에서 감싸 누르고 머리를 꽉 잡고 놓아주지를 않는 사모아 고.
[Uooooooooooooooohhhh?!]
코키나 클러치는 머슬 버스터와 함께 사모아 고의 양대 피니시 무브였고 수많은 선수들로부터 탭을 받아냈다.
그걸 극복한 선수는 적었다.
20kg 이상 체중 차이가 나는 상태에서 신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점점 추욱 늘어지는 신.
심판이 다가와서 항복을 종용했으나 탭만큼은 절대로 칠 수 없다는 듯 버티던 신이 이내 움직였다.
일단 경동맥을 꽉 조르고 있는 고의 팔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힘을 주었다.
초크가 조금 느슨해졌고.
신의 하반신이 번쩍 들렸다.
고 역시도 다리를 엮어서 막아내고자 했지만 신이 더 빨라 그만 놓치고 말았다.
[Uooooooooooooooooohhh?!]
그 상태에서 복근의 힘만으로 다리를 위로 들어 올린 신은 상반신 쪽으로 그것을 넘기며 고를 밀어냈다.
그렇게 고의 위에 올라탄 신은 백 마운트 포지션을 역전시켜서 상대방의 양어깨가 땅에 닿도록 만들었다.
핀 폴이 성립되었다.
[Waaaaaaaaaaaaaaaggghhhh!!]
“1……!”
카운트를 하는 심판.
“2……!”
결국 어쩔 수 없이 고가 코키나 클러치를 풀면서 핀 폴에서 벗어났다.
무척 위험한 상황이었다.
안 그래도 목이 졸리고 있는 상황인지라 힘겨루기에서 밀렸더라면 그대로 실신했을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쿨럭! 쿨럭……!”
거칠게 기침을 하는 신.
그는 괴로워하며 링 바깥으로 굴러 나갔고, 바리게이트 앞에 무릎을 꿇은 채로 호흡을 돌리려고 애를 썼다.
진짜로 기절할 뻔했다.
고가 신이 받아 내리라고 믿어 제대로 힘을 줬기 때문에 꽤 힘들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이 아니었다.
호흡을 겨우 반쯤 돌리고 일어선 순간. 링 위에서 마치 전차가 돌진해오는 듯한 굉음이 들려왔다.
바로 사모아 고였다.
로프 반동을 한 그가 신을 향해 돌진해오며 그대로 탑 로프와 미들 로프 사이로 힘껏 몸을 던졌다.
그리고 팔꿈치를 뻗어왔다.
엘보 수어사이더.
전차와 충돌하는 듯한 충격.
콰앙-!!
[Uoooooooooooooooooohhh!!]
신의 몸이 바리게이트에 부딪혔다.
덩치답지 않은 유연함과 기술 구사력이 최대 강점인 사모아 고였다.
수어사이드 다이브를 하고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선 그는 신의 머리채를 잡고 다시 링 위로 올려 보냈다.
이대로 끝장을 내버리겠다는 선언.
신은 이어지는 무자비한 공격을 견뎌내며 고통 속에서 반격의 타이밍을 찾아 분주히 눈을 움직였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그리고 팬들의 반응을 살폈다.
아까 전, 장외 문설트가 실패하면서 주도권을 빼앗겼고 그로부터 계속 강렬한 무브들에 당해주고 있었다.
하지만 팬들이 느끼기에.
신은 절대로 이렇게 끝날 선수는 아니었다. 언제 어느 순간에라도 억지로 기술을 우겨넣는 힘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게 터졌다.
슈퍼 킥.
쫘악-!!
[Waaaaaaaaaaaaaaaaaggghhh!!]
경기장을 뒤흔드는 환호.
고가 신을 일으켜 세워 다시 공격을 이어가려던 시점에 나온 반격이었다.
팔을 쳐내고 옆으로 한 발 물러섰던 신은 그대로 몸을 비틀며 어떻게든 사모아 고의 턱에 킥을 쑤셔 넣었다.
순간 그 턱이 크게 들렸고.
먼저 쓰러진 건 신이었다.
그간의 충격이 어찌나 강했던지 신은 제대로 중심을 잡고 서지 못했다.
하지만 고 역시도 그대로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자리에 풀썩 무너졌다.
마치 슈퍼 킥의 레전드, 존 마이클스를 보는 듯한 엄청난 킥이었다.
그로부터 이어져온 ‘반격 슈퍼 킥’이 신을 통해 계속 이어졌다.
그렇게 소강상태가 찾아왔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응원은 신에게로 향했다.
그는 똑같이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고 사모아 고 역시도 머리를 뒤흔들며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했다.
하지만 정확히 턱에 꽂힌 킥은 그의 뇌를 뒤흔들어놓았고 쉽게 정신을 차리고 일어서지 못하게 막았다.
“5……!”
이어지는 카운트.
사모아 고가 천천히 일어섰다.
“6……!”
“7……!”
신 역시도 로프를 붙잡고 일어섰다.
대치하는 두 사람.
그런 가운데에서 사모아 고는 심호흡을 하며 이내 신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신은 그걸 기다리고 있었다.
태클을 하려는 그 얼굴에 이어지는 스팅거.
쩌억!!
[Uooooooooooooooooooooohhh!]
고의 턱이 세차게 들리며 온몸을 타고 흐르던 땀이 주변에 흩뿌려졌다.
다시 무너지는 두 사람.
신의 몸이 고의 위를 덮었다.
이어지는 핀 폴.
[1……!]
[2……!!]
고가 어깨를 들어서 벗어났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이전까지는 스팅거로 무너지는 모습도 종종 보여주었던 사모아 고였다.
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이곳은 레슬 임페리움.
그것도 메인이벤트.
WWF를 포함해 이 업계에서 활동하는 모든 프로레슬러들이 한 번쯤은 서보고 싶어 하는 영광스러운 자리.
사모아 고 역시 그 꿈을 그리고 있는 남자들 중 하나였고, 수많은 실패를 거쳐서 결국 이곳까지 올라왔다.
그렇기에 무너질 수 없었다.
“허억, 허억…….”
그는 숨을 몰아쉬었다.
평균보다 더 나가는 체중을 자랑하는 그는 다한증까지 있어서 남들과 비교해서 체력 소모가 배는 심했다.
하지만 정신은 또렷했다.
고가 뻐근한 통증 속에서 숨을 몰아쉬고 있자니, 그 위에서 굴러 떨어진 신이 나직이 말을 걸어왔다.
“……괜찮냐?”
“누가 누구 걱정을 하는 거야.”
고는 당당하게 말했다.
경기가 중간으로 접어드는 시점.
팬들의 챈트가 나오기 시작했다.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경기의 중반부로 접어드는 시점.
벌써부터 이 경기가 대박이 날 거라는 사실을 알리는 챈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