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82화 (582/634)

Dark Match 68.

신이 탑 턴버클 위로 올라갔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성이 빗발쳤다.

순간 팬들의 이목이 그 위로 집중되면서 자연스럽게 환호로 연결되었다.

하이 플라잉 무브의 힘이었다.

사모아 고는 링 바닥에 대자로 뻗은 채 움직이지 못했고, 이내 신이 탑 턴버클 위에서 훌쩍 뛰어올랐다.

거체가 화려하게 회전했다.

피닉스 스플래시.

Man On Fire.

그런 별명에 걸맞은 멋진 무브였다.

신의 몸이 고를 덮쳤다.

투콰앙-!!

충돌 직후 100kg을 넘는 신의 몸이 튕겨 오를 정도로 충격이 거대했다.

고는 순간 숨을 삼켰고 고통으로 버티지 못하고 반대편으로 몸을 돌렸다.

하지만 그걸 신이 막았다.

이어지는 핀 폴.

[1……!]

[2……!!]

고가 겨우 벗어났다.

[Uooooooooooooooooohhhh!]

박수를 보내는 팬들.

아쉬운 듯 자리에서 일어선 신이 다시금 경기를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주도권은 챔피언이 쥐었다.

순간 고가 저항을 시도했지만.

퍼억!

강력한 보디 블로를 날린 챔피언이 그대로 번개 같은 콤보 무브를 썼다.

일단 가슴을 걷어차고.

“크헉?!”

고의 얼굴이 들리자 헤드벗을 날리고 이어서 발을 힘껏 짓밟아버렸다.

고통스러워하는 고.

그 안면이 다시 내려오자.

옆으로 돌아 슈퍼 킥.

쫘악-!

[Waaaaaaaaaaaaaaaaaaggghhh!]

쏟아지는 환호.

신은 그대로 고를 번쩍 들어 올려서 반대편으로 힘껏 내던져 마무리했다.

그리고 환호에 응답.

자신의 귀를 손가락으로 툭툭 치면서 환호를 더 유도하자 경기장의 관객들이 미친 듯이 챈트를 시작했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엄청난 반응이었다.

작년에 숀 시나를 꺾고 업계의 최정상에 우뚝 선 이후로, 신에 대한 반응은 좀처럼 떨어질 줄을 몰랐다.

‘확실히 GOAT일 수도 있겠군.’

그렉 하트는 선선히 납득했다.

그는 오만한 인물이었다.

닉 플레어가 오직 한 가지 방식으로만 레슬링을 한다고 깔 정도로 그는 자신의 레슬링에 대해 거대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는 남자였다.

그런 그가 인정했다.

지금의 신은 완전체였다.

물론 그로 인한 단점도 존재했다.

프로레슬링은 하나의 스토리가 있는 쇼로서 선수들의 설정 또한 중요했다.

왜냐면 그로 인해 드라마가 만들어질 수 있는 여지가 많기 때문이었다.

현실과는 분명히 다른.

하지만 다들 납득하는 설정.

예를 들자면.

‘레이 미스테리우스가 거인 레슬러들을 이길 수 있다거나 그런 거지.’

현실로 따지자면 레이는 절대 그럴 수가 없었다.

레이의 키는 158cm.

체중은 80kg 정도.

멋진 근육질이었지만 그를 상대하는 다른 선수들은 대부분 2미터에 가까운 거한이었다.

체중 차이는 기본이 30kg이었다.

복싱에 왜 체급이 있겠는가.

그걸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인간이 그 한계를 뛰어넘는 것은 드라마가 되기 마련이었다.

신이 동양인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고 한 시대의 정상에 우뚝 선 것처럼.

‘뭐, 대충 그런 식인데.’

거인은 느리다거나.

레이 미스테리우스가 작은 키임에도 날아다니면서 빠른 속도로 거인 레슬러들을 제압할 때 나오는 드라마나.

하지만 지금 신은 완벽했다.

완벽에 가까운 게 아니었다.

모든 부분에서 압도적이었다.

힘도 강하고.

타격에도 능하고.

유연하며.

테크니컬하며.

마지막으로 터프했다.

실질적으로 커리어를 보내며 큰 부상을 당한 경력이 전무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나오는 단점.

결국 신을 이기려면 상술한 장점들을 뛰어넘는 능력을 가져야만 했다.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가?

‘어렵지.’

막상 그렉 하트 본인도 전성기 시절에 신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진지하게 재보고 있는 형국인데 말이다.

아마 러셀 오메가 정도?

아니면 팬들의 압도적인 사랑을 받는 숀 시나 정도의 레벨이 아니라면.

불가능하지 않을까.

그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경기는 계속해서 신이 리드해 나갔고, 고는 위기에 몰리면서도 끝내 쓰리 카운트까지 내어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펀치.

또 다시 펀치.

고의 몸이 크게 휘청거렸고.

‘사고’는 거기에서 발생했다.

빠악-!!

순간 경기장에 울려 퍼지는 소리.

모두의 눈이 휘둥그레 뜨였다.

고가 눈을 감싸쥐며 물러났다.

신의 공격이 ‘잘못’ 들어갔다.

즉.

위험하게 때렸다는 말이었다.

‘신이 저런 실수를?’

러셀 오메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심판이 놀라 다가갔고 고는 로프에 몸을 기댄 채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신이 그 앞으로 다가가자 심판이 고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지시를 내렸다.

“신, 물러서!”

그 말에 신이 코너로 가 섰다.

[Uoooooooooooooohhh……!]

탄성이 터져 나오는 관객석.

심판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의 얼굴을 살피는 가운데, 정말 사고가 난 걸까 싶어 모두가 걱정스레 바라보았다.

신도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고의 얼굴에 카메라에 잡히자 경기장의 팬들이 다시 탄식했다.

[오, 이런.]

[완전히 엉망진창이군요.]

[사모아 고의 얼굴이, 어. 글쎄요.]

[펀치가 제대로 들어갔습니다.]

[이거 신의 반칙패로 끝날 수도 있겠군요. 그렇게 되면 타이틀의 변동은 일어나지 않게 됩니다.]

[초유의 사태겠네요.]

사모아 고의 눈에 멍이 들었다.

어찌나 강하게 갈겼는지 맞은 왼쪽 눈을 제대로 뜨지도 못했고 뇌진탕마저도 걱정되는 상황이었다.

“고, 안 되겠는데 이거.”

“……안 되면 당신 죽어.”

“억지 부리지 마.”

한숨을 내쉰 심판이 손을 들어 머리 위에서 엑스자 표시를 취하려 했다.

경기 속행 불가.

하지만 그 직후.

사모아 고가 그 멱살을 붙잡았다.

[Waaaaaaaaaaaaaaaaagggghhh!]

환호가 이어졌다.

팬들은 이 경기가 끝까지 이어졌으면 했다. 사모아 고는 그런 의지를 지금 그들에게 보여준 것이었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고.

그가 손을 내밀었다.

파이팅 포즈.

“아직 안 끝났다.”

“이야, 이거 멋진데.”

신도 미소를 지으며 두 사람이 다시금 링 중앙에서 서로를 마주보았다.

이어지는 경기.

주도권은 물론 아직 신이 가졌다.

헤드록 이후, 그대로 고를 넘겨 바닥에 메친 신은 상대의 얼굴에 무자비한 주먹질을 퍼부었다.

정신을 못 차리고 발버둥치는 고.

상대의 부상이 염려되는 상황에서도 일부러 안면에 주먹질을 하는, 신의 스타일을 잘 보여주는 무브였다.

그리고 그건 어디까지나 사모아 고의 반응을 끌어올리기 위한 일이었다.

일련의 스팟 전부가 그랬다.

신은 일부러 사모아 고의 눈가에 멍이 남도록 강력한 펀치를 날렸다.

바로 고가 자청한 일이었다.

신은 며칠 전의 일을 떠올렸다.

레슬 임페리움의 경기를 짜던 도중, 반응을 끌어올리기 위해서 그러는 편이 더 낫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제대로 때려라.]

[안 봐줄 거다.]

[기대하지.]

씨익 웃는 고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그런 그가.

지금 헤드록에 잡혀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

정말로 멋진 순간이었다.

팬들은 그런 고에게 감화되었다.

그 필사적인 모습.

어떻게든 이 경기에서 이기고자 하는 모습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손에 땀을 쥐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 정도로 치열함이 더해진 경기.

고의 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Uoooooooooooooooooohhh……!]

그 모습이 카메라에 잡혀 전 세계로 송출되었다.

보다 못한 심판이 다가와 경기를 끝내려고 했지만, 바로 그 순간 고의 반격이 이루어졌다.

신의 머리를 잡고 당기는 고.

이쯤 되면 막 싸움이었다.

한쪽 팔로 잡고 있던 헤드록이 풀렸고 이번에는 반대로 고가 신에게 코키나 클러치를 사용하려고 들었다.

“우읏……?!”

순간 당황하는 신.

이번에는 제대로 들어갔다.

아예 신의 등으로 바싹 달라붙은 고는 다리를 그 몸통에 휘감고서는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힘껏 목을 졸랐다.

“…………!!”

팔에 힘을 줘서 버텨내는 신.

그렇게 대치가 이어지던 중.

사모아 고는 이를 악물며 자신이 먼저 코키나 클러치를 풀고 일어섰다.

[Uooooooooooooooooooohhh?!]

순간 당황하는 팬들.

미친 듯이 기침을 해대는 신과 자리에서 일어선 고가 잠깐 대비되었다.

그것을 텔레비전을 통해서 보고 있었던 베이다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요즘 보기 드문 놈이야.”

그 의미가 곧바로 전달되었다.

오히려 해설자가 일일이 설명해주는 것이 촌스럽다고 느껴질 정도였다.

고는 싸우고 싶은 것이었다.

그 몸에서 아드레날린이 들끓었다.

신이 절대 항복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이곳의 그 누구보다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게 바로 사모아 고였다.

코키나 클러치는 완벽하게 들어가지 않았고 신이 계속 팔을 안쪽에 걸어서 힘을 겨루고 있던 상황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대치 상황을 통해 힘을 빼느니 차라리 기술을 풀고 일어나고야 말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왜냐면.

[이곳은 레슬 임페리움이니까!]

[이렇게 끝낼 수는 없으니까! 사모아 고 역시도 알고 있는 겁니다!!]

[그것이 바로 월드 챔피언!]

[두 사람이 다시 붙습니다!!]

[Waaaaaaaaaaaaaaaggghhh!!]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강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팬들의 환호는 이제 반반.

그 누구도 이 경기의 결말을 예상하지 못했고, 그런 가운데 고가 힘껏 주먹을 내지르며 신을 몰아붙였다.

안면에서는 피가 줄줄 흘러내렸다.

페이스 페인팅은 거의 지워졌다.

하지만 그 의지는.

신을 이기고자 하는 의지는.

절대로 무너지지 않았다.

오히려 더 뾰족한 화살이 되어 신을 몰아붙이려고 했다. 고는 숨을 몰아쉬며 신을 잡고 반대편으로 넘겼다.

익스플로더 수플렉스.

투콰앙-!!

“우어어어어어!!”

[Waaaaaaaaaaaaaaaaaaggghhh!!]

자리에서 일어선 고는 신의 안면에 계속해서 펀치를 날리며 몰아붙였다.

주도권이 완전히 넘어갔다.

신 역시도 몇 번이고 반격했지만 고는 오뚝이처럼 자리에서 일어섰다.

속도는 더욱 높아졌다.

두 사람의 싸움은 치열했고, 팬들은 눈을 떼지 못하고 그 모습을 보았다.

챔피언은 누구인가.

누가 될 것이냐.

그런 의문 속에서 신은 길게 심호흡을 하면서 마지막 기술을 준비했다.

깔끔하게 터져 나오는 반격 헤드벗.

쩌억-!!

안면을 받힌 고가 비틀거리며 물러섰고 뒤쪽의 로프에 반동을 취했다.

[Uooooooooooooooooohhh?!]

놀라 일어서는 팬들.

링 중앙으로 나온 신이 자세를 낮추며 그런 고를 받아낼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 기술이 들어갔다.

안티 크라이스트.

고의 거체를 지면에서 뽑아든 신이 반대편으로 회전하며 수직으로 선 상태에서 순간 우뚝 정지했다.

길게 늘어지는 시간 속.

팬들이 숨조차 쉬지 못하는 가운데.

신은 그대로 고와 함께 떨어졌다.

투-콰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쏟아지는 환호.

이 안티 크라이스트를 벗어난 레슬러는 지금까지의 역사상 단 한 명뿐.

바로 숀 시나였다.

그러므로 모두가 이 경기가 이것으로 끝이 날 것이라고 생각했다.

누군가에게는 안심이고.

누군가는 아쉽겠지만.

이 경기는 신의 승리로 끝났다.

[1……!]

[2……!!]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사모아 고가 어깨를 들기 전까지.

[Uoooooooooooooooooohhh?!]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사모아 고! 사모아 고가 카운트에서 벗어납니다! 신을 극복해냅니다!!]

모두가 미쳐 날뛰는 가운데.

튕겨져 나간 신은 로프에 몸을 기댄 채 어이가 없다는 듯 고를 보았다.

그 표정을 카메라가 확실하게 잡았고 이어서 땅바닥에 붙어 숨을 몰아쉬는 고의 모습으로 전환되었다.

매트가 피로 물들었다.

고는 거기에 피를 닦아내며 다시 일어섰다.

“아직, 아직 안 끝났어.”

무릎을 꿇은 채 주먹을 드는 고.

20분이 넘는 사투.

그 한쪽 눈은 자위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크게 부풀어 오른 상황이었다.

땀으로 젖은 피부는 신의 온갖 타격으로 인해 새빨갛게 부어올랐다.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하지만 고는 그러지 않았다.

다시 일어섰다.

주먹을 쥐고 파이팅 포즈를 취한 그 얼굴을 본 신 역시도 호흡을 정돈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다시금 타격전이 이어졌다.

펀치와 펀치가 맞서며 서로 절대 지고 싶어 하지 않는 두 사람의 감정이 세차게 충돌했다.

그런 가운데.

사모아 고는 주먹을 날렸다.

이 링 위에서 죽더라도 자신은 절대로 그냥 쓰러지지 않을 생각이었다.

왜냐면.

프로레슬러가 된 이상.

자신의 꿈은 월드 챔피언이라고.

스스로 그렇게 정했으니 말이다.

오랜 꿈을 이루고자 하는 것은 누구나 다 같았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을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는 와중, 신은 웃었다.

힘이 빠져 비틀린 미소.

하지만 진심이었다.

동료의 꿈을 이루어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기뻤다.

그리고.

사모아 고 이 자식은 분명히 자신이 그래줄 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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