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69.
고는 의식을 잃기 직전이었다.
“허억, 허억…….”
그런 그가 어떻게든 버티고 서있을 수 있는 건 팬들의 응원 때문이었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계속해서 이어지는 챈트.
반대편의 신도 그랬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자신의 이름을 계속 외치고 있는 팬들의 존재가 그를 버티게 만들었다.
경기의 최후반부.
모두가 마음을 졸이며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싸움이 다시 시작되었다.
신의 뉴 콤보.
복부에 펀치를 날리고.
허리를 숙이면 가슴에 킥.
하지만 고는 그걸 읽고 있었다.
태클이 들어왔다.
[Uoooooooooooooohhh?!]
곧바로 익스플로더 수플렉스.
링 반대편으로 나가떨어진 신은 고장 바닥에 손을 대고 중심을 잡았다.
뒤이어 달려드는 고.
신은 타이밍에 맞춰 옆으로 구르며 동시에 고의 다리를 걸고 넘어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샤프 슈터.
바닥에 누운 채로 고의 다리를 자신의 다리에 얽은 신이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서며 서브미션을 걸려고 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고가 신의 머리에 팔을 감싸고 넘기며 자연스럽게 롤 업으로 연결했다.
신의 어깨가 땅에 닿았다.
[1!]
[2!!]
몸을 튕겨내며 벗어나는 신.
두 사람은 서로 한 바퀴씩 뒤로 굴러서 거리를 벌렸고, 직후 몸을 튕기며 서로를 향해서 달려들었다.
콰앙-!!
이어지는 충돌.
고가 다시 한 번 익스플로더 수플렉스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그걸 떨쳐내고 뒤로 물러선 신이 킥을 날렸다.
그 이름하야.
슈퍼 킥.
[Uoooooooooooohhh?!]
하지만 고는 허리를 낮춰 피했다.
그리고 어깨에 신의 다리를 걸친 상태에서 힘을 줘서 번쩍 들어올렸다.
이어지는 파워 밤.
투콰앙-!!
그리고 핀 폴.
[1!]
[2!!]
직후 고가 자세를 바꿨다.
보스턴 크랩.
신이 어깨를 튕겨 일어나기도 전 사모아 고는 오만하게도 다음 기술로 연결하며 자신의 카리스마를 보여줬다.
“크아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는 신.
허리를 무자비하게 꺾는 보스턴 크랩. 고통스러워하던 신이 허리를 옆으로 꺾으며 고의 발을 후려쳤다.
순간 비틀거리는 고.
아무래도 경기의 최후반부였던 만큼 아주 사소한 행동이라도 몸의 중심을 잃게 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신은 거기를 노렸다.
허리를 들고 틈이 생기자 안쪽으로 둥글게 말며 보스턴 크랩을 풀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고가 다시 신을 번쩍 들었다.
투콰앙-!!
[Uooooooooooooooooooohhh?!]
두 번째 파워 밤.
그리고 다시 보스턴 크랩.
하지만 거기까지 이어지진 못했다.
고가 쓰러졌다.
뒤엉킨 채 바닥에 뻗는 두 사람.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Fight Forever!]
짝! 짝! 짝짝짝!
이어지는 챈트.
두 사람이 일어섰다.
무릎을 꿇고 앉은 두 사람은 이것이 마지막이라는 듯 주먹을 주고받았다.
짜악-!
퍼억!
주먹과 찹.
서로 크게 한 방씩.
거기에서 무너지려던 두 사람은 이내 이를 악 물고 다시 맞붙었다.
이번에는 길게 이어졌다.
퍼억!
쫘악!
퍼억!
쫘악!!
[Uooooooooooooooooohhh!]
링 위에 울려 퍼지는 소리.
팬들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물론 링 주변에는 마이크를 달아두어서 경기장 전체에 타격음이 잘 들리도록 하는 게 프로레슬링이었다.
하지만.
신. 190cm에 110kg.
사모아 고. 185cm에 130kg.
일상적인 상황에서 볼 수 없는 거대한 두 레슬러 간의 타격 대결이었다.
시선을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식으로 싸움을 이어가던 중.
쩌억-!!
[Uooooooooooooooooooohhh?!]
신이 몸을 날리며 던진 헤드벗에 고가 휘청거리며 뒤로 넘어가려고 했다.
하지만 넘어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반동을 이용해서 몸을 던진 고는 그대로 엘보를 꽂아 넣었다.
고 해머.
쩌억!!
무너지는 신.
“허억, 허억…….”
거칠게 숨을 몰아쉬던 고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코너로 향했고 미들 로프를 밟고 올라가 털썩 주저앉았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바닥에 뻗어 있던 신이 벌떡 일어나 그대로 고를 향해서 힘껏 내달렸다.
[Uoooooooooooooooooohhh?!]
순간 놀라는 팬들.
그리고 이어지는 기술은.
신의 전매특허.
슈퍼 프랑켄슈타이너.
로프를 밟고 올라간 신이 고의 어깨 위로 양발을 올려서 머리를 감쌌다.
하지만.
[Uoooooooooooooooooohhh?!]
고는 그걸 버텨냈다.
자신의 몸을 당겨 투석기처럼 고를 던지려던 신의 몸이 추욱 늘어졌고.
“끄으으응……!”
이내 고가 힘껏 들어올렸다.
파워 밤 포지션.
그것도 미들 로프 위에서.
하지만 직후.
팔을 뻗은 고가 신의 목을 붙잡고는 앞으로 힘껏 잡아당겼다. 그러자 신의 몸이 둥글게 말렸고 다리가 나와 자연스럽게 다른 포지션으로 이어졌다.
머슬 버스터.
[Waaaaaaaaaaaaaaaaaggghhhh!!]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는 팬들.
그리고 고가 뛰어올랐다.
슈퍼 머슬 버스터.
링 위를 크게 가로질러간 두 사람의 몸이 그대로 바닥과 힘껏 충돌했다.
투-콰앙-!!
순간 정적이 흘렀다.
이것으로 끝이다.
모두가 그걸 느꼈다.
머슬 버스터의 충격으로 지면에서부터 한 번 크게 튕겨 오른 신이 바닥에 턱부터 떨어지며 완전히 침묵했다.
그 위를 고의 몸이 덮었다.
핀 폴.
모두가 카운트를 셌다.
[1……!]
[2……!!]
[3………!!]
땡땡땡-!!
울리는 링 벨.
그리고.
이어지는 환호.
[Waaaaaaaaaaaaaaaaaaggghhh!]
25분 7초.
혈투가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으어어어어어어어-!!”
경기에서 이긴 순간.
사모아 고는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하고는 그대로 옆으로 픽 쓰러졌다.
신은 입을 꾹 다물었다.
드디어 이루어졌다.
사모아 고의 꿈이.
그걸 도와줄 수 있어 다행이었다.
핀 폴을 하면서 팬들의 환호성이 빗발치는 가운데 두 사람은 끝이 났음을 알고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눴었다.
[정말 고맙다. 신.]
[행운을 빈다.]
부디 그 챔피언 집권기가 자신과 같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으면.
그것을 기원하며 신은 옆으로 굴러서 링을 빠져나와 자리를 피해줬다.
이제는 챔피언의 시간이었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팬들의 챈트가 이어졌고 링 아래로 내려간 심판이 WWF 월드 챔피언 벨트를 가지고 돌아왔다.
그때쯤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은 사모아 고가 벨트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잠시 내려다보았다.
신은 미소를 지었다.
자신도 분명 저랬었다.
온몸에 힘이 쭉 빠진 상태에서 무릎을 꿇고 앉아서 벨트를 받아들자 자신의 것이란 실감이 나지를 않았다.
그래서 마냥 숨을 몰아쉬다가.
“고!”
저런 식으로 심판의 신호를 받아서야 겨우 자리에서 일어나 코너 로프를 밟고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벨트를 번쩍 치켜들었다.
[Waaaaaaaaaaaaaaaaaaaggghhh!]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터져 오르는 폭죽.
환호하는 팬들.
그 가운데 오늘의 주인공이 되었다는 그 느낌은, 정말로 최고였다.
이제까지의 고생을 보상받는 듯한 기분이었다.
물론.
이제 시작이지만.
‘고생 좀 해라.’
신은 미소를 지었다.
환상적인 밤이었다.
정말로.
* * *
레슬 임페리움 2013.
신의 챔피언 집권기는 끝을 맺었다.
멋진 결말이었다.
그는 집권기 내내 숱한 명경기를 만들었고, 각각의 선수들이 그를 통해서 올라올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줬다.
메인 이벤터.
팬들에게 더 사랑받는 존재로.
그리고 마지막으로 사모아 고를 새로운 챔피언으로 만들어주면서 마지막까지 유종의 미를 거두었다.
월드 챔피언으로서 이 정도로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해준 선수가 있는가 싶을 정도로 멋진 시간이었다.
물론 거기에는 신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의 노력 역시도 포함되었다.
또한 그 과정에서 프로레슬링 업계가 가지고 있던 문제들이 다소 해소되었던 것이 바로 그 이유였다.
선수들은 높은 연봉을 받게 되었고.
도시 간 이동도 수월해졌고.
휴식 또한 보장되었다.
그러므로 쉴 대로 쉰 놈들이 신이라는 우두머리를 보고 자극을 받아 더욱 날뛰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이전까지 프로레슬링 업계는 관행이라는 말 아래에서 너무나도 손쉽게 악행이 자행되고 있는 게 실정이었다.
하지만 업계 자체가 선의의 경쟁구도로 들어가고 선수들의 파워가 강력해지면서 많은 부분이 좋아졌다.
결국 프로레슬링에서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프로레슬러라는 말이었다.
‘좋지 좋아.’
챔피언을 내려놓은 뒤.
신은 한 달 정도의 휴가를 받아 집에서 쉬며 몸을 가다듬고 있었다.
그 전까지 챔피언 집권기 때는 워낙 바빠서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는데.
이번에야말로 체중을 불리고 근육을 다시 키워 베스트 컨디션으로 업계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물론 한 달로는 한계가 존재했지만.
그래도 베스트 컨디션이라는 목표쯤은 충분히 이룰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휴가를 받은 월요일 밤.
[내가 챔피언이 되었고! 나는 이 업계의 정상에 설 수 있음을 증명했다!]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GOE!]
벨트를 어깨에 짊어진 사모아 고의 모습을 바라보며 신은 미소를 지었다.
전생에는 그래본 적이 없던 놈이 자신의 능력을 증명하고 있다는 사실이, 솔직히 말하자면 너무나도 기뻤다.
이게 앞으로 업계 전체의 성장과 연결이 될 테니까.
사모아 고는 그럴 만한 재능과 카리스마를 지닌 선수였으니까 말이다.
‘몸은 죽을 것 같지만.’
그래도 마음은 최고였다.
신은 그렇게 팬이라도 된 기분으로 이어지는 방송을 계속 보면서 자신의 복귀를 준비해나가고 있었다.
아마 당분간은 메인 전선에서 내려와 태그 팀으로 활동할 것 같았다.
그 상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키워줄 수 있는 신인이 좋겠지.
자신도 테이커와 태그 팀을 하며 정상의 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모멘텀을 얻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누가 좋을까.’
신은 행복한 고민을 거듭했다.
그러는 한편.
WWF에서는 신인인 사모아 고를 중심으로 삼아 새로운 1년을 보내기 위한 준비를 해나가는 것과는 달리.
ACW는 좀 삐걱거렸다.
데릭 비숍이 중심인 간부들과 러셀이 중심인 선수들 간의 정치 싸움.
신을 WWF 쪽으로 보내며 이번 스타게이트 흥행도 레슬 임페리움에 뒤진 그들은 반등을 준비 중이었다.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데릭 비숍이 초대형 FA를 ‘다시’ 업계로 불러들이며 ACW는 상상도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되었다.
사인이 이루어졌다.
몇 번의 미팅.
그리고 출장 기간에 비하면 업계의 그 누구도 받을 수 없는 엄청난 연봉.
그렇게 거래가 성사되었고 미팅 내내 싱글벙글 웃고 있었던 비숍은 남자가 사인을 마치자 손을 내밀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사내가 그 손을 맞잡았다.
민소매 셔츠.
그 어깨와 등은 현재 이 업계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드넓고 두터웠다.
팔뚝은 거의 어린아이 몸통만 했고 그것을 본 데릭 비숍은 숨을 삼켰다.
가볍게 손을 맞잡은 악수만으로도, 지금 이 남자가 실제로 엄청난 완력을 지녔다는 사실을 잘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남자는 업계의 전설이었다.
단기간 내에 엄청난 커리어를 쌓고는 업계를 나가 방황하다 실전인 종합 격투기 계에서도 챔피언을 획득했다.
그 모든 사실이 더해져서.
지금 이 남자.
‘브룩 레스너’는.
이 프로레슬링 업계로 돌아왔을 때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킬 만했다.
‘그래서 천만금을 주고 데려왔지.’
비숍은 씨익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