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584화 (584/634)

Dark Match 70.

2013 스타게이트.

그 메인이벤트는 러셀 오메가와 코디 로스 간의 ACW 월드 챔피언십.

물론, 승자는 러셀 오메가였다.

8월에 타이틀을 따낸 이후로 러셀은 계속해서 챔피언 집권기를 가져갔다.

그는 ACW의 아이콘이었고, 코디 로스는 아직 성장하는 메인 이벤터였다.

그러므로 당연한 결과였다.

러셀은 보여줄 게 많았으니까.

그 역시도 신 못지않게 많은 선수들을 상대하면서 그들과의 라이벌리를 계속해서 쌓아나가야만 했다.

그러므로 챔피언이 타이틀을 지키면서 다시금 1년이 시작되게 되었다.

그리고 이어진 다음 날의 스타게이트 애프터 위클리 쇼.

가장 처음 링에 오르는 영광을 누린 것은 ACW 월드 챔피언인 러셀 오메가였다.

카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Waaaaaaaaaaaaaaaaaaggghhh!]

잇따르는 환호.

현재 이 업계의 중심에 서있는 선수들은, 과거 그들이 따랐던 레전드들과 비슷한 대접을 받고 있었다.

역할과 관계없이 환호를 받았다.

실제로 러셀 오메가는 지금 거의 악역에 가까운 포지션을 수행 중이었지만 팬들은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챔피언으로서의 오만함.

자신감.

그게 당연했기 때문이었다.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터져 오르는 폭죽.

링에 오른 러셀은 마이크를 손에 쥐고는 씨익 웃으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이 타이틀이, 계속 여기에 있군.”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You Deserve It!]

짝! 짝! 짝짝짝!

“그래! 저기 저쪽 동네에서는 타이틀 변화가 일어난 모양이지만. 난 아직도 현역이야!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갈 예정이지!”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Russell!]

“문제는 그 상대야.”

그리고 뒤를 이어서, 전형적인 ‘반응 살피기 용도’의 대사가 이어졌다.

“너희들이 정해보라고. 러셀 오메가의 다음 상대로 누가 적절할지를.”

[Uooooooooooooooohhh!!]

순간 동요하는 관객들.

그들 사이에서 이름이 나왔다.

코디가 한 번 더.

크리스 젠코.

요새 떠오르고 있는 신인 누구.

아니면.

“PWA 친구들은 어때?”

최근 기류가 설명되었다.

“요새 그쪽 개자식들이 우리 단체에 와 있잖아. 그중 하나는 어떨까. 신에게 도전했던 드류 맥킨마이어라던가.”

[Waaaaaaaaaaaaaaaggghhh!!]

환호가 나왔다.

러셀도 순간 놀랐다.

이대로 드류가 등장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멋진 반응이었다.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Drew!]

심지어는 챈트까지.

신이 얼마나 드류의 모멘텀을 키워놨는지가 증명이 되는 순간이었다.

러셀은 쓰게 웃었다.

‘미친 자식이라니까.’

대체 무슨 짓을 했으면 이제 막 메인 이벤터 급으로 올라온 선수가 저런 반응을 얻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자신에게도 비슷한 역할이 주어졌을 때 그만큼 하였느냐고 물어본다면.

‘글쎄다.’

결국 이걸로 정해질 듯했다.

무려 10년 만에 복귀하는 선수.

브룩 레스너.

러셀이 뭐라 말을 꺼내려던 순간.

날카로운 전자음이 경기장 내에 울려 퍼지면서 팬들이 순간 경악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경기장에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환호와 함께 초대형 스크린으로 브룩 레스너의 모습이 흘러 나왔다.

무려 10년 전의 타이탄트론.

괴물의 형상을 한 등.

만화 캐릭터와도 같은 모습.

키도 190을 훌쩍 넘겼고.

대학생 때 엘리트 레슬러 출신.

거의 모든 부분에서 완전체에 가까운 선수가, 프로레슬링 업계로 드디어 돌아오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Waaaaaaaaaaaaaaaaaggghhh!!]

환호가 더 커졌다.

트레이닝팬츠에 민소매 셔츠를 입은 브룩 레스너가 커튼을 걷고 10년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팬들도 모르지는 않았다.

브룩 레스너는 이 프로레슬링 업계를 떠난 이후로도 자주 이름이 들려오고는 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미식축구계로 갔다가 부상으로 고배를 마시고는 종합격투기로 진출했고 그곳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헤비급 왕좌에도 오르면서 그야말로 업계를 나갔음에도 성공한 인물의 표본으로서 존재했다.

그리고 금의환향했다.

링으로 올라온 그는 러셀과 페이스 투 페이스를 하고는 이내 어깨 위로 짊어져 F5를 날려버렸다.

F5.

등 위에 파이어맨즈 캐리 자세로 짊어진 상대의 다리를 앞으로 내던지며 지면에 충돌하게 만드는 피니시 무브.

숀 시나의 AA조차 그 F5에 대항하기 위한 기술로 만들어졌을 정도로 그 위상은 공고했다.

투콰앙-!!

[Yeeeeeeeeeeeeeeeeeeeaaahhh!]

환호 속에서 사악하게 웃는 레스너.

The Beast.

The Conqueror.

그가 돌아왔다.

프로레슬링 업계로.

* * *

레스너의 복귀로 인해 ACW 나이트로의 시청률은 순간적으로 WWF 버닝콩을 크게 뛰어넘고 말았다.

‘이래서 고민을 했는데.’

티파니 맥센은 쓰게 웃었다.

패착이었다.

주주들이 또 뭐라고 할 것이 눈에 선해, 그녀는 안 그래도 바쁜 결혼 준비와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담배에 대한 욕구가 끓어오르는 걸 느꼈다.

평생 참는 거라던 말이 이해갔다.

모든 일이 끝나자 끊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처럼 큰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는 간절히 도피할 수단이 필요한 방법.

개중에서도 한숨을 보며 몸을 썩혀갈 수 있는 담배는 언제나 스트레스 해소로서 아주 좋은 수단이었다.

그래도 피울 마음은 없지만.

‘이러는 게 나아.’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아무리 그래도 레스너는.

너무 ‘위험부담’이 큰 선수였다.

브룩 레스너.

데뷔 후 6개월 만에 WWF 월드 챔피언이라는 푸시를 받아먹었던 괴물.

그 카리스마와 힘,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바트도 그를 WWF의 미래라고 생각했었다.

실제로 레스너는 오만한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일은 성실하게 하는 편이었고 프라이드도 강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믿고 맡겼다.

랙다운의 브룩 레스너.

버닝콩의 랜스 오튼.

이상 두 명이, WWF에서 태도 불량 시대가 끝난 이후 본격적으로 밀어주기 시작한 젊은 신인 두 사람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랜스 오튼이 엄청난 망나니였고, 그로 인해 다들 레스너가 자연히 아이콘이 될 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삶이 그렇듯.

언제나 예상은 빗나가는 법.

2004년 레슬 임페리움.

그곳에서 실버백과의 경기를 마지막으로 레스너는 이 업계를 떠나버렸다.

이유는 여럿이었지만 선수에게 무조건적인 헌신만을 요구하는 프로레슬링 업계의 구조가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런 불합리한 구조에 선수들이 계속해서 몸을 담았던 이유는 일단 이곳 이외의 대체제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북미 프로레슬링 시장에서 바트 맥센의 WWF는 유일무이한 메이저 단체로서 계속 군림하고 있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것만으로 WWF가 세계적인 프로레슬링 회사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바트 맥센은 유능한 사업가였다.

자신의 멋대로 굴면서도 기라성 같은 선수들을 멋들어지게 휘어잡으면서 환상적인 카리스마를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헌신’을 요구했다.

그렇다.

프로레슬링 업계에 계속해서 인재가 들어오고 유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선수들의 헌신 덕이었다.

슈퍼맨.

프로레슬러는 그걸 연기하는 자들.

동시에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슈퍼맨이었기 때문에 그것이 되기 위해 무던한 노력을 필요로 했다.

잔부상을 항상 달고 살았으며 그럼에도 팬들 앞에서 언제나 웃었다.

캐스켓-테이커.

트리플H.

그렉 하트.

존 마이클스.

그 모두가 커리어 내내 엄청난 고통을 안고 지냈다. 가족을 볼 수도 없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경기를 했다.

그러므로 자연히 그 뒤를 따르는 선수들도 헌신을 배우게 된 것이었다.

신.

숀 시나.

랜스 오튼.

러셀 오메가까지.

모두가 그들로부터 헌신을 배우면서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와 스타가 되었다.

하지만 브룩 레스너는 달랐다.

처음부터 메가 푸시를 받게 된 그는 그 오만함으로 인해 많은 문제를 불러 일으켰고 헌신에 공감하지 않았다.

그는 오직 돈을 위해 일했다.

그러므로 자신의 벌이에 비해 괴물 같은 스케줄을 소화하게 되자 그냥 회사를 나가버리고 만 것이었다.

‘그건 지금도 변함이 없고.’

현재 프로레슬링 업계는 그때와 많이 달랐다. 그렇게 되자 불현듯 돌아온 브룩을 곱게 볼 수는 없었다.

그러므로 영입 전쟁에서 빠진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레스너는 이번에도 오만했다.

하우스 쇼는 당연히 불참.

위클리 쇼에도 스케줄 조정을 하겠다는 그를 안고 가는 것은 시한폭탄을 들이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ACW는 프랜차이즈 스타가 더 필요한 실정이니 데리고 간 모양이었지만.

그래도 역시.

‘버리는 게 정답이었어.’

티파니는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그녀가 가장 가깝게 지내고 있으면서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변수가 하나 존재했다.

바로 신이었다.

* * *

라스베이거스.

한 달 간의 휴가를 마치고 복귀 준비를 위해 회사로 돌아온 나는 생각도 못한 인물의 방문을 받게 되었다.

바로 브룩 레스너였다.

“……? 뭐라고요?”

“할 말이 있어서 온다는데.”

바쿠의 설명을 듣고 대체 그 양반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오나 싶었다.

브룩 레스너.

물론 아는 인물이었다.

그를 모를 수는 없었다.

그는 시나 이후로 프로레슬링 업계가 몰락해갈쯤 그걸 부추긴 남자였다.

‘파트 타이머’.

당시 C.M. 펑크와 숀 시나 같은 선수들이 중심으로 운영되었던 WWF는 인재 풀에 큰 고민을 하고 있었다.

사실 시나만을 밀어준 게 잘못이었고, 거기에 트리플H가 괜한 욕심까지 부리면서 문제가 생긴 거였지만.

회사는 떠오르는 선수를 잘 띄울 생각은 하지 않고 브룩 레스너나 더 팍 같은 선수들을 회사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그들을 쇼에 아주 간간히 나오며 레슬 임페리움에서나 경기를 가지는 ‘파트 타이머’로서 굴렸다.

그게 큰 문제였다.

더욱이 그때는 캐스켓-테이커 같은 양반들도 파트 타이머로서 활약했다.

그러니 그들이 나오지 않는 쇼는 시청률이 저조할 수밖에 없었고 자연히 선수들의 질이 하락한 것이었다.

여기에서 말하는 질은, 선수들 자체의 스타성이나 실력이 아니라 WWF에서의 역할을 뜻하는 말이었다.

누군가 떠올라 시나와 레슬 임페리움에서 붙어 이겨서 새로운 스타가 되어야만 맞는 흐름이었는데.

그 시나는 레스너한테 지고.

레스너는 파트 타이머라서 안 나오고, 시나는 완전히 붕 떠버리고.

그야말로 파트 타이머는 WWF 주주들의 마음을 달래기 위한 일시적인 미봉책이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절대로 될 수가 없었다.

‘그랬었지.’

하지만 그건 전생의 일이었고.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시나, 오튼, 러셀.

WWF와 ACW, PWA.

그렇기 때문에 레스너가 업계로 돌아온 것 자체는 이상하지 않았다.

원래도 사람 냄새가 나서 돈을 밝히던 남자였으니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했다.

하지만.

‘왜 여기를?’

지금 PWA는 어, 뭐랄까.

좀 안정화된 상황이었다.

예전처럼 해적질(?)을 하고 다니지는 않았고, 각각의 선수들이 계약이라든지 각본에 따라 다른 단체를 오가면서 계속 선수 생활을 이어나갔다.

이번에도 핀 발로와 크리스 젠코가 대립을 하면서 크리스가 우리 쪽 위클리 쇼에 자주 출연했을 정도였다.

그런데 왜?

러셀 오메가와 대립하면서 페이퍼뷰 경기를 앞두고 있는 그가 대체 왜?

“일단 저도 참가할까요?”

“그래야지. 보스.”

“……제가요?”

“가자고.”

바쿠가 내 어깨에 손을 둘렀다.

우리는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이미 녀석은 와있는 상태였다.

브룩 레스너.

의자를 삐져나온 등짝이 인상적이었다. 그 정도로 옆으로 넓은 사내였다.

옛날에 태어났으면 분명히 어디에서 장군으로 이름을 남겼을 듯한 느낌.

“레스너! 오랜만이군!”

“다들 안 죽고 살아있군요.”

레스너가 비릿하게 웃었다.

회의에 참가한 것은 총 네 사람.

레스너와 나, 바쿠와 헤이건까지.

어, 잠깐만.

“헤이건?”

“왜 그런가. 신.”

“아, 둘이 잘 어울린다 싶어서.”

“예전에 같이 일했으니까.”

“그리고 이제 또 그렇게 되겠지.”

레스너가 내게 손을 내밀었다.

“신이라고 했던가?”

“…….”

자리에 앉은 채로.

그런 그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나는 이내 굳이 다툴 필요는 없겠다 싶어 쿨하게 손을 맞잡아주었다.

그리고 물었다.

“그쪽은 누구지?”

왠지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Uooooooooooooooohhh!’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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