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82.
스타게이트.
북미 프로레슬링이 출범한 이래 레슬 임페리움과 함께 가장 거대한 쇼.
그 단 하루의 이벤트를 위해 전 세계에서 관광객이 모여들었고 개최 도시는 천문학적인 수입을 얻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스타게이트는 반대되는 위치에 있는 레슬 임페리움에 비하면 약세라는 평이 대다수였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분석이 나왔지만.
아무래도 현 업계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인 신이 레슬 임페리움에 출연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주류였다.
그로 인해 ACW에는 문제가 생겼다.
신을 제외했을 때 러셀 오메가와 숀 시나라는 메인 카드에서 러셀이 약간은 밀리는 구도가 형성되었다.
즉, 스타게이트는 신과 시나가 동시에 출연하는 레슬 임페리움과 비교했을 때 밀릴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하지만 신이 어느 이벤트에 출연하느냐는 전적으로 PWA와 본인의 의견에 달려 있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스타의 필요성을 느낀 ACW는 종합격투기계에서의 성공으로 검증된 상품성을 가진 레스너를 영입했다.
상황은 반전되었다.
신과 레스너의 대진을 얻은 스타게이트는 4월 6일 개최된 레슬 임페리움의 판매량을 크게 웃돌았다.
신 VS 브룩 레스너.
브룩 레스너 VS 신.
프로레슬러로서 정점에 이른 신과.
종합격투가로서 성공한 레스너.
분명 흥미로운 대진이었다.
그렇게 찾아온 스타게이트.
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퍼펑!
엄청난 양의 폭죽과 함께 화려한 쇼가 그 막을 올렸고, 첫 번째 경기부터 팬들의 기대감은 한껏 치솟았다.
신은 백스테이지에 앉아 경기를 펼치는 선수들의 모습을 지켜보며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레스너와의 언생션드 매치.
분명 격렬할 터였다.
링 프로듀서들과 대략적인 경기 진행에 대해 이야기를 해두기는 했지만.
‘그렇게 안 되겠지.’
결과도 정해지지 않았다.
경기 중에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알 수 없었다. 신으로서도 정말 처음 경험해보는 사태인 셈이었다.
하지만 심장이 뛰는 건.
‘재밌겠지.’
분명 대박일 테니까.
아픈 건 두렵지 않았다.
경기 중에 기절해도 괜찮았다.
그저 마지막 순간까지.
레스너와 자신이 만들어온 대로 멋진 경기를 뽑을 수 있다면 족했다.
“후우.”
심호흡, 그리고 심호흡.
스타게이트는 좋은 분위기였다.
업계는 발전했다.
더 나았다.
신은 그렇게 믿었다.
숀 시나는 캡틴 로건보다 낫고.
러셀 오메가는 그렉 하트보다 대단하고.
랜스 오튼은 락콜드보다 멋졌다.
그리고 자신은 디 캐스켓-테이커보다 위대한 남자였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평가는 역사가 하겠지만.
그래도 신은 자신과 동료들을 믿었고, 그렇기에 브룩 레스너에게 절대 패배할 수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걸 증명하기 위한 싸움.
세미 메인이벤트로 이어진 러셀 오메가와 코디 로스 간의 경기가 끝났고 신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슬 나갈 때였다.
락커룸을 거쳐서 고릴라 포지션으로 향한 신은 직원과 다른 선수들의 격려를 들으며 입장할 준비를 했다.
딱히 특별 입장 씬은 없었다.
최대한 날것의 냄새를 내고 싶었다.
그를 통해서 이 경기가 실제에 더없이 정합한다는 사실을 표현하려 했다.
레스너가 뒤쪽에 나타났고 두 남자는 서로의 얼굴을 잠시 노려보았다.
모두가 그걸 보고 긴장한 가운데.
“고!”
모든 광고가 끝나고 데릭 비숍의 외침과 함께 메인이벤트가 시작되었다.
땡땡땡-!
울려 퍼지는 링 벨.
[이어지는 경기는 오늘의 메인이벤트! ACW 월드 챔피언십……! 언-생 션드-!! 매치입니다!]
[Waaaaaaaaaaaaaaaaaggghhh!]
[여기에 한 가지 규칙이 변경되었습니다! 두 선수는 경기 시작 후 10분까지만 무기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 단 하나의 규칙만 있는 경기.
오늘 혹시나 불행한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각 선수들은 상대나 회사에게 그 책임을 묻지 못한다.
그것이 언생션드 매치.
“링에서 보자.”
신이 짧게 중얼거렸고.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그 입장이 시작되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거센 환호.
그와 함께 중세의 성을 흉내 낸 거대한 세트장 위로 연기가 분사되었다.
그리고 연기 속에서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
신.
치솟는 불길.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팬들의 챈트.
그리고 아름답고 웅장한 메탈.
신은 온몸의 혈관을 타고 흐르는 피가 타오르는 듯한 감각을 느꼈다.
“으아아아아아아-!!”
[Waaaaaaaaaaaaaaaaaaggghhh!]
힘찬 기합과 함께 입장.
기나긴 입장 통로를 따라 당당히 나아간 신은 그대로 링에 올라가 로프를 밟고 더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팔을 번쩍 들어올렸다.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압도적인 반응.
이어서.
챔피언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날카로운 전자음.
[Waaaaaaaaaaaaaaaaggghhh!]
오직 환호뿐이었다.
브룩 레스너는 신의 복귀로 인해 야유를 받았지만, 그것을 자신의 카리스마로 단숨에 환호로 바꿔놓았다.
그래서 어려운 상대였다.
레스너도 그렇게 똑같이 생각했다.
절대로 쉬운 상대가 아니었다.
단순히 두들겨 패는 것도…… 아예 생각을 하지 않았던 방법은 아니지만.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자신이 남자로서 신보다 더 낫다는 사실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프로레슬링으로 맞붙는 방법밖에 없었다.
신이 그렇게 만들었다.
폴 헤이건을 대동한 레스너는 종합격투기 때처럼 트렁크 차림이었고 오픈 핑거 글러브를 착용한 채였다.
그리고 머리에 검은 비니를 착용했으며 표정에는 강한 투지가 감돌았다.
그야말로 야수 그 자체였다.
신은 그 이야기를 떠올렸다.
성경 구절을.
바다에서 솟아오른 야수가 입에 하늘의 불꽃을 머금고 천국의 일을 행사하는데.
거기에 누가 감히 대적하겠는가.
자신의 답은 간단했다.
지옥 밑바닥에서 올라온 남자.
죽음으로부터 돌아온 악마.
‘바로 나다.’
그런 각오로 레스너를 노려보았다.
폴 헤이건을 대동한 채, 허리에 챔피언 벨트를 휘감은 레스너가 링으로 다가왔고 이내 힘껏 뛰어올랐다.
“흐어어-!!”
2단 로프를 잡으며 레스너가 포효하는 그 순간, 폭죽이 터졌다.
퍼퍼퍼퍼퍼퍼퍼펑-!!
레스너의 파괴적인 모습을 잘 보여주는 입장이었다.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
그와 함께 이어지는 소개.
“도전자를 소개하겠습니다!”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 출신.
192cm에 120kg.
“He Is The Alpha-!!”
The Breaker-!!
Man On Fire-!!
“SIIIIIIIIIIIIIIIIIIIIIIIIIIIINNNNNN-!!”
[Waaaaaaaaaaaaaaaaaaggghhh!]
신은 가볍게 팔을 위로 드는 것으로 소개와 팬들의 환호에 응답했다.
그리고 링 아나운서가 브룩 레스너를 소개하려던 찰나.
느닷없이 그 앞으로 돌진한 폴 헤이건이 아나운서의 마이크를 빼앗고 자신이 소개를 진행했다.
“Ladies And Gentlemen!”
My Name! Is! Paul Heygun!
“대변자인 제가! 오늘 챔피언을 여러분께 소개하는 영광을 누리겠습니다!”
헤이건은 레스너를 가리켰다.
“195cm에 130kg!! 미네소타폴리스!! 미네소타 출신! 그는 살아있는 신화이자! 정복자! The Beeeeast-!!”
Broooooooooooookkk!!
Lesssssssssssnnnnaaaaaarrr!!!
[Waaaaaaaaaaaaaaaaaaggghhh!!]
그 압도적인 소개.
멀찍이 떨어져 있던 신과 레스너가 서로의 얼굴을 다시금 노려보았고.
이내 경기가 시작되었다.
땡땡땡-!!
링 벨이 울리며 탐색전이 펼쳐졌다.
어떤 타이밍에 어떤 식으로 들어가서 어떤 기술로 싸움을 걸 것인지.
그걸 머릿속에서 계속 시뮬레이션하며 상대와 기 싸움을 벌이는 두 사람.
그리고 먼저 움직인 건.
신이었다.
[Uoooooooooooooohhh!]
달려드는 신.
하지만 레스너는 가볍게 몸을 왼쪽으로 틀면서 그 돌진을 파훼해냈다.
레스너는 여유롭게 웃었다.
그리고 뒤로 뛰며 다시 거리를 벌리는 그 얼굴을 보며 신은 피식 웃었다.
‘역시나.’
“락 업이었잖아?”
“글쎄, 그랬던가?”
비웃는 레스너.
신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될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어쨌거나 레스너는 지금 자신이 절대 각본대로 할 마음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었다.
그렇게 한 박자 쉬고.
락 업으로 경기가 시작되었다.
쿵-!
레스너는 전력을 다했다.
체중 차이가 심했기에 신은 버티는가 싶다가 이내 천천히 뒤로 물러섰고 레스너를 옆으로 끌어냈다.
하지만 레스너가 누구인가.
올 아메리칸 출신.
아마추어 레슬링에서도 압도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던 인재였다.
그런 레스너가 쉽사리 신의 생각대로 움직일 리가 없었다.
레스너는 신의 허리를 쥐고 들어 올리려고 했고, 잠시 대치가 이어졌다.
백 엘보를 날리는 신.
그 순간 힘을 줘 신을 번쩍 들어 올리는 레스너.
콰앙-!
매트에 등부터 떨어진 신은 그때까지도 레스너가 팔에 힘을 주고 버티는 것을 느끼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단 일어섰다.
이번에는 좀 더 큰 기술이었다.
바로 저먼 수플렉스.
투콰앙-!!
힘껏 날려져 등부터 떨어진 신은 충격으로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자세를 바로 했다.
달려드는 레스너.
그 안면에 슈퍼 킥.
하지만 어깨를 숙이고 들어온 레스너는 신의 다리를 걸면서 그대로 테이크 다운으로 지면에 쓰러뜨렸다.
[Uooooooooooooooooooohhh!!]
놀라는 팬들.
레스너가 말을 걸어왔다.
“이제 어쩌시려나?”
“글쎄.”
“프로레슬링 스타일로 가볼까.”
마운트 포지션을 잡은 상태에서 슬쩍 힘을 풀어서 빠져나갈 구석을 만들어주는 레스너.
어디 해보라는 뜻이었다.
“그러시다면야.”
신은 가볍게 심호흡을 했고.
허리힘만으로 레스너를 들었다.
“웃……?!”
순간 놀라는 레스너.
[W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도 열광적인 반응이었다.
신은 체중에 비해서 힘이 굉장히 강한 축에 속했다. 빅 죠도 체력이 쌩쌩한 상태에서는 번쩍 들었다.
그리고 그는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자신의 역할을 모두 다 수행할 수 있을 정도로 체력이 좋은 남자였다.
레스너의 중심이 넘어갔다.
신은 그대로 펄쩍 뛰어 쪼그려 앉았고, 그보다 한발 늦게 중심을 잡은 레스너가 바닥에 엉거주춤 앉았다.
직후 터지는.
스팅거.
쩌억-!!
레스너의 안면에 무릎이 꽂혔다.
[Uoooooooooooooooooohhhh!!]
순간 강렬한 통증과 함께 쓰러진 레스너는 뭔가에 이끌려 다시 일어섰다.
바로 신이었다.
그는 로프 반동 없이 레스너를 번쩍 들어 올렸고 그대로 반대편으로 몸을 돌리면서 일순간 정지했다.
모두가 이 사태를 믿지 못했다.
설마 이 경기가 이토록 빨리 끝나리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안티 크라이스트.
투콰앙-!!
지면에 꽂히는 레스너의 머리.
어찌나 큰 충격이었는지 그렇게 꽂힌 레스너의 몸이 한 차례 튕겨 오를 정도였다.
[Waaaaaaaaaaaaaaaaaggghhh!!]
거대한 환호가 터져 나왔다.
“브루우우우우우우우우욱-!!”
헤이건도 비명을 내질렀다.
지금 이 순간, 애초에 그는 어차피 경기가 각본대로 흘러가지 않으리라는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각본의 헤이건으로서 레스너를 걱정하는 연기를 펼쳐 나갔다.
신이 곧바로 핀 폴을 시도했다.
[1……!!]
그나마 상대가 목이 부러지지 않도록 배려를 해줬기에 레스너는 기절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정말 아팠다.
수직낙하기는 그래서 싫었다.
상대를 죽이는 것도 아니고 그런 연출을 할 뿐인데. 수직낙하기는 완전히 비효율적인 일이라고 느꼈다.
그리고.
한순간 그런 생각이 스쳤다.
[2……!]
이대로 끝내도 되지 않을까?
초장부터 수직낙하기를 맞았는데 일어나는 것도 이상하고, 더 경기를 하면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차라리 그냥 똥 묻은 개를 피하는 심정으로 신을 무시하고 넘긴다면?
그렇다면 과연 어떨까.
거기에 대한 답은 간단했다.
브룩 레스너는 절대로.
자신을 무시한 놈이 좋아할 만한 짓을 하지 않는 남자였다.
그 어깨가 들렸다.
[Uooooooooooooooooooohhh?!]
경악하는 팬들.
안티 크라이스트가 깨졌다.
그것을 미리 예상했었던 신은 씨익 웃으며 레스너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말을 걸었다.
“정신 차리라고. 레스너.”
“…….”
“그딴 식으로 대충 했다가 내가 진짜로 널 죽여 버릴지도 모르니까.”
링 위는 그런 세계였다.
서로의 행동에 조금이라도 망설임이 있거나 한다면 죽을 수도 있었다.
짧지만 확실한 경고를 날린 신은 그대로 무기를 챙겨오기 위해 링 밑으로 굴러내려 갔다.
경기 시작 후 10분까지 무기 사용.
바로 그 룰에 충실하기 위해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