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601화 (601/634)

Dark Match 87.

스트리퍼.

이걸 뭐라고 해야 할까.

모든 미국인들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스트리퍼를 존중해요. 자신의 몸을 사용해서 자유롭게 일하는데 그게 뭐 문제가 될 게 있나요?’

그리고 한마디 덧붙인다.

‘물론 보수적인 텍사스 같은 곳에서는 인식이 그다지 좋지는 않지만. 저는 완전히 존중해요. 완. 조. 니.’

다들 그렇게 말했다.

이런 이야기였다.

‘내 앞에서는 괜찮은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그렇게 행동하지 마라.’

즉, 그 속내는 간단했다.

‘내 앞에서 안 괜찮아.’

그리고 스트리퍼의 경우에도.

‘난 보수적이야.’

그렇게 말하는 것과 같았다.

실제로 스트리퍼는 미국의 음지 유흥이었고, 불법은 아니었지만 탈법, 다시 말해 ‘그레이 존’에 속했다.

인식이 좋지 않다는 말이었다.

그러므로 사회성이 있는 인간은 절대로 ‘나 스트립 클럽 자주 다닌다.’는 이야기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나 미디어에서 그런 걸 다루니까, 다들 농담 삼아 마지막으로 즐긴다는 식으로 말하고는 했다.

물론 실제로 그러지는 않았다.

미국은 생각보다 보수적인 나라였고, 스트립 클럽 같은 문화가 있기는 했지만 즐기는 인간은 극히 소수였다.

여기에서 그 멍청한 마초 문화로 인해서 프로레슬러들 중에서는 다닌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자주 나왔지만.

오튼은 매번 느꼈다.

다들 안 가는 게 분명하다고.

아니, 애초에.

프로레슬러는 스케줄이 빡세기로 유명한 직업이었다. 그렇기에 스트립 클럽 같은 곳에 다닐 여유가 없었다.

스케줄이 끝나면 돌아와서 호텔 방에서 아내를 그리워하면서 센티멘탈한 눈물을 흘리다 잠이 드는 나날.

그리고 몇 년 뒤 당하는 이혼.

그런 불행한 삶을 사는데.

‘갈 수 있을 리가 없지.’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오튼은 신이 ‘스트리퍼’ 운운하는 농담을 딱 잘라서 거절했을 때 솔직히 좀 안심했다.

오튼 스스로도.

이런 스케줄 속에서도 자신을 믿어주고 있는 아내를 배신하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말이다.

아니, 사실 그런 아내가 자신을 먼저 배신했다는 사실을 알았지만.

그건 결혼 전이었으니까.

‘괜찮아, 괜찮아.’

애써 쿨한 척.

오튼은 부글부글 끓는 감정을 다스리며 신을 골탕 먹일 방법을 계획했다.

일단 티파니에게 연락.

신이라는 연줄(?)로 친구처럼 지내는 두 사람이었기에 오튼은 곧바로 자신의 사악한(?) 계획을 말했고.

티파니는 숨이 넘어갔다.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어때, 죽이지?”

[푸흐! 으하하하! 아! 랜스! 진짜!]

“너는 몸만 오면 돼.”

[진짜 말 그대로 실오라기 하나 안 걸치고 몸만 가면 된다는 거군요!]

“아니지. 리본을 묶는다던가.”

[오, 그거 좋네! 하죠!]

그렇게 계획이 완성되었다.

티파니 맥센이 누구의 딸인가.

그녀 역시 미친 아이디어를 좋아했고, 동시에 신에게 제대로 펀치를 날릴 생각을 품게 되었다.

평소에 언제나 완벽한 신이니까.

이런 순간이 아니면 언제 놀릴 만한 상황이 오겠느냐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오튼은 총각 파티에 참석할 러셀과 시나에게도 똑같이 전했다.

반응은 상이했다.

[……그런 걸 한다고?]

약간 한심해하는 러셀.

신에게 진지한 자신의 마음을 전하려고 했던 그는 티파니가 동의했다는 말에 어쩔 수 없이 따르겠다 말했다.

시나는 순수했다.

[재밌네! 랜스! 재밌겠어!]

“그렇지?”

[응, Protection은?]

“뭐?”

[어쩔 거야? 다 없애자.]

“그, 그걸?”

[No Protection.]

해맑게 강한 의견을 내는 시나.

허나 그 또한 고려할 사항이라 오튼은 그 날 집의 모든 Protection을 제거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집의 보안 시스템도 다 꺼버리고.

차근차근.

총각 파티는 장소 상으로 중간 지점인 맥센 패밀리의 별장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그렇게 밤이 찾아왔고.

오튼은 먼저 가서 비밀스러운 파티를 준비하며 일정을 마친 신이 별장에 도착하기를 기다렸다.

다행히 작전은 순조로웠다.

티파니 맥센이 들어갈 상자가 제 시간에 도착했고, 본인도 신보다 앞서서 별장에 왔다.

오튼은 엄지를 치켜세웠다.

“준비는?”

“완벽해.”

“좋아, 상자는 여기 있어.”

오튼은 거대한 상자를 넣어둔 방으로 티파니를 먼저 데리고 갔다.

상자는 수레에 실어져서 운반될 예정이었고 신과 티파니만 방에 둔 채로 오픈이 될 예정이었다.

그렇게 차근차근 진행되는 계획.

러셀과 시나가 도착했고 뒤이어 신이 도착하자 네 사람은 재회를 기뻐하며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

오튼은 일부러 흥을 돋우기 위해 신이 나서 마구 술을 권해댔다.

“야야, 오늘 먹고 죽어!”

“신, 축하한다.”

“고맙다. 러셀.”

“축하해. 결혼.”

“아직 아니잖아. 시나.”

하지만 분위기는 침착했다.

‘엥?’

오튼은 순간 당황했다.

다들 침착하게.

“레스너하고 네가 잘 해줘서 다행이야. 그 자식 컨트롤이 힘들었지?”

“별거 아니었어. 뭐, 타입이 다르니까 다들 힘들 것 같기는 하지만.”

“일을 너무 거칠게 한다니까?”

“그럼 똑같이 돌려주면 되잖아.”

일 이야기를 했다.

이 레슬링에 미친 너드들은 총각 파티에서조차 레슬링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문제가 생겼다.

삐리리리.

핸드폰이 울려서 받자 티파니 맥센의 조용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희만 먹어요?]

“으, 응?”

[2층.]

올려다보자.

커튼 사이로 티파니 맥센이 도끼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이 보였다.

[이따 운동(?)하려면 먹어둬야 하니까 내 것도 구워서 가져와요.]

“……옙.”

오튼은 그렇게 했다.

그 속도 모르고 너드 세 사람은 계속해서 레슬링 이야기를 해댔고 결국 오튼은 시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좀 미친 콘셉트로 가자니까.”

“아직 괜찮아.”

빙긋 웃는 시나.

거기에 황당해하며.

적당히 술을 홀짝이며 다들 술기운이 올라올 즈음이 되었다.

바비큐 파티가 끝났고, 안으로 들어온 네 사람은 거실에 모여 앉아서 잡담을 나누기 시작했다.

이때가 기회였다.

슬슬 야한(?) 이야기로 가자.

“야, 그러고 보니…….”

“신에게.”

“어?”

“너와 만난 날은 내 인생에서 가장 잊을 수 없는 기억 중 하나일 거야.”

오튼은 순간 할 말을 잊었다.

약간 알딸딸하게 취한 러셀이 주머니에서 종이를 꺼내 읽기 시작했고 신은 훌쩍거리면서 눈물을 훔쳤다.

“아니.”

중학교 2학년 여자애들이냐?

왜 이렇게 감성에 젖었어?!

“앞으로도 잘 해보자!”

“그래!! 형제!”

“부라더!!”

서로를 끌어안는 세 사람.

그걸 황당해 바라보던 오튼은 지금이 끼어들 때라고 생각하며 단숨에 스트리퍼에 대한 말을 입에 담았다.

“스, 스트리퍼!”

“뭐?”

“총각 파티에 스트…….”

“오튼.”

“엉?”

“그건 됐다니까.”

신이 미소를 지었다.

“난 너희만 있으면 돼. 너희랑 있을 수 있는 시간이 가장 편안하다고.”

“…….”

아니, 그건 감동적이지만.

오튼은 눈으로 신호를 보냈다.

러셀과 시나는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때.

티파니에게서 문자가 왔다.

[Do It.]

더 이상 못 참겠다는 듯.

무시하려하자 한 통 더 왔다.

[I’m Your Boss.]

“……Yes, Boss.”

최후의 수단을 쓰는 수밖에.

결국 자리에서 일어선 오튼은 팬티 속에 숨겨두었던 비장의 무기를 꺼내들었다.

바로 검테이프였다.

한창 술을 마시고 있는 신에게 다가간 오튼은 그 손을 뒤로 돌려 묶었다.

테이프가 손에 닿자 의아해 바라본 신이 이윽고 저항을 시작했다.

“뭐, 뭐야?”

“어, 오늘 스트리퍼가 왔어.”

“……뭐? 아니, 야!!”

“아니, 제발.”

문자가 한 통 더 왔다.

[10 Seconds.]

우당탕! 쿵!

신이 저항하며 소파 위로 몸을 던졌고, 오튼은 그런 그를 제압하며 검테이프로 단단하게 손을 묶었다.

“야! 난 안 한다고!! 나한테는 티파니밖에 없단 말이야! 이 자식아!!”

신이 비명을 내질렀다.

오랜만에 먹는 술이었고 러셀의 편지로 인해 감정적으로 고무된 그는 취기가 오른 채 저항을 시작했다.

“자, 여기 안대가…….”

“안 해!!”

콰장창!!

신은 유리창을 꿰뚫고 나갔다.

풍덩!

그리고 바깥의 수영장에 빠졌다.

“……코미디 클럽이야?”

시나가 황당해 바라보았고.

“시, 신!!”

러셀이 달려 나갔다.

“아, 여기 있다.”

뒤늦게 안대를 챙긴 오튼이 달려 나가자 신이 수영장에 거꾸로 뒤집힌 채 둥둥 떠올랐다.

“……………….”

기절한 신.

“신! 신!!”

수영장에 뛰어드는 러셀.

뒤를 따라서 나간 오튼과 시나는 그 모습을 황당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

“……저기, 랜스.”

“왜, 인마.”

“이것도 계획의 일부야?”

“아니.”

하지만 신은 기절했고.

이제 방해는 사라졌다.

삐리리리.

[3 Seconds.]

경기에서 세어지는 텐 카운트보다도 무섭다는 생각을 하며, 오튼은 계획대로 신을 2층으로 옮겼다.

대충 물기와 유리 조각을 털고.

역시나 프로레슬러라 그런지 유리창을 꿰뚫고 나갔는데 전혀 안 다쳤다.

그리고 클라이언트(?)가 요구한 대로 의자에 앉히고 안대를 채운 상태에서 확실하게 수갑을 채워두었다.

고릴라도 못 푸는 거대 수갑.

“좋아, 작전 끝.”

퇴각, 퇴각.

오튼은 작전을 도와준(?) 러셀과 시나를 일단 1층으로 돌려보냈다.

그리고 문자를 보낸 뒤 오케이 사인이 떨어지자 방 안으로 들어갔다.

덩그러니 놓인 상자.

미소가 지어졌다.

“잘해봐.”

[고마워요.]

안에서 인사가 돌아왔다.

오튼은 상자가 탄 수레를 끌고 가서 신이 묶인 방에 그대로 밀어 넣었다.

마지막으로 문까지 잠그면.

달칵.

마무리.

“좋아.”

오튼은 조심스레 1층으로 내려갔다.

* * *

원래 연애는.

아니, 사랑은.

야해야만 하는 법이다.

그게 티파니 맥센의 생각이었다.

물론 실은 스스로 그런 직업을 가졌기에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했지만.

그걸 보는 재미(?)가 자신들의 사랑을 계속해서 뜨겁게 유지시켜주는 거라고 티파니 맥센은 항상 생각했다.

따라서 티파니도 언제나 몸 관리는 철저하게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또 성에 차지 않았다.

‘상황’이 중요했다.

신이 거센 경기를 끝마치고 땀으로 듬뿍 젖어 흥분한 상태로 돌아올 때면 그날은 더 좋은 경우가 많았다.

지금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오튼에게 속아 묶여진 신이, 이 모든 게 준비된 깜짝 쇼(?)라는 사실을 안다면 과연 어떤 반응을 보일까.

‘죽여주겠지?’

게다가 지금 티파니가 입고 있는 샤넬 NO.5도 여러 모로 대단하니까.

그렇게 생각한 티파니는 상자 안에서 신이 일어나기를 잠시 기다렸다.

와장창, 쿵, 쾅, 등의 사운드로 대충 1층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파악해둔 상태였다.

‘후후.’

하지만.

확인 정도는 해둘까.

그렇게 생각한 티파니는 상자의 천장 부분을 밀고 일어서려고 했다.

문제는 거기에서 발생했다.

‘어라?’

어, 어라?

안 열린다.

티파니는 힘껏 상자를 밀었다.

그래도 안 열린다!

“어라?!”

상자의 크기가 워낙 거대한 만큼 열기 쉽도록 약간의 기계 장치가 들어갔는데 그것이 휘어버렸다.

쿵쿵-!!

티파니는 미친 듯이 천장을 두드리고 밀면서 상자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쿵쿵!

쿵!!

신은 계속 기절한 채.

그걸 1층에서 듣고 있던 랜스 오튼과 그 유쾌한 동료들은 코 밑을 쓰윽 닦으며 훈훈하게(?) 중얼거렸다.

“벌써 시작했어.”

“신 녀석, 남자로군.”

“우리는 나가 있을까?”

그렇게 세 사람은 두 사람만의 시간을 위해(?) 별장 밖으로 나가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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