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rk Match 92.
뻐억-!!
“……?!”
한 녀석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제대로 갈겨 넣은 리버 블로.
총을 바닥에 떨어뜨린 똘마니가 버티지 못한 채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러는 동시에 돌아서는 다른 놈의 팔을 쳐낸 신은 그 목을 힘껏 졸랐다.
1, 2, 그리고 5초까지.
추욱 늘어지는 팔.
어떻게든 버텨내며 일어서고자 하는 다른 놈까지도 목을 졸라 제압한 신은 그대로 건물 안으로 들어섰다.
검은 옷에 얼굴을 덮는 마스크.
장비는 두 개뿐.
그중에 총은 없었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백 명을 쓰러뜨리겠다고 백 명을 하나하나 박살 낼 필요는 없었으니까.
신은 입구에 설치된 차량 통제용 사슬을 위로 올리고 안으로 들어섰다.
저택을 지키고 있는 똘마니들은 자신들이 뭐에 당하는지도 모르는 채 하나하나 쓰러져갔다.
어둠 속에서 이어지는 짧은 신음.
그것을 들을 수 있는 이는 없었다.
더욱이 2층의 회의실에서 파티를 즐기고 있던 간부들은 더더욱 그러했다.
소울, R&B, 펑크에 크나큰 영향을 끼친 제임스 브론의 음악에 대마와 창녀들, 술까지 곁들여서 취해갔다.
어두운 방안은 연기로 가득했다.
“죽여주는군!”
“헤이, 보스. 이것도 해보시죠.”
스모크가 눈치 좋게 다른 약을 곁들인 대마를 건넸고, 잭은 그것을 힘껏 빨아들이며 동시에 불을 붙였다.
일그러져 가는 세상.
뇌가 핑글 돌았다.
“크하하하!”
“Wooo……! Babe!”
그렇게 신이 나 노는 간부들과 잭.
작은 백열전구 하나가 방 안을 비췄고 누군가가 거기에 셀로판 테이프를 붙여 색을 바꾸려고 들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팡-!
차가운 소음과 함께 흩어지는 파편.
“으헉?!”
“뭐, 뭐야?!”
“야 이! 무슨 짓이야!!”
“내가 아니야!”
“아니, 지금 전구에 손댄 게 너밖에 없는데! 육시럴, 이걸 대체 어쩌냐?”
“일단 전구나 갈죠.”
그렇게 말한 스카가 자리에서 일어섰고 손을 뻗으며 문 쪽으로 향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문을 열면 그만이라는 생각에 그 누구도 커튼을 걷거나 하지 않았고 스카는 별 의심 없이 문을 열었다.
그리고.
누군가 빛을 등지고 서있었다.
“뭐, 뭐……?”
인간인가 싶을 정도로 큰 덩치.
검은 옷에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사내가 손에 들고 있던 무언가를 방 안으로 휙 내던졌다.
그리고 이야기했다.
“냄새가 지독하군.”
펑-!!
최루탄이었다.
“으헉?!”
“컥……!!”
“콜록! 콜록!!”
비명을 지르는 갱스터들.
신은 곧바로 문을 붙잡고 있던 스카의 복부를 힘껏 걷어차 방 안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크아아아악-!”
“꺄아아악!”
비명을 지르는 사람들.
경비를 모두 처리한 건 아니었으므로, 이 소리를 듣고 몰려올 터였다.
그러므로 주어진 시간은 약 5분.
신은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최루 가스가 가득한 방으로 들어섰다.
“너, 넌…… 누구냐!”
입을 막고 외치는 잭.
신은 그가 보는 앞에서 눈에 보이는 모든 갱스터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빠악-!!
뻐걱!!
콰직!!
그 하나하나가 폭력의 예술이었다.
군 시절 배운 신의 CQC는 순식간에 사람을 제압하고 뼈를 부숴놓았다.
이번에는 봐주지 않았다.
완벽하게 어딘가 평생 갈 상해를 남기기 위한 공격. 크릭스 간부들의 코가 깨지고 팔과 다리가 박살 났다.
그런 가운데.
“크하아아악-!”
스카가 칼을 빼들고 달려들었다.
눈물 콧물로 얼굴이 범벅인 상태였고, 신은 곧바로 뒤를 돌아 그 팔을 쳐내 칼을 땅바닥에 떨어뜨렸다.
그리고 빼려는 팔을 잡아 어깨에 걸고 그대로 반대편으로 넘겨버렸다.
우지끈-!
부서지는 책상과 의자.
벽에 붙어서 덜덜 떨고 있는 여자들. 그런 가운데, 타이밍을 본 잭이 앞으로 나서서 칼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여자의 팔을 잡았다.
“어, 어어……?!”
어둠 속에서 스모크의 안면을 벽에 처박는 신을 향해 힘껏 던졌다.
“꺄아악?!”
비명 소리에 돌아본 신은 자신을 향해 던져진 여자를 안전하게 받았다.
“죽어어어-!!”
칼을 쥔 채 달려드는 잭.
신이 여자를 옆으로 밀어낸 직후.
잭이 그 복부에 칼을 꽂았다.
“어……?”
하지만 칼은 들어가지 않았다.
“…….”
손에 잡혔다.
피도 나지 않았다.
그런 와중, 신은 칼을 옆으로 비스듬히 밀며 붙잡아 피해를 최소화했다.
“너, 넌 누구냐……?”
잭은 덜덜 떨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아무런 전조도 없이 이 안으로 들어온 사내는 여기에 있는 모두를 2분도 채 지나지 않아 제압하고 말았다.
그러자니.
신이 입을 열어 말했다.
“앞으로 매일 밤, 네가 잠들기 직전 침대 밑에 숨어 있을 사람이지.”
뿌드드득-!!
“끄흐으윽?!”
잭의 팔이 반대로 꺾였다.
그는 이를 악물며 뒤로 물러섰고 신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네 아들놈은 겁쟁이처럼 비명을 지르던데. 적어도 너는 좀 낫군.”
“네, 네가 그놈이군!”
“그래, 그리고 앞으로. 너나 이 동네의 놈들이 뭔가를 더 한다면 네 아들은 비명조차 못 지를 거야.”
뻐억-!
코가 부러져 피가 줄줄 흘렀다.
신은 계속해서 경고했다.
자신의 의도를 담아.
상대가 저항하지 못하도록.
확실하게 그 기세를 꺾었다.
“네 아들이 어느 곳에 어느 시간에 있어도 반드시 죽여주마. 그리고 네 아내와 딸, 부모도 함께 죽여주지.”
“이, 이 미친…….”
“기억해라. 오늘 이 일과 그 일로 뭔가를 하려고 든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사랑하는 사람을 모조리 내가 죽일 거다.”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꿇는 잭.
마약에 의한 환각.
최루탄의 고통.
그리고 부러진 팔과 코뼈.
그 모든 게 혼합되었다.
잭은 저항할 의지를 잃었다.
아예 반쯤 혼절했고 오줌을 질질 흘리면서 눈물을 뚝뚝 흘리기 시작했다.
바로 그때.
안으로 들어오는 똘마니들.
“뭐, 뭐야?!”
“Shi-t!”
그들이 바지에 넣어둔 권총을 뽑아서 쏘려는 순간, 신은 이미 2층 창문을 꿰뚫고 사라진 뒤였다.
“제기랄! 쫓아!!”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개중에 똑똑한 녀석들은 차량 엔진 소리가 들려오지 않자 금방 자신들이 추격할 수 있을 거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차에 시동을 걸고 풀 스로틀을 밟아 저택을 나서려던 바로 그때.
콰앙-!!
“크학?!”
“뭐, 뭐야!”
“누가 사슬 묶어놨어!!”
저택의 유일한 차량 출입구가 봉쇄를 당한 상태에서 사고가 벌어졌다.
“이런 제기랄!”
“뛰어서라도 쫓아!”
상황을 깨달은 똘마니들이 자동차에서 내려 저택 밖으로 달려 나왔지만.
신은 이미 바로 근처에 세워둔 자전거를 타고서 유유히 도주 중이었다.
* * *
간밤의 일은 큰 화제가 되었다.
경찰 측에서도 냄새를 맡았지만 딱히 움직이지는 않았고, 크릭스가 혼쭐이 났다는 식의 소문만이 퍼졌다.
그런 상황에서.
나는 좀 조용히 지내면서 일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가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점차.
이곳 미국이, 내가 생각하던 그대로의 땅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막연히 꿈꿨던 자유.
하지만 자유에는 방종이 뒤따르고.
사람들 사이에는 스스로를 보호해야만 하는 명분과 이유가 존재했다.
그리고 그들은 피부색과 국가로 뭉쳐서 각자 나름의 사회를 형성했다.
또한 나의 사회는 이곳이었다.
코리아 타운.
굳이 다른 곳을 선택할 이유도 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이곳 사람들은 나에게 꽤 친절한 편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럴수록 나는 이곳에서 한인들이 약자라는 걸 여실히 느꼈다.
코리아 타운이 형성되기는 했지만.
우리는 숫자가 적었다.
더욱이 백인들처럼 공권력에 기대서 뭔가를 해결할 수 있지도 않았다.
세탁소나 편의점 같은 걸 운영하면서 총을 구비해두고 있을 뿐이었다.
완전한 외부인.
다른 나라의 사람.
나도 그걸 경험했다.
세탁소 일을 하면서 여기저기 다니던 나는 식사를 한인 식당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도 종종 하게 되었는데.
어딜 가더라도 인종차별적인 발언이나 심지어 노골적인 냉대를 받았다.
분명 나는 미국에 올 때, 조용하고 평범한 인생을 살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때로는, 평범한 삶조차 필사적인 노력을 필요로 하는 법이었다.
나는 힘이 필요했다.
정보가.
그리고 그걸 통해 비슷한 일이 생기더라도 피해를 보고 싶지는 않았다.
사건으로부터 몇 주 뒤.
세탁소에서 퇴근해 교회로 돌아오자 최목사가 곧바로 나를 자신의 방으로 호출했다.
그러고는 자신이 목사로 일하며 얻은 상황을 조금 더 전해주었다.
“크릭스 놈들이 꼬리를 내린 모양이군.”
“다행입니다.”
“그러게 말이야. 자네, 대체 무슨 짓을 한 건가? 그쪽 보스가 병원에 입원해서는 수시로 침대 밑을 봐달라고 한다던데.”
“그냥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
“예, 제가 묻고 그쪽이 대답하는.”
그런 인터뷰.
베트남에서도 자주 했었다.
“아무튼, 일이 ‘평화롭게’ 끝나서 다행이군.”
고개를 끄덕이는 최목사.
그 정체가 무엇인지.
무얼 하는 사람인지.
우리는 딱히 서로 말하지 않았다.
이 목사실 지하에는 전쟁을 치러도 좋을 정도의 장비들이 갖춰진 채였다.
사용 흔적도 있는 장비들.
그걸 어디에서 났는지.
어떻게 쓸 생각인지.
나는 묻지 않았고.
단지 최루탄만 요구했다.
그걸 최목사가 들어주면서 우리들은 나름대로 서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그러므로 말해도 되리라.
“한인들이 힘든 모양이군요.”
“그렇지. 우리는 여기 사회에서 살아가면서 약간, ‘세탁기’ 같은 거라고 말할 수 있겠지.”
“세탁기?”
“일은 잘 하지만 인간은 아닌 거.”
“……흥미롭군요.”
“세탁소 일은 어떤가?”
“대충 주변 지리는 다 익혔습니다. 사람들이 뭘 하면서 살아가는지도 보이고. 다른 일을 해볼까 싶은데요.”
“어째서?”
“정보가 필요합니다.”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저는 미국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리고 적에 대해 모른다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는 없습니다.”
“흐음.”
“저는 베트남을 기억합니다.”
“정보라면 무슨 정보?”
“그 어떤 것도 괜찮습니다.”
나는 진지하게 이야기했다.
“뭐든지 필요한 법이죠. 사람도 좀 사귀어두는 편이 좋을 것 같고. 적어도 이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나는 일은 최대한 알아두고 싶군요.”
“그래?”
“예, 우편 배달부라도 할까 싶은데.”
“그런 직업으로는 안 되지.”
“그렇습니까?”
“그래, 게다가. 우편 배달부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그곳을 조사할 만한 일이 생길 것 같나?”
대부분은 자기 담당 구역을 돌아다니면서 배달을 끝마치는 일이었다.
지금 하는 세탁소 배달부 일과 다르지 않다는 게 최목사의 설명이었다.
“그렇다면…….”
캘리포니아 전역을 돌아다니고.
도시에 며칠 머무는 직업.
최목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나 있긴 하군.”
“뭐죠?”
“바로 이거.”
그가 TV 리모컨을 들었다.
내 평생 처음 보는 컬러 텔레비전.
거기에서 방송 하나가 나왔다.
[그레이트~~~!! 캘리포니아~~!!]
“……?”
[뤠슬리이이이이이이이이잉~~!!]
“캘리포니아 전역을 다니며 경기를 치르는 프로레슬러라면 자네가 말하는 조건에 딱 들어맞기는 하네.”
“프로레슬러?”
“그래, 알고는 있지?”
“예, 임일이 유명하죠.”
박치기 왕 임일.
미국의 비겁한 악당들, 일본의 비겁한 악당들과 싸워서 이긴 국민 영웅.
그 악바리 같은 전투 능력에는 솔직히 말해 나도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제대로 보지는 않았지만 지나가듯이 보거나 들은 임일의 활약은 유명했다.
“그래서 그 프로레슬링이…….”
“GCW.”
“예?”
“자네는 키도 크고 몸도 다부지니까 한번 지원해보는 건 어떤가?”
“괜찮을까요.”
“물론 괜찮고말고.”
프로레슬링은 인기 있는 스포츠다.
선수들이 각 지역에 소속된 단체에서 활동하며 각각의 프로모터들이 대회를 여는 시스템이라고 한다.
내가 참가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그는 그렇게 설명했다.
“게다가, 군에서 오래 머무른 자네라면 싸움에도 능숙할 테고 말이야.”
“그건 그렇군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박치기로 유명한 임일이 상대라 하더라도 내가 방법을 잘만 이용하면 질 거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포크를 쓰는 악당도 있으니 프로레슬링은 무기 사용도 허가하는 극한의 실전 지향형 스포츠였다.
그러므로.
“목사님.”
“왜 그러나.”
“장비를 좀 빌려주십시오.”
나도 철저한 준비가 필요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