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613화 (613/634)

Dark Match 99.

안드레 더 기간트.

그는 1970년대 최고의 스타였다.

바트 맥센 시니어가 계약해 데리고 온 그를 통해 WWF는 지금의 자금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업무적으로 말하자면 출장.

각본적으로 말하자면 침공.

기간트는 타 단체에서도 탐을 내는 스타였고 그렇기에 항상 출장을 다니며 WWF의 체급을 불려주었다.

동시에 그는 텔레비전 쇼에도 출연하기 시작하면서 점점 자신의 이름 값을 높여나가기 시작했다.

미국, 일본, 멕시코.

유럽도 자주 다녔다.

그런 식으로 하다 보니 기간트에게는 자연스레 몇 가지 별명이 붙었다.

하나는 세계 제8대 불가사의.

다른 하나는 보스.

락커룸 안에서 언제나 강자였고, 동시에 대접받는 입장이었으며 그렇기에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했다.

그는 폴리스 맨이기도 했다.

경찰.

그처럼 야생과 같은 락커룸에는 기강을 잡아줄 만한 선수가 필요했다.

선수들을 통제하고, 각본에 따라 경기를 진행하도록 유도하는 경찰관.

동시에.

타 단체와의 교류전은 언제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는 환경이었다. 따라서 실전 능력이 강한 선수가 필요했다.

만약 문제가 생기면, 협의한 각본과 달리 우리 쪽 선수가 거기 휘말려 얻어맞거나 하면 나가줘야만 했다.

기간트는 항상 그 역할을 자처했으며 감히 그가 있는 쇼에서 사고를 치는 없을 정도였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보스.

하지만.

10년이 넘는 프로레슬링 경력을 가져오면서 기간트는 신과 같은 선수를 만난 적은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나를 이기겠다고?’

패기로운 이야기였다.

190 정도 되어 보이는 키.

그 근육을 생각하면 싸움 실력도 상당할 것으로 추측되었으나, 솔직히 말하면 그건 인간의 영역이었다.

키 224센티미터.

체중 236킬로그램.

대부분 차라리 덤프 트럭하고 싸우는 것을 선택할 정도로 안드레 더 기간트의 스펙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나를 이겨보겠다고.’

기간트는 그 도전이 왠지 즐거웠다.

자신을 사람으로 봐주는 듯하여.

프로레슬링은 서커스였고 그렇기 때문에 기간트는 이곳에서 자신이 슈퍼 스타가 될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은 동물원의 고릴라였다.

이제는 익숙했다.

자신과 섹스하고 싶어 하는 여자들의 심리도 이해했다.

이런 거대한 남자와 하룻밤을 보낸다면 어떨까.

그런 생각을 하는 거겠지.

자신은 이후로 그 여자들의 안줏거리로, 죽은 뒤에도 소비될 터였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았다.

술을 마시고 여자를 안고.

링에 나가 레슬링을 하고.

그로서 돈을 벌고.

바로 그게 안드레 더 기간트.

하지만.

그에게도 역시 사람으로서 살아가고 싶다는 욕망 정도는 있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이어지는 경기를, 기간트는 오랜만에 기대하며 지켜보았다.

GCW 선수들은 ‘나쁘지 않았다’.

다들 그럭저럭 레슬링을 할 줄 알았으며 경기장에 모인 이천여 명의 팬들도 좋은 반응을 보내주었다.

“보스, 얘들 꽤 잘하는데요?”

“캘리포니아 놈들이라 과연 어떨까 싶었는데. 저기 저거, 수플렉스를 제대로 쓸 줄 아는 것 같습니다.”

“……그렇군.”

그렇게 계속 이어지는 쇼.

선수들은 다들 만족하면서 돌아왔고 이내 기간트가 그토록 기다리던 대망의 세미 메인이벤트가 찾아왔다.

빅 건 스터드 VS 신.

분명히 바트 맥센이 동양인임을 알고 수작을 부렸을 그 경기가 말이다.

먼저 등장한 것은 스터드였다.

[Waaaaaaaaaaaggghhh!!]

환호하는 팬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수염을 잔뜩 기른 스터드가 그 모습을 드러냈다.

잔뜩 흥이 나서 로프를 붙잡고 흔들어 대는 그는 키가 2미터를 넘기고 체중이 130킬로그램에 달하는 거한.

싸움에서 절대적인 건 바로 체급.

뒤를 이어 마스크를 쓴 신이 나왔을 때, 락커룸의 선수들은 모두가 순간적으로 어이가 없다는 듯이 웃었다.

“보스, 저놈이 여기에서 가장 덩치가 크다고 들었는데, 맞습니까?”

“아마 그럴 거다.”

메인이벤트에서 안드레를 상대하기로 한 파워풀 딕도 키는 저것보다 좀 더 컸지만 등빨이 넓지는 않았다.

하지만 반대로.

비율을 따져봤을 때 신의 ‘등빨’은 여기 있는 선수들 중 가장 좋았다.

그렇게 링 위에서 마주본 두 사람.

스터드는 입술을 핥았다.

그가 전력으로 싸우고자 할 때 자주 보이는 행동이었다. 거기에서 WWF 선수들은 지금 상황을 깨달았다.

바로 슛이었다.

땡땡땡-!

링 벨이 울리며 달려 나가는 빅 건 스터드.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2미터가 넘는 키에 저런 스피드라니!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절대 쉬운 상대가 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다.

‘그래야지.’

바트 맥센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빅 건 스터드! 엄청난 스피드!”

“덩치가 무색하군요!”

옆에서 빌이 소리쳤다.

두 사람의 프로모터는 오늘 대회의 해설을 맡았다. 바트 맥센은 스터드의 두툼한 뒷모습을 보며 다시 외쳤다.

“140킬로그램입니다! 저 남자는 거의 냉장고만 한 무게인 셈이죠!!”

흥분해 마구 외치는 소리.

물론 빅 건 스터드가 140킬로그램도 아니었고, 동시에 냉장고가 그런 무게도 절대로 아니었지만.

바트 맥센은 천재적인 해설자였다.

그런 식으로 팬들의 눈높이에서 선수를 포장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고 그 능력이 아낌없이 발휘됐다.

빅 건 스터드는 안드레 더 기간트의 뒤를 잇는 괴물 프로레슬러였다.

그 역할을 간단했다.

링 위에서 신을 원하는 만큼 요리한 뒤 쓰고 있는 마스크를 벗겨서 온 세상에 그 정체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스터드 본인도 딱히 별다른 생각 없이 바트의 명령을 수행할 각오로 나와 상대에게 그 엄니를 드러냈다.

그에게 있어서는 오늘 이 일이 어린애 팔 꺾는 일보다 쉬울 거라 느꼈다.

상대의 키가 자신과 비교해서 10센티미터는 작았으니까. 일을 끝마치고 나서 돌아가 적당히 쉴 생각이었다.

바트 맥센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리 되었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건.

꿈에 불과했다.

신이 빅 건 스터드를 자신의 머리 위로 번쩍 들어 올리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바트 맥센은 그럴 생각이었다.

[Uooooooooooooooohhh!!]

비명을 지르는 관객들.

투콰앙-!!

링 바닥을 나뒹구는 스터드.

황당하다는 듯 뻗어 있던 그는 고개를 세차게 내저으며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이어지는 경기.

아니, ‘싸움’은.

일방적이었다.

신이 팬들의 반응을 생각하며 스터드를 상대하는 게 뻔히 눈에 보였다.

락 업으로 상대를 잡더니.

스터드는 그대로 발을 냅다 까면서 신을 공격했지만 허리를 빼서 피했다.

“아, 전혀 통하지 않습니다!”

이어지는 스터드의 암 드래그.

콰앙-!

중심을 잃고 넘어간 신은 바닥에 낙법을 치고는 곧바로 다시 일어섰다.

가까이 다가간 스터드의 킥과 펀치.

퍼억-!!

소리는 요란했지만 효용은 없었다.

신이 앞으로 더 나아가며 스터드의 펀치를 이마로 받아낸 것이었다.

그러더니 순간 충격에 휩싸인 스터드의 팔을 붙잡고 힘껏 들어올렸다.

바트 맥센은 보았다.

설정상이라고는 해도 140킬로그램이라는 체중이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 덩치가 번쩍 들리는 모습을.

그것도 마치 어린아이처럼.

당연히 기술을 받아줄 생각이 없었던 스터드는 미친 듯이 발버둥 쳤다.

하지만 신은 마치 견고한 기계처럼 바닥에 두 발을 디디고 버텨 섰다.

허리를 강하게 튕기며 어떻게든 신의 어깨 위에서 빠져 나오려는 스터드.

그리고 그게 더 문제가 되었다.

터억-!

옆으로 기운 스터드의 몸이 완전하게 신의 양어깨에 올라가게 되었다.

이어지는 기술은.

우드득-!

우득!!

아르헨틴 백브레이커.

상대방을 파이어맨즈 캐리 포지션으로 들어 올린 뒤 목과 다리를 붙잡고는 꺾어버리는 서브미션 기술.

“아아! 빅 건 스터드!”

경악을 금치 못하는 바트 맥센을 대신해 빌이 잔뜩 흥분해 소리쳤다.

“신의 아르헨틴 백브레이커! 빅 건 스터드! 무너질 것이냐! 버틸 것이냐!”

엄청난 힘이었다.

목이 졸리면서도 스터드는 어떻게든 빠져나오려고 발버둥을 쳐봤지만 아무런 소용도 없는 짓이었다.

결국.

“끄그윽…….”

빅 건 스터드가 실신했다.

땡땡땡-!!

그 모습을 본 링 위의 퍼시가 경기의 끝을 알리는 동작을 취했다.

빌의 이후 코멘트가 걸작이었다.

“상대를 실신으로 끝내는 경우는 처음이군요! 정말 대단한 ‘선수’입니다!”

일부러 먹이는 말이었다.

아무리 퍼시 앤 빌이 신을 끊임없이 의심했고 지금도 그런 시선은 별반 다름이 없다고 한들.

누군지도 모르는 개자식이 제멋대로 신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묻어버리려고 한다면 열이 받는 짓이었다.

하지만 그걸 대놓고 드러내는 것은 미련한 짓이고, 퍼시 앤 빌은 결국 신을 믿는다는 선택지를 골랐다.

그리고 그건 들어맞았다.

“이, 이런…….”

“어떻습니까! 바트 맥센! 저희 캘리포니아 선수들도 나름 대단하죠?!”

“아, 아니. 그게.”

바트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링 위에서 손을 가볍게 들어 세리모니를 끝마친 신이 링 뒤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는.

“이봐, 신.”

안드레 더 기간트와 마주쳤다.

거대하다 못해 방대한 그는 신을 보고는 흥분을 감추지 못하며 웃었다.

“멋진 경기였네.”

“……기간트.”

“나도 내 실력을 보여줘야겠지.”

그리고 그는 자신의 옆에서 어린애처럼 서있는 파워풀 딕을 바라보았다.

“안 그런가?”

“잘 부탁드립니다.”

공손한 대답.

GCW에서 무적에 가까운 파워풀 딕이라고 해도 기간트의 앞에서는 강제로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가 링으로 나갔다.

[Waaaaaaaaaaaaaaggghhh!!]

팬들이 환호를 보냈다.

하지만 그건 이전과는 좀 달랐다.

이전의 딕에 대한 환호가, 자신들의 자랑스러운 미국인…… 다시 말해 지역구 챔피언에 대한 믿음이었다면.

지금 환호는 안드레 더 기간트라는 괴물에게 맞서는 인간에게 보내는 격려와 응원에 가까웠다.

하지만 정작 그렇게 응원을 보내는 관객들 역시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안드레 더 기간트는.

절대.

응원과 격려로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 정도의 상대가 절대로 아니었다.

빠암-! 빠밤-!

웅장한 최종보스의 테마 음악.

GCW와 달리 WWF는 자신들이 저작권을 가진 테마곡을 직접 제작했다.

[Uoooooooooooooooooooohhh!]

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관객들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크기의 안드레 더 기간트는, 말단비대증마저 앓아서 정말 괴물처럼 보였다.

주먹은 체구가 작은 성인 남성의 두개골 크기였고, 발 사이즈 역시도 그에 못지않게 거대했다.

링에 올라간 기간트.

관객들은 그만 할 말을 잃고 멍하니 링 위의 거인을 바라보았다.

땡땡땡-!

그리고 시작되는 경기.

일부러 락커룸에 들어가지 않고 있던 신은 커튼 사이에 서서 가만히 기간트의 경기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기간트는 긴장한 채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파워풀 딕에게 이야기했다.

“딕.”

“……?”

“미안하네.”

그리고 이어지는 아이언 클로.

“끅?!”

순간 손을 뻗어 딕의 안면을 붙잡은 기간트는 천천히 힘을 주었다.

머나먼 옛날, 텍사스 출신의 ‘프리츠 폰 데릭’이라는 레슬러가 있었다.

그는 자신의 거대한 손과 200킬로그램에 달하는 악력을 이용해 아이언 클로를 아주 멋들어지게 사용했다.

하지만 실제로 프리츠의 악력이 그 정도냐. 하고 물어본다면 거짓이었다.

왜냐면.

안드레 본인의 악력이 200이었고.

200의 악력으로 아이언 클로를 먹이면 상대는 10초 내로 실신했다.

실제로 죽음의 위기를 느낀 파워풀 딕이 미친 듯이 저항을 시작했다.

퍼억! 퍽!!

그는 발로 기간트의 정강이를 걷어차고 마구 저항하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그대로 추욱 늘어졌다.

퍼시는 서둘러 링 벨을 울렸다.

땡땡땡-!!

“후우.”

그제야 손을 푸는 기간트.

그는 바닥에 추욱 늘어진 파워풀 딕을 바라보고는 씨익 미소를 지었다.

거기에.

팬들이 야유를 보냈다.

[Booooooooooooooooooo-!!]

기대했던 메인이벤트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났다는 사실로 인해, 그들은 마구잡이로 분통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건.

안드레 더 기간트 나름대로 잔뜩 열이 받아 있을 바트 맥센을 달래기 위해서 한 행동이었다.

기간트가 엄지를 치켜들자 링 아래에 있던 바트가 박수를 보냈다.

자신이 지는 걸 그 무엇보다도 혐오하는 그는 기간트의 압도적인 면모에 다시금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리고.

기간트는 백스테이지에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신을 보며 또 웃어줬다.

[Boooooooooooooooooooo-!!]

거친 야유 속.

이내 GCW 팬들은 자연스레 한 남자의 이름을 외쳐대기 시작했다.

[SHIN! SHIN! SHIN! SHIN! SHIN! SHIN! SHIN! SHIN! SHIN! SHIN!]

파워풀 딕이 무너진 이상.

이 GCW에서 유일하게 안드레 더 기간트와 대적할 수 있는 레슬러.

기가 차다는 듯이 웃은 기간트가 백스테이지를 돌아보았고.

신은 주저 없이 링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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