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618화 (618/634)

Dark Match 104.

“그 뒤로 어떻게 지냈나?”

바트 맥센이 물었다.

결혼식장에서 약간 떨어진 언덕.

두 사내는 담배를 나눠 피웠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가운데, 김 신은 잠시 말이 없었고 바트 맥센은 주름진 얼굴로 말을 이어나갔다.

“나는 자네를 잊었지.”

“…….”

“사실 쪽팔렸거든. 동양인 하나에게 그렇게 무시를 당했다는 사실이.”

“당신은 그런 남자였지.”

김 신이 입을 열었다.

“자기 자존심과 ‘힘’을 갈망하는 알량함. 당시의 당신은 그런 남자였어.”

“……말이 너무 심한 거 아닌가.”

“내가 느꼈을 뿐이야.”

김 신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리고 물었다.

“그래서, 감상이 어떠신가?”

“뭐가?”

“그토록 증오하던 동양인과 사돈을 맺게 되었군. 동양인 사위를 두었고.”

“제기랄, 인생이라는 게 마치 모래알 같다는 말이 하고 싶군. 손에 쥐려고 하면 빠져나간다는 말이.”

“…….”

“저 친구도 자네와 똑같아. 내가 쥐려고 하면 언제나 나를 빠져나갔지.”

“제 어미를 닮았으니까.”

“아내를 닮았나? 나는 속절 없이 자네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상냥하고 강한 점에서. 내가 아는 최고의 여자와 닮아있단 말이야.”

“로맨티스트로군.”

“아니, 리얼리스트지. 진주가 최고의 여자라는 건 사실이니까.”

“푸하하하!”

“웃지 마.”

“아니, 그 무뚝뚝하던 SHIN이 이렇게 아내 칭찬을 할 줄은 몰라서.”

“…….”

“다시 한 번 묻지. 그 뒤로 어떻게 지냈나?”

“뭐, 지내던 교회의 목사에게서 작은 ‘사업’을 하나 물려받아 운영했지.”

“그렇군.”

“백인 놈들은 다 똑같더군. L.A. 폭동 때도 우리를 무시하기에 바빴어.”

“그렇군.”

자신이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바트 맥센은 그렇기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며 김신을 바라보았다.

“매번 위험한 일이 생겼지. ‘그 사업’도 얼마 전에 거하게 말아먹을 뻔했고 말이야. 어떻게 해결은 했지만.”

“그렇게 ‘가족’을 만들었군.”

“그래, 그리고 내 아이는 그곳에서 자라나 당신의 프로레슬링을 보고 그곳으로 겁없이 뛰어들었고 말이야.”

“말리지는 않았나?”

“2층에서 던졌지.”

“자네답구먼.”

“하지만 들어먹겠나? 나도 그걸 원하지 않았어. 내심 그랬지. 그리고 준호는 그 생각대로 내 말을 거부하고 사회로 나가 프로레슬러가 되더군.”

“그리고 그 바람을 이루었지.”

“그래, 그것이 내 아들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고, 아버지로서 그렇지 않기를 바라긴 했지만.”

사자의 아들은 당연히 사자.

그 품 안에 사자를 두고 싶으면서도 동시에 아들이 무리를 떠나 자신의 길을 개척하길 바라는 아이러니함.

그렇게.

김준호는 프로레슬러가 되었고.

업계의 정점에 섰다.

아버지와.

그리고 1970년대와.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두 사람은 이야기를 더 나눴다.

그 대화를 통해서 김신은 이제는 희미해진 옛 기억을 잠시 떠올렸다.

결혼식이 시작되고 나서도.

퍼시 앤 빌은 얼마 후 업계를 떠났고, 그중에서도 빌은 이후 정착할 곳을 찾지 못하고 술독에 빠져 지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총기 자살로 생을 마감했고, 그때 막 결혼을 한 뒤였던 김신은 장례식장을 찾아갔었다.

퍼시는 슬프게 울었다.

그리고 그 역시 얼마 지나지 않아서 간암으로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안타까운 일이었다.

하지만 인생은 계속 이어졌다.

불행과 불행이 계속 이어졌다.

파워풀 딕부터 시작해 GCW 소속의 레슬러들은 WWF로 가서 잘 되지 못했고 대부분 소식이 끊기고 말았다.

그리고 김신은 프로레슬링에 대해 완전히 잊기로 했다.

그곳에서 많은 것을 배웠지만, 자신이 있을 만한 곳은 아니라고 느꼈다.

그 후 코리아타운으로 돌아가 최 목사에게 그가 하고 있는 일을 물려받았고, 지금도 나름대로 잘 순항하는 중이었다.

법의 회색 테두리에 속한 사업이라서 얼마 전 크게 당할 뻔했지만 어떻게든 잘 수습하고 나아갔다.

그렇게.

그는 자신이 있을 곳을 만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멋진 여자를 만났고, 그 여자는 이제 자신의 아내가 되었다.

그리고 아이를 낳았다.

김준호.

아내를 닮은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고, 이내 성인이 되자 자신의 길을 찾아 집을 나가버리고 말았다.

그리고.

김신은 언제나 자신의 아이를 걱정했지만, 멋진 사내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자랑스럽게 느꼈다.

아이는 어른이 되고.

가족의 품을 떠나.

새로운 무리를 만들어야 하니까.

자신이 있을 곳을 스스로 찾아 적이 있으면 적을 쓰러뜨리고 그곳에서 인정을 받아야만 하는 법이었다.

그게 한 사람으로서의 길.

부모의 품을 떠나 독립된 개체로서 완벽하게 성장한 김준호는 자신의 부모 앞에서 그 사실을 증명해보였다.

그는 레슬 임페리움에서 월드 타이틀을 따냈고, 수많은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았으며 많은 존경을 받았다.

지금 결혼식장에 모인 수많은 하객들이 그 사실을 증명해주고 있었다.

결혼식이 계속 진행되었다.

아들의 눈가에 이슬이 맺힌 것을 보고 김신은 아내의 손을 꼭 쥐었다.

아들은 아내를 닮았다.

둘 다 감성적이었고 아내는 장성한 아들을 많이 걱정했다. 자신과 아들의 사이를 돌보느라 많이 고생했다.

하지만 이제.

그 역할은 며느리에게 넘어갔다.

티파니 마리 맥센.

그리고 김신 부부의 반대편.

바트 맥센이 미소를 지었다.

‘내 딸.’

동시에 업계의 지배자.

자리에 앉은 바트 맥센은 머나먼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바라보고 있었다.

일부러 기억에서 지웠던 일이었다.

거의 40년 전의 일이었으니까.

그는 그런 사내였다.

남자로서 자존심을 누구보다도 중요하게 생각했고, 야수들이 가득한 정글에서 살아남기 위해 계속 싸웠다.

하지만.

끝끝내.

자신이 가장 가지고 싶었던 것은 가지지 못했다. 그리고 그는 왜 항상 일이 그렇게 되었는지를 깨달았다.

이제야.

‘너무 가지려고 했으니까.’

그렇게 SHIN을 놓쳤고.

그 아들인 SIN을 놓쳤다.

‘아이러니하군.’

바트 맥센은 어이가 없어지는 걸 느끼며 저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의 말대로 되었다.

웬 동양인 하나가 이 프로레슬링 업계에 들어와, 자신의 시대를 만들었고 그 가치를 계속해서 전해나갔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의 사위까지 되었다.

솔직히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티파니 맥센과의 관계는 어찌 보면 신에게 있어서 크나큰 약점이었다.

그로 인해 신은 업계에서 한창 성장할 때 ‘회장 딸과 사귀어서 기회를 받는 더럽고 비겁한 놈’이라는 욕을 얻어먹기도 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그것을 감당했고, 따라서 바트 맥센도 두 사람의 결혼을 진심으로 축하할 수 있었다.

티파니 역시도 신으로 인해 성장했다. 이제는 노련함을 갖춘 아비 못지않은 훌륭한 사업가라고 해도 좋을 정도였다.

업계는 그렇게 이루어졌다.

바트 맥센은 자신의 앞에 서있는 딸과 사위의 모습을 보며 중얼거렸다.

“행복하길.”

* * *

주례가 끝이 났다.

신랑 신부의 퇴장이 이루어졌다.

평화롭고 경건한 의식이 될 거라고 모두가 의심해 마지않던 순간이었다.

대-앵-!

갑작스레.

만종이 울려 퍼졌다.

[Uoooooooooooooooooooohhh!]

해안가에서 그것을 바라보던 하객들이 상황을 파악하고 환호를 보냈다.

순간 당황한 신과 티파니.

그 앞으로 나타나는 중절모의 사내.

캐스켓-테이커.

그를 선두에 세워 선수들이 길을 만들었고, 신랑과 신부에게 미소와 함께 박수를 보냈다.

잠시 서있던 신은 티파니의 손을 잡고 천천히 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모두의 축복 속에 이루어지는 결혼.

그 길을 걸으며.

신은 많은 것을 느꼈다.

한 번 실패했던 삶.

패배했던 삶.

하지만 죽음으로부터 돌아왔다.

정말로 엄청난 행운이었다.

매일 매일 꿈을 꾸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실제였고.

그렇기에 감사했다.

언제나.

자신의 목숨을 걸 각오로 최선을 다했다. 이게 자신의 인생에서 다시 주어진 기회라는 사실을 알았으니까.

그리고 유일한 기회라는 것도.

앞으로도 그럴 생각이었다.

감사했다.

또한 즐길 생각이었다.

이 많은 이들의 존경을.

동시에 책임감을 느꼈고, 신은 이 한 몸 부서지는 그날까지 자신이 계속해서 프로레슬링을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옆에는 항상 그녀가 함께일 터였다.

“티파니.”

“……예, 신.”

“날 사랑하겠지?”

“그야 물론이죠.”

“이건 비밀인데, 나도 그래.”

신은 싱긋 웃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피로연.

수많은 업계 사람들의 축하와 성원 속에서 결혼식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리고 해가 질 무렵.

수많은 사람들의 축복을 받게 된 신과 티파니는 붉은 스포츠카를 타고 말리부 저택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옷을 갈아입고 선물을 정리한 뒤 신혼여행을 떠날 예정이었다.

운전은 티파니가 맡았다.

웨딩드레스 차림의 신부는 잔뜩 신이 나 말리부 해안 도로를 질주했다.

그 옆에서 똑같이 웃는 신.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카 오디오로 신의 테마 음악이 나오는 가운데, 한참을 달리던 스포츠카는 이내 자리에 우뚝 멈춰 섰다.

티파니가 말했다.

“신, 해가 지고 있어요.”

“멋진데.”

스포츠카 위를 훌쩍 넘어간 신이 본 네트 위에 걸터앉았고 자연스럽게 뒷좌석에서 티파니가 뭔가를 가져왔다.

와인이었다.

“아까 챙겨왔지요~.”

“오, 좋은데.”

“우리 사람들 상대하느라 제대로 마시지도 못했잖아요. 여기서 한 잔?”

“당신은? 운전은 어쩌고.”

“무알콜이라 괜찮아요.”

“……?”

아무리 봐도 있어 보이는데.

그런 생각을 하며 와인을 따고 있자니 트렁크로 간 티파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엉덩이 더러워지니까 와인에 감아둔 거 밑에 깔아두고 앉아요.”

“어차피 벗을 건데.”

“그 엉덩이 내 거니까 시키는 대로 해요.”

“……그러죠.”

쓰게 웃은 신은 티파니가 말한 대로 와인이 깨지지 않도록 감싸둔 붉은 천을 밑에 대고 앉았다.

와인을 두 잔 따르고.

티파니가 뭔가를 더 가져왔다.

“이런 게 있네요?”

WWF 월드 챔피언 벨트였다.

“이건 뭐야?”

“모르겠는데? 누가 넣어둔 거지?”

“기막힌 우연이로군.”

“잘 어울리네요.”

신이 자연스럽게 챔피언 벨트를 어깨에 올렸고, 티파니는 그 모습을 보며 환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전혀 이상한 그림이 아니었다.

* * *

최초의 동양인 월드 챔피언.

그리고.

시대의 아이콘.

SIN.

수많은 이들을 만났고, 그들과 연을 맺어오면서 자기 자신을 증명해왔다.

업계는 그를 이렇게 기록했다.

링네임.

SIN.

본명.

김준호.

별명.

The Breaker.

The Alpha.

Man On Fire.

American Mafia.

1979년 9월 21일생.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 출신.

프로필은 195cm에 120kg.

실제로는 188cm에 110kg.

피니시 무브는 스팅거와 안티 크라이스트.

선수 유형은 브롤러&올라운더.

테마곡은 두 가지.

그리고 이후 악역 스테이블을 이끌 때 팀 테마곡을 하나 더 사용한다.

주요 커리어.

GCW 태그 팀 챔피언 1회.

GCW 챔피언 1회.

WWF U.S. 챔피언 2회.

WWF 인터콘티넨탈 챔피언 3회.

WWF 태그 팀 챔피언 4회.

WWF 월드 챔피언 7회.

PWA 캡틴 5회.

ACW T.N.T. 챔피언 2회.

ACW 월드 챔피언 9회.

킹스 럼블 우승 3회.

WWF 슬램 어워드 선정 올해의 슈퍼 스타 선정 횟수 4회.

프로레슬링 매거진 선정 올해의 대립 5회.

프로레슬링 매거진 선정 올해의 경기 4회.

숱한 기록을 남겼고.

커리어 말년에는 악당이 되었으며.

마지막의 마지막 순간, 50세가 되어서까지 매주 쇼에 나오는 현역으로 활동하면서 ‘욕심’을 부려 월드 타이틀을 또 획득했다.

그렇게 양 단체를 합쳐, 월드 챔피언 통산 17회.

거기에 새로운 슈퍼스타를 갈망하는 팬들이 역반응을 보냈고.

정장을 입은 스테이블을 운영하면서 잔뜩 어그로를 끌던 신은 선수들 중에서 가장 반응이 좋던 이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에게 레슬 임페리움이라는 가장 거대한 무대에서 타이틀을 내어주고는 이렇게 이야기했다.

[Nice Job, Kid.]

과거, 그가 그렇게 들었듯이.

그때 그 새로운 슈퍼스타는 각본의 틀을 깨버리는 치명적인 실수를 하며 신을 안고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신은.

그리고 그 새로운 시대의 아이콘은.

그 실수를 각본으로 연결해 또 다시 팬들에게 멋진 이야기를 보여주었고.

공식적으로 2030년 9월 21일.

자신의 50번째 생일.

신은 현역 은퇴를 선언한다.

프로레슬링 업계는 유례없는 성대한 은퇴식을 열었고, 특별 방송 프로그램이 편성되어 팬들을 울게 했다.

“제 시대는 끝입니다.”

그는 그렇게 이야기했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은 계속 이어집니다. 새로운 영웅들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여러분을 즐겁게 만들겠죠.”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물론 그 머저리들이 내가 한 것의 반이라도 따라온다면 다행이겠지만!”

[Uooooooooooooooooooohhhh!]

가볍게 윙크.

그리고 장년에 이른 남자는, 수많은 이들의 환호 속에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내와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는.

손을 잡고 커튼 뒤로 퇴장했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그 테마가 마지막으로 울려 퍼졌다.

팬들 모두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로부터 몇 년 뒤.

신과 티파니의 용모를 진하게 물려받은 195센티미터의 아들이 PWA에서 데뷔전을 치르게 된다.

아버지의 테마곡을 어레인지한 곡을 사용하면서 말이다.

쿵-쿵-쿵-쿵-쿵-쿵-쿵-쿵-쿵-쿵-!

[Waaa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그렇게.

프로레슬링은 계속 이어진다.

<프로레슬링의 신 Dark Match 完>

작가 후기

안녕하세요. 독자 여러분.

<프로레슬링의 신>을 쓴 뇌조입니다.

이 작품을 쓰기로 한 계기는 담당 편집자인 J의 권유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프로레슬링의 열렬한 팬이기는 했지만 딱히 그걸 드러내고 지내지는 않았고, 딱히 대중성도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J의 끈질긴 권유에 시작하게 된 이 소설은 과분한 사랑을 받았고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프레신이 제가 생각하던 것 이상으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도, 제 안에는 잡아둔 확고한 기준이 있었습니다.

‘이 소설은 주인공인 SIN의 이야기고, 동시에 동양인이 프로레슬링의 아이콘이 되는 이야기다.’

현실에 모티베이션을 두고 있는 그 회사와 프로레슬링 업계, 다시 말해 황금시대가 지나 몰락해가고 있는 한 사업을 끈질기게 사랑한 남자가 자신의 꿈을 이루고, 그로써 멋진 결과를 맞이하는 이야기를 쓰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분들께서는 저에게 ‘그 회사’의 각본가 출신이 아니냐, 가서 각본을 써야 한다고 과분한 칭찬을 해주셨는데, 그럴 때마다 한없이 송구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왜냐면 그 회사의 작가들은 지금도 충분히 잘 하고 있고, 어디까지나 이 소설은 저의 상상과 그에 따른 반응을 서술할 뿐, 주인공의 시점이 담뿍 들어간 면이 크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솔직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이 그렇게 생각해주신다면, 이라는 생각으로 저를 거기에 긍지를 가지고 글을 완성했습니다.

이 소설 안에서 주인공 SIN은 프로레슬링의 신이 되었고, 업계를 좌지우지하는 아이콘으로서 선한 영향력을 끼쳤습니다.

그리고 멋진 사랑도 얻고.

……사실 ‘그분’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는 우리 티파니를 히로인으로 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쓰다 보니 이렇게 되었네요. 사람 일도 그렇고 글도 그렇고, 참 이게 무슨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이 세계관은 초반부터 모티베이션을 얻은 실제 역사에서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캐릭터가 먼저 나오거나, 아니면 거대한 역사적 사건이 뒤죽박죽 섞이고는 했는데요.

이 모두 여러분께 말씀을 드렸다시피 의도적인 일입니다. 저 자신의 작가적 상상력을 가미한 것이지요.

그럼에도 작품 상에서는 어…… 의도치 않게 좀 안타깝게 그려낸 친구들이 있어서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애덤이라던가.

미안하다. 애덤…… 하지만 넌 현실에서는 성인 등급 슈퍼스타잖아.

크리…… 뭐도 있고요. 크리링인가?

아무튼 그 외, 갑자기 현실의 아내를 빼앗긴 그 사위님이라던가.

아니, 그런데. 제 나름의 그랬으면 어떨까 하는 걸 그려낸 거니까요. 그 사위의 전 여자친구 분께서 사실 너무나도 아타까운 죽음을 맞이했고, 그렇기에 저는 두 사람의 행복한 미래를 한번 그려보고 싶었습니다.

애덤도 어떻게 보자면 “애덤, 네 인생을 불행하게 만들어주겠어!”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아서 다행인……가?

남의 여자를 넘보지 맙시다.

어쨌거나.

프로레슬링 업계는 안타까운 일이 너무나도 많이 벌어지는 곳입니다.

선수들은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열악한 구조의 희생양으로 있죠. 그러면서 선수들 사이에서 안타까운 일도 벌어지고, 인종차별도 발생하고.

그럼에도 프로레슬링은 현실로나 가상으로나 언제나 멋지고 큰 영감을 불어넣어주는 이야기를 제게 보여주었고, 이 소설은 그에 대한 감명을 글로 풀어낸 것에 가깝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아마 프로레슬링을 계속 시청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부디 이 글로 그 업계에 다시금, 혹은 처음으로 관심을 가지게 된 분이 계시다면 그걸로도 좋고, 프로레슬링이 보여주는 재미가 무엇인지를 조금이나마 이해하시게 된 분이 생겼다면 그걸로도 행복할 것 같습니다.

이 작품은 저 혼자서 쓴 게 아닙니다.

담당 편집자이자 My Soul Mate인 J와 함께 쓴 거지요.

물론 제 실력과 근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파이를 차지하고 있지만, 감사합니다. J. 앞으로 무덤에 들어갈 때까지 함께 가시죠.

그 외.

내가 남자로서 독립한 뒤에도 언제나 지지를 아껴주지 않는 사랑하는 가족들.

어머니, 아버지, 누나, 할아버지, 삼촌, 숙모.

최근에는 자주 보지 못하였지만 언제나 나의 마음속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형제, 영준, 그리고 성민.

대학교 졸업한 이후로도 가끔 소식 전하며 서로를 위하는 상영, 용진.

슬슬 취직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던협의 동생들.

태준, 병훈, 지호, 강유, 재경, 정환, 승훈, 동건, 인범.

이상한 개그방의 지현, 태용, 명한, 태양.

Team PickAxe, 원우, 종찬, 동재, 현민.

방참, 던보, 페로우, 블빡.

지코, 섞박지, 텔라, 이레칠칠, 글방 친구들. 그 외에도 오래 알고 지내는 이쪽 분야 친구들.

그리고 항상 나를 열 받게 만들지만 내가 가장 나를 의심하도록 도와주는 카지노의 팀원들, 메피스돈, 리넬, 쉴라.

나와 서로를 증오하는 멋진 경쟁자인 R모 작가, 갈팬 작가, 신 선생, 카페온 작가.

지금 한창 내 인생을 새로운 경험과 즐거움으로 가득 채워주고 있는 평소방 친구들.

거기에서 또한 함께 정모 준비에 한창 바쁜 아똥형과 혜담.

못난 형에게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세용과 예찬까지.

여러분이 제 인생에 있어서 다행입니다. 여러분에게도 다행이겠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글을 즐겁게 봐주시면서 제가 작가로서 먹고살 수 있게 도와주신 독자님들.

어, 진짜 마지막으로.

나 자신.

그리고.

SIN.

언제나 작품 후기에서 그러했듯. 정말로 고마웠다. 신. 네가 내 안에서 태어나 정말로 다행이었어.

2021.06.09. 정모 회의 후 집으로 돌아가는 지하철 안에서 쓰기 시작해 집앞 카페까지 오게 된 작가, 뇌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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