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프로레슬링의 신-633화 (633/634)

Father’s Day 15.

이런 말이 있다.

좋아하는 것이 일이 되는 순간 싫증이 나기 마련이라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다들 의견이 분분했으나.

결국에는 그 일을 단순히 즐기는 것 이상으로, 배우고 익혀야 하기 때문에 싫증이 나고 마는 것이었다.

하지만 ‘목적’이라는 게 생기는 순간, 좋아하는 것은 다른 방식으로 더 흥미를 불러 일으켰다.

열망.

목표.

그로 인한 승리.

영광.

그것을 위해 선수들은 신의 경기를 보고 하나라도 더 배우고자 했다.

팬들과는 다른 시선.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살피며, 조율해야 하는 타이밍을 예측하고, 문제가 생기면 그걸 해결하는 기지까지.

왜 지금 경기가 이런 식인가.

왜 저렇게 행동하는가.

“잭 상태가 안 좋은데?”

“맥이 시간을 벌었잖아.”

“그래도 회복했어.”

PWA.

이곳 선수들은 다른 이들보다 더 큰 형재애를 자랑하는 것으로 유명했다.

다들 이동이 거의 없고 근처에 살아서, 중요한 경기는 트럼프 아레나에 모여서 보는 문화가 정착했다.

대니얼 라이언과 AK 스타일스가 각각 한마디씩 하는 가운데, 지켜보던 그렉은 경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시사하는 바가 많았다.

레슬러는 시간이 지날수록 기계처럼 점점 몸이 삐걱거리기 마련이었다.

문제는 그렇게 삐걱거리는 몸에 윤활유를 칠할 수가 없다는 점이었다.

결국 방식이 변해야만 했다.

그리고 신은 정말로 훌륭했다.

육체적 전성기가 지나고 있음에도 그것을 팬들의 앞에 드러내지 않았다.

그것도 굉장히 지능적인 방식으로.

‘저게 트리플 스렛이지.’

한 명과 다른 한 명이 붙고.

그사이 다른 한 명은 휴식을 취하거나 사다리를 통한 공격을 준비한다.

그렇게 휘몰아치면서 관객들을 즐겁게 하다가 중간쯤에 잠깐 숨을 돌리는 시간을 주는 형식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다시 휘몰아칠 때.

[신과 잭 하디가 일어섭니다!]

[두 사람을 좀 보십시오! 분노로 일그러진 표정! 맥 하디가 경악을 금치 못합니다!]

[그럴 수밖에요! 아아-!]

비명을 지르는 해설자들.

그들의 목소리가 안 그래도 좋은 경기를 더한 명품으로 만들어주었다.

맥 하디를 킥으로 쓰러뜨린 뒤, 신과 잭은 자연스럽게 협력을 펼쳤다.

더블 수플렉스.

콰앙-!

쓰러져 있는 사다리 쪽으로 맥을 넘겨서 충격을 더한 그들은 이어 서로에게 주먹을 날리며 싸움을 거듭했다.

신 VS 잭 하디.

이번에도 사다리가 활약했다.

펀치 대결에서 순간적으로 밀리는가 싶었던 잭은 그때까지도 로프에 걸쳐져 있던 사다리를 밟고 뛰었다.

몸을 날리는 킥.

“호오.”

“죽이는데?”

선수들이 박수를 쳤다.

[Waaaaaaaaaaaaaaggghhh!!]

팬들도 환호했다.

잭 하디는 래더 매치에 강하다는 장점을 살리면서 신이라는 거대한 선수에게 대응했다.

킥에 맞고 나가떨어진 신이 로프 위에 몸이 걸쳐졌다. 잭 하디는 링 아래로 내려가더니 사다리에 올라갔다.

그 하나하나가 정해진 스팟.

사다리의 위치부터 시작해 모든 요소가 사전에 미리 정해둔 대로였다.

물론 잭 하디가 중간에 잠깐 기절하면서 순서가 다소 바뀌기는 했지만, 그 사이사이에 즉석에서 만들어낸 애드리브를 가미해 어색함을 지워냈다.

[Uooooooooooohhhh!]

사다리 위에서 떨어지며 공격.

장외로 경기를 이어가기 위한 밑밥이었다. 머리를 얻어맞은 신은 중심을 잃고 그대로 밑으로 떨어졌다.

팬들의 반응이 더 잘 보였다.

리드를 잡은 잭 하디는 바닥에 떨어진 신을 일으켜 세워 팔을 당겼다.

중심을 잃고 끌려가서 바리게이트에 등부터 충돌한 신은 고통에 찬 신음을 내뱉으며 잭 하디를 노려보았다.

[SIN! SIN! SIN! SIN! SIN! SIN!]

[Jack! Jack! Jack! Jack! Jack!]

팬들의 환호가 더 잘 들렸다.

잭은 그대로 달려들어 신과 충돌했고, 미리 나사 몇 개를 풀어둔 바리게이트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

[Waaaaaaaaaaaaggghhh!!]

점점 하드코어해지는 경기.

잭 하디의 체중과 돌진하는 힘을 그대로 받아낸 신은 순간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심호흡을 했다.

욱신거리는 통증.

또 다시 목 뒤였다.

아까 로프 기술을 받아낼 때 충격이 상당히 컸다. 손가락 끝이 저릿한 가운데 신은 목소리를 들었다.

“괜찮냐?”

잭이었다.

팬들의 환호 속에 묻힌 목소리는 무척이나 작았지만 똑똑하게 들렸다.

말없이 눈빛을 보낸 신은 잭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것을 보았다.

“으어어어어-!!”

그리고 포효.

[Waaaaaaaaaaaaaaaggghhh!!]

팬들의 환호가 한층 더 강해졌다.

잭 하디는 신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웠다. 그러고는 저항하려는 그의 복부를 걷어차고 다시 붙잡아 던졌다.

바리게이트에 복부가 걸려서 넘어간 신은 아나운서 테이블 쪽으로 갔다.

이런 형태의 기믹 매치는 결국 주변의 기물을 얼마나 잘 사용하는가가 중요했다.

그리고 이건 래더 매치였으므로.

사다리와 아나운서 테이블, 링 위로 입장할 때 쓰는 철제 계단이 허용되는 도구들이었다.

잭 하디는 신을 완전히 끝장내겠다는 듯 아나운서 테이블 안의 전자기기들을 꺼내 바깥으로 치웠다.

“잭! 너무 위험해!”

“완전히 이성을 잃었군! 제기랄!”

흥분하며 외치는 해설자들.

신을 아나운서 테이블 위로 올려 보낸 잭은 그 앞에 오늘 경기장에서 가장 높은 사다리를 가지고 왔다.

가히 4미터에 달하는 사다리.

탑 턴버클보다 높은 사다리를 본 관객들이 환호를 보냈고 잭은 약에 취한 기분으로 그 위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도중 딸인 루시의 얼굴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갔다. 그럼에도 그 뒤로 신이 전해준 이야기도 떠올랐다.

‘사람들이 기억하는 건 순간이야.’

잭 하디는 그런 순간의 창조자였다.

사다리 위로 올라간 잭 하디는 아나운서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는 신을 바라보며 양손을 들어올렸다.

특유의 포즈를 취하며 다시 포효.

[Yeeeeeeeeeeeeeeeeeaaahhh!]

그리고 그는 몸을 던졌다.

스완턴 밤.

잭 하디의 피니시 무브였다.

투콰앙-!!

4미터 아래로 회전하며 낙하한 잭은 등부터 신을 덮치며 충격을 주었다.

[Uooooooooooooooooooohhh?!]

경악을 금치 못하는 관객들.

아나운서 테이블이 붕괴하고 두 사람의 몸은 종이 인형처럼 뒤엉켰다.

등이 크게 들썩이며 숨을 몰아쉬는 부분에서 두 사람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그저 짐작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방금 그 무브에서 오히려 더 큰 충격을 받은 쪽은 잭 하디였다.

그대로 신의 몸 위로 떨어졌다면 내장이 파열될 위험성이 존재했기에 약간 빗겨나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기에 골반 쪽에 큰 충격이 가해졌다.

그는 고통을 견뎌내며 이어지는 다음 상황이 전개되는 것을 기다렸다.

잠깐의 휴식.

선수들뿐 아니라 관객들도 숨을 돌리고 이전의 상황을 정리하는 시간이 아주 잠깐 동안 이어졌다.

잭 하디의 스완턴 밤 스팟이 리플레이로 재생되었으며 팬들은 다른 각도에서 그걸 보고 다시 경악했다.

그리고 마침내.

맥 하디가 움직였다.

링 아래로 나가 떨어졌던 그는 사다리를 들고 올라와 세웠고 그걸 본 팬들이 놀라 비명을 질러댔다.

[DELETE! DELETE! DELETE!]

[DELETE! DELETE! DELETE!]

WWF와 ACW에서 메인타이틀을 거머쥐어 본 적이 없었던 그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사다리를 올라갔다.

사실, 누가 타이틀을 따내더라도 큰 환호가 쏟아질 만큼 멋진 경기였다.

하지만 지금 경기가 끝나기에는 좀 이른 감이 있었다.

따라서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는 맥을 쫓아가기 위해 신이 움직였다.

복부를 움켜쥔 채 링으로 올라간 그는 맥 하디의 다리를 붙잡고 더 이상 위로 올라가지 못하게 막았다.

버둥거리던 맥 하디가 밑으로 내려왔고, 두 사람은 로프 앞에서 서로 주먹질을 해대며 싸움을 이어나갔다.

처음에는 보다 더 체력을 많이 회복한 맥 하디가 주도권을 잡는 듯했으나 신도 만만치 않았다.

오히려 지금까지 당한 게 있는 만큼 더 악을 쓰며 버텨냈고 헤드벗에서 이어진 시그니처 무브로 흐름을 따냈다.

바로 슈퍼 킥.

쩌억-!!

[Uoooooooooooooohhh?!]

순간 턱이 들렸던 맥 하디가 서서히 무릎을 꿇었고 신은 그대로 뒤로 물러서 로프 반동을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스팅거.

쩌억!!

안면을 걷어 차내듯 이어지는 공격의 연타. 맥 하디는 완전히 뒤로 넘어갔고 신은 곧바로 일어섰다.

이번에는 그의 차례였다.

“가즈아-!”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SIN!]

쏟아지는 챈트.

챔피언은 주먹을 뻗어 올리고는 그대로 링 아래에서 비틀거리며 일어서는 잭 하디를 가리켰다.

사다리를 들어서 그쪽으로 밀고.

로프 반동 후, 그 위를 힘차게 뛰어 올라간 신은 사다리 꼭대기에서 잭 하디를 향해 몸을 던졌다.

화려한 수어사이드 다이브.

잭 하디와 함께 바닥을 나뒹군 신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사다리 하나를 링 위로 밀어내며 함께 올라갔다.

완전히 제 세상인 것처럼.

하지만 그 속은 엉망진창이었다.

목 디스크로 인해 뇌로 혈류가 전달되는 속도가 늦었다.

머리가 핑 도는 듯한 감각.

그럼에도 그걸 의지로 버텨내며 작은 크기의 사다리를 턴버클 사이에 세운 신은 뒤를 돌아보았다.

일어서는 맥 하디를 그곳에 던졌다.

쩌억!

당겨지는 힘에 의해 거꾸로 돌며 등부터 떨어진 맥은 사다리 사이에 다리가 끼어 데롱데롱 매달렸다.

거기로 달려가며 저공 드롭킥.

베이스볼 슬라이딩에 가까운 동작은 맥 하디의 안면을 그대로 후려쳤다.

뻐억!

사다리가 크게 들썩거렸다.

“후우, 후우.”

숨을 몰아쉬며 잠시 로프에 기대 서있던 신은 사다리를 설치하고는 벨트를 따내기 위해 위로 올라갔다.

그리고 벨트를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Uooooooooooooooohhh?!]

정신을 차린 잭 하디가 올라와서 사다리를 옆으로 밀어냈고 신은 중심을 잃고 넘어가려다가 벨트가 매달린 와이어를 붙잡고 거기에 매달렸다.

위험천만한 상황.

하지만 이 상태에서 벨트를 따낼 수도 있었다. 신을 어떻게든 공격해 벨트에서 떨어지게 해야 했다.

경기장을 찾은 팬들부터 시작해 모두가 긴장하며 바라보는 가운데.

“으하하하하하아하하하하-!!”

맥 하디가 움직였다.

신의 드롭킥으로부터 정신을 차린 그는 자신이 거꾸로 매달려 있던 사다리 위로 올라갔다.

거기에서 형제의 협력이 이뤄졌다.

맥 하디가 사다리 위에 서서 중심을 잡자 잭 하디가 턴버클에 비스듬히 있던 사다리를 확 밀어버렸다.

그리고 맥이 신을 향해 도약했다.

그 목에 팔을 휘감고.

신이 무게를 이겨내지 못하고 팔을 놓자 두 사람은 함께 떨어졌다.

사이드 이펙트.

투콰앙-!!

[Waaaaaaaaaaaaaaggghhh!!]

두 사람이 링 위에 떨어지는 충격으로 인해 엄청난 진동이 일어났다.

잭 하디도 순간 중심을 잃고 로프에 기대어 섰고 어안이 벙벙해져 두 사람을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었다.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This is Awesome-!]

짝! 짝! 짝짝짝!

경기를 긍정하는 팬들.

세 사람 모두 큰 충격에 휩싸인 상태에서 경기는 막바지로 내달렸다.

그리고 원래 계획과는 달랐지만 여기에서 형제의 힘이 발휘되었다.

숨을 몰아쉬던 잭 하디는 형인 맥이 자리에서 일어서는 걸 보고 그대로 함께 신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한마음이었다.

이 녀석는 너무 위험하다.

지금 이 시점에서 확실하게 기를 빼놓아야만 했다. 그렇기에 더블 수플렉스로부터 시작된 두 사람의 공격은 하디 보이즈의 팀 무브였다.

“Come On!!”

[Waaaaaaaaaaaaaggghhh!]

팬들도 거기에 열광했다.

“브라더 네로!!”

만신창이가 된 맥 하디가 소리쳤다.

코너에 기대어 서있는 신의 앞에 엎드린 그가 외치자 잭 하디는 기다렸다는 듯이 그 앞으로 달려갔다.

형제의 합체기.

맥 하디가 엎드려서 등을 대주면 잭 하디가 뛰어 회전하며 부딪히는 기술.

일명.

포에트리 인 모션.

콰앙-!!

신의 등 뒤에 사다리마저 설치되었기에 그 충격은 몇 배가 되었다.

그리고 이어 맥 하디가 신을 일으켜 세운 뒤 트위스티드 오브 페이트까지 날리며 완전히 끝장을 내려 했다.

투콰앙-!

맥 하디의 피니시 무브.

목을 잡고 떨어지는 커터 계열의 기술은 그가 쓰는 기술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다고 볼 수가 있었다.

그리고 이제 기다렸다는 듯이 잭 하디가 탑 턴버클 위에 서서 스완턴 밤을 날리고 핀 폴을 한다면.

그게 하디 보이즈의 경기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순간 추억에 젖은 팬들이 잊고 있는 사실이 존재했다.

바로, 이게 하디 보이즈의 태그 팀 경기가 아니라 신 VS 잭 하디 VS 맥 하디의 트리플 스렛이라는 점이었다.

맥 하디는 가장 작은 접사다리를 들어 탑 턴버클 위에 쪼그려 앉아 있던 잭 하디를 향해서 힘껏 던졌다.

뻐억-!!

거기에 맞은 잭 하디가 중심을 잃고 링 아래로 떨어졌고 팬들은 순간 놀라서 다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링 에이프런을 걸쳐 바닥에 떨어진 잭 하디는 충격으로 몸부림치며 괴로워 했다.

“Wonderful-!!”

신이 나 소리치는 맥 하디.

하지만 그 뒤로 누군가 일어섰다.

데자뷔가 느껴지는 순간.

“후우, 후우…….”

이마가 피투성이가 된 신이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