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三章 ― 투숙불가(投宿不可)
“그러니까…… 형님이 여길 사셨단 말이죠? 통째로.”
“그래.”
“왜 하필 여기였어요? 아니, 아니지. 가격 때문이었겠죠. 그럼 다른 얘길 들은 건 없어요? 여기가 지금 어떤 상황에 놓여 있는지, 장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식 재료는 어디서 거래했는지. 그러고 보니 침모랑 하인도 없는 것 같네요? 그럼 사람도 구해야 하는데,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뭐, 그런 것들부터 시작해서…….”
봇물 터지듯 쏟아지는 질문에 장기린이 손을 내저었다.
“하나씩 물어. 그리고 답은 전부 ‘모른다’야.”
“예, 하나씩 물…… 예? 모른다고요?”
“그래. 하나도 몰라. 돈 주고 샀고, 그 사람은 바로 떠났어.”
강운찬의 눈이 가늘어졌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은 그런 눈빛이었다.
“째려보는 거냐?”
“아, 아뇨.”
물론, 금방 눈을 내리깔아야 했다.
“형님, 이런 말씀드리기 뭐하지만 세상 경험 별로 없으시죠?”
“……티가 많이 나냐?”
“엄청요. 매우 많이 나요.”
“이런…….”
“할 수 없죠. 일단 제가 도울 수 있는 한 최대한 도와 드릴게요.”
강운찬은 잠시 난감해했지만, 이내 쾌활하게 말했다.
“그래, 네가 많이 도와줘라.”
“예.”
강운찬은 텅 비어 있는 객잔을 보더니 양 볼이 발갛게 상기되었다.
“기분 좋아 보이네.”
“음, 어쩐지…… 새로 시작하는 것도 좋다 싶어서요. 형님, 제가 숙수인 거죠? 제가 주방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거죠?”
“당연하지. 원래 주방이 숙수 거 아닌가?”
“하하! 예, 그렇죠! 주방은 물론 숙수 거죠!”
큰소리로 웃음을 터뜨린 강운찬의 눈에 눈물이 살짝 맺혀 있었다.
장기린은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형님, 삼 년이었어요.”
“청월루에서?”
“예. 뼈 빠지게 일하고, 바닥 닦고, 그릇 씻고, 언제 철 솥라도 한 번 잡아 보나 싶어서 오매불망 기다린 게 삼 년이요. 그러다 대숙수라는 놈이 저를 배신하고 다른 놈을 제가 갈 자리에 앉히는데…… 와, 돌겠더라고요. 제 자리를 뺏긴 것도 분하지만, 이대론 숙수가 되는 제 꿈은 평생 이뤄 보지도 못하겠다 싶은 게 더 괴로웠어요.”
“……그래?”
“예. 미치는 줄 알았어요. 아니, 미쳤죠. 그러니까 하늘 같은 숙수님들한테 소리 지르고 깽판 놓고, 살벌한 덩치들한테 둘러싸였으면서도 대숙수한테 바락바락 대들고, 그랬죠.”
강운찬은 슬쩍 몸을 돌리더니 소매로 눈을 닦아 냈다. 제 딴엔 몰래 한다고 하는데, 장기린이 보기엔 너무 훤히 보였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었는데…… 형님 덕분에 이렇게 꿈을 이루네요.”
“아직 멀었어.”
“예?”
“내가 잘은 모르지만, 숙수라는 작자들은 제대로 장사하고, 유명해지고, 만들고 싶은 요리 다 만들어 보고, 그래야 꿈을 이루는 거라고 들었는데?”
“아…….”
“너무 작은 것에 만족하지 마라. 어떤 놈들은 소박하게 만족하고 사는 게 좋다고 하지만…… 사람은 원래 꿈을 크게 꿀수록 더 큰 힘을 낼 수 있는 법이다. 명심해. 꿈을 꾸지 않으면 이뤄지는 것도 없어.”
장기린은 자신의 과거를 떠올렸다. 피투성이에, 매일같이 반복되는 일상. 허무하고, 메마르고, 즐거움 없는 십삼 년.
죽을 위기는 정말 셀 수도 없이 넘겼고, 강운찬의 경험처럼 거지 같은 상관을 만나서 분통이 터진 적도 있었다.
그 시간 동안 평범하게 살아 보는 행복을 꿈꿔 오지 않았다면, 지금 같은 시간이 존재할 수 있었을까?
아마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지금도 계속 더 행복한 순간을 꿈꿔야 한다.
그래야 언젠가 조금이나마 더 많은 꿈이 이뤄질 테니까.
그래야 더, 행복해질 테니까.
“예. 꼭…… 꼭 그럴게요.”
장기린은 강운찬의 어깨를 툭툭 두드려 줬고, 강운찬은 환하게 웃었다.
“으랏차!”
그러다 갑자기 강운찬이 앞으로 뛰어나갔다.
입구를 지나 식탁들이 놓여 있는 일 층 자리를 넘어 곧바로 주방으로 뛰어들었다.
그의 입에서 함성과도 같은 소리가 우레처럼 터져 나왔다.
“우와아아――!”
그리고,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허접하다.”
강운찬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주방 이곳저곳을 살폈다.
“식기 싸구려, 관리 허접했고, 그릇 싸구려. 식칼 싸구려. 청결 엄청 허접하고. 식 재료…… 썩어 있고.”
강운찬은 다 죽어 가는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아예 싹 갈아엎는 게 낫겠네.”
“그 정도냐?”
“예에. 이건 손을 댈 수준이 아니라, 다 갈아엎어야 해요. 다만 한 가지 괜찮은 게 있다면…….”
강운찬은 씁쓸하면서 기쁜, 상반된 표정을 한꺼번에 지으며 황토로 만들어진 아궁이를 손바닥으로 툭툭 때렸다.
“이 황토 아궁이만큼은 괜찮네요. 크기도 좋고, 열이 잘 모이도록 설계도 잘 되었고.”
“그래?”
“예. 이 위에 볶음용 철판만 하나 갖다 놓으면 되겠어요.”
강운찬은 그 외에도 건질 게 없나 주방을 이리저리 헤집고 다녔으나, 결국 다기(茶器) 몇 개를 제외하곤 몽땅 버려야겠다고 말했다.
장기린은 알아서 하라고 말한 뒤 그저 묵묵히 지켜보기만 했다.
자기 공간은 자기가 만드는 거다. 그건 남자, 여자를 떠나서 상대를 성인으로서 대우해 주기 위해 반드시 해 줘야 할 배려였다.
강운찬은 그 뒤로 한 시진이나 쓸고 닦으며 주방을 깨끗하게 만들었다.
많이 낡고 그리 크지도 않은 곳이었으나, 오히려 물건을 깡그리 버린 뒤 청소를 해 놓자 제법 주방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강운찬은 먼지투성이가 된 손을 탕탕 털은 뒤, 이마에 흥건한 땀을 훔치며 뿌듯하게 말했다.
“이제, 이 주방은 제 거예요.”
장기린은 식탁 두 개를 붙여 놓고 누워 있다가 심드렁하게 말했다.
“원래 네 거라니까.”
“에잇. 초 치지 마세요, 형님.”
“까분다.”
“하하하하!”
강운찬은 상대가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할 줄 알았다. 지금도 장기린이 편한 관계를 원한다는 것을 알고 정말로 격의 없게 대하고, 농담을 하면서 웃음으로 받는다.
쉬워 보이지만,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이 허름한 주방에서, 항주 최고의 숙수가 탄생할 겁니다.”
“그래, 기대하마.”
“예! 기대해 주세요! 하하하! 하하하하!”
강운찬은 호탕하게 웃었다.
시간이 지나도 웃음이 끊이질 않자 장기린은 등을 돌리고 돌아누웠다.
“에잇, 시끄럽기는.”
하지만 그러는 장기린의 입에도 미소가 걸려 있었다.
☆ ☆ ☆
“왕칠(王七), 왕팔(王八) 형제예요.”
시장을 본답시고 나갔다 온 강운찬은 이것 저것 식 재료가 들어 있는 커다란 보따리와 함께 두 소년을 앞으로 내밀었다.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객주님!”
쌍둥이인 듯 똑같이 생긴 아이들이었다. 나이는 열서너 살 정도 되어 보였는데, 아직 키는 작지만 제법 고생을 한 듯 몸이 까무잡잡하고 손에도 굳은살이 잡혀 있었다. 하지만 얼굴은 동글동글한 게 눈도 꽤 커서 귀여워 보였다.
“왕칠, 왕팔?”
“네!”
“부르실 땐 아칠(兒七), 아팔(兒八)이라고 하시면 돼요!”
아이들은 공손하게 인사한 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식탁을 닦고 바닥을 쓸기 시작했다. 청소를 하는 손놀림이 매우 능숙했다.
“점소이 겸 임시 하인이에요.”
“저 아이들이?”
“하인은 따로 구해야겠지만…… 일단 점소이로는 충분할 거예요. 형들이 다 점소이라서 보고 배운 게 많다고 하더라고요. 객촌(客村)에서 데려왔어요.”
강운찬은 안쓰러운 눈으로 그 둘을 쳐다보고 있었다.
“객촌이 뭔데?”
“아, 객촌은 저기 금선로 밖에 있는 작은 화전민 마을이에요. 고아나 버려진 아이들이 많죠. 서호 기녀들은 애를 낳더라도…… 키우지는 않거든요.”
“……그렇군.”
“화려한 서호 금선로의 뒷그림자 같은 곳이랄까요. 쟤들도 고생을 많이 했을 거예요.”
장기린은 그제야 아칠과 아팔 형제가 왜 일을 잘하는지 알 수 있었다. 버려진 아이들이니 아마 아주 어릴 적부터 닥치는 대로 일을 해야 했으리라.
북쪽에도 그런 아이들이 많았다. 전쟁 통에 부모를 잃고 떠도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자기 키만 한 병사들의 무기와 갑옷을 닦아 주고 먹을 걸 조금씩 얻어먹곤 했다.
“객촌 출신은 보통 파락호 아니면 점소이가 되는데…… 쟤들은 점소이 쪽이라서 제가 데려왔어요.”
“그래, 잘했다.”
“월봉은 둘이 합해서 은자 한 냥 주시면 돼요. 항주치고는 싼 편이긴 한데…… 그래도 아직 어리니까, 자라면서 점점 올려 주세요.”
장기린은 누가 일자리라도 뺏을까 싶어 열심히 일하는 두 아이들을 보며 묘한 기분이 되었다.
월봉 이야기가 나오니까, 그가 이곳의 주인이라는 것이 실감이 좀 났다.
‘내가 얘들을 다 먹여 살리는 건가?’
뭔가 가슴이 뿌듯하면서도 어깨가 무거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의 시선이 강운찬에게 돌아갔다.
“운찬.”
“예, 형님.”
“너는 월봉을 얼마 주면 되지?”
강운찬은 그건 생각 못 해 봤다는 듯 당황하는 얼굴이었다.
“어, 그게 저기…… 안 주셔도 돼요.”
“왜?”
“주방에서 일할 수 있는 것만 해도 좋은데요. 그냥 식 재료비만 안 떨어지게 챙겨 주시면 돼요.”
장기린은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그래선 안 되지. 보통 주방 숙수들은 얼마 받는데?”
“예? 그게, 저기…….”
“얼마냐니까.”
강운찬은 얼굴이 빨개져서 민망한 듯 말했다.
“숙수들은 보통…… 월봉이 은자 세 개, 대숙수는 다섯 개 정도 받는데…… 그, 그건 경험 많은 숙수들이고, 저는 정말 안 주셔도 돼요. 전 여기서 실컷 요리하는 걸로 충분해요.”
장기린은 고개를 끄덕인 뒤 말했다.
“은자 다섯 냥 줄게.”
“……예에―?”
“아칠, 아팔. 너희는 둘이 합해서 은자 두 냥씩 주겠다. 앞으로 일을 잘하면 그보다 더 올려 줄 거야.”
강운찬은 물론이고,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던 아칠과 아팔이 눈이 동그래져서 그를 올려다봤다.
“저, 정말요?”
“한 달에 은자 두 냥씩이나 주신다구요? 일을 잘하면 더 올려 주고요?”
장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
“못 믿나 보군.”
“아, 아뇨, 못 믿는 게 아니라…….”
“받아라.”
장기린은 품에서 전낭을 꺼내 아칠과 아팔에게 은자 두 냥을 건네주었다.
내친김에 강운찬에게도 은자 다섯 냥을 주고, 주방을 꾸미는 데 쓰라고 은자 다섯 냥을 더 얹어 주었다.
그에겐 금괴만 있는 게 아니다. 서른 냥 정도밖에 안 되긴 하지만 여비로 쓰기 위해 가져온 돈도 조금 있었다.
“와아―!”
“혀, 형님. 이건…….”
“너희는 이제 한 가족이다. 나랑 생사고락을 함께하고 같이 살아야 해. 돈은 문제가 안 된다. 각자 맡은 일만 열심히 해 주면 돼.”
강운찬은 자기 손에 들린 돈을 연신 쥐었다 폈다 하며 안절부절못했고, 아칠과 아팔은 감동한 듯한 얼굴로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이 풍운객잔을 제집처럼 아낄게요!”
두 사람은 열심히 뛰어가서 어디선가 물과 걸레를 가져오더니, 이젠 먼지를 쓰는 수준이 아니라 반짝반짝 윤이 나도록 닦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두 사람은 아예 객잔을 전부 갈아엎을 것처럼 보였다.
“…….”
반면 강운찬은 조금 걱정스러워 보였다. 아칠과 아팔을 지켜보는 안색이 조금 어두웠다.
“괜찮아. 나 돈 꽤 있어.”
“형님, 그래도…….”
“저 애들 때문에 그래?”
“…….”
“더 열심히 하면 했지, 돈 받았다고 냉큼 도망칠 애들이 아냐. 나도 사람 볼 줄 알아. 그 정도는 알 수 있다.”
장기린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장사에 대해선 잘 모르지만, 사람 다루는 법에 대해선 잘 알고 있었다. 치열한 전쟁터에서 팔 년간이나 대주 자리를 맡아 온 그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자기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선, 쪼잔하게 가진 걸 아껴선 안 된다는 것쯤은 잘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강운찬은 앞으로 계속 함께해야 할 동생. 거기다 다른 곳에선 여러 명의 숙수들이 나눠 하는 주방 일을 혼자 다 하는 셈이니, 그가 생각하기엔 다섯 냥도 사실 부족했다.
아칠과 아팔도 그랬다. 그만큼 고생을 하며 자랐으면 약삭빠를 만도 한데, 똘똘하긴 해도 영악하게 머리를 굴리진 않는 인상이었다. 미리 돈을 내주어도 괜찮을 게 분명했다.
“저도 의심한 건 아니에요.”
강운찬은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그는 손에 든 은자들을 도로 돌려주려는 듯 들어 올렸다가 그냥 품 안에 집어넣었다.
“열심히 할 게요, 형님. 아까 말했듯이 이 풍운객잔에선 항주 최고의 숙수가 탄생할 겁니다.”
“기대하고 있어.”
“예! 지켜봐 주세요!”
강운찬은 씩 웃은 뒤, 식 재료들을 들고 주방으로 들어갔다. 땅땅거리는 칼 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뭔가를 만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이제 시작인가.”
장기린은 묘한 기분을 느끼며 화창한 바깥 하늘을 내다보았다.
그가 꿈에 그리던 인생.
‘평범한’ 생활이 시작되려 하고 있었다.
☆ ☆ ☆
끼이익―!
“계십니까?”
객잔의 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안쪽을 살폈다.
“저기, 많이 시장해서 그런데, 식사 좀 할 수 있겠습니까?”
들어온 사람은 먼 길을 여행하고 온 듯 허름한 복색의 사내였다. 그는 객잔 안을 살피며 눈치를 보다가 장기린과 눈이 마주치고는 경기를 하듯 펄쩍 뛰었다가 주저앉았다.
“으악!”
“…….”
“자, 잘못 들어왔습니다. 모, 모른 척하겠습니다. 평생 안 들어올 게요!”
장기린의 눈빛은 여전히 살기가 철철 흘러넘친다. 보통 사람이 봤다가는 기절을 할 만큼 강한 눈빛이다.
아니나 다를까 객잔에 들어온 사내는 마치 살인 현장을 실수로 목격한 사람처럼 눈을 가리고 벌벌 떨었다.
장기린은 한숨을 내쉬며 그를 향해 다가갔다. 전장에선 이 강한 눈빛이 편리한 도구였는데, 평범하게 살려고 하니 전혀 쓸모없는 장애물일 뿐이었다.
‘죽립이라도 써야 하나?’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그 남자가 몸을 떠는 정도가 점점 심해졌다.
장기린은 그의 손을 붙잡고 일으켜 세워 주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시죠.”
“예, 예?”
“숙수에게 뭐가 되는지 물어보겠습니다.”
사내는 공포 반, 혼란 반으로 얼떨결에 끌려와서 아칠과 아팔이 깨끗이 닦아 놓은 식탁에 털썩 앉았다.
장기린은 주방을 향해 소리 질렀다.
“운찬!”
“예, 형님!”
“손님이다. 식사 되는 거 있나?”
“예. 에에에……?”
우당탕 소리가 나더니, 주방에서 강운찬이 뛰어나왔다.
“소, 손님이라고요?”
“그래.”
운찬은 잔뜩 긴장한 채 앉아서 눈치를 보고 있는 사내와 장기린을 번갈아 쳐다보더니, 사내를 이해한다는 듯 푸욱 한숨을 쉬었다.
“그리 겁먹지 마세요. 저희 형님…… 아니, 객주께선 나쁜 분이 아닙니다.”
“예에…….”
물론 사내는 믿는 눈치가 아니었다.
꼬르륵―!
“음……!”
암만 긴장해도 사람의 몸은 배고프단 신호를 보내는 법이다.
사내의 얼굴이 빨갛게 달아오른 것을 보며 운찬이 밝게 웃었다.
“지금 재료가 별로 없어서 소면(素面)밖에 안됩니다. 그걸로 괜찮으시겠습니까?”
“아, 저기, ……예.”
사내는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우물쭈물하다가 결국 장기린의 눈빛을 한 번 더 쳐다본 뒤, 어깨를 축 늘어뜨리며 대답했다. 지금이라도 나가고 싶다고 말하려다가 포기하는 것처럼 보였다.
“형님, 형님.”
“왜?”
운찬은 목소리를 낮추고 조용히 속삭였다.
“너무 겁주지 말아 주세요. 손님이 바짝 얼어 있어요.”
“난 겁 안 줬어.”
“형님이 그냥 쳐다보시는 게 겁주는 거예요. 되도록 눈 마주치지 말아 주세요. 일단 우리 첫 손님이잖아요.”
“……알았다.”
운찬은 아칠에겐 손님에게 마실 것을 내주라고 말하고, 아팔에겐 뒤에서 장작 좀 가져다 달라고 말한 뒤 곧장 주방 안으로 들어갔다.
“…….”
“…….”
객잔에는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근처 다른 식탁에 앉아 밖을 내다보는 장기린.
잔뜩 긴장한 채 굳어 있는 사내.
뻣뻣한 자세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던 손님을 구해 준 것은 마침 냉수를 가져온 아칠이었다.
“이야, 손님. 여행하다 오셨나 봐요?”
“응? 으응……. 여행 중에 잠시 들렀지.”
“어딜 다녀오셨어요? 저는 여기 서호 밖으로 나가 보는 게 꿈인데요. 혹시 남경에 가 보셨나요? 거기 시장이 그렇게 크다던데……. 상해는요? 거기 해산물도 드셔 보셨어요?”
사내는 눈을 반짝거리며 묻는 아칠이 귀여웠는지 뻣뻣하게 굳어 있던 몸이 한결 부드러워졌다.
그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물론 두 곳 다 가 봤지. 남경의 대시(大市)는 정말 어마어마하지. 두 눈에 시장이 다 안 들어올 정도야. 물건도 없는 게 없고 말이야. 그리고 상해의 해산물도 최고지. 너무 싱싱해서 요리하기 직전까지 생선들이 펄쩍펄쩍 뛴다니까?”
“와아―! 정말요?”
“그럼, 그럼. 재료가 워낙 좋으니 음식이 입안에서 펄펄 뛰는 느낌이야. 크으, 상해에서 유명한 당과도 사 오는 길이었는데…… 산적만 만나지 않았어도 너에게 하나 맛보여 주는 건데 아쉽구나.”
사내는 정말 안타깝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
아칠은 눈을 반짝이며 물었다.
“산적을 만나셨다구요? 어디서요?”
“항주 동문 쪽에 지독한 패거리가 하나 생겼더구나. 내가 석 달 전에 길을 떠날 때만 해도 없었는데……. 아무튼 너도 조심하렴. 입고 있던 옷까지 홀라당 빼앗기는 바람에 내가 이 꼴이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않았다면 내가 이런 허름한 곳에서 밥을 먹진 않…… 크흠, 크흠, 아니다.”
사내는 탁자 두 개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장기린의 눈치를 보며 황급히 말을 마무리했다.
아칠은 눈을 빛내며 뭔가를 더 묻고 싶어 하는 듯한 눈치였으나, 어쩔 수 없이 물러섰다.
마침 주방에서 아팔이 운찬이 만든 소면을 들고 오고 있었던 것이다.
“냄새가…… 정말 좋구나.”
사내는 기대도 안 했는데 횡재했다는 듯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소면은 고소한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고기라고는 채를 치듯 쭉쭉 찢어 놓은 닭고기 몇 점뿐인데, 어떻게 그렇게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지 신기한 일이었다. 국물은 뽀얗게 우러나 있었고, 새하얗게 돌돌 말려 있는 국수와 그 위에 얹어져 있는 파와 청경채 사이로 뜨거운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내는 조심스레 한 젓가락을 입에 집어넣어 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 소면 그릇을 내려다봤다.
“마, 맛있어! 어떻게 고작 소면이 이런 맛을……!”
그리고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미친 듯이 소면을 먹기 시작했다. 나름 푸짐한 양이었는데도 국수가 금방 사라져 버렸다.
그는 소면과 함께 국물까지 싹싹 긁어먹었으면서도 양이 차지 않는 듯 입맛을 다시며 텅 비어 버린 그릇을 아쉬운 표정으로 내려다보았다.
“저기…….”
그는 품을 뒤적거리며 옆에 있던 아칠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 이 소면은 얼마니?”
“동전 열 문 주시면 돼요.”
“뭐? 열 문?!”
“네. 가격이 잘못되었나요? 보통 소면 가격이 열 문씩인 걸로 아는데요?”
그는 너무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가 다시 앉았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싸구나. 정말 싸. 이렇게 맛있는데 다른 소면들과 값을 똑같이 받는다니……. 내가 지금 꼴은 이렇지만 상당한 미식가다. 대륙을 돌아다니면서 맛있는 음식은 다 찾아다녔지. 그런데 이렇게 맛있는 소면을 먹은 적은 손에 꼽을 정도야.”
“그런가요?”
“그래! 내 장담컨데 분명 여기 숙수님은 실력이 매우 좋은 분이실 거다. 혹시 그분 성함이 어떻게 되시냐?”
“강운찬 숙수님이신데……. 아까 만나 보신 그분이에요.”
“뭐? 아까 그……? 보조가 아니라? 세상에 그렇게 젊은 사람이……!”
사내는 더더욱 감탄한 듯 박수를 쳤다.
“으음, 앞으로 대성하실 분이구나. 그렇다면 더더욱 이렇게 아쉽게 가 버릴 수는 없지. 내 여비긴 하지만 일단 이걸로…….”
사내는 품에서 동전 열 문을 꺼내 값을 치른 뒤, 그에게 남은 동전을 세기 시작했다. 한 그릇을 더 시켜 먹을 요량인 듯싶었다.
“아, 잠시만요.”
“넷, 다섯, 여섯…… 어? 뭐라고?”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아칠은 부랴부랴 장기린에게 뛰어가서 귀에다 대고 조용히 속삭였다.
“저기, 객주님.”
“왜?”
“강 숙수님이, 만약 손님이 맛이 좋다고 칭찬하면 덤으로 한 그릇 더 주라고 하셨어요. 그래도 될까요?”
장기린은 물끄러미 아칠을 쳐다봤다. 소년의 눈동자는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역시 사람을 잘못 보지 않았군.’
눈치가 빠르고 영리하고, 그러면서 장기린에게 가장 먼저 허락을 구할 만큼 위계질서도 지킬 줄 안다. 그는 아칠이 마음에 들었다.
“그렇게 해.”
“네!”
아칠은 즐겁게 주방으로 뛰어가 다시 소면 한 그릇을 가지고 사내에게 갖다 주었다.
사내는 말 그대로 펄쩍 뛰며 놀랐다.
“이, 이게 뭐니?”
“저희 숙수님이 덤으로 한 그릇 더 드리라고 하셨어요. 안 좋은 일을 당하셨는데 뱃속이라도 든든해야 한다면서요. 여비는 아껴 뒀다가 노자로 쓰시래요.”
“그런…….”
사내는 말문이 막힌 듯 머뭇머뭇거리더니, 이내 세고 있던 동전을 주머니에 넣고는 다시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정말 맛있게, 순식간에 소면을 비웠다.
“저기…….”
“손님, 아칠이라고 부르세요.”
“그래, 아칠. 숙수님께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다오. 숙수님께 직접 인사를 드리는 게 도리겠지만…… 지금 이 꼴로는 염치없는 인사밖에 못 하겠구나. 내가 할 일을 마치는 대로 돌아와 이 은혜를 갚을 거다. 감사의 인사는 그때 드리겠어.”
“네. 숙수님껜 그렇게 전해 드릴게요.”
“그래, 꼭 좀 부탁한다.”
사내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로 나갈 것처럼 몸을 돌리더니, 이내 머뭇거리며 장기린에게 다가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저, 저기, 주인장.”
“예.”
“정말 잘 먹었소. 처음의 무례는, 내가…… 으음, 사과하리다. 본의가 아니었소.”
“괜찮습니다.”
“행자필인연(行者必因緣)이라, 세상을 돌다 보니 이렇게 예상치 못한 곳에서 인연을 만나는구려. 음……. 고맙소. 풍운객잔을 꼭 기억하겠소.”
사내는 장기린의 얼굴을 똑바로 마주 보지 못하고 또다시 신음을 흘렸으나, 그래도 깍듯하게 감사의 인사를 했다.
장기린은 떠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한참 동안.
“객주님.”
“음?”
“여기 동전 열 문이요. 헤헤, 저희 객잔의 첫 수입이네요.”
아칠은 해맑게 웃으며 동전들을 그의 손바닥 위에 올려놓자 동전 열 개가 차르륵 소리를 내며 비스듬하게 쌓였다.
가벼웠다.
하지만 왠지, 손 위에 올려진 것은 동전 열 개의 무게보다 훨씬 더 무겁게 느껴졌다.
“흠……. 가난한 여행객에게 베푸는 친절은 참으로 기분이 좋군요.”
어느새 옆으로 다가온 운찬이 제법 무게를 잡으며 말하고 있었다.
“태연한 척하지 마라. 주방 입구에서 저 사람이 먹는 동안 열 번이 넘게 고개를 내밀고 눈치를 보더만.”
“보, 보셨어요?”
“저 사람이 금방이라도 알아챌 것 같아서 내가 더 조마조마했다.”
“으윽!”
운찬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라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장기린은 피식 웃으며 물었다.
“기분이 어때?”
“예?”
“처음으로 마음껏 요리를 한 느낌. 그리고 맛있다고 찬사를 받은 느낌.”
운찬은 대답하지 않았다. 하지만 발갛게 상기된 볼과 잔뜩 들떠 있는 눈빛이 충분히 그의 심정을 대변했다.
“좀 더…… 맛있게 해 줄 걸 그랬어요.”
“아쉽다는 거야?”
“네, 아쉽네요. 재료를 더 사 와서 연구해 보면, 더 맛있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운찬은 지금도 손이 근질거린다는 듯 손을 꿈지럭거렸다.
장기린은 운찬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마음껏 해 봐. 식 재료비는 걱정하지 말고.”
“예! 안 그래도, 시장 좀 다시 봐 올게요. 소면 말고도 준비를 좀 해 둬야겠어요. 소채랑 술이랑 고기 종류랑……. 적당히 내놓을 수 있는 것도 좀 있어야죠.”
“그런가? 원래 객잔에서 그렇게 많이 팔아?”
“당연하죠! 이건 많은 것도 아니에요. 고급 객잔들은 만드는 요리가 오십 가지가 넘는데요?”
“그렇게나?”
“그럼요! 이럴 때 보면, 형님이 예전에 뭐하고 사셨는지 궁금해져요. 대체 어떻게 이런 걸 모를 수가 있어요?”
장기린은 그저 말없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전쟁이 웬수다.
십삼 년간 바쁘게 싸우느라 객잔 같은 건 구경도 못 해 봤었다.
“아무튼, 형님. 저 얼른 다녀올게요.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그래, 그렇게 해.”
운찬이 잔뜩 들떠서 밖으로 나가고 나니, 아칠과 아팔이 그에게로 다가왔다. 두 사람의 얼굴에 난감함이 깃들어 있었다.
“저기, 객주님.”
“어, 왜?”
“다른 곳은 대충 다 치웠는데…… 객실은 어떻게 할까요?”
“객실?”
“네. 저도 잘 모르지만, 저 상태론…… 손님을 받기는 힘들 것 같은데요.”
“지금 상태가 어떤데?”
아칠과 아팔이 서로 말하라고 툭탁거리다가, 결국 아칠이 말을 꺼냈다.
“침상은 괜찮은데…… 워낙 낡고 오래된 방이라 너무 칙칙한 것 같아요. 좀 밝게 꾸며야 할 것 같기도 하고, 침구랑 이불도 다 헤졌으니 새로 바꾸거나 바느질을 해야 하는데…… 헤헤, 저희가 쓸고 닦는 건 잘해도 그런 건 잘 못하거든요.”
“아무래도 침모를 한 분 구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두 사람은 “그렇지?”, “응, 그럴 수밖에 없어.”라고 말하며 저희들끼리 고개를 끄덕거렸다.
“아! 저기, 객주님. 오해는 하지 말아 주세요. 저희가 객주님 돈을 쓰게 하려고 이런 말씀을 드리는 게 아니에요.”
“네! 정말이에요!”
양손을 내젓는 두 사람은 벌써부터 눈이 촉촉해져서 잔뜩 겁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과거에 억울하게 오해받은 적이 있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오해 안 해. 그런데 침모가 필요하다 이거지?”
“……네! 아무래도 여자가 한 명 있으면 분위기가 다르니까요.”
“분명히 필요할 거예요.”
사실 계속 고민하던 부분이었다.
예전에 막내 진구가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지 않았던가. 객잔 일이 편한 이유가 ‘침모’와 ‘하인’이 있기 때문이라고.
아칠, 아팔 형제가 이렇게까지 말하는 것을 보니, 역시 객잔엔 침모가 필요한 것 같았다.
‘뭐가 칙칙하다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가 보기엔 지금의 객실도 잠 자기엔 매우 훌륭한 곳이었다. 기능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는데 칙칙하고 말고 한 게 왜 중요한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알았어. 구해 보지. 그런데 침모를 어디서 구해야 하는지 알아?”
“침모……를요?”
“그래, 침모.”
아칠, 아팔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난감해했다.
“객촌에 기녀가 되려는 누나들은 많은데…….”
“으응, 침모를 하려는 누나가 있을까?”
“누나…… 누나…… 근데 그러고 보니 침모는 보통 은퇴한 퇴기들이 하지 않아?”
“그렇지? 그럼 청루에서 찾아야 하나?”
“근데 거긴 너무 좀…… 그렇잖아?”
“응, 그건 그래. 고급 기루에 있던 누나들이 침모를 하지, 청루의 누님들은 그런 거 안 해. 하려고 해도 잘 못하고.”
한참을 쑥덕거리던 두 사람이었으나, 결국 결론은 모르겠다는 거였다.
쌍둥이들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정리해 보자. 침모라는 건, 그러니까 객실을 관리하는 사람인 거지?”
“객실뿐만 아니라 객잔 전체를요. 꾸미고 계산하고…… 그러니까 총관이랑 비슷한 거예요. 물론 객실을 주로 관리하지만, 객잔의 다른 곳도 침모 손이 안 닿는 곳은 없어요.”
“음……. 그래?”
그렇게 중요한 일을 한다니까 객잔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게 이해가 되었다.
장기린은 이번에도 섭우생이 가르쳐 줬던 방법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이 근처에서 가장 객실을 잘 꾸며 놓은 객잔이 어디야?”
“예? 객실요?”
“그래, 객실. 뭐, 객잔을 잘 꾸며 놓은 곳도 좋고.”
두 사람은 잠시 서로를 쳐다보다가 곧바로 대답했다.
“그런 거라면…… 아무래도 홍화객잔이지. 그치?”
“응. 거기가 제일이지.”
홍화객잔.
들은 기억이 났다. 분명, 아침에 만났던 사내들이 그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으면서 예를 들었던 몇 개의 이름 중 하나였다.
“거기가 객실을 잘 꾸며 놨어?”
“네.”
“왜 거기가 잘 꾸며 놓은 건데?”
“그게…….”
아칠은 대답을 하려다가 얼굴이 확 붉어졌다. 더듬거리면서 매우 부끄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홍화객잔은…… 옆에 만들어 놓은 기루랑 같이 영업을 하거든요.”
“기루? 기루가 있는 곳은 객실을 잘 꾸며 놓나?”
“네, 뭐, 그런 건데, 그게…… 그러니까…….”
쉽게 말을 못 잇는 아칠이 답답했는지, 지켜보던 아팔이 대뜸 말했다.
“기루에서 여자를 데려다가 같이 자야 하니까요.”
“억! 야, 야, 아팔. 그런 말을…….”
“시끄러! 네가 말을 못하니까 내가 하잖아. 홍화객잔은 그래서 요리에 별로 신경을 안 써요. 오로지 객실을 잘 꾸며서 투숙하는 손님만 많이 받죠. 그래서 그런지 홍화객잔 객실이 제일 아늑하고 좋대요.”
장기린은 그제야 이해되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이유였군.’
그러고 보니 북쪽에 있을 때도, 동생들 중에 여자가 있는 곳에선 푹신푹신한 이불 찾는 놈이 꼭 있었다. 뭐, 그런 이유구나 싶었다.
“즉, 홍화객잔의 객실이 가장 잘 꾸며져 있다?”
“네. 맞아요.”
“알겠어. 그럼 홍화객잔은 어디에 있지?”
“가 보시게요?”
“어. 가서 침모를 구해 오려고.”
아칠과 아팔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는 듯 동시에 고개를 갸웃했으나, 일단 묻는 말에 답해 주었다.
“금선로에서 북쪽으로 쭉 가다 보면, 왼쪽에 붉은 등이 잔뜩 달려 있는 사 층 전각이 있어요. 거기예요.”
“그런데 거기서 정말 침모를 구해 오시려구요?”
장기린이 그렇다고 대답하자, 두 사람은 화들짝 놀랐다.
“그, 그러시면 안 돼요.”
“홍화객잔 파락호들이 얼마나 사나운데요? 잔인하기로 유명해요. 함부로 건드리면 큰일 나요.”
장기린은 괜찮다고 말하며 두 사람을 안심시켰다. 소란을 피우진 않을 거라고 말하자, 그제야 조금 걱정을 더는 듯 둘의 표정이 침착해졌다. 물론 눈빛은 여전히 걱정스러워 보였다.
“우리도 투숙 손님을 받아야지.”
장기린은 두 사람을 보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