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十四章 ― 북풍준동(北風蠢動)
“으음…….”
화려함이 돋보이는 방.
황금으로 장식된 휘황찬란한 보료 위에서 청풍객잔의 객주 방태풍은 괴로운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둔중한 체구, 겹겹이 접힌 살 위로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주먹은 한껏 움켜쥐었고, 이를 앙다물어 핏대가 선 얼굴은 당장에 폭발하기라도 할 것처럼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방금 전에 들은 소식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희번덕거리며 다시 한 번 물었다.
“공사를…… 시작했다고?”
“예.”
“어떻게? 어떤 식으로 시작했지?”
방태풍이 격노한 것은 바로 풍운객잔이 개축, 개장 공사를 시작했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감히, 내 것에 손을 대다니!’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자신의 것이라 생각했던 것이, 이젠 멀쩡하게 남에게 넘어가서, 이젠 손님을 좀 끌려는지 꽃단장까지 시작한단다.
소유욕이 강한 방태풍으로서는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새로 짓는 것은 아니고, 정면에 목재를 덧대는 것 같습니다.”
“……새로 짓는 게 아니라고?”
“예.”
순간 방태풍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그 낡아 빠진 건물을 새로 짓지 않고 바로 쓴다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았던 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그러는 거지?”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대체 어째서야? 그깟 썩어 빠진 건물을 다 엎어 버리고, 새로 지어도 잘될까 말까인데, 그냥 쓰다니……. 그놈들은 장사할 생각이 없는 건가? 도대체 이해가 안 가잖아!”
까작.
방태풍은 손톱을 물어뜯으며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아니, 아니지. 어차피 청월루의 분점으로 만들게 아니라면, 굳이 거기서 장사를 하려고 할 필요는 없겠지. 이 몸, 청풍객잔의 위세를 조금 멈추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는 것인가?”
방태풍은 머릿속으로 여러 가지 생각들을 해 보았다.
“흉월!”
“예.”
방태풍의 앞에 앉아 있던 자.
독두삼살 중에 가장 큰형인 흉월이 이마에 난 사마귀를 드러내며 대답했다.
“분명히, 그때 그 풍운객주 놈을 잡으려고 했는데, 철우가 직접 부하들을 이끌고 나타나서 막았다고 했지?”
“예, 그랬습니다.”
“금선지약을 운운하면서 행패를 부리고, 자신들이 풍운객잔과 관련이 있다고 선언을 했고?”
“예.”
흉월은 그때 있었던 일을 다 말하지 않았다.
하지만 교묘하게 비틀어 놓은 이야기는 의심할 구석이 없었기에, 방태풍도 철썩같이 그 말을 믿고 있었다.
“이, 건방지고, 뻔뻔한 놈들……!”
뿌득.
방태풍은 이를 갈며, 앞에 놓인 다탁을 주먹으로 ‘쿵’하고 내려쳤다.
“남이 몇 년이나 공들여 놓은 것을, 갑자기 나타나서 날름 뺏어 먹어? 거기다가 뻔뻔하게 자기들 거라고 선언까지 하고? 얼마나 우릴 우습게 봤으면……!”
방태풍은 분이 가라앉지 않아 한참 동안이나 숨을 씩씩거렸다. 다른 건 몰라도 청풍객잔이 무시당했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의 미간에 내 천(川) 자의 주름이 깊게 새겨졌다.
“흥. 우리도 오대객잔이다 이거야! 청월루가 아무리 역사가 길어도 우리가 꿇릴 게 없어!”
방태풍은 결단을 내렸다. 당한 채로 참고만 있는 것은 그의 인생에서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봐, 흉월. 만약 우리가 철우파랑 싸우면 어떻게 되나?”
흉월은 잠시 숙고한 뒤 대답했다.
“지지 않습니다.”
쿵!
“지지 않는 걸론 안 돼! 승산은? 승산은 얼마나 있지?”
방태풍의 눈빛이 강해졌다.
청월루는 세워진 지 삼십 년이나 된 전통 있는 객잔.
그리고 철우파는 십 년이 넘게 이곳 금선로에서 활약한 뿌리 깊은 조직이다. 철우파의 조직원만 이백 명 가까이 되고, 조직원들 모두가 철우에게 뭔가를 한 수 배워서 다른 놈들보다 맷집이 훨씬 강하다는 조직계의 강호였다.
‘분명, 금선로에서 조직의 힘으론 세 손가락 안에 든다고 했지? 하지만 그런 만큼, 만약 우리가 그들을 넘기만 한다면……!’
방태풍은 주먹을 꽉 움켜쥐고, 결연하게 눈을 빛냈다.
그가 단지 냉정하고 오만하기만 했다면, 이렇게 청풍객잔을 금선로의 오대객잔 중 하나로 키워 내지 못했을 것이다.
과감한 결단력. 그리고 끊임없는 욕심으로 위로 올라가려는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장흠파는? 전력에 포함합니까?”
흉월의 질문에, 방태풍은 옆에 앉아 있는 장흠을 흘깃 쳐다봤다.
그는 속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그저 앞에 놓인 술잔만 계속 들이키고 있었다.
“당연히 포함하지. 능력은 좀 부족하지만 장흠도 우리 청풍객잔의 식구다.”
“……그렇습니까?”
“그래. 그래서? 장흠파를 포함해서 생각하면?”
방태풍은 다그치듯이 물었다.
“부하들을 좀 더 모으고, 낭인들도 좀 고용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호오, 그래?”
“상대가 흩어져 있을 때를 노리면, 일거에 쓸어버릴 수도 있습니다.”
“오오!”
방태풍은 “옳거니!”하고 다탁을 ‘탕!’ 내려쳤다.
역시 독두파와 인연을 맺은 것은 잘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다.
그가 원하던 대답이 이거였다.
자신감 가득한 대답.
확신을 가진, 미래가 보이는 대답.
청월루의 간판을 청풍객잔의 것으로 바꾸는 모습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가!
“좋아, 투자한다!”
방태풍은 곧장 다탁 밑에 미리 준비해 두었던 나무 상자를 꺼내 흉월에게 건네주었다.
“전부 은자다.”
“전부……입니까?”
평소에 감정 표현을 잘 안 하는 흉월조차 놀랐는지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육백 냥쯤 될 거야. 확실하게 준비해.”
“육백 냥……! 알겠습니다.”
“철우파 따윈 단번에 쓸어버릴 수 있도록, 청월루뿐만 아니라 다른 오대객잔들도 싹 쓸어버릴 수 있을 만큼, 우리 청풍객잔의 힘을 강력하게 만들어 둬!”
방태풍은 “흠. 흠.”하고 흡족한 웃음을 지은 뒤,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준비는 언제쯤 끝나겠나?”
“오래 걸리지는 않습니다. 돈이 충분하니, 한 달 안에 준비가 끝날 겁니다.”
“으음, 길어. 보름……. 아니, 되도록 스무날 안에 끝내도록 해. 나도 그 안에 준비를 끝내도록 하지.”
방태풍은 그가 해야 할 일들을 떠올렸다.
철우파와 청월루를 쓸어버리고, 그 뒤처리를 하기 위해서 해야 할 일. 나중에 있을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준비해 둬야 할 것이 있지 않던가.
‘권력. 지부 대인을 만나야겠어.’
방태풍은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그럼, 가 보겠습니다.”
“아아, 그래.”
흉월이 상자를 들고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그 뒤를 따라 일어나는 장흠에게 방태풍은 한마디를 쏘아붙였다.
“봤지? 능력 있는 애들이 어떻게 일을 하는지? 장흠, 너도 좀 배우도록 해. 저 정도는 해 줘야, 나도 장흠파에 믿고 일을 맡길 수 있지 않겠어?”
“……알겠습니다.”
“나가 봐. 나도 생각할 게 있어.”
장흠은 살짝 고개를 숙인 뒤, 차분한 발걸음으로 밖으로 빠져나갔다.
방태풍은 그 모습을 보며 코웃음 친 뒤,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장흠파도 일 처리가 확실했으면 좋겠는데…… 아쉽구먼. 아니, 이참에 독두파로 완전히 갈아타 버릴까?’
이번 일로 독두파가 성장한다면, 장흠파와 비슷비슷했던 힘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 버린다.
그러면 그때 갈아 버리면 된다.
능력도 없는 것들은 버려 버리고, 최고급 청풍객잔에 어울리는 놈들을 데리고 있을 수 있게 된다.
“흠흠, 좋아. 이제 객잔도 일류, 조직도 일류가 되는 거다.”
방태풍은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상상하며 음흉하게 웃었다.
☆ ☆ ☆
‘멍청한 돼지 같으니. 뭐? 낭인? 낭인들을 고용하면 이길 수 있다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 그걸 믿어?’
객주실을 빠져나온 장흠은 얼굴을 사납게 일그러뜨리며 방태풍의 우둔함을 비웃었다.
‘낭인들은 돈에 팔려서 오지만, 진짜로 열심히 싸우진 않는다. 지불한 돈만큼만 싸우는 게 낭인이야. 아마, 싸움이 좀 격해진다 싶으면 곧장 뒤도 안 보고 도망쳐 버릴 텐데?’
진짜 중요한 싸움에 낭인들을 고용하지 않는 이유가 그거다.
인의도 없고, 도리도 없는 놈들.
낭인의 칼이라는 건 언제 칼날을 반대쪽으로 돌릴지 모르는 물건인 것이다.
‘게다가 조직원을 늘려서 싸우면 승산이 있다고? 나 참, 오대객잔이 왜 오대객잔인데? 진짜로 주의해야 할 것은 조직의 힘 따위가 아니야. 그 객잔이 가지고 있는 인맥이지.’
만약 조직의 힘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거였다면, 창해루나 청월루 같은 곳들은 웬만한 무림 세가가 부럽지 않을 만한 병력을 모아 뒀을 것이다. 그들이 일 년에 벌어들이는 돈은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니까. 그 돈의 일부만 사용해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그런 그들이 왜 조직원들을 늘리지 않을까?
어째서, 딱 불의의 습격에서 몸을 보호할 수 있을 만큼만 조직원들을 유지하고 있을까?
‘너무 많은 병력을 모으면 관의 주목을 받는다.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도 있지. 중요한 건, 질이야. 몇 명 안 돼도, 일당백의 싸움을 할 수 있는 놈들을 데리고 있다면 두려울 게 없는 법이지. 역시 아무리 잘난 척을 해도 방태풍은 애송이야. 장사는 잘할지 몰라도, 이런 쪽 일은 문외한이나 다름없군.’
장흠은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지금쯤 흡족하게 방 안을 뒹굴거리고 있을 방태풍을 비웃었다.
‘너는 속고 있는 거다, 방태풍. 독두삼살 놈들은 그날 스스로 장기린을 잡지 않았어. 나는 다 보고 있었지.’
장흠은 그날의 일을 떠올렸다.
풍운객잔을 둘러싸고 장기린을 포위했던 일.
덩치들이 길을 막고 있어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자세히 보진 못했지만, 그때 독두삼살은 분명 자기들 스스로 물러났었다. 철우가 나타난 건 그다음일 뿐이었다.
‘그에 대해 말하지 않았지? 그렇다면 분명 뭔가 꿍꿍이가 있는 거다. 그놈들은 청월루랑 전쟁이 일어나도록 유도를 하고 있어.’
장흠의 머릿속이 민활하게 돌아갔다.
그는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는 뱀처럼 차가운 눈으로 삼삼오오 모여서 어딘가로 향하는 독두파의 놈들을 쳐다봤다.
‘네놈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지만…… 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건 나도 마찬가지지. 그 순간, 분명히 기회가 온다. 흐흐, 방태풍. 기대해라. 네놈이 나에게 준 모욕을 다 갚아 줄 날이 올 테니.’
장흠은 잔인하게 웃으며 과거의 일을 회상했다.
처음 이곳 항주에 왔을 때, 그가 모시던 백염파의 두목을 쓰러뜨리고, 장흠파로 만들었던 그날을.
☆ ☆ ☆
“여기―! 신천지 소면 두 개―!”
“아칠, 아팔. 여기도 좀 봐줘! 신천지 소면 네 개! 빨리 좀 부탁해―!”
공사를 시작한 뒤로, 점심시간인 오시(午時)만 되면 풍운객잔 안은 시끌벅적하니 정신이 없게 되어 버렸다.
임가촌에서 온 열 다섯 명의 목공들.
그들이 매일같이 점심을 사 먹으려 하는 것이다.
“예―! 가요―!”
“네네, 주문 받았습니다! 곧 가져다 드릴게요!”
아칠과 아팔은 탁자와 탁자 사이를 누비며 숨 쉴 틈도 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찻잔을 내주고, 물을 가져다주고, 주문을 받고, 음식이 나오면 음식을 가져다주고.
한 명씩 왔다면 그리 어렵지 않았을 일이지만, 이렇게 여러 명이 우르르 몰려오니 일이 밀려 버리는 것이다.
“손님이 점점 늘어나는 느낌이네요.”
휘연은 장부와 주판을 꺼내 놓고 뭔가를 계산하며 흐뭇하게 말했다.
장기린은 뭘 쓰는 건지 궁금해서 슬쩍 들여다봤지만, 뭔가 숫자가 나열되어 있다는 것만 알 수 있을 뿐,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해석할 수가 없었다.
“가족을 데리고 오는 모양이야.”
“네. 친구를 데리고 오는 분도 있구요. 공사를 하는 동안에는 매출이 전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임가촌에서 온 분들 덕분에 매출이 생각보다 좋네요.”
“흐음, 하루에 몇 그릇이나 팔리는데?”
“한 끼에 육십 그릇, 저녁까지 합하면 백이십 그릇 정도 팔려요. 한 번에 구십 그릇이나 팔렸던 첫날만큼은 아니지만…… 한 사람당 두 그릇 이상은 꼬박꼬박 드시거든요. 게다가 최근에는 가족이라든가, 아는 사람을 데리고 와서 같이 먹기 시작했고…….”
휘연은 주판을 두드리며 계산했다.
“게다가 점심때는 소면이지만, 저녁때는 다른 음식의 주문도 들어오기 시작했어요. 오향장육(五香醬肉)이랑 팔보채(八寶菜)랑……. 그런 건 하나에 동전 오십 문이 넘는데다 이문도 많이 남아서 아무래도 매출에 많은 도움이 되네요.”
매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방실방실 웃는 휘연의 얼굴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그래? 그럼, 공사 끝날 때까지 매출이 얼마나 되겠어?”
“잠시만요. 공사가 열흘 만에 끝나고, 하루 매출이…….”
탁. 타탁. 탁.
주판 위에 놓인 휘연의 손이 잔상이 남을 만큼 빠른 속도로 움직였다.
“이대로라면, 아마, 동전으로 팔천 문? 아니, 잘하면 구천 문까지도 가능하겠네요”
즐거운 기색이 역력한 휘연의 말에 장기린은 깜짝 놀랐다.
“그렇게나? 고작 열흘 만에?”
“네. 아무래도 스무 명 정도의 사람들이 매일같이 이 인분 이상 먹어 주는 거니까요.”
장기린은 놀라 버렸다. 생각보다 큰 액수였다.
“동전 팔천 문……. 대단하네. 그렇게 큰 액수를 벌 수 있을 줄은 몰랐어.”
“어머나―, 객주님도 참. 은자나 금자에는 별로 감흥이 없으셨으면서, 동전 팔천 문에 감탄하시는 거예요?”
휘연은 그런 태도가 신기하다는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도…… 그렇잖아? 동전 열 문이 소면 한 그릇인데, 팔천 문이 되려면 대체 얼마나 팔렸다는 거야? 팔백 그릇인가?”
“소면으로만 따지면 육칠백 그릇 정도 되죠.”
“그것 봐. 그 돈이 소면으로 따지면 몇 그릇이라는 걸 알게 되니까, 왠지 그 돈이 더 크게 느껴지지 않나?”
“…….”
“왜 그래?”
“……흑.”
휘연은 갑자기 손을 들어 눈물을 닦는 듯한 행동을 했다. 물론 연기였다. 장성한 아들을 보며 뿌듯해하는 어미처럼, 그녀는 감격한 얼굴로 눈초리를 적셨다.
“드디어, 객주님도 돈에 대해 알게 되셨군요.”
“……그게 무슨 말이야?”
“원래 사람은 스스로 돈을 벌어 볼 때 철이 든다는 말이 있어요. 돈을 그냥 숫자로만 아는 사람이랑, 내가 얼마나 일을 해야 그 돈을 벌 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랑은, 금전 감각이 완전히 다른 법이죠.”
“……그래서, 내가 이제 철이 들었다는 거야?”
“네. 이제 가진 돈을 소면 몇 그릇인지로 계산할 수 있게 되셨잖아요? 그럼, 금괴 몇 개를 단번에 내주는,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으시겠죠.”
장난치듯 웃고 있는 얼굴이지만, 날카로운 질책이 날아온다.
장기린은 괜히 시선을 돌리고 헛기침을 했다.
“그런가? 하지만 그 상황이 되면 같은 행동을 할 거야.”
“네에, 그러시겠죠. 그래도 그때마다 그 돈이면 소면이 몇 그릇인지 생각해 주세요.”
“…….”
“이제 식사가 다 끝나 가네요.”
휘연은 서서히 한적해져 가는 식탁을 바라보며 말했다.
아칠과 아팔이 수금한 금액들을 휘연에게 가져다주고, 휘연은 그것들을 장부에 기록하며 주판을 튕기는 것에 집중한다.
더 이상 말을 거는 것은 방해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장기린은 자리를 빠져나와 뒤뜰로 향했다.
‘휴가 있었군.’
뒤뜰엔 웃통을 벗어던진 채 장작을 패고 있는 휴가 있었다.
명문 세가의 자식답게 잘생긴 얼굴과 균형 잡힌 체구를 가지고 있었는데, 잘 단련된 근육 위로 크고 작은 흉터들이 십여 개 이상 새겨져 있었다.
‘역시, 평탄치 못한 삶을 살았구나.’
이미 그간의 인생 역경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들어 알고 있지만, 그래도 이런 식으로 직접 확인하게 되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래도 생각보다 잘 적응하고 있어.’
성실한 삶, 하인으로서의 부지런한 삶.
그건 명문자제와 도박장의 도수로서 방탕하게 살아온 남궁휴에겐 특히나 힘든 일일 수도 있었다.
“휴.”
“아…… 객주님?”
휴는 재빨리 도끼를 내려놓고 허리를 꾸벅 숙였다.
“일은 할 만한가?”
“예. 할 만합니다.”
“지루하진 않고?”
“생각보다 훨씬 재밌습니다. 저는 머리를 굴리는 일보다는, 이렇게 몸을 쓰면서 마음 편한 일이 맞나 봅니다.”
휴는 걱정 말라는 듯이 씩 웃었다.
숨기거나 감추는 것 없는 맑은 웃음이다.
아직 뒷골목의 습관이 남아 말투가 조금 건들거리지만, 그래도 전혀 다른 사람으로 새로 태어난 것 같아 보기 좋았다.
“다행이군. 아칠과 아팔에게 들었다. 해도 뜨기 전부터 일어나서 물을 길어다 놨다면서?”
“예. 저기, 잠이 안 와서…….”
“잘했다. 난 이야기를 듣고 너에게 성실한 면이 있다는 것에 감탄했다.”
휴는 칭찬을 받으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거렸다.
“지내는 곳은 어때?”
“아, 잠자리는 아칠, 아팔의 옆방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편합니다.”
“필요한 건 없나?”
“괜찮습니다.”
반사적으로 괜찮다고 대답하는 휴.
장기린은 고개를 한 번 저은 뒤, 품속에서 주머니를 꺼내 은자 세 냥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이거 받아 둬.”
짤랑.
“개, 객주님?”
억지로 손바닥을 끌어와서 은자를 쥐어 주자, 휴는 경악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게 무슨……?”
“내가 운찬한테 물어보니 하인들은 보통 한 달에 은자 두 냥 정도를 받는다더군. 그러니 너는 세 냥이다. 우리 식구들은 다 다른 곳보다 많은 돈을 받고 있어.”
“즉, 월봉……이라는 겁니까?”
“그래.”
“……안 됩니다.”
휴는 단호하게 표정을 굳혔다.
“객주님, 저는 하인입니다. 게다가 객주님은 저를 구하기 위해 큰돈을 쓰신 분. 이런 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아니, 그렇게 말해도 난 월봉을 줄 거다.”
“예?”
“반드시 줄 거니까. 그렇게 알아.”
장기린의 고집스러움을 느낀 휴는 손에 쥐어진 은자 세 냥을 보며 눈을 깜빡거렸다. 반짝이는 은색 물체가 그의 과거를 떠올리게 한다.
받을까? 말까?
그는 잠시 고민했지만, 역시 눈을 질끈 감고 다시 앞으로 내밀었다.
“객주님, 저는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정당한 일에 대한 정당한 대가.”
하지만 장기린의 진지한 목소리가, 다시 휴의 눈을 뜨게 만들었다.
“예……?”
“그게 내 신념이다. 네가 내 하인이라면 내 신념은 존중해 줘야지.”
“하, 하지만…….”
“받아 둬. 그리고 그만큼 더 열심히 일해라. 난 아칠과 아팔의 일이 너무 많아서 너를 고용한 거야. 만약 부담스러운 마음이 있다면 최대한 그 아이들의 일을 도와주는 걸로 갚도록 하고.”
장기린은 허둥지둥 당황하는 휴를 보며 더욱더 돈을 주고 싶은 마음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나 착하게 나오면 더더욱 뭔가를 해 주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다.
휴는 더 이상 이쪽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은자를 손에 꾹 움켜쥐고 고개를 숙였다.
“……예.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래.”
장기린은 휴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준 뒤 몸을 돌렸다.
휴는 감격을 한 건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어깨를 가늘게 떨며 장기린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날씨 좋네.’
장기린은 하늘을 쳐다봤다.
화창한 날씨.
구름 한 점 없이 푸른 하늘에서 맑은 햇살이 폭포수처럼 쏟아지고 있었다.
‘자,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었지.’
장기린은 객잔 밖으로 나가서 풍운객잔의 전경을 두 눈에 담아 보았다.
대나무를 덧대서 새 모습으로 단장 중인 객잔.
열심히 계산에 몰두해서 정신이 없는 휘연.
식탁을 치우고, 그릇을 나르는 아칠, 아팔.
주방에서 초췌한 안색으로 빠져나오는 운찬.
그리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서, 비록 어설프지만 열심히 뭔가를 하기 시작한 휴.
“풍운객주…… 나는, 이들의 대장.”
장기린은 홀로 조용히 중얼거려 보았다.
객주.
객잔 주인을 뜻하는 말.
처음엔 어색했지만, 최근엔 그렇게 불리는 것에 많이 익숙해져 버렸다.
오히려 그렇게 불리지 않으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제 객주로서, 나는 이들의 인생을 지켜 줘야 해.’
객잔에 고용된 이들은, 모두 그를 믿고 인생을 맡긴 사람들이다. 그에 대한 보답으로,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서 지켜 줘야만 했다.
그가 했던 약속을.
그가 했던 맹약을 깨는 한이 있더라도.
지금 당장,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뭔가를 해야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할 것이다.
“휘연의 부모님. 오늘이 열흘째라고 했던가?”
장기린은 평소와 달리, 차가운 눈으로 금선로의 끝자락, 항주의 동문이 있는 방향을 노려보았다.
오늘 아침, 휘연에게 이야기는 다 들었다.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귀하게 자라난 그녀가, 갑자기 전 재산을 잃고 기녀로 팔려 가게 된 원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만약 부모님께서 산적들로부터 풀려나게 되면, 이제 그녀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이었다.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것 같지만…… 최근에 멍하니 하늘을 보는 경우가 많아졌지.’
장기린은 휘연을 떠올리자 마음이 아팠다.
그녀는 최근에 계속해서 장부와 주판 계산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잠도 줄이고 밥도 잘 먹지 않으면서 주판을 두드렸다. 옆에서 보기엔 너무 심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부모님에 대해 걱정하지 않기 위해, 일부러 혹독하게 몸을 움직여서 일을 하고 있는 것이다.
‘내가 구해 온다.’
오늘이 열흘째 되는 날.
동문에서 기다려 보고, 만약 그에 대한 움직임이 없다면…….
“다시, 창을 드는 한이 있더라도…….”
장기린은 조용히 다짐했다.
반드시. 어떤 일을 해서라도.
……그녀의 가족을 구해 낸다.
☆ ☆ ☆
“어, 저기…….”
서서히 해가 지기 시작하는 노을 녘.
장기린을 찾아서 이곳저곳 헤매고 다니던 남궁휴는 뒤뜰에서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는 휘연을 보고 말았다.
선녀가 땅에 하강한 것 같았다.
화장은 물론 분도 바르지 않은 얼굴. 머리는 단정하게 틀어 올렸고, 눈썹은 곧게 뻗어 호수 같은 눈동자를 수줍은 듯 가린다. 분홍빛 입술은 광택이 흐르고, 새하얀 이는 투명하게 빛난다. 윤이 나는 피부에 우아한 자태. 가녀린 목선과 가지런한 손가락.
경국지색(傾國之色).
미녀의 한숨에 나라가 무너진다고 했던가.
그녀라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멀리, 동쪽 하늘을 바라보며 짓는 그녀의 작은 한숨에, 보고 있는 남궁휴의 가슴도 덜컥 내려앉는 것 같았으니까. 특히나 그녀의 슬픈 듯 촉촉하게 젖은 눈동자에선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 휴인가요?”
휘연은 휴가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차분한 발걸음으로 다가왔다. 아무런 장식도 없는 가벼운 소맷자락을 끌며 한 폭의 그림처럼 단아한 모습으로 걸어온다.
남궁휴는 재빨리 고개를 숙였다.
그녀가 다가올수록 짙어지는 은은한 연꽃 향에 얼굴이 붉어진 것이 들킬 것 같았다.
‘그녀는 객주님의 여인. 시선조차 주지 말자.’
어린 나이 때부터 화류계에 있었던 남궁휴였다.
그는 여인이 누굴 마음에 뒀는지, 사내가 어떤 여인을 신경 쓰는지 같은 문제는 오십 장 밖에서 척 보기만 해도 복자(卜者)보다 더 잘 알 수 있다.
“무슨 일인가요?”
휘연은 옥구슬처럼 영롱한 목소리로 물었다.
“객주님을 찾고 있는데, 어디에 계신지 보이지가 않습니다.”
“아, 그래요? 사실 저도 찾는 중이었어요. 어디에 가면 간다고 항상 말씀하시던 분인데, 대체 어떻게 되신 건지…….”
휘연의 목소리엔 걱정이 실려 있었다.
그녀도 장기린이 어디에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점심시간이 지난 뒤부터 장기린은 계속해서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휴는 잠시 망설이다가, 휘연에게 이야기를 꺼냈다.
“사실, 침모님께도 드릴 말씀이 있었습니다.”
“저에게요? 뭐죠?”
“이것을…….”
휴는 오늘 오후 내내 손에 쥐고 고민하던 것을 휘연에게 건네주었다. 동그랗고 빛나는 세 개의 물체가, 휘연의 새하얀 손 위로 굴러떨어졌다.
“은자……세 냥?”
휘연의 안색이 바뀌었다.
그녀는 돈과 관련된 일이 되면 철저한 사람으로 변한다. 그녀는 날카로운 눈으로 휴를 응시했다.
“이 돈은 뭐죠?”
“객주님께서 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월봉으로 그만큼의 돈을 주겠다고 하셨습니다.”
“…….”
휘연은 ‘또 저질렀나’하는 듯한 얼굴로 가늘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서요?”
“저는, 그 돈을, 침모님께 맡길까 합니다.”
휴는 진지하게, 진심을 담아 말했다.
휘연은 조금 놀란 듯 분홍빛 입술이 살짝 벌어지며 탄성을 토해 냈다.
“어째서……?”
“저는, 도박꾼입니다. 그것도 도신(賭神)이라 불릴 만큼 오랫동안 도박에 빠져 있었던 중증 망나니입니다.”
휴는 자학을 하듯 말했다.
“저는 솔직히, 아직 은자를 보면 이걸로 도박판에서 몇 판을 뛸 수 있을까부터 생각합니다. 어딜 가서 이 돈을 불려야 할지, 그런 것만 생각납니다. 그러니 이건 저에게…… 독이나 다름없습니다.”
남궁휴의 얼굴은 진심으로 괴로워 보였다.
새사람으로 바뀌고 싶은데, 그 마음에 따라 주지 않는 본능이 견디기 힘든 것 같았다.
“그럴 수록 이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나요? 그 마음을 이겨 내지 못하면 어차피 나중에는 똑같아져요.”
휘연은 걱정스럽게, 하지만 직설적으로 지적했다.
“아뇨, 아닙니다. 시간을 두고 천천히 이겨 내겠습니다. 생각을 끊고 살다 보면 저도 변할 겁니다.”
“…….”
“그러니 도와주십시오. 객주님의 말씀대로 스스로 속박을 끊고 싶습니다.”
휴는 깊숙이 고개를 숙이며 휘연에게 간청했다.
휘연은 잠시 고민하는 듯한 얼굴로 손바닥 위의 은자를 내려다보다가, 이내 엄격한 눈빛으로 휴를 응시했다.
“휴.”
“예.”
“저는 솔직히 객주님처럼은 생각할 수 없어요. 어쨌든 객주님은 당신을 위해서 은자 백이십 냥을 썼죠. 원래는 금자 오십 냥이었는데, 그 돈을 쓸 생각도 하고 계셨었구요. 그건 알죠?”
“예. 알고 있습니다.”
“객주님은 그 돈은 인연을 위해 쓴 돈이니 갚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우리는 그 돈을 갚아야 해요. 어떤 방식으로든. 그 은혜를 갚아야 사람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무심코 “물론입니다”라고 대답한 휴는, 순간 곰곰이 생각해 보다가 의아한 표정이 되었다. 휘연은 ‘우리’라고 표현했다. 즉, 그 말은 그녀도 휴처럼 장기린에게 뭔가 빚을 지고 있다는 뜻인 것이다.
“그러니, 당신도 객주님께 빚진 것을 갚으세요. 백이십 냥. 객주님께서 한 달에 세 냥씩 주신다면, 삼 년 조금 넘는 시간이 되겠네요. 어때요? 갚을 생각이 있나요?”
“예. 꼭 갚을 겁니다.”
“강요가 아니에요. 원하는 대로 하세요. 원래 항주 팔도신 중 한 명으로 도박 한 판에 수백 냥, 수천 냥짜리 판도 해 보셨겠죠? 그게 쉽다고 느껴지시면 그렇게 하셔도 돼요.”
휴는 휘연의 눈을 쳐다보며 당황해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친절한 말투 속에 숨은, 차가운 눈길.
그는 그것을 그에 대한 마지막 시험 같은 거라 느꼈다.
“침모님께 맹세합니다. 제 이름, 저희 아버지, 돌아가신 어머니의 이름까지 걸고 맹세합니다.”
“…….”
“저는 절대로, 앞으로 도박을 하지 않을 겁니다. 정당하게 벌어서, 정당하게 살아가겠습니다.”
“비록 적은 돈을 버는 하찮은 일이라도요?”
“물론입니다. 더군다나 객주님을 위해서라면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하찮다고 할 수 없습니다.”
휘연은 솔직하고 진심 어린, 그러면서도 절박함을 담은 휴의 눈빛을 보며 작게 한숨 쉬었다.
“후우, 강 숙수님도 그렇고, 휴도 그렇고…, 어떻게 이렇게 마음을 사로잡는지……. 객주님은 참 특이한 재능을 가지고 계시네요.”
“예?”
“아니에요. 아무것도. 그보다, 그렇게까지 말하신다면 이걸 말씀드려야겠네요.”
휘연은 자신의 품속으로 손을 넣어 등색(橙色:감귤색)의 주머니를 하나 꺼내 들었다. 주머니는 흔들릴 때마다 금속이 부딪치는 듯한 맑은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게 뭔지 아세요?”
“돈주머니…… 아닙니까?”
“맞아요. 그리고 이건 강 숙수님이 월봉을 맡기는 주머니예요.”
“……!”
“제 건 아직 없지만, 곧 따로 만들 거구요.”
휴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말씀은……?”
“네. 휴만이 아니에요. 강 숙수님도, 저도, 객주님껜 목숨을 빚진 은혜를 입었어요. 평생을 갚아 도 모자랄 정도죠. 그런데도 객주님은 한사코 월봉을 주려고 하시니까……. 저희는 어쩔 수 없이 이런 식으로 따로 모아 두고 갚으려 하고 있어요.”
“아……!”
“휴도 동참하겠나요?”
휴는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렇게 하겠습니다.”
휘연은 싱긋 웃으며 은자 세 냥을 그녀가 가진 다른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사람 일이라는 건 모르는 거죠. 삼 년이 되는 날, 제가 다시 물어볼 게요. 객주님께 그 돈을 갚을 건지, 아니면 그 돈으로 다른 것을 할 건지.”
“……이젠 그만 시험하셔도 됩니다. 저는 변하지 않을 겁니다.”
“어머, 이건 시험이 아니에요. 그 돈을 원하는 대로 쓰는 건 휴에게 주어진 권리예요.”
휘연은 그 주머니를 소중하게 품속에 넣은 뒤, 휴를 빤히 쳐다봤다.
지그시.
뚫어지게.
“…….”
휴가 식은땀을 흘리면서, 대체 그 눈빛은 무슨 의미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하려는 찰나, 휘연은 빙긋 웃으며 말했다.
“앞으로 잘 지내봐요. 휴.”
‘아……!’
휴는 정중하게 허리를 굽혔다. 하인으로서, 그 객잔을 관리하는 침모님을 향해.
“잘 부탁드립니다! 침모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