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三十七章 ― 배신중첩(背信重疊)
운찬이 말을 내뱉은 후, 객잔 안은 진공상태가 되어 버렸다. 마치 시간이 멈춰 버린 양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특히 옆에서 가만히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던 객잔 식구들의 반응은 너무나 격렬했다.
“무, 무슨……!”
“강 숙수님! 그게 대체 무슨 소리예요!”
“믿을 수가 없군. 그거 진심으로 한 말입니까?”
잠시 후, 정신이 들자 각각 한마디씩 쏘아붙이는 세 사람. 서로 간에 정이 많이 들었던 만큼 충격도 큰 모양이었다.
운찬이 지금껏 고민하던 모습을 쭉 봐 왔지만, 그래도 설마 객잔을 나갈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던 것이 분명했다.
모두가 흥분한 가운데, 객잔 식구들 중에서는 휘연만이 입을 꾹 다물고 사태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 역시도 눈빛이 흔들리는 것이 큰 충격을 받은 듯했다.
“저는…… 저는…….”
운찬은 식구들의 격렬한 반응에 더욱더 괴로워하며 푹 숙인 고개를 들지 못했다.
축 늘어뜨린 양손이 파르르 떨린다.
항상 쾌활하며 어떤 상황에도 웃음과 당당함을 잃지 않던 운찬이. 지금 이 순간엔, 마치 역적죄를 지은 죄인마냥 고개를 푹 숙이고 몸을 덜덜 떨고 있는 것이다.
‘운찬…….’
청천벽력 같은 말을 듣고 흥분한 객잔 식구들의 눈엔 안 보이는 모양이었지만, 정면에 앉아 있는 장기린의 눈엔 운찬이 떠는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마음이 안 좋았다. 얼마나 괴로웠으면, 결단을 내려놓고도 저렇게 슬픈 얼굴을 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알겠다.”
그 모든 과정을 알고 있었기에, 장기린은 씁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객주님?!”
졸지에 경악한 것은 다른 식구들이었다.
장기린의 대답은 운찬이 나가는 것을 그냥 허락하는 것 같지 않은가.
휘연은 벌어진 입을 손으로 가렸고, 아칠과 아팔은 안 그래도 동그란 눈을 더욱 크게 뜨고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휴는 어떻게 했냐면…….
“젠장!”
휴는 운찬에게 달려들어 멱살을 붙잡았다.
“큭……!”
운찬도 주방에서 나름 거친 일을 하면서 몸이 단련됐고, 최근엔 장기린으로부터 여러 가지 훈련도 받았지만, 그래도 어릴 적부터 무공을 수련하며 체계적으로 몸을 단련한 남궁휴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최근에 제대로 못 먹어서 깡마른 몸은 남궁휴가 불끈 힘을 주자마자 번쩍 들려 지붕 위의 조롱박처럼 대롱대롱 매달려 버렸다.
운찬은 순간적으로 멱살을 잡고 있는 남궁휴의 손을 잡아채려고 했지만, 활활 불타고 있는 남궁휴의 눈과 마주치고는 몸에서 힘을 빼고 말았다.
남궁휴의 눈에는 분노가 아니라 괴로운 빛이 가득했던 것이다.
“도대체 왜……! 아니,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객주님께서 저렇게 답하셨다는 건, 미리 알고 계셨다는 거겠죠. 왜 우리에게 상의하지 않았습니까. 그렇게나 괴로워했으면서……. 그렇게나 떠나기 싫어하면서……. 그런데도 꼭 떠나야 하는 겁니까?”
“큭! 휴…….”
“우린 당신이 괴로워하다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믿고 기다렸는데…… 결국, 이런 결정을 내리다니……!”
주변의 공기가 침울하게 가라앉았다.
항상 운찬과 툭탁거리며 다투던 남궁휴.
하지만 객잔 식구들 중에 운찬과 가장 깊은 정을 쌓았던 것은 다름 아닌 휴였던 것이다.
게다가 남궁휴는 총명한 머리와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으로 지금의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
운찬이 그동안 왜 그렇게 괴로워했는지.
그런 운찬에게 장기린이 어째서 알겠다고 승낙을 한 건지.
그리고, 운찬이 손이 떨릴 만큼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왜 객잔을 나가려고 하는지.
“강 숙수님…….”
한참 동안 운찬을 쏘아보던 남궁휴가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믿겠습니다.”
공중에 들렸던 운찬의 발이 다시 바닥에 닿고, 숨이 막히도록 틀어쥐었던 남궁휴의 손에서 힘이 빠져나갔다.
남궁휴는 옆으로 뚜벅뚜벅 걸어가더니, 더 이상 보기 싫다는 듯 홱하고 등을 돌려 버렸다.
“크윽…….”
운찬의 눈빛이 떨린다. 등을 돌리긴 했지만 어깨가 들썩이는 것을 숨길 수는 없다. 남궁휴의 슬픔과 괴로움이 등의 모습만으로도 전해졌다.
운찬은 이를 악물었다. 어찌나 이를 악물었는지 입술 끝에서 붉은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힘든 결정이었겠지.’
장기린이 주변을 보니, 아칠과 아팔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고 있었다. 여전히 불만스럽고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되는 듯했지만, 그보다는 운찬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듯했다.
다만 휘연은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강 숙수님. 저희가 도와서 해결될 일이 아닌가요? 지금 결정하신 게 최선인가요?”
“……예. 그렇습니다.”
운찬의 목소리에는 절박한 결의가 담긴다.
휘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 뒤 물러났다.
“운찬.”
“……예. 형님.”
장기린은 마지막으로 한마디를 던졌다.
“행복해라.”
결국 운찬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무릎을 털썩 꿇고 울고 말았다. 엉엉 소리 내며 우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용하기에, 그래서 더욱더 절절한 감정이 느껴지는 슬픈 울음이었다.
장기린은 운찬이 울음을 멈출 때까지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았다.
휘연, 아칠, 아팔, 남궁휴도 마찬가지.
객잔의 식구들 모두, 그렇게 말없이 한 시진 동안 함께했다.
그리고 다음날 새벽, 운찬은 몇 번이고 별채를 향해 절을 올린 뒤, 객잔을 떠났다.
☆ ☆ ☆
휘이잉―
아직은 바람이 서늘한 쌀쌀한 날씨. 어느새 입춘이 훌쩍 다가왔지만, 아직까진 바닥에 뿌려 둔 물이 다음날 얼음이 되어 있을 정도로 추웠다. 숨을 쉴 때마다 뿌연 입김이 나오는 가운데, 장기린은 풍운객잔의 대문에 붙여진 유려한 글씨를 계속해서 바라보고 있었다.
― 임시휴업(臨時休業)
휘연이 정성 들여 쓴 글씨가 무색할 만큼 암담한 내용이다.
이곳 항주에 도착해 금괴를 넘기고 객잔을 구입한 뒤, 운찬을 구해 오고, 아칠과 아팔을 데려와 영업을 시작했다.
그로부터 대략 백 일 남짓.
휘연을 데려왔고, 남궁휴를 가족으로 맞았다.
여러 가지 일이 있었고, 위기라고 불릴 만한 사건들도 많았지만, 장기린은 이번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숙수의 부재(不在).
풍운객잔은 신천지 소면을 판매하는 것을 주 수입원으로 했던 만큼, 요리를 만들어 줄 숙수가 사라져 버린 것은 도저히 회복할 수 없는 뼈아픈 손실이었다.
대체할 수 있는 사람도 없다.
앞으로 이 일을 해결할 방도도 없다.
최악의 경우, 이대로 객잔을 접는 것도 생각해야 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운찬을 억지로 붙잡을 수는 없지.’
장기린은 그걸로 만족하기로 마음먹었다.
아끼던 동생이 자신의 행복을 찾아 떠났다. 유명한 객잔에서 보조 숙수들을 잔뜩 거느린 대숙수가 될 것이고, 사랑하는 여인과 혼례도 치를 수 있을 것이다.
그거면 됐지 않은가?
애초에 성공을 노린 것이 아니라, 평범한 생활을 바라서 시작한 일. 먹고살 걱정만 없다면, 사람 하나 성공시킨 걸로 된 것 아닐까.
‘그래. 그걸로 됐다.’
장기린은 미련을 접었다.
휘연과 다른 객잔 식구들이 침울해져 있긴 하지만, 원체 강한 성품들을 지닌 만큼,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다시 회복할 것이다. 그때 다시 시작하면 되는 일이다.
‘그래. 휴가라고 생각하자.’
장기린은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한동안 정신없이 바쁘지 않았던가. 이 기회에 식구들을 데리고 근처의 유명한 명승지를 좀 돌아다녀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전부터 마음에 걸렸던 일이었다. 자신은 물론이고, 객잔 식구들 중에 제대로 서호를 관람해 본 사람은 남궁휴뿐인 것이다.
아름다운 서호의 풍경을 근간으로 장사를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서호를 한 번도 제대로 본 적이 없으니 우스운 일 아니겠는가.
“어이―! 장 객주!”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등 뒤에서 장기린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동굴에서 울려 퍼지는 것처럼 우렁우렁하고 힘찬 목소리.
청월루를 보호하고 있는 철우파의 두목인 철우가 찾아온 것이다.
“강운찬. 그놈이 나갔다면서?”
철우의 안색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심각한 어조.
그러고 보니 오늘은 평소 아가라고 부르던 말투도 달라져 있었다.
“그렇소.”
“계집 때문이지?”
“…….”
“그렇게 기분 나빠하지 말라고. 어이, 금선로에 객잔이 많아 봤자 몇 개나 되겠어? 그런 소문은 반나절도 안 돼서 거리에 쫙 깔리는 법이다.”
그럴 거라고 납득은 가지만, 유감스럽게도 장기린은 오늘 철우와 말을 섞고 싶은 기분이 아니었다. 그게 운찬에 관한 대화라면 더더욱.
“오늘은 그만 돌아가시오.”
몸을 돌려 객잔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철우가 다급하게 붙잡았다.
“잠깐, 잠깐. 중요한 이야기다.”
“……무슨 일이오?”
“그 강운찬에 대한 이야기인데…… 아무래도 문제가 있는 듯해. 우리 청월루와도 큰 관계가 있는 이야기다.”
우뚝.
장기린의 움직임이 멎었다.
진위 여부를 파악하려는 듯 비스듬하게 흘러내린 앞머리 사이로 날카로운 안광이 번뜩이자, 철우의 몸이 움찔 떨렸다.
최근에 많이 유해졌다고 생각했던 것은 착각이었던가.
감히 감당할 수 없는 눈빛, 측량할 수 없는 기세는 여전했던 것이다.
“자세히,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객잔 안으로 이끄는 장기린을 따라가며 철우는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놈의 눈빛은 도저히 적응이 안 된다며 속으로 투덜거리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 전에, 그쪽이 알고 있는 이야기를 좀 듣고 싶은데.”
철우가 자리에 앉자마자 한 말이다.
장기린의 눈썹이 꿈틀 움직였으나, 그는 이내 순순히 그동안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철우는 적어도 허언을 내뱉는 인물은 아니다. 그가 문제가 있다고 상담해 왔다면, 솔직하게 이야기를 해도 괜찮았다.
“소교……! 그 계집이 부추긴 거였군……!”
그동안 풍운객잔에서 있었던 일들을 다 들은 뒤, 철우는 분노한 얼굴로 자신의 솥뚜껑만 한 손바닥을 들어 식탁을 ‘쿵!’하고 내려쳤다.
지진이라도 일어난 듯한 진동이 객잔 안을 울린다.
철우는 금강명왕상 같은 얼굴로 퉁방울 같은 눈을 부릅뜨고 있었다.
“부추기다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이건 모두 청풍객잔의 계략이다.”
“청풍객잔이라면…… 장흠파와 독두파가 있다던?”
“그래! 바로 그곳! 썩어 빠진 돼지 새끼가 객주로 있고, 그에 몰려든 더러운 들개들이 몰려 있는 곳이지. 이번 일은 그중에서도 교활한 들개인 장흠의 솜씨 같다.”
장기린은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청풍객잔, 그리고 장흠이라면 분명 처음부터 이곳 풍운객잔을 노리고 있었고, 그 뒤엔 말꼬리 같은 머리를 하고 있던 자객을 보냈던 곳이다. 그들의 목적은 시종일관 명확했다.
“이 객잔을 노린 것이오?”
“최종적인 목적이야 그렇겠지.”
“아까 소교를 언급하던데, 소교도 이 일에 관련이 있고?”
“그래. 역시 감이 빠르군.”
장기린은 차근차근 생각을 되짚어 보았다.
“그런데 이상하군. 소교는 청월루에서 일하던 아이가 아니었소?”
“맞아. 우리 침모가 시종으로 쓰던 아이였어.”
“그런데 어째서 청월루의 아이가 청풍객잔의 계략과 관련이 있다는 거요?”
철우는 난감한 듯이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 부분이 문제인데……. 크흠! 사실 우리 쪽도 지금 난리가 났다고. 우리 청월루의 침모가 납치를 당했단 말이야.”
장기린은 놀랐다.
“납치……? 그쪽의 침모가?”
“그래. 완전히 당했지. 아무런 단서도 없이 사라지는 바람에, 지금까진 누가 했는지조차 몰랐었어. 어쩌면 스스로 도망갔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만큼 완벽하게 사라져 버렸단 말이야.”
“……잠깐, 그 말은!”
“그래. 그러다가 우리 총관님이 이상한 점을 찾아낸 게 바로 소교, 그 계집이다.”
장기린은 자신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 흥분해서인지 얼굴이 뜨끈뜨근하게 달아올라 있었다.
‘그때 주방에서 뭐라고 했었지? 단 한 번뿐인 기회. 그리고 몸값……이었나?’
장기린은 과거의 기억을 되짚었다.
그 당시의 그는 그 몸값이 단순히 청월루에서 소교를 포기하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을 말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 보니, 그건 청월루 침모의 몸값이었던 모양이다.
“그런데, 거기서 청월루가 소교를 욕할 만한 이유를 모르겠소. 우리라면 모를까. 어쨌든 자기 침모를 구하려고 운찬을 데려왔다는 것 아니오?”
“아니, 그게 아니야.”
“……?”
“소교, 그 계집은 절대로 침모를 도우려고 할 리가 없어. 오히려 죽이려고 하면 모를까.”
순간, 장기린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쳤다.
“설마……!”
“적어도 우리 청월루에선 유명한 이야기야. 우리 침모인 홍매와 소교는 같은 사내를 남편으로 맞이했다. 당연히 홍매가 본처, 소교는 첩. 죽을 때가 다 된 노인이 조금이나마 목숨을 연장해 보려고 받아들인 동녀(童女)였지.”
동녀(童女).
보통 십 대 초반의 어린 소녀를 쓰며, 나이 많은 사내가 회춘을 하기 위해 어린 소녀를 안는 것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미신이다.
채음보양(採陰補陽). 실제로 금전에 여유가 있는 많은 노인들이 동녀를 첩으로 들인다.
“그 사내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죽었는데, 그래도 양심은 있었는지, 사내는 죽으면서 소교를 홍매에게 부탁했지. 홍매는 그 사내의 유언에 따라 지금까지 같은 기루에서 일할 수 있도록 손을 써 줬다. 뭐, 기루에선 흔히 있는 이야기야.”
기루에서 일하는 사람들 중에 사연 없는 사람이 누가 있던가.
하지만 이 사연은 장기린에겐 특별하다.
“동녀……였다고?”
순결한 척, 소녀처럼 굴던 소교가 동녀이자 한 사내의 첩으로 살아왔었다는 것.
거기까진 좋다.
동녀가 된 것이 자기가 되고 싶어서도 아니었을 테고, 운찬을 진심으로 좋아했다면 자신의 과거를 속이고 싶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소교가 처녀가 아니라는 사실은 그동안의 가설에 심각한 허점을 만들어 낸다.
처녀가 아니라면, 더 이상 동녀(童女)로서 팔려 나갈 수는 없다. 늙은 사내의 유언으로 홍매라는 여인이 돌보고 있는 것이니 기녀가 될 걱정도 없다.
즉, 소교는 청월루에서 어떠한 걱정거리도 없다.
동녀가 될 필요도 없고, 기녀가 될 필요도 없이 편안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만약 뭔가를 획책한다면…….
그건 전적으로 자신의 욕심 때문이다.
“모든 게, 계략이었던가.”
장기린의 목소리엔 극렬한 분노가 억눌려 있었다.
“몸값 운운한 것도, 빨리 빠져나가야 한다고 재촉했던 것도, 다른 곳에 기회가 있다고 했던 것도…… 다 계략이었다는 건가.”
철우는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이해가 빠르군. 바로 그거다. 우리 침모, 홍매를 넘긴 것도 분명히 소교 그 요망한 계집의 짓일 거다. 그게 강운찬을 설득하기에 보기가 좋으니까. 나이도 어린 게 하는 짓은 믿을 수 없이 지독해. 아마 우리 백 총관님이 알아내지 못했다면, 그 계집과 관계가 있다는 것도 알아내지 못했을…….”
장기린은 손을 들어 철우의 말을 끊었다.
“운찬은? 어떻게 되는 것이오?”
“…….”
“상황으로 봐선 계획적으로 팔려 나간 것 같은데. 거기선 어떻게 되오? 숙수로서 일 할 수 있는 건가?”
철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장기린 역시 지금 한 질문이 얼마나 바보 같은 건지 잘 알고 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풍운객잔에서 숙수를 빼내 오는 것. 일을 시키고 말고는 그들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없어져 버리는 것이 그들에겐 도움이 된다.
그저 불안한 마음에 물어봤을 뿐이다.
“그래서…… 이 계략을 짠 주체가, 청풍객잔이란 말이오?”
“뻔하지 않나.”
철우는 그 퉁방울처럼 부릅뜬 눈에 분노를 가득 담아 외쳤다.
“당연히, 금선로에서 이런 짓거리를 할 곳은 저 갈아 마셔도 시원찮은 청풍객잔뿐이다!”
“…….”
“게다가, 최근에 소교가 장흠파와 몇 번이나 접촉하는 것을 우리 애들이 목격했지. 확실해.”
장기린은 양손을 모아 깍지를 꼈다.
고개를 살짝 숙이자, 반 이상 날아가 버린 오른쪽 귀가 뭉툭하게 드러났다.
격정을 감추기 위해 양손을 깍지 끼고 숨을 참는 것은 장기린이 진심으로 분노할 때의 습관이다.
장기린은 그렇게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가 입을 열었다.
“철우, 당신이 그 사실을 나에게 말해 주러 온 이유가 무엇이오?”
중요한 사실을 짚어 내자 철우는 놀란 기색이었다.
“크하! 역시, 보기와는 다르다. 이런 전투적인 상황엔 머리가 잘 돌아가는구먼.”
“…….”
“마음 같아선 애들 데리고 쳐들어가서 박살을 내버리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의 난 나설 수가 없기 때문이지.”
“나설 수가 없다니? 어째서요?”
“금선지약이라는 개똥 같은 약속이 있다. 금선로의 오대객잔끼리는 서로 분쟁을 일으켜선 안 된다는 내용인데…… 이젠 별로 기억하는 사람도 없는 유명무실한 약속이지만, 그래도 뒷골목의 평판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이쪽 입장에선 이유도 없이 그 약속을 무시할 수가 없어.”
장기린은 철우의 그 말에 상황을 모두 이해했다.
“즉, 내가 나서야 한다는 뜻이군.”
“모든 걸 다 하라는 건 아니야. 그놈들이 우리 침모를 납치해 갔다는 증거만 찾으면, 당당하게 나설 수 있다.”
“청월루 정도라면, 굳이 내가 나서지 않아도 증거를 찾으러 몰래 보낼 사람이 있을 텐데?”
“이거 이거, 속일 수가 없군.”
철우는 못 당하겠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
“물론, 이미 사람을 시켜서 몰래 움직이는 중이다. 사실, 장 객주가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 입장에선 계속 증거를 찾을 거고, 강운찬과 홍매를 구해 낼 거야.”
“그런데도 찾아온 이유가 무엇이오?”
“……이것 참, 내가 끝까지 말해야 하나?”
장기린은 계속 말해 보라는 뜻으로 묵묵히 철우를 응시했다.
곰 같은 체구, 금강명왕 같은 외모 위로 마치 여우 같은 웃음이 떠오른다.
“이 바닥에서 있다 보면 감이라는 게 생기기 마련이지. 그걸 믿을 뿐이야. 왠지 장 객주가 나서면, 다른 어떤 수단을 쓰는 것보다 일이 빨리 해결될 것 같더군.”
장기린은 입을 꾹 다물고 말았다.
자신의 능력을 알아본 그 눈을 높게 평가해야 할지, 아니면 본능적으로 어떤 방법이 가장 효율적인지 결정한 그 동물적인 감각에 탄복해야 할지.
“그 선택…….”
드르륵―
장기린은 의자를 뒤로 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새하얀 백창의, 야성적으로 묶은 머리카락 사이로, 그 어느 때보다도 뜨겁게 달아오른 눈빛이 불꽃처럼 타올랐다.
“그 선택이 옳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오.”
☆ ☆ ☆
객잔을 향해 몇 번이고 절을 올린 뒤에도 운찬은 풍운객잔으로부터 시선을 뗄 수가 없었다. 한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세 번 이상 돌아보게 되는 것이, 마치 하나뿐인 자식을 버리고 오는 듯한 기분이다.
운찬은 마음이 무거웠다. 차라리 욕을 잔뜩 먹고, 저주의 말을 들었다면 마음이 편할 텐데.
풍운객잔의 식구들은 오히려 잘해 보라며 응원해 주었다.
이유도 모르면서. 왜 그러는지 묻지도 않고, 그저 슬픈 눈으로 운찬의 행복을 기원했다.
소리 죽여 우는 운찬의 곁을 한 시진이나 지켜 주기까지 했다.
‘내 생전에 저런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어쩔 수 없는 일만 아니었다면, 나는…….’
후회의 생각이 끝없이 들었으나, 이미 내친걸음. 돌아갈 수 있는 길은 없다. 게다가 그에겐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절실한 이유가 하나 있었다.
‘침모를 납치하다니……! 게다가 누군가에게 알리면 곧바로 죽이겠다고…….’
운찬의 눈빛이 암울하게 굳어졌다.
사흘 전에, 소교는 청천벽력 같은 말을 했다. 그녀의 어머니 같은 존재인 청월루의 침모가 청풍객잔의 파락호들에게 납치를 당했다는 것이다.
소교는 서글프게 울면서 말했다. 그놈들은 그녀가 운찬과 각별한 사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고. 그러니, 운찬이 와서 청풍객잔의 주방을 맡아 주지 않으면, 침모를 죽여 버리겠다 했다고 전했다.
모든 것이 운찬, 자신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그가 뭐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청풍객잔의 파락호들은 무자비하고 잔인하기로 유명했다.
게다가 만약 운찬이 청풍객잔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침모는 물론이고 소교까지 죽여 버리겠다고 했다는 말을 듣고는 도저히 거부할 수가 없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만약 운찬이 청풍객잔으로 자리를 옮기면, 소교와 함께 잘살 수 있도록 가정을 꾸리게 해 준다는 것이다. 월봉도 지금 풍운객잔에서보다 훨씬 많이 주겠다고 약속했다.
강제성이 있긴 하지만, 결국 좋은 조건에 자리를 옮기는 것이다.
잠시 장기린이나 휘연을 통해 이 문제를 상담해 볼까도 생각해 봤지만, 청풍객잔에서는 만약 운찬이 이 문제를 다른 사람에게 불어서 일을 크게 만들 경우, 무슨 일이 있어도 침모는 죽고, 운찬과 소교 역시 죽을 거라고 경고했었다.
결국, 운찬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밖에 없었다.
지금 그의 앞엔 사랑하는 사람이 함께하고 있다. 앞으로 가진 모든 시간을 함께할 동반자. 삼생의 인연을 맺어 영원을 함께할 그의 반려.
소교.
그녀를 어떻게 버릴 수 있겠는가.
“찬랑! 빨리 오세요! 이러다가 약속에 늦겠어요.”
“……그래, 알았어.”
소교는 흥분한 것처럼 보였다.
‘어쩐지…… 눈빛이 무서운걸.’
왠지 소교의 눈빛이 평소와 다른 것 같았지만, 운찬은 그게 침모를 돌려받을 수 있게 된 기쁨의 눈빛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찬랑, 어서요!”
소교는 운찬의 손을 잡고 뛰고 있었다.
이제 막 동이 트려는 새벽이라 거리는 한산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교는 주변에 누가 보는 사람이라도 있는지 잔뜩 경계했다. 마치 누가 보면 안 되는 일을 하는 것처럼.
“여기가 청풍객잔……!”
마침내 청풍객잔 앞에 도착했을 때, 운찬은 그 화려하고 장중한 외관에 놀라면서도, 당장이라도 몸을 돌려 달아나고 싶은 묘한 감각을 느꼈다.
그동안 청풍객잔과 풍운객잔 사이엔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장기린이 터놓고 이야기한 적이 없는 관계로 운찬은 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
푸른빛 기와를 얹은 산뜻한 느낌의 고층 전각. 처마 밑에 달린 금장 장식의 풍경(風磬)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맑은소리를 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길함을 느끼는 것은 왜인지.
운찬은 선뜻 소교를 따라가지 못하고, 입구에서 멈춰 버렸다.
“아이참, 어서요.”
조급해 보이는 소교가 운찬의 손을 붙들고 객잔의 안으로 들어섰다.
어째선지 대문에는 문지기가 없었다.
소교가 익숙한 동작으로 문을 밀자 대문이 그대로 열렸는데, 성인 남자 백 명이 날뛰어도 충분할 것처럼 넓은 마당엔 사람의 기척이 단 하나도 없었다.
‘어째서……?’
동틀 무렵이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하인들이 나와서 청소를 시작해야 할 시간이다. 이렇게나 큰 객잔에서 입구에 사람 하나 없다는 건 아무래도 이상한 일일 터.
“그자가 우리가 들어오기 편하도록 사람을 물려 놓겠다 했어요. 어서 들어가요, 찬랑.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래.”
찝찝한 기분을 억누르고 소교의 손에 이끌려 안쪽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내친걸음이다.
망설일 것이 무에 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끼이익―
소교가 운찬을 이끌고 찾아간 곳은 청풍객잔의 장원 내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허름한 전각이었다.
물론, 청풍객잔 본관에 비해 허름하다는 거지, 겉보기엔 풍운객잔과 비슷한 크기와 모양새였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안쪽은 갑자기 밤이 되기라도 한 양 어두워져 있었다.
이제 막 동이 트려는 새벽녘.
아직 날이 밝았다곤 말하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 정도로 어두울 필요는 없다. 이유는 밀봉을 한 것처럼 꽉 닫혀 있는 창문들 때문이었다.
나무 판으로 덧대어 놓은 듯한 창문들로는 빛이 한 점도 들어올 수 없게 되어 있는 것이다.
‘어째서 이런 곳으로 부른 걸까?’
운찬이 막연하게 의아함을 느끼는 순간, 갑자기 ‘쾅!’ 소리와 함께 문이 거칠게 닫혔다.
“잡혔군.”
“……!”
운찬은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닫혀진 대문 앞엔 날카로운 인상의 사내가 서 있었다.
깡마른 외모. 광대뼈가 툭 튀어나온 것처럼 보일 만큼 살이 없는 사내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왜소하진 않다. 길쭉한 팔다리엔 탄탄하면서 민첩해 보이는 근육들이 붙어 있었고, 키나 골격 또한 운찬보다 한 뼘은 클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순간에 그 무엇보다도 운찬을 압도한 것은 그 사내의 인상이다.
당장이라도 운찬의 목을 이빨로 물어뜯을 것만 같은 사나움.
얇은 입술, 걍팍한 볼, 움푹 꺼진 눈두덩이 사이로 당장이라도 피가 뚝뚝 떨어질 것처럼 잔혹하고 냉정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으으…….”
운찬은 눈앞의 사내가 무서웠다. 본능적인 두려움이라고 해도 좋다.
철우에게 죽음의 위기를 맞았을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오금이 저릴 만큼 무서웠다.
“강운찬. 얼마 전 요리 경연에서 우승하고, 황실의 무슨 대숙수에게 인정을 받아서 유명하다던데. 그래도 이런 곳에 주인 잃은 강아지처럼 쫄랑거리며 따라온 걸 보면, 나이는 못 속이는 모양이야.”
저벅. 저벅.
몸이 말라서 더욱 길어 보이는 다리로 성큼성큼 다가오는데, 깜깜하게 느껴질 만큼 어두운데도 불구하고 그 사내의 얼굴은 선명하게 보였다.
사내는 굳어 있는 운찬으로부터 두 걸음 앞까지 다가오더니 ‘짝!’하고 박수를 쳤다.
“불 켜.”
누구한테 하는지 모를 명령.
하지만 그 말과 동시에 사방에서 등불에 불이 붙었다.
“헙……!”
운찬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건장하고 험상궂은 사내들 열 명이 사방을 둘러싸고 있었다.
몇 명은 방만하게 앞섶을 풀어헤치고 벽에 등을 기대고 있었고, 몇몇은 횃불을 든 채 석상처럼 서 있었는데, 하나같이 몸에 살벌한 흉터들을 새기고 있었다.
그 상황에서 위험을 느끼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하다.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고개를 돌린 운찬의 눈에, 파락호들의 중간쯤에 밧줄에 묶여 포박당한 여인의 모습이 보였다.
너무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수수하지도 않은 고급스러운 비단옷. 상당히 초췌해져 있지만, 그래도 본래의 미모를 잃지 않은 중년의 여인이었다.
그녀가 청월루에서 납치되었다는 침모 홍매라는 것은 보자마자 알 수 있었다.
“아…….”
운찬은 얼어붙었던 머릿속이 조금씩 되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홍매라는 여인.
다행히 험한 꼴은 당하지 않은 듯 보인다.
이대로라면 약속대로 운찬이 왔으니 풀어 줄 수 있을 터. 그 생각이 드는 것과 동시에 운찬은 자신이 이곳까지 오게 된 가장 큰 원인을 생각해 냈다.
“소매……! 소매!”
소교.
그가 사랑하는 여인.
이런 위기 상황에서 가장 먼저 그녀를 떠올리지 못하다니. 돌이킬 수 없는 큰 실책이다.
혹시 파락호들한테 잡히기라도 했을까 걱정하며 황급히 주변을 살피는데, 그가 가장 공포를 느꼈던 장신의 사내와 정면으로 마주 보고 있는 소교를 발견했다.
“소매……?”
운찬의 눈에 보이는 것은 소교의 뒷모습뿐이었다.
아담한 키. 양쪽에서 동그랗게 말아서 묶어 둔 귀여운 머리 모양.
그녀가 마치 운찬의 앞을 막아서듯 장신의 사내 앞에 서 있었다.
사내와 운찬 사이에 그녀가 서 있는 셈이다.
‘안 돼……!’
저런 위험한 사내의 앞에 소교를 무방비로 내버려 둘 수는 없다.
운찬이 위험하다고 말하며 소교를 뒤로 끌어내기 위해 손을 뻗는데, 그 손이 소교의 어깨에 닿기 직전, 소교의 낭랑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장 대인, 약속은 지켰어요.”
‘약속……?’
소교의 어깨를 잡으려던 손이 뜨거운 불에 닿은 것처럼 움찔 뒤로 물러났다.
들려온 목소리가 지금껏 운찬이 알아 온 소교의 것과는 너무나 달랐던 것이다.
일단 분위기부터가 달랐다.
순수하고 쾌활했던 소교가 아니라, 무감각하고 무감정한, 그리고 너무나도 차가운 분위기를 풍기는 것이다.
운찬은 본능적으로 뭔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는 몰랐지만, 온몸으로 느껴지는 위화감에 더 이상 평소 때처럼 소교의 이름을 부를 수가 없었다.
“그래, 확인했다.”
장 대인이라 불린 자는 얇은 입술을 살짝 끌어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쪽의 약속도 지켜 주실 거라 믿어도 되나요?”
“물론이다. 예상보다 쓸모가 있었어.”
“앞으로도 쓸모가 있을 거예요.”
“훗, 그건 좀 더 지켜봐야겠지.”
둘 사이의 대화를 들으며, 운찬은 폐부가 칼에 찔린 것처럼 아파 오는 것을 느꼈다.
‘설마, 설마…….’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되뇐다.
아닐 거라고, 절대로 그럴 리가 없다고.
그런데 그렇게 생각하면 할 수록, 머릿속의 이성은 소교가 이 모든 일의 원인이라는 괴로운 진실을 알려 주고 있었다.
지난 세월 청월루에서부터 보아 온 소교는 모든 것이 거짓이었고, 지금의 이 일도 모든 게 소교의 계략이었다는 걸 그냥 인식할 수 있었다.
‘안 돼. 그래선 안 돼……!’
어느새 운찬의 눈가에서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는 인정할 수 없었다. 그동안 두 사람이 함께했던 즐거운 기억들이 이렇게나 선명한데, 평생을 함께하기로 언약했던 것이 방금 전에 있었던 일처럼 생생한데, 그게…… 모두 거짓이었다니.
“소매……!”
떨리는 목소리로 이름을 부른다.
운찬은 거기서 용기를 내어 소교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 순간, 따끔한 감각과 함께 운찬의 손이 옆으로 쳐 내졌다.
“짜증나게. 어디에 손을 대?”
운찬의 심장이 ‘쿵―’하고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