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풍운객잔-83화 (67/686)

第八十章 ― 남궁개천(南宮開天)

“……무회.”

가주 남궁무원은 침통한 얼굴이었다.

그의 검이 남궁무회의 심장을 관통했다.

싸움이 절정에 이를 무렵, 어째선지 남궁무회는 갑자기 검을 축 늘어뜨려 버렸고, 남궁무원은 검을 수습할 겨를도 없이 남궁무회의 가슴에 검을 찔러 넣고 만 것이다.

“어째서…… 그랬나?”

“어차피…… 백 초 정도 더 했어도 내가 졌을 것…… 쿨럭―! 쿨럭―!”

남궁무회는 피가 섞인 기침을 토했지만, 그 얼굴에서 분노나 원망은 보이지 않았다.

남궁무회의 말은 사실이었다. 싸움은 가주 남궁무원이 미세하게 우세했고, 상대의 약점을 속속들이 알고 있는 듯한 제왕검형의 검세는 백 초 무렵이 지날 즈음엔 섬전십삼검뢰의 효용을 모조리 제압할 예정이었다.

잠시간 침묵 속에서 서로의 눈이 마주쳤다.

남궁무원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후계자를 정하는 과정에서 비무를 했을 때, 난 자네에게 처참하게 패배했지. 그건 내 가슴에 큰 상처로 남았네. 무가의 후계자로서 무공이 약하다는 건 큰 짐이자 치욕이니까. 나는 겉으론 태연한 척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볼 수 없는 곳에서 지금껏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검을 수련해 왔네. 자네의 비무는 변장을 하고서라도 모두 지켜봤지. 그건 다 자네를 넘어서기 위해서였어.”

지금껏 드러나지 않은 가주의 무공이 강했던 것엔 그런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젊었을 적.

아니, 어렸을 적이라고 표현해야 맞을 시절에 벌어진 사건은 평생 가슴에 남아 버렸다.

대범한 척했지만 무가의 후계자로서 무공이 약한 것이 마음에 걸리지 않을 리가 없을 터. 지금 초절정의 경지에 오른 그의 무위는 그렇게 완성되었다.

오로지 남궁무회를 꺾기 위해.

그의 습관, 그의 검술을 모두 파악하고, 가상으로 매일같이 대련하며 최후의 승부를 항상 대비해 왔던 것이다.

“그랬…… 던가……. 대범…… 한 척하더니…… 쿨럭! 쿨럭!”

남궁무회는 피를 토하면서도 웃고 있었다.

그는 정반대로 가주에게 인품과 인망에 관해 질투를 해 왔다. 후계자의 자리에서 탈락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자격지심을 가지고, 그렇게 자격지심을 갖는 자신에게 더더욱 실망을 하고, 결국 그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큰 패륜까지 저지른…….

그런 것이 모두 그의 착각이었던 것이다.

자격지심은 그 혼자만이 가진 것이 아니었다.

두 사람이 서로 가진 생각.

서로가 서로를 부러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마지막…… 부탁…….”

남궁무회의 눈은 이미 초점이 흐려져 있었다.

“말해라, 무회.”

“혁은…… 혁…… 은…….”

말을 이어 가려 했으나, 너무나 빨리 꺼져 가는 생기 때문에 그는 말을 잇지 못했다.

하지만 남궁무원은 그의 뜻을 다 알아듣고 약속을 하듯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혁은 내 자식일세. 이 세가에서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어.”

“고맙…… 그리고 미안…….”

스윽.

고개를 떨구는 남궁무회.

남궁세가 최고의 무인이었으며 세가의 대소사를 암중에서 모두 처리하던 실세가 숨을 거둔 것이다. 비록 가문을 뒤집어놓고, 드러나지 않게 패륜을 저지른 문제의 인물이었으나 그의 죽음은 세가의 일원이라면 누구에게나 숙연함을 주었다.

세가에서 남궁무회의 비중은 그 정도로 컸던 것이다.

“오오오오―!”

한참이나 남궁무회의 시신을 바라보고 있던 남궁무원은 함성이 들려오는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중전과 내전으로 이어지는 통로.

사마가와 위지가의 병력 삼백 명이 모여 있던 그곳엔 모두가 피를 뿌리며 쓰러져 있었다.

놀라운 일이다.

위지가와 사마가의 무인 삼백이면 웬만한 중소 문파는 하룻밤 새에 잿더미로 만들 수 있는 병력이거늘.

그런 자들을 불과 이각 만에 모조리 휩쓸어 버린 적룡기마대의 힘은 남궁무원에게 미묘한 공포심마저 가져다주었다.

‘너무 강하다.’

지나치다…… 라고 생각하면 그것은 잘못된 것일까?

남궁무원은 착잡하게 가라앉은 시선으로 백오십 기마병을 이끈 채 묵묵히 말 위에 앉아 있는 장기린을 응시했다.

비록 이번엔 아군이라서 다행이었으나, 지나치게 강한 힘을 지닌 집단의 출현은 무가로서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는 일인 것이다.

무공이면 무공, 경험이면 경험.

게다가 가족과 같은 강한 유대 관계와 철저한 상명하복의 모습까지.

어느 것 하나 전투 집단으로서 부족함이 없었다.

대남궁세가의 가주로서도 그것이 감당할 수 없다고 느껴지는 바에야 더 말해야 무얼 할까.

‘강한 힘에는 큰 책임이 따르는 법. 이런 자들이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최근에 남경에서 벌어진 일이나 흑도나 사파들이 하나로 밀집되고 있다는 소식도…… 아마 이자들이 나타난 이유일 테지.’

남궁무원은 뇌공대주 유자항으로부터 들었던 도저히 믿을 수 없는 보고를 머릿속에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장기린이라는 자…… 저도 아직 믿기지가 않지만, 무림십대고수인 맹호도 방극을 삼 초식 만에 꺾었습니다. 맹호도가 방심했을 가능성도 있긴 하지만, 그래도 맹호도를 꺾었다는 점에서 최소한 십대고수의 수위, 또는 무림오존의 수준에 올랐다고 봐야 할 듯합니다.”

남궁무원은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

‘맹호도가 방심? 그럴 리가 없지. 십대고수의 수준에 오르면 방심을 할래도 할 수가 없다. 위기가 닥치면 육신에 융통무애하게 흐르는 진기가 스스로 반응을 하는 게 십대고수의 수준이야. 맹호도가 삼 초식 만에 졌다면…… 그건 질 만하니까 진 것일 테지.’

남궁무원 본인이 십대고수의 수준에 올랐기에 잘 알 수 있었다.

장기린은 분명 맹호도보다 강하다.

무림오존의 수준이라고 봐도 무리가 없을 터.

‘나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이것도 하늘의 안배이겠지. 그가 정도(正道)에 어긋나지 않는 자이기만을 기원하는 수밖에.’

남궁무원은 그런 생각을 마음에 품으며 장기린과 적룡기마대의 모습을 두 눈에 담았다.

한편, 장내는 거의 정리가 되어 가고 있었다.

사마가와 위지가는 전원이 작지 않은 부상을 입었지만, 사망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렇게나 치열한 전투였음에도 죽은 자가 없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적룡기마대는 장기린의 명령을 정확하게 수행한 것이었다.

창천이대와 창천삼대도 남궁무회가 쓰러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모두가 제압당했다. 사망자는 육십여 명. 독각풍권과 세류검이 나타난 뒤에는 일방적으로 싸움이 전개되었기에 사망자가 나오지 않았으나, 그전까지는 비슷한 수준의 무인들끼리 치열한 싸움이 벌어졌기에 사망자가 많이 생긴 것이다.

뼈아픈 손해였으나 그것을 안타깝다고 여기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본래 무가(武家)에서 반란에 연루되면 무조건 죽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자신은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윗사람이 시켜서 한 일이라도 마찬가지. 모두 죽는 게 당연한데 그나마 이번 싸움에선 많이 살아남았다고 봐야 하는 것이다.

창천대주인 임무생이 사로잡힌 무인들을 어떻게 할지 묻자 가주는 그 결정 역시 후계자인 남궁휴에게 일임했고, 남궁휴는 별 망설임 없이 그들을 모두 살려 주겠다고 선언했다.

이미 피를 흘릴 만큼 흘렸으니, 더 이상 불필요한 희생은 없어야 한다는 것이 이유.

하지만 사마가와 위지가의 가주들에게는 사정이 달랐다.

“자결하십시오.”

단호하면서도 냉정한 남궁휴의 목소리에 놀란 것은 장기린뿐만이 아니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모두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창천대주 임무생, 뇌공대주 유자항.

단가의 가주 단욱. 정가의 가주.

독각풍권, 세류검, 그리고 가주이자 아버지인 남궁무원까지.

남궁세가의 중요한 가신들은 모두가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시선으로 남궁휴를 응시하고 있었다.

설마 별 볼일 없는 무인들마저 다 살려 줄 만큼 인정이 많은 남궁휴가 남궁세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인 위지광과 사마현에게 자결하라 명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명령에 따라야만 했던 무사들은 대부분 이번 일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모를 것이지만, 당신들은 다릅니다. 명백히 모든 상황을 정확하게 알고 있으면서도 가주에게 반기를 들어 가문의 이익을 챙기려고 했으니 그 대가를 받아야 합니다.”

남궁휴의 단호한 태도에 위지광과 사마현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소, 소가주, 난 단지 남궁세가를 강하게 하기 위해…….”

“그, 그렇소! 우린 그저 남궁세가가 좀 더 강해지길 원했을 뿐으로……!”

“우리가 잘못 생각했소. 가주가 그렇게나 무공이 강하고, 소가주가 능력이 있을 줄이야……”

“그렇소. 우리가 잘못했소. 앞으로 다신 이런 일이 없을 터이니 부디 눈감아…….”

남궁휴는 손을 들어 그들의 말문을 막았다.

“세가를 강하게 하기 위해서는 가주를 마음대로 평가하고, 바꾸고, 반기를 들어도 된다? 그건 누가 정했습니까? 속오가에 그런 권한이 있었습니까?”

“그, 그건 아니지만…….”

“잘 들으십시오. 본래 세가에 반역을 일으킨 무리는 훗날의 원한을 생각해서라도 관계된 혈족을 모조리 멸하여 후환을 없애는 게 당연합니다. 저는 지금 이 순간에도 위지가와 사마가를 아예 지워 버리는 것이 좋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위지광과 사마현의 눈빛이 그 이상 흔들릴 수 없을 만큼 격하게 흔들렸다.

위지가와 사마가에 관계된 혈족들이 몇이던가.

자잘한 무인들을 빼고, 중요한 가족들만 꼽아도 최소한 오륙백의 인원이 넘는다.

그 많은 인원을 모조리 죽여 버리겠다는 소리를 서슴지 않고 하면서도 남궁휴의 표정에선 변화가 전혀 없었다.

위지광과 사마현은 그제야 물러설 곳이 없는 공포를, 그리고 나머지 가신들은 놀랍고도 감탄스러운 전율을 느꼈다.

‘패왕이다, 패왕의 자질이야.’

‘인자할 때는 한없이 인자하지만, 한 번 칼을 들면 추상과도 같은 위엄을 보인다. 암, 그래야지. 무가의 가주가 되려면 당연히 그런 면도 있어야지.’

제각각 고개를 주억거리기도 하고, 탄성을 터뜨리기도 하면서 남궁휴의 자질에 감탄하였다.

남궁무원은 대협이지만, 사람으로서 너무 그릇이 크고 무른 면이 있었기에 오늘과 같은 반란이 일어났다.

하지만 남궁휴는 달랐다.

무가의 주인으로서 결단을 내릴 때는 칼처럼 단호하니, 신하된 입장으로선 도리어 따를 만하겠다는 믿음이 생기는 것이다.

“소, 소가주, 사마가를 지운다니, 설마 진심은 아니시겠지요……?”

사마현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진심입니다. 반역을 꾀한 가문에 대한 본보기를 보여야 할지 저는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소가주……!”

“현 가주님을 우습게 보았겠지요. 하지만 앞으로는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남궁휴의 목소리에선 얼음장처럼 차가운 결단력이 느껴지고 있었다.

사마현은 그들이 가볍게 한 선택이 정말로 잘못된 것이었으며, 그 선택의 대가는 그의 상상보다 훨씬 크고 잔혹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소가주……! 그래선 안 됩니다. 가문만은…… 가문만은 존속케 해 주십시오. 남궁가의 아량을 보여 주십시오……!”

“사마가주!”

털썩, 무릎을 꿇고 애원하는 사마현을 보며 옆에 있던 위지광이 경악하여 소리를 질렀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양반이 이 무슨 추태란 말인가. 무인이면 무인답게, 끝까지 자존심만은 지켜야 하거늘.

“소가주, 부디 아량을 베풀어 주시오……!”

위지광의 질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마현은 오체투지의 예를 풀지 않았다.

“일어나십시오, 사마가주.”

“소가주, 제발……!”

“이런 사과로 오늘의 일이 없던 걸로 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자결하십시오. 그렇다면 오늘 있던 일에서 사마가의 죄는 사라질 것입니다.”

남궁휴는 냉정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로서도 쉽지 않은 결정이지만,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만 했다. 앞으로 발생할 쓸데없는 희생을 없애기 위해서라도 반역에 관련된 일만큼은 추호도 안일하게 처리해선 안 되는 것이다.

마침내 다른 선택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사마현은 고개를 숙인 채 몸을 부르르 떨었다.

“소가주, 그렇게 하면 사마가는…… 이전처럼 존속될 수 있는 것이오?”

“이전과 똑같지는 못할 것입니다. 앞으로 사마가는 사병을 가질 수 없을 것이며, 관리할 수 있는 남궁세가의 재력에도 한계를 둘 것입니다. 다만, 그 이름과 혈족의 명맥만큼은…… 더 이상의 반란이 없는 한, 제 목숨을 걸고 남궁세가의 이름과 함께 존속할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남궁휴는 비록 냉정한 어조였으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심을 담아 대답하고 있었다.

사마현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허탈한 한숨을 내쉬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내가 어리석은 선택을 하여 사마가를 패망시켰구나! 앞으로 내 이름은 사마가의 역사에 있어 실패와 수치스러움의 대명사로서 거론될 터!”

사마현은 한탄스럽게 외친 뒤, 씁쓸한 얼굴로 가주 남궁무원을 바라봤다.

“가주, 미안하였소. 그리고 훌륭한 후계자를 두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하오.”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소, 사마가주.”

남궁무원은 사마현의 과오를 언급하지 않았다.

사마현은 가주에게 사죄의 뜻으로 깊이 예를 표한 뒤, 맑디맑은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고…… 그 뒤, 아직 근처에 생존해 있는 사마가의 무인들에게 외쳤다.

“사마가의 무인들은 들으라! 앞으로 남궁세가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해질 것이며, 사마가가 가진 이재(利材)와 지력(智力)은 남궁세가의 안에서만 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지난날의 과오는 나의 목숨으로 갚을 것이니…… 사마가의 사람이라면 앞으로 어떤 시련이 와도 남궁가주와 소가주의 뜻에 복종하고 함께 어려움을 헤쳐나가도록 하라!”

부상을 당한 몸을 추스르고 있던 무인들과 사마가의 가신들이 사마현의 결연한 목소리를 듣고 침통하게 외쳤다.

“가주!”

“안 됩니다! 가주께서 살아 계셔야 합니다!”

사마현은 큰 소리로 웃었다.

“나 사마현, 비록 평생 씻지 못할 과오를 저질렀으나, 남궁세가의 밝은 앞날을 보았으니 그 어느 때보다 기쁘다. 그리고 내 한 목숨으로 앞으로 세가의 기강을 위해 반란의 본보기를 보일 수 있으니 더욱 기쁘구나!”

“가주―!”

사마현은 기분 좋게 웃으며 무릎을 꿇고 스스로의 천령개(天靈蓋)를 내려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사마현의 눈에서 빠른 속도로 생기가 사라졌다.

그는 죽는 그 순간까지 입가에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반역자의 최후라기엔 너무나 장렬하고 정대한 죽음이었다.

“이, 이런 바보 같은……!”

모두가 사마현의 죽음에 숙연해 있는 사이, 아연실색하여 당황하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위지광.

위지가의 젊은 가주였다.

‘죽으란다고 진짜 죽다니. 그럴 거면 반란에까지 가담한 의미가 뭔가!’

위지광은 이곳에서 허무하게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가문?

가문도 자신이 살아야 있는 것이다. 본인이 죽고 나면 그깟 가문이 다 무슨 소용이냔 말이다.

위지광은 살길을 찾아 눈을 번뜩이기 시작했다. 어떻게든 도망칠 방도를 찾으려 했지만, 주변엔 창천대에 뇌공대까지, 강한 무인들이 너무 많아서 도망칠 틈이 없었다.

‘인질! 그래, 인질이다!’

그 순간, 그의 머릿속을 스친 생각은 그야말로 묘안이었다.

이곳엔 인질로 삼을 만큼 중요한 사람이 딱 한 사람 있지 않은가.

소가주 남궁휴.

지금으로선 남궁세가의 사람이라면 도저히 손을 댈 수 없는 최중요 인물이다. 게다가 큰 부상을 입고 혼자서는 똑바로 서 있지도 못하는 상태이니 사로잡기도 쉬울 터였다.

“차아앗―!”

그는 떠오른 생각을 곧바로 행동으로 옮겼다.

펄쩍 뛰어오른 몸.

단번에 남궁휴와의 거리를 좁히며 얌전히 늘어뜨리고 있던 검을 휘둘러 고혼일검을 전개했다. 언제 어느 때고 검을 전개할 수 있는 육신이야말로 절정고수의 위엄인 것이다.

쉬이익―!

한데, 지금쯤 당황해야 마땅한 남궁휴는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표정으로 가만히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미처 머릿속으로 이상함을 느끼기도 전에 위지광의 등과 어깨에서 따끔한 감각과 함께 오싹한 소름이 치달아 올랐다.

“커허……?”

푹― 하고 뒤쪽에서 어깨를 뚫고 검끝이 튀어나왔다.

좌측 옆구리를 뚫고 들어온 검이 오른쪽 옆구리로 관통해 튀어 나가기도 했다.

위지광의 사지가 급살을 맞은 것처럼 펄떡펄떡 경련을 일으켰다.

“소가주의 말이 맞았군.”

“절대로 자결하지 않고 반격을 할 거라더니…… 실망이오, 위지가주.”

위지광은 입으로 울컥 피를 토해 내며 자신을 검으로 찌른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임…… 무생…… 유…… 자항……!”

창천대주와 뇌공대주.

정상적으로 맞붙어도 승부를 장담할 수 없는 두 사람에게 암습을 당했으니 이렇게 일방적으로 당할 수밖에.

“위지가주.”

한편, 남궁휴는 억울하다는 듯이 그를 노려보는 위지광에게로 성큼성큼 다가가 찬란한 푸른빛을 뽐내는 벽해검을 들어 올렸다.

“아…… 아……?”

위지광의 눈에서 억울함이 사라지고, 서서히 공포가 차올랐다.

검을 쳐든 남궁휴의 눈에서 담담한 살기를 느낀 것이다.

“반역 행위를 한 위지광! 가주의 권한을 이어받은 남궁세가의 소가주로서, 너의 죄를 이 자리에서 벌한다!”

“아, 안 돼! 이럴 수는……! 크악……!”

촤아악―!

흠잡을 것 없이 깔끔한 동작 끝에 위지광의 목이 잘려 위로 떠올랐다.

창천대주에게 어깨가 꿰뚫리고, 뇌공대주에게 옆구리가 관통당한 채로 세가의 소가주에게 목이 베였다.

너무나 처참한 죽음.

더군다나 웃으며 죽음을 맞이한 사마현과 비교가 되기에 더더욱 볼품없는 최후였다.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모두 들으십시오!”

남궁휴는 검에 묻은 피를 털어 내고는 웃으며 죽은 사마현의 시신과 처참한 모습으로 목이 베인 위지광의 시신을 앞에 둔 채 큰 소리로 외쳤다.

“오늘 남궁세가는 너무나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더 이상의 싸움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될 것이며, 만약 분란을 조장하는 자가 있다면 남궁세가의 후계자로서 이 남궁휴가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대세가의 후계자로서 너무나 잘 어울리는 당당한 모습.

아직 나이가 어림에도 수백 군웅들을 통솔할 수 있는 위엄과 기백이 남궁휴에게는 있었다. 그 자리에 모여 있던 모두가 숨을 죽인 채 남궁휴에게 주목했다.

“위지가의 사람들에게 묻겠습니다. 아직도 위지광의 뜻을 따르는 자가 있습니까? 남궁세가에 칼을 겨누고 스스로 자존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까?”

“…….”

“위지가의 총관인 위지신, 대표로 대답하십시오.”

위지신은 위지광의 동생으로, 뛰어난 능력과 달리 소심하고 유약한 성품 때문에 위지광에게 눌려 살아오던 인물이었다.

위지신은 평소의 창백하던 얼굴이 더더욱 하얗게 굳어지더니, 잠시 후 앞으로 걸어 나와 털썩 무릎을 꿇었다.

“절대 아닙니다, 소가주! 위지가는 남궁세가가 없이 자존을 꿈꾸지 않으며, 이번 일에 대한 어떠한 악감정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위지신은 대세를 보고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아는 인물이었다. 이번 일도 위지광의 위세에 눌려 억지로 따랐을 뿐, 진심으로 따른 것은 아니었다.

“위지가는 이번 일에 대한 대가로 가지고 있던 많은 것을 버려야 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악감정을 가지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저지른 과오에 대한 대가일 뿐입니다. 위지가는 절대로 다른 마음을 품지 않을 것입니다.”

“약속할 수 있습니까?”

“그게…….”

“나는 지금 위지가의 차기 가주가 될 위지신에게 묻고 있는 것입니다. 당신의 이름을 걸고 남궁세가에 대한 영원한 우호의 맹세를 할 수 있겠습니까?”

모두의 안색이 변했다.

지금 남궁휴가 한 말의 의미는 가볍지 않았다.

위지가의 혈족 중에 위지광을 제외하면, 가주가 될 만한 사람은 위지신뿐이다.

하지만 그런 객관적인 사실과 남궁휴가 직접 위지가의 차기 가주로서 위지신을 언급한 것과는 다른 문제였다.

남궁세가의 후계자가 직접 언급했으니 앞으로 위지가의 차기 가주는 위지신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다른 사람이 가주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남궁휴의 발언을 무시한다는 뜻이 될 테니…….

이제 남궁세가는 위지가의 가주 승계권이나 내정에도 간섭할 수도 있다는 간접적인 의사표현이었던 것이다.

‘과연……!’

‘대공자의 자질이 대단하구나. 그게 위지가와 사마가가 감수해야 할 이번 일의 대가인가!’

자리에 모여 있던 세가의 가신들이 무언의 감탄과 전율을 느끼는 가운데, 위지신의 진중하고 결연한 대답이 낭랑하게 울려 퍼졌다.

“예, 저 위지신의 이름을 걸고 위지가는 남궁가에 영원히 우호적으로 남아 그 뜻을 따를 것을 맹세합니다.”

말은 우호적이지만, 오체투지의 자세와 함께하는 그 맹세는 주종의 예에 가까웠다.

남궁휴는 정중한 포권으로 위지신의 예를 받아들였다.

“좋습니다. 저 남궁휴는 위지가의 호의와 맹세를 받아들였습니다.”

세가 내의 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총관 남궁무회가 일으킨 반란은 그렇게 마무리되고 있었다.

“안 돼에에―!”

그때, 찢어지는 듯한 비명 소리와 함께 이번 반란의 마지막 남은 핵심 인물이 달려왔다.

붉은 비단옷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여인.

중년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고 아름다운 그녀는, 세가의 안주인인 이화 부인이었다.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달려와 어느새 잊혀진 채 장내의 한구석에 널브러져 있던 이중혁을 끌어안았다. 이어 분노와 혼란이 뒤섞인 그녀의 시선이 심장이 꿰뚫린 채 쓰러진 남궁무회의 시선으로 향했다.

“아……! 아아……! 아악……!”

그녀는 반쯤 정신을 놓은 듯한 모습으로 소리를 질렀다.

“어째서……! 어째서……!”

그녀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연신 중얼거리더니, 이내 원망이 가득 담긴 표독스러운 눈빛으로 가주인 남궁무원을 노려봤다.

“어떻게 자신의 친동생을 죽일 수가 있나요! 위선자! 대협이란 이름을 가지고 있으면서! 어떻게…… 어떻게!!”

마치 원수를 대하듯 처절한 절규.

그 모습은 지금의 그녀가 절대로 취해선 안 되는 태도였으나 그녀에겐 이미 그런 것을 생각할 이성이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였다.

그 자리에 있던 가신들 중 어느 정도 세상 경험이 있는 자들은 그런 이화 부인의 모습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가주의 부인이, 가주의 동생이 죽은 것에 대해 절규하고 화를 낸다.

너무나도 이상한 광경이다.

게다가 그 동생이 반역을 일으키고 남편인 가주를 죽이려 했음에도…… 오히려 가주를 걱정하긴커녕, 반역이 성공하지 못한 것이 한스럽다는 태도.

가신들은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다 내 탓이구려.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이자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거늘, 명색이 대협이란 소리를 듣고 있으면서 가정 하나 다스리질 못했으니 부끄러울 따름이오.”

남궁무원은 이화 부인에게 하는 말인지, 아니면 주변 가신들에게 하는 말인지 모를 한탄을 토해 냈다.

“이화.”

남궁무원은 이화 부인에게 다가가 그녀를 불렀다.

평소에 부르던 ‘부인’이란 칭호는 사용하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이 밝혀졌소.”

“……뭐가 말이죠?”

“이십 년 전부터 무회가 저질러 온 잘못, 그리고 세가의 반역을 돕기 위해 이씨세가가 원군을 보냈다는 것 말이오.”

“……!”

이화는 그제야 정신을 조금 차린 듯 당황하여 얼굴이 굳어졌다.

“그, 그건…….”

“더 이상 말하지 마시오. 나는 소가주가 조금 전에 말했듯, 더 이상의 피는 보고 싶지 않소.”

남궁무원은 그 말을 하며 옆에 무표정하게 서 있는 남궁휴에게 한 번 시선을 주었다.

“소가주라니……! 그게 무슨……!”

이화는 다시 눈을 표독스럽게 뜨며 소리쳤다.

“가주! 어찌 저런 첩실 소생을……! 평생 방탕하게 나돌던 근본도 없는 저런 것을 소가주로 삼겠다니……!”

“휴를 함부로 대하지 마시오. 아무리 허물이 있다 한들 반란에 동조한 어미의 자식만 할까.”

“……!”

이화는 기가 막힌다는 듯 입만 뻐끔거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 뒤 남궁무원은 다른 사람은 듣지 못하도록 조용히 전음을 보냈고, 이화의 안색은 하얗게 질렸다가 분노에 휩싸였다가 다시 창백하게 변하는 것을 반복했다.

“지금 당장 떠나시오. 그게 혁이를 위하는 길이오.”

“으…… 으으……!”

“돌아가서 ‘교’에도 전하시오. 이번엔 당신과의 그동안의 정으로 그냥 넘어가지만, 추후에 이런 시도가 있을 시엔, 그때는 남궁세가의 이름을 걸고 절대로 사태를 좌시하지 않겠소.”

이화는 창백한 얼굴로 입을 꾹 다물더니, 시비 몇을 불러 이중혁을 데리고 가도록 했다.

“당신……!”

이화는 뭐라 하고 싶은 말이 많은 듯했으나, 그저 한참 동안 남궁무원을 노려보았을 뿐, 결국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등을 돌렸다.

이화는 이중혁과 함께 이씨세가로 돌아갈 것이다.

이걸로 반란은…… 정말로 마무리되었다.

“그래도 이십 년이나 부인으로 지냈던 여인이다. 살려 주고 싶구나. 혹시 할 말이 있느냐?”

“……아뇨. 없습니다, 아버님.”

남궁휴는 그저 고개를 저으며 남궁무원의 의견에 동조했다.

“다만, 전음으로 뭐라고 하셨는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혁이의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조용히 떠나면 혁이는 남궁세가의 자식으로 키우겠다고 했지.”

“……혁이에게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아도 될까요?”

“어차피 남궁가의 피를 이었다. 가르쳐 줄 것도, 가르쳐 준다고 해서 달라질 것도 없지 않겠느냐.”

남궁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모든 응어리가 풀린 것은 아니지만, 이제 앞으로는 그런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일만 남은 것이다.

어느새 서서히 저물어 가는 해.

다사다난했던 남궁세가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 ☆ ☆

반란 사건이 일어나고 며칠 후, 이제 막 해가 뜨려는 새벽녘에 남궁세가의 입구에선 일단의 무리가 밖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백오십가량의 기마와 사람.

적룡기마대와 장기린이다.

어쩌다 보니 남궁세가의 내사에 끼어들긴 했지만, 사마가와 위지가의 무인들을 상하게 한 자들이 세가 내에 남아 있는 것은 여러모로 좋지 않았기에 이제 그만 떠나기로 결정한 것이다.

남궁세가의 사람들은 장기린과 적룡기마대를 적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호의적으로 대하기는 애매한, 그런 어색한 태도를 보이며 불편해하고 있었다.

남궁가의 시비나 하인들은 적룡기마대의 자유롭고 방만한 모습을 보며 함부로 다가오지 못했고, 가신들은 그들을 대하기가 불편하니 못 본 척하고 멀찍이 돌아가기가 일쑤였다.

물론 딱히 그들을 박대하는 것도 아니요, 남궁세가가 지금 체제를 개편하기 위해 많이 어수선했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어찌 되었든 장기린에겐 불편한 분위기 속에서 억지로 참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출발을 해야 할 시간.

장기린은 배웅을 나온 남궁휴와 강운찬의 정중하고도 미안한 인사를 받았다.

“객주님, 저희 가문의 일을 도와주신 것,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장기린은 손을 내저었다.

“가족끼린 그런 인사를 하는 게 아냐.”

“예. 하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말씀드리고 싶어서…….”

“그보다 가문은? 이제 다 정리가 된 거야?”

“이제 대충 정리가 된 것 같습니다. 위지가와 사마가도 안정을 되찾았고, 후처리를 하던 가신들도 업무로 돌아갔으니 세가의 일도 정상 궤도에 오를 겁니다.”

장기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다행이군.”

“다만…… 이씨세가와의 일이 남아 있는데다, 이번 일로 가문의 힘이 많이 약해져서 아직 제가 할 일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가문에 남아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계속 남아 있어도 돼. 후계자면 할 일도 많을 텐데.”

“아뇨, 아닙니다. 어차피 후계자로의 승계가 끝나면 무림행을 하는 게 관례입니다. 그리고 풍운객잔을 재건하자고 하는 일인데 객주님을 도와야지요.”

씩 웃는 남궁휴는 안 본 사이 심적으로도 많이 성장한 듯 보였다.

‘하긴, 내가 변한 만큼 휴도 변했겠지.’

이제 반항적이고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듯 소심했던 열화남은 없다.

자기에게 주어진 책임을 다하니 당당하다.

스스로의 능력을 믿으니 가슴을 펼 수 있다.

남궁휴는 비로소 한 사람의 사내가 된 것이다.

‘운찬도…….’

장기린은 미안하고 쑥스러운지 계속해서 쭈뼛거리고 있는 운찬을 보며 씩 웃었다.

“저기, 형님…… 사부님께도 아직 말씀을 못 드렸고…… 배우던 것도 조금 남았고…… 저도 조금만 더 여기에 있다가 가도 될까요? 휴가 갈 때쯤엔 함께 갈게요.”

운찬은 함께 가지 못한다는 게 크게 안타깝고 미안한 듯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아예 안 와도 돼.”

“아니! 아니! 꼭 가겠습니다. 그저 조금만 시간을 주세요.”

“정말로 세가에 남아 있어도 된다니까?”

“아뇨! 꼭 따라가게 해 주세요!”

장기린으로선 진심으로 한 말이었으나, 운찬에겐 그게 큰 형벌처럼 느껴진 모양이었다.

황급히 손을 내젓는 모습이 더없이 절실했다.

장기린은 그런 운찬의 어깨를 다독이듯 두드려 주었다.

“알겠다. 나중에 천천히 오도록 해. 내 계획은 다 들었지?”

“……예.”

“예.”

대답은 두 곳에서 나왔다.

운찬과 휴.

어젯밤, 장기린은 떠나기로 한 것을 알리고 앞으로 그들이 취할 행동을 알려 주면서 남궁세가에서 해 주었으면 하는 몇 가지 일들을 부탁했던 것이다.

남궁휴와 강운찬이 언제든 그들을 찾아올 수 있도록 한 배려였다.

“마침 그곳에는 지금 연이가 나가 있습니다. 세가의 힘이 필요한 일이 생기면 언제든 연이를 통해 말씀해 주십시오. 남궁세가는 그게 어떤 일이 되든 무조건적으로 객주님을 도울 것입니다.”

진지한 목소리로 하는 말.

남궁세가의 후계자로서의 선언이었다.

“무조건이라니, 그럴 수야 있나.”

“아뇨. 진심입니다, 객주님.”

“그런 호의는 되레 내가 불편하다. 그저 해 줄 수 있는 것만 해 주면 돼.”

“……알겠습니다. 그럼 해 드릴 수 있는 것만이라도 꼭 알려 주십시오.”

남궁휴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만 한다는 듯 몇 번이고 당부의 말을 했다.

“휴.”

“예, 객주님.”

“세가가 새롭게 태어난 걸 축하한다.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예, 감사합니다.”

남궁세가에 새로운 하늘이 열렸다.

그리고 그 새로운 하늘은 남궁휴라는 걸출한 후계자를 통해 더욱 넓고 푸르게 변할 것이다.

남궁휴는 격동을 감추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운찬.”

“네, 형님.”

“발전된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하지만 다음엔 네가 만든 소면이 먹고 싶을 것 같은데.”

“그건…… 걱정 마세요. 뒤에 계신 분들까지 몇 백 인분이라도 만들어 드릴 테니까요!”

“그래, 기대하마.”

장기린은 마지막으로 씩, 웃고는 뒤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던 갈색의 말 위로 훌쩍 올라탔다.

인적이 드문 길을 통해 점점 멀어지는 장기린과 적룡기마대.

남궁세가의 대문 앞에서 그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던 두 사람은 한참이나 그 자리를 떠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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