第八十九章 ― 군권장악(軍權掌握)
푸화악―!
치솟은 핏물이 하늘을 붉게 물들였다. 강인호는 지금 그가 처한 상황을 믿을 수가 없는 듯 불신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장강…… 수로채?”
장강용왕의 무공, 용왕십삼기.
특히 그중에서 마지막 초식인 해일의 위력과 특징은 이미 전 무림을 위진시킬 만큼 유명했다.
거대한 파도를 만난 듯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과 높은 벽을 올려다보듯 암담함을 느끼게 하는 무력은 그 특징이 너무나 뚜렷해 못 알아볼래야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강인호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추룡을 응시했다. 그로서는 도저히 지금의 상황을 이해할 수가 없다.
“장강수로채에서 왜……?”
툭.
잘려 나간 오른팔이 허공에서 떨어졌다. 추룡이 장강수로채의 무공을 썼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건지, 아니면 자신의 오른팔이 잘렸다는 것에 충격을 받은 건지 여전히 잘려 나간 어깨 부위에서 피가 뿜어지는데도 강인호는 지혈을 할 생각도 하지 못했다.
“씨벌, 이래서 유명한 것도 피곤하다니까.”
그때쯤, 초속의 세계에서 빠져나온 추룡은 피곤이 가득한 얼굴로 짜증스럽게 투덜거렸다.
“야, 잊어. 난 장강수로채에서 나온 게 아니야.”
“그럼……?”
“내가 어디서 왔는지가 뭐가 중요하냐. 멍청한 놈. 삼호방에 원한을 가진 놈들은 산처럼 쌓여 있던만. 내가 소림사에서 왔다고 해도 너는 별반 다를 게 없지 않나?”
추룡의 지적에 강인호의 눈에서 서서히 제대로 된 빛이 돌아왔다.
“크윽……!”
고통은 그다음에 찾아왔다.
한 팔이 잘렸다는 극렬한 고통.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고 오장육부를 마비시키는 듯한 감각에 강인호의 허리가 저절로 굽어졌다.
파파팟!
강인호는 재빨리 손을 움직여 자신의 어깨를 지혈했다.
이미 피가 많이 빠져나가 안색이 허옇게 질려 있었으나, 이젠 처음의 독기가 돌아온 참이다.
“미친 수적 새끼……!”
강인호는 독설을 내뱉었다.
“네가 날 죽일 수 있을 것 같아? 어림없어. 방금 그건 실수에 불과하다!”
“……실수라고?”
“내 뒤엔 삼호방이 있어! 본 방으로 돌아가면 네놈 따위 파리처럼 눌러 죽일 것이다!”
강인호는 바락바락 소리를 질렀다.
추룡의 얼굴에 비웃음이 걸렸다.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역시 넌 아직 덜 자란 애새끼였구만.”
“맘대로 지껄여라! 네놈이 살 수 있는 시간도 얼마 안 남았으니!”
“덜 자란 새끼가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 사내라면 네 스스로 강해져라. 부모니 방파니 이딴 거에 의지하지 말고.”
추룡은 차가운 눈빛으로 쏘아보며 황룡창의 끝을 바닥으로 늘어뜨렸다.
“네가 죽일 땐 좋았지? 덮치고, 강간하고, 때리고, 부수고…… 그런데 세상은 공평한 법이다. 주는 게 있으면 받는 것도 있는 법이거든.”
“큭……!”
“이젠 네가 받을 차례야.”
번뜩이는 칼날.
사납게 쏘아보는 눈빛에 강인호가 시선을 회피했다.
강인호는 처음으로 죽음의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흑도에서 사나운 놈들을 많이 봐 왔지만 추룡처럼 직접 그를 죽이려는 놈은 없었다. 간혹 정파 쪽에서 죽이려는 놈들은 있었어도 지금까진 상대가 다 강인호보다 약했다.
그보다 강하고, 그를 죽이려고 하는 자는 추룡이 처음이었다.
강인호는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연신 뒤를 돌아보았다.
“네 수하들을 찾냐?”
“…….”
“내 동료가 다 막아 뒀을 거다. 헛된 희망은 버리는 게 좋아. 그나저나 개망종도 자기 목숨은 아까운 줄 아는구만. 그러게 평소에 남의 목숨도 좀 아끼지그랬냐?”
추룡은 비웃으며 서서히 강인호를 향해 다가갔다.
강인호가 지금껏 한 짓을 생각해 보면 도저히 동정할 마음이 들지 않았다.
한시라도 빨리 사라지는 게 세상에 이득이 되는 쓰레기가 바로 강인호인 것이다.
“이 거지 같은 새끼……!”
강인호는 왼쪽 주먹만으로라도 싸우겠다는 듯 청람수를 전개해 가슴을 노리고 정권을 휘둘렀다. 큰 상처를 입은 것치고는 상당히 날카로운 공격이다.
쩌엉!
추룡은 가볍게 황룡창을 휘둘러 주먹을 쳐 냈다.
그 순간,
“퉤!”
툭!
“큭?!”
강인호는 추룡의 얼굴을 향해 침을 퉤, 하고 내뱉었다.
추룡이 황급히 황룡창의 칼날로 막아 냈으나, 그 틈에 강인호는 이미 수풀 사이의 샛길을 통해 멀리까지 도망친 뒤였다.
“이 새끼가 드럽게……!”
추룡은 옆에서 따 낸 잎사귀로 칼날을 닦아 내며 눈살을 찌푸렸다.
강인호의 신법은 생각보다 더 뛰어났다.
의외로 마무리를 하는 데 시간이 걸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아, 귀찮게…….”
추룡은 투덜거리면서도 황룡창을 겨드랑이 사이에 끼고 앞으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수풀 사이로 질주하는 두 사람.
강인호의 목숨을 건 마지막 추격전이 시작되고 있었다.
☆ ☆ ☆
“큰형, 산호요.”
“들어와.”
문을 열어젖히며 방 안으로 들어간 강산호는 문간 근처에서 더 들어오지 않고 멈춰 섰다.
방 안에서 가부좌를 틀고 있는 강장호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서다.
강장호는 매일 오시(午時:오전 11시―오후 1시)만 되면 가부좌를 틀고 명상에 잠기는데, 강장호의 말로는 딱히 심공을 수련하는 것은 아니고 마음을 닦으며 머릿속을 비워 내는 일과라고 했다.
하지만 대화를 나눌 수는 있어도 강장호의 몸 근처로는 다가가면 안 된다.
예전에 강산호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쯤 명상에 잠겨 있던 강장호에게로 다가간 적이 있다. 반쯤은 장난기에, 반쯤은 잘난 척만 하는 형을 한 번 놀려 주자는 심보였는데…… 그때 강산호는 살기만으로 죽는다는 게 뭔지 처음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강장호의 살기는 보통이 아니었다.
무공의 재질도 천부적이라 아무리 강산호가 기를 쓰고 수련을 해도 강장호의 등이 보일 만한 위치에서 더 멀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큰형은 점점 괴물이 되어 가는군. 처음엔 위압감이 느껴지는 반경이 고작 반 장도 안 되었는데, 이젠 문간에만 서 있어도 숨이 막힌다.’
문간에서 강장호가 있는 곳까지는 못해도 삼 장은 된다.
강산호는 복잡한 눈빛으로 강장호를 바라봤다.
한도가 없는 것처럼 강해지고 있는 큰형이다.
어릴 적엔 우상이었고, 소년기 때는 질시의 대상이었으며, 지금은 같은 인간으로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큰 벽으로만 느껴졌다.
“무슨 일이냐?”
강장호가 눈을 감은 채 물었다.
“아무래도…… 인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 같소.”
“……인호에게?”
“지금쯤 당연히 도착했을 거라 생각하고 강서성 도독부에 사람을 보냈는데, 거기서 인호는 그곳에 도착한 적이 없었다는 말을 했소.”
처음으로 강장호가 눈을 떴다. 순간, 강산호를 짓누르던 위압감이 더욱 강해졌다.
“지금 ‘그들’은 어디에 있지?”
그들.
강서성주의 저택을 습격하고 투호당을 몰살시킨 의문의 기마병을 말함이다.
“으음, 강서성주의 저택에서 움직이지 않고 있소.”
“확실한가?”
“기마병 백 명과 무공이 강한 두 명, 그리고 철섭선을 든 문사 한 명. 내 직속 산호당을 보내 알아본 바니 확실할 거요. 그들은 분명 강서성주의 저택 안에 머무르고 있소.”
강장호는 강산호의 무뚝뚝한 보고에 상당히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의 좁혀진 미간 사이로 불쾌감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 말인즉, 저택을 친 병력이 그들의 전부가 아니라는 소린데, 처음부터 전력을 감출 생각으로…… 아니, 아예 다른 자들일 수도 있겠지. 어디지? 구파나 무림맹인가? 아니면 관?”
강장호는 혼자만의 생각에 빠져 스스로의 계획을 찬찬히 점검하고 있었다.
강산호는 거기서 불쾌감과 이질감을 느꼈다.
항상 이런 식이었다.
막내 동생이 잘못된 것 같다면 동생에 대해 걱정부터 해야 할 텐데, 강장호는 계획에 대한 점검부터 한다.
삼호방의 참모이자 두뇌가 강장호이고, 그에 대한 부담감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가끔 이렇게 지독하게 냉정한 일면을 볼 때면 소름이 끼쳤다.
‘큰형, 그럴 때 보통 사람은 막내 동생을 먼저 걱정하는 거요. 큰형은 거기부터가 보통 사람이랑 다르외다.’
무공에 대한 열등감.
거기에 정 떨어지는 냉정한 일면까지 보니 최근 들어 파륵삼호끼리의 우애가 점점 사라져 가는 느낌이었다.
“인호의 흔적은? 찾았나?”
“지금 수색대를 보내 놨으니 이각 안에 연락이 올 거요.”
“연락이 오면 바로…… 아니, 아니지.”
강장호는 가부좌를 풀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산호, 그들에 대한 정보는 알아낸 게 있나?”
“아니, 알아내지 못했소. 최근에 남궁세가에서 뭔가 활약을 했다는 것 같긴 한데, 삼호방이 가진 흑도 쪽 정보망만으로는 거기까지가 한계였소.”
“남궁세가? 얼마 전에 반란이 일어났다던?”
“맞소. 뇌전일검 남궁무회가 난을 일으켰고, 창천대협 남궁무원이 진압했던 그 일 말이오.”
강장호는 곧바로 그 당시의 상황을 기억해 냈다.
“분명…… 창천대협이 숨겨 뒀던 힘을 꺼내 반란을 진압했다고 했지.”
“그때의 목격자들은 하나같이 ‘명마를 탄 기마병들’이 나타나 난을 진압했다고 했소. 그 말을 들으니 떠오르더군. 지금 강서성주 저택에 있는 저 기마병들과 일치하는 면이 많지 않소?”
“과연…….”
강장호는 입을 꾹 다물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는 듯 보였다.
“하오문을 통해 알아보지 않아도 되겠소?”
강산호는 무뚝뚝한 목소리로 의견을 제시했다.
“그들에 대해서?”
“우리 삼호방이 흑도 쪽으로 제법 정보망이 넓다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하오문에 비할 바는 아니지 않소?”
“물론 그렇지. 그래서 이미 연통을 넣어 봤다.”
“아……!”
강산호의 얼굴에 미묘한 빛이 스쳤다.
“하지만 모른다고 하더군. 모를 리가 없을 텐데, 뭔가를 감추는 듯한 느낌이야.”
“……그들이 하오문과 친분이 있다는 거요?”
“그렇다고 봐야겠지. 여러모로 범상치가 않아.”
강장호는 그런 강산호의 표정 변화를 무심하게 흘려보냈다. 여전히 차가운 얼굴, 냉정한 눈빛으로 세상을 오시하는 듯한 표정을 짓는 그는 평소에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일까.
강산호가 그런 시덥잖은 의문을 떠올리는 사이, 강장호는 좋은 생각을 떠올린 듯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좋군.”
“……큰형?”
“계속 당하기만 했지. 이제 한 번 돌려줘야 할 때가 아닌가?”
강산호는 싸늘하게 웃고 있는 강장호를 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어렸을 때 맹견과 한방에 갇혔던 그날 이후로 강장호는 잔인한 결정을 내릴 때 꼭 저런 차가운 웃음을 짓곤 했다.
강장호가 웃는 날.
그날은 크게 피를 보는 날이다.
강산호는 오늘 큰 싸움이 벌어질 것을 직감했다.
☆ ☆ ☆
터엉!
후두두둑―
“이제 그만 서라, 새끼야!”
하늘에서 팔랑거리며 떨어져 시야를 가리는 잎사귀를 신경질적으로 쳐 내며 추룡은 소리쳤다.
도망친 강인호를 쫓기 시작한 이래로 장장 반 시진 가까이를 달리며 술래잡기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평탄한 길도 아니고 나무와 수풀이 우거진 산길을.
추룡은 힘든 건 둘째 치고, 시간을 쓸데없이 끌고 있다는 사실에 짜증이 솟구치는 것을 느꼈다.
‘아까 콱 죽여 버릴 것을!’
개 망종 같은 놈에게 조금이라도 더 고통을 주겠다는 일념으로 시간을 느긋하게 가졌던 것이 매우 후회가 되었다.
이래서 사람은 안 하던 짓을 하면 안 된다.
본래 추룡은 곧바로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으로 싸우는 성격이지, 이런 식으로 누구를 계도하고 처벌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객잔에서 그놈이 저질렀다는 파렴치한 일에 대해 듣지 못했더라면 이런 식의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파바밧!
“차하앗―!”
앞서 가던 강인호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 나타나자 비조처럼 솟구쳐 바위 틈새를 박차고 하늘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 어……!”
추룡의 눈이 왕방울만 하게 커졌다.
딴 건 몰라도 강인호의 신법은 정말로 대단한 수준이었다.
원래 권사들이 몸놀림이 좋다지만, 강인호는 그중에서도 아주 특출 난 것처럼 보였다. 발놀림은 수면 위를 떠다니는 소금쟁이 수준이고, 몸놀림은 도둑고양이 못지않았다.
지금도 깎아지른 듯한 절벽을 손도 안 대고 타고 오르고 있지 않은가.
“저 새끼는 뭘 처먹었길래 저렇게 훌훌 날아다녀?”
추룡은 투덜거리면서도 강인호를 잡기 위해 똑같이 절벽 위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추룡의 신법은 무공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수준이었다.
때문에 강인호처럼 손도 안 대고 절벽을 타오를 자신은 없어서, 황룡창을 등에 단단히 묶고 손으로 바위 틈새를 붙잡으며 절벽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죽어랏!”
그때, 다섯 발 정도 앞서서 절벽 꼭대기에 도착한 강인호가 돌을 집어 던졌다.
두 눈을 빛내며 사정없이 내리찍는다.
한 치의 자비심도 보이지 않는 머리통만 한 바위였다.
“이런 쳐 죽일 놈의 새끼!!”
추룡은 재빨리 몸을 날려 반 장 정도 옆에 있는 바위에 매달렸다.
강인호가 내던진 바위는 바닥으로 떨어져 작은 소나무 하나를 부러뜨리며 박살이 나 흩어졌다.
절로 모골이 송연해지는 광경이다.
방금 그 바윗덩이를 머리에 얻어맞았다면 아무리 추룡이라 해도 죽었을 것이 틀림없었다.
아무리 몸을 단련한 무인이라도 절벽에서 떨어져서 살아남을 수 있다면, 그건 무인이 아니라 금강불괴의 도깨비다.
“너, 이 새끼! 절벽에서 돌을 던지다니. 인간으로서의 도의도 없냐!”
“없다.”
강인호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너, 거기서 딱 기다려! 내가 올라가서 바로 목을 쳐 주마!”
“올라오기나 하고 말하시지. 병신.”
“병신은 네놈이잖아!”
“여기서 떨어지면 네놈도 병신이 될 거다!”
“병신 되기 전에 죽겠다!!”
강인호는 주변의 온갖 물건들을 집어 던지기 시작했다.
돌멩이, 바위, 나무토막, 정체 모를 잎사귀.
손에 잡히는 것은 다 던지는 듯한 분위기였다.
평상시엔 까짓것 맞아 줘도 별 탈이 없을 물체라도 절벽 위에 매달린 채로 맞으려니 목숨이 위험했다.
팟! 퍽! 후두둑! 텅!
“끄으…… 크으랴아앗―!”
고난과 역경을 넘어 추룡은 마침내 절벽 위로 올라섰다.
휑하니 부는 바람.
바로 한 발짝 뒤로는 머릿속이 아찔해지는 광경이 펼쳐진다. 절벽 위는 멀리 구산까지 연결된 산맥이 뻗어 있었다.
강인호는 물건을 집어 던지다가 안 되겠다 싶었는지 어느새 십 장 이상 떨어진 거리에서 줄행랑을 놓고 있었다.
발이 거의 안 보이는 속도로 움직이는 중이다.
오리가 물속에서 발을 젓는 것마냥 미친 듯이 뛰어가는데, 한 발을 뗄 떼마다 몸이 앞으로 쭉쭉 뻗어 나갔다. 조금만 더 지나면 산맥 아래로 완전히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새끼, 더럽게 빠르네.”
바닥에 침을 한 번 뱉은 추룡의 얼굴이 차갑게 굳어졌다.
“……장난은 여기서 끝이야.”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다.
이제 슬슬 종지부를 찍어야 할 터.
생각보다 유쾌한 싸움이었지만, 강인호라는 놈이 세상에서 지워져야 할 악종이라는 것엔 변함이 없었다.
슥―
추룡은 황룡창을 어깨 위로 들어 올리고 투창 자세를 취했다.
양다리 사이를 넓게 벌린 채 몸을 한껏 뒤로 젖혔다. 오른손은 창대의 뒤쪽 부분을 단단하게 거머쥐고, 왼손으론 창날 부분을 밑에서 받쳤다.
시선은 정면.
목표점은 강인호의 등허리.
추룡의 눈빛이 진중하게 가라앉았다.
“잘 가라.”
나직한 작별 인사와 함께…….
쉬이이이익!
퍼어억!!
“……!”
삼십 장 거리.
강인호의 몸이 급살을 맞은 듯이 경련하며 제자리에서 뻣뻣하게 굳어진다. 뒤를 돌아보며 뭐라고 말하려는 듯 입을 뻐끔거리지만 들리지는 않았다.
가슴 앞으로 삐쭉이 튀어나온 언월도의 칼날이 햇빛을 받아 선명하게 빛나는 가운데, 강인호의 입에서 핏물이 주르륵 흘러내린다.
추룡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강인호에게로 다가갔다.
“다음 생에는 착하게 좀 살아라, 개망나니.”
추룡이 반절 정도 다가갔을 때 강인호는 이미 죽어있었다.
굳건히 버티고 선 채 고개를 아래로 푹 숙인 시신은 평소와 달리 욕지거리를 내뱉지도, 독한 눈빛을 쏘아 내지도 않는다.
추룡은 제자리에서 꼿꼿하게 선 채로 죽은 강인호의 등에서 황룡창을 뽑아 냈다.
칼날에 묻은 피는 강인호가 입고 있던 옷으로 닦아 내고, 대신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똑바로 눕힌 뒤 원한을 가득 담아 부릅뜬 눈을 감겨 주었다.
“뭐, 이 정도인가.”
추룡은 언월도의 칼등으로 자신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오랜만에 맛보는 싸움의 공기였으나, 치열했던 전장에 비하면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막내라서 그런 걸까. 강하긴 했지만 그의 목숨을 위협하기엔 부족했던 것이다.
“그나저나…….”
추룡은 그동안 온 길을 되돌아보기 위해 등을 돌리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여길 언제 또 내려가냐.”
깎아지른 듯한 절벽은 여전히 까마득하기만 했다.
☆ ☆ ☆
결국 추룡이 절벽을 내려와 원래 전투가 일어난 곳으로 돌아왔을 때는 이미 해가 져서 하늘이 어둑어둑해진 뒤였다.
인적이 드문 관도, 바닥을 붉게 물들인 자국이 군데군데 새겨진 곳에서 추룡은 서른 명의 적룡기마대와 대석을 재회했다.
“바닥 꼴이 가관이구만. 너, 또 눈 돌아갔냐?”
추룡이 놀리듯이 말하자 대석이 쑥스러운 듯이 머리를 긁적였다.
“한 번 피를 보니 흥분해서…….”
“내가 그 버릇 고치라고 했잖아. 싸움은 냉정하게 하는 거다. 너 눈 돌아가는 거 못 고치면 오래 못 가서 죽어, 인마.”
“알았수. 고치겠수.”
“고치겠다는 그 말만 벌써 몇 번짼지…….”
추룡이 타박을 하긴 했으나 사실 대석은 자신의 맡은 일을 충분히 잘해 주었다.
시신은 어딘가로 치워 버린 모양이지만, 바닥에 남은 흔적만으로도 충분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대석은 수풀 안쪽으로 단 한 명도 통과시키지 않았다.
겁없이 달려드는 몇 명을 본보기로 때려눕히고, 수장쯤으로 되어 보이는 강자를 쓰러뜨렸을 때쯤 남은 쭉정이들은 모두가 공포로 얼어붙었다.
상상이 된다.
대석의 무지막지한 힘.
상식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눈앞에서 보면 아마 무림에서 난다 긴다 하는 놈들도 어안이 벙벙해져서 얼어붙을 것이다.
바닥에 남은 흔적이 다 말해 준다.
물주머니를 터뜨린 것처럼 대량으로 터져 나간 핏물.
관도 끝에서 끝까지 일직선으로 쭉 그어진 흔적.
아마 한 번 피를 보고 흥분한 대석은 앞뒤 안 가리고 육중한 쌍룡을 휘둘렀을 것이다. 백 근짜리 철추를 대석 같은 천하장사가 휘두르는데 어떻게 상대할 수 있을까.
그 뒤엔 서른 명의 적룡기마대가 들이닥쳤다.
금강야차 같은 대석을 보고 얼어붙은 삼호방의 무인들을 기마를 타고 돌진한 적룡기마대가 모두 쓸어 버리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 죽었어?”
“다 죽었수.”
“이쪽 피해는?”
“그게…….”
대석이 우물쭈물하다가 손가락으로 한쪽을 가리켰다. 나란히 도열해 있던 서른 명의 중심부, 뒤쪽에 슬쩍 몸을 숨기고 있던 한 사람이 움찔 몸을 떨었다.
“뭐야! 다친 사람이 있다는 거야!!”
추룡이 흥분해서 얼굴이 벌게졌다.
“어떤 인간이야! 누가 다쳤어!”
“…….”
“빨리 안 튀어 나와?!”
결국 몸을 움찔 떨었던 청년이 쭈뼛거리며 앞으로 나왔다.
이마에 녹색 두건을 두른 앳된 얼굴.
이제 갓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어린 청년이다. 그는 갈색 피풍의를 마치 붕대처럼 왼쪽 팔뚝에 두르고 있었는데, 출혈이 제법 컸는지 얼굴색이 허옇게 떠 있었다. 그는 어색한지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머리를 긁적거리던 대석과 눈이 마주치자 버럭 성질을 부렸다.
“아, 대석 형님! 비밀로 해 주기로 했잖습니까!”
“그, 그래도 물어보는데 거짓말을 할 수는 없지…….”
“그래도 그렇지!”
딱!
“으앗!”
그 청년은 추룡이 가볍게 쥔 주먹으로 알밤을 먹이자 머리를 잡고 주저앉았다.
“이깟 놈들한테 다친 주제에 뭘 잘했다고 소리를 질러!”
“아니, 그게…… 저기, 추룡 형님…….”
“숫자도 더 적고, 실력도 별거 아닌 거 같구만. 이딴 놈들한테 다쳐!!”
“그게…… 억울합니다, 형님! 그놈들 중에 얍삽하게 생긴 놈 하나가 치사하게 뭔 가루를 확 뿌리더라 이겁니다. 숨을 참긴 했는데 너무 가까워서 이미 조금 들이마셨다니까요.”
“그래서? 독에 중독되었다, 이거냐?”
“독은 아니고 몸이 찌릿찌릿한 게 마비가 좀 된 것 같았는데…… 그거 때문에 괜히 칼침 한 방 맞았습니다.”
“쯧, 지금은? 아직도 마비가 됐어?”
“아뇨, 이젠 괜찮습니다.”
추룡의 화가 조금 누그러졌다.
사실 아무리 적룡기마대의 실력이 뛰어나도 싸움에서 상처 하나 없이 승리할 수는 없다.
이씨세가, 남궁세가, 그리고 지금 삼호방과의 싸움까지.
지금까지 크게 다치거나 죽은 사람이 하나도 안 나온 것만 해도 기적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특히 장기린과 부운화를 선두로 한 대규모 전투도 아니고, 적룡기마대원들만 따로 싸운 이런 소규모 전투에선 부상을 당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일 것이다.
‘그래도 대석한테 기가 죽은 상태에서도 이렇게 피해를 입히다니. 썩어도 준치라고, 흑도에서 제법 굴러먹던 자식들이다, 이거지.’
추룡 역시도 정사 양도인 수로채에서 컸기 때문에 잘 알고 있다.
흑도의 무인들은 위험할 때 목숨을 구명하기 위한 최후의 한 수 정도는 항상 가지고 다닌다. 마비산이라든지, 독이라든지, 폭약이나 암기를 가진 놈들도 있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다른 대원들도 자잘한 상처는 다들 한두 개씩 가지고 있었다.
흑도의 비열함과 전장의 치열함.
어느 쪽이 위라고 단언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 싸움이 점점 격렬해질수록 적룡기마대원들이 겪을 위험도 커질 게 분명했다.
“어이, 니들 다 잘 들어 둬.”
추룡이 허리에 손을 척 얹은 채 딱딱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우리 직업이 뭐냐? 싸우는 군인 아냐? 그럼 다른 무엇보다 몸이 재산이다, 이거지. 악기를 연주하는 악사들은 손가락을 제 목숨만큼 소중히 생각하고, 글을 익히는 문사들은 대가리를 가장 소중히 여긴다, 이거야. 그럼 우리는 뭘 가장 소중히 해야겠냐?”
“…….”
“왜 대답이 없어! 어이, 강무. 네가 대답해 봐.”
“저, 저요?”
좀 전에 추룡에게 알밤을 맞은, 녹색 두건을 이마에 두른 청년이 쭈뼛거리며 대답했다.
“모, 몸 아닙니까?”
“그래, 맞다! 몸이야, 몸!”
추룡이 짝! 소리가 나게 강무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
“우린 몸이 재산이야. 몸이 있어야 한 번 싸워라도 보지. 팔 잘리고 다리 잘리면 싸울 수나 있겠어? 그런 상태가 되면 처음으로 창을 잡아 본 초병한테도 죽을 수 있다, 이거야. 즉, 언제 어느 때고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한다. 그게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첫 번째 조건이다. 알아듣겠어?”
적룡기마대원들이 일제히 고개를 끄덕인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이야기지만, 이걸 항상 유념하며 지키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추룡은 지금 무인의 정신론을 강의하고 있었다.
험한 무림에서 살아남기 위한 무인의 첫 번째 조건이 그것이다.
항상 최상의 몸 상태를 유지할 것.
아무리 이길 게 빤한 상대라도 절대로 방심하지 말고 단번에 승부를 내야 한다. 부상을 입는다면 그건 이겨도 이긴 것이 아니다.
자신이 어떤 부분에서 부족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니들, 절대로 죽지 마라. 아니, 다치지도 마. 다행히 우리한텐 천하무적이신 대형도 있고, 막강한 둘째 형님도 계시다. 그리고…… 나도 있지.”
“우우―!”
“시끄러워!”
장난스레 야유하는 대원들에게 추룡 역시도 장난스레 주먹질을 해댔다.
“대석도 있고, 우생도 있고, 진구도 있다. 간부들의 뒤만 잘 받쳐 주면 우린 절대로 지지 않아. 알겠냐?”
“알겠습니다!”
“우리는 누구?”
“적―룡―기―마―대―!”
우렁찬 기합성이 쩌렁쩌렁하게 울려 퍼졌다.
아마 근처에 있을 도독부의 병사들이 깜짝 놀라 경기를 일으켰을 것이다.
추룡은 씩 웃으며 손을 들어 올렸다.
“좋다. 오늘 수고했어. 철수.”
“철수!!”
제각각 말에 올라탄 적룡기마대원들이 말 머리를 돌렸다. 추룡과 대석도 각자 한쪽에서 가만히 대기하고 있던 자신들의 말에 올라타고 고삐를 쥐었다.
이제 임무는 완료되었다.
모두가 기다리고 있는 강서성의 저택으로 향해야만 했다.
“잠깐.”
막 출발을 지시하려던 순간, 추룡은 손을 들어 올려 정지 신호를 보냈다.
그러고는 감각을 곤두세우고 주변의 기척을 살폈다.
이미 까맣게 물들어 버린 하늘, 인기척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텅 빈 관도가 눈에 들어왔다.
“우라질.”
추룡은 나직하게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시간을 너무 오래 끌었군.”
“셋째 형님?”
“다들 티 내지 말고 준비해. 전투다. 만만치 않은 놈들이야.”
그 말에 건들거리며 웃고 있던 대원들의 눈빛이 변했다.
겉으로는 조금 전과 달라진 점이 전혀 없지만, 그들은 옆 사람과 잡담을 나누는 척을 하며 주변을 살피고, 양손은 언제든 무기를 뽑아 들 수 있도록 허리춤을 벗어나지 않았다.
“……출발.”
히히힝―!
나직하게 흘러나온 추룡의 지시에 서른두 명의 일행이 천천히 말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다그닥― 다그닥―
고요한 밤길에 말발굽 소리만 요란했다. 처음엔 대원들 몇몇이 서로 잡담을 하는 시늉이라도 냈지만, 이젠 그마저도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처음엔 귀신마냥 기척을 죽이고 있던 적들이 이젠 노골적으로 모습을 드러냈던 것이다.
반경 삼십 장 공간이 허공에 떠 있는 횃불들로 채워져 있었다. 일렁이는 불빛 아래 노란색 바탕에 흑색 줄무늬가 새겨진 무복이 눈에 들어왔다.
‘삼호방……!’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였다.
삼호방 무인들.
하지만 느껴지는 기세나 분위기가 조금 전에 상대했던 인호당의 무인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형형한 눈빛, 한 점 흔들림도 없이 서 있는 위풍당당한 자세에서 그들이 겪어 온 수라장의 경험치를 느낄 수 있었다.
이자들이야말로 삼호당의 정예였다.
변두리의 파락호 문파에 불과했던 삼호방을 흑도를 양분하는 거파로 성장시킨 진정한 저력들이란 뜻이었다.
“정지.”
추룡은 모두를 정지시켰다.
오 장 앞.
관도의 중심에 세 사람이 서 있었다.
주변의 삼호방 무인들로 만들어진 포위망은 척 봐도 빠져나가기 쉽지 않도록 촘촘하게 짜여 있었지만. 그 세 사람이 서 있는 곳만은 포위망이 형성되어 있지 않았다.
하지만 멋모르고 그 세 사람을 향해 달려들면 큰 낭패를 당할 것이다.
포위망이 없기는커녕, 그곳이야말로 사지(死地)였기 때문이다.
단 세 사람에 불과하지만, 그들이 가지고 있는 힘은 주변을 포위한 무인들 전부를 합친 것과 맞먹었다.
아니, 어쩌면 맞먹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욱 강할지도 몰랐다.
그 세 사람 중엔…… 무림십대고수도 쓰러뜨릴 수 있는 막강한 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삼호방주……!”
추룡은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신음을 흘렸다.
왜소한 체구.
쭉 찢어진 살벌한 눈매, 그리고 나른하게 앉아 있는 자세에서 느껴지는 강자의 위엄.
이런 야외에서 태사의 못지않은 화려한 의자를 갖다 놓고 앉아 있는 자는 분명 삼호방주일 것이다.
추룡은 이곳으로 출발하기 전에 섭우생이 당부하듯이 말한 내용을 떠올렸다.
섭우생은 만약의 만약을 더한 경우의 일이지만,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일이라며 충고를 덧붙였다.
“이건 정말로 일어나기 힘든 일이지만, 일이 잘 풀리지 않아서 싸움이 길어질 경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삼호방주나 파륵삼호의 첫째인 강장호와 마주칠 수가 있습니다. 다른 말 않겠습니다. 마주치게 되면 곧장 도주하세요. ……아니, 왜 때리려고 하십니까?! 저는 지극히 객관적이고 타당한 결론을 내리고 조언해 드리는 거란 말입니다! ……알았어요. 알았으니, 진정하시고 잘 들으세요. 다른 사람이라면 모를까, 셋째 형님은 너 죽고 나 죽자며 달려들 수도 있어서 하는 말입니다. 삼호방주는 강합니다. 흑도의 거마라서 무림십대고수에는 들지 못했지만, 지금까지 그의 업적을 보면 분명 십대고수보다 위면 위지 절대로 아래는 아닙니다. 삼호방주의 청람수와 작상보(炸上步)는 구파의 진신 무공과 겨뤄도 손색이 없는 절공입니다. 장강용왕께서도 삼호방주에 대해서는 집요하고 막강하여 적수가 없다고 평가했어요. 딱 잘라 말해서 대형이라면 승률이 칠 할 이상, 둘째 형님은 오 할 남짓, 셋째 형님은 승률이 삼할 이하입니다. ……이건 화를 내지 않으시는군요? 좋습니다. 지피지기백전불패라 자신을 안다는 건 좋은…… 으악! 때리지 마십시오! 때리지 마세요! 크흠, 아무튼 절대로 맞상대해선 안 됩니다. 삼호방주가 나타나면 도주하세요. 그리고 첫째 아들인 강장호라는 자…… 무림에 알려진 게 적지만, 소문으론 삼호방주의 무(武)에 근접했다는 이야기가 있어요. 강장호도 위험합니다. 만나게 되면 도주하세요. 계속 도주하라고 말해서 죄송하지만…… 뭐, 그래도 아마 이상한 불운이 겹치지 않는 이상 이번 일에서 그 두 사람과 마주칠 확률은 거의 없습니다. 장담할 수 있냐고요? 예, 그러지요. 제 이 철섭선을 걸고 장담하겠습니다. 그 강인호라는 놈을 화끈하게 해치우고 오십시오.”
“……장담은 개뿔. 내가 돌아가면 네놈의 철섭선을 부러뜨려 버릴 거다, 이 자식아.”
추룡은 이를 부득부득 갈며 멀리 있을 섭우생을 향해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삼호방주나 강장호를 만날 확률은 희박하다더니.
그 둘은 물론이고, 파륵삼호의 둘째로 보이는 강산호까지 같이 있지 않은가!
“어이! 네놈들은 누구냐?”
추룡은 모르는 척 너스레를 한 번 떨어 보았다.
그러자 세 사람 중 가장 앞에 서 있던 냉막한 인상의 청년, 파륵삼호의 첫째이자 삼호방의 후계자인 강장호가 얼음처럼 냉기가 풀풀 날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알 것 없다.”
촤차창―!
그리고 사방에서 칼날이 번뜩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