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62화 (62/383)

제62화

해당 기사들은 비가 오듯 쏟아졌고 국내에서도 큰 화제였다.

【 유지우의 행선지는 어디? 】

【 전문가들이 생각한 유지우의 가치는 ‘500억’ 】

【 보카 주니어스 측, “아직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다.” 】

【 4년이 지난 지금! 한국인 프리미어 리거가 탄생할 수 있을까? 】

- 씨이벌 겨우 500억?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거칠기로 유명한 아르헨에서 한 시즌 50개 가까이 공포 생산하는 녀석이 500이란다. 어이가 없어서 웃음도 안 나오네.

ㄴ 브라질 리그에서 한 시즌 40개 공포 생산한 히카르지뉴가 700억에 리버풀로 갔는데 지우가 500억? 에라이 ㅅㅂ 신개념 인종차별도 아니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ㄴ 이건 전문가들이 눈 한쪽 가려놓고 다니는 거 아니냐 ㅋㅋㅋ

ㄴ 인간적으로 500억은 아니지.

- 요즘 500억이면 개나 소나 다 달려들 금액임.

ㄴ ㅇㅇㅇ 선수 몸값 인플레 심해져서 괜찮은 선수들 기본 1,000억 단위로 넘어가잖아.

ㄴ 겨울 이적 시장에서 크리스티안 파인 1,800억에 사가는 파리 보고서 와… 미쳤구나 싶더라.

ㄴ 파리는 FFP 징계 어떻게 피하는 거냐 ㄹㅇ 볼 때마다 욕만 나옴.

ㄴ 와 아직도 FFP 룰이 있는 줄 아는 축린이들이 있구나. 그거 2022년에 폐지됐잖아.

ㄴ 갑자기 사라진 FFP는 왜 거론하는 거임?

ㄴ 축린이 많아져서 그럼.

ㄴ 저런 애들 못 도망치게 5959 해주라고!

ㄴ 다 필요 없고 지우가 이대로 한 시즌 100개 공포 생산하면 1,000억은 기본으로 넘길 듯.

ㄴ 100개면 1,000억은 무슨 2,000억 불러도 달려들걸? ㅋㅋㅋㅋㅋㅋ

ㄴ 특히 공격 자원이 부족한 바르셀로나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첼시 쪽이 눈 돌아가지.

- 세계적인 선수가 되려면 아르헨보단 유럽으로 나가야 함.

ㄴ ㅇㅈ

ㄴ 유럽으로 나가면 지금보다 더 성장할 수 있긴 해.

ㄴ 지우 결정이겠지만, 그래도 유럽에서 뛰는 거 보고 싶다.

- 너무 이르지 않아? 다음 시즌까지는 뛰고 가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ㄴ 지금 가도 상관없지 않음?

ㄴ 한 시즌 더 있으면 몸값을 더 올릴 수 있는 기회임.

ㄴ ㅇㅇ 다음 시즌 이것보다 잘해주면 몸값 엄청나게 올라갈걸?

ㄴ 나이 20대도 안 됐는데 사람들 왜 이렇게 급하냐? 그냥 가만히 지켜만 보자고.

ㄴ 윗 댓글 ㅇㅈ 예전부터 설레발치는 놈들 때문에 유망주들 부담감 느껴서 나락 간 거 모르나.

ㄴ 제발! 제발! 제발! 묵직하게 기다려라 벌레 같은 놈들아!

어떤 곳에서든 유지우에게 묻는 건 ‘이적’ 관련 내용뿐이었다.

어린 선수에게 부담이 갈 상황.

그런데도 기자들은 쉬지 않고 유지우를 압박했다.

- 지우는 대체 왜 침묵하고 있는 거지? 얼른 답해주면 좋을 텐데.

- 물밑 작업이라도 하나?

- 보카 주니어스가 쉽게 보내줄까?

- 돈 많은 클럽들이 돈지랄하면 보카 주니어스도 팔 수밖에 없어 ㅋㅋㅋㅋㅋ 거기 회장 돈 겁나 밝히잖아.

- 아 ㅋㅋㅋㅋ 맞아. 보카 회장 선수 파는 거 좋아하긴 하지.

전 세계의 이목이 열일곱의 어린 선수를 향했다.

* * *

보카 주니어스 구단 식당.

유지우는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과 같이 밥을 먹고 있었다.

“오늘은 킥 훈련할 차례인가?”

“그것보다는 패스 훈련이 좋지 않아? 다음 경기에서 쓸 비밀 병기를 만들어보자.”

그들은 유지우의 영향을 받아 훈련이 끝난 뒤에도 남아 자율적으로 개별 훈련을 했다.

“유, 너는 무슨 훈련 할 거야?”

“오늘은 킥, 시즌 중이니까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지.”

“…감각을 여기서 더 끌어올리면 슈팅할 때마다 골 넣게?”

“응.”

“공격 포인트 50개까지 이제 2개 남았지?”

“응.”

4월 초가 되면서 유지우의 공격 포인트는 통합 48개가 됐다.

50개의 고지까지 2개밖에 남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유지우가 언제 50개 공격 포인트를 달성할지 궁금해했다.

이번 주가 될지.

다음 주가 될지.

언론에서도 집중했다.

데뷔 시즌에 50개 공격 포인트를 달성하는 신인은 지금껏 듣지도 보지도 못했으니까.

“긴장돼?”

“별로, 그냥 평소처럼 하다 보면 언젠가 달성하겠지.”

“진짜 넌 처음 봤을 때나 지금이나 다른 게 없네. 멘탈 컨트롤은 배우고 싶을 정도야.”

“사람 쉽게 달라지면 죽어.”

밥을 먹는 내내 유지우의 휴대폰은 쉴 새 없이 울렸다.

“누구야? 여자친구?”

“우리 가족들.”

“그렇게 울릴 정도면 급한 일 있는 거 아니야?”

“유럽 클럽들이 나한테 관심 있다고 했잖아. 그거 때문이야. 어제부터 쉬지 않고 울리고 있거든.”

우웅.

우웅.

진원지는 가족 단톡방이었다.

유지우에 대한 유럽 클럽들의 관심이 끊이지 않자 그거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숟가락을 내려놓은 유지우는 슬쩍 단톡방을 확인했다.

아버지 : 근본 없는 짭시티가 어디서 입을 열어!

누나 : 우리 근본은 현재진행형이거든요! 맹육의 근본은 빛없어진 지 오래라구요!

어머니 : 어딜…. 어! 1 사라졌다! 아들! 보고 있지?

아버지 : 아들? 역시 노근본 구단보단 근본의 맨유지?

누나 : 과르디올라 감독 밑에서 뛰면 너도 메시가 될 수 있어!

어머니 : 메시는 무슨 언제적 메시야. 요즘 대세는 맨유 린튼이야. 선수들이 뽑은 올해의 선수상도 수상했잖아~

아버지 : 너네가 모를까 봐 말하는 건데 차기 잉글랜드 주장 후보이기도 ㅎㅎ

누나 : ?

누나 : 그래서 발롱도르는요?

누나 : 뻥글랜드 주장이 무슨 의미가 있죠?

누나: 맨시티 선수들이 우승 커리어 쌓는 동안 맨유 선수들은 뭘 했을까~~

어머니 : (엉엉 우는 이모티콘)

아버지 : 휴

아버지 : 세상 말세다… 맨유가 언제부터 이렇게 망해서…. 짭시티 따위한테 무시나 당하고.

어머니 : 당신 그게 무슨 소리야

어머니 : 맨유가 언제 망해!

아버지 : (덜덜 떠는 이모티콘)

누나 : 같은 맨유 팬도 이렇게 인정을 했군요… ^^

누나 : 그냥 맨시티로 오자 지우야.

누나 : 하늘색 유니폼 이쁘잖아.

어머니 : 유니폼은 이쁜데 챔스 우승은 못하는 애들 유니폼이지. 괜히 입었다가 부정 타.

누나 : 아 진짜 좀!!

두 모녀가 으르렁거리는 틈에 아버지가 폭탄 하나를 투하했다.

아버지 : 어제 식당에 맨시티 스카우터 왔다가 감.

아버지 : (명함 사진)

어머니 : (충격받은 이모티콘) 버려! 부정 타!

누나 : 내 동생~ 맨시티 ㄱㄱ!

어머니 : 아들! 어릴 때부터 빨간색 좋아했잖아. 역시 유니폼은 정열의 빨간색이지!

가족 단톡방은 언제 봐도 혼란스러웠다.

유지우는 그걸 보다가 슬며시 웃으며 메시지를 올렸다.

“갈 거냐?”

그때 지나가던 리카르도 메사가 옆에 앉으며 물었다.

“밥 다 드셨어요?”

“아까 먹고 지금은 디저트 타임~.”

손에 들고 흔드는 건 초콜릿으로 만든 달콤한 수제 아이스크림이었다.

“단 거 그렇게 먹다가 나중에 병나요.”

“요새 단 게 그렇게 당기더라. 그것보다, 너 진짜 유럽으로 갈 거야?”

리카르도 메사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유지우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건 왜요?”

“왜긴, 나 이번 시즌 끝나면 은퇴할 거거든.”

“…농담하지 마요.”

은퇴 농담을 자주 하는 리카르도 메사였기에 이번에도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뭔가 평소랑 분위기가 달랐다.

“정말이야. 이미 보드진이랑 얘기 끝냈어.”

아니, 진짜라고?

* * *

“리카르도가 은퇴 의사를 밝혔다고 들었습니다.”

감독실 안에선 엔리케 보토가 세바스티안 란첼라와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의 앞에는 찻잔이 놓여 있었고 이야기를 시작한 20분 동안 한 모금도 마시지 않은 상태였다.

“반대했지만, 의지가 확고하더군요.”

“3년 전부터죠? 리카르도가 은퇴를 거론한 게?”

“그렇습니다.”

39세의 리카르도 메사.

축구선수가 평균적으로 은퇴하는 시기가 34~36세인 걸 생각하면 은퇴할 시기가 살짝 오버되긴 했다.

“하아, 아쉽네요.”

리카르도 메사의 현재 득점 순위는 4위였다.

17골 10도움.

은퇴하기엔 너무 좋은 경기력이었다.

유지우와 로테이션 멤버들의 활약으로 문제라고 꼽혔던 체력적인 문제를 해결했고 충분히 경쟁력이 있는 선수가 은퇴를 얘기하니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한숨이 나왔다.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며 비서의 안내를 받은 리카르도 메사가 들어왔다.

“부르셨습니까.”

“이리 와서 앉게. 자네 이야기를 직접 듣고 싶어서 말이야.”

비서가 차를 한 잔 더 가져왔고 리카르도 메사는 자리에 앉아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리카르도.”

“네.”

“…정말 후회 없겠어? 이대로 은퇴해도?”

엔리케 보토는 매사에 냉정한 사람이었다.

선수들을 보는 시선도 날카로워 능력이 안 되는 선수는 과감하게 내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리카르도 메사에게 이렇게까지 묻는 건 그를 인정하기 때문이었다.

“27년입니다.”

“응?”

“유스 시절부터 시작해 제가 이 구단에 몸을 담은 세월이요.”

“…….”

“저는 이 정도면 충분합니다. 이제 뒤는 미래를 이끌 애들한테 맡길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장난기가 많은 리카르도 메사지만, 이번만큼은 진지했다.

자신의 미래를 비롯해 클럽의 미래를 생각해서 내린 결정이니까.

“제일 큰 이유는, 좀 쉬고 싶습니다.”

평생을 보카 주니어스에 바쳐온 인생.

몸도 이곳저곳 망가진 상태였다.

어떻게든 꾸역꾸역 버텨왔지만, 이제는 무리라는 게 그의 판단이었다.

“처음 은퇴한다고 했을 때, 내가 말렸었지.”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고개를 들고 천장을 바라봤다.

“두 번째도 내가 말렸고.”

3년 전부터 꾸준하게 언급된 은퇴.

리카르도 메사는 그때부터 마음을 정해놓고 있었다.

뒤를 이을 선수들이 나타나면 자리를 비켜주기로.

“세 번째는 아무래도….”

천장을 보던 시선을 리카르도 메사에게 옮겼다.

그리고 표정이 보였다.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한 얼굴을.

27년.

평생을 한 클럽에 헌신한 세월의 흔적까지.

“못 말리겠군.”

씩.

“그동안 말씀 잘 들었으니까 이번에는 제 말 들어주세요.”

“이왕이면 40세까지 뛰어줬으면 했어.”

“어디까지 부려 먹으시려고요.”

“평생.”

“하하하하하! 아쉽게 되셨습니다.”

“아쉽긴 하지만 3년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온 자네에게 더 뛰어달라는 말이 차마 나오질 않는군.”

두 사람의 대화를 옆에서 가만히 듣던 엔리케 보토가 입을 열었다.

“그러면 자네에게 한 가지 제안하고 싶은 게 있는데, 들어주겠나?”

* * *

며칠 후, 보카 주니어스 프레스 룸에는 기자들이 많이 몰렸다.

“유의 이적 관련 내용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려나?”

“그럴 거 같아. 현재 보카 주니어스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가 유의 이적 문제니까.”

기자들은 유지우의 이적 문제를 말하는 자리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보다 많은 숫자의 기자들이 찾아왔다.

잠시 후.

보카 주니어스 관계자들이 나타나 현장을 통제했고, 곧이어 세바스티안 란첼라와 엔리케 보토가 동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아아.”

단상에 앉은 그들은 마이크를 들어 말했다.

“오늘 발표할 내용은 유의 이적 관련 이슈가 아닙니다.”

“그러면 무슨 내용이죠?”

세바스티안 란첼라 감독은 엔리케 보토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사인을 받은 엔리케 보토가 마이크를 이어받았다.

“중요하게 알려드릴 일이 있습니다.”

기자들은 조용해졌다.

“보카 주니어스 9번, 리카르도 메사가.”

엔리케 보토는 집중한 기자들을 보고 이어서 말했다.

“구단 측으로 은퇴 의사를 밝혔습니다.”

유지우의 이적 관련 이슈와 마찬가지로 거대한 폭탄 하나가 ‘펑’ 하고 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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