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67화 (67/383)

제67화

【 월드컵 최종 엔트리 발표! 】

【 대한민국 조 추첨 결과! 벨기에, 세네갈, 콜롬비아와 D조! 】

【 보카 주니어스의 유지우, 최종 23인에 들다! 대한민국 역사상 최연소 월드컵 대표팀 합류!】

【 주앙 달루트, “5월 말에 출정식을 가진 후, 아르헨티나로 합류 예정.” 】

- 이게 정의다!!!!!!

ㄴ 예전 부협회장 라인은 죄다 감방으로!

ㄴ 갓지우께서 강림하신다!

ㄴ 부협회장 나가니까 뭐가 이렇게 스무스하냐?

ㄴ ㄹㅇ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흘러감 ㅋㅋㅋㅋㅋ U-17 월드컵 엔트리 때는 말이 많았는데 성인 월드컵은 말도 안 나오고 ㅋㅋㅋㅋㅋㅋㅋ

ㄴ 그때는 차선호 말고 다 왜 뽑혔나 싶었다.

ㄴ 전 부협회장 비리의 결정체가 U-17 엔트리였음.

- 시즌 끝나지도 않았는데 50개 공포 생산 중인 선수를 안 넣으면 그게 비리지.

ㄴ 경기 본 사람?

ㄴ 너튜브 생중계로 봤는데 ㄹㅈㄷ.

ㄴ 열기가 화면 너머로 전해지는 거 처음 느낌.

- 아르헨티나 리그 일정 겁나 타이트하던데 대표팀에는 언제 합류하는 거임? 월드컵 출정식 하기 전에 친선경기도 해야 하잖아.

ㄴ 일정 보니까 리그 5월 중순에는 마무리되던데? 아마 5월 23일에 합류해서 27일 친선경기 하지 않을까 예상.

ㄴ 56라운드를 그렇게 마치려면….

ㄴ 원래는 6월 중순까지임. 그런데 월드컵 때문에 일정 당겨서 더 타이트해짐.

ㄴ 와…. 아르헨티나 리그 일정이 겁나 빡세구나.

ㄴ 리그 규정이 바뀌어서 그럼. 예전에는 아무리 많아도 50경기 안팎이었는데 재작년부터 컵 대회 합쳐서 70경기 가까이 됨.

데뷔 시즌에 파격적인 기록을 세운 이후로 국내에서 유지우의 인기는 급속도로 치솟았다.

스포츠 사이트에선 유지우와 관련된 기사가 매일같이 쏟아졌고 3대 방송사 중 한 곳인 SMC 방송국은 취재팀을 꾸렸다.

‘유지우 다큐멘터리.’

아무런 연고도 없이 미지의 땅 아르헨티나로 쳐들어가 보카 주니어스의 에이스가 된 선수, 사람들의 이목을 끌 서사가 완벽했기에 방송사에서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려고 계획했다.

“아르헨티나로 간 선발팀은?”

“도착 후, 유지우 선수 쪽 에이전트와 협상에 들어갔다고 들었습니다.”

“그쪽에서는 별로 내키지 않아 하는 거 같던데 괜찮겠어?”

“시즌 중이고 유지우 선수가 아르헨티나 리그에 데뷔하고 첫 시즌이라 정신이 없어서 성사될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흐음.”

국장은 의자에 앉아 천장을 쳐다봤다.

그리고 고민을 하더니, 한마디 던졌다.

“그러면 굳이 억지로 몰아붙이지 마.”

“네? 하지만, 올 하반기에 월드컵 시즌에 맞춰서 나가려면….”

“당장 눈앞의 이익만 생각하지 말고 훗날도 생각해 보자고.”

“훗날이라면.”

“유지우 선수가 유럽에 진출할 때.”

“…아!”

“월드컵도 월드컵이지만, 아마 그때 반응이 더 난리가 날 거야.”

당장도 화제가 되겠지만, 나중에 이적할 때가 되면 지금의 열기는 생각도 나지 않을 만큼 뜨거워질 게 분명했다.

그러니 억지로 밀어붙여서 유지우와 사이가 틀어져 봐야 방송국 입장에서 좋을 게 없었다.

“이번에 진행이 되면 좋긴 하겠지만, 안 되더라도 실망은 하지 말고.”

“네! 명심하겠습니다.”

“아르헨티나에서 기념품도 잔뜩 사와.”

SMC의 방송팀은 다음 날, 전원 아르헨티나로 출국했다.

* * *

FIFA 남미 월드컵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100주년 기념 대회라 사람들은 벌써 월드컵이 시작된 것처럼 들떴다.

우루과이.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3국 동시 개최라 3국 호텔들의 예약은 끊이지 않았다.

월드컵이 열리는 현지 아르헨티나 리그는 멈추지 않았다.

리그 우승을 노리는 두 클럽.

보카 주니어스.

리버 플레이트.

승점 2점 차이인 두 클럽의 격차는 좁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경기 수가 아직 6경기나 남았기에 한 경기라도 삐끗하면 따라잡힐 가능성이 있었다.

그러던 중, 한 가지 사고가 벌어졌다.

촤아아아아악!

“아악!”

리그 51라운드에서 상대 선수의 태클에 당한 하비에르 카세로가 경기 후, 근육통을 호소했다.

클럽에는 비상이 떨어졌고 병원에서 정밀 검사까지 받았다.

그 결과, 2주 결장이 정해졌다.

“하비에르 없이 2주라, 타격이 좀 크군요.”

그래서 긴급 회의가 열렸다.

“2주라면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은 전부 출전을 못 합니다.”

“대책이 필요합니다.”

하비에르 카세로라는 존재는 보카 주니어스에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공격 메이킹으로 전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선수인데 가장 중요한 후반기에 이탈한다는 건 치명적이었다.

“아돌포는 어떻습니까?”

“재능은 있지만, 중요한 경기에 기용하기에는 많이 부족합니다.”

“프란시스코는요?”

“패스 능력은 좋지만, 압박 상황에서 처리하는 게 미흡합니다.”

“알렉스를 비롯해 세 선수 모두 로테이션 멤버로는 가능하지만, 중요한 순간에 쓰기에는 무리입니다.”

하비에르 카세로를 대체할 2선 자원들이 있긴 하지만 빈자리를 반 이상 채워줄 선수는 없었다.

“감독님.”

고민하던 알베르토 수석코치가 손을 들어 의견을 말했다.

“유를 기용하는 건 어떻습니까?”

“유를요?”

코치진들은 알베르토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거 괜찮군요. 여기 데이터를 보면 유스 시절을 비롯해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경험이 있습니다.”

“괜찮은 방안이라고 봅니다.”

“유의 플레이 메이킹은 측면에만 국한된 게 아니니 가능하죠.”

“네, 공격 포인트 생산 능력이 뛰어난 선수니,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스태프 중에서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남미 우월주의에 사로잡힌 사람들도 인정할 만큼 유지우가 보여주는 활약은 인종을 뛰어넘어 모두에게 인정받고 있었으니까.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거죠? 스테파노 코치?”

“유가 다음 경기에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면 상대해야 할 선수가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입니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라는 이름이 나오자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문제긴 하군요.”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34세의 노장으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뛰다가 작년에 브라질로 돌아온 선수였다.

“전성기 시절은 아니지만, 작년 아틀레티코를 우승시키며 폼은 죽지 않았다는 걸 증명했죠.”

높은 활동량을 가진 수비형 미드필더로 필드를 종횡무진 누비는 선수였다.

유지우가 리그에서 집요한 수비를 펼치는 선수들을 상대로 좋은 면모를 보여주긴 했지만,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수준이 달랐다.

“그러면 유의 의견을 들어보죠.”

* * *

잠시 후.

감독실에선 세바스티안 란첼라와 유지우가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눴다.

처음에는 사소한 이야기로 시작하다가 본론으로 들어갔다.

“유, 한 가지 제안할 게 있다.”

“하비에르 대신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라는 거죠?”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깜짝 놀랐다.

“…알고 있었나?”

“눈치는 채고 있었죠.”

“눈치 하나는 진짜 빠르네.”

“타국 생활은 눈치로 먹고사는 거라고 배워서요.”

“제대로 배웠군.”

“더 하실 말씀은요?”

“윙포워드랑 공격형 미드필더의 차이는 크다. 그래서 우리는 회의 끝에 네가 그 자리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유지우의 표정을 보고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너라면 잘 해낼 거다. 내 눈은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았으니까.”

“더 많은 플레이를 할 수 있기 위해서라도 다양한 포지션을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다음 날, 유지우는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지도로 공격형 미드필더가 할 플레이에 대해 집중적으로 훈련했다.

“중요한 건 공수 전환이다. 박스 투 박스 알지?”

“네.”

“네 활동량이라면 충분할 거다. 이 전술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는 공격만 책임지는 게 아니라는 걸 명심해.”

“네.”

“자, 그러면 다시 처음부터.”

훈련장이 아닌 집에서도 연구는 끊이지 않았다.

유지우는 자신이 상대할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비디오를 유심히 봤다.

끼익.

유지우의 방문이 열리며 유한우가 눈을 비비며 말했다.

“안 자?”

“이것만 마저 보고요.”

“하—암, 일찍 자. 내일도 훈련이잖아.”

“네.”

뛰어난 전술 이해도와 최대 장점인 ‘축구 지능’으로 세바스티안 란첼라의 4 - 3 - 3 전술을 스펀지처럼 빨아들였다.

“이런 식으로 전개를 하면….”

* * *

브라질 ‘이스타지우 고베르나도르 마갈량이스 핀투 스타디움’.

통칭 미네이루라고 불리는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홈구장에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 1차전이 열렸다.

보카 주니어스 vs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현재 아르헨티나 리그 1위와 작년 브라질 리그 우승 클럽과의 대결이라 관심이 높았다.

[어? 오늘 경기에서 유의 위치가 달라졌군요.]

[부상을 입은 하비에르 카세로에게 휴식을 주며 윙포워드가 아닌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왔습니다.]

포지션에 서서 경기 시작을 기다리는 유지우를 앙헬 몰리야가 불렀다.

“찌우!”

“예?”

앙헬 몰리야는 유지우를 ‘찌우’라는 애칭으로 불렀다.

그냥 이름을 세게 불렀는데 그게 입에 착 달라붙는다며 동료 선수들에게 전파했다.

“주눅 들지 마!”

“오, 갑자기 응원을?”

“…난 뭐 매일 장난만 치는 줄 알았냐?”

“네.”

“즉답이라니….”

“우는 척하지 마요. 안 우는 거 다 알아요.”

“쳇.”

농담을 나누고 있자 어느덧 시간이 다 됐다.

선수들은 각자 포지션으로 가서 섰고 곧이어 주심의 휘슬이 들리며 경기가 시작됐다.

삐----익!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4강! 보카 주니어스 vs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경기가 시작됩니다!]

[양 팀 모두 강력한 공격 전술을 구사하는 클럽이라 골이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말씀드리는 순간! 아틀레티코의 캡틴! 마테우스가 볼을 잡습니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

188cm 85kg.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후방 미드필더이자 주장으로서 유럽에서 뛴 경험으로 팀을 지탱하는 선수였다.

“빠르게!”

전방 압박을 피하는 적절한 볼 배급.

“여기로.”

툭.

“줄 곳이 없으면 뒤로.”

경기 전체를 내려다보는 넓은 시야.

그리고 가장 위협적인 건 하프라인 아래에 위치해.

뻐—엉!

언제든 뒷공간을 노릴 수 있는 정확한 로빙 패스였다.

[마테우스의 롱패스으으으으! 단숨에 보카 주니어스 진영을 넘어 문전 앞으로!]

단숨에 최전방으로 넘어간 패스는 스트라이커 히카르두 텐가티가 가슴 트래핑 후, 발리슛으로 연결하는 동작까지 매끄럽게 이어졌다.

[시작하고 2분 만에 나온 첫 슈팅! 골대 위로 넘어가며 득점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상당히 위협적이었습니다.]

포지션으로 돌아가는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에게 앙헬 몰리야가 말을 걸었다.

“오, 마테우스. 패스는 여전한데?”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출신이라 앙헬 몰리야와는 마드리드 더비에서 자주 맞붙어서 친분이 있었다.

“우리는 질 생각 없어.”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야.”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손은 유지우를 가리켰다.

“그쪽은… 네가 말했던 꼬마?”

“꼬마라고 얕보다간 큰일 날걸? 그냥 꼬마가 아니라 역사를 쓴 꼬마야.”

스윽.

“우리 꼬마도 만만하진 않아.”

마테우스 올리베이라가 가리킨 곳.

그곳엔 히카르지뉴와 더불어 브라질을 이끌어갈 재능 중 한 명인 아르투르 코스타가 있었다.

“어쨌든, 우리는 우승까지 가야 하니까 스페인 때처럼 방해하지 마.”

“내가 할 말을 대신 해줘서 고마워.”

돌아가는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를 보던 앙헬 몰리야는 유지우에게 다가가 말했다.

“유, 평소보다 집요한 수비가 들어올 거야.”

“그래요?”

“응, 저 아저씨는 상대 꿈속에까지 나타나는 집요한 수비를 하거든.”

마테우스 올리베이라.

별명 ‘청소부’.

유럽에서 인정받은 선수와의 맞대결이라 그런지 유지우의 가슴은 두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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