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68화 (68/383)

제68화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만년 3위 클럽이었다가 마테우스 올리베이라가 합류하며 리그 우승을 한 클럽이었다.

작년 여름에 이뤄진 리빌딩.

전력 외의 선수는 과감하게 잘라내고 재능 있는 어린 선수를 육성해 1군으로 합류시키고 유능한 선수들을 영입해 경기력을 높였다.

그 결과, 우승 클럽으로 탈바꿈하며 높은 경기력으로 코파 리베르타도레스의 우승 트로피를 노렸다.

[보카 주니어스의 강한 압박! 빠르게 볼을 탈취하려고 하지만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패스를 돌리며 유유히 빠져나갑니다!]

[지난 시즌부터 역습 전술을 메인으로 하던 아틀레티코가 달라진 게 바로 이런 점이죠. 마테우스 올리베이라가 합류하며 빌드업의 수준이 확연히 높아지면서 수준 높은 축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보카 주니어스의 전방 압박에도 간결한 패스로 풀어나가며 점유율로 우위를 점했다.

촤아아아악-!

기예르모 다린이 살짝 내려와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후방에서 볼을 빼앗으려고 발을 뻗었지만.

스르르륵.

뒤에도 눈이 달린 것처럼 드래그 백으로 절묘하게 피했다.

다른 브라질 국적의 선수들처럼 화려한 개인기 같은 건 없었지만, 발기술이 워낙 훌륭해 어떤 압박에도 능숙하게 대응했다.

스르르르륵.

물 흐르듯 볼을 다루는 장면은 저절로 감탄이 나올 만큼 깔끔했다.

뻐---엉!

그렇게 볼을 보호하다가 기회를 보곤 열린 공간으로 찔러주는 패스까지.

“…….”

유지우는 그의 플레이를 유심히 관찰했다.

‘비디오에서 본 대로네.’

3일 내내 비디오를 보며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플레이를 관찰했었다.

단점은 무엇이고 무슨 플레이를 자주 하는지 관찰하면서 유독 눈에 띈 것이 바로 ‘패스’였다.

가볍게 차는 거 같으면서도 힘이 실린 롱패스.

‘축구 진짜 쉽게 하네.’

이 말이 저절로 떠올랐다.

패스는 순식간에 최전방으로 연결되며 단숨에 골문을 위협했다.

퍼—억!

그러나 보카 주니어스 수비진이 쉽게 당할 리가 없었다.

뒤로 흘러가는 볼을 필사적으로 점프를 뛰어 헤딩으로 잘라냈다.

[에르네스토 게레라의 멋진 클리어링!]

[아쉬워하는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그리고 이제는 보카 주니어스의 턴입니다! 흘러나온 볼을 잡은 마르코스 무스!]

공격 전술로는 절대 밀리지 않는 게 보카 주니어스였다.

작년과는 다른 엄청난 득점력.

그 중심에는 이 선수들이 있었다.

“앙헬!”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카 주니어스로 온 선수.

[앙헬 몰리야가 원터치로 방향만 바꾼 패스! 유가 공간으로 달려가며 잡아냅니다! 정말 놀라운 속도! 마테우스 올리베이라가 따라가지도 못합니다.]

그리고 데뷔 시즌 50클럽에 가입하며 새로운 역사를 쓴 유지우.

폭발적인 스피드로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 공간인 하프 스페이스까지 진출했고 패스를 찌르려고 하는 순간.

촤---악!

뒤에서 들어오는 볼만 건드는 깔끔한 태클.

교과서적인 태클에 홈 관중들은 환호를 질렀다.

“못 지나간다. 꼬마야.”

라리가 우승과 더불어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한 경험의 벽이 유지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응?”

그러나.

씩.

분명히 볼을 빼앗겼는데도 웃는 모습에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당황했다.

‘뭐지?’

볼을 빼앗기고 웃는 선수들은 지금껏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다.

빼앗기면 다 화를 내거나 반칙을 어필하는 게 일반적인데 유지우는 쿨하게 인정하곤 곧장 수비에 가담했다.

타다다다닷-!

멀어지는 유지우의 뒷모습을 보고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놀라서 제대로 말이 나오지도 않았다.

“…뭐 하는 녀석이야.”

* * *

양 클럽이 합쳐서 슈팅은 많이 나왔으나 득점이 나오지는 않았다.

0 – 0.

이기면 남미 최고의 자리에 한 걸음 다가가는 거니, 전반전부터 서로 모든 걸 쏟아부으며 부딪쳤다.

뚝.

뚝.

하늘에서는 빗방울까지 떨어졌다.

점점 거세지는 빗방울 속에서도 선수들의 투지는 꺾이지 않았다.

몸싸움으로 필드에 구르는 건 기본이었고 유니폼은 더러워졌다.

[하늘에서는 비까지 내리고 있습니다! 이 환경 속에서 오늘 경기에서 승리할 클럽은 어느 곳일지!]

탄탄한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중원 라인은 보카 주니어스의 공격 패턴을 잡으려고 애썼다.

“왼쪽으로! 앙헬이다!”

앙헬 몰리야.

“이번에는 유!”

유지우.

두 선수를 통한 공격적인 빌드업에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는 고전했지만.

“측면 카를로스 커버!”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능숙한 지시로 막아냈다.

주력은 빠르지 않고 평범했지만, 다른 부분이 월등히 뛰어났다.

경험.

유럽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겨뤄온 그의 놀라운 안정감이 아틀레티코 미네이루 전술에 고스란히 녹아들었다.

앙헬 몰리야는 빈틈을 계속 노렸고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빈틈을 계속해서 막았다.

툭.

툭.

거기다가 드리블로 돌파를 하는 앙헬 몰리야를 거칠게 밀며 반칙으로 끊어내는 과감함까지 보였다.

삐---익!

[영리하네요. 조금만 반칙하는 타이밍이 늦었다면 앙헬 몰리야에게 돌파를 당했을 겁니다.]

[카드는 나오지 않습니다. 프리킥 지점도 상당히 먼데요! 어떻게 처리할까요?]

프리킥을 위치는 직접 슈팅으로 연결하지 못하는 40m 밖이었다.

“유.”

“예?”

“네가 찰래?”

“여기서요?”

“응, 그리고 다음에 얻는 건 내가 찰게.”

“…그냥 가까운 거리에서 프리킥 차고 싶은 거죠?”

“아, 아니거든!”

“말은 왜 더듬어요?”

“버릇이야! 버릇!”

“에휴, 알았어요. 플랜 C로 할 거니까 전달 좀 해주세요.”

“오케이!”

앙헬 몰리야의 말을 들은 선수들은 각자 위치를 잡았다.

삐—익!

주심의 휘슬이 울리자 유지우는 손을 들어 동료들과 사인을 맞추곤 발을 뗐다.

뻐—엉!

공중이 아닌 땅볼로 깔린 패스.

수비벽이 있는 곳이 아닌 왼쪽 사이드에서 중앙으로 올라오는 디에고 로시의 발아래로 굴러갔다.

“디에고!”

그리고 상대 선수들이 수비를 위해 달려 나올 때, 디에고 로시는 한 박자 빠르게 로빙 패스를 올렸다.

[디에고 로시의 패스!!! 기예르모 다린! 기예르모오오오오오!]

절묘한 침투 후, 투 터치 안에 슈팅을 시도했는데 볼은 골대 왼쪽 옆 그물에 걸리고 말았다.

[좋은 그림이었지만, 각도가 너무 없었습니다! 아쉽게 득점 기회를 놓치는 보카 주니어스!]

[와, 근데 방금 연결 과정을 보셨습니까? 유부터 시작되어 디에고, 기예르모로 이어지는 깔끔한 플레이…. 얼마나 많이 연습했으면 어색한 동작이 전혀 없었습니다!]

평소에도 세 선수는 늦게까지 훈련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세트피스 상황이나 온 플레이 상황이나 그들은 손짓 한 번으로 사인을 맞추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아, 미안.”

기예르모 다린이 득점하지 못한 걸 사과하자 디에고 로시는 등을 툭 쳤다.

“그것도 못 넣냐?”

“수비가 그렇게 빠르게 붙을 줄은 몰랐다.”

“어, 유도 온다. 너 잔소리 좀 듣겠다?”

“윽.”

티격태격하는 두 선수에게 유지우가 다가갔다.

“다음에는 더 빠르게 움직여. 너 훈련 때보다 들어가는 거 반 박자 늦었어.”

“…칫.”

“넌 그게 다 보여?”

“어.”

“눈이 무슨 AI야? 실시간으로 데이터가 추출되고 그래?”

“이제 알았어?”

“유도 디에고만큼이나 뻔뻔해졌다.”

아직 어린 10대의 소년들.

그 소년들이 일으키는 돌풍을 보고 팬들은 세 명을 ‘3대장’으로 불렀다.

* * *

보카의 3대장이라고 불리는 선수들은 타 클럽에게 경계할 선수들이었다.

아틀레티코 미네이루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들이 일으키는 돌풍이 일어나지 않게 철저하게 봉쇄하는 카드를 꺼냈다.

하지만 모든 일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는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았다.

까---앙!

[디에고 로시의 왼발이 크로스바를 맞히고 땅으로! 골키퍼가 달려들어 잡아냈습니다!]

디에고 로시의 끊임없는 기회 창출과 기예르모 다린의 라인 브레이킹은 그들에게 있어서 큰 위협이 됐다.

‘보카의 꼬마들은 대체 뭘 먹고 자라길래 수준 높은 플레이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지?’

그들을 보고 놀란 마테우스 올리베이라는 말을 잇지 못했다.

자신이 10년 넘게 뛴 유럽에서도 이런 10대들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촤----악!

그리고 또 한 명.

‘…이 자식이.’

필드 전체에 발자국을 새기고 있는 유지우였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가 찌른 패스를 예측한 유가 잘라냅니다!]

[발에 맞고 튄 볼은 마르코스 무스에게!]

마르코스 무스는 든든하게 후방을 지켜주며 훌륭한 빌드업을 보여줬다.

툭.

그리고 그의 발아래로 간 패스는 앙헬 몰리야에게 갔다.

“앙헬! 앞!”

앙헬 몰리야는 압박하는 상대 선수의 다리 사이로 알을 먹인 뒤, 유지우가 뛰어가는 앞 공간으로 스루패스를 보냈다.

‘늘 느끼는 거지만, 얘랑 뛰면 참 편해.’

유지우가 들어가면서 볼을 한 번 터치하고 앞을 막은 선수를 라 크로케타로 제쳐냈다.

- 오오오오오오!

관중석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환호성.

그리고 이어지는 유지우의 로빙 패스에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성벽이 무너졌다.

투—웅.

[속도를 줄이며 시도한 로빙 패스! 뒷공간으로 쇄도하는 기예르모 다린!!!]

이대로 잡으면 골키퍼와 1 vs 1 기회가 주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삐---익!

부심의 기가 올라가며 오프사이드가 선언됐다.

[이게 오프사이드에 걸리네요! 이건 온사이드 상황이라고 봤는데 아닌가요?]

유지우는 판정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제스처를 보냈지만, 주심은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그리고 해설위원들은 방금 상황을 리플레이로 재생했고.

[어?]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기예르모 다린이 한 걸음 뒤에서 들어갔습니다! 이건 오프사이드가 아닙니다!]

기예르모 다린이 끝까지 골대에 욱여넣기라도 했으면 VAR 체크를 할 명분이 있었지만, 그러질 않아 그냥 넘어갔다.

[명백한 오심입니다! 그리고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역습! 골키퍼가 빠르게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에게 넘겨줍니다!]

억울한 상황도 잠시, 골키퍼가 짧게 패스하며 빠른 전개로 이어지는 역습.

“마테우스! 전방으로!”

공격을 위해 라인을 올린 보카 주니어스 수비진의 위치를 보곤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의 롱패스가 나왔다.

뻐---엉!

하프라인에서도 한참 내려온 위치.

그러나 그의 발끝에서 나온 패스는 허공을 가르며 최전방으로 날아갔다.

그 볼이 가는 곳은 스트라이커가 아닌.

타다다다닷-!

왼쪽 측면에서 올라오는 한 선수.

“아르투르!”

아르투르 코스타의 앞이었다.

17세.

유지우와 같은 나이로 브라질에서 촉망받는 유망주였다.

포지션은 왼쪽 윙포워드.

바람처럼 사라지는 라인 브레이킹을 특기로 상대 뒷공간을 짓밟는 능력이 탁월했다.

탁.

공중에서 떨어져 원 바운드 된 볼을 안정적으로 자신의 앞으로 쳐놓은 뒤에.

뻐---엉!

골키퍼가 나오는 왼쪽 공간을 노렸다.

왼쪽으로 낮게 깔리며 회전이 걸린 볼은 무지개를 그리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골! 골! 고오오오오오오올! 아르투르 코스타의 강력한 슈팅이 그대로 보카 주니어스의 골망을 갈랐습니다!]

[전반 34분에 나온 아틀레티코 미네이루의 선제골! 홈에서 먼저 득점을 올리며 우위를 점합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관중석에선 폭발적인 함성이 나왔다.

골을 넣은 아르투르 코스타는 흥분해서 유니폼 상의를 벗으려다가 마테우스 올리베이라에게 제지당했다.

“넌 인마, 골 넣고 흥분하는 버릇 고치라고 했지. 그러다가 또 카드 받으려고?”

“아… 죄송합니다!”

“유니폼 벗는 거 빼고 다 해.”

“네!”

그러곤 중계 카메라에 달려가 카메라를 잡더니, 키스 세리머니를 했다.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얘기가 있었다.

‘히카르지뉴도 대단하지만, 진짜는 아르투르 아니야?’

‘그 녀석은 철이 덜 들었어. 골 넣고 흥분하는 버릇만 고치면 데려가려는 클럽 차고 넘칠 거야.’

유지우랑 같은 나이로 이번 시즌 브라질 리그에 혜성같이 등장한 선수.

데뷔한 해에 도움왕에 오를 정도로 이타적인 플레이에 뛰어났고 기회가 오면 나오는 슈팅은 정교함을 자랑했다.

“으아, 한 방 먹었네.”

앙헬 몰리야는 머리를 긁적이며 유지우에게 다가갔다.

“그러게요.”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순 없지?”

“예. 뭐든 두 배로 갚아줘야죠.”

삐----익!

그 후 전반전 종료를 알리는 휘슬이 필드에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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