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3화
100주년 FIFA 월드컵.
기념 굿즈 상품도 출시되면서 전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고 역대 월드컵 중 가장 큰 관심을 받았다.
어린아이들을 위한 이벤트도 곳곳에서 진행하며 전 연령대의 사랑을 받는 월드컵이 되어갔다.
그 시각.
대한민국 국가대표 훈련장.
첫 경기인 세네갈전을 준비하면서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의 상태를 자세히 살폈다.
“선수들 체력이 많이 좋아졌습니다.”
“이 정도면 90분 내내 압박을 가해도 될 만큼은 된 거 같군요.”
“로테이션 멤버도 밸런스가 잘 맞고.”
“이대로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주앙 달루트가 강조한 건 전술적인 움직임도 움직임이지만, ‘체력’이었다.
축구 변방이라고 일컬어지는 아시아 국가가 기술이 뛰어난 유럽과 남미를 상대로 승리하려면 하나의 무기가 필요했고 주앙 달루트는 선수들에게 체력이라는 무기를 장착시켰다.
“출정식에서 이긴 덕분에 선수들 자신감도 많이 올라왔으니까 세네갈전은 이길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월드컵을 앞두고 강도 높은 훈련은 하지 않았지만, 대한민국 선수들의 체력은 눈에 띄게 좋아졌다.
‘그리고.’
주앙 달루트의 시선이 향한 곳.
탁.
거기엔 유지우가 비어 있는 공간에서 볼을 잡고 있었다.
스르르르륵.
두 명의 압박을 받는데도 침착하게 볼을 끌면서 템포 조절을 하곤 볼의 밑부분을 차 감각적인 로빙 패스를 보냈다.
‘가장 어린데도 가장 수준이 높아.’
대한민국의 에이스.
그를 중심으로 만들어갈 월드컵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기대가 되어 가슴이 좀처럼 진정이 되지 않았다.
* * *
6월 12일.
월드컵이 개막했고 대한민국의 첫 경기가 열릴 6월 15일의 날이 밝아왔다.
엘 실린드로(El Cilindro).
라싱 클루브의 스타디움에서 월드컵 D조 1차전, 대한민국 vs 세네갈전이 진행 중이었다.
4 - 4 - 2의 대한민국.
5 - 4 - 1의 세네갈.
각 감독은 치열한 전략에 따라 서로 다른 카드를 준비해왔고, 그 결과는 초반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반전 15분이 지나간 시간! 아직 득점이 나오고 있진 않지만, 대한민국이 매서운 공격력을 보여줍니다!]
[경기 초반부터 대한민국은 라인을 올려 적극적인 전방 압박을 합니다. 저러면 세네갈이 쉽게 들어올 수가 없죠.]
대한민국이 승부수로 내세운 건 ‘압박’이었다.
세네갈은 선수비 후역습 전술로 나왔지만, 역습 시에 하프라인을 넘어오는 게 버거울 만큼 압박하는 강도가 상당했다.
[김기하와 최민연의 강력한 중원! 조금의 틈도 내주고 있지 않습니다!]
치열한 중원 싸움.
그것을 지켜보던 유지우는 오른쪽 측면에서 기회를 살폈다.
21분.
촤----악!
김기하가 슬라이딩 태클로 패스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고 발에 맞고 흘러나온 볼이 오른쪽 측면으로 흘렀다.
타다다다다닷!
[루즈볼을 유지우 선수가 볼을 잡습니다! 순식간에 주위를 에워싼 세네갈!]
세네갈도 대한민국과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유지우를 경계 대상으로 정해 그림자 마크를 펼쳤다.
하지만.
영상과 실전은 달랐다.
영상으로는 여러 방법을 생각하며 막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실전은 차원이 달랐다.
‘뭐야… 영상이랑 아예 다르잖아!’
단 몇 초의 시간.
정신을 차리고 났을 땐, 이미 눈앞에서 사라진 후였다.
[팬텀 드리블로 오른쪽 측면을 여는 유지우 선수! 계속해서 볼을 길게 치면서 세네갈 선수들을 따라오지 못하게 만듭니다!]
- 오오오오오오!
관중들도 감탄하게 만드는 폭발적인 주력.
그렇게 공간을 연 뒤에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지만, 황우식의 머리에 맞은 볼은 골키퍼 정면으로 갔다.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지만! 좋은 시도를 보여준 유지우 선수와 황우식 선수!]
[이렇게 가면 됩니다! 점유율과 공격 빈도 모두 대한민국이 앞서고 있습니다!]
뭔가 기회는 계속 만드는 데 성공했으나 아직 득점이 나오고 있지 않았다.
왼쪽, 중앙, 오른쪽.
다양한 패턴의 공격 가운데서도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게 유지우가 있는 오른쪽이었다.
“또 유지우 쪽이다.”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유지우 쪽으로 갔다.
대한민국과 세네갈.
두 국가에서 제일 주목받는 선수가 유지우였기에 당연한 관심이었다.
두근.
두근.
어떤 플레이를 보여줄지 기대감이 차올랐다.
그리고 그 기대감은 곧 필드 위에서 증명됐다.
[대한민국의 역습! 최민연이 왼쪽 사이드로! 강예수가 있습니다!]
유지우를 견제하느라 왼쪽의 견제가 느슨한 틈에 강예수의 돌파가 시작됐다.
강예수는 강점은 주력보다는 이타적인 플레이였다.
툭.
툭.
공격형 미드필더 위치까지 내려온 황우식과 원투 패스로 측면을 깔끔하게 열어젖히며 찾아온 기회.
[강예수의 크로스으으으으으!]
왼발로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는 유지우가 침투하는 곳으로 갔다.
스윽.
유지우는 자신에게 볼이 오는 것을 보곤 빠르게 주변을 스캔했다.
‘온다.’
발로 잡아놓고 처리하기에는 늦을 것 같았다.
그래서 유지우가 선택한 건.
투-웅.
어깨 트래핑이었다.
마치 어깨에서 잠시 정지된 것처럼 보이는 볼.
수비수가 압박 타이밍을 놓치자 살짝 떨어트린 후.
툭.
왼발 논스톱 슈팅으로.
뻐---엉!
왼쪽 구석을 노렸다.
끝까지 볼에 시선을 고정한 골키퍼가 슬라이딩을 하며 손을 뻗었으나 볼은 골대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들어갔습니다아아아아아아! 2030 월드컵! 대한민국의 첫 번째 득점은 바로 이 선수! 등번호 10번! 에이스 유지우 선수가 만들어 냈습니다!]
[놀라운 트래핑 후에 이어진 깔끔한 슈팅! 이게 17세 선수의 플레이로 보이십니까? 월드 클래스의 향기가 짙게 풍깁니다!]
카메라 앞으로 달려가서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를 가리키는 세리머니를 했고 동료 선수들은 달려와서 유지우를 덮쳤다.
그 뒤.
우위를 점한 대한민국은 전반전에만 2골을 추가로 넣으며 승기를 잡았다.
“하아… 죽겠군.”
세네갈 감독은 전반전이 끝나고 들어가는 대한민국 선수들 가운데 10번 유니폼을 입은 선수를 뚫어져라 봤다.
‘어떻게 막아야 하나.’
도저히 떠오르지 않았다.
* * *
대한민국에서는 곳곳에서 거리 응원 물결이 번졌고 시청률이 30%를 넘길 정도로 화제를 끌었다.
- 경기력 ㅁㅊ
- 유지우가 있으니까 게임 질 자체가 달라짐.
- 16강 진출하려면 세네갈은 무조건 잡고 가야 함.
- 다음 경기가 콜롬비아라 괜찮을 거 같긴 하지만 최대한 많은 점수 차이로 승리하는 게 우선이야.
- 갓지우께서 강림하셨다!
- 전반전에만 1골 1도움 ㄷㄷ
- 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해외 클럽에서 잘 뛰던 선수들은 꼭 국대 오면 너프 되고 그랬는데 얜 그런 게 없네.
그렇게 관중들의 환호 속에 시작된 후반전에도 흐름은 대한민국에 있었다.
[안정적인 수비를 보여주는 대한민국! 강한 압박으로 세네갈의 실수를 끌어냅니다!]
세네갈은 어떻게든 격차를 줄이려고 무리한 공격을 감행했지만, 전후반 합쳐서 유효 슈팅 1개에 그쳤다.
“…….”
세네갈 감독은 차분하게 경기를 지켜봤다. 그리고 손을 들어 사인을 내렸다.
유지우를 막아야 기회가 생긴다는 생각에 한 행동이지만, 세네갈에서 유지우를 개인 능력으로 잡을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다.
타다다다닷-!
발은 빨랐지만, 기술적인 게 부족해 유지우에게 농락당했다.
투-욱.
다리 사이로 볼을 빼내는 넛맥.
두 명의 압박을 여유롭게 벗어난 유지우는 더 올라가지 않고 자세를 잡았다.
뻐---엉!
[하프라인에서 살짝 올라온 위치에서 과감하게 전방으로 패스를 보내는 유지우 선수! 전방에는 황우식 선수가 침투!!!]
[어떻게 저걸 본 거죠? 도저히 볼 수 있는 각도가 아닙니다!]
세네갈의 촘촘한 수비 때문에 전방에 있는 공격수까지 이어지는 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걸 아무렇지 않게 탈압박한 후에 정확하게 보내는 걸 보고 김기하는 ‘와.’ 감탄했다.
스르르르륵.
적절한 볼의 회전.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부터 휘어지며 황우식이 들어가는 앞으로 향했다.
[황우식! 황우시이이이이이익!]
황우식이 수비를 따돌리는 것과 동시에 골키퍼가 나오는 걸 확인했다.
툭.
그러곤 원터치 로빙 슈팅을 시도했다.
발을 떠난 볼은 골키퍼의 키를 넘기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대한민국의 네 번째 고오오오오올! 세네갈을 상대로 완전히 압도하는 대한민국!]
[선수들의 합이 너무 잘 맞습니다! 특히 유지우 선수가 뒤에서 경기를 만드는 과정이 정말 아름답습니다!]
크게 앞서기 시작했고 선수들은 멈추지 않고 그동안 준비해온 모든 걸 쏟아부었다.
퍼---억!
거친 몸싸움에는 거칠게 맞대응을 하고.
“XXXX!”
“XXXX!”
거친 말에는 거친 말로.
기세로 밀리지 않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전술로 나섰다.
[ 대한민국 4 – 0 세네갈 ]
72분.
유지우는 2골 1도움을 기록한 뒤, 교체되었다.
사람들은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유지우를 향해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오늘 경기 최고의 활약을 펼친 유지우 선수가 권민창 선수와 교체됩니다!]
[점수 차이가 이렇게 벌어진 이상, 유지우 선수를 계속 뛰게 할 필요는 없거든요. 다음 경기를 위해서라도 교체해서 체력 안배를 해주는 게 맞습니다.]
터치하고 나오자 주앙 달루트는 유지우에게 손을 내밀었다.
“완벽했다.”
“네.”
하이파이브를 한 뒤에 벤치로 가 땀을 닦으며 수분을 보충했다.
80분.
85분.
90분.
정규 시간이 다 지나갔고 잠시 후 추가 시간까지 다 지나가며.
삐-익! 삐-익! 삐이이이이익-!
종료 휘슬이 울리며 대한민국의 월드컵 첫 경기는 승리로 장식됐다.
[월드컵 D조 1차전! 대한민국 vs 세네갈의 경기는 4 – 0으로 대한민국이 승리를 챙깁니다!]
[이것으로 좋은 스타트를 끊은 대한민국! 16강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선점합니다!]
아직 안심할 단계는 아니었다.
남은 두 나라.
벨기에.
콜롬비아.
이 두 나라의 전력이 대한민국보다 우위에 있었기에 아직 안심하긴 일렀다.
“유지우 선수!”
“이쪽이요!”
유지우는 경기가 끝난 후, 스태프들의 안내를 받으며 한국 기자들이 모인 믹스트 존으로 갔다.
먼저 감독인 주앙 달루트, 주장인 김기하의 인터뷰가 끝난 뒤, 유지우의 순서가 됐다.
“유지우 선수! 첫 경기 승리 축하드립니다. 정말 멋진 경기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첫 경기 승리 소감 한마디만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준비했고 모두가 원하는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어 기쁩니다.”
그 뒤로 열 명이 넘는 한국 기자들은 여러 질문을 했고 잠시 후.
“마지막으로 지켜보고 계신 국민 여러분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마지막 질문을 받았다.
유지우는 찍고 있는 카메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가슴에 있는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은 플레이를 보여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