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84화 (84/383)

제84화

【 대한민국! 세네갈을 4 – 0으로 격침하며 16강 진출의 청신호를 켜다! 】

【 2010 남아공 월드컵 이후 20년 만의 16강 진출 기회! 과연 대한민국은 16강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

【 ‘에이스’ 유지우, “태극마크에 부끄럽지 않은 경기력을 보여 드리겠다.” 】

【 주앙 달루트, “이제 시작이다. 대한민국이 어디까지 올라갈지 지켜봐 달라.” 】

첫 승을 거두자 대한민국에는 관련 기사가 쏟아졌다.

하이라이트 영상은 조회 수가 폭발적으로 올라갔고 대표팀을 칭찬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 다른 것보다도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온 게 수비력이야. 수비력이 예전과 달리 되게 안정됐어.

ㄴ 김기하랑 최민연이 포백 보호도 잘해주고 있고 센터백들도 폼이 미쳤음.

ㄴ 김재민 쟤는 뭐냐? 피지컬이 유럽 탱크 아님?

ㄴ 몸싸움하니까 상대 공격수가 날아감.

- 이런 거를 보려고 월드컵을 보는 거지!!!

ㄴ ㅇㅈ

ㄴ 월드컵에서 이기는 거 오랜만에 봐서 얼떨떨함.

ㄴ 세네갈 이겼다고 기쁘기는.

ㄴ 넌 뭐 하는 놈이냐?

ㄴ 위에 물타기 하는 놈들 무시하면 됨.

ㄴ 어떤 상대든 이긴 건 이긴 거다.

특히 이목을 끈 건 월드컵 조별 리그 1차전이 끝나자 FIFA에서 월드컵에서 주목받는 선수 열 명을 선발한 거였다.

유럽과 남미.

여러 선수가 명단에 올랐고 유지우의 이름도 있었다.

【 유지우, FIFA 선정, 2030 월드컵에서 주목할 10인에 선정. 】

- 국뽕이 차오른다.

ㄴ 세계적인 선수들 사이에서 10인에 든 거? ㄷㄷ

ㄴ 농어촌 전형인가?

ㄴ 농어촌 전형이라도 어떰.

ㄴ 솔직히 농어촌 전형이 아니라고 해도 실력만 보면 충분히 들만한데?

- 리그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그런지 경기력 미쳤다 ㄹㅇ

ㄴ 혼자서 세네갈을 뚜드려 팸.

ㄴ 포스가 미쳤음.

ㄴ 이상하게 유지우가 볼을 잡으면 빼앗길 것 같지 않아.

- 보고서 느꼈다. 우리나라는 유지우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크다고.

ㄴ 공격의 질이 달라짐.

ㄴ 감히 유지우라니, 앞으로 ‘갓’지우라고 부르거라.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 보는 맛이 달라짐.

ㄴ 우리나라에도 눈 호강 시켜주는 선수가 나타나줘서 너무 기쁨 ㅠㅠㅠㅠㅠㅠ

그 시각.

유지우의 가족들은 대한민국 vs 콜롬비아 경기가 열리는 우루과이에 도착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특히 콜롬비아 팬들은 상대를 조롱하는 응원가를 부르며 대한민국 유니폼을 입은 팬들을 위협했다.

“Fxxking Korea!”

기본적인 단어라 한국 사람들도 알아들었다.

그리고 이러한 위협에 아무렇지 않게 대응하는 사람.

“아유~ 입 좀 다물어라, 너희는 음식을 쓰레기를 먹니? 쓰레기 냄새가 너무 심하잖아.”

유한우였다.

콜롬비아도 에스파냐어를 쓰는 나라라 의사소통이 어렵지 않았다.

“뭐?”

열 받은 콜롬비아인이 달려들려고 하자 서설희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은 놀랐지만, 유한우는 씩 웃었다.

퍼—억.

“무슨 일이시죠?”

2m에 가까운 거구.

미식축구를 해서 근육까지 탄탄해 콜롬비아 남성은 눈에 띄게 당황했다.

“제가 듣기로는 그쪽에서 먼저 도발했는데 문제가 되나요?”

“…아, 아닙니다.”

“그러면 손에 힘 푸시죠.”

맥스가 있어서 유한우는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맥스가 있으니까 마음이 편안하네요!”

“다행입니다.”

“꼬치 하나 드실래요?”

“아닙니다. 유의 가족을 수행하는 동안은 물 한 병이면 충분합니다.”

맥스는 직업 정신이 투철했다.

유지우가 대표팀에 있는 동안은 유지우의 부탁으로 가족들 근처에서 케어를 해줬다.

“항상 고마워요. 우리 아들 도와줘서.”

“그게 제 일입니다.”

두 사람이 에스파냐어로 대화하자 다른 사람들은 알아듣지 못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아~ 우리 아들 항상 케어해줘서 감사하다고 했지.”

“아.”

“당신도 이 기회에 에스파냐어 배워보는 게 어때?”

“내가? 이 나이에? 됐어.”

가족들이 대화를 나누며 도착한 곳은 하루 동안 묵을 호텔이었다.

“지우가 지내는 곳은 어디예요?”

“저기 건너편 호텔.”

“아하…. 근데 뭔가 사람들이 많네요?”

대한민국 대표팀이 묵는 호텔 앞에는 이상하리만큼 사람들이 많았다.

* * *

그날 밤.

“지우야.”

“네?”

“성경 읽고 잘래?”

“…괜찮아요.”

잘 준비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

강예수는 성경책을 읽으며 잘 준비를 했고 유지우는 내일 경기라 일찍 자려고 눈을 감는데.

퍼—엉!

밖에서 무슨 폭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응?”

“뭐지?”

창문으로 가서 밖을 보자 밝은 빛과 함께 웅성거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적어도 수십 명, 많게는 백여 명이 모여서 소란을 일으키고 있는 듯했다.

“어, 저기 콜롬비아 유니폼 아니야?”

노란색 콜롬비아 유니폼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콜롬비아 팬들이네요.”

“저것들이 이렇게 나온다? 우리 컨디션 망치려고 작정했구나.”

가끔가다 팬들이 다음 경기 상대 팀의 컨디션을 망치려고 소음공해를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다.

- “Fxxking Korea!”

사람들은 일제히 대한민국을 조롱하는 노랫말을 외쳤고 대한민국 국가대표 스태프들이 호텔 경비들과 나가서 막아보려고 했지만,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았다.

“민폐네.”

“그러니까요. 호텔에 우리만 지내는 게 아닌데.”

일반 투숙객들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행위라 호텔은 경찰까지 불러서 현장을 해산시키려고 했다.

“우우우우우우우!”

그러나 그들의 목소리는 끊임없이 들렸다.

“흐음.”

그걸 구경하던 유지우는 창가 가까이 다가가 창문을 열었다.

“뭐 해?”

“손 흔들어 주려고요.”

“어?”

“저렇게 열정적으로 응원을 해주는데 보답은 해줘야죠.”

창문을 열자 밖에서 보던 한 사람이 손가락으로 유지우가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러자 다른 사람들도 일제히 쳐다봤고.

짝짝짝짝짝.

유지우는 박수를 쳐줬다.

“…저 자식이 뭐 하는 거야?”

콜롬비아 팬들을 비롯해 다른 사람들도 당황했다.

그리고 유지우는 에스파냐어로 말했다.

“여러분들의 열렬한 성원에 힘입어! 내일 콜롬비아는 제대로 짓밟아 드리겠습니다!”

도발하자 콜롬비아 팬들이 욕하는 소리가 커졌다.

그걸 무시하고 창문을 닫고선 침대에 누워서 귀에 무언가를 꽂았다.

“귀마개야?”

유지우에겐 이런 게 처음이 아니었다.

코파 수다메리카나 결승에서도 한 번 겪은 일이라 익숙했다.

“아뇨. 이어폰이에요. 노이즈 캔슬링이 잘돼서 소음이 잘 안 들려요.”

“그래?”

“형도 하나 빌려 드릴까요?”

“또 있어?”

침대 옆 탁상에서 이어폰 케이스를 꺼내 건네줬다.

“…넌 아무렇지 않게 도발 잘한다?”

“아르헨티나에서 배운 거예요.”

밖에서는 연신 콜롬비아 팬들이 난리를 쳤지만, 유지우는 이어폰을 꽂아 수면에 도움 되는 음악을 들으며 꿀잠을 잤다.

* * *

경기 당일.

우루과이의 수도 몬테비데오에 위치한 홈구장 ‘에스타디오 센테나리오.’

약 6만여 명 정도 수용이 가능한 스타디움 앞은 대한민국과 콜롬비아 팬들은 물론 곳곳의 축구 팬들도 몰려들며 인산인해를 이뤘다.

“유!”

“너 보려고 왔어!”

보카 주니어스 팬들 몇몇도 유지우를 보기 위해서 우루과이까지 찾아왔다.

유지우는 워밍업을 마친 뒤, 응원하는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어 주며 필드를 나가 라커룸으로 갔다.

라커룸 안으로 들어온 선수들은 경기에 나갈 준비를 했다.

착.

유지우는 보호대를 착용했고 곧이어 주앙 달루트가 라커룸으로 들어왔다.

“표정들이 좋군.”

주앙 달루트는 라커룸으로 들어오면서 선수들의 표정을 살폈다.

“콜롬비아는 벨기에에 패배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그래서 어떻게든 오늘 경기에서 이기려고 할 거다.”

경기 준비를 하면서 콜롬비아의 거친 축구에 대한 주의를 끊임없이 줬다.

더구나 벨기에에 패배한 지금, 16강 진출을 하려면 대한민국을 꼭 이겨야 했기에 거친 경기가 될 거라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켰다.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지 마라. 상대가 물면 똑같이 물고 배로 갚아줘라.”

- “네!”

“확실하게 짓밟아!”

라커룸 대화를 끝낸 뒤, 선수 입장 통로에 서자 라다멜 발란타가 손을 내밀었다.

“어제 우리 팬들 때문에 곤란했다며?”

“별로.”

“여전히 차갑네.”

“인사를 나눌 정도로 친한 사이는 아니라서.”

딱딱하게 대답하자 뒤에 있던 존 로드리게스가 비웃으면서 개입했다.

“오늘 다리 조심해라?”

왼쪽 풀백인 존 로드리게스는 지난 A매치에서 유지우에게 호되게 당했었다.

“너 아직도 축구 선수 하고 있었어? 그때 나한테 당한 뒤로 은퇴하고 다른 일 하고 있을 줄 알았는데?”

거친 남미 리그에서 이런 도발은 수도 없이 당해서 유지우는 도발을 능구렁이처럼 받아쳤다.

오히려 화를 내는 건 먼저 도발을 한 존 로드리게스 쪽이었다.

“그만해.”

라다멜 발란타가 존 로드리게스를 말렸다.

“당한 건 필드 위에서 갚아.”

그 말에 존 로드리게스가 화를 억누르며 유지우를 보곤 말했다.

“두고 보자.”

“…….”

“야.”

“…….”

“이 자식이! 무시하냐!”

유지우는 존 로드리게스의 말을 그냥 무시했다.

그다음은 서로 신경전만 오갔고 양 팀 선수들은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필드로 입장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

피부를 통해 전해지는 열기.

특히 콜롬비아 팬들이 미친 듯이 소리치며 분위기를 압도했다.

[양 국가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각 진영으로 나란히 서자 양 나라 국가가 울렸다.

국가 연주가 끝난 뒤, 콜롬비아 선수들은 포지션으로 갔고 대한민국 선수들은 포지션으로 가기 전에 원을 둘러 어깨동무를 했다.

“우리는!”

- “대한민국!”

“이기는 곳은!”

- “대한민국!”

사기를 올린 다음 선수들은 포지션으로 갔다.

오른쪽 측면으로 간 유지우는 가볍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경기 시작을 기다렸고 잠시 후.

삐-----익!

휘슬이 울리며 월드컵 D조 2차전, 대한민국 vs 콜롬비아의 경기가 시작됐다.

[말씀드리는 순간! 월드컵 D조 2차전이 대한민국의 킥오프로 시작됩니다!]

[지난 A매치에서 맞붙었던 양 국가가 이렇게 월드컵에서 다시 붙을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 승리했던 경험을 토대로 오늘 경기에서도 좋은 플레이를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A매치에서 거뒀던 대승.

그 기억을 기반으로 대한민국은 사기가 높았고 콜롬비아는 설욕하고자 했다.

퍼----억!

시작부터 유지우에게 가해지는 집중 견제.

왼쪽 풀백 존 로드리게스가 그림자처럼 붙어서 떨어지지 않았다.

‘대한민국은 유만 봉쇄하면 아무것도 못 한다. 목숨 걸고 막아.’

콜롬비아 국가대표 감독, 알바로 산체스가 경기 전에 선수들에게 한 말이었다.

그래서 존 로드리게스에게 전담 마크 형태로 유지우를 막으라고 얘기했다.

그리고.

또 한 명.

[유지우 선수에 바짝 붙어서 마크하는 존 로드리게스와 라다멜 발란타!]

[라다멜 발란타가 저렇게 라인을 내려서 수비하는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콜롬비아의 선수 배치를 보고 사람들도 의아해했다.

“응? 라다멜이 왜 저렇게 밑에까지 내려왔지?”

라다멜 발란타는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서 매 시즌 꾸준히 20~30개의 공격 포인트를 생산할 만큼 공격적인 재능이 뛰어난 선수였다.

그런 선수를 수비 진영까지 내려 압박을 가하게 한다는 건 다소 무리수로 보였다.

이렇게 되면 공격할 때, 역습 타이밍을 놓칠 가능성과 체력 소모도 극심해질 우려가 있으니까.

퍼---억.

하지만 그 노림수는 알바로 산체스 감독이 유지우를 봉쇄하기 위해 생각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라다멜 발란타의 장점인 체력과 적극성.

활동량이 좋은 유지우를 마크하기에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카드였다.

그렇게 활동량이 좋은 두 선수를 유지우의 마크맨으로 붙이는 강수를 뒀다.

[어어어어어어어어!]

라다멜 발란타의 집요한 압박을 피하며 볼을 잡자 사각에서 들어오는 존 로드리게스의 몸싸움.

애초에 볼이 아닌 유지우를 어떻게든 밀겠다는 의도로 들어온 몸싸움이라 유지우는 뒤로 밀려났다.

콰---앙!

광고판에 부딪히자 주앙 달루트가 벤치에서 벌떡 일어나 소리쳤다.

“저 미친 새끼가!”

콜롬비아가 가지고 나온 또 하나의 전술.

“다음번에는 어디로 날려줄까?”

그건 ‘에이스 죽이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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