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115화 (115/383)

제115화

제라르 레오(Gerard Leo).

2001년 2월 22일생.

14세에 레알 마드리드 유스에 입단.

재능을 인정받아 19세에 1군 데뷔를 한 레알 마드리드 성골로 레알 마드리드 팬들에겐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수였다.

‘레알 마드리드 카스티야의 자존심.’

2026년에 첫 발롱도르를 수상하고 그 뒤로 2030년까지 매년 발롱도르를 수상하며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올라 현역 축구 선수 중 최고 가치를 지닌 선수가 됐다.

축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선수라 일거수일투족이 화제의 중심에 서 있었다.

“무슨 촬영하나?”

“저기 스페인 선수들 아니야?”

“여길 왜 온 거지?”

스페인 선수들은 예상보다 일찍 입국해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하기 전, 관광을 다녔다.

유명 관광지에서 스페인 선수들 목격담이 SNS에 퍼졌고 제라르 레오 사인 인증 사진에는 수많은 댓글이 달렸다.

[제라르 레오 인성 미쳤습니다. 밥 다 드실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보더니, 밥 먹던 걸 멈추고 다가오셔서 사인해주는 거 보고 심쿵했습니다 ㅠㅠㅠㅠㅠㅠ]

- ㅠㅠㅠㅠㅠ 개 부럽다.

- 어디냐?

- 스페인 선수들 탐방 다니는 루트 아는 사람 공유 좀.

- 나도 사인!!!!!!!!!!!!!!

- 제라르 레오 인성 좋은 건 옛날부터 유명했잖아.

- 회사 연차 쓰고 보러 간다.

- A매치 때, 역대급 인파 몰릴 듯.

- ㄹㅇ FIFA 랭킹 1위 팀이랑 붙는 게 어디 쉬운 일이야? 게다가 제라르 레오까지 출전하면 암표라도 사서 들어가야지.

제라르 레오는 축구 실력만 뛰어난 게 아니라 팬 서비스가 좋았다.

일상에서도 팬들을 만나는 걸 즐겼고 팬들이 말릴 정도로 팬 서비스에 미친 선수였다.

‘연쇄사인마.’

한국 팬들은 제라르 레오를 이런 별명으로 부를 만큼 제라르 레오는 항상 펜을 소지하며 언제든 사인을 할 준비를 하고 다녔다.

.

.

.

스페인 선수들은 관광을 다니며 시차 적응을 마쳤고 경기 3일 전부터 훈련을 시작했다.

“제라르.”

몸을 푸는 제라르 레오에게 다가간 선수는 레알 마드리드 동료인 디에고 산체스였다.

2m에 육박하는 거대한 체구, 빠른 순발력을 갖춰 레알 마드리드 최고의 센터백에 이름을 올리며 월드 베스트 11에 단골로 뽑히는 선수였다.

“왜?”

“너, 한국의 유라고 들어봤지? 아르헨티나에서 뛰는 아시아 꼬마.”

“유? 보카 주니어스?”

“어, 이름은 들어봤지?”

“알지, 월드컵에서도 활약했고 요새 우리 단장도 관심 두는 핫한 신인이잖아.”

스페인 선수들의 입에서도 유지우의 이름이 거론됐다.

“그 녀석이랑 경기하는 거 기대되지 않아?”

“조금?”

제라르 레오도 유지우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비록 유럽 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는 아니지만, 아르헨티나 리그에 돌풍을 일으키는 선수는 여러 클럽의 관심사였으니까.

“만약에 한 팀에서 같이 뛰면 어떨 거 같아? 우리 구단도 영입하려는 눈치던데?”

“음.”

제라르 레오는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대답했다.

“같이 뛰면 좋겠지. 그런데 그 녀석이 그걸 원할까?”

“무슨 의미야?”

“우리 클럽에서 뛰고 싶으면 고민할 게 뭐가 있어, 겨울 이적 시장에서 이적했겠지.”

“…그렇긴 하네.”

만약 유지우가 정말로 빅클럽에서 뛰고 싶은 거였다면 오퍼가 온 겨울 이적 시장에 가는 게 맞았다.

하지만.

유지우는 코파 리베르타도레스 우승 후에 이적하겠다면 유럽 빅클럽들의 제안을 거절하고 잔류를 선택했다.

이건 일반적으로 빅클럽에 가고 싶어 하는 유망주의 선택은 아니었다.

“아마 그 녀석은 돈보다는 다른 걸 좇는 유형인 거 같아.”

제라르 레오는 유지우를 단번에 간파했다.

돈이 아닌 다른 것.

“그게 뭘까?”

제라르 레오는 어린 선수가 속에 돈이 아니라 어떤 걸 품었는지 그게 제일 궁금했다.

* * *

FIFA 랭킹 1위의 스페인.

세계 최고의 팀과 경기한다는 건 한국 축구 팬들은 설레게 했다.

【 스페인 국가대표팀! 훈련 시작! 】

스페인하고 경기가 3일 남았을 때, 축구협회에선 한 가지 이벤트를 계획했다.

‘공개 트레이닝 데이.’

추첨해서 뽑힌 팬들을 훈련장에 초대해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가까이서 볼 수 있게 해주는 이벤트였다.

웅성웅성.

훈련장을 찾은 팬들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자리로 갔다.

선수들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거리였다.

“이 정도 거리면 선수들 땀구멍까지 보이겠다.”

“오늘 사인도 받을 수 있는 거지?”

“응, 아까 안내하시는 분한테 여쭤보니까 훈련 끝나고 사인받을 수 있다고 했어.”

“근데 유지우 선수 유니폼 되게 많다.”

근처에 유지우의 대표팀 유니폼과 보카 주니어스 유니폼이 전체 70% 이상을 차지했다.

팬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자 곧이어 선수들이 훈련장으로 들어왔다.

- 와아아아아아아!

팬들은 각자 응원하는 선수의 유니폼과 플래카드를 들고 소리를 질렀다.

꾸벅.

선수들은 훈련을 시작하기 전에 찾아준 팬들에게 인사를 한 뒤에 훈련을 시작했다.

삐---익!

휘슬에 맞춰 처음은 가벼운 달리기부터 시작했다.

“컨디션은 괜찮아?”

주장인 김기하는 유지우의 옆에 붙어 밀착 케어했다.

“네.”

유지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왠지 모르게 든든했다.

패스 훈련.

순발력 훈련.

슈팅 훈련.

팬들은 선수들이 훈련하는 걸 카메라에 담았다.

“와, 유지우 선수는 몸이 되게 가볍네.”

“날아다니던데요?”

팬들의 시선이 가장 많이 향하는 곳은 유지우였다.

“지우 오빠!”

갑자기 들리는 오빠 소리에 볼을 차던 유지우는 흠칫 놀랐다.

“…제, 제가 오빠인가요?”

팬들과 얘기해도 들리는 가까운 거리라 유지우가 넌지시 물었고 당황한 유지우를 보며 팬들은 웃음꽃을 피웠다.

“잘생기면 오빠예요!”

“축구 잘하면 오빠예요!”

- “오빠아아아아!”

유지우는 머리를 긁적이며 얼굴이 빨개졌고 김기하가 그걸 보고 놀렸다.

“어! 얼굴 색깔이 왜 그래?”

“뭐, 뭐가요.”

“팬분들 덕분에 지우가 부끄러워하는 걸 다 보네요! 감사합니다!”

유지우는 부끄러워하면서 도망쳤다.

필드에서 보여주는 압도적인 퍼포먼스와 달리 영락없는 10대의 모습에 팬들의 입꼬리는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훈련이 다 끝난 후.

선수들은 돌아다니며 찾아온 팬들을 위해 팬 서비스를 했다.

스스스슥.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유지우도 펜을 받아서 팬들이 내민 유니폼에 전부 사인을 해줬다.

“뒤에서 밀지 마세요.”

계속해서 뒤에 있는 사람들이 밀자 유지우는 안전을 위해서 질서를 지켜달라고 했다.

“다 해드릴 테니까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유지우는 사인하면서 팬들의 안전을 챙겼다.

밀던 팬들도 유지우의 미소를 보자 얌전히 차례를 기다렸다.

“…오빠.”

“네?”

“한 번만 웃어주시면 안 돼요?”

“아.”

“아까처럼요! 네? 제발요!”

여성 팬의 요청에 유지우는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 와아아아아아!

그러자 반응이 엄청났다.

“사랑해요!”

“경기 꼭 이겨주세요!”

“다치지 마세요!”

“지우 선수니이이이이임!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합니다!! 아! 저희 부모님 다음으로요!”

- 하하하하하하하!

팬들의 적극적인 반응에 팬 미팅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됐다.

선수들이 한두 명씩 사인을 마치고 들어갔는데도 유지우는 마지막까지 남아서 단 한 명의 팬도 그냥 가지 않도록 사인에 최선을 다했다.

“안 피곤하세요?”

“전혀요. 이렇게 팬들과 만나면 피로가 다 풀리는 것 같거든요.”

“와…. 외모도 미쳤는데 인성도 미쳤네요.”

“…하하하하하, 감사합니다.”

그렇게 유지우는 노을이 지는 순간에도 팬들 모두에게 사인과 사진 촬영을 해준 뒤에 제일 늦게 훈련장을 빠져나갔다.

그런 그의 뒷모습을 본 팬들은.

“사람이 어쩜 저렇게 완벽할 수가 있지?”

한 번 더 유지우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 * *

대한민국 vs 스페인 경기 당일.

상암 월드컵경기장.

월드컵 이후 대한민국에 축구 붐이 불어오면서 국가대표 경기를 직관하러 오는 인파가 급격하게 늘어났다.

“언니! 우리도 머리띠 사야 하는 거 아니에요?”

“어떤 거 하고 싶은데?”

“음… 저는 이거요!”

최다빈과 후배 장예리, 그리고 친구인 강주현도 인파 속에 있었다.

“너도 그만 찍고 좀 골라봐.”

“잠깐만! 이 열기는 담아야 한단 말이야!”

“그러면 우리가 알아서 산다?”

“오케이! 귀여운 걸로!”

강주현은 너튜버답게 현장 열기를 담는 직관 VLOG를 찍고 있었다.

그렇게 머리띠를 산 세 사람은 티켓 검사를 받곤 경기장 안으로 입장했다.

“와, 안에도 사람 되게 많네요.”

“월드컵 이후에 직관 인원이 늘어났다고 하더라.”

“저희 자리는 스카이라운지라고 했죠?”

“어, 지우 가족들이랑 같이 볼 거야.”

경기장 안은 아직 경기 시작 전인데도 꽤 많은 사람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세 사람이 간 곳은 선수 지인들이나 초대받은 셀럽들이 오는 스카이라운지였다.

“민하야, 우리 왔어.”

문을 열고 들어간 곳엔 유지우 가족들이 있었고 최다빈과 강주현은 서설희에게 인사한 후, 유민하와 포옹을 했다.

“아버님이 안 보이네? 또?”

끄덕.

“메인 서포터즈석에 가셨지 뭐.”

유한우는 여기서도 스카이라운지보다 열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메인 서포터즈석을 선호했다.

“이쪽은 장예리 선수님 맞죠?”

유민하는 최다빈 옆에 있는 장예리와도 반갑게 인사했다.

“네! 편하게 예리라고 불러주세요. 언니!”

“아이고, 이런 귀여운 사람이 FM 기계 다빈이 밑에서 얼마나 고생했을까.”

“흑흑, 많이 고생했어요.”

“시간 나면 우리 가게 와, 언니가 맛있는 거 많이 해줄게.”

“네! 꼭 가겠습니다!”

만난 지 1분도 되지 않아 언니 동생 사이가 된 두 사람을 보던 최다빈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 두 사람을 만나게 한 게 잘한 일인지 모르겠다.”

- 와아아아아아!

잠시 후, 관중들의 환호가 들려오자 스카이라운지에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은 일제히 필드를 쳐다봤다.

“워밍업하러 나온다.”

“지우는?”

“저기 제일 뒤에.”

국가대표 저지를 입고 필드로 나온 유지우는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으며 선수들과 함께 몸을 풀었다.

잠시 후.

- 오오오오오오!

스페인 국가대표팀이 함성을 받으며 입장했다.

한 명 한 명이 존재감이 있었다.

라리가 3대장인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를 비롯해 유럽 빅클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이 대거 포진되어 있었다.

“와.”

관중들도 선수진을 보며 감탄했다.

“…선수진 미쳤다.”

“챔스권 선수들도 많네.”

“저기 제라르 레오다!”

스타플레이어들 사이에서도 가장 많은 이목을 끄는 건 당연히 제라르 레오였다.

카메라 부대를 이끌고 등장한 그의 존재감은 경기가 시작하기 전부터 경기장 전체에 퍼졌다.

- 오오오오오오오!

제라르 레오가 움직일 때마다 관중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런 관중들에게 제라르 레오는 감사한 마음을 담아 박수를 보내며 워밍업을 시작했다.

.

.

.

“유!”

워밍업을 끝내고 들어가려는데 누군가가 유지우를 불렀다.

한국 선수가 아닌 스페인 선수였고 그는 다름 아닌 제라르 레오였다.

보통 경기 전에 양 클럽 선수들이 접촉하는 일은 없었다.

정말 친한 경우라도 가볍게 인사만 나눌 뿐이지 이렇게 모두가 보는 곳에서 불러 세우진 않았다.

“뭐 하고 있어! 얼른 찍어!”

지켜보던 취재진은 황급히 카메라를 들었다.

“왜요?”

유지우가 멈춰 서서 대답하자 제라르 레오는 웃으며 주먹을 내밀었다.

“잘해보자.”

주먹을 본 유지우는 마찬가지로 주먹을 뻗어 맞댔다.

“방심하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당연하지.”

두 사람의 모습은 카메라에 담겼고 그 장면을 본 축구 팬들은 온몸에 전율이 일어났다.

“…그 제라르 레오가 유지우를 불러서 인사한 거지?”

“대박.”

“세계 최고의 선수가 우리나라 선수한테 먼저 인사를 하는 걸 볼 줄이야.”

세계 최고의 선수와 인사하는 한국 선수.

관중들의 가슴은 웅장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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