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130화 (130/383)

제130화

차명훈은 유지우에게 이적을 제안한 클럽들을 찾아가 각 구단이 제시한 조건을 확인한 후, 유지우에게 보고했다.

- “레알 마드리드 측은 주급 6만 유로(한화 8,140만 원)까지 가능하고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그보다 적은 5만 유로(한화 6,800만 원)지만, 18경기까지 출전을 보장해준다고 합니다. 물론 18경기 전부 선발로요.”

“다른 곳은요?”

- “세리에A나 분데스리가는 지금 염두에 두고 있지 않다고 하셔서 곧바로 피엘을 말씀드리자면, 지우 선수께 제안한 클럽은 총 다섯 군데입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FC.

첼시 FC.

아스날 FC.

- “제일 많이 부른 곳은 6만 파운드(한화 9,500만 원)의 맨유입니다. 다른 곳은 이보다 낮지만, 요구 조건은 최대한 들어준다는 얘기를 해왔습니다.”

18세의 어린 선수.

유럽 리그의 경험도 없는 어린 선수에게 주급으로 6만 파운드를 준다는 건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 “그리고 사전에 얘기해주신 클럽들도 접촉하는 중입니다.”

“네, 원하는 클럽이랑 협상이 어려우면 비슷한 전력의 클럽들도 컨택해 주세요.”

- “알겠습니다. 그리고 주전급으로 출전을 시켜주지 않는다는 곳은 제외해도 될까요?”

보카 주니어스를 떠나는 마당에 이름값만 높고 많이 뛰지 못하는 클럽은 제외하는 게 맞았다.

유지우가 하려는 건 ‘새로운 도전’이었으니, 그만한 기회를 주는 곳을 선택해야 했다.

“네, 그렇게 해주세요.”

- “알겠습니다. 그러면 내일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고생해주세요.”

* * *

며칠 뒤, 차명훈은 최종적으로 검토를 진행하며 제외할 클럽을 정했다.

레알 마드리드.

FC 바르셀로나.

라리가의 양대 산맥은 유지우를 활용할 목적이 ‘조커’라고 해서 출전 수 보장이 불확실하다고 판단해 제외했다.

“그렇다면….”

차명훈은 맥주를 들이켜며 노트북 화면을 봤다.

“남은 건 다섯 개인가.”

여러 문의를 해온 유럽 빅클럽들.

유지우의 조건에 따라 추리고 추려 12개에서 5개로 선택지가 좁혀졌다.

“죽겠군.”

줄이긴 줄였지만, 5개도 많은 거였다.

원래 아르헨티나를 떠나 유럽 곳곳을 돌아다닐 때, 최소한 3개로 선택지를 좁히려고 했었다.

“…이곳도 조건을 다 맞춰준다니, 예상을 못 했어.”

차명훈이 물끄러미 바라본 곳.

그곳엔 맨체스터 시티 엠블럼이 떡하니 있었다.

“그러면 최종적으로. 세비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날인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라리가 3대장으로 불리며 UEFA 챔피언스 리그에 단골로 출전하는 클럽이라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었다.

세비야 또한 ‘유로파의 왕’으로 군림하며 유로파 최다 우승 클럽으로 좋은 선택지였다. 무엇보다 유지우를 주전급으로 대우해 주겠다는 약속까지 받아놨다.

현재 프리미어 리그 빅6로 유로파 단골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재정적인 강점이 있어 연봉이면 연봉, 출전 수면 출전 수, 모든 걸 보장해준다고 했다.

맨체스터 시티는 명실상부 프리미어 리그 최고의 전력을 가진 클럽이었다. 세계 최고의 감독인 호셉 과르디올라가 무려 15년을 이끌며 프리미어 리그 13회 우승을 하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동률을 이뤘다. 가장 중요한 ‘별들의 전쟁’ UEFA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매년 노리는 프리미어 리그 최고 클럽 중 하나였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아스날 FC.

이곳은 2025년까지는 어린 선수들이 크게 성장하며 빅4까지 올라섰지만, 그 이후에 주전 선수들이 빅클럽의 유혹으로 이탈하며 빅6 밖까지 추락했다.

28-29시즌 7위.

29-30시즌 8위.

30-31시즌 9위.

최근 3시즌의 성적이었다.

유로파 출전권도 못 따는 처지.

몰락한 명가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그들은 유지우를 새로운 팀 중심으로 간절히 원했다.

“후우, 결국에는 지우 선수가 원하던 레스터 시티와 토트넘 홋스퍼는 최종적으로 거절했군.”

유지우가 가고 싶어 했던 두 클럽.

이 두 클럽도 처음에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지만, 요구하는 연봉을 지급할 수 없다고 해서 최종적으로 협상에 실패하게 됐다.

“연봉을 지금 받는 것보다 낮춘다고 해도 거절할 줄은 몰랐네.”

심지어 연봉을 지금 받는 것의 절반을 줄이는 것도 생각했지만, 두 클럽은 최종 고사를 했다.

띠링.

차명훈은 메시지로 계약 가능한 클럽 명단을 보낸 뒤, 맥주병을 잡고 들이켰다.

“최종 선택은 우리 선수님께 맡겨야지.”

* * *

이적이 확실시되면서 나와 관련된 기사는 매일 새로운 내용으로 업데이트가 됐다.

【 하비에르 카세로, “유를 단순히 어린 선수라고 보면 안 된다. 그는 리그 최고의 선수.” 】

하비에르 카세로와 보카 주니어스의 식구들은 물론 뜻밖의 인물이 SNS에 글을 올렸다.

리오넬 메시.

아르헨티나를 넘어 전 세계를 호령했던 세계 최고의 선수였다.

그가 세운 발롱도르 수상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고 있었다.

그런 선수가 SNS에서 나를 언급하자 여러 언론사는 앞다투어 해당 내용을 기사화했다.

【 아르헨티나 레전드 리오넬 메시, “유는 뛰어난 선수, 그는 나를 많이 닮았다.” 】

【 ‘보카의 황제.’ 유, “내가 원하는 곳은 나를 주전으로 기용해줄 수 있는 곳.” 】

【 최종적으로 좁혀진 5개의 클럽! 유의 행선지는 어디? 】

【 유의 행선지는 프리미어리그? 】

내가 내건 조건을 듣고 협상에 응한 클럽들은 여전히 링크됐지만, 그 외의 클럽들은 최종적으로 제의를 포기했다.

【 레알 마드리드, 유의 영입 최종 결렬! 】

【 바르셀로나, “최종 결렬, 유의 뜻을 존중한다.” 】

다섯 개의 클럽은 매일 전화가 왔다.

- “유! 우리 클럽으로 오면!”

어떤 대우를 해주고 어떤 식으로 나를 기용할 건지 구체적인 플랜도 제시해줬다.

그렇게 여러 제안이 온 곳 중에 마음에 드는 곳과 협상을 해달라고 했고 계약은 50% 이상 진행이 된 상태였다.

.

.

.

오늘은 아버지 레스토랑이 쉬는 날이라 나란히 앉아서 저녁을 먹었다.

“아버지.”

“응? 왜?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아버지는 밥을 먹다가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나를 봤다.

“저, 갈 곳 정했어요.”

고민 끝에 차명훈에게 한 클럽과 협상해 달라고 말했고 협상이 긍정적으로 진행 중이었다.

[계약 기간 3년]

[주급 – 50,000파운드(한화 7,900만 원)]

현재 받는 주급에서 약간 높은 금액이었다.

세부적인 옵션은 아직 합의 중이지만, 크게 문제가 되진 않을 듯했다.

“어디! 어디! 어디!”

한 팀과 구체적인 협상을 시작했다고 이미 이야기한 적이 있었지만, 가족들은 아직 내가 마음을 돌릴 여지가 있다고 생각하는지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가족들의 바람을 모두 들어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계약은 계약이니까.

“저는.”

아버지는 내 입에서 최종까지 링크가 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이름이 나오길 원하겠지만 난.

“아스날로 갈 거예요.”

아버지의 기대와 달리 ‘아스날 FC’로 정했다.

최고가 아닌 최고가 되려는 곳.

나와 비슷한 점도 있고 1년 전 부임한 폴 사르 감독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였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 분데스리그 우승과 UEFA 챔피언스리그 4강까지 이끈 ‘사르 볼’.

그게 지금 나의 스타일과 굉장히 잘 맞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고 아스날의 구단주였던 스탠 크랭키가 물러난 뒤, 오일 머니를 가진 라에드 알 라샤이디가 새로운 구단주가 되며 구단에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달라진 환경.

잠재력이 높은 어린 선수들의 영입.

아스날은 변화의 바람을 정면으로 맞는 중이었다.

“아스날이라…. 휴, 처음 이야기했던 대로구나. 거긴 작년에 리그 9위를 차지한 클럽이라 유로파 컨퍼런스리그 출전권도 없는 점이 좀 아쉬웠는데… 내가 맨유 팬이라서 하는 말은 아니다, 흠.”

그리고 아스날은 내게 제의한 클럽들 가운데 유일하게 UEFA 대륙컵 출전권이 없는 곳이었다.

우승컵을 목표로 하는 거라면 아스날이 아닌 다른 곳을 정하는 게 맞았지만, 난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나 도전해보고 싶어서 이런 결정을 내렸다.

빅4는 선수진이 탄탄해 주전으로 뛸 기회를 많이 받지 못할 가능성이 있고.

10위 밖인 하위권은 경쟁력이 없고.

여러 가지를 종합한 결과, 내가 선발로 가장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곳은 아스날 FC가 딱이었다.

“보카 주니어스와 비슷한 전술을 사용하기도 하고 거기 감독의 스타일이 마음에 들어서요.”

“폴 사르 감독?”

“네.”

“폴 사르 감독의 ‘사르 볼’이라면 기술적이고 창의적인 플레이를 요구하니… 분명 너랑 잘 맞을 거야.”

“그렇죠?”

“계약 진행 상황은?”

“연봉에 관련한 중요한 협상은 다 마무리했어요. 지금은 세부 협상만 진행 중이에요.”

“통화는 했어?”

“네, 폴 사르 감독님이랑 직접 통화했어요.”

며칠 전, 폴 사르 감독님이 직접 전화를 줬다.

내가 아스날로 가면 날 어떻게 기용할 거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있는지, 비전 같은 것도 상세하게 말해줬다.

제일 좋았던 점은 31-32시즌부터 주전으로 기용해준다는 얘기였다.

“알았다.”

“최종 선택을 맨유로 하지 않은 게 섭섭하지 않으세요?”

왜 맨유에 안 가냐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예상한 것과 달리 아버지의 반응은 담담했다.

“맨유로 갔으면 좋았겠지만,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존중하기로 했다. 네가 잘못된 결정을 할 애도 아니고 항상 그랬던 것처럼 신중하게 결정했을 테니까.”

항상 웃음을 주는 아버지지만, 진지할 때는 진지했다.

그리고 내 선택을 언제나 믿어주셨다.

“믿어주셔서 감사해요.”

“언론이 뭐라고 하든 신경 쓰지 마. 프리미어리그가 수준이 높다고 적응하지 못할 거라는 얘기는 무시해!”

“당연하죠. 여기에서 그랬던 것처럼 거기서도 보여줄 생각이에요. 제가 어떤 선수인지.”

“그럼, 누구 아들인데!”

아스날은 아시아 선수들이 연이어 실패하며 ‘아시아 선수의 무덤’이라는 별명이 있었다.

아울러 최근 성적이 좋지 않다는 점도 언론들이 괜한 이야기를 하기 좋은 점일 것이다.

“그러면 런던 쪽으로 가게도 알아봐야겠다.”

“아르헨티나 가게는 두고 가셔도 괜찮으신 거예요?”

“당연하지! 이젠 이곳도 안정세에 접어들었어. 그리고 너 혼자서 타지 생활하는 거 힘드니까 누군가는 옆에서 케어해줘야 하지 않겠어?”

이제 나도 만 18세를 넘긴 만큼 혼자 생활을 해도 FIFA의 규정을 어긴 게 아니었다.

그런 만큼, 아버지가 한국에서 편안하게 지내시길 원했다.

“굳이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가게를 열면 또 신경 쓸 것도 많고 지금 한국이랑 아르헨티나 두 곳을 경영하는 것도 힘드시잖아요.”

아버지가 내게 가게 일은 말을 안 했지만, 나도 눈이 있고 귀가 있었다.

스트레스를 받는 아버지를 보고 있으면 안쓰러울 때도 많았다.

“그런 생각도 했어?”

“옆에 있는 사람은 다 보여요.”

“…우리 아들 다 컸구나.”

아버지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아직 모르는 게 있는 하나 있네.”

“어떤 거요?”

“부모는, 자식과 함께 있을 수 있을 때 가장 행복해한다는 걸.”

“…….”

아버지는 그렇게 말씀하시며 내 어깨를 두드려 주셨다.

요리를 하느라 거칠어진 아버지의 손은, 무척 따뜻했다.

‘나름 아버지를 잘 안다고 생각해서 했던 말이었는데… 오히려 그게 어린 생각이었구나.’

아버지는, 일이 힘든 것보다도 아들과 함께 있는 시간을 바라시는 모양이었다.

어떤 힘든 일이 있다 하더라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소중함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닐 테니까.

어쩌면, 이래서 어른들의 눈에 자식은 평생 아이로 보인다고 말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같이 가주시면 저도 좋죠.”

“그럼! 너 식단 관리도 해야 하는데 내가 신경 써줘야지, 그걸 누가 하겠어?”

“맞아요. 아버지 음식 없으면 솔직히 힘들 거 같아요.”

“그래! 영국 음식이 그렇게 맛이 없다던데, 이참에 아버지도 돈 좀 만져보자! 흐흐.”

아버지도, 나도 솔직한 마음을 이야기하고 나니 한결 더 마음이 편안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우리 둘은 한참 이야기를 나눴다.

“아. 맞다, 아들.”

“네?”

“혹시라도 말이다… 리그에서 맨유 만나면.”

아버지가 무슨 말을 할지 눈치를 채고 먼저 말했다.

“맨시티보단 덜 넣을게요.”

“약속한 거다!”

“네, 맨유전에 한 골 넣으면 맨시티전에서는 두 골 넣으려고 노력할게요.”

“그래야 내 아들이지!”

아버지는 내 말에 환하게 웃으셨다.

그런데 아버지.

아직 말이 다 안 끝났습니다.

“음… 근데 리그 경기는 두 번이니까요.”

“응?”

“한 번은 맨유전에 두 골 넣을게요. 누나가 너무 섭섭해하면 안 되니까….”

“아, 아들!”

난 가족의 평화를 위해 중립을 지켜야만 했다.

그렇게 가족들에게 내가 아스날로 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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