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137화 (137/383)

제137화

전 세계 팬들의 관심 속에 31-32시즌 프리미어리그가 개막했다.

【 맨체스터 시티! 뉴캐슬을 4 – 0 으로 격파! 제일 먼저 첫 승을 신고하다! 】

【 오스마르 토레스 개막전 해트트릭! 】

【 맨체스터 시티, “오스마르는 우리의 보물.” 】

【 리버풀 FC의 히카르지뉴! 브라이튼을 상대로 결승 골을 넣으며 1골 1도움 기록! 】

【 리버풀의 대포 디디에 모페, 데뷔전 두 골 기록! 득점왕 경쟁 시동을 걸다! 】

【 프리미어리그 개막! 첫 개막전부터 양 클럽 감독들의 충돌! 명장면! 】

빅클럽들이 연이어 승전보를 울리던 때.

아스날의 개막전 날이 밝아왔다.

【 아스날 FC vs 아스톤 빌라. 】

8월 9일.

아스날의 홈인 ‘애슈버턴 그로브(Ashburton Grove)’에는 붉은 물결이 이어졌다.

“제발 프리시즌만큼만 해줘라.”

암흑기에 빠졌다곤 하지만 영국 현지 팬들의 축구사랑은 변하지 않았다.

이에 더해 최근 아스날이 프리시즌에서 활약한 영상이 퍼지기 시작하자 기대를 하는 사람들이 더욱 늘어나고 있는 추세였다.

“우리도 위에 공기 좀 맡아보자! 맡아본 지 너무 오래돼서 이제 기억도 안 나!”

“오늘 유가 선발인가?”

“교체 명단에 있는 거로 알고 있어.”

“왜? 그 녀석을 선발로 뛰게 해야지! 폴 사르 감독은 뭐 하는 거야!”

아스날 팬들의 간절함이 스타디움을 채웠다.

그리고 그곳엔 유지우의 가족들도 있었다.

“드디어! 우리 아들이 프리미어리그에 상륙했다!”

“아빠, 좀 앉아요!”

다른 리그 중계는 안 봐도 프리미어리그 중계는 다 챙겨보는 가족들이라 아들이 프리미어리그 선수가 된 것이 기뻤다.

“오늘 지우는 후반 출전?”

“어, 후반 교체 출전으로 데뷔전을 치르게 해준데.”

“폴 사르 감독이 말해줬다고 했지?”

“어, 엊그제 직접 전화해서 알려주더라.”

구단 측에선 데뷔전을 치를 유지우의 가족들이 헛걸음하는 일이 없게끔 유한우에게 폴 사르 감독이 직접 전화를 해서 유지우의 교체 출전 소식을 알렸다.

“괜히 내가 긴장되네.”

“당신도? 나도.”

데뷔전을 치르는 아들보다 본인들이 더 떨었다.

프리미어리그는 축구광인 그들이 가장 사랑하는 리그니, 떨리는 게 당연했다.

그때였다.

유민하는 뭔가 재미있는 게 생각났는지 슬쩍 말을 흘렸다.

“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개막전 보셨어요?”

흠칫.

부부는 맨유의 개막전 얘기를 듣자마자 어깨를 움찔거렸다.

“브라이튼한테 역전패….”

그도 그럴게 두 사람이 응원하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어제 있던 개막전에서 브라이튼에게 2 – 1 역전패를 당해서였다.

“리더쉽이 없어서 그래! 리더쉽!”

제일 먼저 반응한 건 유한우였다.

“구단주 그 새끼가 이상한 감독만 불러와서 그래. 올 시즌 부임한 베르티도 내가 볼 땐 아니야.”

“베르티보다 도미닉이 왔어야 해. 베르티 그 자식은 선수단 장악도 못하고 이리저리 휘둘리더라.”

“그러니까! 도미닉이 퍼기경이랑 전술도 비슷했는데! 비싸다고 안 데려오고! 빌어먹을 글레이저 가문.”

“그놈들은 언제까지 맨유에서 기생충처럼 붙어있을 생각이지?”

“음식물 쓰레기 같은 집단.”

“에프킬라도 아까운 벌레들.”

한 번 물꼬가 트이자 두 사람의 대화는 멈추지 않았다.

그만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팬으로 사는 삶은 정말… 힘든 삶이었다.

“그, 그만 하세요! 선수들 나오잖아요!”

유민하의 말에도.

“라이언은 어떻게 그런 크로스 실력으로 프로 할 생각을 했지? 그럴 거면 동네 주민 데리고 와서 축구 시키지.”

“로버트는 또 어떻고! 그 자식은 골대 앞에서 춤을 출 거면 클럽을 갈 것이지.”

두 사람은 불만을 계속해서 얘기했다.

‘…아, 괜히 말 꺼냈네.’

유민하는 결국 포기하고 두 사람이 하는 넋두리를 들을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선수들이 필드로 들어오면서 경기가 시작되어서야 부부의 하소연은 끝났다.

* * *

삐----익!

프리미어리그 1라운드, 아스날 vs 아스톤 빌라.

30-31시즌 6위를 했던 아스톤 빌라는 지난 시즌과 마찬가지로 공격적인 전술을 가지고 나왔지만, 통하지 않았다.

‘…아스날의 수비가 전보다 더 단단해졌어.’

5분.

10분.

아스톤 빌라는 중원을 장악하고 한 계단씩 올라가려고 했는데 어딘가 막혀서 삐걱거렸다.

아스톤 빌라의 감독은 신중히 중원을 바라봤다.

아스날의 변화요소.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 위해서였다.

진지한 눈으로 중원 경쟁을 하던 선수들을 본 그는, 얼마 가지 않아 그 변화가 무엇인지 알아낼 수 있었다.

‘지난 시즌이랑 다르게 솔 테일러가 라인을 더 내려서 플레이하는군…. 잠깐. 저러면 홀딩 미드필더인가?’

많은 클럽이 애용하는 4 – 3 – 3 전술은 기본적으로 두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한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를 두고 플레이하는 역삼각형의 모습이 정석이었다.

하지만 폴 사르는 이걸 자신만의 방식으로 변화를 시켰다.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와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

역삼각형이 아닌 정삼각형의 모양.

이런 수를 가지고 나온 건 중원에서의 장악력을 높이려는 의도였다.

“볼을 잡고 고민하지 마! 계속해서 돌려!”

그리고 압박 상황에 몰리기 전, 비어있는 선수들을 향한 빠른 볼 처리를 원했다.

전반전은 여러 번의 기회가 만들어졌지만, 양 클럽의 득점이 나오지 않았고 0 – 0 동점 상황에서 후반전이 시작됐다.

[지표를 보면 놀랍습니다. 오늘 아스날의 중원 점유율이 높습니다! 67 vs 33으로 아스톤 빌라를 압도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합류한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인상적이네요. 혼자서 저 넓은 공격 지역을 커버하다니! 활동량이 탁월합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체력도 좋고 넓은 활동량으로 2선 전역을 커버하는 걸 선호하는 유형의 선수였다.

게다가 특유의 위협적인 패스로 몇 번의 기회를 만들어내긴 했지만, 득점은 나오지 않았다.

55분.

홈팬들은 유지우가 몸 푸는 모습을 보곤 손을 흔들며 이름을 불렀다.

“유! 오늘 나가는 거 맞는 거지?”

“너 보려고 휴가까지 내고 왔다! 들어가면 한 골 부탁해!”

응원을 해주는 그들에게 유지우는 손을 흔들어주며 화답했고 다시금 경기에 집중했다.

‘내가 나가면 어떤 걸 해야 하나.’

교체 투입을 해도 바로 경기에 녹아들 수 있게 머릿속으로 경기 흐름을 떠올리며 몇 가지의 공격 방향을 생각하고 또 생각했다.

그렇게 60분이 되자.

“유!”

코치가 불렀다.

이 신호는 단 하나를 의미했다.

교체 출전.

드디어 데뷔전의 순간이 다가오자 유지우는 호흡을 진정시킨 뒤, 워밍업 존에서 몸 푸는 걸 끝내고 걸어갔다.

“데뷔 축하한다.”

“가서 잘하고 와.”

“훈련 때처럼만 해!”

같이 몸을 풀던 선수들의 응원을 받으며 벤치로 걸어갔다.

입고 있던 조끼를 벗어 벤치에 두고 라인에 서 있는 폴 사르 감독의 옆에 가서 섰다.

“준비는?”

“다 됐습니다.”

“긴장할 필요 없어. 침착하게 한 골만 넣어보자고.”

“한 골로는 아쉬울 거 같은데요.”

“응?”

“괜찮으시면, 좀 더 넣어보겠습니다.”

자신감 넘치는 유지우의 모습에 폴 사르는 활짝 웃으며 손을 들어 등을 짝하고 쳐줬다.

“그 정신이다! 필드에 들어가면 다 두드려 패!”

“예!”

삐----익!

휘슬이 울리며 율리안 라움과 터치한 유지우는 들어가기 전, 가슴에 있는 엠블럼에 한 번 키스하곤 필드 안으로 들어갔다.

가슴이 뛰었다.

터질 것같이 요동쳤다.

잔디를 밟자 전해지는 뜨거운 열기.

귓가를 울리는 관중들의 환호성.

불어오는 바람까지도 프리미어리그에 왔다는 것을 실감이 나게 했다.

[시청자 여러분! 저길 보십시오! 드디어! 드디어! 한국의 자랑! 유지우 선수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데뷔전! 아르헨티나에서 했던 것처럼 자신감 넘치는 플레이를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중계 카메라들은 서둘러 유지우를 담았다.

아르헨티나 리그를 제패하고 온 선수.

과연 그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잘 적응할 수 있을지는 세계 축구 팬들도 궁금해하는 부분이었다.

아스날의 No.10.

유지우가 수많은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필드 안으로 들어왔다.

* * *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아스날 홈팬들은 오늘 데뷔전을 치르는 유지우를 향해 엄청난 환호성을 보내줬다.

“깜짝이야.”

원정 팬들이 놀라며 귀를 막을 정도로 큰 함성이었다.

[이 함성을 보십시오! 아르헨티나를 넘어 프리미어리그로 온 유지우 선수를 아스날 팬들이 우레와 같은 함성으로 환호해주고 있습니다!]

필드로 들어 온 유지우는 폴 사르 감독에게 받은 지시를 선수들에게 전파했다.

[어! 아까랑 다르게 아드리안은 살짝 내려온 모습입니다.]

전반전과 다른 선수들의 배치.

두 명의 수비형 미드필더와 한 명의 공격형 미드필더는 변하지 않았지만, 세 명의 공격수들이 동일 선상에 위치하며 자유롭게 뛰어다녔다.

[이 배치는! 폴 사르 감독이 독일 분데스리가를 제패할 때 쓴 제로톱 전술입니다!]

폴 사르의 ‘사르볼’은 제로톱을 기반으로 한 전술이었다.

스트라이커의 라인을 내린 뒤, 창의적인 선수들이 2선을 장악하며 경기를 꾸려가는 게 주였고 유지우는 그 중심에서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호흡을 맞췄다.

“크리스티안!”

“유!”

뻐---엉!

두 선수는 차분하게 볼을 주고받으며 아스톤 빌라의 틈을 찾았다.

이 흐름을 끊기 위해서 아스톤 빌라의 왼쪽 풀백 테드 스미스는 유지우에게 그림자처럼 붙었다.

‘다리가 빠르다고 했지.’

데뷔전을 치르는 선수라고는 하나, 테드 스미스는 방심하지 않았다.

경계심이 높은 감독에게 들은 대로 주력으로 뚫고 들어가는 것까지 머릿속에 계산해놨다.

퍼---억!

적절하게 몸싸움을 걸며 볼이 없는 상황에서도 압박하며 괴롭혔다.

하지만.

타다다다닷-!

순간적으로 폭발하는 유지우의 가속도를 잡아내지 못했다.

‘…미친!’

약간 늦긴 했지만, 빠르게 반응하며 쫓아갔다.

전력으로 따라가 보지만, 볼 없이 침투하는 유지우를 잡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유지우 선수! 테드 스미스를 따돌리며 측면을 뚫고 나옵니다!]

이어서 넓은 시야로 유지우가 움직이는 걸 본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타이밍에 맞춰 센터백과 풀백 사이 공간으로 스루패스를 찔렀다.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는 유지우 선수!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패스가 정확합니다!]

달리는 속도.

들어가는 뱡향.

모든 걸 계산한 패스였고 오프사이드 깃발도 올라오지 않았다.

“젠자아아아아앙!”

유지우는 각도를 좁히며 달려 나오는 골키퍼를 보곤, 논스톱 슈팅으로 파 포스트를 노렸다.

철렁.

골키퍼가 손도 대지 못할 예리한 코스에 꽂히는 볼.

마법과도 같은 패스와 아름다우면서 치명적인 골에 애슈버턴 그로브 스타디움에는 붉은 파도가 몰아쳤다.

[고오오오오오올! 유지우 선수가! 아스톤 빌라의 골망을 흔들며! 프리미어리그 데뷔골을 신고합니다!]

[요동치는 아스날 팬들! 보카 주니어스를 지나 아스날로 온 새로운 에이스가 팬들에게 화려하게 인사합니다! 보십시오! 기억하십시오! 이 선수가 프리미어리그에 돌풍을 몰고 올 겁니다!]

교체 투입하고 불과 5분 만에 골을 넣은 유지우는 유니폼을 벗어서 홈 팬들이 모인 메인 서포터즈 석 앞으로 달려갔다.

그리곤 광고판에 점프를 뛰어 올라가 유니폼을 펼쳐 보였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귓가가 터질 듯이 들리는 목소리.

아스날 팬들이 기뻐서 발을 구르자 마치 지진이 온 것처럼 흔들렸다.

“이거야! 내가 원하던 게 이거라고 꼬맹이!”

“아스날에 온 걸 환영해!”

“더 넣으라고! 아스톤 빌라 자식들 울면서 집에 보내줘!”

“유우우우우우우우우우!”

유지우는 아스날의 에이스가 될 자격을 불과 5분 만에 증명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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