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158화 (158/383)

제158화

리그 14라운드.

아스날 vs 사우스햄튼.

순위경쟁이 한창이라 폴 사르는 중하위권 클럽과 경기를 할 때도 주전 선수들 모두에게 휴식을 주지 못했다.

라르스 슈멜처와 해리 펠티어.

이 두 선수는 3년 전부터 아스날에 있던 선수들로, 폴 사르 감이 선수단을 조정할 때도 살아남은 선수들이었다.

[라르스 슈멜처! 빠릅니다! 빠르게 측면을 돌파하는 라르스! 그리고 왼발로 크로스---!]

라르스 슈멜처는 클래식 윙어처럼 직선적인 돌파 후에 크로스 플레이가 주력인 선수였고.

해리 펠티어는 위치선정과 헤딩에 강점이 있는 선수였다.

[사우스햄튼 센터백 사이에서 튀어 오른 해리 펠티어!]

해리 펠티어는 높이 오는 크로스를 정확히 이마에 맞혔고, 오른쪽 구석으로 돌려놨다.

철렁.

[와---! 들어갑니다! 해리 펠티어의 헤더가 아스날의 선제골을 만듭니다!]

해리 펠티어는 2m가 되는 타겟형 스트라이커였다.

창의성보다는 정석적인 플레이를 주로 하는 선수라 폴 사르 감독의 사르 볼에 어울리는 선수는 아니지만, 공중볼 싸움에 특화된 선수였다.

[폴 사르 감독이 시즌 초반! 많은 선수를 방출할 때, 이 두 선수를 남겨놓으면서 한 말이 있죠!]

[어떤 말이죠?]

[다양한 전술을 운영하기 위해선 꼭 필요한 선수들이라고요. 오늘 플레이를 보니! 왜 그런 말을 했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4 – 3 – 3에서 제로톱을 주로 사용하는 폴 사르.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제로톱이 아닌 확실한 원톱을 박아놓은 뒤, 양 날개가 서포터를 해주는 클래식한 플레이로 나섰다.

“감독님의 생각대로 잘 풀리네요.”

“아스날이 더 올라가기 위해선 로테이션 멤버들의 발전도 필요하니까.”

주전 선수들만 잘한다고 해서 우승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로테이션 멤버들의 분발도 필요했다.

폴 사르는 도르트문트 감독직을 수행하면서 그런 점을 잘 알고 있었고, 평소 훈련에서도 로테이션 멤버들을 꾸준하게 살폈다.

그중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이 오늘 출전한 두 선수였다.

“뭐, 저 녀석들도 그렇고 지금 벤치에 있는 녀석들도 몸이 근질근질할 거야.”

폴 사르 감독의 말에 수석코치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스날의 변화.

그것을 가장 가까이서 느끼는 것이 선수들이었으니까.

“변화의 바람을 타고 싶은 것이 선수들의 마음이죠.”

“하지만 아무나 태울 순 없어.”

“맞습니다.”

“때론 바람에 밀려 도태될 때도 있겠지만, 그것을 견디고 버티면 바람을 타고 더 높은 곳으로 갈 수 있겠지.”

- 와아아아아아아아!

“결국엔 이 녀석들의 마음에 달린 문제니까.”

“어? 근데 저기 뭔가 소란스러운데요?”

수석코치가 가리킨 곳은 워밍업존이었다.

“어휴.”

소란을 일으킨 선수는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였다.

“내가 들어갔으면 벌써 해트트릭했거든.”

“네가? 네 그 개발로? 한 골이라도 넣으면 다행이지.”

“유와 크리스티안의 패스를 못 받아먹는 네가 할 말은 아닐 텐데?”

두 선수가 소란을 일으키자 제압하는 건.

“둘 다 그만.”

데릭 레드먼드였다.

웃으며 두 사람에게 다가간 데릭 레드먼드는 조용히 손을 뻗어 두 선수의 귀를 동시에 잡아끌었다.

“이것들아! 필드에서 뛰는 선수들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싸울 거면 나가서 싸우고 와!”

“아--! 데릭 아파요!”

“내 귀! 내 귀가 떨어진드아아아아아!”

세 선수의 모습에 관중들은 웃으며 박수를 보냈고 폴 사르는 두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저었다.

“그래, 한 경기라도 조용히 넘어가면 우리 팀이 아니지.”

* * *

아스날의 날카로운 공격.

사우스햄튼은 라인을 내리며 아스날의 공격을 막기 바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61분, 아스날에게 코너킥이 주어졌다.

[1 – 0으로 앞서는 아스날!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지만! 코너킥이 주어지며 추가 골의 기회를 잡습니다!]

[사우스햄튼은 제공권 싸움이 좋은 해리 펠티어와 레이턴 버트란드에게 집중적으로 마크를 들어가는군요.]

제공권 싸움에서 특출난 해리 펠티어와 레이턴 버트란드가 집중 견제 대상이었다.

그때 유지우는 상황을 보다가 슬쩍 뒤로 빠지며 수비수들의 압박 범위에서 벗어났다.

‘이 거리라면.’

선수들의 위치를 보자 머릿속을 스치는 하나의 생각.

킥을 준비하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눈이 마주쳤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좌측 코너 플래그에서 손을 들며 준비를 했고 유지우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듯 중심에서 살짝 나와 있었다.

“…….”

그러나 마크하는 선수도 따라왔다.

아무리 중앙에서 벗어난다고 해도 유지우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혼자 두진 않았다.

뻐---엉!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올린 날카로운 크로스가 빠른 속도로 올라왔다.

유지우는 볼이 오는 걸 보고 마크를 붙은 수비수를 따돌리며 볼의 경로로 달려갔다.

수비수들이 유니폼을 붙잡고 따라붙으려고 했지만, 유지우는 손을 써 수비수와 거리를 벌렸다.

[아-! 거친 몸싸움을 하면서도 포지션을 잃지 않은 유지우 선수! 유지우---!]

볼을 잡지도 않고 수비수의 견제로 밸런스도 무너졌지만, 정확한 타이밍에 다이렉트 발리슛을 시도했다.

발등에 제대로 얹힌 감각.

철렁.

슈팅은 골키퍼도 반응하지 못한 속도로 골대 구석으로 꽂혀버렸다.

[환상적인 고---올! 보셨습니까? 이런 골이 나오다니! 영혼의 짝궁!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올려준 크로스를 유지우 선수가 다이렉트 발리로 마무리하며 리그 13호 골을 신고합니다!]

[오스마르 토레스가 12호 골로 따라왔지만! 화려한 발리슛으로 다시 한 골 달아납니다!]

밸런스를 잃고 넘어졌다가 일어난 유지우는 가슴에 있는 엠블럼을 치며 포효했다.

폴 사르는 득점하는 장면을 보고 놀라서 두 손을 번쩍 들었다.

“미쳤다고! 쟤는 단단히 미쳤어!”

완전히 무너진 밸런스.

그런 자세에서 저렇게 빠른 크로스에 정확히 임팩트를 하는 선수는 전 세계에서 10명도 되지 않을 게 분명했다.

그리고 환상적인 골과 동시에 아스날 관중석에서 나오는 노랫말.

[More and more Yoo keeps on scoring]

(더욱더 갈망해 유가 끝도 없이 골을 넣어)

Thats what we looking for

(이게 우리가 기다려온 거야)

More and more Yoo keeps on scoring

(더욱더 갈망해 유가 끝도 없이 골을 넣어)

Thats what we looking for

(이게 우리가 기다려온 거야)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Yoo's on fire Your defence is terrified

(유가 불붙었어, 너희 수비는 겁에 질려!)

La la la la la la La la la la!!!]

프리미어리그에 붉은 돌풍을 몰고 오는 주인공은 다름 아닌 이 선수.

아스날 no.10.

유지우였다.

* * *

시즌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아스날의 기세는 초반에만 반짝이고 그 후로 잠잠해질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러나 그런 부정적인 의견을 뒤엎으며 아스날은 연전연승을 거듭했다.

1위 맨체스터 시티.

2위 아스날.

3위 리버풀.

아스날 팬들은 아침마다 업데이트되는 리그 순위를 보며 행복에 빠졌다.

“매슈! 일 마치고 펍에 가자! 오늘 카라바오컵 16강 하는 날이잖아.”

“그럴까요? 회사 사람들도 다 같이?”

“당연하지! 오늘은 내가 산다!”

“정말요?”

“그럼!”

“그러면 ‘The dew of dawn.’에 예약할게요.”

“예약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거긴 언제 가도 자리가 있었잖아.”

“그건 이제 옛날얘기에요. 요새 거너스 펍은 자리가 없어서 들어가질 못해요.”

“…진짜?”

그 말대로 아스날 팬들은 일상을 마치고 펍에 모여 리그 경기를 관전했다.

매슈가 예약전화를 걸 때, 사장인 사라 매커친은 핸드폰을 들고 있는 다른 직원에게 말을 걸었다.

“헤일리, 뭘 봐?”

“아! 사장님, 이거 아스날 TV에서 아스날 감독과 기습 인터뷰를 진행하는 거요!”

“그게 업로드됐어? 아스날 TV는 매주 토요일에 업로드되잖아.”

“오늘은 특별 생방송이래요.”

핸드폰으로 영상을 보는 헤일리를 보던 사장은 손뼉을 쳤다.

“우리 지금 급한 업무 있나?”

“없습니다. 무역 건도 어제 마무리를 지어서 오늘은 간단한 업무가 다입니다.”

“좋아! 그러면 회의실에 모여서 아스날 TV 생방송을 보는 거 어떻게 생각해?”

“업무시간에요?”

“내가 사장인데 뭐가 어때서, 자자! 업무 할 사람은 업무하고 볼 사람들은 회의실로!”

아스날 TV는 아스날 팬들의 일상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다.

한국에서도 유명할 만큼 인지도가 높아서, 요즘은 한글 자막도 달리는 등 부담 없이 접근할 수 있었다.

“보고 계십니까? 이곳이 31-32시즌!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는 아스날의 심장! 클럽 하우스입니다!”

아스날 TV에선 특별 생방송으로 구단의 허락을 받아 가벼운 인터뷰를 진행했다.

“제 가슴이 다 두근거리네요, 이곳이 선수들의 라커룸이고….”

처음에는 클럽 하우스의 내부 소개가 있었다.

프리미어리그 클럽답게 내부 시설은 호화로웠다.

선수들의 컨디션을 위해 최상의 시설을 구축했고 내부 훈련시설도 최고급이었다.

“잠시 후, 카라바오컵 16강전을 앞두고 있어서 선수들을 보지는 못하고! 감독님과 인터뷰를 진행하는 걸로 얘기가 됐습니다! 그러면 가보겠습니다!”

구단 직원과 같이 이동하는 중에 화면이 잡히자 사람들이 놀랐다.

- 잠깐 저기 유잖아!

- 어디 어디!

- 구단 식당에 앉아서 밥 먹고 있는 사람!

- 오! 유! 그리고 크리스티안이랑 아드리안, 마틴도 있잖아!

- 로이스, 선수들 인터뷰도 해주면 안 될까?

사람들은 선수들과도 인터뷰를 원했지만, 로이스 PD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러고 싶지만, 경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선수들을 귀찮게 해주고 싶지 않아요. 부디 이해해주세요.”

정중한 그의 말에 실시간 채팅을 치는 사람들은 이해해줬다.

- 어쩔 수 없지.

- 이렇게라도 볼 수 있어 행복했다!

그렇게 약속한 장소에 도착하자 잠시 후, 문이 열리며 폴 사르 감독이 들어왔다.

“안녕하십니까! 전 아스날 TV를 운영하는 로이스 PD고, 이쪽은 저희 스태프분들입니다!”

“이런, 아스날 최고의 인기스타를 보게 되는군요!”

“아! 감독님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니죠.”

“저도 매주 챙겨보고 있습니다. 말을 아주 잘하시던데요?”

가볍게 대화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만들어졌고 곧이어 인터뷰를 진행했다.

“감독님, 아스날의 기세가 예사롭지 않은데 이번 시즌을 준비하면서 신경을 쓴 부분 한 가지만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신경을 쓴 부분이라면 역시나 이적이겠죠, 새로운 선수들이 합류하면서 조금 더 다양한 축구를 할 수 있게 됐습니다.”

여러 대화가 오갔다.

약속된 시간은 20분.

그 시간이 거의 다 흘러가고 시간 관계상 마지막 질문 시간이 됐다.

“마지막으로 아스날의 팀 스피릿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우리의 팀 스피릿이요?”

폴 사르 감독은 활짝 웃었다.

“창조성이죠.”

“창조성이라면 다양한 패턴의 플레이를 말씀하시는 거죠?”

“그것도 맞지만,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

“제가 생각하는 창조성이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그림 같은 플레이입니다. 저는 축구를 단순한 스포츠가 아닌 예술적인 스포츠라고 생각하거든요.”

“……”

“생각하는 것을 필드에서 보여줄 수만 있다면 아스날의 축구는 축구라는 스포츠를 예술이라는 단계에 올려놓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폴 사르는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 시절에도 선수들에게 창의성을 강조했다.

틀에 가두지 않은 플레이.

그래서 선수들이 자유롭게 움직이며 멋진 그림을 만들어내는 것을 보면 희열을 느꼈다.

“최종 목표는 무엇입니까?”

“이번 시즌 목표요? 그야 당연히 우승이죠.”

폴 사르 감독은 어중간하게 UEFA 출전권을 노리는 게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와 리버풀.

두 양대 산맥을 제치고 우승을 하는 것만이 그가 가진 유일한 목표였다.

“힘들지는 않으십니까?”

씨익.

“어떤 일을 달성하기로 결심했으면 힘듦을 감수해야죠. 어려운 일이면 어려운 일일수록 고되고 힘들지만, 마지막에 목표를 이뤘을 때 오는 성취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짜릿할 테니까요.”

폴 사르는 도전을 좋아하는 감독이었다.

많은 빅클럽의 감독직을 고사하고 아스날을 선택한 것도 도전 때문이었다.

‘사르 볼.’

자신의 신념이 담긴 전술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곳이 아스날이라는 곳이었으니까.

“그러니 기대하세요.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보지 못한 아스날 주연의 멋진 영화 한 편이 전 세계를 놀라게 할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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