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162화 (162/383)

제162화

‘리버풀과 아스날의 경기? 물론 리버풀이 이길 것.’

전문가들은 모두가 이렇게 예측했다.

아스날이 상승세이긴 하지만 리버풀의 전력이 아스날보다 우위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기 초반 실점에서 그 부분이 여실히 드러났고 전문가들의 예상이 그대로 맞는 듯싶었지만.

아스날의 아이덴티티가 발동되며 경기 결과는 다시 예측이 불가능해지고 있었다.

“볼 그만 돌리고 슈팅하라고!”

리버풀 홈에서 이뤄지는 경기.

리버풀 팬들은 아스날에게 지고 있다는 것에 분노를 토했다.

스코어가 2 – 1로 벌어지자 급한 건 리버풀 쪽이었다.

“침착해.”

살짝 올라온 분위기를 진정시키는 건 곤살루 고메스의 일이었다.

“이 정도는 예상한 범위잖아, 그러니까 차분하게 우리가 약속한 걸 하자.”

주장답게 선수들을 잘 통솔했고 어떤 상황에서도 흥분하지 않기로도 유명했다.

패스면 패스.

운영이면 운영.

리버풀에서 주목받는 선수들은 디디에 모페나 히카르지뉴 등 공격진이지만, 사실상 실세는 곤살루 고메스였다.

“간격을 좁혀! 아스날이 들어오지 못하게!”

라인 컨트롤 능력도 좋았고 무엇보다 큰 무기는.

뻐—엉!

하프라인 아래에서 기습적으로 시도하는 롱패스였다.

리버풀 진영에서 시도한 초장거리 패스는 단번에 아스날의 심장을 노렸다.

데릭 레드먼드가 차단하긴 했지만, 위협적인 패스에 아스날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전반전에서도 이 패스에 몇 번이나 실점 위기를 맞이했었습니다! 아스날은 다른 선수들도 조심해야 하지만 이 선수! 곤살루 고메스도 경계해야만 합니다!]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

팀의 플레이를 연출하는 포지션으로 팀의 머리 역할을 맡는 선수들이 서는 포지션이었다.

어려운 포지션이기도 해서 많은 선수가 꺼렸지만, 곤살루 고메스는 훌륭히 그 역할을 소화했다.

촤---악!

특히 딥 라잉 플레이메이커의 약점인 수비력까지 갖추고 있어 완벽에 가까운 롤 수행 능력을 보여줬다.

후방에서 곤살루 고메스가 버티고 있자 차분하게 경기를 만들어가던 리버풀은 공격적인 빌드업으로 몇 차례 기회를 만들어냈다.

55분.

리버풀이 코너킥에서 짧은 패스로 전개를 하면서 아스날의 수비에 균열을 일으켰다.

툭-!

곤살루 고메스가 노룩 패스로 내준 패스.

그 패스는 선수들이 모여 있는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 아닌 비교적 한산한 바깥쪽으로 갔다.

“…앗!”

데릭 레드먼드가 그걸 보고 솔 테일러에게 막으라고 소리쳤다.

솔 테일러가 달려가기도 전.

뻐-----엉!

히카르지뉴가 볼을 안전하게 잡아놓고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 야신존이라고 불리는 골대 상단 구석으로 들어가 버렸다.

[히카르지뉴의 기습적인 중거리 슈팅이 정확히 야신존으로! 골키퍼 리암 베인스가 반응도 하지 못한 채, 제자리에 얼어붙습니다!]

[작년 시즌만 하더라도 팬들에게 많은 비판을 받았던 히카르지뉴! 31-32시즌에 화려하게 날아오릅니다!]

리버풀의 공격축구는 아스날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었다.

* * *

아스날 2 – 2 리버풀.

다시 동점이 되면서 경기는 원점이 됐다.

선수들은 상대 골문을 집요하게 노렸고, 그러면서 경기는 점점 거칠어져 선수들 사이 신경전까지 나왔다.

[2 – 2! 양 클럽 리그 2위 자리를 위한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리버풀이 넣으면 아스날이! 아스날이 넣으면 리버풀이! 방패 없이 서로 창으로만 쑤시는 상황! 이기는 클럽은 어디가 될까요?]

서로 부딪치고 쓰러지며 경기는 뜨거워졌다.

안필드 스타디움이라 아스날 선수들에겐 불리한 환경이지만, 주눅이 들지 않았다.

“우리 애한테 뭐하냐?”

데릭 레드먼드라는 이름의 걸어 다니는 아스날의 홈이 있었으니까.

“…쳇.”

상대 쪽에서 신경전을 걸어오면 그냥 데릭 레드먼드의 얼굴만 보여주면 정리가 됐다.

그리고 잠시 후.

디디에 모페가 돌파하는 걸 데릭 레드먼드가 읽은 뒤, 몸싸움으로 부딪치자 그는 필드 위를 낙엽처럼 뒹굴었다.

“아! 진짜!”

짜증을 내며 일어난 디디에 모페는 주심을 보며 항의했지만, 전혀 이상이 없는 플레이였다.

“한두 번 당하니?”

짜증을 내는 디디에 모페에게 곤살루 고메스가 말했다.

“작년에도 지겹도록 당했잖아.”

“아니, 저 인간은 무슨 로봇이에요? 시즌이 지날 때마다 버전이 업그레이드되는 거 같아요.”

“원래도 괴물 같은 사람이었잖아. 조심해.”

데릭 레드먼드의 수비는 파워풀했다.

그래서 5시즌 연속으로 공격수들이 제일 상대하기 싫은 선수로 꼽히기까지 했다.

그런 강한 수비를 펼치자 리버풀은 페널티 에어리어 안이 아닌 밖에서 플레이를 많이 했고 중거리 슈팅이 많아졌다.

[베르나르두 코헤이아의 슈팅이골대 옆으로 지나갑니다!]

[리버풀이 후반전에서 중거리 슛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디디에 모페가 계속해서 데릭 레드먼드에게 막히기 때문이겠죠?]

확실한 골게터 없이도 리버풀은 아무렇지 않게 공격 작업을 했고.

아스날도 마찬가지였다.

리버풀의 게겐 프레싱을 뚫어내고 전방에 볼을 연결하면.

[유지우 선수가 볼을 터치합니다!]

[바로 붙은 리키 에드워즈! 하지만 유지우 선수! 볼을 리키 에드워즈의 옆으로 볼을 보내곤 반대쪽으로 돌파!]

유지우가 받아서 리버풀의 골문까지 배달작업을 했다.

마틴 그라임스와 아드라인 로마오가 택배를 받을 상황이 되지 않으면.

뻐—엉!

직접 슈팅을 했다.

왼쪽 구석을 노린 슈팅.

살짝 중앙으로 가긴 했지만, 무회전이 걸린 슈팅이라 상당히 흔들렸다.

그렇게 쭉 뻗은 볼은.

틱.

골키퍼 다비드 레이나의 손에 맞고 굴절되었다.

[아---! 이걸 막아내는 다비드 레이나!]

간신히 막아낸 뒤에 유지우를 바라봤다.

‘저 녀석은 대체 슈팅 타이밍이 뭐야?’

유지우의 오른발과 왼발.

다 위협적이라 수비수들도 헷갈렸지만, 가장 헷갈리는 건 골키퍼였다.

패스 자세와 슛 자세가 크게 구분이 되지 않아 언제 슈팅이 나올지 모르니, 타이밍을 잡는 게 힘들었다.

[골라인 아웃이 되는 유지우 선수의 슈팅! 경기는 아직 2 – 2! 치열한 경기 양상이 이어집니다!]

[먼저 균형을 깨고 우위를 가져가는 클럽은 어디가 될지! 모두 끝까지 지켜봐 주시기 바랍니다!]

리버풀이 공격하면 아스날이.

아스날이 공격하면 리버풀이.

두 클럽의 공격축구에 양 클럽의 팬들은 더욱더 열광했다.

* * *

공격 vs 공격.

폴 사르는 리버풀의 전술에 맞불을 놨다.

‘우리도 한 공격하지.’

공격에 대한 자존심은 폴 사르도 가지고 있었다.

애초에 자신의 이름을 딴 사르 볼이 ‘공격 전술’이었으니까.

“크리스티안! 너무 내려오지 마! 역습할 때, 네 움직임만 한 박자씩 늦잖아!”

60분.

70분.

스코어는 계속해서 늘어났다.

[앙투안 클라우스의 고-----올! 히카르지뉴의 스루패스를 받아 니어포스트를 겨냥한 슈팅이 그대로 아스날의 골문을 열었습니다!]

리버풀의 오른쪽 윙포워드 앙투안 클라우스.

아스날 2 – 3 리버풀.

[어어어어! 스튜어트 바슬리의 기습적인 오버래핑! 왼쪽 측면이 열렸습니다! 그대로 크로스----!]

[조금 긴데요! 비어있는 곳으로 쇄도하는 유지우 선수! 유지우 선수가 쇄도하면서 논스톱 발리!]

철렁.

[들어갑니다---! 환상적인 발리로! 리버풀의 골망을 흔드는 유지우 선수! 바로 이 선수가 아스날의 에이스입니다!]

아스날의 오른쪽 윙포워드 유지우의 골로 스코어는 3 – 3.

오늘 경기는 유독 골이 많이 나왔고 잠시 후.

6분이 흐르자 아스날의 골문은 다시 열렸다.

[리버풀의 코너킥이 이래서 무섭습니다! 곤살루 고메스의 정확도 높은 크로스와 레오나르도 베르디의 높은 타점에서의 헤딩! 아스날의 골문이 다시 열렸습니다!]

아스날 3 – 4 리버풀.

리버풀이 다시 달아났다.

창 vs 창의 싸움.

골이 많이 나오자 보는 이들의 가슴은 뛰었다.

“와, 이렇게 시원시원한 경기 오랜만이다.”

“이번 시즌에서 골이 제일 많이 나오는 경기지?”

“응, 지난 크리스탈 팰리스 전에서 5골이 최고로 많이 나온 득점이었어.”

관중들이 그런 얘기를 나누고 있을 때, 다시 한번 기회를 잡은 건 아스날이었다.

“압박해!”

타이트한 압박을 버티던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하프라인에서 볼을 잡고서 전방을 봤다.

게겐 프레싱으로 살짝 올라온 리버풀 진영.

관중석에서도 보이지 않는 길을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정확하게 봤다.

뻐—엉!

미드필더 두 명의 틈으로 찌른 패스는 센터백 사이로 지나가며 살짝 꺾였다.

스르르르륵.

필드 위에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간 곳은 침투하는 아드리안 로마오의 앞이었다.

[완벽한 라인 브레이킹! 제프리 루스가 한순간 놓치며 아드리안에게 찾아온 기회! 골키퍼가 각도를 줄이지만, 그대로 슈우우우우웃!]

오른발로 침착하게 때린 슈팅은 오른쪽 구석으로 낮게 빨려 들어갔다.

[이게 아스날입니다! 이것이 아스날이 자랑하는 축구입니다!]

[전 골도 골이지만, 패스를 극찬하고 싶습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마치 마법을 부린 것 같네요.]

4 – 4.

포기하지 않는 아스날 선수들의 투지에 리버풀 관중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전력 차이를 좁히기 위해서 리버풀보다 더 많이 뛰어 이미 체력적으로 한계가 온 게 보였다.

그런데도 포기하지 않고 기회를 만드는 모습에 그들은 감탄했다.

“…아스날도 대단하네.”

한 리버풀 팬의 입에서 나온 말.

그 말과 함께 경기는 80분이 지나갔고 창 vs 창의 싸움은 종료까지 10분만을 남겨놓고 있었다.

* * *

[…….]

경기를 보는 해설위원들도 말을 잊었다.

그만큼 경기에 몰두하고 있는 거였다.

맨체스터 시티전과 다른 매력.

오로지 본능에 사로잡힌 선수들의 싸움에 집중했다.

허억.

허억.

선수들의 호흡은 목 끝까지 차올랐다.

높은 활동량.

시도 때도 없는 압박.

그래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조금 쉴 법도 한데 그 틈에도 조금도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한 선수.

“크리스티안! 앞으로!”

유지우였다.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다른 선수들보다 많은 범위를 뛰었으면서도 체력소모는 크게 보이지 않았다.

‘…여기서 놓치면 끝장이다.’

이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자 리키 에드워즈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다.

막아야 한다는 본능.

그것이 유지우의 플레이를 막는 데까지는 성공했지만.

삐---익!

프리킥을 내주는 것은 막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리키 에드워즈의 무리한 태클에 유지우 선수가 걸려 넘어집니다!]

페널티 에어리어 라인 바로 옆에서 얻은 프리킥.

골대와 가장 가까운 위치였고 유지우는 골대와의 거리를 계산했다.

[이것만 들어가면 아스날이 리그 2위로 올라가는 게 확정이 됩니다! 키커에는 유지우 선수가!]

[벌써 두 골을 넣고 있어서 이걸 넣으면 오늘 경기 해트트릭을 달성할 수 있습니다!]

아스날 벤치에서도 모두가 일어나서 지켜봤다.

전반기 마지막 리그 경기.

이 경기에서 이겨 리그 2위로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제발.’

선수들의 간절함.

그리고 팬들의 간절함이 유지우에게 전해졌다.

“후우.”

성공시켜야 한다는 엄청난 중압감 속에서.

유지우는 호흡을 길게 내뱉고 리버풀의 골문을 바라봤다.

뚝.

뚝.

그때였다.

흐리던 하늘에서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비가 쏟아집니다!]

비가 온몸을 적셔갔지만, 유지우의 모든 신경은 프리킥에 집중되어 있었다.

어느 루트로 차야 하나.

머릿속으로 수많은 시뮬레이션을 돌려봤다.

막히고 또 막혔지만, 하나의 루트를 찾아냈다.

‘저기다.’

주심의 휘슬과 함께 떼어진 발.

뻐—엉!

정확히 세 걸음 반을 이동하며 시도한 슈팅이 수비벽의 오른쪽으로 크게 벗어났다.

남들이 볼 때는 실수를 한 것처럼 보였지만.

스르르르륵.

볼에는 엄청난 회전이 걸려있었다.

밖으로 나가면서 안으로 꺾이는 궤적.

까-앙!

오른쪽 상단 구석 골포스트를 스치며 골대 안으로 들어갔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폭발하는 함성.

골을 넣은 유지우는 세레머니를 하려고 하다가 누군가와 눈이 마주치곤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가 달려간 곳은 아스날의 벤치였다.

“감독님!”

“유---!”

폴 사르 감독에게 와락 안겼다.

“내가 진짜 사랑한다! 유!”

이어서 선수들이 달려들며 샌드위치가 되어버렸다.

[아스날이 에이스 유지우 선수의 프리킥 득점으로 균형을 깨며 5 – 4로 리드를 잡습니다! 남은 시간은 6분! 6분만 버티면 아스날이 리그 2위로 올라설 수 있습니다!]

[…놀랍습니다.]

[어떤 점이요?]

[어떻게 저런 나이에 저런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거죠?]

도저히 믿기지 않는 플레이.

나이도 나이지만, 전 세계적으로 봐도 이렇게 플레이하는 선수는 없었다.

과거 디에고 마라도나, 리오넬 메시, 호나우지뉴 등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들 말고는.

그래서 해설위원은 곰곰이 생각하더니 한 마디를 더했다.

[저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를 지칭하는 단어는 하나뿐이죠…. 외계인! 이 단어 말고는 저 플레이를 설명할 단어는 없을 겁니다!]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슷한 수준의 플레이를 보여주지만, 유지우는 뭔가가 달랐다.

세계적인 선수들은 단점을 찾으면 그게 존재했다.

그래서 그걸 찾아 공략하는 클럽도 많았다.

그런데 유지우는 달랐다.

‘대체 단점이 뭐야?’

몇몇 감독들이 밤을 새우며 분석해도 이런 말을 할 만큼 단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

마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모든 게 완벽했다.

그래서 사람들 사이에선 이런 말이 돌았다.

‘걔 외계인 아니야?’

외계인은 아스날에 착륙해 놀라운 활약으로 경기를 주도했고.

[아스날 5 – 4 리버풀]

수많은 명장면을 만들어내며, 프리미어리그 2위 쟁탈전을 아스날의 승리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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