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166화 (166/383)

제166화

프랑스풋볼에서 개최한 발롱도르 시상식, 골든 보이가 있기 전에는 코파 트로피 (Trophée Kopa)가 있었다.

21세 이하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

하지만 골든 보이와 유사성이 있어 상을 통합했고 명칭도 코파 트로피가 골든 보이로 변경됐다.

< 골든 보이 수상자는 다음 세대를 대표할 재목 >

이런 말 때문에 골든보이를 유망주들의 발롱도르라고 불렸다.

* * *

시간이 되자 자리에 앉은 선수들.

곧이어 발롱도르 시상식이 시작됐다.

“다음은….”

여자 부분과 감독 부분 수상, 그리고 본상 수상이 있기 전, 첫 수상 순서는 골든 보이였다.

사람들이 발롱도르 다음으로 관심을 가진 시상.

화면에 최종 후보 5인의 모습이 나왔다.

『 파리 생제르맹 마르쿠스 디뉴 』

『 레알 마드리드 데니스 클로스터만 』

『 바이에른 뮌헨 미하엘 벨 』

『 유벤투스 파울로 아우데로 』

『 아스날 유지우 』

사람들은 이 다섯 명의 선수들을 두고 다음 세대를 대표할 선수들이라고 평했다.

“쟁쟁하군, 마치 미래의 발롱도르 시상식을 보는 느낌이야.”

“그건 좀 너무 갔어, 아르헨티나의 디에고 로시가 있잖아.”

디에고 로시는 현재 보카 주니어스의 무패행진을 이끄는 실질적 에이스였다.

이번 시즌이 종료되면 유럽으로 이적한다는 소문이 있는 만큼 차세대 발롱도르 판도도 뒤흔들릴 거라는 말이 많았다.

“디에고라면 충분히 저 다섯 명 사이에 낄 만하지.”

“이번 상도 저 다섯 명 중, 누가 받아도 이상하지 않아.”

“파울로랑 미하엘은 약간 부족해, 받으면 세 선수가 유력하지.”

“기자들이 누구한테 더 많은 점수를 줬을까?”

투표 방식은 발롱도르와 같았다.

기자들이 투표권을 행사해 최종 후보 30인의 선수 중 1위부터 5위를 뽑아 점수를 집계하는 방식이었다.

“이 투표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상, 유가 수상하긴 힘들 거야.”

그리고 이건 유지우에게 너무나도 불리했다.

텃세가 심하기로 유명한 유럽 기자들은 아시아 선수에게 상을 주지 않을 거니까.

그 후로도 사람들은 누가 받을지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고 곧 시상자가 단상으로 올라와 발표를 시작했다.

“다음 세대를 대표할 선수를 제가 발표할 수 있다는 것이 영광입니다. 긴말은 하지 않고 곧바로 수상자를 발표하겠습니다!”

시상자가 봉투를 꺼내 수상자의 이름을 확인하고 씨익 웃었다.

“이 선수군요, 저도 이 선수의 경기를 보고 가슴 떨린 적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이 선수를 천재라고 부르죠, 2031 골든 보이----!”

가족들은 다 긴장한 표정이었다.

유지우가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간절해 기도까지 했다.

그건 다른 선수들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간절함이 시상식장 안을 가득 채우며 시상자의 입에 모든 이의 신경이 집중됐다.

“축하드립니다. 아스날의… 지우 유!!!”

이름이 불리자 유지우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가족들도 입을 벌리며 같이 놀랐다.

“아, 아들.”

아버지 유한우는 손을 떨었고.

“흐윽.”

어머니 서설희는 눈물을.

“…미친.”

누나인 유민하는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유지우와 단상을 번갈아 봤다.

“갔다 올게요.”

짝짝짝짝짝!

유지우는 주변 사람들의 박수를 받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단상으로 올라가면서 슬쩍 가족들을 바라봤다.

씨익.

그동안 뒤에서 묵묵하게 지원해준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유지우는 단상으로 올라가 시상자와 악수를 한 뒤, 트로피를 쳐다봤다.

발롱도르와 같은 황금 축구공 모양.

유난히 번쩍이는 트로피를 잡고 들어 올렸다.

“모두 박수와 함성을 보내주시기를 바랍니다! 2031 골든 보이--! 지우 유입니다!”

박수와 함성이 쏟아졌고 마이크 앞에 서서 소감을 말했다.

“이 상을 받게 되어 기쁩니다. 항상 제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믿어준 우리 가족들과 도와준 코칭 스태프분들, 그리고 동료들께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이 아니었으면 지금의 저도 없었을 겁니다.”

처음은 주변 사람들을 언급하며 가볍게 시작했다.

“이곳까지 오는 길이 순탄하지는 않았고 저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던 가족들에게 이 상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유지우에 관해 아는 사람들이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았다.

“앞으로도 골든 보이에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 결과를 만들어내겠습니다. 훗날, 이 자리에 다시 서서 발롱도르를 수상하는 그 날까지 달리고 또 달리겠습니다!”

사람들은 박수를 보냈다.

19세 어린 선수가 그동안 보여준 결과물을 향한 인정이 섞인 박수였다.

적어도 이 안에서는 유지우의 골든 보이 수상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이 상을 유에게 간 걸로 뭐라고 하는 놈들은 미친놈들이야.”

“맞아, 프리미어리그에서 그런 성적을 낸 선수한테 안 주면 누구한테 주겠어?”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알려졌으니까.

쏟아지는 박수.

유지우는 골든 보이 트로피를 한 반 더 번쩍 들어 올리며 20세 이하 최고의 선수임을 증명해냈다.

* * *

한국에도 이 영상이 인터넷 생방송으로 중계되고 있었다.

유지우가 아시아 역사상 첫 골든 보이 수상이라는 영예를 누릴 수 있을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고 수상자가 발표되자 채팅창은 폭발했다.

- ??????????????????

- 제 눈에 보이는 게 실화인가요?

- 31년도 퍼포먼스만 보면 우리 지우가 20세 이하 선수 중 탑이지!!!!!!!!

-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왜 내가 눈물이 나냐.

- 한국 선수가 저 자리에서 상을 받는 걸 볼 날이 생길 줄이야 ㄷㄷ

- ㄹㅇ 저거 평생 한 번밖에 못 받는 상이잖아.

- 그것도 유럽 최고의 재능들을 제치고…. ㅜㅜㅜ

- 저 골든 보이 상이 유럽에서 뛴 선수들한테만 주는 상이라, 아르헨티나 성적은 반영이 안 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가? ㅋㅋㅋㅋㅋㅋㅋ

- 그럼 반년이 스킵 됐는데도 수상한 거?

- 그렇지.

- 그 반년 사이에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준 폼이 최고였잖아. 안 주면 말 나오지.

- 마르쿠스랑 데니스도 팀에서 차세대 에이스로 각광받는 녀석들이잖아. 저 두 녀석 사이에서 골든 보이를 수상한 거라고! ㅁㅊ!!!!!!

- 갓지우시여! 아시아 선수 역사상 최초로 프랑스풋볼 어워즈에서 상을 받으셨군요 ㅠㅠㅠㅠ

- ㄹㅇ 이게 국위선양이다.

이 결과는 많은 사람이 인정했다.

하지만 의아하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존재했다.

[어째서 저 선수가 받는 거지? 우리 마르쿠스가 받아야 하는 상이라고! 이건 거짓말이야. 조작이라도 한 거 아니야?]

마르쿠스 디뉴의 재능은 프랑스 리그에서도 알아줬다.

그러나 유지우만큼은 아니었다.

아르헨티나 리그를 제패하고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에 모든 부분 1위를 찍은 선수와 비교 자체가 되지 않았다.

[이게 말이 돼?]

프랑스 축구팬들은 유지우가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물었지만, 아스날 팬들은 그들의 의견을 사뿐히 밟았다.

[말이 돼.]

[마르쿠스 따위가 우리 에이스랑 비교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으로 생각해야지, 어딜!]

[억울하면 프리미어리그로 와서 증명해보던가.]

6개월의 공백.

유지우가 뛴 아르헨티나 성적이 집계되지 않아 수상할 가능성은 적었다.

하지만 31-32시즌 전반기.

이때 보여준 유지우의 임팩트는 스스로가 골든 보이에 어울리는 선수라는 걸 증명해냈다.

* * *

골든 보이 시상이 끝난 뒤, 여러 부분 시상이 이어졌고 주인공인 발롱도르 수상자는 제라르 레오로 결정됐다.

그렇게 6번째 발롱도르를 드는 제라르 레오를 끝으로 발롱도르 시상식이 종료됐다.

“유!”

“인터뷰 좀 부탁드립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시상식장을 빠져나가는 유지우에게 취재진이 몰렸다.

아시아 선수 역사상 첫 골든 보이 수상.

이것만으로도 기사를 쓸 소재로 충분하니, 기자들은 눈에 불을 켜고 유지우에게 다가갔다.

“짧게면 괜찮습니다.”

“몇 가지만 여쭤보겠습니다.”

“네.”

기자들은 자기 언론사와 본인 이름을 말하며 질문을 했고 유지우는 간단하게 대답해줬다.

그리고 오늘 시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다.

“아시아 선수로서 최초로 프랑스풋볼 어워즈에서 수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소감이 어떻습니까?”

“앞으로도 더 잘하라는 상으로 여기고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하는 선수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형식적인 대답이었지만, 유지우는 진심으로 한 이야기였다.

그도 그럴게, 유지우는 하루하루 성장하고 있었으니까.

“사람들이 입을 모아 유지우는 천재라고 하는데 이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유지우 = 천재.

이 공식은 사람들이 입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리고 유지우도 사람들이 자신을 천재라고 부르는 것에 대해 알고 있었다.

그는 어떤 대답을 할지 고민하다가 질문을 한 기자를 보고 대답했다.

“저는 천재가 아닙니다.”

“…….”

“잘하기 위해서 죽어라 노력했고 제 노력이 이렇게 인정받을 수 있어 기쁠 따름입니다.”

재능도 재능이지만, 지금의 유지우를 만든 것은 노력이었다.

필드 위에서 조금도 실수하지 않기 위해 스스로를 채찍질했고 그 채찍질 덕분에 지금 이 자리까지 올라온 거였다.

그렇게 아시아에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지며 2031 발롱도르 시상식은 종료됐다.

【 2031 발롱도르! 제라르 레오, 6연속 수상으로 세계 최고임을 다시 증명하다! 】

【 2031 골든 보이! 유지우, “잘하기 위해 죽도록 노력했고 노력이 인정받아 기쁘다.” 】

【 아시아 최초로 골든 보이를 수상한 유지우를 향한 지지 여론이 들끓다! 】

【 유지우! 아시아의 새로운 황제로 즉위! 】

- 이제 갓지우가 아시아 황제라는 거에 반발하는 녀석들 없겠다.

- 보고 경악을 했다.

- 인터뷰 보고 울컥함, 죽어라 노력했대 ㅠㅠㅠㅠ

- 노력한 건 진짜 미쳤지, 아르헨티나에서 찍은 다큐만 봐도 어떻게 노력했는지 다 나옴.

유지우 다큐멘터리는 종영이 됐음에도 재방송으로 나온 게 시청률 1위를 찍을 만큼 인기를 끌었다.

그다음으로 화제가 된 건 시상식 종료 후, 발롱도르 수상자와 골든 보이 수상자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 제라르 레오랑 지우가 같이 기념사진 찍은 거 보고 지려버림.

- 저한테는 그저 빛밖에 안 보이는데요?

- 기자 놈들이 무슨 일이지? 유럽 우월주의에 빠져서 박찬우 있을 때는 30인 중에 29위 주던 놈들이잖아.

발롱도르 시상식은 예전부터 말이 많았다.

기자 투표로 이뤄져 공정성이 심히 의심된다면서.

그러나 예상과 전혀 다른 이번 결과를 보고 국내팬들은 상당히 놀랐다.

- 갓지우가 보여준 퍼포먼스 보고 안 주면 그놈들 스스로 뇌가 없다는 걸 증명해야 해서 그럼 ㅋㅋㅋㅋㅋㅋ

유럽 중심주의에 빠진 기자들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성적.

그것이 유지우가 골든 보이를 수상한 이유였다.

골든 보이 시상식 이후, 유지우의 존재감은 이제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었다.

* * *

며칠 후.

한국 축구협회는 2032 호주 브리즈번 올림픽에 참가할 대표팀을 꾸리는 데 한창이었다.

“9월 친선경기 후로 추려 나간 결과 22인 명단 중, 18명은 확정을 지었습니다.”

“남은 4명은?”

“아직 확신이 들지 않은 선수들입니다.”

박우근은 명단을 살피다가 하나의 이름을 보고 놀랐다.

“…유지우도 4인 중 한 명인가?”

“11월부터 접촉해 이야기 중이지만, 확답받지 못했습니다.”

4인 중 3인은 경기력을 아직 지켜봐야 했지만, 유지우는 달랐다.

성인 대표팀에서 성과를 내는 선수이자 프리미어리그에서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기에 협회도 대하는 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스윽.

그때 올라오는 손 하나.

그는 올림픽 대표팀 감독직을 맡은 강동하였다.

60세의 베테랑 감독으로 한, 중, 일 삼국 모두에서 감독직을 수행했을 만큼 경험이 풍부했다.

“제가 런던으로 가보겠습니다.”

“강 감독이?”

“목마른 놈이 우물을 파야지, 어쩌겠습니까.”

“거절하지 못할 무언가가 있는 건가?”

“그런 건 없습니다. 진심으로 부탁을 해볼 뿐이죠.”

“자칫 협회의 권위를 이용해 협박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가 있어.”

“절대 그럴 일은 없습니다. 유지우 선수가 어떤 결정을 내리던 따를 겁니다.”

그렇게 축구협회 관계자들은 회의가 있고 난 이틀 뒤, 런던으로 출국했고 유지우와 만나면서.

“출전할게요.”

확답을 받았다.

‘…이게 이렇게 쉬운 일이었나?’

걱정한 것과 다르게 시원한 대답.

그리고 곧바로 기사가 보도됐다.

【 유지우, “2032 호주 올림픽 축구대표팀으로 합류!” 】

그렇게 31-32시즌 프리미어리그 후반기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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