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175화 (175/383)

제175화

폴 사르가 이끄는 아스날이 31-32시즌에 기적을 일으키는 것을 보고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하나 있었다.

‘전반기는 그럴 수 있지만, 후반기부터는 다를 것.’

아스날의 상승세는 후반기가 되면 끝날 거라고 여겼다.

크게 두 가지의 문제점을 꼽으면서.

얇은 선수진.

체력적인 한계.

아스날도 그러한 문제점을 알았다.

작년 시즌에도 겪은 고질적인 문제점이었으니까.

긍정적인 여론이 많아진 만큼 의문점 역시 많은 건 사실이었다.

그래서 몇몇 언론사에서는 아스날에 대해 긍정적인 기사보다는 조회 수를 위해 흔들기에 들어갔다.

【 크리스티안 페레스, 더 높은 곳에 오르려면 아스날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가야 할 것. 】

유지우와 같이 에이스라고 불리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관련된 기사가 쏟아졌다.

유지우는 이미 붙박이 아스날의 에이스가 되었으니, 크리스티안 페레스를 흔들려는 여론이었다.

【 더 빛날 재능이 왜 여기에? 】

【 유지우의 그늘에 가려진 재능, 크리스티안 페레스. 】

다른 클럽으로 가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거라는 기사였다.

그 기사를 접한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헛웃음을 지으며 인터뷰를 했다.

【 크리스티안 페레스, “유는 나의 완벽한 파트너, 어느 클럽에 가도 유를 대체할 선수는 없다. 난 세계 최고의 선수 옆에서 같이 아스날의 영광을 이루겠다.” 】

30분도 안 된 입장 표명에 언론사도 더 기사를 낼 거리가 없었다.

그들의 흔들기는 하루도 가지 않았다.

【 폴 사르, “우리 선수들은 그런 것에 흔들리지 않는다.” 】

아스날에는 그런 흔들기로는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팀워크가 있었으니까.

다음 날 훈련장.

정규 훈련이 끝난 뒤, 유지우가 주도하는 개인 훈련 시간이 됐다.

“점점 개인 훈련하는 수가 많아진다?”

“이제 특별한 일이 없으면 선수단 전원이 참여하고 있잖아.”

아스날의 상승세의 요인에 이것 또한 빠질 수 없었다.

새로운 선수들의 합류로 다소 호흡이 맞지 않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걸 개인 훈련으로 보완했다.

“하아.”

선수들이 땀을 흘리며 앉아서 휴식했고 데릭 레드먼드는 물을 마시며 유지우를 봤다.

“…쟨 도대체 체력이 어떻게 된 녀석일까? 외계인이라는 게 별명이 아니라 진짜인 거 아니야?”

정규 훈련 뒤에 개인 훈련 또한 유지우는 최선을 다했다.

조금도 쉬지 않았다.

다른 선수들이 쉴 때도 자신이 짠 계획에 맞춰 훈련에 임했다.

“노력도 재능이라잖아. 유는 그걸 타고 난 거야.”

“그래도…. 와, 저런 체력은 대체 어떻게 만드는 거야?”

아스날 선수들은 유지우를 단순히 재능이 넘치는 선수로 보지 않았다.

처음에는 그런 시선이 어느 정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예 달라졌다.

재능은 있으나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훈련을 하고 또 훈련하니, 직원들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유의 훈련량에 문제는 없는 겁니까?’

어느 날, 그런 부분 때문에 단장이 걱정스럽게 물었고 폴 사르는 이렇게 대답했다.

‘여기서 말려도 집에 가서 또 개인 훈련을 할 겁니다. 차라리 제가 보는 범위에서 훈련을 시키는 게 나아요.’

무리하지 않는 선에서 자신이 컨트롤하겠다는 의미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선수단 전체에 퍼졌고 선수들은 유지우를 ‘연습벌레’라고 불렀다.

“저렇게 하니까.”

스티븐 하머는 흐뭇하게 웃었다.

“그런 믿기지 않는 성적을 내는 거지.”

[ 리그 16경기 출전 20골 13어시스트 ]

[ 컵 대회 2경기 출전 3골 1어시스트 ]

총합 23골 14어시스트.

총 18경기에 출전해 거둔 37개의 공격 포인트.

유지우는 한 경기 평균 2개의 공격 포인트를 세우며 놀라운 행보를 보여주고 있었다.

“맞다, 그거 알아?”

“뭐?”

“최근에 크리스티안한테 흔들기 들어왔잖아.”

“기자들이 하는 게 뭐 그렇지. 잘 나가는 클럽이 생기면 흔들기 기사 내보내면서 조회 수 받아먹는 거 흔한 일이잖아.”

시즌 초반에는 아스날을 향한 부정적인 여론이 들끓었지만, 전반기에 좋은 성적을 거두자 부정적인 여론도 서서히 사라지는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부정적인 시선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었다.

잘 나가는 이들을 시기하는 이들도 있었고, 부정적인 면만을 보고 싶어 하는 이도 있었으니 말이다.

그 같은 현상은 아스날에 유독 심하게 적용됐다.

작년까지만 해도 암흑기에 빠졌던 클럽이 갑자기 리그 2위로 올라오니, 온갖 시기와 질투가 들끓었다.

훌륭한 성적에도 언론들이 부정적인 기사를 계속 쏟아낸 건 그 같은 이유 때문이었다.

“근데 쟤네가 그런 걸로 흔들릴 거 같아?”

“…아니, 그럴 애들이 아니지.”

“그렇지, 그런 기사에 흔들리기보다 훈련하면서 볼 한 번 더 차는 게 좋은 애들이잖아.”

데릭 레드먼드가 가리킨 곳.

그곳엔 유지우와 같이 훈련하는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있었다.

아스날을 바꾼 에이스 듀오.

이 듀오를 보는 것만으로도 든든했다.

* * *

리그 21라운드 아스날 vs 에버턴 FC.

에버턴의 홈, 구디슨 파크(Goodison Park)는 침묵에 휩싸였다.

“와.”

“전반기에도 느꼈지만, 이러다가 아스날이 우승하는 거 아니야?”

전광판에 기록된 스코어.

[아스날 2 – 0 에버턴]

전반전에 터진 두 골로 아스날이 리드를 잡고 있었다.

“특히 쟤, 외계인.”

“모든 골에 관여하고 있어.”

“…쟤가 하는 거 보면 축구하는 게 엄청 쉬워 보인단 말이지.”

유지우는 오늘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지 못했다.

하나, 경기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았다.

비록 공격 포인트를 생산하진 못했지만, 지금 경기 양상을 만든 게 유지우라는 것을.

활동량은 팀 내 최고를 찍었고 무엇보다 패스를 통해 경기를 만들어가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크리스티안!”

게다가 에이스 듀오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오늘 어시스트 2개를 기록하며 18개째 리그 어시스트를 만들어냈다.

“나한테 주고 들어가!”

에버턴의 압박을 피하는 두 선수의 티키타카는 눈을 즐겁게 했다.

툭.

툭.

두 번의 터치로 연 공간.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볼을 잡고선 왼발 아웃프런트로 낮고 빠르게 찌른 패스.

스르르르륵.

많은 회전이 걸려 있던 볼은 필드 위에서 원을 그리며 쇄도하는 아드리안 로마오의 발아래로 갔다.

[와!!! 엄청난 패스---! 아드리안 로마오가 논스톱으로 처리하며!]

철렁.

[오른쪽 구석으로 정확하게 꽂습니다!]

[득점도 득점이지만, 패스가 예술이었습니다! 마치 은퇴한 맨체스터 시티의 레전드! 케빈 더브라위너를 보는 듯한 착각까지 들게 할 정도로 수준 높은 패스를 보여준 크리스티안 페레스! 이것으로 19번째 어시스트를 달성하며! 리그 도움 1위를 독주합니다!]

아드리안 로마오는 골을 넣은 뒤에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 슬라이딩 세레머니를 했고 선수들이 달려가 축하해줬다.

“이걸로 리그 12호 골인가?”

유지우의 말에 아드리안 로마오가 눈을 빛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옆에서 듣던 마틴 그라임스는 고개를 저었다.

“…이런 놈이 리그 득점 5위라는 게 난 아직도 안 믿겨.”

“하하하! 부러우면 부럽다고 하라고!”

“안 부럽거든!”

“에이, 표정은 부러워 죽겠다는 표정인데?”

“저리 가!”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가 티격태격하는 걸 보고 유지우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조용히 주먹을 맞댔다.

“어시트릭이네?”

“너 덕분이지.”

“뭐가 내 덕분이야, 너 패스는 진짜 최고라니까.”

“…네가 득점 1위, 내가 도움 1위, 이대로만 가자.”

“오케이.”

리그 득점 1위.

리그 도움 1위.

이 두 선수의 모습은 아스날 팬들의 자부심이 되어갔다.

* * *

【 아스날, 링크됐던 선수들과 이적 불발. 】

겨울 이적 시장에 전력 보강을 하려던 아스날은 링크되던 선수들과 협상이 틀어졌다.

【 ‘1억 파운드의 사나이.’ 레오나르도 세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4년 계약 체결. 】

【 레오나르도 세페 주급 10만 파운드로 알려져. 】

특히 아스날이 공을 들였던 AC밀란의 특급 미드필더 레오나르도 세페는 아스날을 이용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큰 금액으로 계약을 맺었다.

“우리를 이용했군.”

“커리어가 아니라 돈을 본 거죠.”

“빨리 다른 선수 컨택부터!”

“최우선은 홀딩 미드필더로!”

“라리가 스카우트 팀장은 어디에 있는 거야? 보고서부터 보내라고 해!”

그러나 아스날 운영팀은 놀고만 있던 게 아니었다.

폴 사르가 원하는 홀딩 미드필더 1순위인 레오나르도 세페를 놓쳤으니 2순위 3순위를 컨택해야 했다.

그런 과정에서.

【 AS로마의 마테오 크리스탄테! 아스날과 3년 계약 체결! 】

【 2월 1일부로 합류할 마테오 크리스탄테는 누구? 】

AS로마의 마테오 크리스탄테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발기술에선 레오나르도 세페보단 부족하다는 면이 있긴 했으나 강점 또한 있었다.

그건 바로 ‘체력.’

박스 투 박스로 뛸 재능이 있는 선수라 아스날 3선의 부족한 기동력을 채워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급박했던 이적 시장의 끝을 향해 달렸고 그렇게 1월 말이 되면서 카라바오컵 4강 2차전.

31-32시즌 세 번째, 북런던 더비가 열렸다.

토트넘 홋스퍼의 홈인 토트넘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경기.

-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토트넘은 이번 경기에서 1차전의 결과를 뒤엎기라도 하겠다는 듯 사기가 대단했다.

【 제이미 포든, “1차전의 굴욕을 2차전에서 갚겠다.” 】

에이스의 발언에 팬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그렇게 시작된 경기.

초반은 토트넘 홋스퍼가 유리했다.

홈 어드벤티지로 분위기에서 압도했고 14분 만에 한 골을 넣었다.

“계속 넣어! 6골은 넣어야 해!”

1차전에서 벌어진 큰 점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많은 득점이 필요했다.

그래서 토트넘은 세레머니를 할 새도 없었다.

그들은 세레머니도 하지 않고 공을 그대로 하프라인으로 가져왔다.

30분.

40분.

계속된 토트넘의 파상공세.

하나, 계속된 공격이 번번이 연결되지 않으니 그 기세도 조금씩 꺾이는 게 보였다.

그렇게 전반 종료 직전.

아스날에게 기회가 왔다.

폭발적인 스피드로 토트넘의 측면을 연 유지우가 아드리안 로마오 대신 출전한 해리 펠티어를 봤다.

최종 수비라인을 적절하게 타면서 언제라도 침투할 준비를 하는 모습.

이건 아스날이 토트넘전을 준비하면서 여러 번 연습한 그림이었다.

[유지우 선수! 핀포인트 크로스--!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로 올라갑니다!]

수비수들이 해리 펠티어의 침투를 막으려고 했으나 몸싸움으로 밀리며 좋은 포지션을 잡지 못했다.

[해리 펠티어입니다! 해리 펠티어가 수비수를 비집고 들어가면서 볼의 낙하지점을 정확하게 포착!]

해리 펠티어와 연습 때 숱하게 맞춰온 그림.

그 그림은 해리 펠티어의 이마로 마침표가 찍혔다.

철렁.

[해리 펠티어---! 벤치의 설움을 토해내는 멋진 헤더로 토트넘 스타디움을 침묵으로 물들입니다!]

[1차전에 이어 2차전에서도 아스날의 축구는 빛나기 시작합니다!]

1 – 1.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토트넘 스타디움은 침묵으로 뒤덮였다.

철렁.

그 침묵이 더한 침묵으로 바뀐 건, 생각보다 더 빨랐다.

후반 시작하자마자 유지우의 패스를 받은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중거리 포로 균형이 깨졌다.

[아스날 2 – 1 토트넘]

반드시 이겨야 했던 토트넘 스타디움의 열기는 싸늘하게 식어갔다.

“저것들 단체로 뭐 이상한 거라도 먹은 거 아니야? 그러지 않고서 저런 경기력이 말이 되냐고.”

“…미치겠네, 진짜.”

카라바오컵 4강 2차전은 큰 이변이 일어나지 않았다.

1차전의 점수 차이가 워낙 컸던 탓에 토트넘은 조급했으나 아스날은 여유로웠고.

[유지우 선수가 교체됩니다! 오늘 경기에서 두 개의 도움을 올리며! 맹활약을 한 유지우 선수! 아스날 팬들이 부르는 응원가에 손을 박수를 보내며 나오고 있습니다!]

67분.

아스날은 유지우를 교체하며 체력 안배를 하는 여유를 보였다.

필드를 나오는 유지우를 향해 토트넘 팬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압도적인 에이스.

현대축구에선 한 명의 선수가 경기를 뒤바꾸는 일은 없다고 했다.

모두가 그 말에 동의했고 철저한 전술 위주의 축구가 대세가 됐다.

하지만 그들은 눈앞에서 봤다.

경기를 바꾸는 것이 아닌, 클럽을 바꾸는 에이스가 있다는 걸.

와락-!

필드를 나온 유지우를 기다리던 폴 사르는 강하게 끌어안았다.

“네가 내 No.1이다!”

* * *

삐익-! 삐익-! 삐----익!

이변은 없었다.

최종 스코어 2 – 1로 토트넘은 1차전의 결과를 뒤집지 못했다.

토트넘 선수들은 낙담하며 필드에 누웠고 아스날은 결승 진출에 기뻐했다.

[2 – 1! 리드를 지킨 아스날이 토트넘을 총 스코어 7 – 1로 꺾으며 카라바오컵 결승에 오릅니다!]

[북런던의 주인 발언이 있었던 대전인만큼 치열함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그리고 치열함의 끝! 북런던 주인의 자리에 오른 것은 아스날입니다---!]

31 – 32시즌에서만 아스날이 토트넘을 상대로 이긴 것도 벌써 세 번째였다.

3전 3패를 했던 작년과는 전혀 다른 결과에 아스날 팬들은 열광했고, 토트넘 팬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카라바오컵 4강 2차전이 끝나며 2월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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