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76화
유지우가 뛰어난 활약으로 아스날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는 한편.
한국은 올림픽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 2032 호주 올림픽대표팀 윤곽이 잡히다! 】
【 유지우가 합류한 올림픽대표팀, 과연 어떤 성적을? 】
사람들이 기대하는 건 유지우의 합류로 인해 대한민국이 어떤 성적을 거둘지였다.
20세 이하 최고의 선수인 ‘골든 보이’가 된 유지우는 전 세계적인 관심을 한 몸에 받는 선수였으니까.
- 갓지우께서 보우하사 금빛 메달이 목에 걸리기를.
ㄴ ㅠㅠㅠㅠ 기도합니다.
ㄴ 금메달 각.
ㄴ ㄹㅇ 프리미어리그에서도 막는 선수가 없는데 U-23 따위 ㅋㅋㅋㅋ
- 군면제를 위해서라도 메달은 따야함.
ㄴ 몸값 자체가 달라지니까.
ㄴ ㅠㅠㅠ 아시안게임에 나왔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ㄴ 올림픽은 아시안게임보다 메달 따는 게 힘들 긴 하지….
ㄴ 제발 군면제 ㅠㅠㅠ 이런 재능을 군대로 보내면 그건 국가적 재난임 ㅠㅠㅠ
ㄴ ㄹㅇ 한국, 보카, 아스날, 이 세 곳의 운명을 바꾸는 데 일조한 선수가 군대스리가로? 그건 미친짓이지 ㅋㅋㅋㅋㅋㅋ
아시안게임은 아시아 내에서만 경쟁하면 되는 데 반해, 올림픽은 전 세계적으로 겨뤄야 했기에 경쟁이 더 치열할 수밖에 없었다.
- 가장 큰 경쟁자는 어디지?
ㄴ 지우랑 골든 보이 경쟁했던 애들.
ㄴ ㅇㅇ 걔네도 다 올림픽 대표팀에 합류했던데?
ㄴ 유럽 티켓 4장 있는데 4장 전부 미쳤음. 스페인,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ㄷㄷ.
ㄴ 아르헨티나에서도 지우 친구들 합류했다고 함.
ㄴ 디에고랑 기예르모?
ㄴ 명단에 라우타로도 같이 있던데?
올림픽 대표팀에 A대표팀에 있는 선수들이 합류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도 합류를 했다면 국가 또는 선수 본인의 강한 요청이 있었다는 의미였다.
올림픽에 참가하는 각국은 이번 올림픽에 여느 때보다도 신경을 써, 선수단을 구성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건 대한축구협회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들은 U-23 올림픽 대표팀에 관련해 매일 같이 회의를 거듭했다.
“명단을 4월 말에 확정 지을 거면 유지우 선수를 조기에 합류시켜 호흡을 맞춰봐야 하지 않을까요?”
그중에서도 4월 초에 있을 평가전 준비에 한창이었다.
“3월 A매치에 뛸 유지우 선수를 연달아 4월에 소집하는 건 무리를 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유지우의 소집을 두고 의견을 나눴다.
4월에 합류해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과 3월 A매치에 이어 연달아 소집하는 건 선수에게 무리를 주고 말 것이라는 의견이었다.
“동의합니다. 무리해서 뛰게 할 필요는 없죠.”
“장시간 비행은 몸에 무리를 줍니다. 유지우는 만 19세의 어린 선수니, 그 부분은 신경을 써서 관리해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네, 시즌이 끝나고 6월 초에 최종 출정식과 더불어 최종 평가전이 있으니까 그때 출전시키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이미 증명된 선수를 또 증명하라고 부르는 건 어불성설이죠.”
프리미어리그 득점 1위에 오르며 리그를 지배하는 선수를 3월에 소집하고 4월에 소집한다?
“만약 부르면 국민의 비난은 피할 수 없습니다.”
혹사 논란으로 국민들이 분노할 게 분명했다.
“강동하 감독의 생각은 어떤가?”
박우근의 물음에 강동하는 곧바로 대답했다.
“소집하지 않는 방향으로 가겠습니다. 유지우 선수는 이미 많은 걸 증명한 선수니까요.”
“알겠네, 그러면 그 부분은 그렇게 넘기기로 하고 다음 안건은 뭐지?”
“네, 말씀드리겠습니다. 다음 안건은….”
* * *
2월은 금세 지나갔다.
아스날은 총 6경기에서 4승 1무 1패를 거두며 리그 2위를 지켜냈다.
《 리그 1위 맨체스터 시티 / 26전 20승 5무 1패 – 65점 》
《 리그 2위 아스날 FC / 26전 18승 6무 2패 – 60점》
《 리그 1위 리버풀 FC / 17승 5무 4패 – 56점 》
2월이 지나가며 순위는 윤곽이 잡혔다.
1위 맨체스터 시티는 변동이 없었지만, 2위와 3위는 1월까지만 하더라도 승점이 1점 차이였다.
그런데 지금은 4점 차이로 벌어지며 아스날이 2위로서 입지를 착실히 다져갔다.
“유---!”
그 같은 아스날 돌풍의 중심에 있는 유지우는 팀의 인기스타였다.
거리에 잠깐 볼일이 있어 나왔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많았다.
“뭐 사러 나왔어요?”
“네, 빵 좀 사 가려고요.”
“제가 사드릴까요?”
“아니요, 말씀만으로도 감사합니다.”
베이커리에 들어가자 홀에서 빵과 커피를 마시던 사람들이 모두 웅성거렸다.
유지우가 진열된 빵 몇 개를 고르고 계산을 요청할 때쯤에는 어느새 주위에 사람들이 몰린 뒤였다.
“사인 부탁드려도 될까요?”
“그럼요.”
유지우는 어디에서나 사인을 거절하지 않았다.
심지어.
[비가 오는 날이었어, 우산이 없어서 급하게 집으로 가는데 사람들이 몰려 있어서 무슨 일이 있나 해서 갔는데, 거기서 유가 사인을 하고 있더라고. 그는 비가 오는 날에도 웃으면서 나를 비롯해 모든 사람에게 사인을 해준 다음에 내게 우산을 주고 갔어. 그 우산은 우리 가문의 보물로 내 후손들에게 물려줄 생각이야.]
얼마 전, 비가 오는 날에도 사인해주는 사연이 공개되며 팬들의 지지도는 더 높아졌다.
이날도 유지우는 빵을 계산한 뒤, 미니 팬 미팅을 개최했고 팬들에게 사인은 물론 사진 촬영을 해줬다.
“다음 경기, 카라바오컵 결승이죠?”
“네.”
“후회만 남기지 마세요! 유가 만족한다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아스날 팬들은 그들에게 짧은 시간에 많은 행복을 준 유지우가 어떠한 결과를 내던 웃으며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감사해요.”
스스스슥.
마지막으로 사인을 해준 뒤, 포장된 빵 봉지를 든 유지우는 팬들에게 웃으며 말했다.
“12년 만에 트로피를 선물해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 나간 유지우를 본 팬들은 아무 말도 못 했다.
“…알고 있었구나.”
“아스날 선수인데 모를 리가 없잖아.”
그들이 얘기한 것은 12년 만의 트로피라는 말이었다.
아스날이 마지막으로 트로피를 들어 올린 시즌은 19-20시즌이었다.
이벤트성 대회인 커뮤니티 실드를 제외한다면 FA 컵을 들어 올린 후로 지금껏 어떤 대회에서도 우승하지 못한 셈이었다.
12년 무관.
이건 아스날 팬들의 가슴 속에 깊게 박힌 가시 같았다.
그래서 카라바오컵 결승에 올랐을 때는 아스날 팬들은 모두가 기뻐했다.
드디어 무관의 지옥을 끝낼 수 있다고.
그러나 선수들 앞에서 티를 내지 않았다.
부담스러워할까 봐.
“유라면 해주겠지?”
“상대가 시티긴 하지만…. 유라면.”
그런데 유지우는 그런 부담은 안중에도 없다는 듯 팬들에게 당당히 트로피를 선물로 가져오겠다고 했다.
두근.
이 말을 듣고 흥분하지 않을 아스날 팬은 없었다.
* * *
그렇게 2월 28일.
카라바오컵 결승 날이 다가왔다.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 31-32 카라바오컵 결승! 아스날 vs 맨체스터 시티! 승자는? 】
【 호셉 과르디올라, “준비는 끝났다.” 】
【 카라바오컵 5연패에 도전하는 맨체스터 시티! 】
맨체스터 시티에게 31-32 카라바오컵은 우승 이상의 의미를 가진 대회였다.
17-18, 18-19, 19-20, 20-21에 기록했던 네 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과거의 영광을 다시 한번 쓰는 동시에 우승하게 된다면 리버풀과 타이기록인 네 시즌 연속 우승 기록을 넘어, 다섯 시즌 연속 우승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TV 프로그램들은 연신 이 소식을 다뤘고 새로운 역사가 탄생할 거라며 기대 어린 시선을 보냈다.
“근데 왜 다들 맨체스터 시티가 새로운 역사를 쓸 거라고만 생각하지? 아스날이 12년 무관을 탈출하는 건 아무도 생각하지 않나?”
하나, 어디에도 언더독은 있기 마련.
맨체스터 시티가 대기록을 세우는 것에 사람들의 시선이 쏠린 가운데.
소수의 사람은 아스날이 새롭게 기록을 세울 수 있을지에 물음을 던졌다.
“난 아스날이 이길 거 같은데?”
그리고 그건 전반기 동안 아스날의 기적을 눈앞에서 목격한 사람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이들은 아스날이 또 한 번 기적을 쓸 것을 기대하며 기사를 썼다.
【 아스날! 12년 만에 무관 탈출, 할 수 있을까! 】
【 폴 사르, “우린 언제나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낼 것, 기대해도 좋다.” 】
기사들과 함께 아스날 레전드 티에리 앙리가 SNS에서 남긴 글은 팬들의 관심에 불을 지폈다.
【 티에리 앙리, “아스날의 12년 무관 탈출을 축하하려고 난 샴페인을 사뒀다.” 】
카라바오컵 결승에 대한 관심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었다.
* * *
웸블리 스타디움(Wembley Stadium).
이 경기장은 잉글랜드 국가대표가 홈으로 쓰는 곳이자, 잉글랜드에서 제일 큰 경기장으로 9만여 명가량 수용이 가능했다.
빅게임을 앞두고 일찌감치 취재 구역에 도착해 카메라를 세팅한 기자들은 선수들이 오기까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5연패.”
“아니면 아스날의 12년 무관 탈출.”
“…어떤 결과가 나오던 반응은 뜨겁겠군.”
“그렇죠, 맨체스터 시티가 우승하면 프리미어리그 최강이라는 단어에 한층 어울리는 클럽이 되는 거고 아스날이 우승하게 된다면….”
“암흑기가 지나 황금기가 왔다는 걸 모두에게 알리게 되는 일이겠지.”
9만 석은 매진을 기록했다.
관중석은 점차 사람들로 가득 채워졌고 선수들은 워밍업을 마친 뒤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
아스날의 라커룸은 침묵이 깔려 있었다.
선수의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했다는 사실을 안 폴 사르는 선수들이 다시금 목표를 상기할 수 있도록 전술 설명을 마친 뒤, 동기부여를 했다.
“긴장되나?”
- “아닙니다!”
“우리가 원하는 첫 번째 조각이 눈앞에 있다. 두려워하지 말고 부딪쳐라, 어떤 결과가 나오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 필드 위에 나가! 전반기에 결정짓지 못했던 시티와의 승부에 마침표를 찍어라!”
- “네!”
“그리고! 긴 시간! 암흑기에 슬퍼한 팬들에게 12년 만에 트로피를 안겨주자!”
아스날 선수들의 표정은 비장해졌다.
12년 만의 무관 탈출.
그 주인공이 된다는 건 아스날 팬들에게 최고의 추억을 선물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팬을 위해 뛰는 것을 최선의 가치로 생각하는 그들에게 이보다 더 큰 목표는 없었다.
선수들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진 채 라커룸을 나갔고, 터널에서 입장을 준비했다.
후우.
선수들의 숨소리만이 들리며 묘한 긴장감이 깔린 터널 안.
“유.”
유지우에게 말을 건 사람은 오스마르 토레스였다.
“잘해보자.”
짧은 한마디를 하며 내민 주먹.
유지우는 주먹을 맞대며 웃었다.
“네.”
긴말은 필요 없었다.
남은 말은 필드 위에서 나누면 되니까.
“자! 가자---! 아스날!”
“시티! 트로피를 가지러 간다!”
양 클럽 선수들은 파이팅을 다지며 입장을 기다렸고 곧이어 주심의 뒤를 따라 웸블리 스타디움에 입장했다.
- 와아아아아아아아아!!!
전쟁을 치를 양 클럽 선수들을 향해 쏟아지는 함성.
9만 명이 내뱉는 함성은 귀를 먹먹하게 할 만큼 컸고 온몸에 전율을 일으켰다.
[양 클럽 선수들이 입장하고 있습니다! 카라바오컵 결승! 과연 마지막에 웃게 될 클럽은 어디가 될까요?]
[어느 클럽이 되던! 그 클럽은 역사를 쓰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악수를 하며 인사를 나눈 뒤, 선수들은 각자 진영으로 갔다.
아스날 선수들은 포지션으로 가기 전, 원 모양으로 모였고 모두가 자리에 서자 데릭 레드먼드가 한마디 했다.
“12년 만의 우승 도전? 그런 건 잠시 내려둬라.”
“…….”
“우리가 할 건 단 하나! 늘 하던 대로! 눈앞의 상대를 박살 낸다!”
- “예!”
“우리는!”
- “아스날!”
“이기는 건!”
- “아스날!”
“제일 높은 곳에 아스날의 깃발을 꽂아라!”
두근거리는 가슴.
눈앞에 보이는 트로피.
삐---익!
주심의 휘슬과 함께 9만여 명이 빼곡하게 채워진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31-32 카라바오컵 결승이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