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177화 (177/383)

제177화

마틴 그라임스 – 아드리안 로마오 – 유지우.

메이슨 가벗 - 크리스티안 페레스 – 마테오 크리스단테.

스튜어트 바슬리 – 데릭 레드먼드 – 레이턴 버트란드 – 스티븐 하머.

리암 베인스.

4 – 3 – 3의 아스날.

안드레 마르틴스 – 오스마르 토레스 – 저메인 팔머.

율리안 쿠겔 – 데일 모리슨 - 윌리엄 폴크.

마르크 아흐나흐 – 스콧 메이시 – 디오구 바렐라 – 루벤 헨더슨.

글렌 테일러.

4 – 3 – 3의 맨체스터 시티.

양 클럽은 경기 초반부터 전력으로 부딪쳤다.

중원에서 볼을 돌리는 맨체스터 시티를 상대로 아스날은 기습적으로 라인을 올려 프레싱을 했다.

“놓치지 마!”

빠르고 거친 압박에도 세계 최고 수준의 중원을 보유한 맨체스터 시티는 안정적으로 볼을 돌리며 압박을 여유 있게 벗어났다.

“다시 리턴!”

“데일, 옆에 조심!”

데일 모리슨과 윌리엄 폴크.

이 두 선수의 빌드업은 유럽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정교했다.

그러다가 순간적으로 공격으로 전환하는 패스는 치명적이었으나.

촤----악!

아스날의 철벽 앞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레이턴! 오스마르 쪽으로 더 붙어!”

“네!”

“스튜어트! 넌 그 녀석한테 절대 뒷공간 내주지 말고!”

데릭 레드먼드가 통솔하는 아스날의 수비진은 단단함을 자랑했다.

그렇게 유기적으로 움직이며 맨체스터 시티의 공격을 막기를 몇 차례.

시간이 흘러갔다.

10분.

15분.

경기 초반이라 무리하는 모습은 없었다.

치열한 공방전.

맨체스터 시티가 중원을 지배했으나 아스날의 중원도 만만하지 않았다.

새롭게 합류한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높은 활동량으로 활기를 불어넣어 준 것이 주효했다.

그는 뛰어난 판단력으로 슬라이딩 태클을 하며 패스를 잘라내는 데 성공했다.

활동량과 판단력.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장점이 빛나는 순간이었다.

[판단력이 좋은 마테오 크리스단테!]

[AS로마 팬들도 이적한다는 소식을 듣고 많이 아쉬워한 선수입니다. 22세의 어린 선수라 성장 가능성이 컸지만…. AS로마에서 많은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죠.]

마테오 크리스단테의 수비 후에 이어지는 아스날의 역습.

아스날의 공격은 유지우에서부터 시작됐다.

탁.

패스를 받아 깔끔한 터치로 돌아서는 순간.

퍼---억!

들어오는 몸싸움.

마르크 아흐나흐가 몸 전체로 진로 방향을 막는 걸 보고 스텝 오버로 제치려고 했는데.

촤—악!

예상치 못한 사각에서 태클이 들어왔다.

[강하게 부딪치는 마르크 아흐나흐와 깔끔한 태클의 데일 모리슨! ]

[맨체스터 시티는 유지우 선수를 그냥 두지 않을 겁니다. 방금처럼 적게는 두 명, 많게는 세 명의 선수가 붙어서 수비를 할 테니까 유지우 선수는 그 점을 생각하고 플레이를 해야 합니다.]

지난 경기에서의 활약이 뇌리에 깊게 박혀있던 호셉 과르디올라는 오늘 경기를 준비하면서 유지우에 대한 철저한 대비책을 세워두었다.

전반기를 거치면서 데이터가 쌓였기에 아스날의 전술도 어느 정도 파악이 된 상태.

유지우를 봉쇄하면 아스날의 공격력이 절반으로 깎인다는 건, 이제 공공연하게 알려진 사실이었다.

[마르크 아흐나흐가 라인을 올려 유지우 선수를 압박! 그 주위 데일 모리슨과 스콧 메이시가 지원!]

[세 명의 선수가 압박합니다…. 하지만 유지우 선수에게 통할까요? 처음이야 몰라서 당했다고 해도 유지우 선수는 여러 경기에서 세 명의 압박으로부터 여유 있게 벗어나는 모습을 자주 보여줬습니다.]

세 명의 압박.

이 수는 그동안 유지우를 견제하기 위해 많은 감독이 사용한 수였다.

툭.

툭.

그런 압박에 이골이 나 있던 유지우는, 그래서 더욱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었다.

그는 천천히 발등으로 볼을 밀고 들어가다가 틈이 보이자 플리플랩으로 방향을 꺾었다.

- 오오오오오!

압박하는 선수를 제쳤다는 생각이 들던 찰나.

삐—익!

데일 모리슨이 유지우에게 반칙을 하며 손을 들었다.

돌파를 허용하지 않기 위해 반칙으로 끊는 전술.

다만 유지우가 느끼기에, 그것은 지금껏 상대한 클럽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분명 거리가 안 됐는데.’

제칠 수 있다는 확신에 찬 플레이였다.

그런데 그게 반칙으로 끊기고 만 것이다.

유지우는 놀란 얼굴로 데일 모리슨을 봤다.

‘내가 돌파할 방향을 미리 알았다는 건가?’

세 명의 압박은 지금까지 숱하게 겪어서 익숙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그건 선수들의 수준이었다.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선수들의 압박이 전보다 정교해지자 틈은 좁아졌고, 커다란 벽이 앞에 세워진 느낌이 들었다.

* * *

취재진은 경기를 보면서 얘기를 나눴다.

“시티가 유를 견제하는 전술이 다른 클럽과 비슷하지 않아요?”

“비슷하긴 하지만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퀄리티가 달라지지.”

“…전반기 때는 이러지 않았잖아요.”

“그때는 데이터가 많이 없었잖아. 이제는 유에 대한 데이터가 쌓였는데, 호셉 과르디올라가 가만히 있겠어? 초반부터 잡으려고 하겠지.”

호셉 과르디올라 감독의 놀라운 전술.

세계적인 전략가로 괜히 이름이 날린 것이 아니구나 싶어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뭐지?”

다만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을 더욱 놀라게 하는 것이 있었다.

경기 내내 고전할 것으로만 생각했던 유지우가, 조금씩 템포를 찾고 있다는 점이었다.

거친 압박을 뚫고 공을 탈취해내는 유지우의 모습을 보고, 취재진은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시티도 시티인데… 유도 대단하네.”

프리미어리그 최고 중원 중 한 명인 데일 모리슨.

최고의 풀백 중 한 명인 마르크 아흐나흐.

최고의 윙포워드 안드레 마르틴스.

유지우는 최고 수준의 선수 세 명이 펼친 그물에서 빠져나와 아스날의 공격을 이끌었다.

[볼을 잡은 유지우 선수! 볼을 끌다가 넛맥으로 마르크 아흐나흐를 제칩니다! 마르크 아흐나흐가 손을 뻗어보지만! 유지우 선수가 훨씬 빠릅니다!]

유지우는 열린 측면으로 달린 뒤, 크로스를 올렸으나 수비에 막혀 아쉽게 슈팅까지 연결되진 못했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포지션으로 돌아가는 유지우를 본 마르크 아흐나흐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괴물 같은 놈.”

전반기에도 느낀 감정을 지금도 느끼고 있었다.

어떤 짓을 해도 막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2분 뒤.

다시 유지우에게 볼이 연결되자.

“으아아아아아아!”

마르크 아흐나흐는 포효하며 막아냈다.

맨체스터 시티의 간절함과 아스날의 간절함.

두 가지가 충돌하며 만들어낸 열기에 관중들 또한 사로잡혔다.

- 시티! 시티! 시티!

-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관객들은 목이 쉬어라 큰 소리로 선수들을 응원했다.

선수들은 넘어지고 다시 일어나며 상대의 골문을 어떻게 하면 열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했다.

뻐—엉!

“유!”

그때였다.

크리스티안 페레스가 오른쪽 측면이 비어있다는 것을 보곤 기습적인 스루패스를 찔렀고.

[유지우 선수입니다!!!]

세 명의 압박을 받던 유지우는 순수한 스피드로 세 선수를 따돌리며 볼이 흐르는 곳으로 달려갔다.

[볼의 세기가 강해 보이는데요!]

자칫하면 라인 아웃이 될 상황.

유지우는 전력으로 달려갔고 슬라이딩을 하며 간신히 볼을 살려냈다.

[볼을 살리는 유지우 선수! 바로 일어나서 중앙으로! 아드리안 로마오와 마틴 그라임스가 들어오는 타이밍이 늦습니다! 그대로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들어가면서 슈우우웃-!]

니어포스트를 향해 때린 슈팅은 골키퍼의 손끝에 걸리고 말았다.

[시티의 수문장! 글렌 테일러의 선방에 막히며! 아스날에게 코너킥이 주어집니다!]

코너킥 키커로 나선 것은 크리스티안 페레스.

유지우는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대기했다.

데릭 레드먼드가 골문 앞까지 올라오며 배치가 끝나자 키커인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손을 들어 사인을 맞췄다.

삐—익!

휘슬과 동시에 시도한 크로스.

데릭 레드먼드는 뒤에 있다가 기습적으로 앞으로 쇄도하며 점프를 뛰었다.

[데릭 레드먼드---! 디오구 바렐라가 쫓아가는데 늦습니다!]

거구이면서도 뛰어난 순발력.

마크하던 선수를 뿌리치며 점프를 뛴 데릭 레드먼드는 볼에 머리를 갖다 대며 골대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철렁.

흔들리는 골망.

그러나 그건 옆 그물이었다.

- 아아아아아아!

[빗나가는 데릭 레드먼드의 헤더! 이게 들어갔다면 아스날이 이 경기를 리드해 나갈 수 있었을 텐데 아쉽습니다!]

머리를 감싸 쥐며 아쉬워하는 것도 잠시.

[어어-! 맨체스터 시티의 빠른 전개! 역습입니다!]

아스날이 코너킥으로 라인을 올린 것을 본 맨체스터 시티는 골킥을 짧게 가져가며 빠르게 공격을 전개했다.

아스날은 수비 백업을 위해 전력으로 달렸고 유지우는 전방으로 가는 패스를 막으려고 율리안 쿠겔에게 달려갔다.

뻐—엉!

몸을 날렸으나 율리안 쿠겔의 패스가 더 빨랐다.

전방으로 향하는 패스.

그곳엔 오스마르 토레스가 있었다.

[오스마르 토레스에게 연결되는 볼! 레이턴 버트란드가 붙어서 수비합니다!]

뒤이어 코너킥 때, 하프라인 인근에서 대기하던 스티븐 하머도 합류했다.

두 명이 한 명만 막기만 하면 되는 상황.

그런데 오스마르 토레스는 두 선수의 압박을 견디며 패스에 발을 뻗어 볼을 띄웠다.

투-욱!

그리곤 두 선수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며 뒷발로 볼을 선수들의 키를 넘겨 뒷공간으로 보냈다.

“오스마르-----!”

관중석에서 터져 나오는 함성.

오스마르 토레스가 돌파에 성공했다.

선수들은 그 뒤를 필사적으로 쫓아갔다.

레이턴 버트란드는 카드를 받을 생각으로 슬라이딩 태클까지 했다.

제대로 볼의 경로로 향하는 태클.

그러나 오스마르 토레스는 볼을 한 번 치며 태클이 오는 반대 방향으로 피했다.

스윽.

고개를 들어 전방을 살폈지만, 아직 골대는 먼 상황이었다.

30m는 떨어진 거리.

이곳에서 슈팅을 시도할 수 있는 선수는 과연 몇이나 될까.

하지만, 오스마르 토레스는 그런 특별한 선수였다.

뻐—엉!

무회전으로 날아간 볼은 흔들리며 골키퍼의 손을 피해 오른쪽 구석 낮은 곳으로 들어갔다.

철렁.

엄청난 골에 아스날 선수들은 일제히 다리를 멈추며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고 맨체스터 시티는 환호했다.

[맨체스터 시티에는 이 선수! 오스마르 토레스가 버티고 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황제는 아스날의 반역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중거리 원더골을 터트린 ‘프리미어리그의 황제’ 오스마르 토레스가 아스날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다.

* * *

충격적인 골에 아스날 선수들은 모두 넋이 나갔다.

그와 반대로, 맨체스터 시티의 사기가 올라왔다.

퍼—억!

그들은 거칠게 아스날의 플레이를 끊으며 전반 종료까지 리드를 가져가려고 했다.

30분.

40분.

맨체스터 시티는 리드를 쉽게 빼앗기지 않았다.

호셉 과르디올라의 전술 아래에서 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중원으로부터 기회를 가져온다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패스!”

유지우는 사방으로 뛰어다니며 맨체스터 시티의 공간을 열려고 고군분투했다.

세 명의 선수에게 압박당하면서도 공간을 찾아 달렸고 선수들이 압박에 힘들어하면 달려가서 구해주기도 했다.

뚝.

뚝.

뚝.

비가 오듯 떨어지는 땀.

유지우의 헌신적인 플레이에 아스날 팬들은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을 느끼며 응원가를 불렀다.

기적이 일어나길 원하며 부르는 그 응원가는, 유지우의 귓가에도 정확하게 전해졌다.

‘유라면.’

‘언제나 기적을 일으켰잖아, 그러니까 이번에도.’

응원가에는 팬들의 감정도 녹아있었다.

유지우는 심호흡했다.

그리고 침착하게 상황을 살폈다.

동시에, 벤치에서도 여러 지시가 나왔다.

그렇게 간절함이 커지자 45분, 추가 시간 3분이 주어질 때 기회가 왔다.

[라인을 내려가 볼을 받은 유지우! 천천히 볼을 몰고 올라옵니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압박하는데요! 유지우 선수! 볼을 끌면서 타이밍을 찾습니다!]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이 압박을 걸어오자 유지우는 침착하게 볼을 발바닥으로 끌며 지켜냈다.

그건 맨체스터 시티 선수들을 더 많이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려는 의도였다.

“…와우.”

폴 사르는 작게 감탄했다.

“마치 필드에 블랙홀이 생긴 것 같군.”

그가 감탄하는 이유는 유지우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눈치를 챘기 때문이었다.

단순히 압박하는 세 명의 선수만 노리는 게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의 균형 전체를 아무도 모르게 오른쪽으로 끌어당긴 뒤.

뻐—엉!

생기는 빈 곳에 패스를 찌르는 거였다.

[열렸습니다---! 유지우 선수가 압박하는 선수들 틈새로 찌른 패스가 크리스티안 페레스에게!]

[그리고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곧장 마틴 그라임스가 있는 왼쪽으로!]

물 흐르듯 연결되는 볼.

유지우가 오른쪽으로 선수들을 끌어내린 터라 마틴 그라임스가 볼을 잡고 플레이하는 건 약간의 여유가 있었다.

툭.

마틴 그라임스는 루벤 헨더슨이 압박을 오자 스루패스를 보냈고, 골문 앞에 있는 아드리안 로마오가 그것을 받아 논스톱으로 슈팅을 했다.

[아드리안----!]

그러나 그 슈팅은 슈팅각도를 좁히려고 스콧 메이시가 시도한 태클에 걸려버렸다.

[스콧 메이시가 온몸으로 슈팅을 막아냅니다! 그렇게 흘러나온 볼!]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가 성공했고 소유권이 넘어가려고 하는 순간.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데일!!!”

볼을 잡으려고 자세를 잡던 데일 모리슨은 갑자기 불리는 이름에 당황해서 고개를 돌리는데.

휘----익!

“…어?”

바람처럼 누군가가 지나갔다.

[데일 모리슨이 잡으려고…. 아아-!!! 아닙니다! 유지우 선수! 유지우 선수가 폭발적인 주력으로 데일 모리슨보다 볼을 먼저 터치합니다!]

바람처럼 등장한 건 유지우였다.

볼이 흘러나오는 지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필사적으로 달려온 유지우는, 데일 모리슨보다 한발 먼저 볼을 터치하는 데 성공했다.

“막아--!”

당황하는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진.

일제히 수비를 위해 달려왔으나 볼을 잡은 유지우는 그들보다 한발 먼저 왼발 슈팅으로 볼을 파 포스트를 향해 감았고.

스르르르륵.

볼은 아름다운 궤적을 그리며.

철렁.

골대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골키퍼조차 반응하지 못하는 완벽한 구석.

볼이 들어가는 것을 본 유지우는 가슴에 있는 엠블럼에 키스하며 포효했다.

이 골은 기술도 기술이지만, 골에 대한 간절함이 만든 골이었다.

[동점 골이 나옵니다!!! 1 – 1! 유지우 선수의 득점으로 아스날의 카라바오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유지우 선수의 오른발이! 아스날을 수렁에서 건져 올립니다! 끌려가던 경기를 원점으로 만듭니다!]

맨체스터 시티에 경기를 지배하는 프리미어리그의 황제가 있다면.

아스날에는 경기의 판도를 바꾸는 외계인이 있었다.

삐익-! 삐익-! 삐-----익!

그렇게 전반 종료 휘슬이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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