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85화
【 아스날, FA 컵 결승 문턱에서 첼시에게 1 – 2 패배! 】
【 준결승에서 첼시에게 발목을 잡힌 아스날. 】
【 폴 사르, “최선을 다한 만큼 후회는 없다.” 】
4월의 저주.
팬들은 아스날의 부상 병동이 가동되어 FA 컵에서 탈락했다고 리그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지레 겁을 먹었다.
[우리가 4월의 저주에 걸렸다곤 하지만 작년과 다른 부분이 있어.]
[그게 뭔데?]
[유가 있다는 거지, 유가 부상 당한 선수들의 자리까지 메꿔주면서 뛰고 있잖아.]
[유가 있다곤 하지만 혼자서 뭘 어떻게 하겠어?]
팬들의 예상대로 아스날은 외나무다리를 타듯 위태롭긴 했지만, 유지우의 맹활약으로 리그에서 꾸준한 승리를 거두는 중이었다.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들까지 모두 커버하는 그의 모습에 아스날 팬을 비롯해 전문가들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해리, 유가 저렇게까지 해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나요?”
프리미어리그 전문 채널은 이런 부분을 다뤘고 해리 윈버턴이 마이크를 잡았다.
“솔직히 처음에는 의심이 많았습니다. 남미와 유럽 축구의 수준 차이, 어린 나이, 프리미어리그 첫 시즌. 종합적으로 2년이나 3년 뒤에 포텐이 터질 줄 알았지만…. 데뷔 시즌부터 이렇게 할 거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시즌 초만 해도 유지우를 부정적으로 봤던 해리 윈버턴은 어느새 그의 팬이 된 지 오래였다.
“유의 기록을 보셨습니까? 벌써 리그 34호 골을 넣으며 압도적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예, 모를 수가 없죠. 하이라이트만 틀면 유가 나오니 말입니다.”
“시즌 초만 해도 해리 윈버턴이 그러지 않았나요? 유가 득점왕을 할지 말지 내기를 하자고….”
“크흠, 그건….”
“어떤 내기였죠?”
“따로 조건을 정하진 않았었지만…. 유가 득점왕을 하게 된다면 제 사비로 시청자 100분께 32-33시즌 아스날 개막전 티켓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
파격적인 공약이었다.
“100분이요?”
“네, 제가 말실수를 한 게 있으니, 그만한 대가는 치러야죠.”
“하하-! 정말 화끈하군요!”
“제 지갑이 불탈 걸 생각하니까 벌써 소름이 돋네요.”
“유가 득점왕이 되지 않기를 바라나요?”
“그럴 리가요. 지금 기세로만 보면 유는 득점왕은 물론 프리미어리그 한 시즌 득점 신기록까지 세울 판인걸요?”
그 말대로였다.
유지우는 오스마르 토레스의 득점 신기록인 36골을 위협할 만큼 득점 감각이 물이 오른 상태였다.
언제라도 그 기록이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마지막으로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우승은 어떤 클럽이 차지하게 될까요?
치열한 프리미어리그의 우승 경쟁.
맨체스터 시티가 1위를 달리고 있긴 하지만 확실한 1위가 아니라 아직은 불안전했다.
그래서 해리 윈버턴이 할 말은 하나였다.
“어떤 클럽이 우승하더라도 놀라지 않겠지만, 아스날이 우승을 하게 된다면 전 아마 기절을 할 겁니다.”
“기절이요?”
“그건 기적이니까요.”
맨체스터 시티, 리버풀.
두 클럽과 우승 경쟁을 벌이는 아스날.
사람들은 이렇게 말했다.
‘아스날은 이러다가 끝나겠지.’
이번 시즌 기적을 보여주고 있지만, 여전히 아스날이 우승을 할 확률은 희박했다.
맨체스터 시티의 1위 유지.
그리고 밑에서 쫓아오는 리버풀.
한 경기라도 미끄러지면 아스날의 우승은 물 건너간다는 것이 여러 전문가의 의견이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도.
“집중하고 또 집중해라! 한순간이라도 집중력을 놓치는 순간! 지는 거라고 생각해!”
아스날은 묵묵히 훈련장에서 다음 경기만을 준비할 뿐이었다.
* * *
- 와아아아아아아!
아스날의 홈, 애슈버턴 그로브에서 레스터 시티와 아스날의 리그 32라운드가 진행됐다.
이 경기에서 폴 사르는 3월부터 전 경기 풀타임을 출전한 유지우를 쉬게 해주면서 승리를 챙기려고 했다.
기회를 받은 로테이션 멤버들이 힘을 내 60분까지 2 – 2 균형을 유지했으나 흐름은 좀처럼 아스날로 넘어오지 않았다.
“흠.”
경기가 서서히 밀리기 시작하는 게 보이자 폴 사르는 고민에 빠졌다.
‘유를 투입해야 하나.’
당장 투입보단 할 수 있는 걸 하기로 선택했다.
선수들의 라인을 손보고 적절한 지시를 하며 골 사냥에 나섰다.
레스터의 수비는 견고했지만, 아스날은 빈틈을 찾아 꾸준하게 기회를 만들었다.
[아아아-! 이게 빗나갑니다! 마틴 그라임스의 슈팅이 급했어요!]
[레스터 수비진의 움직임이 좋습니다. 협력 수비로 아스날의 공세를 막아내는 레스터! 그리고 역습 전개!]
레스터는 선수비 후역습의 전술로 아스날을 상대했다.
날카로운 역습으로 아스날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고 폴 사르는 결국.
삐—익!
65분에 유지우를 투입했다.
[65분에 교체되어 나오는 유지우 선수! 라르스 볼프와 교체되어 필드로 들어옵니다!]
[아스날은 무승부보다 승리를 챙겨야 하기에 부득이한 선택으로 보이네요. 유지우 선수가 들어왔으니 경기를 뒤집는 골이 나와주길 바랍니다!]
리그 최고의 득점력을 보여주는 유지우가 들어오자 레스터에는 비상이 걸렸다.
그렇게 진행되는 경기.
잠시 후.
치열하게 진행되던 76분경에 사고가 벌어졌다.
아드리안 로마오가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서 볼을 잡은 상황.
상대 수비수의 거친 태클이 오른쪽 무릎 뒤로 들어왔다.
“아-악!”
아드리안 로마오가 비명을 지르며 오른쪽 무릎을 감싸 쥐자 주심은 휘슬을 불며 경기를 중단시켰다.
[어어어-! 이게 무슨 일인가요!]
태클한 선수에게 옐로카드를 꺼내자 마틴 그라임스가 소리를 질렀다.
“옐로? 이건 레드잖아요!”
상식적으로 보면 레드가 맞았다.
그런데도 주심은 옐로를 선언했다.
마틴 그라임스는 그것에 항의하려 했지만, 유지우가 황급히 달려가 막았다.
“조용히 해요. 이러다가 마틴한테 카드 주면 어떻게 하려고요?”
“아드리안이 저런 더러운 태클에 걸려 넘어졌잖아!”
“…….”
평소엔 아스날의 개와 고양이라 불리며 앙숙 관계였지만, 괴롭혀도 내가 괴롭혀야 한다는 마인드가 있어 마틴 그라임스는 소리를 질렀다.
“저기 봐봐요.”
“응?”
“아드리안이요.”
하지만 유지우는 알고 있었다.
빼꼼.
쓰러져 고통에 울부짖으면서도 고개를 돌려 상황을 파악하는 아드리안 로마오를.
“저게 다친 사람 같아요? 태클 당할 때, 뒤로 빼면서 스치기만 했어요.”
태클을 당할 당시에 아드리안 로마오는 황급히 다리를 피하며 최악의 충돌을 피했다.
“…….”
“어, 아예 윙크까지 하네요…. 마틴한테는 메롱?”
“…저 새끼가.”
아드리안 로마오는 메롱을 하다가 다시 연기에 들어갔다.
“아이고!!!”
연기라는 것을 확인한 마틴 그라임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렇게 아스날은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서 프리킥을 얻었고.
마틴 그라임스는 절뚝이는 연기를 하며 라인 밖으로 나가는 아드리안 로마오를 보며 부들부들 떨었다.
“내가 저딴 연기에 속다니.”
“아드리안의 연기가 그만큼 늘고 있다는 거죠.”
“넌 왜 애한테 이상한 걸 가르쳤어.”
“…제가 안 가르쳤는데요?”
“네가 평소에 연기도 축구라고 했잖아.”
“전 그 말만 했죠, 다른 건 안 했어요.”
“…….”
“이제 보니 아드리안도 연기에 재능이 있네요.”
아드리안 로마오는 잠깐 필드 밖으로 이동했다.
주심은 프리킥을 준비시켰고 유지우는 키커 위치에 섰다.
[종료 직전! 골문 앞에서 프리킥을 내주는 레스터 시티!]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입니다. 이 거리라면 직접 골까지 노릴 수 있죠. 말씀드리는 순간! 유지우 선수가 킥을 준비합니다!]
수비벽이 세워졌고 유지우는 킥을 준비하면서 침착하게 골대를 바라봤다.
바람의 세기.
골키퍼가 서 있는 위치.
여러 수치를 계산한 뒤에 왼발로 킥을 할 준비를 마쳤다.
[유지우 선수가 왼발 킥을 준비합니다.]
[왼발도 오른발처럼 정교하기에 기대해볼 만합니다. 몇 차례 왼발로 프리킥 득점을 올리기도 했으니까요.]
아스날은 리그 우승을 하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이겨 맨체스터 시티와의 승점 차이를 좁혀야 했다.
지금 승점 차이는 4점.
한 경기라도 뒤처지면 우승 경쟁에서 밀려나게 되니, 아스날은 무승부도 아닌 승리를 해야만 했다.
후우.
심호흡하고 천천히 움직였다.
그렇게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은 슈팅.
스르르륵.
골대를 넘어갈 듯 높이 뜬 볼은 강한 회전이 걸려 뚝 떨어졌고, 마침내 공은 오른쪽 구석으로.
철렁.
꽂혔다.
- 와아아아아아아!
야구와 비교하면 힘을 빼고 정교함을 극도로 높인 슬로우커브 같은 구질의 슈팅이었다.
[고---올! 유지우 선수가 교체 투입되며 프리킥으로 2 – 2 균형을 깨는 득점을 성공시킵니다!]
[이 골로 리그 35골을 만드는 유지우 선수! 이제 한 골이면 최다 득점인 오스마르 토레스의 36골과 타이기록을 세우게 됩니다!]
[그것만이 아닙니다! 리그 35골 19어시스트! 컵 5골 3어시스트까지 포함해! 한 시즌 공격 포인트 기록도 62개로 타이를 세웁니다!]
대기록과 타이기록을 세운 유지우에게 선수들은 달려가 축하해줬다.
경기는 유지우의 결승골로 3 – 2 아스날의 승리로 확정됐다.
유지우가 나오면서 달라지는 결과.
그 결과를 지켜보며 아스날 팬들은 유지우의 응원가를 부르며 애슈버턴 그로브를 넘어 북런던을 울렸다.
* * *
62개의 공격 포인트.
유지우가 타이기록을 세우자 영국 전역은 그와 관련된 내용을 보도했고 한국에도 전해졌다.
【 유지우! 40골 22어시스트로 한 시즌 최다 공격 포인트 타이! 】
- 내가 지금 뭘 보고 있는 거죠?
ㄴ 꿈이라도 꾸는 건가?
ㄴ 한국 선수가 프리미어리그 기록을 깨려고 하네 ㄷㄷㄷㄷ
ㄴ 아직 리그 다 안 끝났는데 이 정도면 리그 끝날 때는 70개 넘기겠다.
- 새벽에 경기 못 보고 잤다가 아침에 뉴스 확인하고 깜짝 놀람.
ㄴ 진짜 사람이세요?
ㄴ 외계인인 거 이미 다 알지 않나?
ㄴ UFO 타고 다니는 거 아는 사람은 다 알잖아.
ㄴ …1절만 합시다.
ㄴ 2절 3절 뇌절까지 다 할거임.
- 이러다가 아르헨티나에서 세운 78개 공격 포인트 기록도 갈아치우는 거 아니야?ㄴ 챔스까지 나갔다면 혹시 모르지.
ㄴ 챔스 나갔어도 무리임.
ㄴ 경기 수 때문에 공포를 더 올리는 거 힘들 듯.
ㄴ 그래도 프리미어리그에서 이런 성적을 내는 건 역대급 아니야?
ㄴ ㅇㅇ 세계 최고의 리그에서 신기록 수립은 역사에 남을 일이긴 하지 ㅋㅋㅋㅋ
.
.
.
그렇게 우승을 노리기 위해 반드시 승리해야 할.
아스날 vs 리버풀.
리그 34라운드가 찾아왔다.
* * *
【 리그 34라운드, 우승 경쟁을 위한 분기점. 】
【 전문가들, “여기서 지면 우승 레이스에서 탈락.” 】
【 아스날 vs 리버풀, 승리는 누구에게? 】
【 유지우, 신기록의 주인이 될 수 있을까. 】
아스날 vs 리버풀.
경기가 열릴 아스날 홈인 애슈버턴 그로브는 열기에 휩싸였다.
“아스날 놈들, 시작부터 시끄럽네.”
“좀 닥쳐! 구너 새끼들아!”
리버풀 원정팬들의 견제는 엄청났지만, 아스날 홈팬들은 이 스타디움의 주인이 누구인지 보여줬다.
- “아스날! 아스날! 멋지고 오래된 아스날! 우리는 그 이름을 부르는 게 자랑스럽다! 우리가 이 노래를 부르는 동안!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아스날의 홈 분위기는 그동안의 분위기와 사뭇 달랐다.
시즌 마지막이 다가올수록 뜨거워지고 있었다.
“…리버풀만 이기면 가능성이 있는 거지?”
“그럼.”
“드디어.”
“우리가 우승 후보라고!”
그건 우승 가능성 때문이었다.
만년 중하위권에 머물렀던 클럽이 갑자기 우승권에 드니, 흥분하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떠났던 팬들도 스타디움에 모였고 아스날 홈은 연신 매진을 기록했다.
- 아스날! 아스날! 아스날!
잠시 후.
경기 시작을 위해 선수들이 각자 포지션에 가서 섰고 곧이어 유지우의 위치를 본 사람들은 놀랐다.
“응? 유의 위치 좀 봐봐.”
“…쟤가 왜 저기 있어?”
그건 관중들만이 아니었다.
리버풀의 벤치도 마찬가지였다.
“뭐지?”
유지우가 서 있는 위치.
그곳은 평소의 오른쪽 윙포워드나 공격형 미드필더도 아닌.
[유지우 선수가 3선! 홀딩 미드필더 위치에 있습니다!]
[저 위치에 있는 유지우 선수는 처음 보는 거 같습니다. 그동안 공격형 미드필더에서 뛰는 것까지는 많이 봤는데…. 홀딩은? 과연 이 선택이 맞는 선택일까요?]
홀딩 미드필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