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7화
【 아스날! 리그 개막 후 3연승 달성! 】
【 폴 사르, “우리의 목표는 더 높이 올라가는 것뿐.” 】
【 아스날 레전드 티에리 앙리가 코치로 합류하며 달라진 아스날! 작년보다 단단해지다! 】
【 유지우, 2경기 출전 5골 1어시스트! 득점왕 레이스 독주! 】
아스날은 더는 중하위권을 맴돌던 약한 팀이 아니었다.
상위 클럽들 모두가 인상적인 플레이를 선보이는 사이, 아스날은 리그 우승 후보라는 걸 경기마다 증명해갔다.
‘이번 시즌도 아스날 위주로 돌아가겠군.’
그들의 행보를 본 많은 전문가는 이번 시즌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게다가 티에리 앙리가 코치진에 합류하며 공격의 퀄리티가 한층 끌어올려졌다.
삐—익!
훈련장에서 티에리 앙리는 폴 사르의 전술을 기반으로 한 선수들의 플레이를 유심히 살폈다.
“아드리안, 감독님의 전술에서 네가 뛰는 건 중앙 공격수 위치에 고정되라는 게 아니야.”
“네.”
“2선으로 내려오면서 스위칭 플레이를 해주는 거 잊었어? 작년에는 잘했잖아.”
“…죄송합니다!”
“죄송하다는 말은 됐으니까 집중해, 작년이랑 똑같으면 안 돼. 더 발전해야지.”
그는 선수 한 명 한 명에게 진심 어린 조언을 해줬다.
공격수로서 한 시대를 풍미한 선수.
그의 경험치가 선수들에게 잘 전달될 수 있다면, 선수들의 실력 역시 더욱 좋아질 게 분명했다.
.
.
.
‘설마 2연속 우승?’
이러한 변화에 아스날 팬들은 프리미어리그 우승에 대한 희망을 품는 동시에, 이번 시즌 새롭게 도전하는 대회에 대한 깊은 기대감을 품었다.
“챔피언스리그 출전이라니… 눈물 난다.”
“너 첫 경기 보러 갈 거지?”
“응, 원정이긴 하지만 가야지.”
그건 별들의 전쟁이라고 불리는 UEFA 챔피언스리그였다.
아스날이 속한 곳은 C조였다.
아스날.
인터밀란.
브뤼헤.
마르세유.
챔피언스리그는 아스날 팬들이 언제나 꿈꿔왔던 대회였다.
[우린 아직 챔피언스리그 우승이 없잖아.]
[작년 페이스대로면 우승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이번 시즌은 새로운 전력도 보강했잖아.]
[가능성은 있지만, 희박해. 현재 챔피언스리그는 레알 마드리드랑 맨체스터 시티, 유벤투스의 3강 체제니까.]
UEFA 챔피언스리그.
별들의 전쟁에서 매년 우승 후보로 꼽히는 건 세 클럽이었다.
‘레알 마드리드.’
‘맨체스터 시티.’
‘유벤투스.’
지난 10년간 이 클럽들의 이름은 단 한 번도 챔피언스리그 4강에서 떨어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사람들은 32-33 UEFA 챔피언스리그 역시 이 세 팀 중 한 곳에서 가져갈 거라고 예상했다.
* * *
UEFA 챔피언스리그 C조 1라운드.
아스날 vs 인터밀란.
경기 일정이 다가오자 챔피언스리그 경험이 없는 선수들은 다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잠시 훈련이 끝나고 쉬는 시간.
선수들은 수분을 보충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챔피언스리그라니.”
“한 번도 안 뛰어봤잖아.”
“어릴 적부터 내 꿈이었던 무대에서 뛸 수 있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
“어? 아드리안, 너 다리 떤다.”
“…코치님한테 새로 배운 스텝법이야! 난 쉴 때도 훈련하는 거라고!”
“미친놈.”
“마틴! 말 좀 이쁘게 해!”
“너한테? 차라리 입을 꿰매는 게 낫지.”
각 리그 상위 클럽들이 유럽 정상을 노리는 대회.
챔피언스리그는 전 세계 축구 팬들도 관심을 가지는 대회로 권위가 높았다.
월드컵 우승과 같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하는 건 선수들의 꿈이기도 했다.
“유도 떨릴까?”
그들의 시선은 어느덧 티에리 앙리에게 지도받는 유지우를 향했다.
“…쟤가?”
“그럴 리가. 쟤는 긴장을 안 한다니까.”
“아무리 유라도 처음 참가하는 챔피언스리그인데 떨리지 않을까?”
그들은 팀의 에이스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훈련이 끝나고 다가오는 유지우에게 묻자.
“나도 떨려.”
유지우는 망설이지 않고 대답했다.
웬만해서는 긴장하지 않는 유지우였지만, 그도 챔피언스리그를 뛴다는 사실에 떨리는 건 마찬가지였다.
“오, 우리 에이스도 떨리는 순간이 있다니.”
“너라면 안 떨 줄 알았는데.”
“크크큭, 유도 사람이구나.”
“…그동안 저 사람으로 안 보였어요?”
“외계인 아니었어?”
선수들끼리 농담을 주고 받던 중.
유지우는 물을 마시던 마테오 크리스단테를 쳐다봤다.
“마테오, 넌 챔피언스리그 뛰어봤지?”
“어, AC밀란에 있었을 때, 매 시즌 출전하긴 했어.”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AC밀란 소속으로 무려 챔피언스리그를 5번이나 경험한 선수였다.
“어때? 뭔가 달라?”
“음…. 리그랑 다르긴 해, 전체적인 분위기 같은 게 더 무겁게 느껴지거든.”
마테오 크리스단테는 자신이 경험한 것을 토대로 말했다.
가장 높은 곳까지 올라간 게 8강이라 조별 예선과 토너먼트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총만 안 들었지, 거긴 전쟁터야.”
선수들이 얘기를 나누고 있자 데릭 레드먼드가 싱글벙글 웃으며 다가왔다.
“무슨 걱정이야! 챔피언스리그도 리그랑 별반 다를 거 없어!”
“데릭도 뛰어봤어요?”
“하하! 난 너희들이랑 다르게 22-23시즌에 뛰어봤지! 내가 달라 보이나?!”
데릭 레드먼드가 아스날 2년 차 때, 아스날은 21-22시즌 리그 4위를 확정 지으며 챔피언스리그에 진출한 적이 있었다.
물론 조별 예선 광탈을 하긴 했지만.
“와…. 어때요? 마테오가 얘기한 것처럼 뭐가 달라요?”
“다르긴 하지, 열기부터 차원이 달라. 온몸에 털이 곤두서는 느낌이랄까?”
“오….”
선수들의 반응에 신이 난 데릭 레드먼드는 옛날 기억을 끄집어냈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했다는 건 나에게 큰 자산이 됐지. 너희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
“더 얘기해줄 건 없어요?”
“아! 우리 첫 경기가 원정이잖아, 특히 원정에선 말이야….”
그걸 가만히 듣고 있던 스티븐 하머가 슬쩍 다가와 말을 걸었다.
“데릭.”
“…응?”
“너 벤치에만 있지 않았어?”
그리곤 비밀을 폭로했다.
“…….”
데릭 레드먼드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됐고.
“나랑 같이 벤치 데우고 있었잖아.”
데릭 레드먼드가 챔피언스리그를 경험했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경기에 출전한 건 딱 한 경기.
그것도 조별 예선 최종라운드, 탈락이 확정된 경기에서 교체 출전으로 발을 살짝 담가본 게 다였다.
“그, 그건!”
“얘들아, 얘 말 너무 믿지 마. 데릭은 나랑 같이 벤치에만 있었거든.”
“…….”
“그때 데릭은 하도 앉아 있어서 치질 왔었어.”
스티븐 하머가 밝힌 진실에 데릭 레드먼드는 절규했다.
“스티븐-! 이건 아니지!”
두 베테랑의 의도치 않은 만담(?)에.
선수들의 몸을 누르고 있던 중압감이 살짝 사라져갔다.
* * *
9월 5일, 경기를 하루 앞두고 아스날은 원정인 이탈리아 밀라노에 도착해 캠프를 꾸렸다.
훈련장에서 현지 적응을 마친 뒤, 내일 경기를 위해 호흡을 맞췄다.
“라인을 올려 전방 압박을 할 때, 데릭이랑 레이턴은 카운터를 주의해야 한다!”
챔피언스리그를 준비면서 폴 사르는 여러 전술을 준비했다.
그중 가장 크게 다룬 건 수비적인 부분이었다.
“상대는 측면에서 크로스 올리는 플레이를 자주 한다. 뒷공간으로 돌아가는 걸 확실하게 잡아야 해.”
삐—익!
“다시! 움직임은 좋았지만, 콜 플레이가 부족하잖아!”
만약 먼저 실점하게 되면 분위기를 빼앗길 게 분명했으니까.
이와 함께, 공격 전술은 티에리 앙리를 주축으로 짜나갔다.
그는 선수들과 발을 맞추며, 보완할 점이 없는지 세세히 살폈다.
‘좋아.’
런던에서 전술 훈련을 마친 뒤라 선수들의 움직임은 깔끔했다.
그렇다고 안심하고 넘어갈 순 없었다.
중요한 부분은 두 번, 세 번 집어줬다.
“거기서는 슛 템포를 빠르게 가져가야지! 인터밀란의 수비들은 주력이 빨라 백업은 빠르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면 태클이 들어오니까 주의해!”
“네!”
“유! 초반에는 측면을 무너트리는 그림을 자주 가져가, 그리고 인터밀란이 너 쪽으로 수비 균형을 움직이면 그때 반대로 볼을 풀어주고.”
“알겠습니다.”
“이 경기에서 중점이 되어야 할 건 크리스티안, 너다. 유도 공격 템포를 조절하는 데 도움을 줄 거지만, 큰 틀을 정하는 건 네 발에서 시작되어야 한다는 걸 명심해.”
“예!”
.
.
.
훈련이 종료된 후, 유지우는 티에리 앙리와 면담을 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이 대회를 처음 뛰는 유지우에게 티에리 앙리는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챔피언스리그?”
“티에리는 경험이 많잖아요.”
“유, 챔피언스리그는 뭐가 다른지 알아?”
“…아뇨.”
뛰어본 적이 없으니, 아는 것도 없었다.
경기를 위해 많은 자료를 찾아보았지만, 가장 중요한 실전 감각은 전무한 상태였다.
“경기를 뛰는 모두가 골을 넣기 위해서 죽기 살기로 해.”
“…….”
“토너먼트라 떨어지면 그 순간 대회가 끝나니까.”
유지우는 그의 말을 경청했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중요한 건 단 하나.”
“단 하나라면….”
“끈기야.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회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녀석만이 챔피언스리그에서 위로 올라갈 자격이 있어.”
유지우는 티에리 앙리를 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무언가가 느껴지는 말이었다.
‘끈기.’
그건 언제나 마음속에 품은 단어였으니까.
씩.
티에리 앙리는 웃음을 지었다.
“뭐, 너라면 알아서 잘할 거라고 믿는다.”
합류해서 코칭을 시작한 건 겨우 한 달 남짓의 시간.
티에리 앙리는 유지우를 지도하면서 확실하게 한 가지는 알았다.
‘이 녀석의 끈기는 일품이다.’
챔피언스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무기를 지녔다는 걸.
* * *
2032년 9월 6일.
32-33 UEFA 챔피언스리그 C조 1차전의 날이 밝았다.
아스날 vs 인터밀란.
첫 경기는 인터밀란의 홈인 ‘스타디오 주세페 메아차’에서 치러졌다.
3년 전,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새롭게 리모델링을 한 덕분에 무려 9만 명의 수용이 가능해진 거대한 경기장이었다.
- 와아아아아아아!
그동안 잉글랜드에서만 뛰던 아스날에겐 이탈리아 원정은 다소 생소한 분위기였다.
“우리 필드에서 꺼져!”
관중석에선 워밍업하는 아스날 선수들을 향해 욕설이 쏟았다.
아스날 선수들의 기를 죽여놓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아스날 선수들은 특별히 데미지를 받지 않은 것인지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괜찮은데?’
욕설은 자주 듣는 거였다.
북런던 더비에선 이것보다 더 심한 욕을 들어와서 그런지 그러려니 싶었다.
‘후우.’
거친 분위기에 익숙한 아스날 선수들은 홈팬들이 내뿜는 열기에 사로잡히지 않았다.
그렇게 침착하게 터널 안으로 들어가던 중이었다.
“유! 네가 할 수 있는 건 없을 거야!”
“이기는 건 우리 인터밀란이니까!”
“성스러운 우리 스타디움이 너희 무덤이 될 거니까 기다려!”
인터밀란 팬들은 선수들이 반응하지 않자 한 선수를 타겟으로 잡고 집중적으로 견제했다.
아스날의 에이스, 유지우였다.
아스날 선수들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유지우를 바라봤다.
아무리 멘탈이 좋다고 하더라도, 이 같은 집중포화를 견디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나, 그들이 바라본 에이스는.
씩.
즐겁게 웃고 있었다.
‘이 상황에 웃어?’
모든 게 처음인 환경.
그런데도 유지우는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넌 이 상황에 웃음이 나오냐?”
“돌 맞는 줄.”
“아까 웃는 거 보고 관중석에서 물병 던지려던 사람 있더라.”
터널 안으로 들어가자 선수들은 유지우 주위에 몰려들었다.
그리고 유지우는 왜 웃었는지 대답했다.
“재미있잖아요.”
“…….”
“우리가 이기면 저 사람들이 어떤 표정을 지을지.”
사실 유지우에게 집중포화는 아무렇지도 않았다.
이미 아르헨티나 생활할 때, 리버 플레이트 팬들 덕분에 내성이 생긴 상태였다.
그들은 사람을 말로 죽일 수 있다는 걸 알게 해준 이들이었으니까.
그러나.
경기에서 이기고 나면 그런 비난을 했던 사람들의 표정은 180도로 바뀌기 마련이었다.
이들의 반응을 보는 건, 그 무엇보다도 짜릿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줬다.
그래서 이번에도 느끼고 싶었다.
그 말을 들은 선수들은 잠깐 말을 잇지 못했고, 데릭 레드먼드는 놀란 표정으로 손뼉을 쳤다.
“우리가 챔피언스리그가 처음이라서 긴장하고 있지만, 그거에 잡아먹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렇지.”
“우리의 목표는 리그에서 뛸 때랑 변함없이 승리잖아요.”
“…….”
“전 그 승리를 위해 준비한 모든 걸 할 거예요.”
이것이 티에리 앙리가 극찬한 유지우의 마인드였다.
어떤 상황에서도 스포츠의 본질인 ‘승리’, 이것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그의 말에 아스날 선수들의 표정도 보기 좋게 변해갔다.
* * *
잠시 후.
모든 준비를 마친 선수들은 필드에 입장하기 위해 터널에 모였다.
아스날과 인터밀란.
양 클럽 선수들이 준비를 마치자.
주심이 발을 뗐다.
“나가자!”
데릭 레드먼드는 소리치며 터널 밖으로 걸어갔다.
유지우는 맨 뒤에서 따라갔고, 점점 입구가 가까워지자.
두근.
두든.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동안 상상만 했던 꿈의 무대에 한 발 내딛는 순간.
- 와아아아아아아아!
수만 명의 환호성이 귓가에 들려왔다.
지금껏 여러 대회를 치렀으나 챔피언스리그가 주는 짜릿함은 차원이 달랐다.
조별 예선이라고 해도 마치 결승전 같은 분위기.
‘…드디어 이곳에 섰구나.’
TV로만 봤던 장소.
그곳에 서 있다는 게 꿈만 같았다.
그리고 이제는, 그 꿈을 현실로 바꾸기 위해.
유지우는 축구화 끈을 단단히 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