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37화
새해가 되면서 전 세계 축구팬들의 관심은 프랑스를 향했다.
취재진을 비롯해 셀럽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
‘2033 발롱도르 시상식.’
프랑스 파리에 세계적인 스타들이 몰렸다.
기자들이 카메라로 시상식장을 찾는 이들을 찍는 가운데, 가장 많은 관심을 끄는 건 역시나.
“제라르다!”
“제라르-!”
“이번에도 제라르가 가장 유력하지?”
“제라르가 아니면 누가 받겠어?”
“윌리앙 주니오르가 부활했잖아.”
“그래도 제라르 레오한테는 안 되지.”
레알 마드리드 소속 제라르 레오였다.
그는 가족들과 함께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민족대이동을 연상케 할 만큼 많은 인파가 몰렸고.
“와.”
그런 와중에 사람들이 놀랄 만한 모습이 포착되었다.
“오랜만이다. 유.”
“그러게요, 제라르.”
유지우와 제라르 레오의 만남.
현재와 미래를 이끌 선수들이 만나자 취재진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카메라를 들었다.
“잘 지냈고?”
“저야 늘 잘 지내고 있죠. 제라르는요?”
“나야 요새 뒤를 바짝 쫓아오는 괴물 한 명 때문에 똥줄 타서 죽을 지경이지.”
“별로 안 그래 보이는데요?”
“하하. 그나저나 아스날 기세가 심상치 않던데? 이러다가 무패 우승하는 거 아니야?”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할 뿐이죠.”
“운이 좋으면 곧 필드에서 만나겠네.”
“챔피언스리그요?”
“응.”
“결승에서 봐요.”
“오, 자신감~”
두 사람이 얘기를 나누는 데 점점 사람들이 몰렸다.
제라르 레오는 몰리는 사람을 보고 유지우의 어깨를 토닥였다.
“남은 얘기는 나중에 또 하자.”
“네.”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다.
유지우는 이어지는 기자들의 질문에 간단히 대답한 후, 시상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작년에 와서 그런지 긴장은 덜했지만, 여전히 가슴은 두근거렸다.
“지우 선수, 이쪽으로.”
유지우가 배정받은 자리는 가장 앞이었다.
그가 앞으로 걸어가자,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커졌다.
“요새 프리미어리그에서 날아다니는 선수가 저 선수죠?”
“맞아. 유 때문에 오스마르도 입지가 많이 약해졌지.”
오스마르 토레스도 현장에 왔지만, 작년보다 관심도가 낮았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프리미어리그 왕좌를 빼앗겨서였다.
“프리미어리그가 세대가 이렇게 빨리 교체될 줄은.”
“유 말고도 폼이 올라오는 선수들이 보이더라고요.”
“디에고?”
“디에고도 디에고인데 기예르모랑 히카르지뉴 같은 남미 선수들이요.”
“요즘 보는 맛이 있어.”
“다른 리그의 선수들한테 미안하지만, 괜히 프리미어리그가 세계에서 가장 수준 높은 리그라고 불리는 게 아니죠.”
유지우는 자리로 걸어가다가.
“유-!”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발걸음을 멈추고 돌아봤다.
“어?”
그곳에서 디에고 로시, 기예르모 다린을 만났다.
* * *
발롱도르 시상식장 안은 시상 시간과 가까워지자 점점 사람들로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친분이 있는 사람들은 반갑게 인사하며 대화의 꽃을 피웠다.
“너희들을 여기서 볼 줄은 몰랐다. 왜 연락도 안 했어?”
왁자지껄한 시상식 안에서 세 사람은 나란히 앉아서 시상식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서프라이즈!”
“넌 기사도 안 봐?”
“…크흠.”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는걸.”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여하는 선수들은 기사로 보도되며 전 세계에 널리 퍼진 바였다.
그런데 유지우는 기사를 확인하지 않아서 두 사람이 참석하는지도 몰랐다.
“그래도 전화라도….”
“서프라이즈라니까 몇 번을 말해.”
“어쨌든 여기서 너희 만나니까 엄청 반갑다.”
작년에는 아는 사람들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친구들과 함께하니 저절로 마음이 편해졌다.
세 사람은 잡담을 나누다가 카를로스 로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아스날로 온다며?”
“얼마 전에 통화했는데 협상 중이라고 들었어.”
“카를로스 오면 아스날은 사이드가 단단해지겠다.”
“기대 중이야.”
“하아, 지금보다 더 강해질 아스날이라니…. 상상하기도 싫다.”
“그러는 너희도 영입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잖아.”
전력 보강을 하는 건 아스날만이 아니었다.
맨체스터 시티와 첼시를 비롯해 모든 클럽이 전력 보강을 염두에 두고 겨울 이적시장에 돌입했다.
“몇몇 선수들 얘기는 나오고 있긴 하더라.”
.
.
.
발롱도르 시상식의 포문을 여는 첫 시상은 ‘골든 보이’였다.
골든 보이 시상은 전년도 수상자가 하는 시스템이라.
“안녕하십니까.”
단상에 오른 건 유지우였다.
“발롱도르 시상식의 첫 시상을 제가 맡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아시아 선수가 당당히 발롱도르 단상 위에 서서 시상할 줄은.
“시상식이 기니까 긴말은 하지 않고 바로 발표하겠습니다.”
손에 들린 봉투를 열어, 안에 든 골든 보이 수상자의 이름을 확인한 유지우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퍼졌다.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수상자.
“2032 골든보이! 맨체스터 시티의 디에고 로시--!”
바로 디에고 로시였다.
맨체스터 시티 소속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돌풍을 몰고 오는 선수.
그에게 상이 돌아가자 시상식장 안에 있는 사람들은 우레와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축하한다.”
유지우는 골든 보이 트로피를 건네주며 축하 인사를 했고 디에고 로시는 받으며 활짝 웃었다.
“기다려! 금방 따라갈 거니까!”
두 사람은 웃으며 악수했다.
* * *
각 분야의 시상은 계속 이어졌다.
단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는 긴박감.
발롱도르 시상식에 초대되는 것만으로도 영광인데 여기서 상을 받는다는 건 최고의 영예를 누리는 것과도 같았다.
그 가운데 유지우는 베스트 11에 이름을 올리며 트로피를 받았다.
“모두가 기다리던 마지막 순서입니다!”
어느덧 마지막 시상만 남겨놓고 있었다.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친 한 명에게만 주는 가장 영예로운 상! 2032년 발롱도르 후보들을 화면으로 만나보겠습니다!”
설치된 세 개의 대형 화면에 발롱도르 최종 3인의 얼굴이 공개됐다.
- 와아아아아아!
레알 마드리드 소속 제라르 레오.
발롱도르 6개 수상에 빛나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
- 오오오오오!
파리 생제르맹 출신의 윌리앙 주니오르.
2031년에는 부상으로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했지만, 31-32 후반기부터 32-33시즌까지 엄청난 폼을 발휘해 다시금 발롱도르 경쟁에 끼어든 제라르 레오의 대항마.
- 어어어어어?
그리고 마지막에 올라온 얼굴.
그 얼굴을 보자 사람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화면에 나온 사람은 다름 아닌 아스날의 에이스 유지우였다.
“유가 발롱도르 경쟁?”
“이게 말이 되나?”
“와, 역사상 발롱도르 최종 3인에 든 선수 중 최연소 아니야?”
“언론사들이 웬일이래?”
“옛날 박찬우는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했어도 발롱도르 12위가 최대였잖아.”
발롱도르 투표하는 기자들은 아시아 선수에게 짜기로 유명했다.
“드디어 정신을 차린 건가?”
“유가 프리미어리그에서 역사를 새로 쓰긴 했지, 모든 기록을 갈아치우고 아스날을 암흑기에서 끄집어냈으니까.”
“그래도 벌써 발롱도르 경쟁이라는 게….”
유지우가 든 것이 의외라는 사람들과 당연히 들어야 하지 않나는 사람들로 나뉘었다.
정작 후보에 든 유지우는.
‘…뭐지?’
이 상황이 믿기지 않았다.
당장 발롱도르 경쟁을 할 거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빨라도 내년이나 내후년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게 뭐란 말인가.
“아들!”
“…우리 아들이 발롱도르?”
“와…. 미쳤다.”
유지우와 마찬가지로 가족들도 놀라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렇게 화면에 나온 3명의 선수.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순간.
수상하는 사람이 나타나자 사람들은 더 깜짝 놀랐다.
“리오넬 메시?”
그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레전드의 등장이었다.
“여기에 서는 건 오랜만이네요.”
리오넬 메시의 표정에는 오만가지의 감정이 담겨 있었다.
늘 상을 받기만 했던 곳에서 누군가에게 상을 주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
“사람은 달라졌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여전히 뜨겁습니다.”
리오넬 메시를 오랜만에 본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그 뒤에도 몇 가지의 이야기를 했고 곧 발표가 이어졌다.
“그러면 발표하겠습니다.”
스윽.
봉투를 열어 수상자를 확인한 리오넬 메시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2032 발롱도르! 레알 마드리드 소속! 제라르 레오! 축하드립니다.”
이변은 일어나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반열에 오른 제라르 레오가 그 주인공이었다.
그는 이번 수상으로 리오넬 메시의 기록과 동률인 7번째 발롱도르를 수상하게 되었다.
짝짝짝짝짝!
유지우는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며 축하해줬다.
제라르 레오는 단상으로 오르기 전.
유지우에게 다가와선.
와락.
따뜻하게 안아줬다.
“다음에는 너한테 빼앗기겠는데?”
“그건 아직 모르죠.”
“축하해줘서 고맙다.”
“네.”
제라르 레오는 그렇게 단상으로 올라가 본인의 7번째 발롱도르를 들어 올렸다.
최다 수상과 타이기록을 세운 결과가 나오자 곧 기자들은 8번째 수상 가능성에 관한 기사를 쏟아냈다.
더불어, 사람들의 뇌리에 제라르 레오의 새로운 경쟁자로 유지우라는 이름이 새겨졌다.
‘저 나이에 발롱도르 최종 3인?’
만 20세의 나이.
만약 UEFA 챔피언스리그에서 성적만 거둔다면 내년에 역대 최연소 발롱도르 수상자가 탄생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 * *
【 유지우! 발롱도르 최종 3위! 】
이 소식은 한국으로 실시간 보도가 됐다.
인터넷 생중계도 보고 있던 사람들은 일찌감치 글을 썼다.
- 우리나라 선수가 발롱도르 최종 3인이라고?
ㄴ 역대 최연소 아니냐?
ㄴ ㅋㅋㅋㅋㅋㅋ 보고도 믿기지 않는다.
ㄴ ㄹㅇ 아직 챔스 조별 예선만 뛴 선수가 이게 가능해?
- 제라르 레오랑 포옹하는 거 보고 국뽕이 차오르더라.
ㄴ ㅇㅇ 수상하는 게 더 기쁘지만, 최고 선수가 인정해주는 느낌이라 확 와닿음.
ㄴ 제라르가 전부터 갓지우랑 뛰고 싶다고 했잖아.
ㄴ 아…. 진심 둘이서 호흡 맞추는 거 보고 싶긴 한데.
- 이러면 다음 시상식에 기대해볼 만하지 않아? 상에 영향을 줄 국제대회도 없고.
ㄴ 우선 챔스에서 우승을 하면 가능성이 없진 않지.
ㄴ 제발 ㅠㅠㅠㅠㅠㅠㅠ 한국에서도 발롱도르 수상자가 나오길.
ㄴ 갓지우가 수상하면 난리 나지.
ㄴ 아시아 최초 수상에 내년에 받으면 최연소 수상까지 됨.
ㄴ 상상만 해도 짜릿하다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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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롱도르 시상식이 끝나며 32-33시즌 후반기가 시작됐다.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아스날 vs 뉴캐슬 유나이티드전이 있기 이틀 전.
“카를로스, 정말 가고 싶은 거지?”
아르헨티나 보카 주니어스에선 세바스티안 란첼라 감독은 카를로스 로호를 불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네.”
카를로스 로호의 이적 문제였다.
아스날과 긍정적인 협상 끝에 이제 사인만 하면 되는 상태까지 도달했다.
“후우, 알겠다.”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아쉬우면서도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바이아웃 조항이 걸린 것도 아니니, 선수를 강제로 잡아둘 순 없었으니까.
“말리진 않으세요?”
“네가 말려봤자 듣겠냐? 그리고 눈빛 보니까, 이미 결정했구먼.”
“하하하하, 죄송합니다.”
“죄송하긴. 가면 유한테 전화 좀 하라고 해라.”
“네.”
카를로스 로호가 감독실을 나가자 세바스티안 란첼라는 다 식은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렇게 유와 뛰고 싶다고 하더니, 소원을 이뤘군.”
그렇게 하루가 지난 후.
【 보카 주니어스 풀백, 카를로스 로호! 아스날과 5년 계약 체결! 】
【 카를로스 로호, “유지우와 같이 뛰게 되어 기쁘다!” 】
겨울 이적시장 첫 이적이 성사됐다.
설레는 마음으로 이적생이 합류하기를 기다린 것도 잠시.
하루 뒤인 1월 9일.
프리미어리그 20라운드.
아스날 vs 뉴캐슬 유나이티드.
32-33시즌 후반기의 첫 경기 일정이 다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