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241화 (241/383)

제241화

아스날 1 – 0 바이에른 뮌헨.

콰—앙!

실점한 바이에른 뮌헨의 라커룸 안.

요하네스 감독이 작전판을 거칠게 내리쳤다.

‘…그 능구렁이 같은 놈한테 또 당하다니.’

폴 사르.

그 이름만 들어도 요하네스 감독은 치가 떨렸다.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감독이었던 시절, 지겹도록 맞붙었던 천적이었으니까.

‘분명히 그때의 사르볼은 허술했다. 근데 아스날에서의 사르볼은 완성도가 높아.’

무엇보다 폴 사르 특유의 전술이 더욱 완성되었다는 게 놀라웠다.

그의 전술은 까다로운 면이 있어 그걸 소화할 선수는 없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흐음.’

요하네스 감독은 작전판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그리곤 전반 영상을 틀어놓고 선수들에게 말을 시작했다.

“전반전은 아스날에게 전체적으로 밀리는 그림이었다.”

요하네스 감독의 말에 부정하는 선수는 없었다.

그들도 느끼고 있었다.

아스날에게 밀리고 있다는 걸.

“특히 우리는 아스날에게 뒷공간을 허용하는 게 많았다. 이 점은 아스날전을 준비하면서 가장 집중해서 다룬 부분인데도 부족한 점이 많았다.”

요하네스의 시선은 마티아스 켈러에게 향했다.

“마티아스.”

“네.”

“막기가 힘든가?”

“…아닙니다.”

“아니라면 도대체 그런 행동은 뭐야! 아드리안만 틀어막는다고 아스날의 모든 걸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오만이다!”

마티아스 켈러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그도 답답했다.

아드리안 로마오를 통제하는 것까지는 나쁘지 않았지만, 양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날카로운 공격은 간담을 서늘하게 했으니까.

“계속 소통해! 비어있는 부분이 있으면 먼저 발견한 사람이 말해주면서 보완해나가! 오늘 왜 잘하던 걸 안 해?”

“…….”

“집중하고 또 집중해라! 아스날은 우리가 그동안 봐온 클럽들과 달라!”

2년 전의 아스날이 상대였다면 그들은 바이에른 뮌헨의 상대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아스날은 달랐다.

그들은 능히 우승에 도전할 전력을 가진 클럽이었다.

“그리고 유!”

아스날의 에이스.

능히 혼자서 경기의 흐름을 바꿀 수 있는 선수.

“협력수비로 틀어막던! 반칙으로 막던! 절대 페널티 에어리어 안으로 못 들어오게 해! 이 녀석한테 공간을 주면 우리는 필패다!”

선수들은 깜짝 놀랐다.

요하네스 감독은 평소에 ‘필패’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는 감독이었다.

그런 사람이 필패를 언급했다면 그만큼 위험하다는 소리였다.

“우리의 전술 변화는 없다. 왜냐고? 준비한 걸 아무것도 못 했으니까.”

콰—앙!

“이대로 무너지지 마라! 한 골을 먹혔으면 두 골로 갚아주는 게 바이에른 뮌헨이다!”

그들은 단단히 정신 무장을 한 채, 라커룸을 나섰다.

* * *

삐—익!

UEFA 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 후반전이 시작됐다.

[전반 마지막에 유지우 선수의 위치를 보고 모두가 놀랐었습니다.]

[네, 유지우 선수의 프리롤은 정말 오랜만에 보니까요.]

원정에서 한 골을 리드한다는 건 원정팀의 입장에선 큰 힘이 됐다.

선수들은 한 걸음 뛸 걸 두 걸음 이상 뛰며 바이에른 뮌헨의 공세를 차단했다.

“이것들 슬금슬금 올라온다!”

데릭 레드먼드는 수비라인을 통솔하며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을 막아냈다.

촤---악!

특히나 전반전에 몇 번의 위협적인 찬스를 가져간 미하엘 벨을 꽁꽁 묶었다.

‘아…. 진짜!’

미하엘 벨은 자신 근처에서 벗어나지 않는 데릭 레드먼드를 보고 짜증이 솟구쳤다.

뻐—엉!

아스날의 견고한 수비로 공격이 지체되자 바이에른 뮌헨은 뒤에서 볼을 돌리며 흐름을 찾으려고 했다.

“왼쪽!”

“뒤에서 온다! 조심!”

“리턴 주고 들어가!”

토마스 에더는 넓은 시야를 바탕으로 패스가 어디로 뻗어나갈지 컨트롤했다.

아스날 선수들의 커버가 느린 공간.

토마스 에더를 비롯해 바이에른 뮌헨의 미드필더들은 끊임없이 그곳을 노렸다.

[오-! 토마스 에더의 롱패스가 아스날의 뒷공간으로! 미하엘 벨이 침투해서 가슴 트래핑으로 잡아놓고 슛을 하려고 하지만!]

퍼—억!

[데릭 레드먼드에게 몸싸움이 밀리며 포지션을 빼앗기고 맙니다! 볼은 그대로 라인 아웃! 아스날의 볼입니다!]

미하엘 벨은 넘어지면서 데릭 레드먼드를 잔뜩 노려봤다.

데릭 레드먼드는 넘어진 미하엘 벨에게 손을 내밀며 웃었다.

“그렇게 노려보면 무서운데?”

“…쳇.”

손을 잡고 일어난 미하엘 벨은 포지션으로 달려갔다.

그걸 보며 데릭 레드먼드는 고개를 저었다.

‘패스가 예측하기 힘들어.’

어떨 때는 낮고 빠르게.

어떨 때는 높고 빠르게.

그게 안 된다면 2선 침투로 인해 기회를 창출하는 움직임까지.

바이에른 뮌헨의 공격 패턴은 점차 다양해졌다.

[바이에른 뮌헨의 중원은 유럽에서도 손꼽히는 수준 높은 선수들이 많습니다.]

[가장 많이 눈에 들어오는 선수는 토마스 에더입니다. 토마스 에더는 단번에 뒷공간으로 연결할 수 있는 킥을 가지고 있는 선수인 만큼 편하게 패스하지 못하도록 계속 압박을 붙어줘야 합니다!]

퍼—억!

폴 사르로부터 그런 부분을 지시받은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적극적으로 몸싸움을 하며 패스를 방해했다.

툭.

그러나 그럴 때마다 토마스 에더는 침착하게 빈 곳으로 볼을 보내며 압박을 무용지물로 만들었다.

“급할 필요 없어.”

한 점을 뒤지고 있지만, 토마스 에더는 조급해지지 않았다.

한 골을 만들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 나오는 여유로움이었다.

“흥분하지 말고! 간격 계속 유지해!”

그리고 아스날은 이 부분을 조심해야 했다.

- 와아아아아아아!

여기는 어디까지나 적진.

만약 흐름이 넘어간다면 걷잡을 수 없을 상황이 펼쳐질 게 분명했으니까.

* * *

70분.

- 와아아아아아!

홈팬들이 내뿜는 열기에 사기가 오른 바이에른 뮌헨은 몇 차례 위협적인 기회를 만들어냈다.

하나, 아스날의 견고한 수비와 다비드 바르트라의 신들린 선방으로 득점으로 연결되진 않았다.

[아스날의 수비가 튼튼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생각 이상입니다!]

[그리고 수비수들이 실수로 놓치는 게 있더라도 다비드 바르트라의 선방이 이어지니! 수비수들도 더 힘을 내 바이에른 뮌헨을 막아냅니다!]

좋은 흐름이었다.

이대로만 이어진다면 아스날의 승리가 확실해 보였다.

하지만.

바이에른 뮌헨은 여기서 포기할 팀이 아니었다.

그들은 선수 교체를 통해.

3 – 5 – 2 포메이션으로 변화를 줬다.

뻐—엉!

[바이에른 뮌헨이 중앙 장악력과 더불어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려고 합니다.]

[발이 빠른 윙백들을 투입하며 측면에서 아스날을 흔들겠다는 의도로 보입니다.]

그들은 크로스 플레이나 침투 플레이로 아스날에 균형을 내려고 했다.

퍼—억!

그러나 왼쪽 공격 루트는 카를로스 로호에게 철저하게 막혀서 뚫기가 어려웠다.

‘이 자식은 뭘 이렇게 잘 따라와?’

카를로스 로호는 아무리 빠른 상대라도 따라갈 주력과 체력을 겸비한 선수였다.

그래서 바이에른 뮌헨은 상대적으로 약한 오른쪽을 무너트리기 위해 방향을 전환했다.

스르르르륵.

토마스 에더가 침착하게 중앙에서 점유율을 지키는 척, 왼쪽으로 다시 공격할 것처럼 전개하다가 아스날이 압박으로 살짝 라인을 올리는 걸 보고선.

뻐—엉!

곧장 오른쪽으로 길게 넘겨줬다.

[브누아 디오프! 깊숙한 곳에서 볼을 잡습니다! 그 앞을 막는 건 스튜어트 바슬리! 마테오 크리스단테도 백업을 옵니다!]

마테오 크리스단테가 오는 걸 본 브누아 디오프는 빠르게 움직였다.

툭.

그는 깊숙한 곳까지 내려온 레온 힐베르트와 원투 패스로 측면을 열어젖혔다.

“가라! 제발-!”

“됐다! 올려! 올리라고!”

관중석에선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기도했다.

브누아 디오프는 수비수가 붙기 전.

반 박자 빠르게 크로스를 올렸다.

뻐—엉!

날카롭게 올린 크로스.

볼이 적절하게 회전하며 아스날 골문 앞으로 날아오자.

“…레이턴!”

교체로 투입된 또 다른 스트라이커, 라파엘 아들러의 침투를 막고 있던 데릭 레드먼드는 레이턴 버트란드에게 미하엘 벨을 마크를 지시했다.

하지만 그건 판단 미스였다.

사이드에서 올라오는 선수를 신경 쓴 탓에 레이턴 버트란드의 반응이 늦어버린 것이다.

“다비드! 나와!”

이 상황을 모두 파악하고 있던 다비드 바르트라가 판단을 빨리 내려 달려 나와 차단하려고 했다.

그는 손을 쭉 뻗어보았지만.

툭.

그보다 한발 먼저 점프한 미하엘 벨의 머리가 볼에 닿았다.

‘아.’

그리고 볼의 궤적을 보며 다비드 바르트라는 체념했다.

철렁.

[고----올! 바이에른 뮌헨의 에이스가 결정을 짓습니다!]

[이것으로 동점! 바이에른 뮌헨의 홈! 알리안츠 아레나 스타디움은 홈팬들이 내뿜는 열기로 뜨거워집니다!]

“하아.”

그토록 막으려고 했던 실점이 나오자 분위기는 단번에 역전이 되어버렸다.

* * *

아스날 1 – 1 바이에른 뮌헨.

경기가 원점으로 돌아가자 분위기는 바이에른 뮌헨 쪽으로 넘어갔다.

“더 몰아붙여!”

“아스날 놈들한테 지기만 해봐!”

홈이라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도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뻐—엉!

토마스 에더를 중심으로 한 미드필더진은 위협적인 패스를 뿌렸다.

‘1차전에서 무조건 이겨야 해.’

[동점 골을 넣으니까 바이에른 뮌헨이 조금 더 공격적으로 패스를 뿌립니다.]

[기세를 이어가고 싶은 거죠. 바이에른 뮌헨은 어떻게든 홈에서 이기려고 할 겁니다.]

아스날의 홈.

그곳을 축구 팬들이 부르는 별명은.

‘원정팀의 무덤.’

살벌했다.

그도 그럴 것이 아스날은 이번 시즌 홈에서 원정팀에게 패배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무덤에 가기 전 바이에른 뮌헨은 어떻게든 승리하려고 했고.

까—앙!

슈팅의 숫자를 늘려갔다.

[운이 따라주지 않는 바이에른 뮌헨! 미하엘 벨에 맞고 굴절된 볼이 골대에 맞고 다비드 바르트라의 품에 안깁니다!]

매서운 기세의 공격.

아스날은 잠시 주춤했다.

짝!

그럴 때일수록 데릭 레드먼드는 선수들을 진정시켰다.

“기회 한 번만 오면 돼! 그러니까 끝까지 집중! 크리스티안, 너는 더 올라가서 공격에 집중해! 뒤는 우리한테 맡기고!”

그 덕분에 공격진은 심적인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끊임없이 공격적으로 패스를 뿌렸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전진 패스를 시도할 수 있는 강심장.

그것이 그의 장점이었다.

스윽.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고개를 들고 시야를 확보했다.

그리고 볼 수 있었다.

유지우가 프리롤로 자유롭게 뛰어다닌 덕분에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에 균열이 생기는 것을.

씩.

유지우는 크리스티안 페레스와 눈이 마주치자 미소를 지었다.

‘나를 미끼로 써.’

작년부터 맞춰온 호흡.

에이스 듀오답게 두 선수는 서로의 눈빛만 봐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챘다.

크리스티안 페레스는 고개를 왼쪽으로 돌리며 사이드로 전개할 것처럼 모션을 가져갔다.

마침 유지우가 그쪽으로 이동해주는 덕분에 바이에른 뮌헨의 수비진의 균형은 왼쪽으로 쏠렸다.

뻐----엉!

그렇게 공간이 만들어졌고 크리스티안 페레스의 벼락같은 패스가 균열이 생긴 틈을 노렸다.

“아!”

유지우를 신경 쓰고 있던 마티아스 켈러는 패스의 방향을 보고 곧장 방향을 틀었다.

“아드리안!!!”

그곳은 아드리안 로마오가 침투하고 있었다.

패스가 살짝 길어 아드리안 로마오가 잡기도 살짝 버거워 보였다.

타다다다닷-!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끝까지 쫓아가는 아드리안 로마오---!]

허벅지가 터져라 달리자 거리가 가까워졌고 골라인 아웃되기 직전.

아드리안 로마오가 몸을 날리며 아웃 직전인 볼을 골대 쪽으로 간신히 돌려놨다.

틱.

콜린 쉰들러 골키퍼는 그것에 반응하며 손끝으로 볼을 건드렸고, 볼의 궤적은 살짝 틀어지며.

까--앙!

크로스바를 맞고 떨어졌다.

[아직 볼이 살아있습니다! 여기서! 여기서! 유지우 선수가 다이빙!!!]

살아있는 볼을 보곤 어느새 최전방까지 올라온 유지우가 몸을 날렸다.

퍼—억!

그러나 그 순간.

마티아스 켈러가 유지우의 옆구리를 팔꿈치로 밀며 들어왔고.

“으아아아-!”

유지우는 그대로 옆구리를 감싼 채, 쓰러졌다.

“주심-!”

“페널입니다! 페널!”

아스날 선수들은 페널티킥이라고 항의했고.

“무슨 페널이야!”

“이건 정당한 몸싸움이었습니다! 원래 골대 앞에서는 조금 거친 수비는 상관없잖아요!”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무조건 아니라고 소리쳤다.

[명백하게 반칙입니다. 어깨로 밀고 들어오는 게 아니라 급해서 팔꿈치를 뻗은 걸로 보이거든요.]

[그렇습니다. 팔꿈치로 옆구리를 가격하면 그게 어디가 됐던 페널티킥이 주어져야 합니다.]

삐---익!

주심은 VAR 체크를 하러 갔다.

선수들의 시선은 물론 관중들의 시선도 주심에게 집중됐다.

“이게 무슨 페널이야! 주심 너 눈이 있어?”

“페널 주기만 해봐라!”

“유! 저 새끼는 종이 인형이야? 왜 저거에 쓰러지는 거야!”

만약 여기서 페널티킥을 내주게 되면 바이에른 뮌헨의 패배 가능성이 커지기에 바이에른 뮌헨의 팬들은 간절히 기도했다.

[과연! 어떤 판정이 나올까요!]

VAR을 확인한 주심은.

척.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 와아아아아아아!

경기 종료까지 80분.

남은 시간 10분에 아스날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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