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필드의 외계인-266화 (266/383)

제266화

북런던 더비 종료 후.

유지우는 기자들에게 둘러싸여서 인터뷰했다.

경기 M.O.M으로 뽑힌 것에 대한 소감을 묻고 나자, 곧 신기록 달성에 관한 질문이 나왔다.

“작년에 이어 이번 시즌에도 신기록을 달성하며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습니다! 기분이 어떻습니까?”

두 시즌 연속 신기록.

대기록을 달성한 유지우의 한마디를 듣기 위해 평소보다 배 이상은 되는 기자들이 몰렸다.

“꿈도 꾸지 않았던 일이 현실이 되니, 날아갈 듯이 기쁩니다. 항상 도움을 주는 동료들과 감독님, 코치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대기록을 세웠음에도 주위 사람들을 챙기는 말에 기자들은 살짝 미소를 머금었다.

‘마인드가 훌륭해.’

축구계는 여러 인성을 가진 선수들이 있었다.

정말 정중한 사람이 있다면.

정말 악독한 사람도 있었다.

여기 모인 기자들은 숱한 선수들을 만나본 사람들이었고 유지우를 본 기자들이 갖는 생각은 다 같았다.

‘착하고 착해.’

관련된 미담도 많았다.

보육원에 기부하는 것은 물론.

병원 아이들을 위해 치료비 지원.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팬이 원하면 흔쾌히 사진 촬영과 사인을 해줬다.

그래서 사람들은 유지우를 진심으로 좋아했다.

“아직 경기도 5경기가 남은 만큼 50골의 고지도 넘어보실 생각이 있나요?”

현재 유지우의 득점은 리그 44골로, 6골만 넘기면 50골이라는 업적을 세우게 되는 거였다.

“크게 신경을 쓰고 있지 않습니다. 하던 대로 할 생각이고 우선은 당장 눈앞에 다가온 챔피언스리그에 집중할 겁니다.”

챔피언스리그라는 말이 나오자 기자들은 궁금한 걸 질문했다.

“세 번째 골을 넣고서 한 세레머니는 어떤 의미였습니까?”

마지막에 했던 세레머니.

다들 그 의미가 어떤 건지 어느 정도 생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그것이 유지우의 입에서 나오는 건 또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야 파급력이 있으니까.

“1차전에서 아쉽게 패배했습니다. 하지만 2차전은 다를 겁니다. 저희는 반드시 이겨 결승에 올라갈 거고 그 마음을 담아 세레머니를 했을 뿐입니다.”

대단한 자신감이었다.

【 북런던 더비 승리의 아스날, “기다려라 파리!” 】

【 유지우, “내가 한 세리머니의 뜻은 단순하다.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라가겠다.” 】

그렇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의 날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 * *

한편 한국에선.

【 유지우 누나! 그녀들의 리그 출연! 】

【 2032 핫한 프로그램으로 선정된 그녀들의 리그, 다시 고공 상승이 가능할까? 】

드디어 유민하가 출연한 그녀들의 리그가 본방송을 탔다.

- 이분이 갓지우의 누님이시라고?

- 연예인 옆에서도 안 꿀릴 외모다.

- 배우 느낌이 강하게 남.

- 와…. 그녀들의 리그 섭외력 실화냐?

- 저분이 갓지우 누나라고 알려졌지만, 아시아에서 주목하는 젊은 셰프 100인 중 한 명에 뽑힌 분임.

- ㄹㅇ?

- ㅇㅇ 서울에서 오픈한 레스토랑에 가서 먹어봤는데 맛 미쳤더라.

- 동생은 축구로 누나는 요리로…. 대체 뭐 하는 집안임?

- 아버지도 미슐랭 투스타 셰프시고 어머니는 공주에서 가장 큰 약국 운영하시더라.

그렇게 시작한 본방송을 본 사람들은 실시간으로 댓글을 달았다.

한데, 그들이 더 놀란 것은 경기하는 장면에서부터였다.

- …실화야?

유민하의 축구 실력은, 그냥 잘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얼핏 유지우의 모습이 겹쳐 보일 정도로 개인기를 능숙하게 하기도 했다.

번뜩이는 움직임에 경기를 지배하는 것은 물론, 해트트릭을 기록하기까지 하자 댓글 창에는 사람이 폭발할 지경까지 몰렸다.

- 와.

- 경기력 보소.

- 왜 축구선수를 안 했지? 저 정도 실력이면 여축으로 갔어도 됐겠는데?

- 투박하긴 해도 갓지우의 모습이 보이긴 해.

게다가.

사람들이 놀란 장면은.

투-웅.

유지우가 자주 하는 솜브레로 플릭이 나온 장면이었다.

- ㅋㅋㅋㅋㅋ 재능 봐라.

- 가족이 닮아도 너무 닮았네.

- ㄹㅇ 솜브레로 플릭에서 뿜었다.

- 슈팅 폼이 뭐 저래 안정적이냐?

- 초등학교 때, 육상선수 했다고 들음.

- ㅁㅊ 그래서 저렇게 빠르구나.

- 수준 자체가 달라.

방송은 유민하가 완벽하게 게임을 지배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되었고, 동 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찍었다.

【 그녀들의 리그 최고 시청률 기록! 유지우 누나, 유민하의 효과? 】

【 대한민국 에이스 유지우의 누나, 유민하 최고의 활약! 】

- 크 이게 축구 가문 유전자지

- 민하님은 SNS 있냐? 바로 팔로우한다

- 링크 공유합니다! 많관부~^^

- 지우는 안 하는데 누나는 SNS 하시는구나!

- 근데 지우는 왜 SNS 안 하는 거야? 무슨 이유라도 있나?

유민하의 활약에 그녀의 SNS까지 함께 주목받는 가운데.

많은 사람이 왜 유지우는 SNS를 하지 않는가에 대해 궁금해했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대부분 SNS 계정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없는 사람들은 정말 극소수인데, 유지우가 바로 그 극소수에 속해 있었다.

- 그건 나도 궁금하긴 하다. 유지우 SNS 하면 팔로우 수 미칠 텐데.

사람들이 각자의 생각을 말하고 있을 때.

설명충이 등판했다.

- 너희 갓지우 다큐 아직 안 봄?

- 다 봤지.

- 그런데도 몰라?

- 뭘?

- 2화 43분 12초쯤에 나와 PD가 왜 SNS를 안 하냐고 묻자 갓지우는 ‘만들면 훈련할 시간에도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아지고 애초에 시작도 안 하는 겁니다.’ 이렇게 답변했어.

- 분은 이해하는데 초는…. ㄷㄷ

- 와…. 갓지우께서 그렇게 말하다니.

- 진짜 나 같으면 SNS 계정 만들고 관심받으면서 사는 거 즐길 텐데.

- 멘탈도 지구인 같지가 않음;;

- 아 ㅋㅋ 외계에서는 SNS 같은 거 안 한다고

유민하가 TV에 본격적으로 출연하자, 유지우를 향한 관심 역시 덩달아 높아지고 있었다.

* * *

“흐음.”

북런던 더비가 끝나고 선수들은 가벼운 휴식을 취했다.

그 순간에도 폴 사르는 코치진과 밤낮을 지새우며 2차전을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그렇게 훈련 날이 되며 준비한 전술 훈련을 진행했다.

삐---익!

“들어가는 템포를 좀 늦춰! 그러다가 오프사이드에 걸린다.”

“네!”

“패스는 공간으로! 발밑으로 줬다간 파리의 압박이 금세 붙어서 빠져나가는 게 어려워져.”

“알겠습니다!”

1차전의 영상.

그리고 파리 생제르맹의 여러 경기의 영상을 비교하며 전술을 짰다.

“크리스! 그럴 때는 슈팅을 때려! 굳이 볼을 돌릴 필요는 없어!”

“볼 소유는 최대한 짧게!”

“유는 드리블로 수비를 흔드는 데 집중하고!”

“마틴! 너무 측면에만 머물지 마! 중앙으로 침투하면서 공간을 만들어 줘!”

하나의 플레이도 허투루 준비하지 않았다.

2차전에서의 승리.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 무대를 밟기 위해 선수들은 땀을 흘렸다.

.

.

.

그 과정에서 폴 사르의 눈에 들어오는 두 선수.

레이턴 버트란드, 주지 않아도 될 페널티킥을 준 선수.

아드리안 로마오, 동점으로 끝낼 수 있던 페널티킥을 실축한 선수.

팬들에게 욕이란 욕은 다 먹은 두 선수의 표정은 어두웠다.

‘아드리안은.’

그래도 아드리안 로마오는 나았다.

암흑기의 아스날에서 욕을 먹었던 경험이 있어서 훌훌 털어 넘겼다.

그리고 특유의 밝은 성격 덕분에 그는 선수들과 호흡을 맞춰서 어떻게든 그때의 실수를 만회하고자 하는 열의가 대단했다.

‘문제는 저 녀석인데.’

레이턴 버트란드는 아스날로 오면서 부쩍 관심을 받았고 이렇게 욕을 먹는 건 처음이었다.

그로 인해 북런던 더비 때, 선발로 나가서 준수한 활약을 펼치긴 했어도 경합 과정에서 소극적으로 대응한 것이 몇 번 있었다.

그걸 폴 사르 감독은 놓치지 않았다.

그는 훈련이 종료되고 레이턴 버트란드를 따로 불러 면담했다.

“레이턴, 실수한 것 때문에 아직도 마음이 쓰여?”

“…프로라면 항상 겪는 일이라고 들었지만, 익숙해지지는 않습니다.”

“당연한 소릴, 실수에 익숙해지면 안 돼. 실수는 경계해야지.”

스포츠에서 실수는 떼려야 뗄 수 없었다.

그러니 프로는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어 나아지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었다.

폴 사르는 그걸 레이턴 버트란드에게 알려주고자 했다.

“2차전에서 난 너에게 중요한 역할을 부여할 거야. 어쩌면 경기의 승패를 가릴 수도 있는 중요한 역할이지.”

“하겠습니다.”

레이턴 버트란드는 무슨 역할이라도 맡을 준비가 되어있었다.

“어떤 건지 듣지도 않고?”

“감독님이 언제 선수들에게 하지 못하는 걸 하라고 하셨습니까? 할 수 있는 것만 시키셨으니, 이번에도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주시겠죠.”

눈빛에 흔들림이 없는 걸 보고 폴 사르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갔다.

“나는 널….”

그렇게 말을 들은 레이턴 버트란드의 입은 천천히 벌어졌다.

“반드시 해내겠습니다.”

* * *

5월 4일.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 당일.

파리의 팬들은 아스날의 성지 애슈버턴 그로브로 향했다.

“아스날이 홈 무패라고 했지?”

“홈에서는 미친놈들이더라.”

“그래도 상관없어, 1차전에서 우리가 3 –2로 이겼으니까 2차전만 버티면 돼.”

파리 생제르맹은 1차전의 흐름을 이어가고자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선수들의 워밍업이 끝났고 관중석은 만석을 기록했다.

경기 시간이 다가오자 아스날의 라커룸은 경기에 나가기 전.

폴 사르의 연설이 시작됐다.

“전술 설명은 여기까지다.”

파리 생제르맹과의 2차전을 준비하면서 지겹도록 전술 얘기를 했다.

“이제 한 경기면 정해진다. 우리가 올라갈지 아니면 이대로 짐을 쌀지.”

선수들의 숨소리만이 들렸고 폴 사르가 계속해서 말했다.

“난 짐을 싸야 할 놈들은 우리가 아니라 파리라고 생각한다. 우리 집에서 짐을 싸면 모양새가 이상하잖아?”

적절한 농담도 섞어가며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였다.

“1차전은 솔직히 이상한 판정이 많았다. 내주지 않아도 될 페널티킥도 있었고 중간중간에 파리에 유리한 판정이 이어졌지. 마치 우리가 결승에 올라가는 걸 방해하듯이.”

이 감정은 폴 사르만이 아닌 선수들도 느끼고 있었다.

오죽하면 경기 종료 후에 아스날 팬들이 정식으로 UEFA에 항의해야 한다고 했을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난 그런 것들을 신경 쓰지 않을 거다. 어차피 2차전에서 이기면 1차전의 결과는 사라지는 거니까.”

“…….”

“0 – 0이라고 생각해라. 나가서 팬들과 함께 결승에 오르자.”

긴말은 필요 없었다.

지금까지 준비한 것.

그것만 필드에서 보여주면 이길 자신이 있었으니까.

“유.”

“네.”

“윌리앙이 할 말 기억하나?”

“…저는 어려서 경험이 부족하다는 거요?”

“그래, 그 말을 듣고 가만히 있을 건 아니지?”

“축구는 나이로 하는 게 아니라는 걸 보여주고 오겠습니다.”

1차전에서 승리한 윌리앙 주니오르가 경기가 끝나고 한 말이 있었다.

< UEFA 챔피언스리그는 리그와 다른 중압감이 있다. 그런 중압감을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선수가 이겨내기는 힘들 것. >

유지우를 겨냥한 명백한 도발이었다.

축구에선 승자의 말이 영향력을 가지는 만큼.

윌리앙 주니오르의 도발에 파리 생제르맹 팬들도 조롱했다.

[유? 그 녀석이 아무리 잘해도 우리 윌리앙한테는 안 되지!]

[아시아 선수를 에이스로 쓰는 아스날 수준이 그렇지 뭐.]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클럽? 파리한테 처참하게 져놓고 무슨.]

[집 없이 떠돌던 개들이 사람 행세하려다가 망한 거.]

[유가 발롱도르 3위? 아시아 특별 전형이야?]

[실력은 윌리앙한테 밀리던데? 프리미어리그 수준이 이게 맞아? 겨우 저런 녀석한테?]

그러한 조롱은 끊이지 않았다.

아스날 팬들이 나서며 두 클럽의 팬들은 웹상에서 죽어라 싸웠다.

그렇게 찾아온 오늘.

“윌리앙 따위보다 네가 더 뛰어나다는 걸 보여줘.”

유지우는 결심했다.

파리 생제르맹이 들고 있는 고개는 땅에 처박게 하고, 아스날 팬들의 고개는 들게끔 하겠다고.

“반드시 보여드리겠습니다.”

폴 사르는 유지우의 눈빛을 보고 더는 말하지 않았다.

에이스의 자존심.

그게 지금 유지우를 휘감고 있었으니까.

“자.”

경기 입장 시간이 다 되자 폴 사르는 입구 앞에서 손뼉을 치며 외쳤다.

“여긴 우리 홈이다! 찾아온 적들은 확실히 박살 내버리자!”

그 말에 선수들은 파이팅을 외치며 라커룸을 나가 터널로 갔다.

* * *

- 와아아아아아!

아스날의 홈, 애슈버턴 그로브.

UEFA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이 시작됐다.

4 – 3 – 3의 아스날.

4 – 3 – 3의 파리 생제르맹.

파리 생제르맹은 지난 1차전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아스날은 달랐다.

“이번에는 크리스랑 다니가 나란히 2선을 섰네?”

바로 미드필더진의 변화였다.

마틴 그라임스 – 아드리안 로마오 – 유지우.

이 뒤를 잇는.

크리스티안 페레스 – 다니 아라우호 라인.

그리고 그 뒤를 받치는 마테오 크리스단테까지.

폴 사르는 공격적인 부분에 더욱 힘을 줬다.

파리 생제르맹은 윌리앙 주니오르를 중심으로 공격을 짜는데.

퍼---억!

윌리앙 주니오르는 뒤에서 들어오는 몸싸움에 크게 휘청였다.

‘누구야?’

그는 레이턴 버트란드였다.

‘얘가 여기까지 나온다고?’

윌리앙 주니오르가 당황한 이유는 자신이 볼을 잡은 곳이 페널티 에어리어 근방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그랬다.

레이턴 버트란드가 이번에 부여받는 역할.

‘리베로.’

수비 지역에서의 프리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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